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월남에서 하반신 마비의 몸으로 돌아오던 날, 형수는 눈이 붓도록 울었다. 동네사람들은 두 사람만 모이면 형에 대하여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남자들은 형을 흥미의 대상으로 삼았다.
'참, 안됐어. 가운데 다리를 못쓰게 됐으니 말야’ ‘그러게 말야’ ‘밤마다 여자는 어떻게 지내지?’ ‘그럴 거야. 결혼한 지 석달만에 그랬으니’ ‘약만 올려놓고 그만두게 된거지? 안 그래? 그대로 내버려두기에는 여자가 너무 예뻐. 아이고. 고것 한번만 그냥 꽉!’ ‘야. 말조심해. 창무에게 칼침 맞을라. 그 애가 얼마나 지 형수를 위한다고….’ 그런가 하면 여자들은 형수를 동정의 대상으로 수군거렸다.
‘너무 안됐어. 한참 깨가 쏟아질 때에 독수공방하게 되었으니….’ ‘그러게 말이에요. 다 팔자소관이지 뭐’ ‘여자가 너무 예쁘면 팔자가 세대.’ ‘살결이 하예도 그렇대. 그 여자 살결 좀 봐. 백옥 같잖아?’ ‘어떻든 안됐어. 젊은 나이에’ 아버지와 어머니는 갑자기 말수가 줄어들었다. 형수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되자 나 역시 말수가 적어졌다.
형 때문에 집안은 언제나 우울이 안개처럼 흐르고 있었다. 그런 안개는 집안을 흐르다가 대개 형수의 몸에 이슬비처럼 내려와 형수의 마음과 몸을 서럽게 적시곤 했다. 그런 서러움은 한숨으로, 눈물로 변형되어 형수를 고독의 늪으로 몰아 넣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 집은 조금씩 형이 가져온 우울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진학반을 선택하려고 했다. 그러나 형의 불운한 귀국 이후 나는 직업반으로 돌렸다. 하지만 2학년이 된지 얼마 안되어 형수가 학교로 찾아왔다. 그녀는 안 된다는 담임선생님을 무시하고 교장까지 만나서 나를 진학반으로 돌려놓았다. 그 날 교문을 나서면서 형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도련님!”
“……”
“도련님은 우리 집안의 대들보에요. 대학을 가세요.”
“저도 그 동안 대학의 꿈을 꾸었어요. 하지만 형이 누워 있어서…….”
“그건 걱정 안해도 돼요.”
“……”
나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지만 형수가 무척 고마웠다.
동네 앞 개울가에서였다.
물이 맑았다. 하얀 모래 위를 송사리 떼가 오르내리고 있었다. 형수가 시멘트로 된 다리로 내려와 흘러가는 개울물을 손으로 만지기 위해 두 무릎을 구부리고 앉을 때였다. 형수의 치마사이로 그녀의 무릎 위의 두 다리가 훤하게 보였다. 순간 그녀의 은밀한 부분 쪽의 속옷이 나를 자극했다. 형수는 곧 치마를 여미면서 두 다리를 포개고 앉았지만 나는 괜히 가슴을 두근거리고 있었다. 형수는 어린아이가 물장난을 하듯 개울가에 앉아 손으로 물장난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 가까이 갔다. 형수가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이가 하얗게 보였다. 살결이 무척 희고 곱다는 것을 느꼈다. 손이 예뻤다.
나는 그 손을 한번 만져보고 싶었다. 그때였다. 내 마음을 훤히 들여다 본 듯 형수가 말했다.
“도련님! 여기 앉아요.”
“……”
내가 말없이 앉았을 때 그녀가 내 손을 잡아 물 속에 집어넣었다. 물 속에서 그녀가 내 손을 꼭 쥐었다. 내 가슴이 마구 뛰었다.
“우리 집으로 가요.”
“……”
나는 말없이 일어서서 집으로 향했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자율학습은 밤 10시까지 이루어지고 있었다. 집에 오면 11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형수는 내가 자율학습을 끝내고 집에 올 때까지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밤참을 차려서 내 공부방에 갖다 주었다.
형수가 신경을 써주는 바람에 나에 관한 모든 뒷바라지는 어머니의 손에서 형수의 손으로 완전히 넘어가 버렸다. 형수는 나를 그녀의 분신처럼 대해 주었다. 그리고 그런 세월에 비례하여 형수의 표정은 밝아지고 있었다. 형은 늘 누운 채 끼니때마다 형수가 떠 먹여주는 식사에 만족하고 있었다. 나는 하루에 한번은 형의 방에 들어가서 인사를 하거나 ‘좀 어때요?’ 하고 말을 걸었는데 그때마다 형은 ‘형수에게 잘해라. 너희 형수는 불쌍한 여자야.’ 하는 말을 하면서 웃어주었다. 원래 불구가 되기 전부터 순진하기만 했던 형은 누워있어도 성격의 변화가 없었다.
나는 그런 형과 형수의 도움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었다. 내가 대학에 합격했을 때 우리 집에서 제일 기뻐해 준 것은 형수였다.
그 날 형수는 어린아이처럼 펄쩍 펄쩍 뛰면서 좋아했다. 그러나 봄이 되어 막상 자취를 하기 위해 집을 떠나게 되자 제일 섭섭해 한 사람도 역시 형수였다. 내가 서울로 떠나기 전 날밤 형수는 오랫동안 방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앉아 있었다. 형수가 몇 번이나 계속 들었던 음악은 ‘솔베이그의 노래’ 였다. 특히 그녀는 ‘아 그러나 그대는 내 임일세 내임일세 내 정성을 다하여 늘 고대하노라 늘 고대하노라’ 부분을 계속 따라 부르면서 표정이 쓸쓸해지곤 했다. 아침에 형수는 동네에서 200여미터 떨어진 신작로까지 나와 나를 서울로 보내주었다.
내가 버스에 오르려할 때 그녀는 내 주머니에 용돈이라면서 찔러주었다. 나는 아버지로부터 충분한 돈을 받았다고 말했지만 형수는 막무가내였다.
대학생활은 무척 바쁘게 지나가고 있었다. 써클활동, 미팅, 민속주 마시기, 리포트 등 눈코 뜰 사이가 없었다. 그러나 일찍 자취방으로 돌아오는 날은 형수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나는 약 한달 동안이나 집에 가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형수가 내게 전화를 했다. 주인집 아줌마는 형수인지 모르고 ‘아름다운 아가씨인데요’ 하면서 송수화기를 내밀었다. 내가 송수화기를 들자마자 형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련님! 집에 안 오실꺼에요?”
“……”
형수의 목소리는 어린아이의 투정처럼 들렸다. 그러나 두 번째는 거의 울먹이는 듯했다
“싫으시면 집에 오시지 마세요. 도련님을 기다리는 형수의 마음을 모르실테 니까요.”
“형수님! 저 형수님 마음 다 알아요. 저도 형수님이 보고 싶어요.”
“그건 거짓말이에요. 보고싶은데 왜 안 와요?
“저 무척 바빴어요.”
“집에 안 오는 것을 보니 서울에서 예쁜 아가씨라도 사귄 모양이죠?”
“아직 못 사귀었어요. 그리고 사귀게 되면 꼭 형수님께 선을 뵐게요.”
“그럼요. 도련님 색시는 제 눈에 들어야 돼요.”
“내일 토요일인데 정말 안 오실거에요?”
“갈게요. 오후 7시경에 도착할게요.”
나는 토요일에 풍물놀이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끝날 시간에 출발할 계획으로 그렇게 말하고 송수화기를 놓았다.
하지만 토요일에 풍물놀이가 연기되고 대신 간담회가 있어서 예정보다 1시간 정도 빠르게 고향에 도착했다.
어둠이 내려와 동네어귀의 가로등과 희롱하고 있었다. 나는 부지런히 집으로 가는 골목길에 들어섰다.
형수를 깜짝 놀라게 하기 위해 대문을 소리 없이 열고 마당에 들어섰다. 그리고 형수방 앞으로 가서 노크를 하려고 했을 때였다.
부엌 앞의 목욕탕에서 물소리가 났다. 재래식으로 된 목욕탕은 형이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임관을 한 후 손수 지은 것이었다. 그러나 오래 쓰지 않아서 제기능을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형수는 부엌에서 물을 끓인 다음 연결된 호수를 이용하여 목욕탕 안에 플라스틱통을 들여다 놓고 목욕을 하고 있었다.
형수가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내 가슴이 마구 떨리기 시작했다. 가슴만 떨리는 것이 아니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 몸에 전율이 일어나면서 내 몸은 마구 달아오기 시작했다. ‘안 돼! 너의 형수님이야! 박창무! 너 정신차려. 너의 형 박창빈이 두 눈 멀겋게 뜨고 바로 눈앞의 건넌방에 누워있다구. 빨리 식구들이 있는 안방으로 들어가서 인사를 한 후 너의 방인 문간방으로 들어가라구.’ 내 양심은 나를 향해 목에서 피가 나도록 외치고 있었지만 나의 발걸음은 목욕탕으로 향하고 있었다. 나는 떨리는 몸으로 목욕탕의 벽에 붙어있는 공기구멍을 바라보았다.
공기구멍은 벽의 위쪽에 붙어 있었는데 내가 발돋음을 하여 그곳에 눈을 대자 목욕탕 안이 한눈에 들어왔다.
형수의 발가벗은 몸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물기에 젖어 윤이 흐르는 검은 머리카락, 훤한 얼굴과 목덜미, 젖가슴은 아! 젖가슴은 연분홍 젖꽃판과 어루러져 반원형의 형태로 탐스럽게 솟아나 있었는데 그 모습은 백옥의 탐스러운 꽃송이었다. 그 아래로 내려가면 배꼽이 작은 우물처럼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우물 아래로 내려가면 매끈한 두 다리가 이어져 있었는데 나는 더 이상 그 황홀한 미의 여신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대로 목욕탕의 문을 열고 좀 더 자세히 바라보고 싶었다. 그래서 막 목욕탕의 문에 붙은 손잡이에 손을 대려는 순간이었다.
형의 기침소리가 들렸다. 나는 주춤했다. 그리고 돌아서면서 나를 비웃고 있었다. ‘나쁜 놈! 넌 이미 형수와 간음한 놈이여. 더러운 놈!’ 나는 뻔뻔스럽게 나의 음욕을 감추고 형의 방에 들어가 인사를 했다. 형은 나의 손을 잡고 빙그레 웃기만 했다. 내가 막 그 방을 빠져나가려는데 형이 입을 열었다.
“창무야! 너 형수가 왜 목욕을 하는지 아니? 네가 형수 좀 위로해줘라. 형 수는 너무 젊고 아까운 여자야. 그대로 두기에는…”
“…….”
형의 표정이 쓸쓸해 보였다.
나는 도망치듯 그 방을 빠져나왔다. 형이 내 마음을 꿰뚫어보고 말하는 것 같아 부끄러움과 함께 괴로움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나는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즉시 문간방인 내 방으로 들어가서 불을 켰다. 그리고 책꽃이에서 시집을 한 권 뽑아들고 앉았다. 아랫목에는 밍크 털처럼 보이는 담요가 깔려 있었는데 형수가 불을 따뜻하게 떼어놓았으므로 훈훈했다. 나는 공허함을 느끼며 담요에 다리를 넣고 상체는 벽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그때였다.
“도련님 오셨군요.”
형수였다. 그녀는 내가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방으로 들어섰다. 갑자기 방안이 더욱 환해진 듯 했다. 동시에 그윽한 향기가 느껴졌다.
내가 일어서려 하자 그녀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대로 앉아 있어요. 얼마나 보고싶었는지 아세요?”
그녀가 말을 하면서 내곁에 앉았는데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리고 있었다. 그녀가 내 손에 있는 시집을 폈다. 나는 그녀와 함께 시집을 보았지만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의 한쪽 뺨이 거의 내 한쪽 뺨에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 와 있어서 그녀의 숨소리가 나를 자극하고 있었다. 더구나 형수의 몸에서 나오는 냄새가 나의 몸과 마음을 자극했다.
향수냄새였다.
여자냄새였다.
내 얼굴로 형수의 뜨거운 입김이 나를 뇌살시킬 듯 부딪쳐 왔다. 나의 이성(理性)이 흐려지고 있었다. 나의 이성(理性)이 흐려지는 시간에 비례하여 나의 감정(感情)이 나의 모든 감각(感覺) 자극하고 있었다.
형수의 얼굴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드디어 그녀의 뺨이 내 뺨에 와 닿으면서 그녀의 호흡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자신의 몸을 내 쪽으로 바싹대더니 나를 향해 가슴 쪽으로 기대었다. 그녀의 젖가슴이 뭉클하게 느껴지면서 나의 모든 신경은 조금씩 마비되어 가는 듯 했다. 내가 손가락 끝으로라도 건드리면 형수는 그대로 쓰려져서 나를 받아들이겠다는 태도였다. 나는 나의 인내에 한계를 느꼈다. ‘안 돼! 이래서는 안 돼’ 나는 나를 향해 외치면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의자로 가서 앉았다. 형수가 일어나서 의자 뒤로 왔다. 그녀가 나의 등쪽에서 자신의 가슴으로 나를 끌어안았다.
탐스러운 두 젖가슴으로부터 느껴지는 황홀함이 나의 심장을 뜨겁게 했다.
나는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미처 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미쳐서는 안되었다. 나는 일어나서 말했다.
“형수님!”
“……”
그녀의 눈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당장 세상사람들이 나를 비웃고 내게 돌팔매를 한다해도 나는 형수를 갖고 싶었다. 아니, 야반도주라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인간 도덕적인 양심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 형수의 두 손만 꼭 쥐어주고는 내 방을 스스로 나와 버렸다. 형수가 그 자리에 쓰러진 채 흐느끼는 소리가 느껴졌다. 나는 즉시 어둠을 가르며 동네를 떠나 서울로 향했다.
나는 한동안 형수문제로 앓고 있었다. 그런데도 형수는 매일 나의 자취집으로 안부전화를 걸어오고 있었다. 형수의 목소리나 억양은 언제나 변함이 없었다. 인정이 흐르는 다정함이 늘 배어 있었다.
나는 형수를 잊기 위해 열심히 미팅에 나섰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형수를 물아낼 수 있는 여자를 만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형으로부터 내게 전화가 왔다.
형의 목소리는 첫 대화부터 약간 감정적이었다.
“야. 잇마! 내가 말했잖아? 네 형수에게 잘해주라고…”
“……?”
“형의 마음을 그렇게 몰라주니?”
“……”
나는 형이 형수에게 잘해주라는 뜻을 알고 있었으므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 대신 나는 더욱 내 가슴속에서 형수를 몰아내기 위해서 여자를 찾았지만 그런 여자를 만날 수는 없었다.
그러던 내가 심유정을 만난 것은 대학 3학년 때였다. 그 동안 형수는 내가 집에 갈 때마다 맛있는 반찬으로 나를 잘 먹여주었고 옷가지는 물론 손수건까지 챙겨주었다. 그리고 서울로 갈 때는 언제나 용돈을 따로 주곤 했다. 그때마다 형수는 내 손을 꼭 쥔 채 한동안 붙들고 있었다.
“도련님! 이렇게 도련님의 손만 잡고 있어도 전 참 좋아요. 제가 언제까지나 도련님을 위해서 빨래나 반찬, 식사 같은 것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 데 도련님은 곧 예쁜 색싯감을 만나겠죠?”
“……”
나는 말없이 형수를 바라보기만 했는데 그럴 때마다 형수의 눈은 외로움으로 출렁이고 있었다.
내가 유정이와 함께 집에 나타났을 때 제일 반겨준 사람은 형수였다.
“도련님! 색시 아주 잘 만났어요. 인상도 좋고 제 마음에도 꼭 들어요. 우리 집안의 대들보인데 아주 잘 됐어요.”
형수는 해바라기처럼 환하고 밝게 웃어주었다.
유정이와 함께 오후에 서울로 올라갈 시간이 되어 부모님과 식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형의 방에 들렸으나 형수가 보이지 않았다.
그냥 가기가 안되어서 형수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그때 형이 그의 방에서 큰소리로 말했다.
“형수는 뒤뜰에 있다.”
뒤뜰에는 감나무․호두나무․밤나무 등이 잎진 채로 쓸쓸히 서 있었다. 형수는 그 중의 한 나무에 등을 대고 서 있었는데 두 눈에서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형수님! 용서하세요. 그리고 안녕히 계세요. 건강하시고요. 전 언제나 당신의 도련님일 수밖에 없어요. 용서하세요.’ 나는 속으로 말을 하면서 돌아섰다. 입술을 깨물며 참으려 했지만 내 눈에서도 자꾸만 눈물이 흘러나와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