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여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치마는 스코틀랜드와 인도 그리고 아랍과 동남아 남성들에게는 의식용이든 평상복이든 즐겨입는다. 스코틀랜드는 민속의상으로 인도나 아랍은 세찬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피지는 무더운 날씨 등 민족의 특성과 기후에 따라 남자들이 바지보다는 통풍이 잘 되는 치마를 자연스럽게 입는다.
고대와 중세시대 서양의 무사들은 예외없이 미니스커트를 입었으며, 17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무릎까지 내려오는 길이에 스타킹을 착용하고 오늘날 여성들 보다도 리본이 장식된 화려한 스커트를 남자들이 착용했다고 한다. 반면에 여성들은 오히려 단조로우며 발목을 드러나지 않은 롱 스커트를 입었다. 옛날 영국에서는 한 때 각국 대사가 신임장을 제정받을 때는 어느 나라이건 관계없이 긴 스커트를 입었으며, 오늘날도 간혹 외국의 귀빈을 맞을 때 영접의상으로 긴 스커트를 착용하는 나라가 있다.
세계 최초의 바지는 몽고 지역의 ‘노인 우라’에서 출토된 가죽바지이며, 이는 전쟁의 양상이 보전에서 기마전으로 전개되면서 말을 타기 위해 고안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교통수단으로 말을 이용하면서 입게 된 바지가 관행으로 굳어져 남성의 상징이 된 것이다. 그러나 바지도 처음부터 남성들만 입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 고구려 벽화에서 보듯이 예전엔 여성들도 교통수단으로 말을 탔기 때문에 오늘날 여성들 한복 속바지 같은 형태의 바지를 입었다. 이후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선비의 도포와 관리들의 철릭은 원피스로 치마와 유사하다. 그러나 한국, 몽고 등지에서는 일찍이 말을 타는 생활이 일상화 되었고 여성들은 치마를 입어도 치마 속에 바지를 입었다.
고대 사회에서는 바느질 기술의 부족으로 남녀 모두 치마와 유사한 긴 천을 둘렀다고는 하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았다. 궁중 여성들의 옷은 오히려 화려하기만 했다. 이것은 당시 의복의 재료나 직조기술이 부족하여 한 장의 천으로 몸을 감싸고 다니기는 하였으나 몸을 감싸기에는 기후가 오히려 맞지 않아 환경에 맞게 적용된 것이라 생각된다.
여성들이 치마를 입는 이유는 첫째 고대사회에는 천이 부족했기 때문에 천이 부족한 몸에 달라붙는 옷은 가난을 상징하였으므로 부유함을 나타내기 위하여 일부러 풍성한 엉덩이를 강조하는 치마를 입었던 것이며, 노동을 하는 하인들이나 노비들은 오히려 바지를 입었다. 중국의 남자들은 부를 상징하고 오랑캐와 구별하기 위해 옷감을 많이 들여 풍성하게 옷을 입었다.
여성들이 치마를 즐겨 입은 것은 매우 편리할 뿐 아니라 아름다움을 잘 나타내기 위한 옷이기 때문이다. 여성의 가슴에서 허리곡선의 아름다움을 잘 나타내기 위해서는 바지 보다는 치마가 훨씬 연출을 하기에 적합하고 생리 등으로 속곳을 고칠 일이 있을 때 치마 속에 속바지나 팬티를 입고 있으면 여성만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편리한 점이 있기도 하다..
처음에는 남녀구분없이 치마를 입었으나 바지는 말을 타기 위해 입기 시작했으므로 치마입기가 어떤 성차별의 의도나 여성들만의 전유물이라는 억지스런 이유가 있어서는 안 된다. 남자들이 치마를 입었다고 하여 손가락질을 받는다는 것은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이다. 우리 나라 조선시대나 불과 100여 년 전 서양에서 여자들이 바지를 입고 다녔다면 오늘날 남자들이 치마를 입고 다니면 이상한 눈으로 쳐다 보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그렇지만 지금 여성들은 당당히 바지를 입고 다녀도 어느 누가 손가락질과 시비거는 사람이 있는가?
남자들의 치마입기는 현재의 문제이지 시간과 패러다임이 바뀌면 여자들이 바지를 입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을 것이다. 어느 방송에선가 대학가엔 치마를 입고 다니는 남학생을 보도 한 적이 있는데 그 학생은 정신병자이거나 또라이 취급을 당했다.
남자가 치마를 입지않은 것은 오랜 관행으로 굳어진 사회적 관습도 작용하지만 무엇보다도 남성이 다리를 드러내면 다리털로 인해 미관 보기에 좋지 않다는 편견이다. 하지만 치마와 비슷한 길이의 반바지를 자유롭게 입어도 아무런 제재가 없는 반면 치마를 입으면 이상하게 보는 것 또한 잘못된 생각이다. 다리털은 레이저 수술로 영구제모를 하거나 스타킹을 신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카버할 수 있다.
또다른 이유는 치마가 폭이 좁아 보행이나 행동에 불편하다는 것인데 그렇다면여성들은 어떻게 생활할까? 의학상 생리학상 불편한 미니스커트나 타이트 스커트 외에 랩스커트, 큐롯, 주름이 많은 주름치마와 옆트임이 된 A라인 스커트 등은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남자들도 자유롭게 치마를 선택하여 입을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지금 외국에서는 남자들도 치마를 입는 나라가 점차 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아주 극소수 남성들이 치마를 입고 자유롭게 다니나 대다수 남성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 않다. 우리 나라에서도 치마예찬론자들이 단체를 조직해서 조직적인 운동을 펼쳐 나가고 있으나 여장남자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더 많다.
남자치마입기는 양성평등 차원에서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여자는 치마 바지 둘 다 입으면서 남자는 바지 밖에 못입는다는건 엄연히 성차별이며 성의 경계가 무너진 사회 문화적인 코드 분위기를 헤치는 요소이기도 하다.
성의 경계가 복식문화에서 사라지면 지금까지 사회적 분위기에 억압되어 내색하지 못했던 남성들이 자신의 아름다운 내적 가치와 개성을 살리고자 사회적 관습을 과감이 깨고 치마입기가 자유로워진다면 새로운 패션과 화장산업이 등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