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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정지문 너머에 두고 온 봄날 그리고 동상( 東上)의 동무들

작성자달콤한향기.|작성시간26.06.06|조회수18 목록 댓글 0


자작글)
제목: 정지문 너머에 두고 온 봄날, 그리고 동상( 東 上)의 동무들

​계절의 푸르름이 짙어가는 유월의 어느 날, 참으로 오랜만에 발걸음이 고향의 향기로 향했다. 내 고향 완주 동상초등학교 제32회, 이름만 들어도 가슴 한구석이 몽글해지는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오늘 모임의 자리는 어린 시절 단발머리에 수줍어하던 여자 친구가 어엿하게 운영하고 있는 한 식당이었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수십 년의 세월을 건너뛴 익숙한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주름진 눈가와 희끗희끗해진 머리칼 속에서도, 영락없는 그 옛날 코흘리개 동무들의 눈빛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식사가 차려지고 술잔이 오가는 사이, 우리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아득한 시절의 사투리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얘, 너 '정지문' 기억나냐? 겨울이면 칼바람이 들이치던 그 부억 문 말여."
"기억나고말고. 어머니가 몰래 감춰둔 찐 고구마며 개떡이 그 '부억 벽장' 속에 다 들어있었는디..."

​입안에서 감도는 '정지'라는 시골 사투리는 단순한 단어가 아니었다. 그것은 가난하고 투박했지만, 아궁이 의 부지갱이 뒤적이는 그 불빛처럼 따스했던 우리들의 유년 그 자체였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렵고 고생스럽던 시절이었다. 배고픔이 일상이었고, 추위가 친구였던 그 시절, 우리는 참 많이도 헐벗고 굶주렸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그 고생담을 눈물이 아닌, 깊은 위로와 껄껄거리는 웃음으로 버무려내고 있었다. "자네, 참 잘 살아내느라 고생 많았네", "그래, 자네도 참 장하네" 서로에게 건네는 투박한 덕담 속에 지나온 모진 세월이 눈 녹듯 씻겨 내려갔다.

​점심을 마치고 나서는 길, 이번에는 초등학교 여자 후배가 운영한다는 아담한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향긋한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나누는 담소에는 식지 않는 웃음꽃이 가득 피어났다. 나이를 잊은 채 까르르 웃는 소리가 카페 안을 가득 채울 때, 우리는 잠시 7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렇다. 거울을 보면 우리 초등 동무들은 이제 모두 일흔을 넘겨 완연히 늙어가는 처지다. 거칠어진 손과 굽어진 등은 세월의 훈장이라지만, 흐르는 시간을 붙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비록 몸은 늙어갈지언정, 고향 친구들 앞에만 서면 우리의 정신연령은 여전히 책가방을 메고 동상초등학교 교문을 들어서던 그 10대 소년, 소녀로 돌아간다. 마음만은 여전히 청춘이고, 젊음이다.

​헤어지는 길, 서로의 손을 꼭 맞잡으며 마음속으로, 또 입 밖으로 간절한 소망을 외쳐보았다.

​"친구들아, 늘 건강하고 몸 관리 잘해서 다음에 건강한 모습으로 또 만나자. 아무리 돈이 많고 명예가 높아도, 이 나이엔 몸 건강한 게 최고의 행복이더구나."

​지나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이 적어지는 나이라지만, 내 고향 동상초등학교 32회 동무들이 있기에 나의 남은 여정은 결코 쓸쓸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 나눈 따뜻한 온기를 품고, 다시 올 그날을 기다려본다.

​우리 멋진 동무들, 모두 화이팅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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