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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나무를 심었다

작성자사슴|작성시간21.04.16|조회수284 목록 댓글 0

어제 오후 고추 심을 이랑 만드느라 너무 지쳐서 지난밤에 자다가 오른팔이 아파 몇 번 깼고, 아침에 일곱 시 반이 되어서 겨우 일어났다.

요즘은 아침이면 날씨가 추워 습관처럼 온도부터 확인한다.

일곱 시 반 현재, 영하 1도였고.

밖으로 나가니 벌써 햇볕이 비치고 있었지만, 서리가 하얗게 내려있었다.

물이 얼었을 것으로 짐작되어 살펴보니 얼음 두께가 1cm는 되어 보였다.

해뜨기 직전 최저 기온은 아마 영하 1도에서 영하 2도 사이가 되었을 것이다.

 

작년 봄에 이어 올봄도 날씨가 수상하다.

지구온난화로 봄꽃은 일찍 피는데, 4월 중순에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 얼음이 언다.

 

올해는 사과(미니사과)와 배를 따 먹나 했더니, 꽃이 만발하는 중에 얼음이 얼고 된서리가 내렸으니 작년에 이어 올해 또 맛을 못 볼 것 같다.

과일나무 몇 그루 기르는 나야 그렇다 치고, 수천수만 평의 사과 농사를 짓는 전업농가들, 피해가 클 것 같다.

거창은 사과가 유명한 지역, 사과나무를 재배하는 농가는 걱정이 많겠다.

 

대부분의 농작물이 개화기에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면 냉해와 서리 피해를 본다.

이게 전국적인 현상이라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과수 농가의 소득이 크게 줄고, 또 소비자들은 비싸게 사 먹어야 할 것이다. 품질이 좋지 않은 과일을.

 

예년과 비교해 작년에는 대부분의 작물과 과일 수확량이 크게 줄었었다.

냉해와 서리 피해, 그리고 긴 장마와 잦은 태풍 탓이었다.

개화기 때 날씨가 춥고 서리가 내려 사과와 배 등 과일이 적게 달렸다.

우리 집에도 사과(미니사과)와 배를 수십 개, 호두를 몇백 개, 감을 열 접 정도, 밤을 한 말쯤 수확할 거라 여겼지만, 밤 한 가지를 제외하면 모두가 예상이 크게 빗나갔다.

사과와 배는 개화기 때 추위와 서리로 아예 열매가 달리지 않았고,

호두도 개화기 때 온도가 낮아 달랑 두세 개가 달렸는데,

그것마저 새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감은 예상량의 10분의 1밖에 거둘 수가 없었다.

그런데 밤 하나만은 예상대로 되었다.

작년에 전국적으로 보면 밤도 예년과 비교해 수확이 제법 떨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과일에 비해서는 밤 수확이 비교적 양호했던 것 같다.

우리 집에는 작년에 밤 수확 4년 차 되는 밤나무 두 그루에서 예상한 대로 밤을 한 말을 거두었다.

장마와 태풍 피해를 거의 보지 않았다.

우리 집 밤나무뿐만 아니라 이웃집 텃밭에 있는 밤나무도 들과 산의 밤나무들도 그랬다.

 

들깨는 대게 소농가들이 밭을 비워둘 수가 없어 흔히 심는 환금작물이다.

비교적 다른 작물에 비해 재배하기 쉽고, 일거리가 적다고 한다.

내가 4년 동안 들깨를 경작해보니 병충해가 적고 재배하기는 어렵지 않은데, 매년 로터리하고, 이랑 만들어 비닐 덥고, 모종 기르고, 이식하고, 이식 후 며칠 동안 물 뿌려주고, 잡초 제거하고, 익으면 베어 낱알 털고. 일거리가 만만찮음을 알았다.

또 작년처럼 장마가 길고 태풍이 잦으면 흉작이 된다.

작년에 200여 평에 들깨를 심어 25되 수확, 헛농사였다.

 

지난달과 이번 달에 들깨를 심던 터에 밤나무 25그루를 심었다. 들깨 농사에 두 손 들고 대신 밤나무를 재배하기로 한 것이다.

올해(내년에도)는 밤나무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심하며 들깨를 간작(間作)으로 하고, 내후년부터는 간작을 하지 않고 전적으로 밤나무만 재배하려고 한다.

 

밤나무의 이점, 또는 특징을 알아본다.

 

밤은 호두와 함께 나 같은 채식주의자에게 필수 식품인 중요한 견과류 중 하나이다.

 

밤나무는 나무가 크게 자라고 수명이 길다.

수고(樹高)가 15m, 지름이 1m, 100년 이상 산다고 한다.

 

거의 모든 과일나무는 잔가지가 많지 않고 잎이 적으며, 또 잎이 일찍 떨어지는 데 비해 밤나무는 잔가지가 많고 잎이 무성하며 늦게 떨어진다.

 

밤은 수확하기 쉽다.

자연적으로 떨어지는 것을 주워도 되고, 장대 같은 것으로 마구 두드려도 된다.

 

수확과 유통에 여유가 있다.

좀 일찍 따도 되고 좀 늦게 따도 된다.

팔기 위해 그렇게 급히 서둘지 않아도 된다(냉장 시설이 없어도).

 

밤나무는 인간의 생활환경을 좋게 만든다.

밤나무는 덩치가 크고, 잎이 무성해 탄소를 많이 저장할 수 있고, 산소를 많이 배출한다.

 

밤나무꽃은 벌에게 아주 좋은 밀원(蜜源)이다.

 

장차 자식을 위해서다.

자식이 한두 시간 떨어진 도시에 살아도 교통 좋은 평지의 밤나무 수십 그루는 충분히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축산을 하면서 오랫동안 마을 사람들에게 똥 냄새와 소음으로 피해를 많이 줬는데, 앞으로는 밤나무에서 나오는 좋은 향기와 산소, 풍취로 보상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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