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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뉴스

한국수어 공공사업은 농인 전문가 중심으로 다시 세워져야 한다

작성자영암손말지기|작성시간26.06.09|조회수15 목록 댓글 0

 

최근 JTBC 보도를 통해 수어 병렬 말뭉치 구축 사업의 운영 구조와 예산 집행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농인 아카데미는 이번 사안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며 깊은 충격과 분노를 표합니다.

수어 병렬 말뭉치 구축 사업은 농인의 언어권 보장과 한국수어의 연구·보존을 위한 국가 공공사업입니다. 그러므로 이 사업은 특정 개인, 단체, 업체의 이익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농사회가 지켜 온 한국수어를 미래 세대에 남기기 위한 공적 연구 사업으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번 문제를 단순한 회계 의혹이나 개인의 일탈로만 보지 않습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수어 공공연구가 어떤 전문성에 의해, 누구의 책임하에 운영되어 왔는가 하는 점입니다.

단순히 농인이라고 해서 한국수어 연구 사업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수어언어학과 수어통번역에 대한 전문성, 그리고 수화언어에 대한 깊은 통찰을 가진 농인 전문 인력이 연구·번역·감수·평가의 중심에 서야 합니다. 농인이라는 이름만으로, 또는 농인 단체라는 대표성만으로 한국수어 연구의 전문성과 공공성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더구나 한국어 문장을 한국수어로 번역하고 표현하는 핵심 작업은 농인 수연가와 농인 전문 인력이 담당하는데, 최종 감수·평가 및 전체적인 운영 권한은 청인이 갖는 청인 중심 사업 구조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한국어의 의미를 이해한다고 해서 한국수어의 자연성, 표현성, 문화적 적절성, 더 나은 수어 표현 가능성까지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농인은 수행하고, 청인은 판단하는 구조는 농인의 언어적 권한과 전문성을 주변화하며, 한국수어 공공사업의 본질을 훼손합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연구의 품질보다 관계와 권한이 더 크게 작동할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특정 업체와 일부 인력 사이의 의존관계나 비공식적 영향력이 형성될 가능성도 커집니다. 한국수어 연구는 누군가의 돈벌이나 영향력 확보 수단이 아니라, 수화언어의 보전을 위한 신중한 공공적 실천이어야 합니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국립국어원과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이번 사안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반복적으로 제기된 문제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검증과 점검 체계를 보여주지 못했다면, 이는 단순한 행정 미흡이 아니라 농인의 언어권과 한국수어 공공성에 대한 책임 방기입니다.

이에 농인 아카데미는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1. 국립국어원과 문화체육관광부는 수어 병렬 말뭉치 구축 사업의 선정, 운영, 평가, 예산 집행 과정을 철저히 조사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라.

2. 중앙회 등 관련 단체와 사업 수행기관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책임 있게 설명하고, 필요한 자료 공개와 조사에 성실히 임하라.

3. 국립국어원은 농인을 수행 인력으로만 두고, 청인 중심으로 감수·평가 권한이 집중되는 구조를 전면 재검토하라.

4. 한국수어 번역·감수·평가 체계에서 한국수어언어학과 수어통번역 전문성을 가진 농인 전문 인력이 핵심 결정 권한을 갖도록 구조를 개선하고 제도화하라.

5. 국가는 외부의 정치적·이권적 간섭 없이 농인 전문가가 연구·번역·감수·평가에 전념할 수 있는 독립적이고 책임 있는 한국수어 공공연구 체계를 마련하라.

이번 사안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닙니다. 한국수어 공공연구가 어떤 언어적 전문성에 의해 운영되어야 하는지를 다시 묻는 중대한 경고입니다.

한국수어의 공공성은 전문성을 가진 농인이 연구·번역·감수·평가의 중심에 설 때 비로소 지켜질 수 있습니다. 농인 아카데미는 한국수어의 가치와 농인의 언어권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끝까지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2026년 5월 28일

농인 아카데미(Deaf K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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