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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나태주 명시여행(101)폴 엘뤼아르-청명한 대기

작성자사무국|작성시간12.01.18|조회수238 목록 댓글 0

나태주 명시여행(101)폴 엘뤼아르-청명한 대기

폴 엘뤼아르/ 청명한 대기

 

나는 내 앞을 보았네

사람들 속에서 나 너를 보았고

밀 밭 길에서 나 너를 보았고

나무 아래서 나 너를 보았네

 

내 모든 방황의 마지막에서

내 모든 고통의 밑바닥에서

물 속에서 불 속에서

떠오르다 잠잠해지는 내 모든 웃음 속에서

 

여름과 겨울에 나 너를 보았고

내 집에서 나 너를 보았고

내 품안에서 나 너를 보았고

내 꿈 속에서 나 너를 보았네

 

나 이제는 네 곁을 떠나지 않겠네

 

요즘은 참 맑은 날을 대하기 힘든 세상이다. 하늘도 맑고 산도 맑고 강물도 맑은 날. 세계의 끝자락까지 보일 것 같고 그래서 마음이 거기까지 뛰어가 서성일 것 같고 누군지 내가 모를 정말로 그립고 아리따운 사람이 보일 것 같은 날. 그 사람의 마음이라도 알른알른 들여다보일 것 같은 날.

그런 맑은 날에 대해서 시인은 쓰고 있다.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의 과정을 매우 극명(克明)하게 보여주고 있다. 처음엔 모든 객관의 외부 환경 속에서 보았고, 그 다음엔 주관의 심정 속에서 그대를 만나고 있다. 드디어 시인은 자신의 일상 모든 단계 속에서 그대를 만나고 있다. 이제 그대와 나는 둘이 아니고 하나인 단계에 이르고 있다.

그리하여 시인은 고백한다. ‘나 이제는 네 곁을 떠나지 않겠네.’ 사람의 사랑이 여기까지 오기는 힘든 일이다. 어떻게 사랑이 이렇게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완전에 이를 수 있을까? 놀라운 일이다. 그래서 청명한 대기는 더욱 청명해지고 세상은 더욱 맑고 아름다워지는 걸까?

폴 엘뤼아르(Paul Eluard, 1895∼1952)는 프랑스 파리 근교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젊었을 때 폐병으로 학업을 중단, 스위스에서 요양생활을 한 일이 있으며 앙드레 브르통, 루이 아라공 등과 함께 다다이즘 운동에 가담, 초현실주의의 대표적 시인의 한 사람으로 활약했다.

시의 주제는 사랑과 자유, 그리고 평화. 맑고 투명하면서도 서민적인 언어로 시를 썼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적극적으로 저항운동에 참여, 1942년엔 공산당에 가입하기도 했지만 그의 시는 좌우익을 막론하고 프랑스인들한테 사랑받는 시가 되었다.

‘시인은 영감을 받는 자가 아니라 영감을 주는 자’라는 신념을 가졌던 그는 후대 시인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시인이 되었다. 「자유」란 시가 특히 유명하고 시집으로 『의무와 불안』,『시와 진실』,『독일군 주둔지』,『교훈』,『불사조』 등이 있으며 다음과 같은 짧은 시구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고 있다.

 

*아직은 그 머리를 내 손에 잡아본 일이 없다.

― 폴 엘뤼아르,「기다림」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 폴 엘뤼아르,「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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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재미수필문학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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