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부벌레 - 勉强の蟲]
국내에서도 상영된 적이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일본어 원제는 '카제노 타니노 나우시카(かぜの たにの ナウシカ, 風の 谷の ナウシカ)'다. 이 애니메이션에 환경 파괴로 인한 돌연변이로 거대해진 벌레들이 나오는데, 정말 이름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크고 힘이 센 벌레의 이름은 '오우무(おうむ)'였는데, 영어의 '벌레'인 '웜(worm)'과 발음이 비슷해서 영어에서 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은 한자였다. '오우무(おうむ)'는 한자로 '王蟲'라고 쓴다. 즉 '왕벌레'라는 뜻이다.
오늘은 '벌레'에 대해 알아보자. '벌레 충(?)'자는 일본 만화의 신이라 불리는 '테즈카 오사무(てずか おさむ, 手塚 治蟲)'나 앞에서 나온 '오우무(おうむ, 王蟲)'처럼 이름에 들어가면 '무(む)'라고 읽지만, '벌레'라는 일반적인 뜻으로 사용될 때는 '무시(むし)'라고 읽는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 '무시(むし,蟲)'라는 말을 무척 많이 사용한다.
'공부벌레'는 '벤쿄오노 무시(べんきょうの むし, 勉强の蟲)' '책벌레'는 '혼노무시(ほんのむし,本の蟲)'라고 하는 것은 우리말의 발상과 같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외에도 '울보'는 '우는 벌레'라는 뜻의 '나키무시(なきむし, 泣き蟲)'라고 하고 '겁장이'는 '약한 벌레'라는 뜻인 '요와무시(よわむし, 弱蟲)'라고 한다.
우리말과는 매우 다른 용법도 있다. '무시가이이(むしがいい,蟲がいい)'라는 말이다. '이이(いい)'는 '좋다'는 뜻이므로 직역하면 '벌레가 좋다'라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염치가 좋다' '뻔뻔하다'는 말이다.
꿔간 돈을 갚기는 커녕 또 돈을 꿔달라는 사람을 보면 이렇게 말하면 된다.
'무시가이이데스네(むしがいいですね. 蟲?がいいですね. 염치도 좋네요.)' 혹은 '무시가이이히토데스네(むしがいいひとですね. 蟲がいいひとですね. 염치가 좋은 사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