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사산성*
경 은 호
남쪽에 이름을 두고
강물은 북쪽으로 간다
나는 그 물길을
천 년째 굽어보고 있다
삼국의 화살이
허공에 검은 선을 그을 때에도
강물은 말없이 제 굽이를 돌았고
패자의 피가 성벽 틈에 스며들어도
나는 돌 하나 내려놓지 않았다
흐르는 것은
한순간도 머문 적 없고
머무는 것은
제 자리를 버린 적 없다
붙들지 않기에
강은 강이 되고
떠나지 않기에
산성은 산성이 된다
오늘도 나는
북으로 가는 강물의 등을
오래도록 바라본다
*파사산성 : 경기도 여주시 대신면에 있는 삼국시대 산성으로, 신라 제5대 파사왕 때 축조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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