제주에 도착한 두 사람은 택시를 타고 현장으로 향했다
어느 누구도 지금은 말을 꺼내지 않았다
손실을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여인은 사람들을 밀치고 섰다
팬션 한 채가 재로 되어 있었다
"사장님 오셨어요"
사람들이 여인을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
여인은 고개만 끄덕 일뿐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임시로 만들어 놓은 사무실로 들어갔다
"정 사장님"
"네"
"일이 이렇게 되어서 어쩌죠?"
"인사사고가 없는걸 위안 삼아야죠. 그나저나 원인이 뭘까요?"
"글쎄요. 우린 다 방화용품을 썼는데... 정 사장님이 하도 까다롭게 말씀하셔서 벽지 하나도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몰라요. 그 건물은 장애인을 위한 공간이었는데......"
"얼마나 진행중이였어요?"
"골조는 다 올라 간 상태였죠. 내부 작업중이였어요"
"그럼 손해가 얼마나 되는 거죠?"
"글세 자세히는 올라가서 뽑아 봐야 알 것 같은데....."
"다시 공사 시작하면 얼마나 걸릴까요?"
"일단 저걸 다 치우고 시작해야하니까..."
"그럼 그건 올라가서 알려주세요"
"그러죠"
"저 건물 다 허물어야죠?"
"왜요? 그냥 내부 공사만 새로 하시게요? 그래도 되긴 해요. 정 사장님이 원하시는 대로 해 드릴테니 말씀해 보세요"
"시간 때문에 그래요. 너무 서두르다보면 나쁜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다시 시작해야 하니 사실 엄두도 안나고요"
"그럼 그냥 치우고 내부 공사만 해요"
"..........."
"난 일단 현장좀 보고 올께요"
"그러세요"
여인은 머리가 아팠다
다른 곳도 아니고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만든 건물이었는데......
사무실을 나와보니 사람들이 현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여인은 다른 과정을 살펴 보았다
다른 곳은 잘 진행되고 있었다
여인은 바다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탁 트인 바다를 보니 답답한 마음이 뚫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건물건은 걱정이었다
어떻게 처리를 해야할지 ..........
제주에서 하루를 보내고 여인은 서울로 올라왔다
며칠을 고민하다 여인은 건축 사무실로 전화를 했다
"소장님. 정 희연이에요"
"정 사장님"
"오늘 점심 약속 있으세요?"
"아니 없어요"
"그럼 우리 점심식사 같이 해요. 드릴 말씀도 있고요"
"그래요. 제가 그쪽으로 가죠"
"그럼 점심시간에 뵙죠"
서류만 보던 여인은 잠시 창 밖을 내다보았다
차들은 쉼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간혹 신호에 막혀 서있는 차들이 있었지만 신호가 바뀌면 다시 물이 흐르듯 흘러갔다
우리네 인생도 이러 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소장과 여인은 점심을 먹기 위해 한정식 집에 앉아 있었다
인사동에 있는 이곳은 여인이 자주 찾는 곳이였다
조용하고 음식이 사찰 음식 이여서 좋았다
몇 가지 향이 강한 음식만 빼고.....
보리밥에 여러 가지 나물과 전류 시골풍 된장찌개에 갖 튀겨낸 튀김과 부각들....
두 사람은 맛있게 점심식사를 했다
일에 대한 얘기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음식에 관한 이야기로 식사를 마쳤다
식사가 끝나자 녹차와 한과가 나왔다
"소장님 부탁이 있어요"
"무슨 부탁인지는 몰라도 정 사장님이 하시는 부탁이라면 들어 드리죠"
"농담으로 받아 드리지 마시고요"
"농담 아닙니다. 제주 현장 때문에 그러는거 다 알아요"
"그럼 제가 말씀 드려도 되겠네요"
"걱정 말고 말해요"
"그곳은 몸이 불편한 분들을 위해 만든 공간이었잖아요"
"그랬죠"
"그곳을 다른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
"다른 곳이라뇨?"
"불이 났던 곳에 다시 건물을 짓는 것이 왠지 그래요. 그래서 다른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휴식 공간을 하나 만들고 싶어요"
"휴식 공간이요?"
"네 사람들이 모여서 놀 수 있는 공간이요.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공연장은 아니면서 그런 시설도 있고......."
"무얼 말하는지 알겠어요. 그러면 그 건물은 없던 걸로 하는 건가요?"
"아니요. 그 옆에 다시 지어야죠. 불난 건물은 잘 복원해서 용도를 그렇게 해 주세요"
"대단해요. 난 다 포기할줄 알았는데......'
"포기는요. 제가 그곳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쓰는지 아시면 그런 말씀 못하세요"
"그런 것 같군요. 혼자 힘들지 않아요?"
"힘들긴요. 도와주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정 사장님 결혼 안하셨죠?"
"갑자기 그 질문은 왜 하세요?"
"외로워 보여서요. 혼자 늘 뛰는 모습도 안스럽고요. 옆에 남편이 있다면 많이 도와 줄텐데"
"소장님도 생각이 보수적이시군요. 남편이 있다고 도와 준다는 보장이 어디있어요? 도움이 아니라 절 힘들게 할수도 있죠. 결혼은 인연을 만나면 하겠죠"
"그런가요"
"그 얘기는 안하고 싶어요"
"미안해요. 난 혼자 애쓰는 것 같아서...."
여인은 더 제주 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갔다
두 사람은 말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인사동에 오니 볼게 많았다
여인은 잠시 인사동 거리를 걷고 싶었다
그걸 눈치챘는지 소장도 함께 걸었다
여기저기에 보이는 물건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었다
사무실로 들어온 여인은 간단하게 하루 업무를 마치고 농원으로 내려갔다
허브 향 가득한 농원에 도착한 여인은 조용히 허브 향에 취하고 있었다
여인의 그런 모습을 보던 사람이 여인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많이 힘드니?"
"언제 오셨어요?"
"한 시간정도 되었나"
"무슨 일로 오셨어요?"
"나한테 그렇게 말하지 마라"
"왜요? 왜 그러면 안되죠?"
"희연아 그만해라. 일은 잘 되가고 있지"
"다 아시면서 뭘 물어 보세요. 그만두라고 하실꺼면 아무 말씀하지 마세요"
"너 꼭 그걸 해야겠니?"
"네 해야겠어요. 그곳을 찾기도 어려웠지만 내게는 꼭 필요한 거에요"
"다른 일도 많은데 왜 허브 농원을 하겠다고 하는거야?"
"지금은 단순한 허브 농원이지만 나중에 그곳은 명소가 될 꺼에요. 다른 나라 사람들이 꼭 왔다가 가야 하는 곳으로 만들꺼에요"
"제주에 있는 박 동준은 어떻게 할 꺼야?"
"왜요?"
"너 설마 그 사람을 사랑하는 건 아니겠지"
"아직도 절 그렇게 모르세요. 아니에요. 전 그분을 돕고 싶을 뿐이에요"
"그래서 부채도 대신 갚아 주고 일자리까지 준거야"
"네 그래요. 그 분 아내까지 일자리 주고 있어요. 왜요? 뭘 알고 싶으신 거죠?"
"너 왜 내게 이러는 거야?"
"뭐가 알고 싶으세요?"
"이러지 마라. 그건 사고였잖아. 그건 너도 잘 알잖아"
"사고였죠. 그 사고 예방 할 수도 있었어요. 그렇게 밀어붙이지만 않았으면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던걸 알잖아. 그러니......"
"할아버지는 늘 그런 식이에요. 어쩔 수 없었다고....."
"희연아. 제주 일에 그만 손떼라. 손실이 너무 크게 나고 있어. 그런데 일을 더 벌이고 있으니 더 이상은 안 된다. 그만 정리하자"
"아니요. 전 계속 진행할 꺼에요.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말씀을 하고 싶으시면 하세요. 그래도 전 할 꺼에요. 제 모든 걸 걸고라도 할꺼니까요"
"그 고집....... 알았다. 자금에 대해선 말하지 않겠다 만은 더 이상 일을 벌이지는 마라"
"네"
"언제 집에 한번 오너라. 할머니가 보고 싶어하신다"
"네"
"무정한 놈....."
"죄송해요"
"집에 들어 와 살면 안되겠니?"
"집에요?"
"할머니가 널 많이 보고 싶어하잖니 나도 그렇고......"
"생각해 볼께요"
"그 생각은 언제까지 하는지 원......"
"내일 찾아뵐께요"
"그래라 그럼 내일 보자"
"안녕히 가세요"
"아주 잘 꾸며놓았구나"
"감사합니다"
할아버지를 배웅하고 여인은 농원을 한바퀴 돌았다
할아버지에게 맞서기 위해 시작했던 일이 지금은 자신의 소중한 일이 되었다
늘 못마땅하게 생각하시던 할아버지가 이곳을 칭찬해 주시다니.....
천천히 농원을 둘러보고 여인은 사무실로 들어가 그 동안의 일들을 검토했다
제주에서는 불이 탄 자리에 휴게실이 들어서고 있었다
다시 외관을 정리하고 내부 공사에 바빴다
옆에 다시 들어서는 건물은 지난번 보다 더 편히 시설을 위주로 하고 있었다
여인은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을 때 노신사는 자신의 힘을 다해 일하고 있었다
아내까지 내려오게 된 노신사는 제 2의 삶을 살고 있었다
여인은 노신사가 원하는 자료는 모두 구해 주었고 그에게 많은 일을 부탁하고 있었다
"많이 힘드시죠?"
"힘들긴요. 요즘은 살맛이 납니다"
"그러세요. 절 원망하시는건 아니시고요"
"원망이라뇨. 아내도 신이 나서 일을 하는걸요"
"박 선생님 우리 둘이 있을 때는 말씀을 편하게 하세요"
"사장님 그럴수 없습니다. 내가 어떻게 이렇게 살고 있는데....."
"박 선생님의 성실성이 만든 자리죠. 어느 누가 만들어 준 자리가 아니에요. 만약 열심히 일하지 않으셨다면 그만 두셨어야 했죠"
"그렇게 말해주니 감사합니다"
"건물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되었나요?"
"장애인을 위한 공간만 빼고는 마무리 단계에 있습니다"
"그곳은 언제쯤 마무리가 될까요?"
"글세 한달 후면 될꺼라고 하던데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나머지는 어떻게 되어 가나요?"
"조경을 시작하고 있는데 문제가 좀 있어요"
"문제라뇨?"
"지금 사람들이 없어서 일을 할 수가 없어요"
"사람이 없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조경을 하는 사람들로는 일손이 부족해요"
"그럼 어서 사름들을 구해야지 이러고 있으면 어떻게 해요. 어차피 이곳에도 직원들이 필요해요. 그럼 이번 기회에 농원에서 일 할 사람들을 채용해야 겠군요"
"그런데 이곳에는 이런 일을 할줄 아는 사람이 얼마 없다는 거에요"
"그럼 서울에서 사람을 데리고 와야 한다는 거에요?"
"그래서 걱정입니다"
"아니 그럴순 없어요. 그렇게 되면 일이 너무 복잡해져요. 그들이 있어야 집이 문제가 되요. 지금 그들이 있을 곳까지는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걱정입니다"
"아니 잠시만요. 감귤 농장에 자리가 얼마나 되죠?"
"그곳은 왜요?"
"그곳 뒤쪽에 자리가 얼마나 있죠?"
"200평 정도 되죠. 그런데 거긴 왜요?"
"그럼 됐어요. 그곳에 집을 지으면 되겠군요. 그럼 서울에서 사람들이 올수 있겠어요"
"사장님 그곳에 집을 지으면 시간이 많이 걸릴텐데요. 사람은 당장 필요하고요?"
"알아요. 그건 제가 알아서 하죠. 참 박 선생님 댁에 방이 몇 개있죠?"
"방은 왜요?"
"그 방 제게 세놓으세요"
"세를 놓다뇨?"
"당분간 숙소로 활용하려고 그래요"
"그건 얼마든지 하세요. 제 집도 아니고 사장님이 마련해 주신 집인데"
"무슨 소리를 하세요? 그 집 박 선생님 집이에요. 등기 열람 안 해보셨어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제주에서 사시게 해 놓고 그 정도는 해 드려야죠"
"사장님"
"그럼 방을 대여 해주시는 걸로 알고 서울에서 사람들을 데리고 올께요. 그리고 이곳에서 일 할 수 있는 사람들도 알아 봐 주세요"
"그렇게 하죠"
"지금부터가 정말 중요한 시기에요. 잘 부탁 드릴께요. 전 이만 서울로 올라갈께요"
여인은 노신사에게 일을 부탁하고 현장사무실을 나왔다
노신사는 떠나는 여인을 한없이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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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