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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나 사이

작성자수인산|작성시간26.06.22|조회수53 목록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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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입음악(님이여 /정의송)

아내와  나 사이

 詩 人 / 李  生 珍 (1929~  )  
낭송 수인산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들어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
지난 2019년 봄 평사리
최참판 댁 행랑채 마당에서

박경리 문학관 주최로
제1회 "섬진강에 벚꽃 피면
전국詩낭송대회"가 열렸습니다.  

60여 명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던 낭송시가 바로 李生珍 詩人의
이 작품입니다. 

7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남성 낭송가의 떨리고 갈라지는
목소리에 실려 낭송된 

이 시는
청중들로 하여금 눈시울을
젖게 하였습니다.  

좋은 낭송은
시 속의  ‘나’ 와
낭송하는  ‘나’ 와
그것을 듣고있는 ‘나’ 를 온전한
하나로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내 몸의 주인인
기억이 하나둘 나를 빠져나가서
마침내 내가 누군지도 모르게
되는 나이. 

나는
창문을 열려고 갔다가
그새 거기 간 목적을 잊어버리고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무엇을 꺼내려고
냉장고에 갔다가
냉장고 문을 열어놓은 채

그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앞이 막막하고
울컥하지 않습니까

시인은
차분하게
이 참담한 상황을 정리합니다.  

우리의 삶이란 
“서로 모르는 사이가 /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 
다시 모르는 사이로 /
돌아가는 세월” 일 뿐이라고.  

그리고
자책하는 목소리에
담아 우리를 나무라지요.  

 "진리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그러므로
'아내와 나 사이’ 의 거리는
우리의 어리석음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바로미터인 셈이지요. 
 
* 김남호 / 문학평론가

정의송 - 님이여 (정의송 작사,정의송 작곡)
https://youtu.be/5-JXRwgD3Iw?si=1qb7s21lya7QAv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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