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달력을 바라보며〉
-이기은
새 달력의 겉장을
뜯어내려다가
지난 달력을 뒤돌아본다.
지난 일월의 날들이
올해는 어떻게 다가올까.
이월은 또 어떤 일들로
삼월을 부르고 사월을 보낼까.
여름과 가을을 지나
말수가 줄어드는 겨울을 맞으며
이 달력을 접을 때쯤이면,
장마다 감사로 남을 시간들
누군가의 어깨를 가볍게 한 하루
말없이 상처를 보듬은 날들로
나 자신이 조금 더 익어가
늘어나는 흰머리가 상장처럼
빛나는 삶이기를.
간절한 마음 담아
잠시 멈춘 손길로
다음 장을 아직 뜯지 않는다.
📝 작가 노트
세월은 365개 명암의 뫼비우스 띠를 돌고 있다.
어떻게 보면 거기에도 다시 시작점은 있다.
그 자리에서 또 다시 선다.
'회한'보다는 '정돈'의 마음을,
타인을 향한 '이타적 사랑(자애)'을, 노화(老化)를 '익어감'으로 받아들이는 지혜를, 경건한 '기다림'과 '조심스러움'으로
지나온 시간의 수고를 안아주고,
다가올 시간을 사랑으로 채우겠다는
성숙한 영혼의 기도를 또 하지만
또, 또다시 쳇바퀴를 도는 듯
지나가지 않기를 바라며---.
새해 벽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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