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 왕건 <제 11회>
씬 1 태수관아 외경
견훤 (E) 찾아계셨사옵니까?
씬 2 동 태수 방안
태수와 견훤이 마주 앉아 있다. 태수가 계산을 굴리며 견훤을 빤히 보고 있다.
견훤 어인 부르심이온지...?
태수 불렀다기 보다도...
내 그동안 장군에게 너무 소홀 했던 것 같아서 보자한 것이오.
견훤 그럴 리가요?
태수 오지에 와서 연이어 고생이 많은 줄 압니다. 허허허...
내 그동안 이 곳에 오래 있었지만 장군처럼 부지런한 사람은 처음이었소.
견훤 별 말씀을..
태수 나야 지방행정을 맡고 있는 태수이고... 견장군은 이곳의 군사를 책임지고 있소이다.
소관 업무는 다르지만 많은 것들을 협의해야 하는데.. 본관이 부덕해서 그리 안된 것 같소이다.
견훤 ...........
태수 허나 우리는 서로가 도와야 합니다. 아니 그렇소이까?견훤 물론 그렇사옵니다.
태수 장군이 도적들을 혼냈다는 그 얘기는 다른 보고를 통해서 받았소이다. 그거야....장군의 소관이니....그렇다 하고....음...
견훤 말씀하시오소서.
태수 그동안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기 한다하는 호족들과 서로 인사가 없었소이다.
입향순속이라고..... 여기에는 여기 나름대로의 사는 법이 있소이다. 서로 만나 어떻게 사는가도 알고...또 누가 누군지도 보아야 하지 않겠소?견훤 그야 그렇겠습지요.
태수 이곳 호족들 중에서 제일 이름이 높은이가 있는데 종례라고 하는 장자요. 오래 전부처 장군을 청하고 싶어했는데 어떻소이까 한 번 만나보시는 것이...? 견훤 (잠시 생각 하다가)
.... 마다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태수 허허허, 그렇다면 다행이구료. 오늘 밤 함께 가십시다.
견훤 그 사람 혼자서 소관을 부르는 것이옵니까?
태수 그.. 그건 잘 모르겠소이다. 다른 호족들도 오는지..... 뭐 혼자서야 우리를 부르겠소이까. 다른 사람도 있겠지요.
견훤 알겠사옵니다.
태수 진작들 만났어야 했는데...... 자 의관을 갈아입고 오시구려. 천천히 가 보십시다.
견훤 그리 하지요.
태수의 묘한 시선에서....
씬 3 동 관아 마당 길
견훤이 능환과 함께 걸어
오고 있다. 능환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능환 (미소) 함정이 아니겠사옵니까?
견훤 나도 그리 생각하고 있다네
능환 그런데도 가신다고 하셨사옵니까?
견훤 어쩌겠는가? 아니 가면 나보고 겁쟁이라 할 것이야.
저자들이 지금 우리를 떠보고 있는것이거든. 놈들을 놀라게 해주세나. 범을 잡으려면 범이 있는 곳으로 가야지능환 군사들을 데려가시오소서
견훤 못난 소리.... 기왕에 저들에게 뭔가를 보여주러 가는 것인데 그리 할게 뭐가 있겠는가? 우리끼리 가세나. 추허조를 부르게.
능환 어찌 하시려고...?
견훤 내가 옛날에 도적들을 잡던 그 방법을 그대로 쓰려고 하네. 추허조에게도 그렇게 말을 해두게나.
능환 허허허허...과연 주군이시옵니다. 허나 방심하시다가 만에 하나 일이라도 잘못된다면......
견훤 힘을 안써본지 너무도 오래 되었네. 저자들에게 이젠 그걸 알려줄 때가 되었어...
견훤은 아무렇지 않은 듯 박씨가 있는 안채 쪽으로 걸어간다.
능환이 걱정스러운 듯 고개를 갸웃한다.
씬 4 동 견훤의 내아
견훤이 막 의관 차림을
끝내고 있다.
박씨가 걱정스레 본다.
박씨 나으리,.......저들이 나으리께 앙심을 먹고 있습니다.?견훤 화해를 하자고 하는데 아니 간다면 졸장부가 됩니다.
박씨 그래도 그렇지.....이렇게 무모 하신일을.....?
견훤 걱정 마시요 부인, 아무일 없을거요. 허허허.....
박씨 나으리는 늘 살얼음판을 걷고 계십니다.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아이를 생각 하세요.
견훤 아이?
뱍씨 태기가....또 있는 것 같습니다.
견훤 그래요? 하하하하하.....
기쁜일이로고...또 태기가 있어요? 그렇다면 아들을 나으시요. 이번에는 양검이라고 지읍시다. 양검 어때요? 박씨 나으리....
견훤 이런 난세에는 무엇보다도 검을 잘 써야해요. 죽이느냐? 아니면 내가 죽느냐?
검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이 말이요. 큰 놈은 신검이고 작은 놈은 양검이고...검, 검, 검! 얼마나 강한 이름들이요? 허허허... 다녀오리다. 아주 한 잔 맛있게 얻어먹고 올 작정이요. 하하하하..
견훤이 그렇게 나가자 박씨가 무거운 한숨을 쉬며 본다.
씬 5 길
태수와 견훤들이 가고 있다. 일행이라고는 능환과 추허조, 애상(김총으로 이름을 바꿉니다.)뿐이다. 태수가 묘하게 보며 묻는다.
태수 허어, 군사들을 데리고 가는즐 알았소이다마는 ,......?견훤 술자리에 가는데 군사들이 무에 필요하겠사옵니까?태수 하기는 그렇소이다마는...
그래도 군권을 가진 장군이 아니요?
견훤 손님이라고 청하는데 많은 군사를 이끌고 가면 상대를 의심하는 것이 되옵니다. 아니 그렇사옵니까?태수 (얼버무리며) 그야...그렇기도 ...하겠소이다마는....
견훤 날씨가 한 잔 하기에 아주 좋은 것 같사옵니다.
태수 그...그렇구료.
그글 그렇게 한 참을 더
가다가 태수가 불쑥 뱉는다.
태수 장군은 혹시 당랑지부(螳螂之斧)라는 고사를 들어보셨소?견훤 예. 어깨 넘어로 전해들은 기억이 나옵니다. 사마귀가 제 분수를 모르고 수레바퀴를 막으려한다, 그런 것 아니옵니까?태수 허허, 용케 글을 익히셨구료? 그렇소이다. 잘못된 만용을 부리다가 바퀴에 깔려 죽는다는 그런 얘기지요.
견훤 허허허....충고 고맙사옵니다. 이 견훤이가 바퀴에 깔리는 사마귀신세가 될지 아니면 깔아뭉게는 바퀴가 될지는 두고 보아야 겠지요.
태수 허허허...(씁쓸하다)
....역시 장군은 젊소이다. 그 혈기가 부러워요.
견훤 고맙사옵니다...(사이)
...헌데 그 연회장에는 종례라는분 외에 어떤 분들이 오시는지...?태수 자세히는 모르지만...능창이라는 ...사람도 올게고....
견훤 허허....수달이라는 도적이로 군요?...
태수 .......(대답이 없고 헛기침만) .....
그들 그렇게 가고 있다.
추허조가 의심의 눈을 흘기며 다시 능환을 본다.
그리고 능환에게 볼멘 소리를 한다.
추허조 괜한 짓 하는 것 같습니다 형님. 그까짖 도적놈 그냥 잡아다가 목을 비틀어버리면 되는거지....놈들의 소굴에는 왜 갑니까요?능환 나으리께선 우리의 주군이시다. 우리 주군께서 저들을 잡아다가 길을 들이고 싶어 하신다. 옛날에 네 놈을 잡으시던 것처럼 말이다. 재미 있지 않으냐?
추허조 헤헤헤...그 애기는 왜 허시우? 하기사 그 때는 죽는즐 알았수. 세상에...도저히 믿기지가 않더란 말이오...이 추허조가...세상에 무서운걸 모르는 사람인데 말이오 ...지금도 그 때만 생각 하면...헤헤헤헤헤..
추허조가 도리질을 하며
저만큼 가고 있는 견훤을 본다. 능환도 웃는다.
이들 그렇게 가고 있고.... 그들이 지나쳐 가자 첩자 하나가 은밀히 모습을 들어냈다가는 다시 사라진다.
씬 6 종례의 집 외경(석양)
한적한 갈대 숲 속에 품위가 있어보이는 당당한 기와집이 대궐처럼 보인다.
수달의 수하 1이 여기 저기 활을 든 군사들을 손으로 지시 하며 매복 시키고 있다. 그들의 모습은 곧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잠시 후, 저만큼에서 첩자 하나가 말을 타고 급히
달려와 대문 앞에 내려서는 안으로 들어간다.
씬 7 동 집안
넓은 마당 안에도 사병들의 모습이 곳곳에 배치되어
숨고 있다.
어둠이 물들고 있고 곳곳에 관솔불이 타오르고 있다. 첩자는 마당 중문을 지나 다시 안채로 들어 간다.
그 안채에도 사병들이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다.
이중 삼중의 벽이 만들어 지고 있는 것이다.
첩자 이뢰오.
그러자 문이 열리며 수달과 종례가 얼굴을 들어 낸다.
수달 어찌 되었느냐? 오고 있느냐?
첩자 예, 장군님.
종례 철기군들도 떼거리로 끌고 오겠지.
첩자 아니옵니다. 태수님과 견훤이란 자와 그 부장들만 오고 있사옵 니다.
수달 이놈아 그럴리가 있느냐? 잘못 본 것이 아니냐?
첩자 사실이옵니다. 그들이 출발 할 때부터 죽 보아왔아온데 군사들의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았사옵니다...
수달과 종례가 믿기지 않아 고개를 갸웃 거리다가 명을 내린다.
수달 알았으니 물러가거라.
(수하 2에게) 군사들을 모두 숨겨라. 숨소리 하나 내지 말거라.
수하2 예 장군님
수달 마당이고 밖이고 모두 다시 살펴보거라. 내 영이 떨어지면 그 때 움직여야 한다. 실수가 있어서는 아니 된다.
수하들이 사라지면서 군사들이 모두 은신처를 찾아 숨고 있다.
마당은 금방 아무일이 없는듯 조용해 진다.
씬 8 그 방안
매우 넓은 방안이다.
사방에 휘장이 둘려 있고 무쇠로 만든 사람보다 큰 청동 화로들이 장식품으로 입구에 놓여 있다.
수십개의 촛불이 휘황하게 타오르고 있다.
그 중앙에 음식상들이 놓여 있다.
종례 이상하지 않소이까?
바보가 아닌다음에야 우리가 저를 해치려고 하는걸 모를리가 없을 것이고....
수달 ..........(골똘이 생각 한다)
종례 그런데도 군사들도 없이 온다고 합니다?
수달 이거야...실성한 놈이 아니면... 다른? 궁꿍이가 있는게.....?두사람 다 짐작이 짚히지를 않는다. 수달이 오랜 생각 끝에 내 뱉는다.
수달 이 자가 절대로 그냥 올 놈이 아니올시다. 무언가 대비를 했겠지요. 하지만 어찌되었든 우리의 목적은 놈을 안으로 끌어드리면 끝나는 것이올시다.
종례 ....그래도 뭔가 이상해요...
수달 아차피 여기로 오지 않았더리도 우리가 찾아가 없애야 할 자였소이다. 다행이 제발로 오고 있어요.이중 삼중으로 우리 가병들이 칼을 들고 숨었소이다.
절대로 빠져 나가지 못할 겝니다. 암요. 놈이 실성을 했어요. 여기를 혼자서 와....?종례 어쨌든 나가보겠소이다.
일단은 맞아야 되지 않겠소이까?
수달 (그떡이며 여전히 생각에 잠겨 있다.)
씬 9 동집 대문 앞
견훤과 태수들이 다가와
막 당도를 한다.
기다리고 있던 종례와 수하3과 그 수하들이 인사를 한다.
종레 어서 오시오소서. 종례라하오이다.
견훤 견훤이오이다. 청해주셔서 고맙소이다.
종례 안으로...
이들 말에서 내려집 안으로들어 간다.
씬 10 동집안
이들은 마당을 들어와 막 중문을 넘는데 대문 닫기는 소리가 들려 온다.
그 모든걸 감지 하고 있는 견훤과 추허조들.
그 중문 마당을 지나 다시 안채 방 쪽으로 가려 하는데. 그때 수하3이 막아 선다.
수하3 어른들이 계시는 자리옵니다. 태수님과 장군만 들어 가시고 다른 분은 여기서 기리시오소서견훤 ....................?
태수가 종례의 눈치를 본다. 종레는 그제서야 견훤을
의식한다.
종례 몇분 아니되니 그냥 뫼시도록 하세.
그러자 지금까지 눈치를
살피던 추허조가 나선다.
추허조 아니올시다. 맞는 말씀이요. 장군을 뫼시는 자리이니 저희는 밖에 있겠소이다. 능환이 형님 이나 장군을 뫼시고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능환 (감을 잡고) 그럼 뭐....그렇게 하게. 장군 안으로 드시지요.
견훤은 가타부타 말이 없다. 능환의 권유로 안으로 향한다.
종례 ...허면 이 분들은 별처로 모셔서 후이 대접해 올려라.
추허조 그럴 필요도 없소이다.
우리는 여기에 있겠소이다.
종레는 그제서야 자리를 잡아 경계에 나서는 추허조의 의도를 알고는 그냥 안으로 든다.
그들은 모두 안으로 들어가고 문 밖에는 추허조와 김총, 그리고 종자 둘 뿐이다.
수하3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이들을 노려 보고 있다.
씬 11 동집 방안
앞에서 종례가 들어오고
이어 태수와 견훤 능환이 들어 선다.
이미 음식상이 잘 차려져 있다.
이들은 잠시 표정이 굳는다. 그 주인석에 수달이 버티고 앉아 있는 것이다.
잠시 눈싸움이 이어진다.
수달 어서오시오, 견장군.
견훤 .....
수달 (여전히 앉은 채) 나는 능창이란 사람이오. 밖에서는 수달장군 이라 하오.
능환 허허... 이곳의 예법은 상스럽기가 그지 없구려. 귀한 분이 오셨는데 앉아서 맞다니?수달 어른이 아이들을 맞는데 더 어찌 할까?
견훤 허허허허..... 어른이라?
그거야 누가 어른이고 아이인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이고.....
처음부터 시작되는 기싸움에 태수와 종례는 눈치만을
본다.
종례 자.. 일단 앉으시지요.
그러자 모두 자리에 앉는다.
종례 자... 손님께서 오셨으니.... 일단은 목을 축이면서 이야기를 나누십시다. 먼저 소생이 한 잔 따르리다.
종례가 각자의 잔에 술을 따른다.
종례 자... 마십시다.
그들 모두 잔을 들어 마신다. 아직도 견훤과 수달 사이에 긴장이 오가고 있다.
잔을 내려놓으며 수달이
말을 건다.
수달 지난 번에는 아주 큰 일을 하셨소이다, 견장군. 덕분에 내 수하들이 톡톡히 신세를 진 것 같소이다.
견훤 신세랄거야 있겠소.
수달 도대체 누가 그렇게 담이 큰가 하고 궁금했소이다.
견훤 허허 그랬구료. 그래...... 보니 어떻소이까?
수달 용맹은 있어보이나 역시 필부밖에 안되는 것 같소.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른다는 옛말이 있는데 .......어험....
수달이 자작 술을 따르는데 그것을 견훤이 나꾸어잡는다. 동시에 두 사람이 같은 병을 쥐게 되었다.
태수와 종례는 눈치만 보고 있다.
견훤 술을 자작 따르다니....
꽤나 속이 타는 모양이구료. 그리 겁낼 것 없소이다?수달 겁을 내다니...? 누가?
견훤 허허허허허...내 잔을 받으시게.
견훤의 반말에 모두들 안색이 변한다.
견훤이 술병을 빼앗는다. 수달은 놓지 않으려고 용을 써보았으나 결국은 병을 빼앗긴다.
견훤 (술을 따르며) 나도 사내일세. 따라서 사내다운 상대를 좋아 한다네. 단순히 그래서 여기에 온게야. 수달이라는 도적놈이 꽤나 사내답다고 해서...허허허..
태수 허허 이런...어디서 그런 망발을...?
수달 눈에 보이는게 없는 자로구먼. 네 놈이 오늘 제삿날인줄은 알고 왔는가?견훤 ...(미소).....?
씬 12 동 안채 밖
추허조와 김총이 주변을
살피고 있다. 여기 저기서 숨어있던 사병들이 서서히 나타나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수하 3의 시선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열려 있던 중문이 소리나며 닫겨버린다.
추허조들은 그러나 당황
하지 않는다.
씬 13 다시 동 방안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견훤 들어오며 보니 사방에 군사를 숨겼더군. 그건 사내다운게 못 되지. 아니 그렇소, 종례 장자님?종례 견장군, 장군은 이곳 사정을 너무 모르오. 많은 이들을 위해서 부득불 장군을 없앨 수 밖에 없게 되었소이다.
견훤 허허허허...그런 눈치도 모르고 여기에 왔겠소이까? 자 우선 한 잔 따르시구료.
태수 (일어나며) 어흠 , 이런 분위기에서는 술을 마실 수가 없구료. 나는 일어나겠소이다.
테수가 불쾌한 듯 나가버린다.
견훤 장자, 어서 따르시구료.
종례 (따르며) 안타깝구료. 그대 같은 사람이 어쩌다가 신라의 개가 되어서 이 곳에 오셨단 말이오?견훤 내가 할 말이오. 이름께나 있는 그대들이 어쩌다가 도적들이 되었단 말이오?수달 닥쳐라 이놈.... 도적이라니? 도적은 바로 네놈들이야.
이 나라에 임금이 죽은지 오래 이고 나라가 없어진지 오래이다. 탐관오리들이 이 나라를 어찌 했는가? 금수강산을 모두 폐허로 만들어 버렸어. 그래도 이 곳의 백성들은 다 나와 여기 종례장자 덕에 허기를 면하고 있어.
견훤 그렇지가 않다. 백성들은 외면 하고 너희들의 배만 불렸다. 너희들의 곳간만 채웠지. 넓게 천하를 둘러보지 못하고 너희들의 땅덩어리만 보존하려고 급급 했다. 어리석은 일이지.
종례 ......?
수달 긴말 할 것 없다. 네 놈이 여기에 오지 않았다면 내가 너를 찾아 갔을 것이다. 잘 왔다.
여기서 죽는 것을 서러워 말아라. 애들아.
큰 소리와 동시에 숨어
있던 도부수들이 휘장과
평풍을 제치고 나오며 모습을 들어 낸다.
그런데 견훤은 전혀 동요
없이 계속 술을 드리킨다. 이들의 시선이 강력하게
부딛히고 있다.
수달 무엇들 하느냐? 목을 베어라.
삽시간에 칼이 날아온다. 그러나 견훤이다.
그대로 칼을 피하며 격권으로 내지르며 몸을 솟구 친다. 이 방은 입구로 나가지 않으면 사방이 막혀 있어 피할 곳이 없다.
방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능환도 능히 제 한 몸을 보존하고 있다.
수달과 종례는 입이 벌어진다. 믿기지가 않는 것이다.
십여명이나 되는 도부수들이 견훤의 손과 발차기에 걸릴때마다 맥없이 무더기로 뒹굴기 시작 한다.
괴력이다. 견훤은 무서운
힘으로 사병들을 들어 메치기도 하고 공중으로 날려
보내기도 한다.
그리고는 병사의 칼을 빼앗아 그 칼 등으로 남은 사병들을 삽시간에 누이고 있다.
수달의 표정이 굳어지고
있다. 그 눈빛에서...
씬 14 동 방 밖
여기서도 전투는 한창이다. 추허조와 김총이 가히 신기에 가까운 그들의 실력을 보이고 있다. 견훤과는 다르게 여기서는 진검승부다.
숱한 사병들이 두사람의 칼날 아래 목숨을 잃고 있다.
김총은 수하3과 접전을
벌이고 있고 추허조는 신바람이 나서 사병들을 마치 풀잎처럼 베고 있다.
추허조 하하하...이놈들아, 내가 추허조이니라.오너라 이놈들아.
씬 15 다시 방안
접전은 계속되고 있다.
입구로부터 다시 한떼의
사병들이 들어온다.
그러나 이번에는 견훤이
입구의 거대한 청동화로를 번쩍 들어 올린다.
수달과 종례의 입이 딱
벌어진다.
눈으로 보면서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내던진 화로에 깔려 안으로 들어오려던 숱한
사병들이 한꺼번에 엎어
지고 나딩군다.
그리고 어느새 방안의 사병들은 다 쓰러졌다.
그제서야 수달과 종례는 몸을 피하려고 입구 쪽으로 급히 피해가는데 견훤이 비호처럼 날아가 수달의 뒷덜미를 움켜 쥔다.
견훤 안돼지. 수달장군, 아직 연회는 끝나지 않았네그려. 허허허허허...
수달 ........?
견훤 이제 모두 그만 멈추라고 해라 ...어서
수달 (이미 전의를 잃었다)...
견훤 어서..... 칼등으로 쳤으니
목숨들은 붙어 있을게야.
다 내어 보내게
수달 모두...나가거라.
그러자 여기저기 쓰러진
사병들이 몸을 간신히 이르켜 물러 간다. 견훤이 수달을 자리에 앉힌다.
견훤 자, 몸들을 풀었으니 다시 한잔 해야되겠지요? 앉읍시다.
그러자 종례도 마지 못해 앉는다.
견훤 술맛이 안나니 문을 닫으라고 하시게
수달 문을 닫아라.
그러자 문이 닫긴다.
잠시 침묵이 감돈다.
견훤이 술을 따른다.
견훤 드세. 그리고 우리가 돌아갈 때 번잡하지 않게 해주게.
밖에 매복시킨 군사들도 모두 물려주시게나. 그게 좋겠지요. 장자님....?종례 ...............
견훤 나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자네를 죽일 수 있어. 하지만 우리는 그래도 명색이 사내들일세. 대장부들이야.
수달 ..........(굴욕감)
견훤 자네는 제법 기개가 있다고 전해들었네. 그래서 여기 온게야. 좀 친해보려고....허나 위 아래는 가려야 할게 아니겠나? 자네는 나에게 졌어.
그러니 내가 형님이 되는게 맞지 않겠는가?...아니 그런가?수달 ..................
견훤 (술 마시며) 나는 과거에도 이러한 방법으로 천하의 많은 장사들을 무릎을 꿇게 했었네. 그들 대부분이 지금은 철기군이라 해서 나의 충실한 수하들이 되어있지.
수달 .........
능환 허허허허..어떠시오? 우리 장군을 큰 형님으로 뫼시는 것이...? 수달 무슨 소리? 너무 큰소리들 치지 말아라. 오늘이야 어쩌다 이렇게 되었다마는...너희들은 결코 이 땅에 길게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야.
견훤 (술마시며) 허어 아직도 승복을 못하시겠다는 것이로구만..... 안타깝구만.....
수달 너희는 신라의 주구들이다. 이 곳의 백성들이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야.
능환 수달 장군은 잘 들으시오. 견장군께서는 신라의 장군으로 왔다기보다는 백성들을 위해서 오신게요. 그걸 아셔야 하오.
수달 얼굴은 막 빚어놓은 된장 같은것이 감히 어른들 말씀에 끼는구나.
견훤 허허허. 비록 외양은 이러해도 학문과 무예가 천하에 다툴사람이 없는 군자일세.
능환 허허허허허...이 물귀신장군께서 저의 얼굴이 마음에 안드는 모양이옵니다.
견훤 (술을 마시며) 그런 모양일세. 언젠가는 마음에 들게 될게구만. 아, 술맛 한 번 좋구나.
핫하하하하..
해설 견훤, 그의 용맹함은 실제로 대단 했던 것 같다.
삼국사기 견훤 편에 보면 그에 관한 설명을 이렇게 하고 있다. 견훤은 상주 가은현 사람이다. 처음에 태어나 젖먹이로 포대에 쌓여 있을 때 아버지가 들 일을 하고 어머니가 밥을 나르느라 아이를 숲에 두었더니 호랑이가 와서 젖을 먹였다. 그가 장성하자 체격과 용모가 걸출하고 빼어 났으며 품은 뜻과 기개가 활달 하여 범상치 않았다 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견훤 자 술도 잘 마셨고 우리는 그만 가겠네. 한가지 일러둘게 있네. 앞으로는 모두 세금을 내야 하네. 그래야 군대도 유지를 하고 백성들도 먹고 살게 아니겠는가?두사람 ...............?
견훤 그동안 내지 않은 것까지 따져서 만만치가 않을게야. 곧 군사들을 보낼테니 준비들을 해주시게. 자, 가세.
견훤과 능환이 자리에서
일어 난다.
그때 입구로 추허조가 다가와 허리를 숙이며 기다리고 있다.
견훤 추허조로구나. 밖에는 별 일이 없었느냐?
추허조 예, 장군. 작은 소요가 있었사옵니다마는 대수로운 일이 아니옵니다.
견훤 허허..그래 . 그럼 가자.
이들 방안을 빠져 나간다. 수달이 분한듯 주먹을 쥐며 떨고 있다.
수달 세상에 이런 망신이 있나?
이 수달이가... 이런 망신을....
종례 그런데....마당에 있던 우리 병사들은 대체....?
종례가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일어나 문을 열고 마당을 본다.
그러다가 기가 막힌듯
그렇게 서 있다.
종레 아니........?
씬 16 동 마당(밤)
숱한 군사들이 즐비 하게 쓰러져 있다. 수달의 수하3도 눈을 부릅뜨고 죽어 있다. 거의가 다 죽은 것이다. 수 십명이 그 두사람에게....그 사이로 견훤들이 태연하게 중문을 빠져나가고 있다. 종례는 그렇게 혼이 나간채 아연하게 보고만 있다. 디졸브되면........
씬 17 다시 동 방안
수달이 침통하게 앉아 있다. 종례가 눈치를 보며 한마디 한다.
종례 완전히 당했소이다.
수달 ..............
종례 내가 머리에 털이 난 이후 이런 일들은 처음 겪소이다? 수백근이나 나가는 청동 화로를 견훤이란 자가 가볍게 들어던졌소이다?수달 ......(분노).....?
종례 그리고 추허조인가 뭔가 하는 그자와 김총인가 하는 그 두 사람에게 수..수십명이 ...칼께나 쓴다는 우리 병사 수십명이....죽었소이다.
수달 너무 상대를 얕보았어요. 보통 놈이 아닙니다. 그건 분명해요.
종례 노골적으로 세금을 내라고 했소이다.
수달 아니되지요. 그렇게는 안됩니다. 군사들을 모읍시다. 종레장자와 나는 이 넓은 금성벌과 서남해를 대표하는 대호족이올시다. 군사를 모은다면 천명은 족히 모을거요.
종례 그.. 그건 관군과의 전쟁을 선포하는게 되질 않소이까?수달 관군은 없소이다. 이기면 관군이 되고 지면 도적이 되는거에요. 이대로는 안돼요. 군사를 준비 합시다.
그런 수달의 표정에서.......
씬 18 길
달빛을 받으며 견훤들이 가고 있다.
능환 수달이라는 자가 쉽게 머리를 숙일것 같지는 않사옵니다.
견훤 바로 그런것이 마음에 들어. 시시한 자 같으면 우리가 왜 공을 들이겠는가? 능환 뭔가 일을 다시 꾸미지 않겠사옵니까?
견훤 그렇겠지. 다음에는 일을 더 크게 벌리려고 할게야.
능환 그에 대한 준비는 충분히 하고 있사옵니다.
추허조 우리 철기군들도 벌서 많은 군사들을 훈련시켜서 정예화 해놓았사옵니다. 많은 병사들이 진심으로 따르굽쇼.
견훤 우리가 법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들 아는게야. 법이 무섭다는 것을 알게되면 질서는 저절로 잡히는 것이지.
능환 그러하옵니다 나으리. 나으리께서는 이 땅에 새 법을 세우신 것이옵니다. 조짐이 좋아보이옵니다.
견훤 기다려보세. 이제부터가 아니겠는가? 서두를것 없네. 다지고 또 다지고 ...그렇게 지어야 제대로 집을 지을게 아니겠는가.
능환 명심하겠사옵니다. 주군.
그들 그렇게 간다. 견훤은 먼 시야를 본다. 첩첩이 이어진 산 구릉들이 견훤의 갈 길을 예고하고 있는것 같다.
씬 19 예성강 포구
(인서트)
씬 20 송악성 외경
왕륭의 관사로 호족들이 그들의 가신들과 함께 들어서고 있다. 강장자와 연화와 유장자, 박지윤. 장자 1, 2들이다.
왕평달 어서들 오시오소서. 성주님께서 기다리고 게시옵니다. 자 이리로..
이들은 왕평달과 변씨, 장수장들의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고 있다. 이들 그렇게 인채로 향하면....
씬 21 동 집안
장자들이 평달의 안내에 따라 왕륭의 방 쪽으로 향하고 있다. 어느 만큼 가다가 연화, 왕건이 있는 공부방 쪽을 본다.
강장자 그래. 연화는 가서 건이공자에게 인사를 드리거라.
연화 예, 아버님.
강장자 자네가 함께 가주게
장수장 예, 나으리.
연화는 장수장을 따라 간다.
씬 22 왕건의 공부방
왕건과 마씨가 책을 펴 놓고 공부에 한창이다.
마씨 맹자왈 인유항언호되 개왈천하국가라하나니 천하지본은 재국하고 국지본은 재가 하고 가지본은 제신하니라(孟子曰 人有恒言 皆曰天下國家 天下之本 在國 國之本 在家 家之本 在身)...무슨뜻이오니까?완건 맹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세상사람들 하는 말이 천하 국가라고들 하는데 그것은 이러하다.
마씨 흐음.
왕건 즉 천하의 근본은 한 나라에 있고, 그 한나라의 근본은 가정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그 가정의 근본이란 자신의 한 몸에 있는 것이다.
마씨 흐음
왕건 그러므로 자신을 닦고 가정을 바로 하지 않고는 천하국가를 논할 수가 없다.
마씨 잘 보셨습니다. 공자님. 그러하옵니다. 즉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고는 천하를 얻을 수가 없사옵니다.
왕건 사부님, 그런데 왜 이런 공부를 게속해야 하옵니까?마씨 맹자는 왕도정치를 가르친 성인이옵니다. 이 송악성의 장래의 운명은 공자님께서 쥐고 계시옵니다. 치자의 길을 배우고 왕도의 도리를 배우고, 나아가 군사 부리는 법과 적과 싸운는 법을 쉬임없이 익히시는 것은 공자님의 손에 수 많은 백성들의 생사가 달려있기 때문이지요. 계속 하시지요.
왕건 예.
마씨 자왈, 위정이 불란하니 부득죄어거실이니, 거실지소모를 일국이 모지 하고 일국지소모를 천하모지하나니 고로 패연덕교 일호사해하나니라. 일러보시오소. (子曰, 爲政不難 不得罪於巨室, 巨室之所募를 一國募之 一國支所募 天下募之 故 沛然德敎 溢乎四海) 왕건 이는 지난 번에도 배우지 않았습니까?
씬 23 동집 밖
장수장과 연화가 다가와 엿듣고 있다.
마씨 (E) 공부란 단순히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새겨 인지 하는 것이옵니다. 이르시오소서.
왕건 (E)맹자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씬 24 동 방안
왕건 (공부 계속) 임금으로서 정치를 한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신을 바르게 하여 중신 세족들에게 원망이나 분노를 사지 않게 하면 되는 것이다.
마씨 으흠.
왕건 왜냐하면 중신들이 심복되면 일국이 심복을 하고, 그 일국이 심복 하면 천하가 심복하여 덕이 온 세상에 넘쳐흐르기 때문이다.
마씨 핫하하하하하....정말 잘하셨사옵니다. 자 오늘은 이만 하시지요. 밖에 인기척이 나는 걸 보니 손님이 오신 모양이옵니다.
그 말에 연화가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른다. 잠시후 문이 열리고 왕건이 연화를 본다.
왕건 연화 아가씨?
연화 ........공부를 하시는데 방해를 드렸나 보옵니다.
왕건 아닙니다. 오신다기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시지요? 또 말을 한 번 달려보시겠습니까?연화가 끄덕인다. 활작 웃는 두사람. 디졸브 되면....
씬 25 어느 초원
장수장들을 뒤로 하고 왕건과 연화들이 말을 달려 오고 있다. 이들 바다가 보이는 어느 산등성이에서 멈추어 먼 바다를 보고 있다.
연화 공자님께선 쉬임없이 공부만 하시는 모양이십니다.
왕건 예, 아버님의 명이시니까요.
연화 오늘 인근의 여러 어른들께서 다 모이신 것 같습니다.
왕건 세상이 어지럽답니다. 곳곳에 도적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마 그 때문일 겁니다. 준비하지 않으면 안되니까요. 자 바다로 가볼까요? 나는 바다와 배만 보면 너무도 기분이 좋습니다. 가시지요?연화가 끄떡이자 이들 다시 달려가기 시작 한다.
씬 26 왕륭의 거소
호족들과 옹륭,왕평달등이 모여 있다. 한씨가 찻상과 다과를 준비해 올린다.
한씨 많이들 드십시오.
한씨가 나가면 왕륭이 입을 연다.
왕륭 이대로 보아넘길 세상이 아닌 것 같소이다. 그냥 방관만 하다가는 우리도 언제 도적들의 손에 당할지 모르겠기에 이렇게들 모셨습니다.
박지윤 허긴... 매우 염려스러운 작금의 현실이올시다. 곳곳에 혼란 뿐이에요.
강장자 그렇소이다. 이럴 때에 우리도 어떤 자구책을 강구해야지요.
유장자 그건 그래요. 듣자하니 양길이란 자가 오래 전에 북원(원주)을 점령한 이후 벌서 중원(충주), 서원경(청주)까지 파죽지세로 가고 있다 하오이다.
장자1 중원에...서원경까지요? 그렇다면 이 나라의 중심부를 모두 먹어치우고 있는게 아니오이까?....신라의 관군들은 어찌하고 있답니까?장자2 이미 관군따위는 믿을 게 못됩니다. 스스로들 살아날 방도를 생각해야지요.
왕륭 그렇소이다. 도적들이 이곳 까지 이르려면 한동안 시간이야 걸리겠지만 그 안에 우리들의 긴밀한 유대가 필요 합니다. 오늘은 그 의견들을 나누어 보고 대책을 한 번 논해보십시다.
강장자 허어, 도적들이 아니라 반란군들이라는 말이 맞겠습니다요. 양길이도 그렇지만 죽주의 기훤이란 자도 소문이 무성하더이다. 그자는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마구 죽인다지요?장자2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끔직도하지... 또 있어요. 서남해의 수달이라는 자도 내지에 그 이름이 떠르르 합디다. 세력이 대단하다는거예요. 그리고 상주에는 아자개라는 도적이 이번에 사벌주 성을 함락 시켯다던가...?왕평달 한 치 앞이 아니보이는 때이옵니다. 그러니까 서로 힘을 모아 군사력을 강화하고 도와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박지윤 그렇기는 하지만 쉬운 문재는 아니올시다. 우선 서로의 영지가 다 다릅니다. 어느 분은 크고 어느 분은 작고, 또 누구는 바다에만 치우쳐 있고.... 이해들이 달라요. 군사로 치면야 이 박지윤이가 제일 많지마는... 그렇다고 누구나 도와드릴 수도 없는 것이고...
왕륭 하지만 우리는 연합을 해야 삽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할 수 밖에요.
박지윤 그게 쉽지가 않아요. 그게....
해설 그랬다. 박지윤, 그는 평주사람으로서 북방의 대호족이었다. 왕륭이 송악성을 갖고 있었지만 당시의 박지윤에 비하면 그 세가 매우 미약했다. 박지윤은 당시 무려 열 세 개의 토성을 경계로 하는 큰 지역적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그 때문일까? 이들은 결국 끝내 힘을 합치지 못하고 이해관계만을 따지다가 궁예에게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자구책을 찾고 있던 그무렵, 궁예는 여전히 기훤의 수하에 머물고 있었다.
씬 27 죽주 성 외경
풍악 소리가 들려 온다.
씬 28 동 기훤의 처소
주악이 울리고 있고 기녀들이 춤을 추고 있다. 기훤이 과장스런 웃음을 터트리며 수하들과 술잔을 들고 있다. 신원과 원회도 함께 해 있다. 기훤 좋군 좋다. 역시 여염집 아낙들보다는 놀아본 것들이 흥을 아는구나. 무엇들 하는가 들 마시게. 마셔.
수하들 예, 장군.
기훤 사나이 일생은 다 그런 것이야. 싸우고 죽이고, 땅을 넓히고.... 그리고 마시는 것이다. 계집과 술은 영웅들에게 있어서 잠간 쉬어가는 주막과 같은 것이다. 아니 그러한가?수하들 그러하옵니다.
기훤 그런데 그 미륵부처님들은 왜 아직 아니오느냐? 신원 워낙이 병자들과 다친 군사들이 많아서 쉬이 몸을 빼지 못하는 모양이옵니다.
기훤 핫하하하... 재미 잇는 일이야. 이 시대는 미륵 보다는 영웅을 원해. 그만한 무예가 있다면서 병자들 고름이나 짜고 있다니.... 딱한 일이구나..... 다음 전투에는 나를 따라 나서라고 일렀는데 그 말은 전하였느냐?신원 예, 장군...그리하겠다고 하였사옵니다.
기훤 허허허..그래야지. 그래야 호걸이 되는게야.. 미륵이라... 사람들이 그자들을 하늘에서 온 미륵이라 한다지?원회 그렇다 들었사옵니다.
기훤 핫하하하...애꾸눈 중놈이 미륵이 되었다? 재미 있어. 세상 정말 재미 있구나.. 미륵이라.. 미륵이라......핫하하하 미련한 것들 같으니...
씬 29 궁예의 거소 앞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궁예와 종간, 궁예의 여인은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한 쪽에서는 군사들이 정리에 나설 정도로 부산하다
씬 30 그곳 궁예의 거소
병자들이 거소 안에 가득하다.
상처입은 군사들도 많다. 궁예와 종간이 힘이 드는듯 잠시 일손을 쉬며 한 쪽으로 나와 쉰다.
종간 스님, 이러다가 우리가 여기서 의원으로 주저앉는 것이 아니옵니까? 궁예 (미소) 아무렴 어떻습니까?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고 우리는 그들 곁에 있습니다.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종간 그렇긴 하옵니다만....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사옵니다. 허허허허....
궁예 아픈이 하나를 구해주어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끼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세상을 얻는 지름길입니다.
종간 어찌 모르겠사옵니까?..마음에 새기겠사옵니다. 헌데..... 스님. 다음에는 우리도 전투에 참가하라 하는 모양이온데 .....
궁예 명령이라니 따라야하지 않겠소이까? 가보십시다. 저들이 백성들에게 어찌하는가 우리 눈으로 보아할 필요도 있고...
종간 그렇긴 하옵니다.
궁예 기훤이는 무지한 도적입니다. 결코 우리와는 오랜 인연을 가질 사람이 못됩니다.
종간 그렇사옵니다. 그 자의 상을 보니 오래 갈것 같지는 않사옵니다. 아마도 금명간에 비명횡사를 피하지 못할것입니다.
궁예 허허허...종간 사형이 본 관상이라면 틀림이 없겠군요. 안타까운 일이예요. 이만한 성을 얻고도 그걸 지키지 못하다니....
종간 기다려보시오소서. 주군께 새로운 기운이 몰려오고 있사옵니다. 소인은 그것이 보이옵니다.
궁예 또 점을 치신게구료?
종간 스님께선 소인의 주군이 아니시옵니까? 이미 저와는 생사의 길이 같사옵니다. 억지로 보지 않아도 다 보이옵니다. 허허허허...
궁예 점이나 관상을 믿기보다는 세상의 이치를 믿어야 합니다. 지금 이시간에도 수많은 호걸들이 자신이 세상을 구하겠다고 일어나고 있소이다. 우리는 바로 그들에게 무엇이 진정한 선각자의 길인가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바로 그 영웅이란 사람들에게 말이오.
씬 31 서남해 바닷가
포구에는 가득한 배들이 보이고 어부들이며 상인들이 수없이 떼지어 오가고 있다. 철기군들이 곳곳에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 한 쪽으로는 많은 짐바리들이 어디론가 줄지어 옮겨지고 있고..... 철기군들 속에서 능애가 이들을 유심히 보고 있다.
씬 32 금성 저자거리
견훤의 관아가 보이는 곳으로 가득히 짐을 실은 수레들이 줄지어 가고 있다. 김총과 수하 철기군들이 질서 있게 늘어서서 이들을 감독해 보고 있다.
씬 33 그 훈련장
추허조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수많은 군사들이 방패와 창검을 든 채 훈련을 받고 있다 추허조의 지시에 따라 군사들의 대열이 방향바꾸기를 거듭하며 구령과 함께 진법을 펼쳐보이고 있다. 추허조는 계속 단 위에서 지휘봉을 움직이고 있다. 군사들은 일사불란하다. 그 부산한 모습에서.....
씬 34 견훤의관아 외경
씬 35 동 관사 방안
견훤과 능환이 관내 지형도와 여러 서책들을 살피고 있다능환 두어번에 걸쳐서 수달을 혼낸 것이 주효했사옵니다. 많은 지역의 호족들이 눈치를 보며 우리의 명에 따라 세곡을 바쳐오고 있사옵니다.
견훤 ...(끄떡인다)
능환 물론 수달이는 꿈적도 않고 있사옵니다마는.....
견훤 독촉은 하였는가?
능환 (미소) 그러하옵니다. 지난 번에 수하를 보내 열흘간의 말미를 주겠다고 했사옵니다. 그때도 아니되면....받으러 가겠다고 하였사옵니다.
견훤 받으러 간다?
능환 이제 그 기한이 다 되어 가옵니다. 수달이 군사들을 모으고 있다는 첩보를 받고 있사옵니다.
견훤 그럴테지. 한 눈을 팔지 말게
능환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쉬임없이 군사들을 점고하고 있사옵니다견훤 그렇다면 우리가 정해준 마지막 독촉날이 되겠구먼. 수달이 오는게 말일쎄.
능환 최후의 발악이 되지 않겠사옵니까?
견훤 저쪽에서도 우리를 손바닥보듯 살피고 있을게야. 유인책을 쓰게. 이리로 끌어드리도록... 그러자면 수달이 속을만한 미끼를 잘 던져야 할게야.
능환 알겠사옵니다. 이미 던져놓고 있사옵니다.
견훤 이 번에는 꼭 잡아야 하네. 꼭.....결코 만만치 않을게야.
씬 36 수달집 외경 (밤)
수많은 사병들이 지켜서 있다. 횃불들이 대낮처럼 밝다.
씬 37 동집 마당
수달의 수하1, 2가 굳은 표정으로 명을 기다리고 있다.
씬 38 동집안
방 안에는 여러 호족들과 종례가 수달과 마주해 있다. 모두들의 표정이 굳은채 수달을 향해 있다.
종례 언제 군사를 움직이실 것이오이까?
수달 이제 다 되었소이다. 여러곳의 사병들이 은밀히 모여 나의 명을 기다리고 있소이다.
종례 견훤은 힘도 항우 장사려니와 꾀가 많은자이옵니다. 특히나 그 밑에 능환이라는 자는 ....
수달 압니다. 견훤이란 자의 모든 일을 그자가 대신 한다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들의 군사는 얼마 아니됩니다.
호족1 가벼히 보아서는 아니 됩니다. 새롭게 철기군이 된 군사들만 수백이 넘는다 들었소이다.
수달 그들도 예전에는 다 나의 말을 듣던 자들이올시다. 싸움이 시작되면 이탈자가 많이 나올겝니다. 진짜 철기군은 얼마 아니되요.
종례 우리군사는 얼마나 되오이까?
수달 우리는 오백이 넘소이다. 보나마나 이기는 싸움이예요. 이겨야 하구요.
호족2 그렇소이다. 우리 곳간이 다 비었어요. 다 빼앗아 갔어요.
호족1 마찬가지지요. 순 날강도들이에요. 우리도 다 털렸소이다. 수달 날보고도 곡식을 오백석이나 내라 하더이다. 오백석을 아니내면 받으러 오겠답니다. 그 기한이 내일까지던가......허허 이런..
호족1 그러니 어쩝니까요? 그토록 힘이 장사라는데요. 수백근이나 되는 청동화로를 짚단 던지듯 내던졌다지요?수달 어흠.......(불쾌하다)
호족1 그리고....그 수하 둘이서... 단..두명이서.....사병들의 목을 수십이나 베었다지 않습니까?
수달 그러니까 그 놈을 죽여야 한다는게요. 이 곳은 우리들의 땅이올시다. 놈을 죽여야 합니다.
호족들 암요. 장군만 믿소이다.
수달 이제서야 견훤이란 놈의 정체를 확실하게 알아냈소이다. 들리던 소문과 같이 저 놈은 상주에서 일어난 반란군의 괴수 아자개라는 도적의 아들이 분명했소이다. 아자개의 큰 아들이 바로 견훤이라는 놈이었어요.
호족들 (모두 놀라고)...허허...저.. 저런...?
종례 .....그게 사실이었군요?
수달 그렇소이다 . 아주 위험한 놈이예요. 우리가 저 자를 죽이게 되면 신라조정에서도 좋아할겝니다. 반란괴수의 자식이란 말이올시다. 그런자가 이곳의 군권을 쥐고 있어요. 이런 기가막힌 일이 있소이까?.....?
씬 39 사불성 성루
성루에 깃발들이 가득히 꽂혀 있다. 아자개가 그의 딸 대도주금과 아들들을 데리고 성 밖을 보고 뭔가를 지시 하고 있다.
해설 견훤의 아버지 아자개. 가은현에서 농민군을 이르킨 아자개는 이무렵 몇개의 군현을 점령하면서 드디어는 사벌주의 본성인 사불성에 입성해 있었다. 그것은 그가 용맹해서 그랬다기 보다도 신라의 관군과 애노 원종이라는 상주반란군들의 싸움이 피아간의 막대한 전력만 소진 시키면서 괴멸되어가자 아자개가 어부지리로 그 틈새를 이용했던 것이다. 어쨋든 아자개는 그로 인하여 이름을 세상에 들어내기 시작했고 그 것을 수달이 알아낸 것이었다.
씬 40 다시 수달의 방안
호족1 견훤이 반란군 괴수의 아들이 분명하다면 주의 도독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야지 않겠소이까?수달 이미 태수가 무진주성으로 파발을 띄웠을 겝니다. 태수는 견훤이를 아주 원수처럼 여기고 있지요.
모두들 ...(끄떡이고)
종례 헌데 그런 반란괴수의 아들이 도대체 어떻게 이곳에 장군으로 올 수가 있었을까요?수달 신라조정이 어디 제정신입니까? 전부 눈 뜬 봉사들 아닙니까? 그리고 따지고 보면 이 어지러운 세상에 도적이거나 반란군 아닌 자가 몇이나 되겠소이까마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 견훤이라는 자는 달라요. 무엇보다도 우리의 목줄을 위협하고 있단 말이외다.
호족들 ...암 그렇구말구요.
종례 무진주 도독에게 견훤이의 일을 알린다고 해도 크게 도움 받을게 있겠소이까? 사방이 시끄럽고 어지러운데 여기까지 군사를 보낼 여력이 있겠소이까?수달 군사야 보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놈의 벼슬은 떼지 않겠소이까?호족들 ....(끄떡인다)
수달 견훤이가 여태까지 설쳐댄 명분이 제가 이곳 미다부리정의 장군이라는것 때문이었어요. 이제 그 명분이 없어진겝니다.
종례 그건 그렇지요.
수달 지금이 기횝니다. 조정에서는 분명 벼슬을 파직시킬것이고 우리는 미리 군사를 내어서 놈을 죽이는 겝니다. 내일 밤 군사를 점고 하고 관아를 들여치십시다.
호족2 내일이라....볼만하겠소이다. 수달장군 ? 허허허허...
수달 하긴... 생각해보면 이 곳을 지나간 여러 장군들중에 견훤이라는 놈이 제일 쓸만한 놈입니다. 뱃포도 바다만큼이나 큰 놈이고....
종례 .........?
수달 하지만 이놈이 사람을 잘못 보았어요.이..건방진놈이 나 수달이를 두번이나 망신을 주었어요. 두 번씩이나....이번에는 깨끗이 그 빚을 갚을 겝니다.
호족1 암요. 수달 장군이 누구신데...?
수달 모르지요. 살려달라고 무릎을 꿇고 빈다면 그래도 남자다운 구석이 있는 놈이니까 한 번쯤은 아량을 베풀 수도 있겠지요.
종례.호족들 ..........?
수달 하지만 그 콧대는 꼭 부러트릴 겁니다.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도록 그렇게 밟아줄 겁니다. 암요. 이 수달이의 모든 명예를 이 한 판에 걸겠소이다.
주먹을 불끈 쥐는 수달의 표정에서.....
(11회 끝) (02.1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