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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스크랩] 사철가의 매력

작성자2244|작성시간09.04.01|조회수100 목록 댓글 2

 

  

올 해 1월 북한산에 올랐을 때 사모바위에서 잠시 쉬었다. 그때 노래가 들려 바라보니 60 전후의 세분이서 사철가를 합창하고 계신다. 나이 드신 분들이 산에 오르다 쉬면서 부르는 사철가는 연륜만큼이나 매력적이다.  

산행 이후 그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아 조상현 명창, 안숙선 명창, 서편제 장면 등을 내려 받아 틈틈이 들었다. 여러 사람의 노래를 듣다보니 그 맛과 깊이가 조금씩 다르게 다가온다. 조상현 명창은 남성다운 힘과 기개가 있다. 안숙선 명창은 시원스럽다. 영화 서편제에서는 눈 먼 송화를 이끌고 김명곤이 유랑하면서 사철가를 부르는데, 임권택 감독에 의해 가사와 화면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올린 김선이 명창은 걸쭉하니 맛스럽다.

 

 

사철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계절에 빗대어 청춘이 가고 백발이 된 신세를 한탄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단순한 신세한탄이 아니다. 마지막 구절에서 국곡투식(國穀偸食), 부모불효, 형제불화 저지르는 사람들을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버리고 착한 사람들은 남아서 ‘거드렁 거리며 놀아보자’는 부분은 해학적이지만 인생에 대한 소박한 교훈을 담고 있다.

일찍이 백거이는 “거울보고 늙음이 기뻐서(覽鏡喜老)”에 “사는 것이 소중한 일이라면 늙음은 곧 그만큼 오래 살았음일세(生若苟何戀 老卽生多時)”라며 “늙지 않았다면 요절하였을 것이고 요절하지 않았다면 노쇠함이 마땅한 법(不老卽須天 不天卽須衰)”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늙음은 기뻐할 일이지 탄식할 일이 아니니 술이나 한잔 더 기울이세(當喜不當歎 更傾酒一杯)”라고 노래하지 않았던가?


 

 

 

            단가 “사철가”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 만은 세상사 쓸쓸 허드라

            나도 어제 청춘 일러니 오날 백발 한심허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 헌들 쓸데 있나

            봄아 왔다가 갈려거든 가거라

            네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昇華時)라


            옛부터 일러 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 오면

            한로상풍(寒露霜風) 요란해도

            제 절개를 굽히지 않는 황국단풍(黃菊丹楓)도 어떠헌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오면

            낙목한천(落木寒天) 찬 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리어

            은세계가 되고 보며는 월백설백천지백(月白雪白天地白)허니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무정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이네 청춘도 아차 한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


            어화 세상 벗님네들 이내 한말 들어보오

            인생이 모두가 백년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 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도 못 살 인생

            아차 한번 죽어지면 북망산천의 흙이로구나


            사후에 만반진수(萬飯珍羞)는 불여생전(不如生前)에

            일배주(一杯酒)만도 못하느니라

            세월아 세월아 세월아 가지 말아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는다

            세월아 가지마라 가는 세월 어쩔거나

            늘어진 계수나무 끝끄트머리에다 대랑 매달아 놓고

            국곡투식(國穀偸食) 하는 놈과 부모불효 하는 놈과

            형제화목 못하는 놈 차례로 잡어다가

            저 세상 먼저 보내 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여 앉아서

            한잔 더 먹소 그만 먹게 하면서

            거드렁 거리고 놀아보세.


[註] 

   1. 단가(短歌) : 짧은 노래란 뜻으로 판소리를 부르기 전에 목을 풀기 위하여 부르는 간단한 노래. 보통빠르기로 3-5분 정도 걸린다.

   2.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 : 푸르게 우거진 나뭇잎과 향기롭고 꽃다운 풀이 꽃보다도 좋은 때, 즉 여름을 가리킨다.

   3. 한로삭풍(寒露朔風) : 차가운 이슬과 차가운 북풍

   4. 낙목한천(落木寒天) : 나뭇잎이 다 떨어진 추운 하늘

   5. 月白 雪白 天地白 달도 희고 눈도 희고 천지가 다 하얀데,

       山深 夜深 客愁深 산 깊은 곳 밤은 깊어 나그네 마음에 수심도 깊구나.

   6. 만반진수 불여생전 일배주(滿盤珍羞 不如生前 一杯酒) : 죽은 뒤 상에 가득한 좋은 음식이 죽기 전의 한 잔 술만 못함을 뜻한다.

   7. 끝끄트머리 : 맨 끄트머리

   8. 국곡투식(國穀偸食) : 나라의 곡식을 도둑질하여 먹음.

 

- 천 지 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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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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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소리대장 | 작성시간 09.04.08 사철가 이산 저산 꽃이피니 분멍고 봄이로구나 봄날에 행복 하세요
  • 작성자소리대장 | 작성시간 09.07.09 또 접 허여도 외이리 좋은거요 *****우리의 일 평생 이 그대로 입니다 (분명코 봄이로 구나 봄***마 **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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