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에게 말걸기 (1)
외국인만 보면 영어로 '지금 몇시예요?'라고 질문하고 다니던 사람들이 결국 영어를 잘하게 되었다. 일본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조금만 용기를 낸다면 일본어를 써먹을 수 있는 기회는 많다. 평소에도 우리나라에 여행오는 일본인은 많다. 올해는 월드컵이 열리는 해라 더욱 그럴 것이다. 거리에서 일본인을 만나면 말을 걸어보자.
그런데 어떻게 운을 떼면 좋을까. 일본어를 조금 배운 사람 중에 말을 걸어보겠다고 '아나타와 니혼진데스카(あなたは にほんじんですか. あなたは 日本人ですか. 당신은 일본인입니까?)'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용기는 가상하지만 이런 식으로 말하면 일본인이 도망치기 마련이다. 거꾸로 생각해보자. 한국 사람이 일본에 갔는데, 누가 다가와서 느닷없이 '당신은 한국인입니까?'라고 하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아마 시비건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말을 걸 때는 먼저 '아노,스미마셍(あの すみません. 저,미안합니다.)'이라고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상대가 긴장을 푼다. 상대방이 '하이(はい, 예)' 같은 대답을 하면 그때 이렇게 물어보자. '니혼노 카타데스카(にほんの かたですか. 日本の 方ですか. 일본분이세요?)'
'카타(かた,方)'는 '분'이라는 뜻이다. '한국분'은 '칸코쿠노 카타(かんこくの かた,韓國の方)'라고 한다. 자신을 소개할 때는 '와타시와 칸코쿠진데스(わたしは かんこくじんです. 私は 韓國人です. 저는 한국인입니다)'라고 하지만,상대방에 대해 질문할 때는 '카타(かた,方,분)'을 사용해, '니혼노 카타데스카(にほんの かたですか. 日本の 方ですか. 일본분이세요?)'라고 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표현이다.
◆ (2)
처음 보는 외국인에게 외국어로 말을 거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니다. 모처럼 용기를 내 말을 걸었는데 상대방이 싸늘한 반응을 보이는 일을 경험하게 되면 점점 더 말을 걸 용기를 잃게 된다. 거꾸로 상대방과 대화가 잘 되면 용기백배해 그 뒤로 말거는 일이 쉬워질 것이다. 그러니까 처음 몇 번은 상대를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보았자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상대방이 애타게 누군가 말을 걸어주기를 원하는 경우일 것이다. 의외로 이런 사람들은 찾기 쉽다. 손에 지도를 쥐고 지도와 거리를 번갈아 쳐다보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은 거의 100% 길을 못찾고 있는 사람들이다. 일본인인지 아닌지는 지도를 힐끗 보면 알 수 있다. 대개 일본어로 되어 있는 지도를 지니고 있으니까.
이런 사람을 만나면 어제 배운대로 '아노,스미마셍(あの,すみません. 저,미안합니다)' '니혼노 카타데스카(にほんの かたですか. 日本の 方ですか. 일본분이세요?)'로 말문을 연 뒤 이렇게 말하자.
'나니카 코맛타코토데모 아리마스카(なにか こまったことでも ありますか. 何か 困ったことでも ありますか. 뭔가 곤란한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너무 길어서 외우기 힘들면 가운데 한 부분만 확실히 말하면 된다. '코맛타코토데모(こまったことでも. 곤란한 일이라도)' 이 정도만 말해도 충분히 의사소통이 된다. 상대방은 '미치니 마욧테(みちに まよって. 道に 迷って. 길을 잃어서.)' 'OO니 이키타이데스가(OOに いきたいですが. OO에 가고 싶은데요)' 등등의 말을 할 것이다. 그럴 때 못 알아들어도 별 상관은 없다. 지도를 보면서 어디냐고 물어보면 된다.
'치즈오 미세테 쿠다사이(ちずを みせて ください. 地圖を 見せて 下さい. 지도를 보여주세요.)' 그리고 '도코데스카(どこですか. 어디에요?)' 상대방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면 일본어를 못 알아들어도 어디가고 싶은 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뒤의 대화는 각자의 일본어 실력에 달렸다.
실력이 딸리면 손짓 발짓으로라도 말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