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지 못한 문자"... Yoon Hee
그는 결혼식을 한 달 앞두고 사라졌다.
전화는 불통, 집은 비어 있었다.
나는 그를 증오했다. "나를 버렸구나. 겁쟁이."
5년 후. 그의 집 앞을 지나가다가, 낡은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경찰서에서 가져가라고 했지만, 나는 열어 보았다.
그 안에는 핸드폰이 하나 있었다. 녹슬고, 화면이 깨진 오래된 핸드폰.
나는 충전을 해 보았다. 핸드폰이 켜졌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보내지 못한 문자들. 수백 개.
"미안해. 내가 아파. 너에게 병을 숨겨서 미안해."
"오늘은 많이 아프다. 너 보고 싶어."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나 대신 좋은 사람 만나."
마지막 문자는 이렇게 끝나 있었다. "사랑해. 평생. 이제 간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었다.
그가 나를 버린 게 아니었다. 그는 나를 지키려고 떠난 거였다.
보내지 못한 문자
내가 가장 증오했던 그 사람이, 사실은 나를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서울의 한 아파트.
32살, 지현은 오늘도 그를 생각했다.
민우. 5년 전, 결혼식을 한 달 앞두고 사라진 남자.
지현은 민우를 증오했다.
왜냐하면, 아무 말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왜? 왜 나를 버렸어? 내가 뭘 잘못했어?"
그에게 전화해 보았다. 끊겼다.
집에 가 보았다. 텅 비어 있었다. 그의 부모님도 연락이 안 되었다.
지현은 혼자서 5년을 살았다.
다른 남자를 만나기도 했지만, 마음이 열리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아니면 증오하고 있는 걸까?"
그러던 어느 날.
지현은 우연히 그가 살던 동네를 지나가게 되었다.
낡은 빌라. 그가 살았던 집.
그런데 집 앞에 낡은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삿짐을 버린 것 같았다.
지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상자를 열어 보았다.
그 안에는, 녹슨 핸드폰 하나. 그리고 몇 장의 편지.
지현은 손이 떨렸다. 그 핸드폰은 민우의 것이었다.
화면은 깨져 있었지만, 배터리를 넣으면 켜질 것 같았다.
그녀는 핸드폰을 가져와서 충전했다.
화면이 켜졌다. 그리고 그녀는 보았다. 보내지 못한 문자들.
수백 개.
지현은 하나씩 읽기 시작했다. 가장 오래된 문자는 5년 전, 그가 사라지기 일주일 전이었다.
"미안해, 지현아. 내가 아파. 병원에 왔어. 의사 선생님이 말기래."
"지현아, 나는 너에게 말할 용기가 없어. 네가 울면 나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지현아, 나는 결혼식을 못 할 것 같아. 미안해. 나는 겁쟁이야."
"지현아, 오늘은 많이 아프다. 너 보고 싶어. 너는 뭐 하고 있을까?"
"지현아, 너는 나를 미워하겠지. 그래도 좋아. 네가 미워하는 게, 네가 슬퍼하는 것보다 나아."
"지현아, 나는 병원에 있어. 매일 항암 치료를 받아. 머리카락이 다 빠졌어. 너에게 보여 주고 싶지 않아."
"지현아,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나 대신 좋은 사람 만나. 나는 괜찮아."
"지현아, 오늘은 크리스마스야. 너는 크리스마스를 좋아했지. 나는 창밖을 보면서, 너를 생각했어."
"지현아, 새해 복 많이 받아. 나는 올해는... 아마도..."
"지현아, 나는 간다. 미안해. 내가 먼저 가서. 너는 건강하게 살아.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 나는 하늘에서 너를 지켜볼게."
"사랑해. 지현아. 평생. 이제 안녕."
마지막 문자는 3년 전이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날.
지현은 핸드폰을 놓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울었다. 소리를 내어.
"민우야... 나는... 너를 증오했어... 5년 동안... 너를 저주했어... 그런데 너는... 나를 위해서... 혼자서..."
그녀는 편지들도 읽었다. 편지에는 그의 아버지가 쓴 글이었다.
"지현 씨께. 우리 아들이...
당신에게 이 핸드폰을 전해 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못 전했어요.
당신이 미워할까 봐. 그런데 이제는 전합니다.
우리 아들은 당신을 정말 사랑했습니다.
죽을 때까지, 당신 이야기만 했어요.
'지현이가 잘 지내고 있을까? 지현이가 울고 있지는 않을까?'
아들은 웃으면서 갔어요. 당신을 생각하면서.
부디, 아들을 용서해 주세요.
아들은 당신을 버린 게 아니라, 지킨 거예요."
지현은 그날 밤, 민우의 핸드폰을 가슴에 품고 잤다.
그리고 다음 날, 민우의 묘소를 찾았다.
5년 만이었다. 묘소는 작았지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지현은 무릎을 꿇고 절했다.
"민우야, 왔어. 미안해. 너무 늦었지?
나는... 너를 미워했어.
그런데 너는... 나를 위해서... 혼자 아팠구나."
그녀는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통의 문자를 썼다.
이번에는 보낼 수 있었다.
"민우야, 나는 너를 용서해.
그리고 고마워. 너는 나를 지켜 줬어.
나는 이제 너의 그 마음을 갚을게. 남들을 위해서 살 거야.
너처럼. 사랑해, 민우야. 나도 평생."
문자가 전송되었다. 하지만 받는 사람은 없었다.
지현은 그곳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리고 말했다.
"민우야, 나는 이제 괜찮아. 너도 하늘에서 편히 쉬어.
나는 너의 빛을 간직하고 살게."
그 후로, 지현은 달라졌다.
더 이상 사람을 미워하지 않았다.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
그녀는 작은 카페를 열었다. 이름은 '민우의 편지'.
카페 벽에는, 그가 보내지 못한 문자들을 프린트해서 걸어 두었다.
손님들이 읽고 울었다.
어느 날, 한 손님이 물었다. "사장님, 이 문자들은 누가 쓴 건가요?"
지현이 대답했다.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쓴 거예요.
그는 나를 지키기 위해, 혼자 아팠어요.
나는 그를 용서하지 못한 채 5년을 살았어요.
이제는, 그를 용서하고, 또 그를 사랑하고 있어요."
손님이 눈물을 닦았다. "저도...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현이 미소 지었다. "당신에게도 분명 있어요. 아직 모를 뿐이에요."
지현은 지금도 민우의 핸드폰을 간직하고 있다.
배터리는 이미 나가서 더 이상 켜지지 않지만,
그녀는 그 핸드폰을 보물처럼 간직한다.
그녀는 말한다. "가장 슬픈 이별은, 말하지 못하는 이별이다.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사랑은,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사랑이다."
가장 깊은 사랑은, 자신을 감추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용기 있는 일은, 그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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