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억울한 음악가와 연주가

작성자간이역|작성시간26.06.19|조회수48 목록 댓글 0

우리나라 사람들은 메스컴에서 알려주는 것 외엔 스스로 찾아서 알려고 하지 않는다. TV와 인터넷에서 자주 접한 조성진과 임윤찬 같은 피아니스트들엔 열광하면서도 그 이전의 세계적인 우리나라 피아니스트들엔 거의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보다 유럽과 일본 홍콩에서 인기 있었던, 요즘 피아니스트들의 할머니뻘인 장혜원 피아니스트를 소개한다. 60년대 말부터 70년대에 테너 스테파노, 코렐리, 바이올린 주자 루지에로 리치가 한국을 찾아 이화여대 강당에서 연주회를 가졌다. 세계적인 그들이 한국에 오는 것은 우리나라에 확실한 피아노 반주자 장혜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연주하는 훔멜은 생전엔 모차르트 베토벤만큼 유명한 피아니스트 작곡가였으나 지금은 그들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너무나 억울한 음악가다. 그의 피아노협주곡 2번 1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를 들어보면 왜 그를 억울한 음악가라고 하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 배홍배

 

* 장혜원과 훔멜에 대한 자세한 것은 영상 아래에 올림

 

https://youtu.be/ZkA3gGRq_58?list=RDZkA3gGRq_58

장혜원

서울에서 출생, 이화여대 음대에서서 피아노과 교수로 활동했던 장혜원은 국내 음악계가 자랑하는 몇몇 대 피아니스트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이화여대에서 음악 석사과정을 마치고 독일 DAAD 장학생으로 프랑크푸르트 국립음대에서 레오폴더 교수에게 사사한 그녀의 연주 실력은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유럽 지역에서까지 인정을 받고 있다.

독일 유학시절에 있었던 독주회, 협주회, 방송출연 외에도 지금까지 그녀는 안팎으로 수많은 연주경력을 쌓아왔다.

대한민국 음악제, 세종문화회관 개관 기념 독주회, 독일 문화원 개관 기념 독주회, 부조니 음악제, 파리 음악제 등에 출연하는 한편, 프랑코 코렐리, 앙드레 나바라 등 세계적인 연주자들과의 협연에서 보여준 그녀의 활약은 실로 눈부신 것 이었다.

이런 그의 연주경력은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피아노 콩쿠르의 심사위원 위촉으로, 그리고 여러 레코드 회사들과의 레코딩 작업으로 이어졌는데, 그 중요한 결실의 하나가 바로 이 '훔멜 협주곡집' 이다.

장혜원의 레코딩 작업은 국내에서보다는 국외에서 더 활발한 편으로, 서독의 텔레푼켄, 일본의 카메라타, 그리고 홍콩 레코드사를 통해 녹음된 그녀의 음반을 다 들어볼 수는 없어도 그중 몇몇이 국내에서 출반되었다는 것은 같은 국적을 가졌다는 이유에서 뿐 아니라 그녀의 탁월한 음악성을 우리가 느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전에 국내 출반된 바 있는 스카를랏티 소나타집에 이어지는 이 음반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녹음된 것으로, 국내 연주자로서 공산국가에서 녹음한 최초의 예라는 기록적인 의의도 크다.

국내에 단 한 장의 레코드도 나온 바 없는 홈멜의 곡을 우아하고도 능숙한 기교로 풀어나가는 그녀의 연주가 깊은 감동과 기쁨을 자아내고 있다.

 

요한 네포무크 홈멜은 오늘날, 그다지 큰 평가를 받지 못한 채 소외되고 있는 억울한 음악가의 한 사람이다. 모차르트보다는 22년 베토벤보다는 8년 연하였던 훔멜은 음악사의 구석으로 몰아붙이기에는 사실상 그 존재가 너무 확실하고도 막중하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그의 당대에는 작곡가로서 보다는 유능한 피아니스트로서 더 큰 인정을 받았으나 그의 연주를 직접 대할 수 없는 오늘날에 와서는 당연히 그가 쓴 작품으로서 그를 알 수 밖에 없는데, 다양한 형식으로 쓰여진 그의 작품들엔 음악가로서 비범한 그의 역량이 충분히 감지되고 있다.

훔멜은 1778년 프레스부르그에서 태어났으나 음악가로서의 활동은 주로 빈과 바이마르에서 이루어졌다. 어린 모차르트가 그랬듯이 홈멜도 어려서부터 대단한 신동으로 통했는데 4세에 악보를 읽기 시작하여 5세에는 바이올린, 6세에는 피아노를 연주했다. 그 후 그 시대 최고의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의 제자로 2년을 보냈다는 사실은 그가 얻은 행운의 하나다.

훔멜은 여러 대가들로부터 배웠는데, 하이든에게서 오르간 연주법을, 알브레히츠베르거에게서 작곡의 기초를, 살리에리에서 성악 작곡과 미학이론을 배웠다. 그리고 훔멜은 모차르트의 충고에 의해 당시 현악기 연주가 및 지휘자였던 그의 아버지 하네스 훔멜과 함께 연주여행을 떠났고, 후에는 주로 빈과 바이마르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1804년부터 1811년까지 그는 하이든의 추천에 의해 에스테르하지 공의 궁정음악가로서 명실공히 하이든의 뒤를 잇는 음악가가 되었다.

홈멜은 작곡가이기 이전에 피아니스트였다. 에스테르하지 궁전에 있을 무렵 잠시 소홀했던 그의 연주활동은 1814년 이후 다시 재계되었고 귀족들과 부유층 사이에서 그의 인기는 절정에 달했다. 음악적 재능 못지않게 처세와 성공에도 뛰어났던 그는 1818년 바이마르의 궁정음악 지휘자가 되면서 부와 명성을 더욱 확고히 했는데, 당시 그가 얼마나 유명했는지 괴테를 보지 않거나 훔멜의 피아노 연주를 듣지 못한 바이마르 여행은 완전한 것이 아니다 라는 말이 떠돌 정도였다.

작곡가로서 홈멜을 생각할 때 단연 그의 피아노 음악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그는 교향곡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장르에 손을 댔는데, 오페라 성악곡, 교향적 미사곡, 종교 음악, 실내악곡, 협주곡, 독주곡 등에 걸쳐 곡을 썼다. 그가 교향곡만 유일하게 한 곡도 쓰지 않은 것은 그 분야에서 확고하게 버티고 섰던 베토벤과의 라이벌 의식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의 작품 가운데 피아노곡들이 유독 돋보이는 것은 당연히 피아노를 실제 연주했던 그의 역량이 작품 속에 녹아들어 곡의 수준을 더 높였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작품이 그렇듯이 홈멜의 작품은 곡을 연주하는 데 대단한 기교가 요구되는 것이 보통이다.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의 손으로 작곡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웬만큼 숙달된 연주가가 아니면 그의 곡은 난곡이 아닐 수 없다.

홈멜의 스타일은 기본적으로 고전주의 시대에 속한다. 단성음악을 골격으로 이탈리아풍의 멜로디로 장식하고 명인적인 기교로 화려하게 만든 그의 작곡 스타일은 가히 고전주의 후기의 가장 훌륭한 전형이라 할 만 하다. 그의 일부 작품에서는 표현이 좀더 풍부해지고 화성과 멜로디가 훨씬 더 다양하고 화려해져서 낭만주의 음악의 전조라 할 만한 특징들이 보인다.

그러나 이런 새로운 특징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고전주의적이다. 악절과 악절간의 명확한 이동이 여전히 가장 중시되었을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느린 화성의 리듬도 낭만주의라는 새로운 음악사조에서처럼 활달하게 변화하는 화성과는 동떨어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커다란 맥락으로 볼때 그의 곡풍은 낭만주의와 대립되는 것이었다.

훔멜의 곡은 부드러우면서도 대단히 아름답다. 거기에는 모차르트에게서 받은 영향도 적지 않지만 그 자신이 특별히 멜로디 작곡에 탁월했다는 사실이다. 대칭되는 선율과 긴 프레이즈에 짜 넣은 다양한 하모니는 베토벤을 제외하곤 당시 최고의 수준이었다.

그는 당대의 많은 작곡가들처럼 거대한 음악 구조를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의 다양한 기법이 이럴 경우 큰 효과를 보기도 했지만 곡의 길이에 비해 내용이 빈약해질 때도 없지 않았다. 사실 중심 주제를 제대로 발전시키는 능력이 그에겐 부족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결함을 멜로디 부분과 비르투오조 부분을 대칭시킴으로서 극복해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이 갖는 서정성과 화려함이 종종 로시니의 성악곡 반주부와 비슷한 선상에서 비유되곤 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홈멜은 말년에 들어 거의 작곡을 하지 않았지만 그의 사회 명사로서의 삶은 변함이 없었다. 음악사를 통해 볼때 그의 가치는 그의 생존 시 만큼은 아니더라도 지금보다는 높이 평가되어야 마땅하다. 그것은 그가 누린 명성 때문은 물론 아니다. 그보다는 클레멘티와 모차르트의 계승자로서, 슈베르트 리스트 쇼팽의 선구자로서 해낸 그의 역할 때문이다. 곡이 지니는 명확성, 대칭, 우아함 등은 그를 그 시대 작곡가의 가장 대표적인 표본으로 서슴없이 꼽게 한다.

피아노 협주곡 A단조 Op. 85는 1816년 빈에서 작곡되어 5년 후에 출판되었다. 오케스트레이션의 수법도 훌륭하고 멜로디의 쾌활함도 돋보이지만 더욱 특기할만한 것은 독주 부분이다. 베토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독주자의 명인가를 대단히 중시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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