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동
신연옥
그곳에는 한강 다리가 보였다
겨울이면 썰매 타다 물에 빠져 죽은
아이들을 물살이 어루만지고 있었다
한강까지 이어진 야트막한 언덕에는
당근밭이 펼쳐져 작은 주먹에서
주홍빛 당근이 잘리기도 하고
입안에 우물거리면 누군가 쫓아오는 소리에
가슴이 졸아지기도 하면
낮달은 째지게 웃기도 했다
겨울에 빠져 죽은 아이들이나
한강 다리를 넘어 걸어간 아이들은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한강이 보이는 무쇠막 아이들은 강가에
띄워놓은 배에서 기생을 대등한 놀잇배를
바라보며 떠나지 못하는 다리처럼 그곳에서
오래 살았다
옮겨주는 것은 다리의 운명
그것은 다리의 일이었다
한번 떠나간 사람들은
더욱더 멀리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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