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매일 책상에 낙서를 했다.
윤 선생님은 그때마다 아이를 혼냈다.
그런데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아이는 집에서 낡은 골판지 액자 수십 개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아이의 낙서가 하나도 빠짐없이 들어 있었다.
선생님은 결코 지우지 않았던 것이다."... Seonhwa
중고 옷 주머니의 분필 가루
윤 선생님은 항상 일찍 오셨다.
아침 7시. 아직 등교 종이 울리지 않은 시간.
선생님은 교문을 열고, 교실로 향했다.
그리고 칠판에 한 줄을 적으셨다.
"오늘도 너는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
"실패는 멈춤이 아니다."
"누군가 너를 믿는다."
그 한 줄이 아이들에게 무슨 의미일까.
아마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윤 선생님은 매일 적었다.
2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그 반에는 한 아이가 있었다.
책상에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
수업 시간에 조용히 연필을 꺼내고,
책상 모서리에 그림을 그렸다.
동그라미, 세모, 꽃, 집, 강아지.
"야, 또 낙서야?"
윤 선생님은 매번 그 아이를 불렀다.
"왜 책상에 그려! 지우개로 지워!"
아이는 벌떡 일어나 지웠다.
그리고 다음 날, 또 그렸다.
또 불렸다. 또 지웠다.
아이는 생각했다.
이 선생님은 나를 싫어하는구나.
아이는 몰랐다.
윤 선생님이 왜 그렇게 자주 아이를 불렀는지.
선생님은 아이의 그림을 볼 때마다 미소를 지었다고.
아이가 지우개로 지우고 나간 후,
선생님은 혼자 남아 그 그림을 휴대폰으로 찍었다고.
아이는 몰랐다.
선생님이 집에 가서, 낡은 골판지를 오리고,
풀을 바르고, 그 사진을 액자에 넣었다는 것을.
책상 낙서 하나하나를.
동그라미, 세모, 꽃, 집, 강아지.
모두.
윤 선생님은 신장이 좋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하지만 선생님은 병원에 가지 않았다.
돈이 없었다. 정교사가 아닌 시간강사.
월급은 겨우 생활비였다.
그래도 선생님은 매일 칠판에 글을 적었다.
그리고 매일 아이들의 낙서를 찍었다.
어느 날, 선생님은 쓰러졌다.
신부전. 너무 늦었다.
장례식장은 작았다.
제자들이 몇 명 왔다.
그중에 그 아이도 있었다.
이제 11살, 초등학교 5학년.
아이는 조용히 봉투 하나를 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한참 동안 서 있었다.
봉투 안에는 편지와 사진들이 있었다.
낡은 사진들. 하지만 하나같이 정성스럽게 코팅되어 있었다.
아이의 글씨였다.
"윤 선생님,
저 그때 선생님이 저를 싫어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엄마가 말해줬어요.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에 저희 집에 오셨다고.
그리고 이 액자들을 두고 가셨다고.
저는 그제야 알았어요.
선생님은 제 낙서를 하나도 안 지우셨다는 것을.
그냥 제가 혼날까 봐,
제가 지우는 척 해주셨다는 것을.
선생님, 저 이제 그림 그만 그려요.
대신 공부 열심히 할게요.
...
사실 거짓말이에요. 저 그림 계속 그릴 거예요.
선생님이 제 그림을 그렇게 예뻐해줬으니까.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의 제자가 행복했어요."
아이는 그 액자를 하나씩 꺼냈다.
골판지로 만든, 낡은 액자.
하나하나 뒤에는 선생님의 글씨가 있었다.
"2024년 3월 12일. 아이가 처음으로 꽃을 그렸다. 연필을 쥐는 손이 예뻤다."
"2024년 5월 8일. 강아지를 그렸다. 꼬리가 길다. 아이의 상상력이 대단하다."
"2024년 9월 1일. 오늘은 집을 그렸다. 굴뚝에서 연기가 난다. 아이는 가정을 그리워하는구나."
그리고 마지막 액자.
"2025년 11월 3일. 아이가 자전거를 그렸다. 바퀴가 두 개. 이제 혼자 갈 준비가 되었나 보다.
언젠간 이 아이는 훌륭한 예술가가 될 거야.
그리고 나는 그 아이의 첫 선생님으로서 가장 자랑스러운 사람이겠지."
아이는 그 액자를 품에 안고 울었다.
교실에서 한 번도 울지 않았던 아이가.
며칠 후, 아이는 학교에 갔다.
교실은 텅 비어 있었다. 칠판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아이는 분필을 들었다.
그리고 칠판에 한 줄을 적었다.
"윤 선생님, 저 오늘도 그림 그렸어요. 하늘에 있는 선생님 보고 있죠?"
아이는 웃었다.
그리고 책상 모서리에 조그만 별을 그렸다.
이번에는 안 지웠다.
아무도 혼내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는 들었다.
귓가에 선생님의 목소리가.
"야, 또 낙서야?"
아이는 중얼거렸다.
"네, 선생님. 또 낙서예요.
그런데 이번에는 안 지울 거예요."
"왜냐하면... 선생님이 제일 좋아하셨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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