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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대본

[태조 왕건] 33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7.11.17|조회수1,590 목록 댓글 0

태조 왕건 <제 33회>



씬 1 비뢰성 부근 천변(낮) -부감

    저 멀리서부터 양길의 군사들이 기치창검을 휘날리며 비장하게 다가오고 있다. 엄청난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씬 2 왕건의 진지

    왕건과 제장들이 군막 밖으로 나와 멀리 천변 너머를 본다. 양길의 군사들이 정열하고 있는 모습들이 아득히 보이고 있다.

홍유    양길의 본대가 도착했사옵니다.
왕건    ..........?
배현경    기세가 대단하옵니다.
박술희    가평 전투의 패배를 설욕하고자 단단히 준비를 했나 보옵니다.
능산    그렇겠지.
왕건    .....
김락    장군, 전투준비를 해야하지 않겠소이까?
왕건    아직 폐하의 영이 내려오지 않았소이다. 일단은 일선의 경계를 더욱 강화하고 대기토록 하시오.
김락    알겠사옵니다.

     왕건은 다시 양길의 진영 쪽을 바라본다. 그 모습에서..

씬 3 그 반대편 양길의 진영

    양길과 명길, 사위2들이 언덕으로 다가와 왕건 진영을 바라본다.

장군1    폐하, 왕건의 군사들이옵니다.
양길    ........ (끄덕인다)
명길    이상하지 않사옵니까, 폐하..? 이천 명이 넘는 대병이 지금껏 움직이지 않고 저러고 있사옵니다....왜 움직이지 않고 있을까요?
양길    ....글쎄... 워낙 약은 놈이 돼놔서..
사위2    저들은 먼길을 내려왔사옵니다. 지금 즉시 틈을 주지 말고 저들을 공략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옵니다.
양길    왕건이 나이는 어리지만 지략이 대단한 장수일세. 섣불리 나섰다간 또다시 큰 낭패를 볼 게야.
사위2    하지만 폐하..
양길    우리도 밤새 달려오느라 병사들이 많이 지쳐 있어. 인근 성의 군사들이 다 집결할 때까지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하세.

     다시 왕건의 진영을 바라본다. 그 때 한 장수가 달려와 아뢴다.

장수1    폐하, 궁예가 사자를 보내왔사옵니다.
양길    뭐라? 궁예가 사자를?

     돌아보면 저 쪽에서 은부가 그리로 다가오고 있다.

명길    은부가 아니옵니까?

     양길이 눈이 휘둥그래져 보다가 안면 근육을 씰룩거린다. 은부가 다가와 허리를 숙이고 군례를 드린다.

양길    은부 네 이노옴.........!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네 놈이 왔단 말이냐?
사위2    폐하, 고정하시오소서. 어찌 됐든 사자로 온 자가 아니옵니까?
양길    사자고 뭐고, 내 당장 저 놈을... (칼을 뽑아 드는데)
명길    폐하, 죽이시더라도 왜 왔는지 이유나 들어보고 죽이시오소서.
양길    이유는 무슨...!
은부    (양길이 식기를 기다리다가)오랜만에 뵙사옵니다, 대장군? 그간 강령하셨사옵니까?
양길    뭐, 뭐라, 강령?
은부    대장군께 화친을 전하러 왔사옵니다. 우리 대왕 폐하께서는 전쟁을 원치 않으시옵니다.
양길    뭐라, 화...화친?
은부    그러하옵니다. 소장, 목숨을 걸고 이 자리에 왔사옵니다. 부디 헛된 피를 흘리지 마시오소서.
양길    닥치거라! 나는 너희 배신자들을 처단하기 위해 이 곳에 와 있는 것이니라. 화친이라니....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 이놈아...
은부    .......
양길    응당 네 놈을 죽여서 그 목을 장대에 달아매야 하겠지만, 나도 전쟁의 법을 아느니라. 썩 돌아가거라.
은부    ........
명길    이보아라, 은부. 목숨이 아까우면 어서 썩 물러가라.
은부    ...대장군의 뜻이 정 그러하시다면 소장은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안타깝사옵니다. 마지막으로 대장군을 돕고 싶었사오나 하늘이 돕지 않는 것 같사옵니다. 부디 일신을 보존하시오소서,
양길    무....무어라?...일신을...보존?

     양길이 다시 혈압을 돋구는데 은부는 벌써 예를 올리고 돌아간다.

명길    우리의 전열을 분산시키려는 술책이옵니다. 괘념치 마시오소서.
양길    흥, 건방진 놈들....이보게 아우, 각 군에 영을 내려 전투태세를 갖추라 하라. 주변의 십여 성주들이 지원군을 끌고 도착하는 대로 총공격에 나설 것이니라.
사위2    알겠사옵니다, 폐하.
양길    (몇 발자욱 앞으로 나아가 저 편을 바라보며) 기다리거라. 궁예 네 놈을 내 손으로 심판할 것이니라. 모조리 쓸어버릴 것이니라.
    
씬 4 왕건의 진영

    왕건의 군사들이 철통같이 경계를 서고 있다. 왕건과 세 의형제가 군사들을 시찰하며 지나치고 있다.

능산    첨병들의 보고에 의하면 인근고을 십여 성의 군사들이 모두 양길 휘하로 모이고 있다 하옵니다.
왕건    ......(끄떡인다)..본래부터 양길의 당여들이었네, 당연한 일이야.
유금필    저들이 도착을 완료하면 곧 공격을 해 올 것이옵니다. 한데 지금까지 우리에게는 아무런 영도 내려오지 않고 있사옵니다.
왕건    기다려 보세. 은부 장군이 다녀갔다 하니 뭔가 영을 내려주시겠지..

     저 너머를 바라보는 왕건의 모습에서

 씬 5 다른 산길

    궁예의 대군이 도도히 밀려오고 있다. 금대가 멀리서 다가오는 은부들을 보았다.

금대    폐하, 은부 장군이옵니다.
궁예    ......?

     은부들이 다가와 말에서 내려 군례를 올린다.

궁예    어찌 되었는가?
은부    예상했던 대로이옵니다... 양길이 끝내 화친을 거절했사옵니다.
궁예    .......(깊은 한숨)...결국 이렇게 된단 말인가...? 이렇게...? (침통하다)
은부    그 옛날 우리가 양길이를 떠날 때부터 오늘 같은 날들이 있을 것임은 예정된 일이었사옵니다. 사정없이 치시오소서.
궁예    .......(여전히 고뇌에 빠져 있다)
은부    폐하, 양길은 이미 폐하께 두 번 째 칼을 빼들었사옵니다. 인정을 두실 일이 아니옵니다.
궁예    양길은 짐에게 은혜를 주었던 사람이었소. 그런 사람을 내 손으로 쳐야한다니.... 운명치고는 가혹하구료...(사이) 하지만 이것이 피할 수 없는 길이라면 갈 수밖에...이보게, 종희장군.
종희    예, 폐하.
궁예    전 군에 진군령을 내리시오.
종희    예, 폐하. (큰 소리로) 전군 진군하라.
    
     대군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종희의 군령이 계속해 이어서 전달되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궁예가 다시 영을 내린다.

궁예    장군 금대와 장일은 은부장군과 함께 짐의 본군을 인솔하라.
두장군    예, 폐하.

     이들의 군대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서 은부가 이른다.

은부    (염상에게) 자네는 이 길로 황궁으로 돌아가게. 내원께서 볼 일이 있으실 게야.
염상    알겠사옵니다, 장군.

     염상이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말에 오른다. 그리고 반대편으로 사라져가면.. 대군은 그렇게 이어져 간다.

씬 6 왕건의 집 외경

 왕평달    (E) 전쟁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 같구먼...

씬 7 동 집안 회의실

    왕평달과 왕식렴, 왕신, 변사부, 마사부, 장수장이 함께 해 있다.

왕평달    황제께서 전장에 나가 계신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야.
왕식렴    이번에 어떻게 하든 양길을 제거하겠다는 것이 아니옵니까?
변사부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 주군께서 전장터로 가시고 가장 큰 전투가 될 것 같사옵니다.
마사부    의외로 희생자가 많이 날 것 같사옵니다마는....
왕평달    그렇겠지. 양길이 이번에는 아주 단단히 독을 물었을 것인데.... 이렇게 되면 황궁에 있는 북원부인도 입장이 아주 어렵게 되겠구먼... 그야말로 가시방석이 아니겠는가?

씬 8 송악 황궁 외경

 미향    (E) 지금쯤 죽주가 시끄럽겠구나.
    
씬 9 동 미향의 처소

    미향이 시녀 월이에게 말하고 있다.

미향    은부장군이 화친사자로 갔다지만 그것은 이미 틀린 일일 것이고...
월이    어찌하면 좋사옵니까, 마님?
미향    그렇다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이냐...? 그저 기다릴 수 밖에...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니라.
월이    ..... (눈치를 보다가) 무엇이... 말이옵니까?
미향    우리들의 목숨말이다.
월이    예...? 아니, 마님?
미향    벌써 두 번째가 아니냐? 이렇게 피를 흘리고 싸우는 것이 말이다. 나는 적장의 딸이다. 오래 살려 두겠느냐?
월이    하지만.. 마님께서는 폐하의 아드님을 생산하셨사옵니다. 어찌 그런..
미향    저들이 그것을 아는 사람이라더냐?

     그때, 문 밖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제조상궁    (E) 황후마마 납시옵니다.

씬 10 동 처소 문 밖

    황후와 제조상궁 및 상궁들이 다가와 있다. 다시 제조상궁이 이른다.

제조상궁    북원부인마님, 황후마마께서 납시셨사옵니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미향이 황후를 맞는다.

미향    어인 왕림이시옵니까, 마마?
황후    뭐 특별한 것이 있겠습니까? 그냥 왔습니다.
미향    안으로 드시오소서.

     이들 끄덕이며 안으로 모두 들어가면....

씬 11 동 미향의 방

 연화    (안타깝게 바라보다가) ......무슨 말로 위로를 해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일 말입니다. 또 북원하고 전쟁이라니요...?
미향    .......
연화    이렇게 짖꿋은 일이 있나? 대체 부인은 어떻게 하라고... 쯧쯧쯧..
미향    (처연한 미소) 이미 죽음을 각오하고 있사옵니다.
연화    그게 무슨 소립니까? 부인이 무슨 죄가 있다구요. (사이) 부인은 폐하의 아드님을 낳으셨습니다. 마음을 굳게 가지세요.
미향    .......
연화    그 아드님이 듣자하니 명주 어딘가에 맡겨져 있다 하던데....
미향    저도 그런 눈치는 알고 있사옵니다마는...
연화    좀 기다려 보십시다. 다른 생각은 마시구요.
미향    .......(도리질)

씬 12 길

    석양이 붉게 물들고 있다. 예의 '미륵성전, 불국정토'의 수기가 하늘 높이 휘날리고 있다.     궁예의 대병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가고 있다.

궁예    왕장군에게 전령을 보냈는가?
은부    예, 폐하.. 일단은 싸우지 말고 기다리라 하였사옵니다.
궁예    피할 수 없는 전투라면 속전속결로 일체를 끝내야 할 것이야.
은부    지당하신 말씀이시옵니다, 폐하..
궁예    죽주에서 북원으로 빠지는 길목으로 방향을 잡도록 하게. 적의 퇴로를 모두 끊을 것이야.
은부    허면 양면에서 공격을 하는 것이옵니까?
궁예    (끄덕이며) 맞네. 앞 뒤로 협공을 할 것일세.
은부     .......(눈빛을 빛내며 끄덕인다)....

     묵묵히 정면을 응시하는 궁예. 그 길고 긴 궁예군의 행렬이 먼지를 일으키며 계속해 지나치고 있다.

씬 13 인서트

    서산 너머로 붉은 노을이 지고 있다.
        
씬 14 양길군의 진영

    양길이 회한어린 눈빛으로 낙조를 바라보고 있다. 명길이 그 옆에 서 있다. 간간이 바람소리가 날카롭게 지나치고 있다.

양길    노을이 핏빛이로구만......
명길    ......
양길    아무래도 내가 인생을 잘못 살아온 것 같네.
명길    예? 그게 무슨...?
양길    내가 과한 욕심을 부렸어. 미향이를 궁예에게 주는 것이 아니었어.. (사이) 불쌍한 것. 이 애비가 얼마나 원망스러울꼬...? (눈에 물기가 어린다) 그 놈의 왕관에 눈이 멀어서 천금같은 내 딸을 잃었어.
명길    .....
양길    천하를 호령하던 내가 이 꼴이 뭐란 말인가?
명길    지난 일은 잊으시오소서.
양길    그 넓은 땅도 빼앗기고, 장수들도 다 빼앗겨 버렸어. 수십년 동안 일구어온 모든 것을 단 한 순간에 다 날려버린 게야.
명길    아직 끝난 것이 아니옵니다. 형님 폐하께서 다시 찾아오시면 되는 것이옵니다.
양길    아니야.. 나는 너무 늙었네...
명길    그렇지가 않사옵니다. 아직도 형님 폐하께선 천하 제일이시옵니다. 힘을 내시오소서.

     그 때 사위2가 달려와 아뢴다.

사위2    폐하, 인근 성의 성주들이 군사들을 이끌고 각자의 진영에 도착하고 있사옵니다.
양길    그래?

     저 멀리서 군사들이 지나치고 있는 모습이 보여 온다.

사위2    소천군(여천)과 백성군(안성)의 군사들이옵니다. 적성현(양성면), 황무현(이천), 황천현(황성), 지평현(지제)의 군사들도 곧 당도할 것이옵니다.
양길    (끄덕이며) 그들을 합하면 모두 얼마나 되겠는가?
사위2    이천이 조금 넘을 것 같사옵니다.
양길    이천이라... 이제 저들과 군세가 비슷해졌구만... 우리 지원군이 다 도착하려면 얼마나 걸리겠는가?
사위2    이틀이면 충분할 것이옵니다.
양길    그때까지 모든 군사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도록 하게.
사위2    예, 폐하.

     사위 2가 영을 받아 가고 나서 양길은 계속 침묵에 잠긴 채 군사들을 보다가 하늘을 본다. 온통 붉은 빛으로 가득해 있다. 그 바람소리....

양길    이틀 후라.... 그 이틀 후의 밤이면... 장인과 사위가 일생을 겨루는 시간이 될 것이로구먼... 천하가 우리들의 그 기막힌 전투를 지켜볼 것이로구먼..... (중얼거리듯) 그래... 그날은 아마도 기가 막힌 밤이 될 것이야.
    
씬 15 완산주 성 외경 (낮)

견훤    (E) 저들의 전쟁에 우리가 너무 긴장하는 게 아닌가?

씬 16 동 대전

    견훤과 최승우, 능환, 추허조 등이 모여 있다. 박씨도 보인다.

견훤    이렇게 까지 할 필요가 뭐가 있단 말인가? 군사를 대비하고 사벌주로 가야 한다는 것은 너무 성급한 듯 하이.
최승우    그렇지가 않사옵니다, 폐하. 양길은 이번 전투에서 결코 궁예군을 당하지 못할 것이옵니다.
능환    그러하옵니다. 파진찬(부총리 급)의 생각은 지당한 것이옵니다. 궁예군이 양길의 영지를 모두 도모하고 나면 다음은 이쪽이옵니다.
최승우    결국은 이제부터 폐하와 궁예왕의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옵니다. 그 만남이 사벌주가 될 것이옵니다. 준비를 하셔야 하옵니다.
박씨    그러자면 사벌주를 관장하시는 아버님의 허락이 있으셔야 합니다. 아버님의 성정을 두 분은 잘 아시지 않습니까?
견훤    맞아. 우리가 사벌주를 관장하는 것은 아버님의 대답이 있어야해. 그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야.
능환    사벌주는 넓은 곳이고 군이 십여 개나 있사옵니다. 아자개님께서는 그 중 본 성과 두 개의 군만을 거느리고 계시옵니다. 나머지는 어차피 신라도 아니고 백제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있사옵니다. 궁예에게 빼앗기기 전에 우리가 먼저 점령해야 하옵니다.
견훤     그걸 누가 모르는가..? 하지만 아버님 때문에.....
최승우    하오나, 폐하. 더는 망설일 수가 없게 되었사옵니다. 이번에 꼭 사벌주 일대를 확실하게 손에 넣으셔야 하옵니다. 일단 이번 일에 대하여 아자개님께 사신을 보내신 것은 백번 잘하신 일이옵니다.
견훤    (도리질하며) 그대들은 몰라.... 사자를 보낸 것이 어디 이번 뿐인가?

씬 17 사벌주성

 아자개    (E) 뭐가 어쩌고 어째? 군사를 보내겠다....?

씬 18 동 아자개의 거소

    능애와 신강이 와 있다. 아자개가 대노해 호통을 친다. 계모와 두 아들 대주도금이 함께해 있다.

아자개    이런 불효막심한 놈을 보았나? 이 사벌주로... 군대를 보낸단 말이지...? 내가 있는 이곳에.... 군대가 와?
신강    어르신의 영지를 지켜드리기 위해 말씀드리는 것이옵니다.
능애    그러하옵니다, 아버님. 형님페하께오서는 머지않아 이 곳으로 다가올 궁예군을 대비하고자 군사를 보내겠다 하시는 것이옵니다.
아자개    닥치거라! 내가 견훤이 그 놈의 속셈을 모를 줄 아느냐? 제 놈이 완산주에다 도읍인가 뭔가를 정했다 하더니... 이제 이 사벌주까지 탐이 나는 것이야.
능애    아버님.... 살펴헤아리시오소서. 오해를 푸시어 현실을 냉정히 보아주시오소서. 이번에야말로 서로 힘을 합치고 손을 잡아야 할 것으로 아옵니다.
아자개    닥치거라, 이놈... 나는 나대로 저는 저대로 사는게야.
능애    아버님, 이곳의 군사들만으로는 결코 궁예군을 막아낼 수 없사옵니다. 부디 현실을 바로 살피시오소서.
아자개    이, 이놈아 닥치라고 하지 않았느냐!

     아자개가 벼루를 집어던진다. 능애의 머리에 맞고 피를 흘린다. 보고있던 대주가 깜짝 놀란다.

대주    아버님.....?
계모    ....... 그만 돌아들 가시게. 어르신 화나게 하지 말고.?
아자개     썩 물러가거라 이놈..! 나에게는 궁예나 네 놈들이나 다 똑같아 보이느니라. 내 땅을 노리는 자들은 어느 누구도 용서할 수 없느니라. 어서 물러가거라.
능애    아버님..... 폐하의 진심을 헤아려 주시오소서.
아자개    듣기 싫다 이놈. (주위에게) 뭣들 하느냐? 저 놈들을 끌어내라.

     병사들이 달려들어 능애와 신강을 끌어낸다.

능애    아버님, 폐하의 진심을 헤아리시오소서, 아버님.?
계모    끝내 이리 나올 줄 알았사옵니다. 이곳으로 군대를 몰아 오다니요? 소첩이 뭐라 했사옵니까? 견훤이가 우리를 모두 죽일 거라 하지 않았사옵니까?
대주도금    .......(한숨을 쉬며 도리질을 친다)....
아자개    장수들에게 이르거라. 성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전투 태세를 갖추라고 하여라! 견훤이놈이 오든 궁예가 오든 다 쫓아 버릴 것이니라. 이 아자개를 누구도 우습게 볼 수 없을 것이니라. 암.

     아자개의 그 노기등등한 모습에서.

씬 19 산야(밤)

     궁예의 대군이 오고 있다. 끝도 없는 횃불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게 지나쳐 가면....

씬 20 양길의 진영

 양길    (E) 궁예가 와...?    

씬 21 동 양길의 군막

    양길이 보고를 받고 있다. 놀라 되묻는다.

양길    뭐라? 궁예가 직접 온단 말이지...?
사위2    그러하옵니다. 수천의 군사들이 우리의 후미로 끝도 없이 밀려오고 있사옵니다.
양길    ....제 발로 와주다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구나.
사위2    이렇게 되면 앞 뒤가 적이옵니다. 궁예와 왕건이 군대를 나누어 우리를 노리게 되옵니다.
양길    우리도 군사들을 둘로 나누도록 하라. 내가 궁예 그 자를 맡을 테니 명길이 자네가 강 쪽을 지키도록 하게.
명길    예, 폐하.
양길    왕건이 쪽은 다행히 강이 가로막고 있어. 나아가 싸우지 말고 지키기만 하게. 먼저 궁예를 도모할 것이야.
명길    알겠사옵니다.
양길    궁예 이 놈.. 잘 왔느니라.. (주먹을 움켜쥔다)

씬 22 그 산야 벌판

    궁예의 대군이 넓게 포진하여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어느 순간 궁예가 손을 들어 군사들을 멈추게 한다.

은부    멈추어라!

     궁예가 묵묵히 저편의 양길의 진영을 바라본다. 목책이 길게 가로 막고 있고, 곳곳에서 횃불이 타오르고 있다. 그리고 양길이 부장들의 호위를 받으며 나오고 있는 모습이 보여온다.

은부    양길군이옵니다, 폐하.
궁예    .......(착잡하게 보다가)..... 은장군.
은부    예, 폐하.
궁예    다시금 저들을 회유해 보도록 하게.
은부    하오나..
궁예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자는 것이야.
은부    .....알겠사옵니다.

     은부가 앞으로 나서 소리친다.

은부    북원의 양길장군은 들으시오! 우리 폐하께오서는 아직도 화친을 청하고 계시오. 더 이상의 기회는 없소이다. 폐하의 은혜를 받아들이시오. (강조) 폐하의 은혜를 받아들이시오.

씬 23 그곳 양길의 진영

    은부의 소리를 듣자 양길이 부들부들 떨며 소리친다.

양길    가소롭다, 이놈들..! 이 천하의 배은망덕한 놈들아... 화친은 당치않다. 오늘 너희들 내가 죽이리라. 궁예는 어디 있느냐?

     궁예가 저만큼 앞으로 나서는 것이 보인다.

씬 24 그곳 궁예의 진영

    양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양길    (E) 네 이놈 궁예야! 네 놈이 어찌 나에게 이럴 수가 있느냐? 내가 너를 어여삐 여겨 금지옥엽 같은 내 딸을 주어 사위로 삼았느니라. 어찌 나를 배신하였더란 말이냐?
궁예    나는 장군과의 옛 정을 잊지 않고 있소이다. 내가 장군의 곁을 떠난 것은 백성들이 원하는 새로운 세상을 위함이었소. 더 이상 피를 흘리지 말고 우리의 옛 정리를 회복함이 어떠하오?
양길    뻔뻔한 놈.. 그 동안 말주변만 늘었구나. 네 놈의 목을 베어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리라. 자 공격하라! 모두들 나를 따르라!

     진군의 북소리가 요란해지면서 양길의 군사들이 와 함성을 지르며 일제히 달려나간다. 그 반대편의 궁예가 착잡하게 보고 있다.

은부    폐하...?
궁예    어쩔 수 없게 되었구만.. 나아가 진을 세우고 싸우라 하게!
은부    예, 폐하. (돌아보며) 진을 세우라! 적들을 막으라! 공격하라!

     그러자 금대, 장일, 종희 등 장수들과 군사들이 달려나간다. 전면전이 붙었다. 양길이 그 가운데서 예의 놀라운 괴력을 발휘하며 궁예군을 제압해 가고 있다. 궁예의 군사들이 낙엽처럼 쓰러지고 있다.

씬 25 그 일각 궁예쪽

    궁예가 그 모습을 지켜보며 놀란 표정으로 감탄을 한다.

궁예    대단해.. 참으로 대단해.. 과연 하늘이 내린 용장일세..
은부    폐하, 이대로는 아니되겠사옵니다. 처음부터 아군의 피해가 너무 크옵니다.
궁예    .....퇴각령을 내리게.
은부    (놀라) 예? 아니 폐하? 이제 시작이온데....?
궁예    퇴각과 공격을 반복하여 적들을 지치게 해야 할 것이야..
은부    (알겠다는 듯) 아.. 알겠사옵니다. 그리 하도록 하겠사옵니다.

     은부가 앞으로 나가며 외친다.

은부    북을 쳐라! 퇴각 신호를 울려라!

     북소리가 계속해 울리기 시작한다.

씬 26 그곳 전장

    '퇴각하라!'는 명이 계속해 전달되며 궁예군이 퇴각을 한다.

양길    네 이놈들, 어딜 도망가느냐? 공격하라!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도륙하라! 이 놈들아, 똑똑히 보거라. 이 양길이는 아직 죽지 않았느니라. 알겠느냐? 하하하하..

씬 27 왕건의 진영

    왕건과 장수들이 아득히 강 너머에서 접전이 벌어지는 광경을 지켜 보고 있다.

능산    우리 군이 밀리고 있는 것 같사옵니다.
박술희    허 이거야.. 이렇게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옵니까?
왕건    좀더 기다려보세..... 곧 무슨 영이 계시겠지.
홍유    우리가 밀리는 것은 아마 위계일 것입니다. 양길이의 힘을 빼기 위한 전략일 것입니다.
왕건    ........(끄덕인다) 내 생각도 그렇습니다.
모두들    ......?

씬 28 송악 황궁(밤)

종간(E)    양길이 끝내 전투를 원했다...?

씬 29 동 내원

    종간과 염상이 마주해 있다.

종간    무모한 자 같으니라구... 감히 폐하의 군대에 맞서려 하다니...삼족이 아니라 구족을 멸할 일이 아닌가?
염상    ......?
종간    일이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그 분의 일도 마무리를 지어야겠네.
염상    ......?
종간    북원부인 말일세.(사이) 그대가 그 일을 처리해 주어야겠어.
염상    (당황하여) 예? 소, 소장이 말이옵니까? 어, 어떻게... ?
종간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 듣겠는가?
염상    (눈빛을 빛내며) 허면....?
종간    (끄덕인다)......
염상    하지만 폐하께오서 그 일을 아시는 날엔..
종간    뒷일은 모두 내가 감당할 것일세. 폐하와 이 나라의 안위를 위한 일일세. 자네만 믿네.
염상    ......?
    
씬 30 황후전 외경

    제조상궁과 상궁들이 시립해 있고....

씬 31 동 황후전 안

    황후와 미향이 차를 마시고 있다.

연화    당분간 여기서 이렇게 나와 함께 지내십시다. 어차피... 하루종일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곳입니다.
미향    .......
연화    모두들 전장터에 나가 있으니 무료하기는 부인이나 나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차가 다 식겠네.... 어서 드세요.
미향    예, 마마... 이렇게 챙겨주시니 그나마 위로가 되옵니다.
연화    무슨 말씀을...누구보다도 이번 전쟁이 마음에 걸릴 사람은 바로 부인이십니다. 그 마음을 다 압니다.
미향    고맙사옵니다, 마마.
연화    다른 생각은 모두 접으세요. 부인께야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그 때 상궁이 밖에서 아뢴다.

상궁    (E) 황후마마, 강장자 어른께서 오셨사옵니다.
연화    아버님께서?
미향    ......?
연화    ....안으로 뫼시게..

     강장자 부부가 들어온다.

연화    어서들 오시오소서.
강장자    (미향을 보고는) 손님이 와 계셨사옵니다, 황후마마?
미향    .......
백씨    걱정이 되서 왔사옵니다. 폐하께서 전쟁터에 나가 계시니...
강장자    (미향을 계속 보다가) 혹.... 후원에 계시는....?
미향    예..
강장자    먼 빛으로 여러 번 뵈었는데.... 북원부인이시지요? 그 양길의 따님이라는....?
미향    (보다가 어색한 듯) 저는... 이만 일어나 보겠사옵니다.
연화    아닙니다, 부인. 함께 계셔도 괜찮습니다.
미향    아니옵니다. 말씀들 나누시오소서.
연화    ...부인...?
강장자    (매정하게) 살펴 가시오소서.

     미향이 일어나 그곳을 빠져나간다.

연화    아버님..?
강장자    황후마마, 저 여인이 누구인지 모르시옵니까?
연화    잘 알고 있습니다.
백씨    알고 계시면서도 함께 계셨단 말입니까? 저 여인은 지금 폐하와 싸우고 있는 양길의 딸이옵니다.
연화    하지만, 저 사람은 폐하의 아드님을 생산했습니다. 나보다 먼저 황후가 되었어야 할 사람입니다. .
백씨    그러니까 더욱 가까이 하시면 아니 되시지요.
강장자    마마께서도 어서 태자 아기씨를 낳으셔야 하옵니다. 폐하의 대를 이어 그 아기씨가 이 나라의 황제폐하가 되셔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연화    .....그런 것이었습니까? 그것이 아버님의 목적이셨습니까? 그래서 저를 이 곳에 보내신 것입니까?
백씨    마마...?
연화    돌아들 가세요. 쉬고 싶습니다.

     외면한다. 강장자와 백씨가 난감해 하며 서로를 바라본다. 연화의 싸늘한 모습에서..

씬 32 궁예 진영

    궁예군이 다시 대열을 갖추고 대기해 있다.     궁예와 은부가 멀리 양길의 진영을 바라보고 있다.
    
은부    군사들을 재정비했사옵니다.
궁예    수고했네. (사이).... 참으로 양길은 대단한 장수일세. 저런 맹장이 다시 나기는 어려울 것일세. 참으로 대단하네.
은부    용력이 대단할 뿐, 진정한 영웅의 그릇은 아니옵니다.
궁예    안타까운 일이네. 저런 사람이 적이 되어야 하다니...
은부    인정을 두실 일이 아니옵니다. 양길은 절대 폐하와 화합할 수 없는 사람이옵니다. 죽이셔야 하옵니다.
궁예    ........(고통스럽다)
은부    일단 양길의 전열을 흐뜨러 놓는 데는 성공한 듯 싶사옵니다. 이제 양면에서 공격을 할 시기가 된 듯 싶사옵니다.
궁예    그리 하게. 왕장군에게 전령을 보내게. 우리가 공격을 시작하면 그쪽에서도 군사를 움직이라 하게.
은부    예 폐하.

     궁예가 착잡한 듯 한숨을 쉬며 저편을 바라본다.

씬 33 양길 진영

    양길과 명길, 사위1과 장수들이 군사들을 정비하고 궁예 진영을 바라보고 있다.

사위2    첫 전투에 기세는 잡았으나 실속이 없었사옵니다.
명길    우리가 치면 도망을 치고 멈추면 서고.... 이것은 궁예가 우리의 힘을 빼자는 술책이옵니다.
양길    ........
명길    아무래도 전면전은 불리하옵니다. 적들을 유인해 함정에 집어 넣어야할 것이옵니다.
양길    일리 있는 말이야. 계책을 써서 저 놈들을 불러들이도록 하세. 이번이 우리에게는 마지막 전투가 될 것일세. 죽이느냐, 죽느냐... 선택은 둘 중에 하나야.

     모두들, 비장한 모습이다. 양길의 결연한 모습에서...

씬 34 왕건군 진영 강변

    장일이 군사 대여섯 명을 이끌고 달려오고 있다.

씬 35 왕건군 진영

    왕건과 장수들이 금대들이 오는 것을 보고 있다.

능산    금대 부장이 아니옵니까?
홍유    드디어 전투명령이 떨어진 모양이옵니다.

     금대들이 가까이 다가온다.

왕건    어서 오시오, 금부장.
금대    예, 장군. 드디어 폐하의 영이 내리셨사옵니다. 폐하의 본진이 공격을 시작하면 협공을 하라는 영이시옵니다. 하지만 양길은 죽이지 말고 반드시 생포하라 하셨소이다.
박술희    ...생포....?
왕건    (끄덕이며) 알겠소이다.
능산    생포라......너무 무리한 영이 아니시옵니까?
왕건    폐하께서는 다 생각이 있으셔서 그러시는 걸세. 인정을 베푸시고 싶으신 게야. 칼보다 무서운 것이 사람의 정이거든 인정으로써 북원을 함락시키고 싶으신 게야.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왕건    이러고 있을 겨를이 없소이다. 속히 군사들을 움직이시오.
제장들    예, 알겠사옵니다.
왕건    ........

씬 36 다시 궁예의 진영

    궁예가 여전히 은부와 제장들과 함께 양길의 진영을 응시하고 있다.

은부    지금쯤 왕장군의 군사들이 북원군에게 바짝 접근하고 있을 것이옵니다. 총공격을 명하시오소서.
궁예    (끄덕이고는) 양길장군은 반드시 사로잡도록 하게. 범부로 돌아가 인생을 마치길 원한다면 그리 해줄 것일세.
은부    .....(뭔가 말을 하려하다가) 알겠사옵니다, 폐하...
궁예    ...... 곧 영을 내릴 것일세. 전군은 대기토록 하게.
은부    예, 폐하.

씬 37 송악성 미향의 처소 근처

    염상과 군사들 한 떼가 심각한 표정으로 오고 있다. 그들은 미향의 처소로 향하고 있다.

씬 38 동 미향의 처소

    밖에 있던 궁녀들이 들어서고 있는 염상들을 보고 놀라 물러선다. 염상들이 다가와 문 앞에 선다. 염상이 눈짖을 하자. 군사들이 방문을 열어 젖힌다.

씬 39 동 미향의 처소 안

    미향과 월이가 문 앞에선 염상과 군사들을 보고 있다. 예사롭지 않은 표정들이다. 월이가 미향을 막아선다.

월이    무엄하시오. 기척도 없이 이게 웬 무례요?
미향    내군의 군사들 같은데...무슨 일이시오?
염상    폐하의 영이시옵니다. 소장과 함께 떠나셔야 겠사옵니다.
미향    ....떠나? 어디로 말이오?
염상    어서 일어나시오소서.
미향    (고개를 저으며) 나는.. 아무데도 가지 않을 것이오.
염상    가셔야 하옵니다.
미향    나는 폐하께 그런 말을 듣지 못하였소. 가지 않을 것이오.
염상    (윽박지르듯) 폐하의 영이라 하지 않소이까?
미향    (지지 않고) 듣기 싫소. 아니 간다면 아니 가는 것이오.

     미향과 염상의 눈빛이 팽팽하게 맞선다.

염상    .....좋사옵니다. 여봐라!

     군사 하나가 비단끈을 내려놓는다. 미향과 월이가 놀라 본다.

염상    비단끈이옵니다. 이곳에서 자진하시오소서.
미향    .......?
염상    어서요!
월이    이럴 수는 없사옵니다. 폐하의 아드님을 낳으신 분이시옵니다. 이럴 수는 없사옵니다.

     그러자 군사 하나가 월이를 끌어 젖혀 한쪽에 세운다.

월이    마님.... 마님.......
미향    폐하의 뜻이 아닐 것이니라. 사실이라면 폐하를 뫼셔오너라. (비단 끈을 내어 던진다) 폐하를 뵙고 나서 죽을 것이니라.
염상    정히 그렇다면 송구하오나 소장이 거둘 수 밖에 없사옵니다. 얘들아.

     그러자 군사들이 대답하며 앞으로 나선다. 군사 하나가 비단끈을 주어 들어 올가미를 만들어 서서히 다가온다. 미향의 목에 건다. 일촉즉발이다. 그때, 소리가 들려온다.

제조상궁    (E) 황후마마 납시오!

     염상이 경악한다. 어찌 해볼 틈도 없이 황후 연화가 들이닥친다. 방안의 광경을 보고 연화 역시 대경실색한다. 염상들이 급히 허리를 숙인다.

연화    이게 무슨 짓이오? (날카롭게)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게요?
염상    마마...?
연화    이럴 수가 있나..... 대체 이런 법이 있나? 폐하의 여인을 살해하려 하다니.... 그대는 누구인가? 내원의 장수가 아닌가?
염상    황후마마, 폐하의 뜻이옵니다. 또한 모든 황실의 뜻이옵니다. 헤아리시오소서.
연화    닥치시오! 폐하께서도 이 일을 알고 계시오?
염상    .......
연화    물러들 가시오. 아니면 이 황후의 목부터 조르고 나서 부인을 죽이시오. 나면저 죽이고 하라는 말이오.
염상    마마...
연화    대관절 그대의 목숨이 몇이라고 이런 짓을 하는 것이오? 하늘이 무섭지 않은가? 어서 물러가지 못할까!

     염상이 난감해 하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염상과 군사들이 밖으로 나간다. 미향이 눈에 눈믈을 글썽인다. 연화가 다가가 미향을 감싸 안는다.

연화    부인... 이제 괜찮습니다. 얼마나 놀라셨습니까?
미향    마마...
연화    어떻게 이런 일이... (눈물을 흘린다) 일어나세요. 그러길래 나와 함게 있자 하지 않았습니까? 가십시다. 내 처소로 가십시다. 뭣들 하는가? 어서 부인을 뫼시게.

     제조상궁들이 대답하고 미향을 부축한다.

연화    (안쓰럽게 보며 중얼 거린다)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가.... (도리질) 폐하께서 시키신 일은 아닐 게야. 적어도 폐하께서 이렇게 까지 하실 리가....

씬 40 다시 전장

    궁예의 기병이 창을 꼬나들고 들판을 무섭게 질주해 가고 있다. 금대, 종희 들이 이끄는 기병들이다. 그러나 양길군은 목책에 의지한 채 그들을 막아내기에 급급하고 있다. 드디어 목책이 무너지고 궁예의 군사들이 양길의 진영을 유린하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대혈전이다.

명길    폐하, 지금이옵니다.
양길    퇴각하라! 싸우지 말고 퇴각하라!

     양길과 명길들이 말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한다.

금대    적들을 쫓아라! 한 놈도 놓치지 마라!

     궁예의 군사들이 와 함성을 지르며 양길의 군사들을 뒤쫓는다.

씬 41 그 일대 유인로

    양길과 명길이 군사들을 이끌고 달려오고 있다.

명길    폐하, 이제 거의 다 와 가옵니다. 둘째 사위가 저곳에서 매복을 하고 있을 것이옵니다.
양길    알았네..
    
     그러나 그들 앞을 가로막는 군사들은 사위2의 군사들이 아니라, 왕건의 군사들이다. 양길과 명길이 경악하며 말을 멈추어 세운다.

명길    아, 아니 저들이 어떻게...? 둘째는 어디로 가고....?
양길    어찌 된 겐가? 대체 어찌 된 일이야?
명길    .....(당황스럽다).....

     그 때 왕건 진영에서 박술희가 사위2의 목을 치켜들고 소리친다.

박술희    이 자를 찾는 겐가? 조금 늦었네 그려. 이 자는 이미 지옥으로 갔느니라. 하하하..

     양길과 명길이 대경실색한다.

양길    이 이런..
명길    (절망적으로) 폐하, 이제 끝이옵니다. 앞뒤가 적이옵니다.
양길    ....최후의 일각까지 싸워야 할 것일세. 나는 뒷쪽의 궁예를 맡을 테니 자네는 저들을 맡게.
명길    형님...?
양길    장수된 몸으로 전장에서 죽는 것은 영광된 일이야. 저승에서 다시 만나도록 하세. 가자!

     양길이 다시 일군의 군사들을 이끌고 뒷쪽으로 달려간다.

명길    공격하라!

     명길이 왕건의 군사들에게 돌진해 간다. 왕건 진영에서는 배현경, 홍유, 유금필, 능산, 박술희 등이 군사들을 이끌고 달려나온다. 다시 치열한 접전이 붙었다. 능산이 언월도를 휘두르며 명길에게 달려간다.

능산    명길아, 내 언월도를 받아보거라!

     능산이 명길과 대적하여 수합을 겨룬다. 그러나 명길이 능산을 당해낼 수는 없다. 능산의 언월도가 빛을 발하더니 명길의 몸을 가른다. 명길이 그예 말에서 떨어지며 숨을 거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배현경과 홍유가 다가온다.

배현경    참으로 대단하구려.
능산    별말씀을.. 가십시다. 이제 양길이를 잡아야 하지 않겠소이까?
홍유    그럽시다. 허허허..

     능산과 배현경, 홍유들이 반대편으로 달려간다.

씬 42 다른 쪽

    양길이 군사들을 독려하며 홀로 분전하고 있다. 그러나 중과부적이다. 궁예 쪽 군사들에 이어 왕건의 군사들이 포위를 좁혀 들어오며 거침없이 양길의 군사들을 베고 있다. 마침내 양길이 홀로 남아 금대, 종희, 등과 맞서 칼을 휘두르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저 허우적거릴 뿐이다. 그러다가 양길이 말에서 떨어진다. 또다시 칼을 딛고 일어서 마지막 힘을 다해보지만 능산과 박술희, 유금필 등 기라성 같은 장수들이 그를 겨누며 다가서자 양길이 그만 창을 놓는다. 군사들이 달려들어 양길을 포박한다. 왕건이 다가오고, 그리고 얼마 후 저만치서 관망하고 있었던 궁예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양길과 궁예의 시선이 뜨겁게 교차하고 있다.

양길    궁예로구나..?
궁예    안타깝소이다. 이런 곳에서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참으로 안타깝소이다.

     양길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궁예를 쏘아본다. 그리고 만감이 교차하는 궁예의 모습에서...
                                 (33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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