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시인의 광장

<시>상처가 더 꽃이다//유안진

작성자최정란|작성시간15.03.16|조회수1,314 목록 댓글 0


 

 

 

 

 

상처가 더 꽃이다

 

 

 

                                                      유안진

 

 

 

어린 매화나무는 꽃 피느라 한창이고

 

사백년 고목은 꽃 지느라 한창인데

 

구경꾼들 고목에 더 몰려섰다

 

둥치도 가지도 꺾이고 구부러지고 휘어졌다

 

갈라지고 뒤틀리고 터지고 또 튀어나왔다

 

.

 

.

 

꽃구경이 아니라 상처구경이다

 

상처깊은 이들에게는 훈장으로 보이는가

 

상처 도지는 이들에게는 부적으로 보이는가

 

백년 못 된 사람들이 매화 사백년의 상처를 헤아리랴마는

 

감탄하고 쓸어보고 어루만지기도 한다

 

만졌던 손에서 향기까지도 맡아본다

 

진동하겠지 상처와 향기

 

상처야말로 더 꽃인 것을 .

 

 

 

[이해와 감상]

 

눈가지를 뚫고 꽁꽁 언 세상에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꽃이 매화입니다. 자갈치 아지메 같기도 하고, 신세벽 농산물시장 채소전 할메 같기도 합니다. 민초들이 살아온 세상이 과연 온전한 세상이었을까요? 말로는 다할 수 없는 설움과 편견과 좌절을 겪으며, 수없는 겨울과 봄을 맞이하였겠지요. 세상에 옹이 같은 상처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시인은 그 상처를 꽃이라고 합니다. 거친 세상이 옹이를 만듭니다. 꽃소식이 나풀거립니다. 버들가지 냇가에 발 담그고 웃고 있는, 냇가로 나가서 한 번 크게 웃어보세요.(해봉 김동엽)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