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자식 농사' 기준은?

작성자初心(울산군파25세손)|작성시간23.09.21|조회수35 목록 댓글 0


    "성공한 ‘자식 농사' 기준은?"

    지인 중에 자식들을 다 훌륭하게 키워낸 어르신이 있다.
    여기서 ‘훌륭하게’란 세속적 기준에서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경우를 말한다.

    아이들 교육에 헌신하고 비싼 학비를 대느라 평생 허리를 못 펴고 살아온 덕분에 아들 셋은 의사, 변호사, 교수가 됐다. 자식들의 성공을 평생 훈장처럼 자랑스러워하던 어르신은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홀로 남게 되었다.

    상실감과 외로움으로 힘들어하던 어르신은 얼마 안 있어 병을 얻었다. 그러자 아들 셋은 곧바로 아버지를 요양원으로 보내버렸다. 물론 혼자서 거동이 힘든 정도가 되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신세를 지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일 수는 있다. 그러나 거동을 할 수 있는 데도 서로 모시지 않으려고, 신경 쓰지 않으려 미루며 다투다가 ‘손쉬운 타협’을 본 것이다.

    아픈 몸보다 자신으로 인해 자식들이 눈치 보고 아웅다웅하는 게 더 견디기 힘들었던 아버지는 두말 않고 요양원으로 갔다. 너무 잘 나가는 자식들이라 늘 바쁘다는 핑계로 면회는 가물에 콩 나듯 하는 자식들을 하염없이 기다리던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 어르신은 쓸쓸하게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그 이후가 더 가관이었다. 저마다 사회적인 지위가 있는 자식들이다 보니 장례식장엔 문상객이 넘쳐났다. 그러자 막대한 조의금을 나누는 문제로 삼 형제가 혈투를 벌이다 결국 재판까지 가고 의절로 마무리되었다. 세상 떠난 어르신이 하늘에서라도 이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가슴이 미어졌을까.

    지인 중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자식 둘을 대학에 보내지 못한 분 있다. 대대로 가난한 집안에서 공부는 사치였고 그저 자식들 안 굶기기 위해 평생 뼈 빠지게 노동일을 했다. 그러자 자식들은 일찌감치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직장을 잡고 돈을 벌기 시작했다.

    가난한 부모님 때문에 공부를 더 하지도 못했고 이래저래 부모에 대한 원망이 있을 법도 한데 자녀들은 늘 부모님에게 항상 "고맙다"고 말한다. 낳아주고 길러주느라 최선을 다한 부모님의 인생을 존경하며 틈만 나면 부모님을 모시고 서로 살가운 정을 나누고 산다.

    2019년 뇌졸중으로 투병 중인 유명 영화배우 알랭 들롱((Alain Delon)이 일본인 동거녀에게 정신적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자녀들이 고소했다. 안락사가 합법인 스위스에 살고 있는 알랭 들롱은 "안락사가 논리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사람은 병원을 거치지 않고 평화롭게 떠날 권리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나가다 쇼윈도만 바라보고 있어도 옷 가게 주인이 달려 나와 제발 자기네 옷을 입어달라며 공짜로 양복을 줬다는 세계 최고 미남 배우의 노후도 외롭고 힘들기는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하다.

    노년의 삶은 여러 가지 이유로 힘들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 힘들고, 병마와 싸우느라 힘들고, 외로워서 힘들다. 자식에게 학대를 받으면서도 드러내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는 노인들도 많다.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노인학대는 ‘노인에게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 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노인 한 명이 사라지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OECD 회원국 중 노인자살률이 1위인 한국에선 40분마다 한 개의 도서관이 사라지고 있다. 노인 고독사 역시 한국의 주된 사회문제 중 하나다.

    사실 병약한 어르신을 돌보는 일은 쉽지 않다. 병원이나 요양시설이 아니라면 배우자나 자녀가 이를 감당해야 하지만 배우자 역시 역시 연로한 노인인 경우가 많다. 장성한 자녀가 있어도 각자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기 바쁜 데 부모를 봉양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도 많다.

    우리 속담에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다.
    효자는 하늘에서 내린다는 데 도대체 성공한 ‘자식 농사’의 기준은 뭘까?
    한 아이는 가슴에 안고, 한 아이는 손을 잡은 채 박물관에 들어오는 젊은 부부의 모습을 보며 잠시 상념에 잠긴다.

    -송문희 경기도어린이박물관장/ 전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에너지경제신문(2023.07.10)

    -영해에서 카톡으로 받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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