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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임원 회보에 실린 글

작성자jw lee 이정원|작성시간26.06.12|조회수101 목록 댓글 0

인생 후반전 파크골프에 빠지다!

파크골프장에서 즐겁게 라운딩을 하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삼성성우회 밴드에 올린 파크골프 글을 보고. 회보에 실을 원고를 청탁해 온 것이다.

불감청고소원 (不敢請而固所願, 감히 청하지는 못했지만 본래 바라던 바였다)' 흔쾌히 쓰겠다고 답변을 했다. 기분이 업(UP) 되어서였을까? 파4 홀에서 홀인원, 그것도 흔치 않은 알바트로스 (-3)를 기록했다. 좋은 소식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1980년대 중반 미국 주재원 시절 골프를 시작해 40년 가까이 즐겼던 내가, 지금은 파크골프에 폭 빠져 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시니어들이 골프를 떠나 파크골프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고 있다. 장년층은 경제적 부담으로 골프를 줄이고, 젊은 세대는 기다림 속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해 떠난다 여기에 핵심 수요총이었던 베이비붐 세대가 '가성비'를 찾아 파 골프로 이동한 것도 큰 이유다

가성비 끝판왕의 생활 스포츠
사실 나 역시 처음에는 파크골프를 가볍게 여겼다. 등 뒤어 장총처럼 긴 가방을 메고 다니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며 당구공만 한 공을 굴리는 게 운동이 되겠어?'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우연히 구청 교습 프로그램에서 3대 1의 경쟁을 뚫고 3개월간 교습을 받고 클럽에 배속되어 직접 경험해 보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노년 세대에게 건강 과 즐거움을 주는 운동으로 파크골프만 한 것은 없다'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파크골프는 한마디로 가성비 끝판왕이다. 도시 주변의 국공립 유휴지를 활용하기에 접근성이 좋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에 최저의 비용으로 최고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운동이다. 함께 라운딩하는 하는 사람들과 공을 치고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면 두세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8천 보 이상을 걷게 되니 이보다 더 좋은 힐링이 어디에 있겠는가? 더구나 비용적으로 보면, 골프 한 번 라운딩할 금액으로 파크골프는 1년을 즐기고도 남는다(영등포구의 경우 1년 클럽 회비가 30만 원0 채 안 되는데 1주일에 최소 2회 이상 플레이를 할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
파크골프는 1983년 일본 홋카이도의 작은 도시 마쿠베츠에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골프'를 목표로 당시 지역 교육 위원회와 주민들이 함께 만든 생활 스포츠이다. 어린이와 노인을 포함한 가족 모두가 인근 공원에서 간단한 장비로 골프를 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그 취지였다. 파크골프는 일반 골프보다 훨씬 단순하다. 클럽 1개만 사용하고, 홀 길이가 30-150m 정도로 공원이나 잔디밭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98년 평창 휘닉스파크에서 관광.레저용으로 파크골프장을 시범 설치한 것이 시작이었다. 최초의 공공 파크 골프장은 2000년 경남 진주에 '상락원 파크골프장'이란 이름으로 6홀 규모로 만들어졌는데, 이곳에는 한국 파크 골프의 시원지로 인정하는 기념비도 세워져 있다. 정식 규격의 파크골프장은 2004년 서울 한강여의도 63빌딩 앞에 건설 되었으며, 최근 5년 사이 2배 이상이 증가해 현재 500여 개의 골프장이 만들어졌다.

대한파크골프협회 회원 수도 24만 명에 달하고, 동호인도 70만 명을 넘어섰다. 파크골프가 시니어 생할 체육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조성하고 있어 전문가들은 "한국 파크골프 인구가 머지않아 100만 명 시대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노인 의료비 절감형 스포츠
우리나라는 2024년 말 기준 65세 이상의 인구가 20%를 넘으면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고령자의 건강문제는 국가적인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노령자의 의료비 지출은 건강보험 재정 악화(건강보험 지출의 40% 수준)의 주요 요인이 되었다. 파크골프는 이러한 시대에 적합한 운동이다. 1회 경기 시 2~3km를 걷는 중등도의 운동으로 신체적 건강을 증진할 뿐만 아니라, 동호회 활동과 지역 커뮤니티 참여를 통한 사회적 교류를 통하여 우울감 감소. 치매 예방 등 정신적 건강을 도모할 수 있다. 며칠 전 어느 프로그램에서 '기구를 사용하는 운동이 걷기 등 단순한 운동보다 효과가 휠씬 좋다'라는 내용을 보았다. 파크골프가 바로 여기에 해당이 된다. 잔디밭을 걷는 유산소 운동은 물론 골프채를 잡는 악력, 스윙을 통한 근력 강화 거리와 경사를 계산해 스윙의 크기를 정하는 인지 활동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전국의 지자체들이 파크골프를 '노인 의료비 절감형 스포츠'로 주목하며, 골프장 건설을 적극 추진 하고 있는 이유다

미치면(狂) 미친다(到), 나의 두 번째 몰입
1976년 입사 당시, 일본의 1H사와 합작한 삼성중공업으로 배치되면서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었다. 히라가나와 가타카 나도 모르던 나는 무작정 매일 한 첩터씩 암기했다. 3개월 만에 <日本語の基礎> (일본어의 기초)를 마치고 나니 2~3년 공부한 선배들과 어깨를 견주게 되었다. 이 경험을 '미치면 (狂) 미친다(到)'라는 제목으로 사보에 게재한 적이 있다. 5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 70대 중반에 이른 지금 나는 파크 골프에 빠져 있다. 그리고 오늘 파크골프장에 가서 흔치 않 은 파4 홀 홀인원(알바트로스)을 했다.

파크골프 등록에 실패해 4수째인 아내 앞에서는 차마 자랑을 못하고 SNS에 동영상을 올렸다. "나 홀인원 했어요. 그것도 알바트로스 홀인원!" 대나무숲에서 소리치는 어떤 사람처럼 말이다. 올가을에는 아내도 꼭 당첨이 되어 아내와 함께 파크 골프로 건강한 노후를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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