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 왕건 <제 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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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 1 위홍의 집 마당 (밤)
지난회와 장면이 연결된다. 위홍이 뚤어져라 궁예를 보고 있다.
궁예는 담담히 미소짓고 있고 왕륭들과 견훤들은 무슨 영문인지를 몰라 어리둥절해 있다.
궁예 이 궁예를 알아보시겠느냐 물었습니다?
위홍 ............
모두들 .............
궁예 모르시겠습니까?
위홍 (한숨) 모를 리가 있겠느냐? (왕륭에게) 허허, 왕성주...우린 오늘 이만 실례를 해야겠소이다. 불청객도 손님이니 이해를 해주시구려.
왕륭 아, 예- 그럼 소인들은 이만.......
왕륭이 눈짓하여 수하들과 함께 객관으로 간다.
위홍은 다시 견훤에게 영을 내린다.
위홍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마라. 나를 찾아온 손님이 분명하니라. 영이 있을 때까지 물러가 있거라.
견훤 예.... 각간 나리!
위홍 따라 오너라.
그러자 궁예가 그 뒤를 따른다. 위홍 처도 함께 간다. 그들이 별실로 사라지는 동안, 견훤과 능환은 묘한 시선으로 종간을 본다.
종간 차라도 한 잔 주시우. 손님이라고 하질 않소? 허허허.
견훤 이리 오시오. (군사들에게) 허조야, 군사들을 물리거라.
추허조 예....(군사들에게)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라.
군사들이 이리저리 흩어진다. 견훤은 다시 한 번 별실쪽을 바라보고는 한쪽으로 가면 능환이 추허조에게 이른다.
능환 재미있는 일일세. 저 스님들이 무슨 연고로 왔을까.
추허조 그러게 말입니다. 형님.
그들 고개를 갸웃하며 견훤을 따라간다.
씬 2 왕륭의 객관 마당
왕륭들이 들어서다가 역시 별실쪽을 본다.
왕건 아버님.... 선종 스님이 웬일로 이 밤에 오셨을까요?
왕륭 그러게 말이다.
변씨 각간 위홍 어른과 잘 알고 있는 것 같지 않사옵니까?
왕륭 ........(끄떡인다.)
마씨 참으로 대담하기 그지 없사옵니다. 이 밤중에 와서 저런 소란을 부리다니요.
변씨 처음부터 우리와 함께 동행을 한 처지인데 행여 오해라도 받을까 염려되옵니다.
왕륭 뭐, 그럴 리야 있겠는가?
변씨 뭔가 내막이 있사옵니다. 어릴 때, 관군들에게 쫓긴 것으로 보아도 그렇지 않사옵니까?
왕륭 들어들 가세.
씬 3 별실 외경
위홍 (E) 참으로 뜻밖이로구나.
씬 4 동 방안
위홍 부부와 궁예가 마주해 있다. 위홍 처는 그저 떨고만 있다.
위홍 너를 얼마나 찾았는 줄 아느냐?
궁예 그리 하셨겠지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유모와 나를 죽이려고 무던히도 뒤를 쫓지 않았습니까?
위홍 처 ............
위홍 다 지난 일이니라.
궁예 지난 일이라구요?
위홍 지금은 세월이 달라. 나는 네가 살아있는 줄 알고 있었느니라. 참으로 많이 찾았지.
궁예 ....(미소)
위홍 처음엔 너를 죽이기 위해서였고 두 번째는 너를 찾아 왕위를 잇게 하려고 했던 것이야.
궁예 하하하하. 왕위라니요? 나를 왕위에 올리면 제일 먼저 죽을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시오?
위홍 그렇게 고깝게만 말하지 말거라. 지금까지 나의 행동은 모두가 우리 가문과 이 나라 왕실을 지키기 위함이었느니라.
궁예 가문과 왕실을 위한다는 것이 오늘날의 신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소이까?
위홍 이 나라가 어때서....? 내가 아니었으면 이 만큼이라도 버틸 줄 알았더냐? 우리 가문은 어렵게 왕위에 올랐고 그것을 지켜야
했다. 그 사이에 네가 태어난 것이야. 너의 비극은 다 잘못된 인연탓이다.
궁예 ............. (미소만)
위홍 처 그렇소, 조카님. 그건 사실이라오. 그 당시 조카님을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모두가 해를 입게 되어있었습니다.
궁예 좋습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까지해서 얻은 것이 무었이오이까?
위홍 이 나라를 지킨 것이라 하지 않더냐?
궁예 나라를 지켜요? 나라라....핫하하하하...거 대답 한 번 기가? 막히외다.나라라, 나라라.....?
궁예는 웃다가 정색을 하며 위홍을 본다.
궁예 이보시오, 김위홍 각간 나으리,
위홍 이놈- 나는 너의 숙부니라. ? ?? ?? ???
궁예 내겐 당신 같은 숙분 없소이다. 나라를 위하여 그리했다? 아니지, 그것은 당신의 야망 때문이었소. 당신은 이나라의 대왕보다도 더 큰 권력을 손에 쥐고 싶었던거요. 그것을 얻기 위해 왕후들과 결탁해서 나를 죽이려 했고 결국은 소원대로 그 권력을 얻었소.
위홍 .........
궁예 그러나 권력이란 타는 불과 같은 것, 현명한 자는 그 것으로 추위를 녹이고 먹을 것을 익혀주지만 어리석은 자는 그 불로 천하를 태우는 법이요.
위홍 절밥좀 먹더니 사설이 길구나. 네가 날 찾아온 연유나 들어보자꾸나.
궁예 그 잘난 각간 나으리의 얼굴이나 보려고 온것 뿐이요. 나라를 도탄에 빠트리고 백성들을 유리걸식하게 떠돌게하고 허구헌날 어린 조카를 품고 술독에 빠져서 노랫말이나 흥얼거리는 짐승같은 자의 모습이 어떠한가 보려고 말이요.
위홍 이놈, 그만 닥치지 못할까?
궁예 허허허. 아직도 할말이 많이 남았습니다?
위홍 ................?
씬 5 동 집 객관 어느 곳
정원에 탁자를 놓고 앉아서 견훤과 종간이 차를 마시고 있다. 그 옆에서 능환이 이들을 빤히 보고 있다.
종간 거 차맛이 아주 훌륭하외다.
견훤 참으로 묘한 일이요.
저 선종스님은 대체 각간나으리와 어떻게 아는 사이시요?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시었고?
종간 글세올습니다. 뭔가 일이 있으니까 만나고 있는 것이 아니겠소이까?.
견훤 (한참을 보다가) 선종이란 스님은 어떤 분이시요?
종간 이 세상을 구할분이시지요.
견훤.능환 ..........?
종간 절망과 신음속에 잠긴 백성들을 구하고자 오신 미륵이십니다.
견훤 ....(이해가 잘 안가고)
종간 그나저나 장군께선 왜 이런 썩은 무리들 속에서 아까운 세월을 허송하고 계시오?
견훤 허허, 큰 일 나실 말씀을.... 이나라 신료중 최고의 어른 이신 각간나으리 댁이요.
종간 사람은 각기 타고난 업과 운이 있습니다. 장군께선 결코 남의 밑에 계실분 같지가 않아보이십니다만..
견훤 어인 말씀을....관상을 보시는 모양이십니다?
종간 그저 어깨 넘어로 조금 배웠습지요. (능환에게) 이분도 보아하니 군졸로 운을 다 하실분 같지는 않으시고....
능환 ....................?
종간 이분은 당대의 호남아시구먼.. 훗날 한 이름깨나 날리시겠소이다. 허허..
추허조 그렇습니까. 고마운 말씀입니다.
종간 그나저나 아무래도 얘기가 길어지실모양입니다.
차나 한잔 더 주십시요.
씬 6 다시 동 별실
위홍과 궁예의 시선이 불꽂을 튀고 있다.
위홍 할 말이 더 남아 있느냐?
궁예 그렇소이다.
위홍 그럼 마저 해보아라.
궁예 이미 망령이 들어 정신까지 가물거리는 노인에게 긴말을 해 무엇 하리오마는 그래도 한마디 전해드리겠소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나처럼 머리를 깍고 산으로 가시오.
위홍 허허허...조카 하나 중노릇 하면 됐지 나까지 장삼을 입으란 말이냐?
궁예 그 길만이 살 길일 것이요.
위홍 고맙구나. 더는 없느냐?
궁예 내 어머님이 궁금하외다. 어찌 되시었소?...죽이셨소?
위홍처 아니오. 조카님, 어머님은 .....살아계시오.
궁예 ..........?
위홍 네 어머니는 죽주 어딘가 비구니 절에 있다 들었다.
그 이상의 소식은 우리도 모르느니...벌써 20년이 지난 일이니라...
위홍처 죽주에 가면 칠장사라고 있답니다. 얼마 전에도....내가 소식을 들었어요.
때마다 옷가지를 보내드렸는데....
궁예 허어, 그랬습니까?
위홍 그래도 어미 생각은 나는 모양이로구나. 나는 이미 네 모자에 관한 일은 잊었느니라.
허나.....궁예야. 지금 생각해 보면 어찌되었든 너는 이렇게 살아있고 또한 대왕폐하의 오라비임이 분명하다.
세월을 잘 만났다면 왕관을 쓰고 옥좌에 앉았을 수도 있었겠지.
궁예 ..............?
위홍 지금까지 이 방에서 네가 한 얘기들은 다 한 귀로 흘릴 것이니라. 나이를 먹어가니 실은 나도 힘이 들고 외롭다.
이 서라벌에 있겠다면 손을 써주마.
궁예 허허허, 눈물 나게 고마우신 말씀이시오.
허나 나는 이미 20년 전에 죽은 목숨이외다.
썩을대로 썩어서 악취가 풍기는 이 서라벌은 나와는 인연이 없소이다.
위홍 딱한놈...말귀를 못알아 듣는구나. 너는 황손이니라.
네 누이의 뒤를 이어서 천하를 다스릴 수도 있는 것이야.
궁예 .......?
위홍 남아 있는 손이 없느니라.
네 아버지 경문대왕께서 가신 이후로 네 이복형들인 헌강대왕과 정강대왕도 후사 없이 옥좌를 버렸느니라.
오죽하면 네 누이로 왕실을 이었겠느냐?
궁예 .....?
위홍 내겐 우리 가문과 왕실 밖엔 없느니라, 그것을 지키려고 너를 죽이려 했고 세인들의 욕을 얻어먹어가며 어린 임금인 조카를 취했느니라.
허나 이제 나도 지쳤다. 더 이상 나라를 지켜줄 왕손도 없느니....아무도 없어....
서라벌에 있거라.
궁예 (한참 보다가) 허허허.....모처럼 인정 있는 말을 들었습니다. 허나 나는 나의 길이 있습니다. 미륵의 세계 말입니다.
자, 저는 이만 일어납니다.
위홍 .....답답한 놈이로구나.
옥좌를 버리고 가는구나.
궁예 (일어나며) 산으로 가시오.
아직도 늦지는 않았습니다.
궁예는 그렇게 방을 빠져 나간다.
위홍은 눈을 감고 있고, 위홍처는 어쩔 줄을 모른다.
씬 7 동 방 밖
궁예가 걸어 나온다. 가다리고 있던 종간이 궁예를 맞는다. 저만큼 견훤이 서 있다가 다가 온다.
궁예 아까는 폐가 많았습니다.
견훤 어인 말씀을.... 용무는?마치셨소이까?
궁예 예.
견훤 이제 어디로 가실예정입니까?
궁예 어디론가 가야겠지요
견훤 또 뵐 수 있을런지요?
궁예 인연이 있으면 만나지 않겠습니까? (합장하며) 그럼..
견훤 잘 가시오.
종간 (합장하며) 또 뵙기를 바랍니다.
이들 그렇게 그 집을 벗어난다.
이때 대문을 들어서던 박대상이 저만큼 사라지는 궁예들을 본다.
고개를 갸웃등하며 왕륭의 객관 쪽으로 가면 그 한 쪽에서......
능환 도대체 무슨 얘기들을 나누었을까요?
견훤 글쎄.....
능환 생각할수록 묘한 사람들입니다요.
추허조 뭔가 비밀이 있는것 같습니다마는....
견훤 우리가 상관할 일이 아닌듯 하이...경계들이나 잘 서게
두사람 예,
견훤이 가버리면 두사람 서로를 본다.
추허조 형님, 도대체 우리 주군께선 다 허물어져 가는 이 서라벌에 언제까지 눌러계실 작정이시랍니까?
능환 글쎄, 뭔가 생각하고 계시지 않겠는가?
조금더 기다려 보세.
추허조 차라리 상주에 눌러 있는것이 나을뻔 했습니다요.
능환 못난 소리.... 거기 있어봤자 도적놈 밖에 더 돠었겠는가?
추허조 도적놈이라니요?
능환 (묘하게 웃으며) 아직도 모르는구먼, 지금 상주에선 농민들이 무리를 지어 일어났어. 조정이 그것 때문에 시끌시끌 하다구.
추허조 .........그런대요?
능환 그중엔 우리 주군의 어르신인 아자개님도 끼어있단 말씀이거든....
추허조 예?
능환 그 지역의 큰 호족이신데 벌떼 같은 세력들 속에서 어쩔것인가? 그 분도 살아남으시려면 당신의 군사들을 움직이실 밖에...
추허조 ............?
능환 조정에서는 모든 농민군들을 하나같이 반란군, 도적들로 보고 있단 말씀이야. 알아듣겠는가? 거기 있었다면 우리 나으리도 영락 없이 도적소리를 듣고 계실거구먼.
추허조 하긴 그렇습니다요. 형님
능환 우리가 나으리를 뫼시는 것도 언젠가는 한 세상을 이루실것이기에 그리 결의를 한 것이 아닌가? 그 때가 오는 것 같네.
추허조 하지만 우린 아직까지 이모양 이꼴 아닙니까요?
능환 쯧쯧쯔..... 그 머리로 무엇을 알랴, 두고 보거라, 때가 가까워 오고 있다. 때가 오고 있어.
한바탕 큰 세상이 분명 올게다.
추허조 .....?
씬 8 왕륭의 객관 앞
장수장과 수하들이 객관을 경계 하고 있다.
박대상 (E) 성주님, 조금 전에 두 스님게서 떠나시는것을 보았습니다요.
씬 9 동 거처 안
왕륭과 박댕상이 함께 해 있고 마씨와 변씨, 왕건이 함께 해 있다.
왕륭 허, 그들이 떠났는가?
박대상 예, 견훤이란 장수와 인사를 나누고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았사 옵니다.
변씨 주군,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마씨 분명 예삿일은 아닌것 같았습니다만....
왕륭 그런것 같기는 했네마는 우리가 깊은 내막가지 알 이유가 있겠는가. 그보다도 서라벌 일은 어떠한가?
박대상 가져오신 물목들은 벌서 대부분 처리가 다 되었습사옵니다. 물건을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 왕실과 귀족들이니까요.
왕륭 이 곳에 시전 상황은 어떠한가?
박대상 (고개 저으며) 끝이 안보이던 그 시장들이 이제 볼품이 없게 되었사옵니다.
왕륭 ...(그떡이면)
박대상 워낙에 귀족들이 착취를 하고 제 배들만 불리니 물목을 만드는 공장이들이 붙어나겠습니까요? 그들이 모두 노비들이거나 천인들인데 언제까지 저들을 위해 일하겠사옵니까?
다들 도망치고, 흩어지고..그렇습지요.
왕륭 알것 같네 그려. 아무쪼록 고생이 많았네.
박대상 고생은 입쇼. 그래도 가끔씩 이렇게 일을 시켜주셔서 목에 풀칠이나마 하는걸입쇼. 이곳 일은 염려 마십시요. 수일내로 모든걸 말끔히 정리해 놓겠사옵니다.
왕륭 고맙네.
완건 왕궁에는 언제 가옵니까?
왕륭 왕궁? 하하하... 네가 궁궐 구경을 하고 싶은 게로구나. 암, 아무리 바빠도 그 곳은 보고 가야지. 이 서라벌에 와서 궁궐을 못보고 가서야 되겠느냐? 그리하자꾸나. 이보게 박대상.
박댕상 예, 성주님
왕륭 우리 일로 여러가지 바쁘겠지만... 그건 그렇고.. 내 특별히 도선대사님을 뵙고 싶다고 하였는데...
박대상 그 일은 한 발 늦으셨사옵니다.
왕륭 으음?
박대상 그렇지 않아도 지난 번에 말씀하시길래 알아보았습니다만 백고좌 법회가 끝나자마자 바로 서라벌을 떠나셨다고 하옵니다.
왕륭 워라? 떠나셨어?
박대상 예.....
왕륭 이런...이런.... 이런 실수가 있는가? 오자마자 그 분부터 수소문해서 찾아뵈었야 했는데..이런 ....여기까지 와서 그 분을 뵙지 못하다니....
마씨 대사님도 바쁘셨고 주군께서도 그러하셨습니다.
왕륭 하지만...안타까우이, 바람처럼 구름처럼 떠도는 그 분을 지금 못뵈면 언제 어디서 또 뵐 수 있단 말인가? 허허.....
박대상 그렇지 않아도 대사께서 남기신 말슴이 계셨사옵니다 만은
왕륭 내게.........?
모두들 ....?
박대상 예, 지금은 인연이 아니어서 만나기 어려우니 빨리 서라벌을 떠나시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하옵니다.
변씨 아니, 우리 주군께서 이 곳에 오신것을 어떻게 아시고....?
마씨 그러게 말이옵니다.
왕륭 (생각하다가) 그렇구먼. 알고 계셨구먼, 알고 계셨어, 이 사람들아. 그 분께선 우리 건이가 태어날 것을 알려주신 신승이실세. 어찌 같은 서라벌에 잇는 우리를 모르셨겠는가? 알고 계셨구만, 알고 계셨어요. 허허허허허.....알고 계셧어.
모두들 ............?
왕륭 우리를 보고 빨리 떠나라고 하셨다. 그렇다면 서둘러야지. 내일 궁중에 일을 보고 이삼일 내에 일처리들을 끝내도록 하게. 그 분이 그리 말씀 하셨다면 그리해야지.
두사람 예,
그러자 왕건이 눈치를 보다가 말을 꺼낸다.
왕건 하지만 아버님...소자는..
왕륭 왜? 말해보거라.
왕건 이번에 궁궐도 보고 싶고 꼭 서라벌의 시전도 보고 싶사옵니다만...
왕륭 하긴 장사꾼 아들이 대 신라국의 서라벌에 와서 시장을 아니보고 갈 수는 없지. 이보게 변사부.
변씨 예, 주군
왕륭 우리는 내일 오후참에나 궁에 들어가니 자네 수하에 일러 아침에 시장에 좀 가도록 해 주게나.
변씨 예, 주군
왕륭 자, 피곤들 할탠데 그만들 가서 쉬게 밤이 너무 늦었어.
모두들 대답 하고 일어서면...뭔가 생각하는 왕륭의 모습과 또한 생각하는 왕건의 그 모습에서. 어린 연화의 모습이 스쳐 간다. 빙그레 웃는 왕건, 다시 그런 왕건을 보는 왕륭에서....디졸브....
씬 10 서라벌의 어느 시장
복잡하기 아를데 없다. 수많은 세공품들과 유리그릇과 모전(양탄자).
사기그릇, 놋그릇과 비단과 형형색색의 노리개들과.. 그리고 외국에서 온 상인들이며 선원들의 모습도 여기저기 보인다.
왕건은 장수장과 함께 이것 저것 흥미롭게 구경 하고 잇다.
왕건 (주변을 보며) 굉장 하구나.
장수장 예. 공자님,
왕건 우리 송악처럼 외국의 뱃사람들도 많구나.
장수장 예. 여기 서라벌의 시장은 송악보다는 크옵지요. 큰 무역항이 근처에에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곳의 많은 물목들 대부분이 바로 우리 송악의 상선들이 가져다 놓은 것들이옵니다.
왕건 오, 그런가?
왕건은 끄떡이며 노리개들을 고른다.
고운 반지며 귀거리 팔찌들이 수도없이 많다.
한참을 고르다가 목걸이를 찾아든다.
아주 귀엽고 예쁜 목걸이이다.
그것을 유심히 보고 또 보고 하는 왕건의 모습에서..
해설 시장, 우리나라 시장의 역사는 바로 신라시대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전한다.
그 기원을 살펴보면 소지왕 12년에 처음으로 서라벌에 시장의 구체적 계획을 세워 사방의 물화를 유통케 하엿다는 기록을 필두로 지증왕때에는 동시를, 그리고 효공왕때는 서시와 남시를 각각 증설하였으며 이와 함께 시전이란 관청을 두어 그 관리와 감독사무를 주관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니 통일신라 말기 무렵인 이때에는 그 번성함이 계속이어져 최고조에 이르지 않았을까 짐작 된다.
아랍의 문헌헌에는 이 때의 신라에 대한 기록을 이렇게 적고 있다. 그 나라는 산이 많고 금이 많이 나는데 그 곳에 간 우리 상인들이 좋은 환경에 매료되어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라고....
씬 11 서라벌 길
왕륭 일행들이 가득한 짐바리들과 함께 가고 있다. 왕륭은 관복차림이다. 송악에서 함께 온 일행들이 모두 따르고 있다.
왕건은 여전히 모든게 신기해 보인다. 길 한쪽으로 끝도 없는 궐 담을 지나 드디어 육중한 궐 대문쪽으로 향하고 있다.
왕륭 건아,
왕건 예, 아버님
왕륭 이 궁궐이 어떠하냐?
왕건 참으로 대단 하옵니다.
왕륭 이런 곳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지 않으냐?
왕건 (미소) 그리 해보고 싶사옵니다. 하지만....
왕륭 하지만 왜?
왕건 사람은 저마다 분수가 있다 했사옵니다.
왕륭 (보다가 웃음) 알면 됐다. 길을 아는자는 갖고 싶은 물건을 찾을 수가 있지. 하하하하하하..
변,마씨 ..............
왕륭 그래, 시장구경은 잘 하였고?
왕건 예
왕륭 거기서 무얼 삿느냐?
왕건 저어......연화아기씨와 어머님의 선물을 삿사옵니다.
보석 목걸이온데...
왕륭 그래? 핫하하하하...벌서부터 네가 여자의 마음을 읽을줄 아는 모양구나. 그래.....여인네들이란 선물을 좋아 한다. 특히나 보석은 더 더욱 좋아하지. 허허허허.....그렇다고 너무 빠지지는 말아라. 잘못하면 사내들의 평생을 한순간에 무너트리는 것이 또한 여자이니라. 아니 그런가?
두사부 ...(모두들 웃음)....
그들 그렇게 가면....
씬 12 그 길의 일각
저만큼 가고 있는 왕륭들을 궁예와 종간이 보고 있다. 또 다른 곳에서는 다른 귀족들이 연이어 궁궐 쪽으로 가는 것이 보인다.
종간 궁궐에 무슨 모임이 잇는 모양이옵니다. 앞에 가는 사람들은 송악의 왕성주 같사옵니다마는...
궁예 그런것 같구려.
종간 보나마나 여왕과 귀족들하고 술잔이나 나누면서 세월이나 탓하고 놀겠지요.
궁예 ............. 글세...
종간 가시지요. 죽주까지는 길이 머옵니다.
궁예 그럽시다..
종간 참, 서라벌을 나가기 전에 포목전에 좀 잠시 들려야 하겠사옵니다.
궁예 포목전은 왜요?
종간 이제는 이 먹장삼을 그만 벗을까 하옵니다.
궁예 ...........?
종간 앞으로 숫한 난관과 역경이 있을 것이옵니다. 그것을 헤쳐 나가기엔 이 장삼보다는 속인의 옷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궁예 ........하기사 그까짓 겉에 걸치는 옷 따위가 무슨 소용이겠소? 중요한 것은 마음이지 옷이 아닐 것이요. 편할대로 하시구료. 가십시다
종간 예.
이들 그렇게 걸음을 옮기고.....
씬 13 궁궐안
수없이 모여 있는 누각과 건물들 사이로 환관들과 궁녀들이 부산하게 오가고 있다.
그 한 쪽으로 화랑들과 문무 대신들이 지나쳐 가고 있다.
한결 같이 웃고 떠들며 가고 있다.
마주 지나쳐 가던 늙은 노대신이 인상을 찌프리며 혀를 차고 가고 있다. 그 대신이 가고 있는 그 어느 쪽 건물을 잡으면.....
씬 14 동건물(정전) 외경
진성 (E) 도대체 경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게요?
씬 15 동 정전 안
화려한 금관과 귀거리, 황의를 걸친 진성여왕이 짜증 섞인 모습으로 대신들을 보고 있다. 최치원이 부복하여 있다.
진성 하루 이틀도 아니요, 한 두번도 아니요, 대체 짐이 어떻게 하라는 것이요?
최치원 폐하, 아시고 계신바와 같이 이미 오래 전에 상주에서는 도적들이 일어나 관군을 밀어내고 성을 점령하여 그 세를불리고 있으며 북원(원주)에서는 양길이라는 도적이 다시 일어나 근변 일대가 모두 적도들의 손에 유린되어가고 있다 하옵니다.
진성 다 듣고 있송이다.
최치원 폐하, 뿐만 아니옵니다. 이번에는 죽주(안성)에서도 기훤이란 괴수가 성주를 죽이고 성을 차지하였다는 급보가 올라왔사옵니다.
진성 지금 화랑들과 여러 귀족들이 임해전 으로 들고 있어요. 모두 짐을 기다리고 있는데 왜 일 쓸모 없는 말로 시간을 허비하는거요? 그런 일들이 어제 오늘의 일이랍니까?
최치원 반역의 불길이 도처에서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사옵니다.
위홍 군사에 관한 일은 병부의 소관이 아니요? 어찌 그 일을 가지고 폐하의 심기를 불편케 하오?
최치원 이런 일은 일개 병부에서만 처리될 수가 없는 일이옵니다. 온 조정과 군신의 힘을 모아야 할 막중대사이옵니다.
진성 (찌프리고).........
최치원 폐하. 삼가 살펴주시오소서. 이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이옵니다. 성심을 다잡으시어 민심을 일으켜 잡으시고 국기를 바로 하시오소서.
그러나 여왕은 콧방구를 뀐다. 늙은 대신들은 그저 한숨만 쉰다.
위홍은 처음부터 관심이 없는듯 딴청이다.
최치원 통촉하시오소서 폐하.
진성 지난 역사의 기록을 보면 크고 작은 반역이란 늘 있어 온거예요. 모두 저절로 사라질거예요..
최치원 그렇지가 않사옵니다. 폐하. 패도정치를 버리시고 황도정치를 구현 하시오소서.
위홍 (그제서야) 무슨 무엄한 망발을 하고 있는게요?
패도 정치라니?
최치원 연이는 가뭄과 조세의 가혹한 징수로 유리걸식하던 백성들이 이 나라를 원망하며 반란의 괴수들에게 동화되고 있사옵니다. 기아로 죽어가는 백성들이 곳곳에 즐비한데 사흘 소연, 닷새 대연이 무슨 일이이시옵니까? 거두시오소서 폐하,
위홍 그만 하지 못할까? 당장 물러가라.
대신들 ................
최치원 통촉하시오소서 폐하,
진성 휴- 허구헌날 이 지겨운 소리들....
위홍 (일어나며) 병부시랑은 잘 들으라. 그대들이 자신들의 임무를 제대로 하였다면 왜 반란이 일어나며 왜 백성들이 굶는단 말이오? 그대들의 잘못을 왜 폐하께만 전가한단 말인가?
기껏 군주의 작은 연회자리나 탓하고 모든 잘못을 조정에 돌리다니..... 이런 무례가 있는가?
진성 그만 하세요. 가십시다. 각간, 시간이 너무 지체 되엇어요.
위홍 예, 폐하....(따라나서며) 병부시랑은 참으로 무례 하오. 돌아가 근신토록 해야 겠소.
이들 그곳을 빠져 나간다. 대신들이 허리를 숙인다.
최치원 폐하, 성심을 되찾으시오서. 폐하
여왕과 위홍이 그곳을 빠져 나갔다.
최치원이 눈물을 흘리며 게속 울부짖고 있다.
노대신들은 한숨을 짓는다.
최치원 어이할꼬, 이 나라를 어이 할꼬.....
씬 16 궁궐?길
진성과 위홍이 환관들과 궁녀들의 안내를 받으며 오고 있다. 영기와 그 수행원들, 그리고 위홍 쪽으로는 견훤이 수하들과 따르고 있다.
진성 어디로 가는 것인고? 이 쪽은 임해전 가는 길이 아닌데...
환관 예, 저어...
위홍 (웃으며) 오늘은 강무전으로 가옵니다. 그곳에서 화랑들과 지방에서 올라온 호족과 신료들이 폐하를 알현하기로 되어 있사옵니다.
진성 (미소) 화랑들도 왔습니까?
위홍 예, 오랫만에 젊은이들과 함께 국사를 논해보시라고 자리를 바꾸어 본것이옵니다.
진성 호호호. 젊은 사람들이 무슨 국사를 알겠습니까?
위홍 그래도 저들과 어울려 보시면 한결 기쁨이 크실 것이옵니다.
진성 (묘하게 보며) 요즈음 숙부께서는 전과 같지 않으십니다.
이상하게도 이 조카를 멀리 하시는것 같습니다.
위홍 허허허, 그럴리가요...
진성 제게는 오직 숙부뿐이십니다. 자꾸 멀리 가려고 하지 마시어요.
위홍 이를 말이옵니까. 허허허....?
이들 그렇게 가면...
씬 17 강무전
여왕과 위홍이 들어와 좌정한다.
그 옆에 영기가 경호를 맡아 수행 한다.
수많은 화랑들과 귀족들이 여왕을 맞으며 고개를 숙인다. 조용히 아악이 흐른다.
진성 참으로 날씨 한번 화창하구료. 오늘 이렇게 이 나라의 동량들인 화랑들과 황실을 위해 노심초사하는 여러 신료들을 보니 짐의 마음이 무척이나 든든 하구려.
모두들 황은이 망극하여이다.
진성 짐이 자주 이런 자리를 갖는 것은 군신간의 화합과 국가의 안녕을 수시로 확인코자 함이요. 이는 짐을 대신하여 국사를 맡고 있는이 나라 상대등의 지극한 권고이기도 하오,
위홍 어인 말씀을 ...모두가 폐하의 성덕이시옵니다.
진성 자아, 악공들은 무얼 하는고? 우선 가무로 흥을 돋구고 술로서 마음을 풀어야 진정한 자리가 되지 않겟는가? 어서 주악을 시작해 보거라.
그러자 아악이 흥겹게 살아오르기 시작한다. 궁녀들이 술과 음식을 살펴 상에 놓기 시작 하고 일단의 무희들이 춤을 추기 시작 한다. 그 신료들 속에 왕륭들도 저만큼 보여 온다.
왕건이 신기한듯 주변을 보고 있다. 여왕과 위홍이 잔을 부딛힌다,
진성 자, 모두 잔을 드시오. 그리고 즐겁게 드시오,
일동 망극하여이다 폐하,
위홍 (잔을 들고) 폐하 만세, 만만세
일동 (모두 합창 한다.) 만세, 만만세.
왕건 ...........?
술을 마시는 그들 , 아악 소리는 더욱 높아 진다.
씬 18 산야.
모진 초겨울 바람이 불고 잇다. 시야로 보이는 논 벌은 모두가 홍량하게 비어 있고 듬성듬성 눈발까지 내리고 있다. 그 사잇길을 경보와 도선이 걸어 온다. 저만큼 맨발에 누더기 조차 제대로 걸치지 못한 한떼의 사람들이 비틀거리며 지나쳐 간다. 그러한 걸인들의 행열은 일정한 사이를두고 쉬임없이 지나쳐 간다. 도선이 보고 혀를 찬다.
도선 유랑민들이로구나.
경보 저들이 어디로 가는것일까요?
도선 딱히 정한 곳이 있겠느냐? 그저 무작정 가는 것이겠지. 또 어딘가 마을 한 곳이 불에 탄 모양이다. 곳곳에 도적들이 횡횡하니...
경보 ..............
도선 이미 저들을 지켜줄 사람들이 이 나라엔 없느니라. 어디 여기 뿐이겠느냐. 피의 세월이 시작된 것이야.
경보 여기가 어디쯤이나 되는지 모르겠사옵니다.
도선 우리는 지금 대야성(합천) 근처를 지나고 있느니라. 옛닐엔 이 곳이 신라와 백제가 끊임없이 혈전을 치르던 곳이지. 그 싸움이 다시 이어질 것이나라.
경보 ..............
도선 암흑의 세월이 오고 있어..... 참담한 세월이 말이다. 어서 가자. 옥룡사까지 가려면 길이 멀다.
경보 대사님, 과연 이런 난세를 언제 누가 수습할것이옵니까?
도선 허허허, 글쎄다. 이미 영웅들이 일어섯으니 지켜볼 밖에....
경보 ...............?
씬 19 어느 저자거리
죽주(안성) 가는 길이다. 궁에와 종간이 오고 있다. 이미 종간은 승복을 벗었다.
궁예 허허허 그러고 보니 종간사형은 영낙없이 속인이 되었구료.
종간 그렇다고 마음까지 속된 것은 아니옵니다.
궁예 하하하, 뭐 그렇게가지 긴장할 것은 없소이다. 사실 백성들 속으로 들어가려면 먼저 백성의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종간 명심하고 있사옵니다. 어쨋든 서라벌을 빠져나오니 시원햐옵니다. 소인은 웬지 그 화려하고 번잡한 서라벌이 썩 내키지가 않았사옵니다.
궁예 허허허, 아마도 산에서만 살아서 그럴게요.
존간 죽주에서 일을 보시고 나면 어디로 가시려는지요?
궁예 우리를 기다리는 곳이 있을겝니다. 하늘을 나는 작은 새 한마리도 머무는 곳이 있는데 하물며 우리들이겠소이까?
종간 서라벌에 있을때 그 크고 웅장한 궁걸을 보면서 참으로 묘한 생각이 일어났었습니다.
궁예 무슨생각?
종간 저의 주군이 되신 스님께서 그대로 왕실에 계셨다면 어찌되엇을까...
궁예 핫하하하하...허망한 소리.... 그렇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이었겠소?
천년의 고목이 무너지는데 그걸 누가 감당하리오? 아둔한 임금이란 소리를 들으면서 역사에 묻히겠지.
종간 ...................
궁예 나는 오늘의 운명이 된 것을 하늘에 감사하오. 울타리 안에 갇힌자는 그 안 밖에 못보지만 나는 천하를 보았어요. 그 옛날 고구려는 저 북방의 발해를 지나 중원의 대륙을 호령했소이다.
종간 ....(미소)
궁예 신라에 의한 삼국 통일이 아니되었다면 고구려는 그 기상을 몰아 또 다시 중원의 대륙을 도모했을지 모를 일이고, 백제는 바다를 건너 일본국을 통일할 수도 있었을거요. 허나 지금은 이렇게 반도의 끝자락에 남아서 대륙의 눈치나 보는 신세가 되었어요. 진정한 삼한의 통일이 아니었단 말이외다.
종간 참으로 대웅의 말슴이옵니다. 주군께서 그 꿈을 다시 이루실 것이옵니다.
궁예 시급한 것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땅이요. 이 땅에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 겁니다. 새로운 낙원의 깃발을 세우는 거예요.
씬 20 궁궐
안압지를 둘러싼 숱한 누각들과 건물들을 부감으로 질탕한 아악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카메라가 판 하여 강무전 앞에 이르면 여전히 견훤과 그의 수하들이 지키고 서 있다.
씬 21 강무전 들
여전히 질탕한 놀이가 계속되고 있다.
잔들을 돌리며 주거니 받거니 한창 여흥이 고조되어 있다.
그 와중에서 환관 하나가 무언가를 들고 나와 여왕 앞에 선다.
여왕과 위홍이 미소를 짓는다.
이들은 이미 상당히 취한 표정들이다.
왕륭들은 그저 저만큼 말석에서 보고만 있다.
위홍 좋지, 좋아, 재미잇는 것을 가져 왔구나.
진성 호호호....이 놀이는 정말 시간 가는줄 모르더군요.. 자, 자...모두들 여기를 보시오
그러자 좌중이 잠시 조용해 진다.
진성 여흥을 더 돋구어 봅시다.
진성이 눈짓을 하자 환관이 주사위를 귀족들 사이에 가져다 놓는다.
위홍 페하께오서 그대들의 흥을 더해 주시려고 주사위를 내오셨소이다.
일동 (와- 웃고)....
진성 자, 어느분 부터 해보실까? 옳지, 거기 예부경 박공부터 해보시구려.
귀족 (에부) 허어..소신부터이오니까...
에부경이 주사위를 들고 몇번 몸짓을 하다가 탁자 위로 던진다.
모두들 고개를 집중해 본다, 환관이 다가가 주사위를 주워 본다,
그리고 주사위 면에 나타난 굴을 읽는다.
환관 삼잔 ㅡ일거요오.
그러자 모두 폭소를 터트린다.
위홍 공은 한꺼번에 석잔의 술을 드셔야겠구려. 마음껏 드시구려.
폭소와 함께 예부공은 난처해 하며 큰 잔으로 연거퍼 석잔의술을 어렵게 넘겨댄다. 그 모습에 모두 박장대소 한다.풍악이 울리면서 다시 진성이 권한다.
진성 자, 다음은 누가 하시려는고? 옳지, 이번엔 우리 대 신라국의 자랑인 화랑이 한 번 던져보면 어떨꼬. 거기..한 번 해보시게.
화랑 황공하옵니다. 폐하
지목된 화랑이 앞으로 나선다. 진성에게 예를 올리고는 긴장해서 주사위를 던진다. 디시 환관이 달려가 주사위를 읽는다.
환관 음진ㅡ 대소요오-
모두들 다시 웃는다.
진성 호호호. 그대는 술 한 잔을 들고 크게 웃어야 하겠구나.
해설 주사위 놀이, 신라인들이 어떻게 당시의 풍류를 즐겼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중 하나가 아닐 수 없다. 이 주사위놀이는 안압지에서 출토된 주사위를 근거로 하여 재현해 본 것인데 천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보아도 오늘의 놀이문화와 별반 크게 다를것이 없다.
진성과 위홍이 뭔가 귓속말을 속삭이며 웃고 있다가 함께 누군가를 본다.
왕륭과 시선이 마주친 것이다.
위홍은 곁에 있던 환관에게 뭔가 지시를 내린다.
환관 잠시 놀이를 멈추라는 영이시오.
위홍 (모두들 조용해지자) 이곳에는 먼데서 오신 여러 귀족분들이 계시오. 그중에서도 송악에서 온 왕공은 매년 끊임없이 폐하께 충성을 다 해온 충신중에 충신이요. 공은 앞으로 나오시오.
옹륭 황공하옵니다.
왕륭이 예물을 들고 조심스레 앞으로 나온다.
왕륭 폐하께 올리는 신의 예물이옵니다. 받아주시오소서
위홍 왕공은 늘 이렇게 왕실에 혼신을 다 한답니다. 적지 않은 물목을 이번에 또 왕실에 올려 왔사옵니다.
환관이 왕륭의 예물을 받아 진성에게 전한다. 진성이 그 것을 열어 본다. 훌륭한 봉황 금노리개 한 쌍이 보인다.
진성 (감탄하며) 오오, 훌륭한지고. 이 아름다운 금노리개를 어디서 구해왔소?
왕륭 섬라곡국(태국)에서 구해온 것이옵니다.
진성 섬라곡국?
위홍 어디 그뿐이겠사옵니까? 이 왕성주는 천하에 아니 가는 곳이 없사옵니다. 저 멀리 대식국(아라비아)하며 마팔국(인도), 교지국(베트남),은 물론이요, 가까이는 당나라와 일본국, 발해같은 나라들을 제 집처럼 들락거옵니다. 대단한 거상이지요.
진성 정말 듣고보니 그렇구료. 고맙소. 경을 기억하리다. (보석을 치우며) 자, 그럼 이번에는 경이 한 번 던져 보구료.
왕륭 아, 아니옵니다.
위홍 허허허, 왕공, 폐하의 영이시오.
왕륭 황공하옵니다.
왕륭이 겸손하게 주사위를 집어드는데
위홍 자, 이번에는 주사위의 결과에 따라서 누구 한 사람이 아니라 모두들 그에 따르도록 하십시다. 보나마나 다 즐거운 것일테니까....아니 그렇사옵니까 폐하?
진성 좋은 생각이십니다. 상대등의 말씀이 옳아요. 어서 던지시구료.
왕건이 그런 왕륭을 보고 있다.
왕륭이 패를 던진다.
환관이 달려가 패의 결과를 확인한다.
그리고 소리친다.
환관 금성-작무요오.
위홍 (폭소) 금성작무라, 이는 소리없이 룸을 추라는 것이오. 과연 왕공이시오. 좋은 퀘를 뽑았소이다. 자, 모두 일어나 춤을 춥시다. 어서요.
그러자 모두들 일어나 춤을 누기 시작 한다. 석양이 물들어 가고 있다. 소리도 없는 유령 같은 춤사위들이 온 뜰에 가득하다.
위홍 하하하하....폐하도 추시오소서 . 얼마나 즐겁사옵니까? 시름일랑 다 잊으시오소서. 어서요, 폐하
진성 좋습니다 상대등, 짐은 연회자리에만 오면 마음이 봄날입니다. 그래도 소리는 있어야겠지요? 악공들은 주악을 켜거라
드디어 악공들의 아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 한다. 춤을 추며 위홍을 보는 진성의 시선이 노골적이고 유혹 적이다. 온통 뜰은 춤으로 가득하다.
어린 왕건은 여전히 신기한듯 그렇게 보고 있다.
진성 이보오, 상대등....짐은 너무 취하는구료.
이홍 신도 그러하옵니다.
진성 노는 것도 힘이 듭니다. 호호호..
위홍 짐시후 지리를 물리겠사옵니다.
씬 22 동 강무전 밖
여전히 군사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영기와 경훤이 막 저물어 가고 있는 노을을 본다. 군사들과 환관들이 벌서 밤을 준비 하는듯 어둠을 밝힐 불들을 옮기고 있다.
저만큼 능환과 추허조며 애상들도 보고 있다.
능환 나으리, 연회가 길어지려는 모양이옵니다.
추허조 그렇겠습지요. 술이란 아무래도 해가 져야 제맛이 나는 법이거든요.밤을 샐지도 모르지요.
견훤 그렇지는 않을게야. 요즈음 각간 어르신께서 적지아니 피곤해 하시더구먼..
능환 주색에는 장사가 따로 없습지요.
견훤 ................
추허조 하온데 나으리,
견훤 ......?
추허조 소인은 궁금하옵니다. 언제까지..... 이 서라벌에 계시려 하시옵니까?
능환 허허, 저저저....그 얘긴 내가 알아듣게 말하지 않았는가? 다 나으리께서 생각하고 계신다고.....
추허조 소인은 그저 답답해서....
견훤 기다려 보거라. 곧 무슨 조치가 있을게야.
추허조 예, 이거 영 몸이 굼시러워서 말이옵니다.
견훤 머지않아 그 몸을 풀때가 올것이다. 사내란 참을 줄도 알아야지.
추허조 예. 나으리.
이들은 그렇게 애기를 멈춘다. 저만큼에서 여왕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곧 제 위치를 지킨다. 여왕과 위홍이 영기의 경계를 받으며 가까이 온다. 위홍이 견훤에게 취해 말을 건넨다.
위홍 견훤이로구나.
견훤 예.
위홍 추운데 술 한잔 하였느냐?
견훤 아니옵니다.
위홍 그래, 너는 언제나 충직한 나의 사람이다, 내 폐하께 말씀들였느니라. 머지 않아 좋은 일이 있을것이야.하하하하....
견훤 황공하옵니다
여왕 숙부께선 참으로 자상도 하십니다. 그래요. 그렇게 신임을 하신다면 벼슬 하나 내려야 겠습니다? 무슨 벼슬을 줄까요? 호호호호...(그렇게 지나쳐 가며) 변방에 장군으로 보낼까요? 사방에 도적들이 들끓는다는데.... 호호호...아이 취한다. 호호호.....
여왕과 뤼홍은 그렇게 왕의 침전쪽으로 사라진다.
추허조가 신이나서 입을 연다.
추허조 나으리, 들으셨사옵니까? 장군을 내리신다 하옵니다. 장군이요.
능환 허허, 허조야, 쯧쯧쯔.....나으리 아무래도 오늘도 여기 궁에서 밤을 새울것 같습지요? 두 분이 페하의 침전으로 가시지 않습니까요?
견훤 그래야 할것 같구먼. ??
견훤 답답한듯 먼 하늘을 본다.어둠이 사방으로내리고 있다.
씬 23 밤길
왕륭 일행들이 가고 있다. 두 사부와 장수장이 호종 하고 잇다.
변씨 주군. 폐하를 뵈었사옵니까?
왕륭 그랬네
왕건 아버님께선 폐하를 모시고 춤도 추셨사옵니다.
마씨 허어, 그랬사옵니까?
왕륭 (끄떡이며) 말세를 보았네. 역시 서라벌은 희망이 없어. 볼 일을 다 보았으니 먼저 얘기한대로 길을 서두르게. 한 이틀 안에 떠날 수 있도록 하게.
마씨 알겠사옵니다. 시장의 일이 정리되는대로 바로 떠나겠사옵니다.
왕륭 돌아가서 할 일이 많게 생겼네.
모두들 ........?
그들 그렇게 길을 지나쳐 가고.....
씬 24 궁궐의 성벽과
궁궐 문 외경
어둠 속에 달빛만 밝고...
씬 25 여왕의 침전
밖에서 수직 군사들이 순라를 돌고 있다. 침전 저만큼엔 불빛이 밝다.
씬 26 그 근처 어느 건물 앞
영기와 견훤이 얘길 나누고 잇다.
영기 아까 폐하께서 한신 말씀 말일세.
견훤 .......?
영기 자네를 변방으로 보내줄 수 있다는 것 말이야. 사실일지도 모르이
견훤 허허, 취중에 하신 말씀들이십니다.
영기 아닐세. 상주에 이어서 죽주와 북원에서도 도적들이 일어났다네. 그 세가 대단 하다는게야. 어디 그뿐이겠는가?
이 나라 아홉개의 주, 다섯개의 직할소경들이 모두 제 각각, 폐하의 칙명조차 듣지 않고있다네.
그러니 자네나 나나 원하기만 한다면 언제든지 변방으로 갈 수가 있지.
더구나 나와 자네는 페하와 각간 어른의 일에 대해서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네.
좋은 일은 아니지.
견훤 그렇겠습지요.
영기 이미 병부와 이야기가 되어 가고 있다네. 준비를 하고 있게나.
견훤 일러주셔서 고맙사옵니다.
영기 고맙기는 ....전장터로 간다는게 뭘 의미 하는가, 바로 죽음일세. 백성들은 우리 관군들을 증오 하고 있단 말일세.
그들 한숨을 쉬며 멀리 불빛이 흘러 나오고 있는 침전을 본다.
씬 27 그 침전
밖은 궁녀들이 번을 지켜 서있다.
진성 (E)한 잔 더 하시어요 숙부. 왜 이리 잔을 물리치십니까?
씬 28 동 침전 안
휘장이 열려 있는 침대 위에서 여왕이 교태를 부리며 잔을 권하고 있다.
여왕은 반라의 모습이고 위홍은 피곤한 표정이 역력 하다..
진성 어서요
위홍 아니옵니다. 그만...그만요. 취했사옵니다. 신도 이젠 나이는 어쩔 숙 없는 모양이옵니다.,
진성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에는 이러지 않으셨습니다. 혹시 숨겨놓은 계집이라도 있는게 아닙니까?
위홍 그럴리가요. 신은 오로지 폐하 밖에는 모르옵니다. (받아마시며) 이제는 폐하께서도 젊은이들에게 관심을 두셔야하실때이옵니다.
진성 숙부? 그걸 말씀이라고 하세요?
내게 사내를 가르쳐 주신분이 바로 숙부이십니다.
위홍 하오나.....폐하...이제는...
진성 우리는 아이까지 있습니다. 그 아이를 숨겨 기르는 것만해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헌데 이제 내 곁을 떠나려 하십니까? 아니됩니다.
위홍 폐하......
진성 나는 나라도 모르고 정치도 모릅니다. 숙부가 옥좌에 앉으라 해서 앉았고 왕관을 써야한다고 해서 썼을 뿐입니다.
뉘홍 어찌 모르겠사옵니까? 그것이 다 우리 가문과 왕실을 지키고자 함이었어요.
진성 (눈물 닦으며) 다 싫습니다. 이까짓 왕자리....여긴 감옥보다 못합니다. 나도 사람답게 살고 싶어요. 그런데 이제와서 날 버리시려구요?
위홍 그런 것이 아니옵니다. 다만...
진성 듣기 싫습니다. 그래서 날 보고 젊은 화랑들과 사귀어보라구요? 아니됩니다. 난 아미 숙부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릿광대입니다.( 계속 운다) 제발 날 떠나지 마시어요. 난 무섭습니다.
위홍의 품으로파고들며 흐느낀다.
그런 여왕을 위홍이 토닥거려 준다.
위홍 아옵니다. 알고 말구요. 물론이지요. 이 숙부가 다 지켜 드릴것이옵니다. 염려놓으시오소서
진성 (더욱 파고 들며) 안아주시어요. 더 ...꼭 안아주시어요.
위홍 (애무처럼 포옹하며..그러나 괴로운듯)...폐하
진성 숙부 사모하오..나는 숙부 밖에 없소.
옷이 벗겨져 나간다.
이들은 그렇게 애무를 하며하나가 되어 간다.
그리고 휘장이 내려지며 닫긴다.
휘장 속으로 그들의.....(그러나 드라마인지라...이만)......카메라 많은 상징을 보이며 서서히 빠지면.....
씬 29 동 침전 밖
참전 안의 불빛이 꺼진다. 궁녀들이 숨을 죽이고 그렇게 서 있다.
달빛이 유난히 밝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다급한 여왕의 소리들이 들려 온다.
진성 (E) 왜 이러시어요, 숙부?....숙부...?
궁녀들 .............?
진성 숙부, 숙부....?
씬 30 동 침전 안
희미한 어둠 속에서 진성이 벌거벗은 위홍을 흔들고 있다. 위홍이 가슴을 거머쥐며 숨가빠 하고 있다.
진성 정신 차리시어요. 숙부..? 숙부?
위홍 폐..폐하...., 가..가슴이....가...가슴이..
진성 숙부?
위홍 폐...폐...하........어억....!
위홍이 그렇게 눈을 뜬채 경련하다가 숨을 멈춘다. 진성이 다급하게 몇 번인가를 더 부르다가는 죽은 것을 알고는 비명을 지른다.
진성 아------악ㅡㅡㅡㅡㅡ!
(끝) (121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