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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큐의 히메유리 33 제III부 제5장 흑설탕과 군용작업화

작성자河光範|작성시간26.06.07|조회수11 목록 댓글 0

류큐의 히메유리(1987, 요나조 노부코), 33.
● 제III부 제5장 흑설탕과 군용작업화

하에바루를 떠나는 날이 왔다. 병원에서의 명령으로 짐을 가볍게 하라는 것이었다. "갈아 입을 옷만 챙기라" 는 명령을 받았다. 남은 짐은 나중에 가지러 오면 된다. 없어지는 일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두세 달이면 가지러 올 수 있으니까.” 나는 무엇을 가져가고 무엇을 남겨둘지 결정하지 못했다.

내 짐은 바지 두 개, 블라우스 두 개, 몇 쌍의 속옷, 빨간색과 노란색 무늬의 기모노, 등교용 교복, 거즈 한 꾸러미와 침대 시트 한 장이었다. 그 밖에 가족 사진, 아직 한 페이지도 읽지 않은 '만엽집'을 한 권 가지고 있었다. 배낭에 짐을 넣으며 병원의 명령을 외면하고 있는 자신을 깨달았다.

시트를 하나 꺼내서 짐을 가볍게 해야 할까? 시트는 두껍고 무거웠다. 그러나 그것은 순수무명이었고, 전쟁 전에 본토에서 수입한 것으로, 접힌 곳에서 쉽게 찢어지는 요즘의 인견과는 달랐다. 한 장의 시트로 블라우스를 세 개나 네 개 만들 수 있고, 그 또 남은 천에서 속옷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시트를 두고 가고 싶지는 않았다.

분명 누군가가 훔칠 것이 틀림없고, 그렇지 않으면 습기가 많은 벙커 속에서 썩어버릴 것이다. 내가 시트를 꺼내거나 넣는 모습을 세츠코가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병원의 명령대로 속옷을 아주 조금만 배낭에 넣고 있었다. 참견은 하지 않았지만 내 동작을 재미있어하며 보고 있었다.

"욕심이 많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내 소중한 것들뿐이기 때문에 몸에서 떼어놓고 싶지 않아. 어느 것이나 일부러 집에서 가져왔으니까, 마카베(真壁)까지 가지고 가지 않을 수 없어. 멀지 않고, 나 힘이 많아. 어떻게든 운반할 수 있어."

모든 짐을 가져갈 결심을 하자 내 기분도 좋아져 세츠코에게 바지를 한 장 주었다. 그 호기로운 행위가 내 짐을 한 킬로그램 정도 가볍게 만들었다. 나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입는 것에는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족한 것은 신발이었다. 나는 구멍난 주크신발에서 튀어나온 발가락을 움직여 보잉셔 이런 것으로 마카베까지 걸어갈 수 있을까 하고 우려했다.

외과 22호 벙커에 새 군용작업화가 한 켤레 있었다. 그것은 머리를 다친 환자의 소지품이었다. 그 남자는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고, 성급하고, 이가 슬고있는 검은 수염이 안면 가득 나 있었다. 2킬로그램 정도 되는 흑설탕을 도둑맞지는 않을까 항상 경계하고 있었기 때문에 좀처럼 사람을 가까이 하지 않았다.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면 큰 소리로 지르거나 무서운 얼굴로 노려보는 것이었다. 이상하게도 예외로 세츠코(節子)에게만은 대하는 것이 달랐다. 요령 있게 그를 다루기도 했지만, 세츠코를 딱히 특별 대우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모르는 척하는 것도 아니었다.

하에바루에서의 마지막 밤, 그 남자는 어느 때보다 온화해져 있었다. 세츠코가 콩알 크기의 작은 흑설탕을 두 손가락으로 집고 쿡쿡 웃으며 벙커 안쪽에서 나왔다. 그녀는 작은 흑설탕을 입안에 넣고, 우지직 소리를 깨물며 먹었다.

"아, 맛있다. 배불러서 저녁 먹을 수 없을 것 같아. 너무 많이 먹었나 봐"라고 그녀는 웃었다. 요즘 저 사람 착해졌어. 내가 친절하다면서 답례로 설탕을 주는 거야. 그렇게 웃지 않는 사람이 나에게 웃는 얼굴마저 보이는 거야,"

나는 그의 배낭에 담긴 군용작업화를 떠올렸다. 그에 관한 세츠코의 분위기 전달이 나에게 희망을 가져다 주었다. 수염쟁이 남자는 착한 양의 남자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좋아,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나에게는 계략이 있었다. 계획이 성공할지 어떨지. 더 이상 우물쭈물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저녁 식사 후 나는 그에게로 향했다.

그는 등을 깔고 누워 흑설탕 덩어리 봉지를 벌거벗은 가슴 위에 꼭 껴안고 있었다. 부상당한 머리 밑에 베개가 비교적 큰 배낭이 있었고, 그 입이 반쯤 벌어져 작업화 끝이 들여다보였다. "안녕하세요, 건강은 어떻습니까?"라고 나는 멈칫멈칫 입을 열었다. 그의 날카로운 눈빛이 나를 향하며 흑설탕을 단단히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차가운 눈빛에 가시가 돋친 것 같았다.

'이 사람이 흑설탕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내가 시트를 소중히 여기는 것과 같은 것이다'라고 나는 생각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작업화이었고, 그가 아끼는 흑설탕이 목적이 아니었다. 내가 신고 있는 주크신발은 점점 구멍이 커지기만 했고, 그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을 시간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분명히 내 목적을 그에게 전달할 결심을 했다.

"다케모토(竹本) 씨, 당신은 좋은 작업화를 가지고 계시는군요. 하지만 안쓰럽게도 신어 볼 기회가 없군요.” 다케모토는 한쪽 팔꿈치를 세우고 일어나 아픈 머리를 억지로 돌려 자신의 배낭 속 지하 버선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내 얼굴을 의아하게 보았다. 내가 흑설탕을 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듯 날카로운 눈이 부드러웠다.

"신어봐도 돼"라고 다케모토(竹本)가 말했다.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나는 재빨리 그 새것의 작업화를 배낭 속에서 꺼내 낡은 주크를 벗고 신어 보았다.

작업화는 너무 컸다. 발가락끝과 신발 끝 사이는 3센티미터 정도 남았지만, 새로운 신발은 발에 편안했다. "딱 좋군요. 조금 걸어다녀 봐도 될까요”라고 물었다. "좋고 말고" 그는 자신이 속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보인가.

아니면 사실은 머리가 좋고 눈치가 빠른 인간이지만, 일부러 모른 척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발밑의 낡은 주크를 발로 옆으로 밀치면서, 「다케모토씨, 곧 돌아올 께요」라고 말했다. 나는 서둘러 벙커를 걸어 나갔다. 물론 다시는 그 벙커에는 돌아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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