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10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한국 여성 시단의 최고 원로 김남조 시인이 별세했습니다. 1927년 경북 대구 출신인 고인은 서울대 국어교육과 재학 중 등단해, 1천편 넘는 시를 통해 인간과 삶, 생명에 대한 사랑을 노래했습니다. '목숨' '사랑초서' '귀중한 오늘' 등의 시집을 출간했고, 지난 2020년, 19번째이자 마지막 시집 '사람아, 사람아'를 펴냈습니다. 고인의 작품은 문학계를 넘어 일상 곳곳을 파고들었습니다.
시 '편지'의 첫 구절,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는 2019학년도 수능 수험생 필적 확인 문구로 등장했었고, "나를 / 가르치는 건 / 언제나 시간" 이라는 시구로 유명한 '겨울바다'를 비롯해 '설일' '정념의 기' 등은 교과서에 실렸습니다.
가수 송창식의 노래 '그대 있음에'도 고인의 시에 곡을 붙였습니다.
생전에 교단에서 신달자 시인 등 수많은 문인 제자를 배출했고, 한국시인협회장, 한국가톨릭문인회장을 역임했습니다.
이같은 업적을 인정받아 1993년 국민훈장 모란장, 1998년 은관문화훈장 등을 받았습니다.
결국 사랑이다. 등단 나이 고희(古稀)를 넘긴 김남조 시인이 펴낸 19번째 시집 ‘사람아, 사람아’(문학수첩·사진)에는 사랑이 오롯이 배어 있다. 93세에 펴낸 그의 마지막 시집이다.
책에 담긴 52편의 시는 그의 삶에서 돌아본 사랑의 행복을 노래한다.
‘사랑 안 되고/사랑의 고백 더욱 안 된다면서/긴 세월 살고 나서/사랑 된다 사랑의 고백 무한정 된다는/이즈음에 이르렀다/사막의 밤의 행군처럼/길게 줄지어 걸어가는 사람들/그 이슬 같은 희망이/내 가슴 에이는구나//사랑 된다/많이 사랑하고 자주 고백하는 일/된다 다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