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여행
오늘 가을 여행에서 돌아왔다.
우리 둘만이 떠난 여행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
첫날엔 강원도 정선을 들렀었다.
마침 5일장이 서는 날이라서 시장 구경을 하며 감자떡도 사먹고,
수수부꾸미도 사먹고, 올챙이묵도 사먹었다.
정선아리랑 공연이 있었다.
"울어서 될 일이면 울어나 보지......."하면서 부르는 구슬픈 가락에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진다.
아리랑 가락에 가슴이 저며 오는 것을 보면 나도 나이가 들었나 보다.
시장 옆 식당에 들러서 국밥 한 그릇을 먹었다.
기대한 것만큼 맛있지도 않았고 아주머니의 친절함도 없었다.
강원도 아주머니의 억센 억양이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곧바로 차를 몰아 태백을 지나 삼척을 지났다.
해변 길을 따라 내려오니 울진에 도착했다.
울진에서 좀 더 내려오면 후포 항이 있다.
20년 전부터 내가 드나들던 곳이다.
재래시장에 들어서면 경상도 아지매들이
싱싱한 횟감을 들고 소리쳐 부르는 곳이다.
수족관에서 싱싱한 영덕대게 몇 마리를 골랐다.
아니, 이곳에서는 울진대게라고 해야 핀잔을 듣지 않는다.
하지만 둘 다 틀린 말이다.
요즘 이 곳에는 울진대게고, 영덕대게고 모두 없다.
국산대게는 모두 수출되고 러시아산 대게만 판친다.
그래도 맛이야 비슷하고, 값도 국산보다 훨씬 싸니 그러려니 하고 대게를 먹는다.
러시아 산이라고 해도 그리 만만한 가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모처럼의 여행에 이만한 즐거움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뜨끈하게 쪄 올린 대게를 상에 올려놓으니 참으로 푸짐하다.
아주머니가 가르쳐 주는 요령대로 다리 살을 빼먹는다.
어느 틈에 게 다리는 모조리 없어지고 몸통만 남았다.
아주머니는 게딱지를 주방으로 가져가고 몸통은 먹기 좋게 잘라준다.
주방으로 가져간 게딱지는 잠시 후 멋진 그릇으로 되돌아온다.
게 내장에 밥을 볶아서 게딱지에 담아 내오는 것이다.
멋진 식사를 마치고 백암 온천으로 차를 몰았다.
싼 모텔에서 잠을 잘까 했는데,
백암온천 물이 좋은 걸 예전에 아는 터라 호텔로 갔다.
마침 비수기에 손님이 별로 없어서 50% 할인된 가격에 방을 얻었다.
뜨거운 온천수에 피곤한 몸을 담그니 부러울 게 없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호텔에서 아침을 먹었다.
호텔음식이 비싸기만 하지 먹을 게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괜찮은 아침상이 차려졌다.
5000원 짜리 김치찌개에 반찬이 10가지는 나왔다.
맛있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봉화로 가기로 했다.
봉화에 흑돼지 구이를 잘하는 집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 그 계획은 변경되어 청송 주왕산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청송은 10년 전 내가 근무하던 곳이다.
청송 주왕산이 아름답지만 내가 그곳에 가려는 목적은
주왕산 아래 송어집이 있는데,
그곳에서 하는 송어 찜의 맛은 전국 제일이다.
다른 곳에서 하는 찜과는 달리 이 집은 송어와 양념,
그리고 콩나물을 따로 쪄온다.
그리고 즉석에서 이 세 가지를 함께 비벼먹는데,
그 맛은 옆으로 미니스커트 아가씨가 지나가도
눈길 줄 마음이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
청송으로 가는 길에 영양에 있는 조지훈 생가와 시비를 둘러보고 왔다.
조지훈 시인의 생가는 주실 마을 한 가운데에 있는데,
사랑채가 몇 개나 딸린 큰 기와집이다.
부모님이 대단한 재력가였던 모양이다.
아직은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썰렁하기 짝이 없고
집 앞에 안내판 하나만 서있을 뿐이었다.
마당의 잔디도 올 가을에 심은 것 같았다.
마침 오늘 "조지훈을 만나다"라는 문화행사를
시내에서 오후 3시부터 한다는데,
정작 그의 생가 터는 썰렁하기만 하다.
마을 입구의 작은 숲속에 그의 시비가 있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발견할 수가 없을 것이다.
조지훈 시인의 숨결을 느껴보려고 이곳을 찾았지만
쓸쓸함만 가슴에 담고 간다.
지난 해 전남 강진의 영랑 생가를 찾았을 때와는
기분이 사뭇 다르다.
청송교도소를 한 번 둘러보고
앞에 소개한 송어 찜을 먹은 후 충북 음성으로 갔다.
이곳에는 큰 바위 얼굴 조각공원이 있다.
원래 이곳은 정신병원이 있는 곳인데,
이 병원의 이사장이 사재를 들여 17만평의 부지에
대규모 조각 공원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 조각공원의 특징은 조각상들의 규모가 모두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큰 바위 얼굴이라 부르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 국내외를 통틀어 이름이 나있는 사람들의 두상은
이곳에 거의 다 있다.
문득, 언젠가 내 얼굴도 이곳에 세워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쓴 웃음으로 지워버렸다.
내가 언제 그런 것 생각하며 산적이 있었던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아도 이 세상 한 구석에서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돌보며 조용히 살고 싶은 것이 내 소망이다.
요즘 들어서는 더욱 그렇다.
어느덧 땅거미가 몰려온다.
하얀 대리석 석상들이 죽은 자의 모습처럼 검게 변해온다.
갑자기 병천 순대국밥이 생각난다.
토속적이면서 감칠맛 나는 순대국밥이 우리네 삶에 친근하다.
인심 좋은 아주머니가 건네주는 건더기 많은 국밥 한 그릇을
맛있게 바닥내고 집으로 향했다.
휴대폰 문자가 왔다.
딸아이가 보낸 문자다.
- 아빠, 올 때 붕어빵 사와! 알았지? ^^ -
오늘 가을 여행에서 돌아왔다.
우리 둘만이 떠난 여행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
첫날엔 강원도 정선을 들렀었다.
마침 5일장이 서는 날이라서 시장 구경을 하며 감자떡도 사먹고,
수수부꾸미도 사먹고, 올챙이묵도 사먹었다.
정선아리랑 공연이 있었다.
"울어서 될 일이면 울어나 보지......."하면서 부르는 구슬픈 가락에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진다.
아리랑 가락에 가슴이 저며 오는 것을 보면 나도 나이가 들었나 보다.
시장 옆 식당에 들러서 국밥 한 그릇을 먹었다.
기대한 것만큼 맛있지도 않았고 아주머니의 친절함도 없었다.
강원도 아주머니의 억센 억양이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곧바로 차를 몰아 태백을 지나 삼척을 지났다.
해변 길을 따라 내려오니 울진에 도착했다.
울진에서 좀 더 내려오면 후포 항이 있다.
20년 전부터 내가 드나들던 곳이다.
재래시장에 들어서면 경상도 아지매들이
싱싱한 횟감을 들고 소리쳐 부르는 곳이다.
수족관에서 싱싱한 영덕대게 몇 마리를 골랐다.
아니, 이곳에서는 울진대게라고 해야 핀잔을 듣지 않는다.
하지만 둘 다 틀린 말이다.
요즘 이 곳에는 울진대게고, 영덕대게고 모두 없다.
국산대게는 모두 수출되고 러시아산 대게만 판친다.
그래도 맛이야 비슷하고, 값도 국산보다 훨씬 싸니 그러려니 하고 대게를 먹는다.
러시아 산이라고 해도 그리 만만한 가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모처럼의 여행에 이만한 즐거움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뜨끈하게 쪄 올린 대게를 상에 올려놓으니 참으로 푸짐하다.
아주머니가 가르쳐 주는 요령대로 다리 살을 빼먹는다.
어느 틈에 게 다리는 모조리 없어지고 몸통만 남았다.
아주머니는 게딱지를 주방으로 가져가고 몸통은 먹기 좋게 잘라준다.
주방으로 가져간 게딱지는 잠시 후 멋진 그릇으로 되돌아온다.
게 내장에 밥을 볶아서 게딱지에 담아 내오는 것이다.
멋진 식사를 마치고 백암 온천으로 차를 몰았다.
싼 모텔에서 잠을 잘까 했는데,
백암온천 물이 좋은 걸 예전에 아는 터라 호텔로 갔다.
마침 비수기에 손님이 별로 없어서 50% 할인된 가격에 방을 얻었다.
뜨거운 온천수에 피곤한 몸을 담그니 부러울 게 없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호텔에서 아침을 먹었다.
호텔음식이 비싸기만 하지 먹을 게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괜찮은 아침상이 차려졌다.
5000원 짜리 김치찌개에 반찬이 10가지는 나왔다.
맛있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봉화로 가기로 했다.
봉화에 흑돼지 구이를 잘하는 집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 그 계획은 변경되어 청송 주왕산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청송은 10년 전 내가 근무하던 곳이다.
청송 주왕산이 아름답지만 내가 그곳에 가려는 목적은
주왕산 아래 송어집이 있는데,
그곳에서 하는 송어 찜의 맛은 전국 제일이다.
다른 곳에서 하는 찜과는 달리 이 집은 송어와 양념,
그리고 콩나물을 따로 쪄온다.
그리고 즉석에서 이 세 가지를 함께 비벼먹는데,
그 맛은 옆으로 미니스커트 아가씨가 지나가도
눈길 줄 마음이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
청송으로 가는 길에 영양에 있는 조지훈 생가와 시비를 둘러보고 왔다.
조지훈 시인의 생가는 주실 마을 한 가운데에 있는데,
사랑채가 몇 개나 딸린 큰 기와집이다.
부모님이 대단한 재력가였던 모양이다.
아직은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썰렁하기 짝이 없고
집 앞에 안내판 하나만 서있을 뿐이었다.
마당의 잔디도 올 가을에 심은 것 같았다.
마침 오늘 "조지훈을 만나다"라는 문화행사를
시내에서 오후 3시부터 한다는데,
정작 그의 생가 터는 썰렁하기만 하다.
마을 입구의 작은 숲속에 그의 시비가 있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발견할 수가 없을 것이다.
조지훈 시인의 숨결을 느껴보려고 이곳을 찾았지만
쓸쓸함만 가슴에 담고 간다.
지난 해 전남 강진의 영랑 생가를 찾았을 때와는
기분이 사뭇 다르다.
청송교도소를 한 번 둘러보고
앞에 소개한 송어 찜을 먹은 후 충북 음성으로 갔다.
이곳에는 큰 바위 얼굴 조각공원이 있다.
원래 이곳은 정신병원이 있는 곳인데,
이 병원의 이사장이 사재를 들여 17만평의 부지에
대규모 조각 공원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 조각공원의 특징은 조각상들의 규모가 모두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큰 바위 얼굴이라 부르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 국내외를 통틀어 이름이 나있는 사람들의 두상은
이곳에 거의 다 있다.
문득, 언젠가 내 얼굴도 이곳에 세워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쓴 웃음으로 지워버렸다.
내가 언제 그런 것 생각하며 산적이 있었던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아도 이 세상 한 구석에서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돌보며 조용히 살고 싶은 것이 내 소망이다.
요즘 들어서는 더욱 그렇다.
어느덧 땅거미가 몰려온다.
하얀 대리석 석상들이 죽은 자의 모습처럼 검게 변해온다.
갑자기 병천 순대국밥이 생각난다.
토속적이면서 감칠맛 나는 순대국밥이 우리네 삶에 친근하다.
인심 좋은 아주머니가 건네주는 건더기 많은 국밥 한 그릇을
맛있게 바닥내고 집으로 향했다.
휴대폰 문자가 왔다.
딸아이가 보낸 문자다.
- 아빠, 올 때 붕어빵 사와! 알았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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