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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대본

[태조 왕건] 14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7.11.14|조회수1,525 목록 댓글 0

태조 왕건 <제 14회>




씬 1 무진주 성 외경


긴장이 감돌고 있다.

금방이라도 전투가 벌어질 것처럼 분위기가 살벌하다. 극심한 바람이 소리를 내며 깃발들을 펄럭이고 있다. 견훤의 본영 쪽에서 서너필의 말이 깃발을 앞세워 달려와 성 가까이에 이른다.

양군이 모두 보고 있다.

철기군 중 하나였던 부장이 한참을 성 쪽을 바라보다가 큰소리로 외치기 시작한다.

철기 성안의 군사들은 듣거라.

군사들 ....(보고있고)

철기 견훤 대장군의 말씀을 전하느니라. 너희들은 모두 포위되었다. 다시한번 말한다. 너희들은 모두 포위되었느니라.

성루에서 무진주의 군사들이 신강의 부장과 함께 견훤의 철기군이 하는 소리를 듣고 있다.

바람소리는 여전하다.

철기 아직 기회는 남아있느니라. 백기를 꽃고 성문을 열어라. 그 길만이 살길이니라.

백성들과 너희들의 목숨을 구하고자 하거든 속히 성문을 열라.

목이 터져라 외치는 철기군의 소리가 사방에 메아리쳐

가고 있다.

양측은 숨죽여 모두 그를 보고 있다.

견훤의 본영에서도 견훤과 그의 장군들의 철기군과

성쪽을 보고 있다.

철기 마지막으로 전하느니라.

한식경 안에 성루에 백기를 내걸어라.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공격할 것이니라.

이는 견훤장군의 말씀이니라.

그러나 성안의 군사들은

대답이 없다.

신강의 부장도 입을 다문 체 그저 침묵으로 보고만 있다.

이윽고 견훤의 본영 쪽에서 큰 대북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돌아오라는 신호인 것이다.

철기 한식경이니라. 분명히 기억해 둘 것이다. 그때 다시 올 것이니 가부간의 답을 내야 할 것이니라.

마지막 말을 전하고 그들은 다시 말을 돌려 견훤의 본영 쪽으로 돌아간다.

보고 있던 신강의 부장이 영을 내린다.

부장 이미 영이 내려졌느니라. 항복은 없느니라. 모두 제 위치를 사수하라. 긴장을 늦추지 마라.



씬 2 동 견훤의 본영


철기군들이 돌아오는 것이 보인다.

그들은 견훤쪽에 군례를

올리고 자신들의 위치로

돌아간다.

수달 주군, 저들은 결코 말을 듣지 않을 것이옵니다.

추허조 저들에게 시간만 벌어주는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영을 내리시오소서.

능환 주군께서 기다리라고 하셨느 니라.

견훤 ....

수달 성안의 군사들이 수는 적지만 필사적으로 저항할 것이옵니다. 치밀한 계략을 써야 할 것이옵 니다.

견훤 ....(계속 성쪽을 보고 있고)

수달 주군께서도 보셨지만 신강이라는 자는 그 기백이 당당한 자이옵 니다. 불의를 모르는 사람이지요. 거두어 쓰실 수만 있다면 주군께 큰 도움이 되실 것이옵니다.

견훤 허허허, 자네처럼 말인가?

수달 어인 말씀을...

능환 어차피 저들이 항복을 하지 않는다면 한시각 후에는 공세를 취해야 할 것이옵니다.

견훤 그래야겠지...

능환 이곳의 지리를 잘 아는 수달장군 자네가 후미로 가서 군사를 들여치고 정면돌파는 장군 추허조가 하게.

두사람 예, 군사.

능환 장군 김총과 능애 서방님께서는 제 2군에 있다가 추허조를 도와주시오소서.

능애 알겠네.

능환 성안의 군사는 고작 천여명이옵니다. 오늘밤 안으로 끝을 내야 하옵니다.

견훤이 끄덕인다.

계속되는 바람소리만 무거운 긴장을 더하고 있다.



씬 3 동 무진주 성안


전투차림을 끝낸 군사들과 중장비들이 대기해 있다. 성안에는 불안과 공포가

스치고 있다.


특히나 장졸들의 표정은

무겁기 그지없다.

그들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성 밖의 견훤의 군대는

그 수가 끝이 없어 보인다.



씬 4 동 성안 도독의

관사 외경


장졸들이 지켜 서있고...



씬 5 동 관사 안


신강과 도독이 무거운 침묵속에 서로를 보고 있다.

신강 저들은 우리에게 한식경의 시간을 주었사옵니다.

도독 도적의 무리치고는 예의가 있소이다. 허허허...(사이)

부장의 말이 맞는지도 모릅니다.

신강 .....?

도독 운명이 다한 나라의 지방고을이올시다. 다 낡은 명분을 가지고 애꿎은 장졸들의 목숨을 무수히 죽이게 생겼구려. 서라벌에서는 이런 현실을 알고나 있을까?

신강 조정이 백성을 잊은지 오래이옵니다. 저들이 무얼 알겠사옵니까?

도독 그렇다면 우리들의 죽음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이겠소?

신강 의미 자체도 잊혀져 있사옵니다. 그저 죽을 뿐이지요. 굴욕스럽지 않게 말이옵니다.

도독 (눈물 글썽이며) 이 신라가 어떤 나라인데 도적들의 말발굽 아래 희롱을 당하다니....

신강 차비를 차리시오소서.

곧 한식경이 다되어 가옵니다. 적병을 맞으셔야지요.

도독 그리하십시다. 먼저 나가 계시 구려.

신강 알겠사옵니다.

신강이 예를 표하고 나가면 도독은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린다.

도독 아. 아.. 이렇게 허망하게 무너지는가? 천년의 영화가 한낮 물거품이 되어가는구나. (사이) 수십만 당나라 군대도 물리쳤던 대 신라국이 어쩌다가 이렇게 비운의 나라가 되었는고... (절규하듯) 신라여...신라여...역대의 제왕 신위들이시여, 어찌 무너지는 이 사직을 보고만 계시옵니까? 도적들은 밀려오는데 변방의 일개 도독이 무엇을 어찌하오리까? 저 가엾은 장졸들의 목숨은 또한 어쩔 것이옵니까?

처절한 그의 절규는 그러나 허공에 메아리 친다.

그는 허공을 보다가 탁자에 그렇게 엎드린다.

그의 어깨가 계속 떨고

있다.



씬 6 그 성안 성루


전투차림의 신강이 부장과 함께 견훤의 군영 쪽을 보고 있다. 그리고는 하늘을 보고 다시 견훤 쪽을 본다.

끝도없이 펼쳐진 견훤군의 깃발들이 바다를 이루고 있다. 한식경이 다 되어 가는 것이다.

이윽고 멀리서 견훤의 사자들이 다시 깃발을 앞세우고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그들은 성 앞에 이르러

신강 쪽을 보고 소리친다.

철기 약속한 시각이 지났느니라. 어찌할 것이냐? 항복을 하면 모두 살려줄 것이다.

도독은 성루에 백기를 걸어라.

신강들 ....

철기 어서 백기를 걸어라.

신강은 그렇게 보고만 있다. 그리고 잠시 후 부장에게 영을 내린다.


신강 가서 도독님을 뫼셔오너라. 적군이 공격을 취할 것이다.

부장 예

부장이 급히 사라진다.

신강이 소리친다.

신강 우리에게 항복은 없느니라. 가서 전하라. 견훤 도적은 결코 이 성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어서 가서 전하라.

철기 후회할 것이다. 온 성이 불바다가 될 것이니라.

전령으로 온 철기군은 그렇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말머리를 돌려 견훤의 본영으로 되돌아 간다.


씬 7 견훤의 본영


견훤들은 사자와 신강의

모습들을 멀리 보고 있었다. 능환이 도리질을 한다.

능환 주군, 예상대로 이옵니다. 영을 내리시오소서.

견훤 (고개를 끄덕이며)

안타까운 일이로군. (사이) 각군은 성을 함락하라.

능환 장수들은 무얼 하는가? 주군의 영이 내리셨다. 모두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라.


추허조 (반복하며) 영이 내리셨다. 각 병대는 공격하라. 공격하라.

장수들 (흩어지며) 공격하라.

소라소리가 울고 대북이 쉬임없이 울리기 시작한다.

온 벌판이 들 끓는다.

궁수부대와 쇠뇌부대, 그리고 창병들이 창을 앞세우며

앞으러 가기 시작한다.

군사와 말들이 모두 갑옷

으로 무장을 한 기마부대가 지축을 울리며 달려가고 있다. 견훤이 그 광대한 모습을 보고 있다.



씬 8 동 성안


견훤군이 밀려오는 것이

보인다.

신강 쏴라. 궁수들은 무얼하느냐? 적병을 한놈도 근처에 오지 못 하게 하라. 쏴라.

화살이 비오듯 날아간다. 견훤군은 방패로 막으며

진군해 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충차, 운제, 지도, 비루 같은 공격형 중장비들이 군사들에 의해 성 가까이 오고 있다.

가득한 창병들 수없이 계속되는 장수들의 공격소리와 깃발의 수신호들 돌들이 날아가며 성들을 부수기 시작한다. 아비규환이다.

그 과정에서도 선봉에선 철기군들의 위용이 돋보인다.



씬 9 동 성안


전투는 계속되고 있다.

군사들이 어지럽게 움직

이고 있다.

독전하는 신강의 모습이

부산하다.



씬 10 동 성 도독의 관아.


부장이 급히 달려들어와

도독을 부르며 안으로 들어간다.

부장 도독어른, 전투가 개시 되었사옵니다. 도독어른!



씬 11 동 관아 안


급히 들어서던 부장이 눈을 크게 뜨고 발을 멈춘다.

도독이 자결해 있는 것이다.

부장 도독어른! 도독어른!

부장이 모든 것을 감지하고 급히 되돌아 달려간다.



씬 12 동 성안


견훤군의 공격에 의해 많은 장졸들이 화살에 맞아 실려나간다.

불기둥과 바위덩어리들이 성안으로 날아와 마구 부수고 있다.

성안의 군사들은 필사의

저항을 한다.

이미 운제가 성벽 곳곳에 걸쳐지고 견훤군들이 기어오르고 있다.

굵은 통나무를 깍아 앞세운 포차가 성문을 부수기 시작한다. 그 군사들 저만큼 중앙에 견훤이 백마를 타고 지휘하는 모습이 보인다.

신강 물리쳐라. 성문을 열게해서는 안된다. 저쪽으로 화살을 퍼 부어라.

그때, 부장이 급히 달려

온다.

신강 도독님은 어찌 아니 오시느냐?


부장 장군, 도독께오서는.....

도독께오서는..

신강 .....?

부장 자결하셨사옵니다.

신강 뭐라?

잠시 꿈틀하며 눈을 감던 신강이 다시 소리친다.

신강 이미 선택의 길은 없느니라. 막아라. 적병을 막아야 한다.

그때 다시 부장하나가 달려오면서 소리친다.

부장1 장군, 적병이 성의 후문을 넘고 있사옵니다.

신강 무슨 소리냐? 그쪽으로 군사를 보내라.

부장1 군사가 없사옵니다. 적은 대병이옵니다.

신강 막아라, 막아야 하느니라.

갈팡질팡이다.

이미 성벽까지 올라오는

견훤군들이 필사적 저항에 성벽에서 마구 떨어지는 것들이 보인다.

저만큼 해가지고 있다.



씬 13 견훤의 본영


견훤이 능환과 더불어 전세를 보고 있다.


견훤 대단하구만.. 적은 병력으로 저만큼 저항을 할 수 있다니.. 대단한 자들이야.

능환 그러게 말이옵니다. 예상밖으로 우리의 희생이 좀 큰것같사옵니다.

견훤 해가 지고 있어.

능환 어두어지면 수달이 성의 후문을 기습공격할 것이옵니다. 좋은 기별이 올것이옵니다.

견훤 성안의 군사를 지휘하는 것은 신강이라는 자인가?

능환 그렇다 하옵니다.

견훤 수달의 말처럼 보통 인물이 아니구만. 사로잡았으면 좋겠는데...

능환 기다려보시오소서.

견훤 해가지면 군사들에게 잠시 숨을 돌리게 하게. 그리고 다시 공격할 때는 바짝 고삐를 조여서 결단을 내야 할걸세.

능환 예, 주군. 그리 영을 내리겠사옵니다.

견훤 대단해, 저 신강이라는 자 말이야.

능환 ....? (미소)

그들은 그렇게 전투가 벌어지는 곳을 보고 있다.

핏빛 낙조가 성루 쪽으로 번지고 있다.

그 함성소리들, 아비규환의 모습들에서 디졸브..



씬 14 동 성밖 길 (밤)


어둠속으로 수달의 군대가 이동해 가고 있다.

성의 후문과 그 성곽들이 어둠속에 보여온다.

수달이 고개짓을 하자 부장들이 대열을 이끌고 에워

쌓으며 포위해가기 시작한다. 수달은 그 후문을 노려보고 있다.

수달 잠시 후면 본진에서 다시 재 공격이 이루어질 것이니라. 이번에는 전군이 한꺼번에 성을 공격할 것이야. 때를 맞추어 우린 이 후문을 칠 것이다.

부장 예, 장군.

수달 본진에 앞서서 우리가 먼저 성을 넘어야 한다. 그래서 주군께 제일 먼저 좋은 선물을 드려야해.

부장 ....

수달 해적생활을 했던 간 큰놈들을 모두 전면배치하라.

추허조 형님이나 김총이보다 우리가 먼저 성안에 들어갈 것 이다. 핫하하하...

수달은 그 성의 후문 성곽을 본다. 자신 만만한 표정이다. 이미 그의 부하들은 가득히 그곳을 에워쌓았다.



씬 15 동 성 외경


초생달이 떳다.

바람소리는 여전하다.

잠시 전투가 멎은 성 외곽으로는 싸움의 흔적들과

시체들이 즐비하다.

꺽여진 깃발들이 여기저기 밤바람에 날리고 있다.

성루위에선 신강이 내려

보고 있다.



씬 16 동 성안


신강이 먼 견훤 쪽 군진을 본다. 마치 불야성처럼 횃불들이 들판을 메우고 있다. 부장이 불안한 목소리로

말한다.

부장 적은 다시 공격해 올것이옵니다.

신강 그렇겠지

부장 이미 성 곳곳이 부서져 나갔사옵니다. 군사들의 태반이 다치거나 죽었사옵니다.

신강 전쟁이란 본시 그런 것이 아니 더냐?

부장 과연 소문만은 아니었사옵니다. 견훤의 저 철기군들 말이옵니다. 도대체 무서운 걸 모르는 자들 같사옵니다. 아귀처럼 앞서서 싸우는 걸 보았사옵니다.

신강 ....어차피 우리 모두는 여기서 죽는다. 전열을 재정비하라.

부장 예.

부장이 대답하고 전열을

재정비하라 소리치며 어둠속을 달려간다.

신강이 다시 성 밖을 본다. 거대한 물결처럼 그 많은 횃불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신강 적이 다시 온다. 모두 제 위치를 사수하라.

어디선가 다급함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견훤의 군사들은 더욱 가까이 오고 있다.



씬 17 동 성밖


견훤군이 몰려오고 있다. 전투를 지휘하는 부장들이 대열을 이끌고 흩어지고

있다.

능환 주군, 이제다시 시작할 때가 되었사옵니다. 최후의 공격이옵니다.

견훤 영을 내려라.

능환 소라를 불어라. 전군은 성을 함락하라.

소리 (E) 성을 함락하라신다.

소라소리가 다급하게 울리기 시작한다. 수십개의 대북이 소리를 내며 울리기 시작한다. 함성과 동시에 군사들이

개미떼처럼 몰려간다.

성안에서도 화살이 비오듯 날아온다.

다시 공방이 시작된 것이다. 보고있는 견훤의 얼굴에서



씬 18 동 성의 후문 (밤)


수달이 기다리고 있다가 검을 높이 들어 신호를 내린다. 그러자 군사들이 소리치며 몰려간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다. 그의 수하들인 막쇠와 부장들과 함께 맹공을 가하고 있다.

불화살들이 밤하늘을 가득히 수놓고 있다.

이곳에서도 성안의 군사들은 필사적 저항을 하고 있다. 운제를 놓고 수달의 군사들이 성벽을 오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사상자들이

속출한다.

수달 사정을 두어서는 안된다. 올라라, 바짝 기어 올라라. 우리가 먼저 성안에 들어가야 한다.



씬 19 동 성 앞문


그 벌판 본진에서 여전히 견훤이 싸움을 보고 있다.

능환 지금쯤 신강은 앞뒤에서 공격을 받고 있사옵니다. 수달도 후문을 넘고 있을 것이옵니다.

견훤 ....



씬 20 동 성안


쉼없이 바윗돌들이 성안으로 날아들고 있다.

곳곳에 불이 번지고 있다. 이미 시체들이 가득하다. 신강은 목이 터져라 독전

하고 있다.

신강 물러나서는 아니된다.

계속 화살을 날려라.

군사1 이미 화살이 떨어졌사옵니다. 더 이상의 화살이 없사옵니다.

신강 구해오너라, 화살을 구해오너라.

군사2 장군, 성문이 부서지고 있사옵 니다. 장군

포차가 계속해 문을 부수고 있다.

신강 저놈들에게 화살을 쏴라. 아니된다. 뜨거운 물을 퍼부어라. 돌을 던져라.

그때 다시 군사하나가 달려온다.

군사3 장군, 성의 후문에서 지원군을 요청하고 있사옵니다.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렵다고 하옵니다.


신강 지금 지원군이 어디있느냐? 막으라 하라. 적병을 넘어오게 해서는 아니된다.

전령으로 온 군사가 대답

하고는 다시 되돌아 사라진다. 신강은 계속해 소리치며

독전하고 있다.



씬 21 성의 후문


수달 어서 성을 넘어라. 적은 기세가 꺽였다. 어서 넘어라.

수달의 독려에 따라 드디어 군사들은 성벽을 넘기 시작한다.

하나 둘, 그리고 연이어

줄지어 군사들이 성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그 성안의 지휘자였던

부장1이 운제를 타고 넘어 온 막쇠와 그 일행들에

의해 죽음을 맞는다.

수달군은 끝도없이 성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막쇠 되었다. 후문을 열어라.

일단의 막쇠수하들이 성안의 군사들을 베며 달려가 후문을 연다.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밀물처럼 수달과 그 군사들이 입성하고 있다.

백병전이 이어지고 있다. 성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수달 성의 후문이 열렸다.

전령은 달려가 이 사실을 주군께 보고하라.

그러면서도 수달은 달려드는 적병을 베며 앞으러 계속 달려들어간다.

수많은 횃불들이 일렁이고 있다. 물러나는 무진주의 군사들, 그예 지리멸멸하며 후퇴하기 시작한다.



씬 22 그 성 밖


견훤이 능환과 더불어 계속해 전세를 보고 있다.

출렁이는 횃불속에서 계속해 성문이 부서져 가고 있다. 수달의 전령이 달려와 급보를 전한다.

전령 장군, 성의 후문을 열었사옵니다.

견훤 뭐라? 후문을 열어?

능환 주군, 수달이 해낸 것 같사옵 니다. 알았다, 물러가거라.

전령이 군례를 올리고 급히 사라진다.

견훤은 고개를 끄덕인다.

능환 저 성문도 곧 부서져 나갈 것이옵니다. 성안의 공격이 이미 그 기세를 잃고 있사옵니다.

견훤 신강이란 자를 생포하도록하게. 죽여서는 아니돼.

능환 알겠사옵니다. (전령에게) 가서 전하라. 신강은 사로잡아야 한다.

대기해 있던 전령이 대답하며 급히 나간다.

그때, 와 하는 함성이 성문쪽에서 일어난다.

드디어 그 거대한 성문이 부서져 나간 것이다.


씬 23 그 성문


추허조 입성하라. 철기군들은 무얼하는가? 모두 쓸어버려라.

대군이 성안으로 밀려 들어간다.

전령기를 꽃은 군사가 달려와 추허조 옆에 붙어선다.

전령 장군, 주군의 명이시옵니다. 적장 신강을 생포하라 하시옵 니다.

추허조 알겠느니라. 하여간 주군께서는 사람 욕심은 대단하시구먼. 이참에 적장 생각을 하시다니...

그들 그렇게 안으로 밀려

들어간다.



씬 24 동 성안


신강이 몰려오는 군사들을 보고 있다.

주변에 부하들이 갈팡질팡하며 여기저기 도망치는

모습들이 보인다.

이미 모든 것이 절망이다. 그러나 그는 처연하게 미소를 짖는다.

신강 도망치지마라 목숨을 다하여 싸우라. 너희는 대 신라국의 장졸이 아니냐?

그러나 이미 그 말을 듣는 사람은 없다.

주변의 군사들이 수없이

쓰러져가고 도망치고 적병은 저만큼 보여오기 시작한다. 신강이 드디어 달려가 자신의 말위에 오르며 칼을 뺀다.

신강 오너라. 이 도적의 무리들아. 신강이 여기 있느니라.

그는 말을 몰아 몰려오고 있는 추허조의 군사들 쪽으로 향한다.

따르는 부하들은 아무도 없다. 그는 홀로 달려 적진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마구 베어 쓰러뜨리기 시작한다. 화살이 날아와 그의 어깨에 박힌다.

그는 그것을 꺽어버리고 다시 무인지경으로 치고들어간다. 그러자 이번에는 비오 듯 화살이 그에게로 날아간다. 그의 온몸에 화살이 박힌다. 그는 비틀거리며 아직도

칼을 들고 있다.

그제서야 추허조가 군사를 가르며 나타나 소리친다.

추허조 쏘지 말아라. 생포해야 한다. 누가 화살을 쏘라 하였느냐? 쏘지 말아라.

그러면서 추허조가 가까이 간다. 신강은 말위에서

비틀거리고 있다.

온몸에 피가 베어나오고

있다.

추허조 하하하, 신강이로구나.

그동안 잘 있었는가?

신강 네 이놈, 추허조로구나.... 어서 오너라. 어서....

그러나 그는 이미 기력이 다하였다.

칼을 들다가는 스스로 정신을 잃어 말 위에서 떨어진다. 그 모습을 달려온 김총과 함께 추허조가 보고 있다. 이미 웃음기나 장난기는 없다. 뒤이어 수달이 다가온다.

수달 신강을 죽이셨소이까?

추허조 ....

수달 (보며) 아직 숨이 붙어있는 것 같사옵니다.

추허조 얘들아, 어서 군의를 불러라. 신강을 살펴주라 해라.

명령과 동시에 군사들이

신강을 들고간다.

그때 길이 열리면서 백마를 탄 견훤이 능환들과 함꼐 입성하고 있다.

모두 군례를 드린다.

견훤이 폐허가 되다시피 한 성안을 돌아본다.

견훤 모두 수고들하였네.

신강은 어찌되었는가?

추허조 부상이 심하여 군의를 딸려보냈사옵니다.

견훤 (끄덕인다) 성안의 질서를 회복하고 백성들을 위무하라.

장수들 (일제히) 예.

능환 주군, 저쪽 단위로 오르시오소서. 주군의 성이시옵니다.

견훤은 침묵으로 답하며

도독이 있던 크고 웅장한 관아 쪽을 본다. 디졸브...



씬 25 동 성안 도독의 관저


장졸들이 수많은 깃발을

펄럭이며 대열을 맞추어 서있다.

그 한쪽으로는 무진주 관내의 여러 고을의 호족과 태수들이 도열해 있다.

겨훤은 감개무량한 듯 군사들을 본다.

견훤 그대들은 들으라. 나 견훤이는 오늘 백제의 후손으로서 옛 백제 땅이었던 이곳 무진주를 점령 하였느니라.

군사들 (와 함성)

견훤 나는 도적들과 탐관오리들에게 끊임없이 핍박을 당했던 백성들을 위해 이곳에 왔느니라.

이제 이 견훤이 그대들의 세상과 생명을 보전해 줄것이고 굶주림과 고통의 짐을 대신 할것이니라. 이제부터는 새로운 법이 그대들을 위해 마련될 것이고 새로운 나라가 망국 신라를 대신할 것이니라.

능환 대왕폐하 만세.

모두들 대왕폐하 만세, 만만세.

추허조와 수달, 김총, 능애 등등...그들의 면면에는 벅찬 감동이 지나치고 있다.

군사들의 함성이 그렇게

들 끓는 위로

해설 서기 892년, 단기로는 3225년인 신라 진성여왕 6년인 그해 견훤은 드디어 무진주의 주치소

(주의 관청)가 있는 무주(광주)를 함락하고 왕을 칭하였다. 신라 9주의 하나인 무진주는 서남해의 바다와 이웃의 완산주(전주), 청주(진주), 삽량주 (경주)로 통하는 내륙의 요지였다. 이때, 견훤의 나이는 스물 일곱이었다. 그가 신라의 군인으로서 서남해로 와 군사를 일으킨지 3년만의 일이었다.

그가 정말로 백제인의 후손인가에 관해서는 두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는 그의 아버지 아자개가 원래 백제 부여씨의 후손이었다는 것과 또 하나는 신라 진흥왕의 현손이라고 하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그러나 어느 것이 되었든 간에 그는 스스로 백제인을 칭했고 훗날 완산주로 도읍을 옮기면서 후백제의 건국을 천하에 공표 하게 된다.

해설이 끝나면서 상기된

견훤의 얼굴에 이어 이제는 견훤의 성이 되어버린 무진주 성의 외경이 보여진다.

그리고 다시 디졸브 되면서.



씬 26 무진주 관아의 어느 방


견훤이 누워있는 신강의

손을 잡고 있다.

그 주변으로 수달과 함께 모든 예하 장수들이 다 와있다.

신강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해설 (계속) 견훤은 그리고 무진주와 더불어 그에게 평생 충성을 바치게 되는 신강을 얻었다.

신강은 자신을 알아주는 견훤을 그림자처럼 따르며 후백제를 위해 헌신한 문무를 겸한 장수 였다.



씬 27 신라 황성 외경



씬 28 동 황성 안


궁궐 곳곳이 스산해 보인다. 이미 쇠락해 있는 황실의 표정들이 암시되고 있다.



씬 29 동 황성의 대전

(평의전)


문무관리들이 읍소하며

여왕을 보고 있다.

이미 나이가 더해진 여왕은 괴로운 듯 턱을 괴고 있다.

진성 서남해의 장군, 견훤이가 반란을 일으켰다구요?

대신1 그러하옵니다. 페하.

무진주 도독은 자결을 하였사옵고 외사정 신강은 저들의 포로가 되었다가 견훤에게 항복하였다 하옵니다.

진성 저런 죽일 놈이 있는가.

외사정이면 도독 다음의 벼슬 인데 항복을 해?

대신2 폐하, 견훤의 아비 아자개는 이미 사벌주 일대를 점령하고 있사옵고 이제 그 아들이 무진주를 또한 함락시켰으니 예삿일이 아니옵니다.

대신1 사벌주와 무진주 사이에 완산주가 끼여있사옵니다. 만약에 그곳 까지 함락된다면 페하의 영토가 절반이나 도적들의 손에
 들어 가는 것이옵니다.
진성 그걸 말이라고 하시오?

황성의 군대는 다 어디로 갔단 말이오? 군사를 모으시오. 도적들을 부셔야지요.

대신2 폐하, 참으로 망극하옵니다. 황성의 군대는 이름 뿐이옵니다.


진성 한심한지고, 그럼 대체 어쩌잔 말이오? 저들이 이제 이곳 황도까지 쳐들어올게 아니오. 전국에 파발을 띄워 관군들을 부르시오.

대신1 망극하고 또 망극하오나, 달려 올 관군이 없사옵니다. 저마다 장군이니 도독이니 하면서 군사들을 자신들의 사병으로 부리고 있는지 오래이옵니다.

진성 .... 그렇다면 어찌하면 좋겠소? 이렇게 머리만 맞대고 있어서 어쩌자는 것이오. 방안들을 내어 놓으시오.

대신들 망극하옵니다. 폐하.

진성 망극, 망극. 늘 신료들의 말은 그것뿐이구려. 적도들이 들끓고 있어요. 이 서라벌이 적도들로 에워쌓이고 있어요. (울부짖듯이) 북원에는 양길이란 도적이 나랏땅을 다 삼켜가고 있고 죽주에는 기훤이 있고... 명주에선 김순식이라는 자가 제 스스로 장군이라 하며 조정의 영을 아니 듣는다고 들었소이다. 어떻게들 좀 해 보시오. 힘없는 이 여왕이 대체 어쩌라는 것이오?

여왕의 절규는 장내를 진동하지만 신료들은 여전히

망극하옵니다를 계속하고 있다. 여왕이 눈을 감으며 도리질을 한다. 그 위로

해설 그랬다. 그 몇 년 사이에 신라의 조정은 더욱 급격히 그 권위를 잃어갔다. 조세는 걷히지 않았고 황실의 명령은 지켜지지 않았다. 견훤이 무진주를 점령하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어도 신라 조정은 속수무책이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겨우 견훤에게 벼슬을 내려 그가 더 이상 황성이 있는 쪽으로 오지 않도록 하는 회유책 뿐이었다. 이 때에 견훤에게 내려진 벼슬 이름은 참으로 길었는데 다음과 같다.

신라서면도통지휘병마제치지절도독전. 무. 공등주군사행전주자자사 겸 어사중승상주국한남군개국공 식읍이천호 (新羅西面都統指揮兵馬制置持節都督全. 武. 公等州軍史行全州刺史 兼 御史中丞上柱國漢南郡開國公 食邑二千戶)

이 얼마나 장황한 이름인가. 당시 신라조정의 다급했음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씬 30 예성강 포구(인서트)


언제나처럼 부산하다.

각국의 상인들은 포구를

메우고 있고, 짐꾼들이며 송악의 군사들이 부산하게 오가고 있다.

포구에 들어차 있는 상선들은 끝도없이 늘어서 있다.



씬 31 동 왕륭의 거소


왕륭과 평달이 부산한 포구의 모습을 내려다 보고 있다.

왕평달 형님, 참으로 기이한 일이옵니다. 나라 사정이 갈수록 어지러운데도 외국 상인들의 발걸음이 여전 하옵니다.

왕륭 ....(끄덕인다)

왕평달 요즘들어 배편이 더욱 늘어나고 물목도 그 수가 증가하고 있사옵니다.

왕륭 본래 세상이 시끄러울수록 장사꾼들은 바빠지는 것이야.

왕평달 하오나, 국내 상인들과의 거래는 거의가 끊겼사옵니다.

주로 당나라와 발해국, 일본국을 통한 교역들이지요.

왕륭 그네들도 하나같이 나라 사정이 우리 만큼이나 복잡하네. 결국은 우리 송악이 아니면 필요한 것들을 조달하기 어렵게 되어 있지.


왕평달 그건 그러하옵니다. 누가 우리 송악의 뱃길을 흉내내오리까?

왕륭 하지만 마음 놓을 일이 아니야. 언제까지 우리가 이 일을 계속 할수 있다고 보는가?

왕평달 예?

왕륭 얼마 아니 남았어. (바다를 보며 우울하게) 견훤이가 무진주를 함락시키고 대왕이 되었다지.

왕평달 그리 들었사옵니다.

왕륭 대왕이라.... 능히 그럴만한 위인이지 하지만 생각보다 너무 빨랐어. 대왕이라 그것도 서남해 일대를 장악하고 무진주를 점령하다니 이게 어디 보통일인가?

왕평달 이미 그들의 군대가 완산주를 향하고 있다고 들었사옵니다.

왕륭 당연한 수순이 아닌가?

무진주 다음에는 완산주야. 그렇게 되면 곧바로 사벌주(상주), 서원경(청주) 쪽으로 한없이 뻗어가게 되어있어.

왕평달 그러하옵니다. 그렇게 되면 황성이 있는 서라벌은 자연적으로 고립무원이 될것이옵니다.

왕륭 더 무서운게 있지...무진주와 완산주는 곡창지대일세.

들이 넓고 양식이 풍부하다는 것이야. 상대적으로 그 기초를 단단히 할 수 있다는 것일세.

왕평달 과연 그렇사옵니다.

왕륭 견훤이는 좋은 터를 잡았어. 문제는 견훤이 같은 인물들이 도처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 이야. 당장 보더라도 양길이라는 자가 있지
 않은가?
왕평달 양길이 이곳까지야 오겠사옵니까? 아직은 먼 곳에 있사옵니다.

왕륭 그렇지가 않아. 이곳은 하나같이 단합이 되질 못하고 분열되어 있어. 그자가 오게 되면 우리와 이웃한 개성과 양주 백천 패강진 등이 차례로 무너져 나갈게야. 결국은 우리 차례가 오게 되겠지.

왕평달 그 때문에 막대한 자금을 군비에 쓰고 있사옵니다. 군사를 훈련 시키고 경계의 성곽을 보수하고 많은 장사꾼들을 모아 첩자로 쓰고 있사옵니다.

왕륭 그것은 최소한의 방법일 뿐이야. 허나 그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어. 지금 아우가 하고 있는 일을 더욱 단단히하게. 이제 돈이 소용없는 때가 온것일세.

이제부터는 그동안 벌어놓은 돈을 쓸때야. 군사들을 위해선 무엇이든지 하게. 저들이 송악을 위해서 죽을 수 있도록 있는대로 다 베풀란 말일세.

왕평달 예, 형님.


씬 32 왕륭의 관저 외경


함성소리들과 훈련에 열중하는 기합소리들이 들려온다. 관아의 훈련장에서는 변사부와 장수장, 그리고 그들의 부장들에 의해 훈련이 한참 진행중에 있다.

말타기와 검무, 장창, 방패막기, 마상무예 등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왕건과 왕식렴 들이 그곳에 참가해 있다.


변사부 좌향, 공격하라. 기마대는 무얼하는가? 좌우를 협공하라. (사이) 장창부대는 앞에 서라. 우향, 쇠뇌부대 적의 화살을 막아라.

변사부의 지시에 따라 기수가 신호를 보내고 군사들이

대북을 쳐댄다.

기마대가 달리고 방패부대가 일사분란하게 앞을 막고

다시 보병들이 달리고 있다. 변사부와 왕건들의 그 표정에서 길게 디졸브.



씬 33 평원 어느 능선


양길의 사자들이 깃발을 앞세워 나타나 달려가고 있다. 카메라 앞을 지나 그렇게 멀리 사라지면



씬 34 죽주 기훤의 성


성루에서 군사들이 성밖의 먼 평야를 보고 있다.

아득히 벌판에서 깃발을 앞세원 그 양길의 사자들이 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들은 점점 다가와 드디어는 성 밖에 이른다.

기훤부장 어디서 오는 군사들이냐?

사자 양길 대장군께서 보내신 사자요.

기훤부장 무슨 일로 왔느냐?

사자 기훤장군을 만나서 말씀드릴 것이요.

기훤부장 그렇다면 잠시 기다리거라.

기훤이 부장이 눈짓을 하면 옆에 섰던 군사들이 성 안으로 달려간다.

기훤의 부장과 사자의 시선이 차갑게 교차되고 있다.




씬 35 동 성안 기훤의 거소


기훤과 부장들 궁예와 종간도 참석한 가운데 여느때처럼 거한 술판이 벌어져 있다. 기훤은 이미 취해있다.

기훤 무엇이라고? 양길이가 사자를 보내왔어?

군사 예, 장군님.

기훤 하하하, 내게 항복이라도 하러 왔단 말이냐?

군사 ....

신원 장군, 뻔한 일이 아니겠사옵니까?

기훤 뻔하다니 뭐가?

신원 저들은 지난번의 전투를 따지러 왔을 것이옵니다. 자신들의 경계를 넘었다고 말이옵니다.

기훤 말도 아니되는 소리. 제깟놈이 뭔데?

원회 양길은 대병을 거느리고 있사옵니다. 잘 달래서 보내시는 것이 좋을 것이옵니다.

기훤 달래서 보내다니. 이 기훤이를 무얼로 보고 하는 소리야? 나나 제놈이나 다 장군들이 아니냐? 더 이상 비위 거슬리는 소리 하지 마라. 사자를 들어오라고 해라.


대답과 동시에 양길의 사자가 인도되어 온다.

그는 형식적인 군례를 올리고 양길의 서신을 전한다. 기훤이 이리저리 보다가 글을 알지 못하므로 눈치를 보다가 궁예에게 준다.

기훤 스님이 한 번 읽어보시게.

궁예 예, (서신을 보고 읽는다) 기훤 족하는 어찌 감히 대장군의 영토를 침범하였느뇨? 분명히 이르거니와 이는 예의에 어긋난 것이다. 즉시 점령지를 내놓고 물러갈 것이며 차후로는 이런 누를 범하지 말라. 엄히 추궁을 받게 될것이니라. 대장군 양길이 전하노라.

읽기를 마치자 동시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는 기훤.

기훤 무엇이 어쩌고 어째? 족하라니, 내가 어찌 제놈의 발밑이란 말이냐? 이런 죽일 놈. 무어라? 점령지를 내놓라고? 추궁을 받아?

모두들 말이없다.

사자는 그렇게 대담하게 마주보고 있다.

기훤 이 기훤이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싸움을 거쳤느니라. 나를 어찌보고 이런 수작을 해. 당장 사자로 온 저놈들을 목 베어. 말 안장에 매달아 보내거라. 어서.

군사들이 사자를 데려가려 하는데

사자 장군, 이런 법은 없소이다. 사자를 죽인다는 것은 예를 모르는 사람들의 짓이요. 세상이 웃을거요.

원회 장군, 고정하시오소서. 사자를 죽여서는 아니되옵니다.

기훤 (화가 나 어쩔줄 모르다가) 죽지 않을만큼 매를 쳐서 보내거라. 그것이 내 대답이라고 일러라.

사자 (끌려가며) 사자를 매를 치다니요, 도적들이나 하는 짓이외다. 크게 후회하실게요.

그렇게 소리치며 끌려나간다. 장내는 모두 어색해있다.

기훤 아니되겠어. 제놈이 쓸데없이 이름께나 얻더니 이 기훤이를 너무 우습게 보고 있어. 군대를 정비해 그리고 놈과 전면전을 벌려야겠다. 콧대를 분질러 놓겠어.

원회 아니되옵니다. 장군. 이미 우리가 첩자들을 통해 듣지않았사옵니까? 양길이 땅은 넓고 크며 군사는 수천에 달하옵니다.

기훤 ....(기분이 나쁘다) 그래서?

원회 지금은 화해를 하고 훗날에 기회를 보시오소서.


기훤이 말없이 그런 원회를 노려본다.

화가 나 부들부들 떤다.

그의 술잔을 들어 원회의 얼굴에 끼얹는다.

기훤 이놈, 원회야. 날보고 겁쟁이가 되란 말이렸다. 싸움이 어디 군사의 숫자보고 하느냐? 화해를 하라는 것은 날보고 머리를 숙이라는 것이 아니냐?

원회 아니옵니다. 쉬임없는 전투로 군사들은 지치고 기운이 없어 하옵니다. 저 또한 적은 군사가 대군을 친다는 것은 불가할 뿐만 아니라 별다른 계책도 없이 우발적으로 적과 대항한다는 것은 이미 승리가 어려운 싸움이옵니다.

기훤 닥치지 못할까? 이놈, (일어나 등채로 얼굴을 친다) 이런 죽일 놈. 너는 도대체 누구의 부하이냐? 뭐가 어쩌고 어째? 승리가 어렵다? 옛끼, 이놈

술이 취하고 화가 난 기훤은 등채로 마구 얼굴을 친다. 원회의 얼굴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

좌중은 숨을 죽인다.

기훤 앞으로 나를 화나게 하는 말은 하지마라. 내가 반드시 양길의 목을 베어서 너희들에게 보여주마. 내일 출전할 것이다. 군사들을 정비하라. 아침에 출전할 것이니라.

기훤이 그렇게 휭하니 그 자리를 떠나간다.

원회가 피범벅이 된 얼굴을 든다.

신원이 그런 원회를 부축해 일으킨다.

그의 표정에도 불만 같은 것이 서려있다.

그런 그의 모습들을 다른 부장들이 눈여겨 본다. 궁예와 종간도 역시 그렇게 보는데...


씬 36 인서트


달빛이 밝다.

저만큼 궁예의 방쪽이 보여온다.

밤바람 소리가 높다.



씬 37 동 방안


한자루의 촛불이 무심히 타고 있다.

궁예가 참선에 들어있다. 그런 모습을 종간이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바람소리만이 이방의 고요를 깨고 있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궁예가 한쪽눈을 뜨며 참선을 풀고 종간을 본다.

궁예 사형께서는 어찌 그러고 앉아 계시오?

종간 (미소) 소인은 주군의 그림자이옵니다. 주군께서 무아의 경지에 들어계시는 것을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하옵니다. 차를 드시겠사옵니까?

궁예 그리하십시다.

종간이 조용히 차를 따른다. 두 사람 차를 마신다.

그리고 밖에 귀를 기울인다.

종간 오늘따라 바람소리가 아주 높사옵니다.

궁예 그런 것 같구려.

종간 하지만 주군께선 편안함이 넘치시옵니다.

궁예 바람소리를 듣는 것도 마음이요, 듣지 않는 것도 또한 마음입니다. 그것을 어디다 두느냐에 따라서 세상의 불행과 편안이 정해지는 것 아닙니까?

종간 허허허, 그렇사옵니다. 늘 곁에서 뵙고있지만 아무리 주변사정이 바뀌어도 스님께선 변함이 없으시옵니다. 하기사 주군께선 이미 부처가 되신 분이시옵니다.

궁예 과찬이십니다.

종간 정말 이옵니다. 성안의 백성들과 군사들은 스님을 미륵부처님이라 하옵니다.

궁예 허허허, 고마운 소리로군요.

종간 내일 양길과 싸우기 위해 출전을 한다고 하는데 주군께서는 어찌 생각하시는지...

궁예 내게 물을 것이 아니라 종간사형이 말을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종간 ....(미소) 소인의 점쾌를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점술이나 관상술은 의지해선 안된다고 하지 않으셨사옵니까? 허허허허.....때가 온 것 같사옵니다. 기훤 도적의 명이 다 되었사옵니다.

궁예 (끄덕이며) 나도 그리 생각하고 있었소이다. 오늘 밤은 조금 시끄럽겠구려.

종간 주군께서도 분주하신 밤이 될 것 같사옵니다.

궁예 .....



씬 38 신원의 방


신원과 원회가 긴장한 표정으로 마주해 있다.

그들은 이미 모든 결심을 끝낸 듯한 모습이다.

신원 진작 결단을 내려야 했네. 기훤이는 궁예 스님의 말씀마따나 도적일세.

원회 우리가 양길과 싸우게 되면 하루를 버티지 못할게야.

신원 사실일세. 많은 장졸들이 내일의 전투를 두려워 하고 있어.... (사이) 오랫동안 망설여오지 않았는가? 해치워 버리세.

원회 (끄덕인다) 그렇게 하세. 더는 두고 볼수가 없게 되었어. 이러다가는 우리가 다 죽고 말게야. 기훤이는 실성을 했어. 그야말로 술과 계집과 사람죽이는 것 밖에 모르는 자일세.

신원 가세.

두 사람 자리에 일어나 선다. 그리고 밖으로 나간다.



씬 39 동 밖


두 사람이 나오는데 군사(이미 등장했던, 궁예에게 치료 받았던)들이 이들을 막아선다.

놀라며 서는 두 사람.

군사 (부장1의 목을 보이며)

장군님들, 부장놈의 목을 베어왔사옵니다.

두사람 ....?

군사 오래전부터 눈치채고 있었사옵니다. 이놈은 기훤 도적의 심복이옵니다.

신원 어찌된 일이냐?

군사 기훤이 놈은 싸움에서 다치고 병신된 우리들을 마치 벌레 취급했사옵니다. 두분께서 기훤이놈에게 봉변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신원 일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 그려. 내가 군사들을 통솔하겠네. 가서 도적놈의 목을 베 가져오게나.

원회 알겠네, 가자


군사들이 우 쫓아간다. 보고있던 신원이 남아있던 군사들에게 다시 영을 내린다.

신원 모든 군사들을 다 깨워라. 북을 쳐라.

군사들 예.



씬 40 기훤의 처소 밖


원회가 군사들을 이끌고 횃불을 든체 달려와 에워싼다. 이미 어둠속에서 요란한 북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사방에서 군사들이 이리저리 다급하게 달리고 있다.



씬 41 동 방안


처자와 잠을 자던 벌떡 몸을 일으킨다.

밖엔 불빛이 밝다.

북소리들, 군사들의 발소리들.

기훤 이..이게..어떻게 된것이오? 이게 무슨 소리야?

그와 동시에 방문이 부서지며 원회가 군사들과 함께 들어선다.

처자가 알몸을 가리며 뛰쳐나간다.

기훤 너...너는 원회가 아니냐? 이 밤중에 여긴 왜 왔느냐? 양길이 놈은 아침에 치러가기로 하지 않았느냐?

원회 너를 죽이러 온 것이다.

기훤 뭐라?

원회 너야말로 도적중에 도적이 아니냐? 우리 모두가 살기위해 너를 죽어야 겠다.

기훤 (일어나며) 이놈아 그게 무슨....?

더 이상 말할 겨를도 없이 칼이 번쩍인다.

기훤이 서서히 눈을 부릅든체 쓰러져 간다.

기훤 원회.....네....이놈..이...배신자...

기훤이 그렇게 쓰러진다. 그 시체를 내려다보는 원회에서 군사들의 함성소리는 더욱 크게 들려온다.



씬 42 동 성안 마당


군사들이 떼지어 집결하고 있다.

북소리는 더욱 크게 들려온다. 횃불이 곳곳에 밝혀져 있다. 그 중앙에 신원이 서 있다.


신원 모두 조용히 하거라. 곧 스님께서 나오실 것이니라. 도적 기훤과 그의 수하들은 모두 목을 베었다.

군사들 .....(긴장해서 듣고 있다)

신원 너희들의 새로운 영도자께서 나오실 것이니라. 너희들이 다 알고 또 존경하옵는 미륵부처님께서 장군으로 너희를 맡으실 것이니라.

그제서야 와 하는 군사들의 함성이 일어난다.



씬 43 궁예의 거소 밖


원회가 횃불을 들고 군사들과 함께 다가와 서며 말한다.

원회 스님, 원회이옵니다. (사이) 원회가 왔사옵니다.



씬 44 동 방안


두사람 밖의 소리를 듣고 있다.

조금도 표정이 흩어지지 않는다.

원회 (E) 스님, 소인 원회이옵니다. 도적 기훤의 목을 베었사옵니다.

궁예 ....?

원회 (E) 소인의 동무 신원이가 성안의 군권을 장악했사옵니다. 지금을 스님을 뫼시기 위해 군사를 모아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종간 대답을 주시오소서.

원회 (E) 어찌하오리까, 스님?

그제서야 궁예가 문을 연다. 원회가 더욱 허리를 굽힌다.

원회 오래전부터 소인들은 물론 이 성의 많은 장졸들이 스님을 사모하였사옵니다. 저희들을 맡아주시오소서.

궁예 어찌 나에게 그런말을 하시오?

원회 이미 논의가 다 끝난 일이옵니다. 다시 청하옵니다. 무지몽매한 저희들을 맡아주시오소서.

궁예 ....

종간 (비로소 나서며) 안타까운 일이오. 변고가 발생을 하였구려.

원회 참을수가 없어 일어난 일이오. 두분꼐서는 우리를 도와주셔야 하오.

종간 스님, 이들의 진정을 받아들이시오소서.

궁예 ....

원회 다시한번 청하옵니다. 스님, 어서 밖으로 나와주시오소서. 이제부터는 소인들의 주인이시옵니다.

궁예 그대들의 뜻이 그러하니 어찌 거절만 한다고 대답이 되겠소? 가 보십시다.

원회 감사하옵니다, 스님. 감사하옵니다.

원회는 기뻐서 어쩔줄 모른다. 종간이 뜻모를 미소를 짓고 있다.

궁예는 온화한 표정으로 원회를 본다. 디졸브.



씬 45 동 성안


부장들이 시립해있고 궁예가 장졸들을 보고 있다.

여전한 낡은 장삼을 걸치고 있다.

수백의 군사들이 환호를 보낸다.

모두들 진심으로 기쁘고 밝은 표정들이다.

궁예 장졸들이여, 이 미천한 불제자를 그대들이 이리 청하니 몸둘 바를 모르겠노라.

모두들 ....

궁예 그대들 손으로 도적의 괴수를 없애고 나를 청한 까닭은 그대들 또한 진정한 부처님의 제자가 되기를 원한다고 생각하느니라. (사이) 우리는 도적의 군대가 아니다. 백성을 위하고 부처님의 나라를 건설해야 할 군대니라.

군사들이 함성을 토한다. 신원과 원회는 기뻐 어쩔줄을 모른다.

종간도 궁예를 보는 시선이 기쁨에 차 있다.

궁예 세상이 말세에 이르러 많은 민초들이 굶주림과 두려움에 떨고 있노라. 우리가 그들을 구해야 하고, 그들에게 자유를 주고, 땅과 집을 주고, 부처님의 미륵세계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니라. 이제부터는 이 궁예와 더불어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그 세계를 찾아 나서야 할 것이니라.

군사들의 함성이 물결친다. 그 모습을 보고있는 궁예의 모습에서..

해설 견훤이 무진주 성을 함락시켰던 그 해에 궁예는 오랜 방황 끝에 기훤의 그늘에서 벗어나 그의 독자적인 세력을 얻었다. 그러나...그러나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그의 생각은 다른 곳에 가 있었던 것이다. 궁예의 다른 생각, 과연 그것은 무었이었을까?


(끝) (0215- )














첨부파일 태조왕건14.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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