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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종 ] 어느 창녀의 죽음 15 부

작성자풀잎향기|작성시간16.08.08|조회수236 목록 댓글 0

야아. 너 굉장하구나, 굉장해.」

그가 헐떡거리면서 땀을 닦자 창녀는 얼굴을 붉혔다. 그들은 나란히 누워서 한참 동안 천장을 응시했다.

「그렇게 힘드세요?」

하고 그녀가 나직이 물었다.

「그래. 힘들어 죽갔다, 이 간나야.」

그는 창녀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 주었다. 숱이 많은 머리칼은 그 결이 곱고 부드러웠다.

「이북이 고향이 세요?」

「그래. 너 눈치 빠르구나.」

「사투리를 쓰시기에 알았어요. 결혼하셨지요?」

그녀는 궁금한 듯이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아아니. 아직 못했어. 결혼한 것처럼 보여?」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요. 왜 아직까지 결혼도 안하셨어요?」

「애인이 없어서.」

「아이. 거짓말 말아요. 이렇게 미남이면서 애인이 없어요?」

창녀는 그의 매끄럽게 생긴 코를 어루만졌다.

「넌 있니?」

「저두 없어요.」

「그것 봐라. 잘생겼다고 해서 애인이 있는 건 아니야. 이 바보야. 남을 사랑한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줄 아니.」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요. 전 돈 버는 것이 이 세상에서 제일 어렵던데요.」

「그럴지도 모르지. 넌 노동자니까.」

「뭐라고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돈 벌어서 너 뭐할래?」

창녀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결심한 투로 말했다.

「시집갈래요.」

그는 천장 바로 밑에 달려 있는 조그만 창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둠이 더욱 층층이 쌓여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웃었다.

「하하. 이년……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고, 그래도 시집은 가고 싶은 모양이구나.」

「저라고 시집 못 가란 법 있나요?」

「하긴 그래. 너도 언젠가는 시집가야겠지. 지금 몇 살이니?」

「스물 셋이에요.」

「더 돼 보이는데…….」

「고생을 많이 해서 그래요. 선생님은 몇이세요?」

「서른하고도 둘이 다.」

「참, 이북 어디가 고향이에요?」

「이북 어디냐고?」

그는 다시 창문을 바라보았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문제가 가슴을 파고 들어왔다.

「의주다. 압록강 끝에 있는 평안북도 의주가…….」

「의주 어디 예요?」

하고 창녀가 그의 손을 움켜쥐었다.

「이거 왜 이래? 또 하고 싶어서 그러니?」

그의 말에 그녀는 손을 풀면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의주군 의주면 의주리가 내 고향이야. 거긴 강 건너가 바로 만주 벌판이야. 겨울이면 강이 두껍게 얼기 때문에 썰매를 타고 넘나들지. 어떻게나 추운지 오줌을 누면 거기에 고드름이 다 언다구, 하하.」

그러나 그녀는 웃지 않았다. 그녀는 이불을 턱밑으로 끌어당기며 돌아누웠다.

「내 말 재미없는 모양이구나.」

그는 창녀의 유방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니에요. 재미있어요. 월남은 언제 하셨어요?」

「나한테 묻지만 말구 너도 좀 말해 봐. 난 네 이름도 모른다구.」

「그냥 춘이라고 불러요.」

「춘이, 춘이…… 거 이름 참 좋은데…… 허지만 이런 데 있는 여자가 진짜 이름을 댈 리가 있나. 고향은 어디야?」

「저. 전라도예요.」

「전라도라. 그런데 사투리를 토옹 안 쓰네.」

「네. 어릴 때 나왔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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