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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소설모음◈

익명의섬

작성자좋은친구|작성시간16.10.20|조회수935 목록 댓글 0



거실...
주방의 레인지위엔 커피주전자가 연신 뜨거운 김을 내뿜고 나는 이쁜 꽃무늬가 아로새겨긴 커피잔에 커피를 탄다.
동그란쟁반에 커피두잔을 담아 소파의 탁자에 놓는다.
"여보..커피드세요.."
이제막 식사를 마친 남편이 식탁에 비스듬히 앉아 신문을 보고있다.
수명이 다 되어버린 형광등 하나가 깜빡 거린다.
남편에게 커피를 마시라고 말을해보지만 남편은 대꾸도 않한다.
그도 그럴것이...
요즘 나이만큼이나 소원해진 남편과의 대화, 나 또한 학교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느라 힘이 들고 더우기 학교에 전달되는 교육청의 보고서는 왜 그리 많은지 몸과 마음은 피로가 누적되어 집에 들어오면 그져 눕고 싶기만 한 내 심정을 남편은 모르는지 요즘 부쩍 자주 요구해오는 남편의 잠자리를 맞춰주기가 벅차다.
아직도 왕성한 남성을 못 맞춰주는 것에 대한 불만의 표현인지탁자에 놓여진 커피잔의 김이 점점 사그러지고 있는데도 내쪽으로 눈길을 돌리지도 않는다.
"요즘 가정주부들이 대체 왜들이러는지 원..."
혀를 차며 신문을 걷어 치우며 화장실로 들어간다.
나는 남편이 던져버리고 들어간 신문에 우연히 눈길이 멈춘다.
유부녀의 탈선 현장 이런 글자가 크게 신문의 한켠을 차지하고있었다.
난 그 신문에 난 글자를 애써 왜면하며 안방의 욕실로 들어간다.
그러면서도 오늘은 왠지 모르게 남편의 요구를 들어줘야 할 것 같은 아니 내가 더 남편의 손길이 필요 할 것 같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뭔지 모를 내 아래쪽, 자궁으로부터 올라오는 뜨거운 느낌이 뱀의 꿈트림처럼 온몸을 타고 흐른다.
얼굴이 달아오르고 촉촉한 물기가 내 온몸을 적신다.
오랜동안 잊고지냈던 기억들이 퍼즐놀이를 하듯 내 의지와 상관없이 조각 조각 맞춰지며 그 날의 생생한 느낌들이 완성된 뱀의 비늘처럼 짜맞춰져 내 온몸을 기어 다니며 내 잠자고있는 성욕을 꿈틀대게 한다.
단순히 글자일 뿐 이었지만 그 글자로인해 기억되는 이십 년 전의 어느 하루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샤워기의 꼭지를 틀어 물을 온몸에 끼얹는다.
점점 뜨거워지는 물의 감촉을 느끼며 얼굴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 사이로 뿌연 욕탕의 거울에 나의 나신(裸身)을 비춰본다.
김이 서린 뿌연 거울이 40대 유부녀의 몸의 잔주름을 감춰주며 전체적인 윤곽만을 투영시켜 그 흐르는 몸의 곡선이 잠시 20대의 기억을 더듬게하며 과거와의 오버랩을 한다.

내나이 24살
교육대학을 갖 졸업한 나는 그래도 성적이 남보다 우수해 그나마 놀지 않고 처음으로 선생님의 소리를 들을수있는 학교로 발령을받고 배치된곳이 남해안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조도라는 아주 작은섬의 분교로 배치가 됐다.
학생이라해야 전부 6명, 6학년 은실이를 포함해서 3학년세명 2학년두명 뿐이었다.
그곳에도 교장선생님은 계셔서 서무, 회계, 학교 경비 까지 다 책임을 지고있다.
그래서 인지 교장선생님의 품위는 찾아 볼 수 없고 오히려 동네 이장님같은 행색을 하고 다니신다.
그것도 학교에 계시는 것 보다 동네 잔치며 잔 일 들을 쳐리하는데 더 시간을 보내고 심지어는 남의 부부싸움까지도 관여해서 솔로몬의 심판을 하시는 교장선생님, 신기하게도 교장선생님이 나타나면 그래도 마을사람들이 고분 고분 해지는걸 보면 교장선생님이라는 직분 그 자체로도 존경받을수 있는 사회적위치 라는걸 실감했다.

처음으로 찾아간 조도의 풍광
여름이 막 시작되려는 시절에 푸른 파도를 건너 섬의 선착장에 내린 나는 선착장앞으로 나있는 작은 오솔길에 이름모를 들꽃들이 눈에 들어왔고 그 길을 따라 오른쪽으론 넓은 갯펄이 펼쳐져 있었다.
작은 분교의 초보 선생님이 온다는 걸 마을 주민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몰려나와 내 물건을 받아주고 이쁘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학교의 정문..
그곳은 정문이라고 하지만 어떤 대문이 형성 되 있는 것은 아니다.
울타리가 학교 주변에 빙둘러 쳐져있고 그 울타리를 배경삼이 이름모를 풀꽃들이 엉성한 울타리를 빽빽히 감싸고 있었다.
그러한 이유로 학교는 마치 꽃으로 둘러쌓여 있는 듯 어느집 정원같은 분위기의 운동장과 어우러져 분교의 분위기를 한층 시골스럽게 연출하고 있었다.
교실은 두개, 그것도 하나는 텅 비어있고 전교 6명의 학생이 한 교실에서 공부를 하고있었다.
나를 반갑게 맞이 해 주시는 교장선생님과 이제 조도의 분교를 떠나시는 전임 선생님, 결혼을 하기에 서울로 근무지 이전신청이 받아들여져 올라가시는 김미혜 여자 선생님이다.
나를 반갑게 맞이 해주시는 김선생님, 선생님은 나의 두손을 잡고 비어있는 교실로 나를 안내했다.
학생들의 특성, 분교에서의 해야 할 일, 보고서 작성, 주민들과의 생활등..전임선생님으로서 내게 여러가지를 말씀해 주신다.
이것저것을 말해주다..
갑자기 김미혜선생님이 조용한 어조로 내게 한가지 말해줄게 있다며 좀더 가까이 귀를 대보라고 하신다.
난 대수롭지 않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며 돌린 얼굴이 교실창 밖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등줄기가 서늘한 정도의 날카로운 시선이 나의 행동을 멈추게했다.
선생님도 그것을 알아 차렸는지 창문쪽을 바라다 보고는 화들짝 놀라 종종걸음으로 교실밖을 나가버린다.
나도얼른 김선생님의 뒤를따라 복도로 나가보니 아까 그 날카로운 시선의 남자는 저만치 복도끝을 돌아서고 있었다.
무언가 쫓기는듯 물건들을 정리하곤 내게 문단속 잘하라는 말을 넌즈시 던지고 김미혜선생님은 분교를 등뒤로 빠른 걸음으로 교문을 나선다.
김미혜선생님이 걸어가는 모습 뒤로 남해바다의 빨간 석양이 푸른바다의 일렁임에 춤을 추고있었고 길가의 이름모를 풀꽃들이 선생님의발걸음에 맞춰 춤을 추고있는 듯 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조도의 풍광이 그려진다.
빨간 석양과 일렁이는 파도, 바람의 흔들림에 춤을 추는 이름모를 풀꽃들 그리고 지금은 어디서 살고있는지 모를 김미혜선생님뒤로 드리워진 긴 그림자 이 모든 것들이 이십년이 지난 지금에도 기억나는 것은 그 후에 일어 난 잊지못할 내 경험의 뒷바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선생님으로서 수업을한다.
아이들을 모아놓고 수업을 할 때면 2한년 학생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옷을 버리는 경우도 있었는데 아직 시집을 가지 않은 처녀 선생님으로선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그 때마다 6학년 은실이가 나를 대신해 뒷처리를 해주기도 했는데 이런한 것들이 시골분교의 학생들과 서울에서만 자란 철없는 초임 선생님과의 거리를 많이 좁혀주었다.
수업이 없을때는 아이들과 갯펄에 나가서 조개도 캐고 갯펄에서 뛰어다니며도둑잡기 놀이도 했는데 오늘도 아이들과 조개를 한바구니 캐와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아이들과 구워먹었다.
어느덧...
여름의 긴긴해도 석양을 물들이며 바다속으로 숨어 버리고 조도는 점점 어두운 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학생들을 돌려보낸 나는 학교 뒤 숙직실 뒤편의우물가로 갔다.
목욕을 하기위해서다.
옷을 벗는다.
갯펄의 진흙이 후두둑 떨어진다.
이미 주위는 달빛으로 환하다.
옷을 전부 벗은 나는 우물의 물을 한바가지 떠서 온몸에 끼얹는다.
몸을 타고 흐르는 물의 감촉을 느끼며...몸에 비누칠을한다.
아직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채 젖가슴은 탱탱하게 부풀어 있었다.
여름의 벌레소리 밝은 달빛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서 일까?
24년을 살아오면서 느껴보지 못한 성욕이 허벅지를 타고 흐른다.
비누거품을 한 손 가득품고 가슴을 쓸어 본다.
부드럽다.
이부드러움으로 남자를 안아준다면 그또한 이 부드러움으로 내 품에 녹아 들겠지?
엉덩이에 비누칠을 한다.
탱탱하게 부풀은 엉덩이의 감촉을 느끼는 순간, 나도 모르게 허벅지에 힘이들어가며 "아.." 하는 짧은 비음이 나도 모르게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그 순간 등 뒤로부터 느껴지는 서늘함, 뒤를 돌아 본 나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김미혜 선생님이 업무인수인계 할 때 교실창 밖에서 우리를 바라보던 그 남자라는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달빛을 등지고 있어 얼굴을 알아볼수는 없었지만 난 직감적으로 그 라는걸 알았다.
어두운 얼굴에서도 짐승과도 같은 탐욕의 눈빛이 나의 알몸을 바라보고있었다.
난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그자리에 꼼짝 못 하고 서있었다.
그는 먹이를 잡은 늑대처럼 천천히 내게 다가와 그이 뜨거운 입술이 내 가슴을 한입 베어 물을 때 까지도 난 꼼짝못하고 있었다.
"아.."
내가 꼼짝 못한게 아니고 어느순간 나 스스로 그 상황에 빠져 들고 있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진 입에선 탄성이 흘러 나왔고 그의 등뒤로 팔을 뻗어 원하는걸 뺏기지 않으려는듯 팔에 힘을 주고 그를 끌어 당기고 있었다.
원초적 울부짖음과 내몸 깊은 곳으로부터 흘러나오는 탯줄의 진액을 느끼며 난 한마리 짐승으로 변하고 있었다.
달빛..
그 밝은 달빛과 풀벌레소리 때문이었던가?
내 소스라 치는 몸서리와 어우러진 풀버레소리는 나의 스물네살 처녀성의 유린을 오페라의 선율로 탈바꿈 시키고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나
땀과 비누거품과 원초적 울부짖음의 향연이 끝나고 그의 짐승과도 같은 포효의 내뱉음을 끝으로 내 몸은 땅바닥에 벌거 벗겨진채로 내동뎅이 쳐졌다.
유유히 사라지는 그의 뒷 모습을 보며 나약 할 수 밖에 없는 여자의 몸과 마음을 처음으로느끼는 순간 눈물이 흘렀다.
그것은 그를 받아 들였다는 후회가 아닌 여자로서의 나약함을 스스로 드러낸 자신이 미웠기에 눈물이 났다.
어두운 하늘, 밝은 별빛이 내 눈가에 다가와 무지개빛으로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고 난 그가 오물을 내뱉듯 토해내고 간 그의 흔적을 미친 듯 씻어 내고 있었다.
내 발가벗겨진 등뒤로 이름모를 풀벌레 소리조차 나를 외면 하는듯 했다.

일상...
내게 주어진 일상의 일들에 대해 그렇게 고마워 해 본적이 없었다.
다음날, 나는 아무 일 없듯 아니 애써 악몽으로 치부해 버리면서 일상의 일들을 했다.
애써 기억하지 않으려고도 했다.
박씨...
그 후 내가 그를 주시하는건 당연한 일 일것이다.
어디서 떠돌다 조도까지 들어왔는지는 모르지만 어느 날 부터 조도에 들어와 동네의 궂은일은 도맡아 하고 어촌의 모자른 일손을 도와주고 있었기에 동네에서도 그를 별로 경계를 하지 않고 생활하고 있다는 말을 교장 선생님으로 부터 전해 들었다.
낮에 보는 그의 모습은 나를 유린한 짐승과도 같은 날카로움이 아닌 항상 어눌한 모습이었다.
내가 박씨를 관찰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그것은 그 박씨가 동네 남자들의 화풀이 대상이라는것이다.
어디를 가다가도 " 이놈의 세끼 그깟 일도 제대로 못해..?"
이런 욕지거리가 나오는 곳을 바라보면 반드시 그곳에는 박씨가 있었다.
어쩌다 화가 나는 일이 있는 동네 아저씨가 길을 가다가도 박씨를 보면 한번씩 걷어차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렇게 욕을 먹어 가면서도 한번도 화를 내거나 대드는걸 본적이 없는 동네 사람들로서는 그를 아마도 선하고 약간 모자른 듯한 일꾼 정도로 볼지 모르겠지만 오직 그 마을에서 나만이 그의 본색을 알고있었다.
하지만, 나 또한 그 어느 누구에게도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박씨 또한 그 날이후 나에게 또 다른 어떠한 위협도 가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쩌면 그 와 나 만이 맺은 묵언의 협정 같은게 아니 었을까?
어느날 6학년 은실이네 집을 방문한적이 있었다.
그때, 집 마당으로 걸어나오는 박씨를 보고 흠칫 놀랐지만 나를 본 박씨는 아무표정도 없이 내 앞을 걸어 나갔고 여기저기찢어진 창호문 안으로 부터 흐느끼는 은실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씨에 대한 경험이 나에게 없었다며 난 은실엄마 방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걸 직감 할 수 있었고 그 현장에 있다는 자체로도 발가벗겨진 것 같은 부끄러에 나는 그냥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돌아오면서 박씨와 내가 공동의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이 나를 괴롭혔고 돌아오길, 내 발끝에 걸리는 이름모를 풀꽃들이 마치 박씨의 혓바닥같은 느낌으로 간지럽히며 전율을 느끼게 했다.
그렇게 생활을 하는 중에 난 더욱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바보같은 차림의 박씨를 보면 지나가는 개처럼 대하는 그 동네 아저씨들이 박씨의 행태를 이미 알고있다는 것이다.
또 한번의 은실네 집을 방문하는 날이다.
은실이네 집 대문이 보이고 그 앞에 서있는 은실아빠의 모습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하며 먼저 인사를 했지만 은실아빠는 어색한 표정으로 나를 외면하며 그자리를 피하 듯 마을 어귀로 사라져 버렸다. 난 무심코 대문을 열고 은실네 집으로 들어 가려는데 박씨가 은실네 안방에서 나오는것이었다.
난 순간 머리가 어지러웠다.
뭔가 알수 없는 비밀의 열쇠를 쥐고 그 감당 할 수 없는 비밀의 문을 연것처럼 날카로운 충격이 내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그 날도 박씨는 아무표정 없이 나를 힐끗 한번 쳐다보고는 내앞을 유유히 지나갔다.
그날은 은실엄마의 흐느낌이 들리지 않았다.

그다음날
은실아빠 밑에서 일을 하는 박씨는 여전히 은실아빠에게 구타를 당하고 욕을 먹으며 일을 하고있었다.
" 이런 개같은 세끼 !!, 너같은 놈은 밥먹는 것도 아까워."
어제의 일을 화풀이라도 하려는 듯 그날은 박씨를 더욱 닥달해댔다.
난 이 알수없는 마을의 분위기를 알고는 더이상 그 조도의 분교에 있기가 싫었다.
서울의 교장선생님으로 계신 아버지께 편지를 띄웠다. 이곳을 벗어나게 해 달라고...
아버지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한달정도후에 서울로 발령장이 났다.
내일이면 나는 서울로 간다. 그래도 정이든 분교의 아이들이 있어 지낼만 했는데..
나는 옷가지며 물건들을 다 싸놓고 그동안 정이든 학생들을 불러모아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선물로 주었다.
이미 어느정도 철이든 은실이는 내가 주는 선물보다 나와 헤어짐을 더 아쉬워 하는지 얼굴에 눈물이 글썽 거린다.
은실이를 달래서 돌려보낸 후에 아이들이 돌아간 텅빈교실에서 한동안 생각을했다.
도저히 알수없는 이곳 조도의 분위기를......
그리곤 기숙사로 와서 잠이 들었다.
서울로 올라간다는 기쁨과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다 늦게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뭔가 가슴을 짖누르는 답답함에 눈을 뜬 나는 소스라 치게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내 발령장을 입에 문 박씨가 또 짐승같은 탐욕의 눈으로 내 몸위에서 나를 내려보고있었다.
"안돼"
"이번은 정말 안돼"
스스로 자신을 놓치지 않으려 마음을 다잡고 그를 밀어 내보지만 꼼짝할수 없게 내몸은 그의 품안에 들어가 있었다.
나약한 게 여자인가?
그러는 사이에도 지난 여름 우물가의 기억이 떠오르고 그의 손길이 닿아 하나씩 벗겨지는 옷을 힘없이 잡으면서도 허벅지로부터 꿈뜰거리는 내 욕망의 창피함에 난 그만 또 굴복해 버리고 말았다.
찢어진 창호지 문틈으로 길게 드리우는 달빛이 박씨의 몸에 호랑이 문양을 그린다.
움직이는 그의 등줄기의 근육들에 비친 호랑이 문양이 살아있는 듯 꿈틀대고 있었고 난 그 호랑이 발톱아래 갈기 갈기 찢기고 있었다.
고통과 환희의 기쁨이 몰려오는 순간, 처음으로 오르가즘을 느꼈다.
그의 등줄기에 손톱을 깊이 박으며 긴 한숨을 토해낼 때 그 또한 호랑이의 포효를 내 지르고 있었다.
내 품에 쓰러져 버린 박씨의 알몸, 자궁으로부터 뜨거운 느낌이 온몸으로 전율처럼 퍼저나갈 때, 순간 그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날 이후 결혼한 남편과의 20년 넘게한 잠자리에서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그때의 그 환희의 절정감, 그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아니 말을 할수가 없었다.
여자이기때문에 나약한 여자의 본연을 보여준 것에 대한 자책으로 나 스스로의 입을 닫아 버린 것 일지도 모른다.
난 그저 천정만 바라보고 있었고 옷을 줏어 입는 박씨 또한 아무말이 없었다.
또한번의 눈물이 귀전으로 흐른다.
환희와 쾌락뒤에 동반되는 죄악의 고통을 느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몸속깊은곳에 뜨거운 진액을 느낀다.
문을 열고 나가는 그의 검은 그림자 너머로 밝은 달빛과 반짝이는 별빛을 바라보았을 뿐, 그의 뒷모습은 내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흐려진 내 눈앞으로 은실이 엄마의 얼굴과 전임선생님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꿈을 꾸었다.
내게 손가락질을 해대며 멸시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은실엄마와 전임선생님의 얼굴을 보았다.
난 아니라고 고개를 내 저으면서도 꿈속에서도조차 입밖으로 그것에 대한 부정하는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얼마나 잤을까?
"임선생 있나..?"
"이제 일어나서 배를 타야지?"
교장선생님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렸다.
난 꼼짝을 할수가 없었다.
머리는 어지러워 몸을 가눌수 없을 정도였고 몸은 천근으로 무거웠다.
입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열기를 느끼며 간밤의 일을 떠 올린다.
내가 부스럭대며 일어나지 못하자 교장선생님이 들어와서 내 이마를 만져보신다.
난 이불속에 누워 꼼짝을 하지 못했다.
" 이런 임선생 감기 걸렸구먼.."
" 내가 얼른 가서 약좀 가져올테니 그대로 누어있어요..."
나는 교장선생님이 가져다준 감기약을 먹고 또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꿈속에서..
빨간 비단뱀 두마리가 서로 얽혀 부부의 향연을 벌이는꿈을 꾸었다.
그 색색의 향연속에 한마리가 다른 한 마리를 머리에서부터 잡아 먹으면서 칼처럼 예리한 뱀의 눈으로 나를 쳐다 보고 있었다.
얼마나 잤을까?
눈을떠보니 해는 어느새 중천에 걸려있다.
아직도 알몸인 나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일어서는 내 허벅지를 타고 진액이 흐른다.
마치 죄악의 흔적처럼....
조도를 떠나는날, 마을 사람들이 배웅을 나왔고 난 배에 지친 몸을 싣고 있었다.
나를 실은 배는 힘찬 엔진소리를 내며 조도를 떠난다.
하늘은 파란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파도는 잔잔하게 뱃전에 부셔지고 있었다.
조도의 분교가 점점 멀어진다.
갈매기 울음소리가 내 머리위에서 맴돈다.
내게 손을 흔들어주는 조도의 마을 주민들의 모습은 하나도 내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보이는건..
학교의 울타리 옆에서 서서 멀어져 가는 나를 아무 표정없이 바라보고있는 박씨의 모습 뿐 이었다.
내가 처음 걸어 올라갔던 그길을 따라 올라가는 새로 부임한 여선생님의 뒷모습을 끝으로 나는 눈을 감아 버렸다.


샤워를 마치고 거실로 나갔다.
남편은 오랜만에 샤워를 한 내몸을 탐스럽게 바라보며 내곁으로 다가온다.
"여보 오늘은 당신이 무척 이뻐보이네..?"
내 허리를 끌어 안은 남편이 나를 침대로 이끈다.
두사람이 누우면 딱맞는 침대 그 침대안에도 부부가 알지 못하는 공유하지 못하는 익명의 섬이 존재한다는걸 느낄 때 내 알몸의 위로 남편의 시선이 뜨겁다.

익명의 섬..
그것은 보이지 않지만 그 누구에게도 존재할수 있는 환상의 섬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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