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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가을 시화전 원고 - 경은호

작성자ingoul(경은호)|작성시간26.06.13|조회수19 목록 댓글 0

파사산성*

경 은 호

 

남쪽에 이름을 두고

강물은 북쪽으로 간다

나는 그 물길을

천 년째 굽어보고 있다

 

삼국의 화살이

허공에 검은 선을 그을 때에도

강물은 말없이 제 굽이를 돌았고

패자의 피가 성벽 틈에 스며들어도

나는 돌 하나 내려놓지 않았다

 

흐르는 것은

한순간도 머문 적 없고

머무는 것은

제 자리를 버린 적 없다

붙들지 않기에

강은 강이 되고

떠나지 않기에

산성은 산성이 된다

 

오늘도 나는

북으로 가는 강물의 등을

오래도록 바라본다

 

*파사산성 : 경기도 여주시 대신면에 있는 삼국시대 산성으로, 신라 제5대 파사왕 때 축조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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