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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운 자리 하나 나오던 밤을 지켜보는 아낙네 / 김성훈_2026 제20회 중봉 조헌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작성자김응혜|작성시간26.06.12|조회수6 목록 댓글 0

우수상

누운 자리 하나 나오던 밤을 지켜보는 아낙네

 

김성훈

 

 

마루 끝에 베틀이 놓여 있었다

북이 어둠 속을 오갔다

실 한 올이 끊어졌다

손톱에 침을 묻혀 매듭을 이었다

문풍지가 울고

씨실이 당겨졌다

무명 한 필이 나오려면

손등부터 닳았다

아궁이에는 검불이 탔고

솥뚜껑 안에는 김이 맺혔다

등잔 심지는 짧아졌다

북을 밀고

실을 고르고

발판을 밟았다

베 한 폭은 사람 몸집을 먼저 익혔다

어깨를 덮는 일

상처를 감는 일

돌아오지 못한 몸을 가리는 일까지

입 밖에 내지 못한 것들이

베틀 아래로 모였겠다

낮에 삼킨 말

밤새 삭지 못한 기침

허리뼈에 박힌 저녁

개가 짖고

산바람이 처마 밑을 쓸었다

먼 길 떠난 목숨은 칼끝에서 떨었겠지만

남은 목숨은 북끝에서 먼저 떨었다

한 줄 가고

한 줄 오고

무늬 없는 무명이 차올랐다

해진 소매를 대보면

닳은 자리끼리 먼저 맞아들었다

식은 이마를 덮으려고 펼친 베 끝에서

손 하나가 오래 머물렀다

접으면 사람의 폭이 되고

펴면 누운 자리 하나 나왔다

베틀 아래 모인 밤은

끝내 울음 한 장도 밖으로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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