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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대본

[태조 왕건] 45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7.11.17|조회수1,507 목록 댓글 0

태조 왕건 <제 45회>



 



씬 1 순행길


찬란한 아침 햇살이 들판 위로 쏟아져 내리고 있다. 궁예들의 긴 행렬이 길을 가고 있다.

궁예가 고개를 들어 강하게 태양을 쳐다본다.

그 모습 위로 판하면서...

해설 궁예. 그의 결코 짧지 않았던 순행길.... 궁예에게 있어서 그 기간은 자신을 돌아보고 알게 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세달사에서 승려의 신분으로 출발하여 죽주와 양길을 거쳤고 다시 명주를 취하면서 얻게 된 오늘의 입지, 그것은 신본주의, 즉 미륵의 세계를 내세움으로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자신이 결코 영원히 미륵으로서 안주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궁예는 거기서 갈등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해답을 뜻 밖에도 마지막 순행길에서 만난 아지태가 내놓았던 것이다. 아지태가 설파한 대동방국, 그랬다. 궁예는 비로소 자신이 도전할 새로운 목표와 열정을 발견하여 송악으로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씬 2 송악성 입구


종간을 비롯하여 장수들, 호족들, 왕건가 사람들,

백성들이 궁예들을 기다리고 있다.

곧 수 많은 기치창검들을 펄럭이며 궁예들이 성문으로 들어온다.

백성들의 열렬한 환호가 하늘을 찌를 듯 하다.

궁예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한 손을 들어 그 환호에 답한다.

종간을 예를 올리면 모두들 따라 극진한 예를 올린다.

종간 어서오시오소서, 폐하.

궁예 오, 내원.. 나와 주었구려.

종간 이렇게 폐하의 용안을 다시 뵈오니 기쁘기 한량이 없사옵니다. 긴 순행길에 수고로움이 많으셨사옵니다.

궁예 수고는 무슨..... (둘러보며) 하하하. 다들 공사가 다망할 터인데 이렇게들 나와 주셨소이다.

모두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궁예 오오....신천의 어른께서도 나오셨습니다.

강장자 예, 폐하..... 황후마마,

백씨 편안히 다녀 오시었사옵니까?

연화 예, 어머님.

궁예 오, 환장군, 이장군도 잘 있었소?

두장군 예, 폐하

환선길 순행길에 얼마나 노고가 크시었사옵니까?

이혼암 참으로 먼 길 다녀오시었사옵니다.

궁예. 그렇소이다. 아주 먼 길이었소이다. 허허허허...

종간 어서 궁궐로 드시오소서.

궁예 그렇게 하십시다.

환선길과 이혼암이 앞서며 궁궐로 길을 잡는다.

내군의 장수들이 궁예를 호위한다.

가다말고 궁예가 왕건에게 이른다.

궁예 아우는 그만 거소로 돌아가게나

왕건 아니옵니다. 황궁까지 폐하를 보필하겠사옵니다.

궁예 허허허. 그럴 거 없어. 자네의 가솔들이 나와 있질 않은가? 오늘은 가서 여독을 풀고 다음에 입궁하게나..

왕건 망극하옵니다, 폐하.

궁예는 궁궐로 향한다.

왕건과 그의 가신들은 궁예가 멀어질 때까지 계속 그 자리에 서있다.

왕평달 고생이 많았네 조카,

왕건 고생은요..우리도 가시지요, 숙부님....

왕평달 그렇게 하세.

이들도 길을 잡는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서......



씬 3 황궁 대전


궁예가 종간이 올린 보고서를 들여다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궁예 그간의 일들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 놓았구려. 역시 내원이오. 그래,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소이까?

종간 폐하의 황도는 내내 평온하였사옵니다. 또한 환장군, 이장군이, 복장군이 북벌을 끝내고 돌아와 군사들의 전열을 재정비하여 왔사옵니다..

궁예 음......... 그간 짐을 대신하여 정사를 돌보느라 노고가 참으로 크시었소.

종간 황공하옵니다. 폐하께오서 믿고 맡겨주신 덕이옵니다.

궁예 못내 아쉬운 것은 내원이 함께 순행에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오. 그것을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소.

종간 기회는 또 있을 것이옵니다. 하옵고 폐하....

궁예 .............

종간 순행중에 있었던 후원 마님의 일은 정말 유감이옵니다.

궁예 세상사가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는 법이오. 짐은 그 일을 잊기로 하였소. 다행스러운 것은 그럼에도 이번 순행은 매우 성공적이라는 것이오. 실로 짐은 많은 것을 얻어왔다 해야 할 것이외다.


반종간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소신이 전해들은 바로는 순행중 불미스러운 일이 많았던 것으로 아옵니다. 신은 내내 궁금 하였사옵니다. 웅주(공주)로 가시지 않고 청주로 길을 잡으신 것은 무슨 까닭이셨사옵니까?

궁예 허허허허.....일이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소이다. 내원도 곧 알게 되겠지만 청주를 들른 것이 이번 순행에 있어 가장 값진 선택이었소. 암 그렇구 말구.

종간 무슨일이... 있었사옵니까?

궁예 있다마다... 하하하. 나는 그곳에서 아주 정신이 번쩍 들었소이다. 아주 큰 것을 깨닫고 보았소이다. 값을 따질 수 없는 아주 큰 것 말이에요. 허허허. 이번 조회에서 다 얘기를 할 것이외다. 그 대 진지하게 한 번 들어주시구려. 허허허허...

궁예는 미소를 지은 채 더 이상 말이없다.

그 종간의 의문스러운 얼굴에서......



씬 4 왕건의 집 외경





씬 5 동 집 안


왕건을 중심으로 왕평달, 왕식렴, 왕신, 변사부,

마사부, 유금필, 능산,

박술희 등이 모두 모여 차를 마시고 있다.

식렴 형님께서 아니 계시면 어쩐지 집안이 텅 비어있는것 같사옵니다.

왕건 텅 비다니....? 그런 소리 말게. 나는 어차피 바깥에서 살게 되어 있는 사람일세. 이제 이 집안의 기둥은 식렴 아우일세. 아니 그렇사옵니까, 숙부님?

왕평달 그야... 식렴이가 작은 기둥라면 건이 조카는 대들보가 아니겠는가?

박술희 기둥이나 대들보나 같은 것이 아니옵니까?

왕평달 내 말이 그 말이네, 이 사람아...... 허허허.

모두들 웃는다.

왕평달 그래... 순행길은 어떠 하였는가? 이곳에서도 소식은 다 듣고 있었지만 조카가 직접 본 것과는 아마도 차이가 있을 것이네.

왕건 예견했던대로 폐하의 위엄이 대단하였사옵니다. 가는 곳마다 환영의 인파로 몸살을 앓을 정도였습니다.

왕평달 허허,,,,그래?

왕건 함게 모시고 순행을 하면서 폐하의 광대한 의지를 새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였사옵니다.

왕평달 그랬을 게야. 워낙이 지도력이 탁월하신 군주가 아니시던가?

유금필 주군에 대한 폐하의 신임 또한 더욱 돈독해지셨음을 보고 알 수가 있었사옵니다. 두 분께서는 잠시도 떨어져 있지 않으셨사옵니다.

능산 그러했사옵니다. 이번에 소인들을 다시 송악으로 불러 올리신 것도 폐하께서 주군을 보필하라 배려하시며 직접 하명하신 것이었사옵니다.

왕평달 .....(그떡인다.)

왕건 폐하의 은혜가 참으로 크옵니다. 숙부님.....뿐만아니라...... 폐하께서는 제게 특별하고도 중대한 하명을 내리셨습니다.

왕평달 특별하고도 중대한 하명이라.....? 도대체 무슨 영을 내리셨단 말인가, 조카?

왕건 ....삼한을 통일하기 위한 기본 계책을 강구하라 하셨사옵니다.

왕평달 ............?


왕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거대한 제국건설을 설계해보시겠다는 의지이십니다.

왕평달 그런 것이야 본래부터 국정의 목표가 그러하지 않았는가?

왕건 그렇기는 하지만 보다 확실한 의지와 결과를 만들어보자 하는 것이지요.

왕평달 후삼국시대일세. 빼앗고 빼앗기는 치열한 땅 싸움이야. 생각들이야 굴뚝같지만 확실한 결과라는 것이 그리 쉽게 나와 지는 것인가?

왕건 바로 그것이옵니다. 폐하께서는 저에게 쉽지 않은 그것을 확실하고도 빠른 시일 안에 보여달라고 하시는 것이지요.

변사부 폐하께서 말이시옵니까?

왕건 예, 그렇습니다.

마사부 허허. 너무도 무모하고 무리한 주문이 아닙니까?.

왕건 북으로 , 남으로....그리고 동쪽으로...백제와 신라가 우리의 길을 막고 있습니다. 어떤 혁명적인 변화가 없이는 모두들 현 상태에서 지루하고 답답한 소모전을 계속 벌려야 할 것입니다. 이 답답한 전세를 일거에 뒤집고 획기적인 대 역전의 기회를 잡아야만이 삼한의 주인자리에 좀 더 빨리 다가갈 수 있다 이런 이야기지요.

마사부 허면.... 그런 막중한 대임을 주군께 내리셨단 말이옵니까?

왕건 그렇습니다.

마사부 허허....아런.... 아무 .대책이나 근거도 없는 막연한 계획을 어찌 감당 하시려구요? 그러다가 전혀 방책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만큼 폐하께 실망을 드리고 결국은 ?한 손해를......

왕평달 그러게 말일세.

왕건 폐하께서 저를 믿고 내리신 영이시옵니다. 또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구요. 팽팽하게 대립해 있는 이 삼국시대의 판도를 누군가가 앞서서 깨야하고 변화 시켜야 하옵니다. 폐하께오서 그 적인자로 많은 신료들 중에 저를 택하시었사옵니다. 이 얼마나 감격스럽고 벅찬 은헤이옵니까?

모두들 ........(그런 왕건이 답답하고)

왕건 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때이옵니다. 모든 정보망과 재력을 동원하고...많은 현자들의 의견도 수렴을 해야 하겠지요. 경우에 따라서는 죽음까지도 불사해야할 것입니다.


왕평달 이보게, 조카.... 그래서 결국 .....모든 재물과 목숨까지 걸어서.. 우리에게 오는 것이 무었인가?

왕건 무엇이라니요? 신하로서 그 주인에게 목숨을 거는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옵니까?

왕평달 아무래도 지나친 충성심같네그려.? 자네는 이 송악과 왕씨가의 책임을 지고 있어. 형님의 유언을 잊어서는 아니될 것이야.

왕건 어찌 그 유언을 잊겠사옵니까? 그 유언이 무엇이라 생각하시옵니까? 송악을 지키고 왕씨가를 지키는 것....그것은 바로 폐하께 충성을 다하고 목숨을 다 바쳐 개인의 실리보다는 나라를 구하고 그리하여 그 나라를 통하여 송악과 가문을 지키는것이 아니겠사옵니끼?

왕평달 .............(눈을 감고 신음처럼)

왕건 우리는 오로지 폐하를 위해서만이 존재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과거에 있었던 일들은 모두 지우고 진정으로 폐하와 더불어 대업을 도모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왕건을 보는 근심스런 왕평달의 얼굴에서......

디졸브 되면...


씬 6 동 장소


왕건은 보이지 않고 왕평달과 두 사부가 마주 앉았다.

왕평달 답답한 일이네. 조카는 너무도 폐하께 빠져있어. 이래서야 어찌 가문의 희망을 성취하고 천하를 도모할 수 있겠는가? 힘이 빠지는 구먼. 힘이 빠져.......

변사부 주군께서 저러시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옵니다. 폐하께서 주군을 대하시는 것을 보시오소서.

마사부 그렇사옵니다. 두 분은 이제 뗄래야 뗄 수도 없는 관계가 되셨사옵니다.

왕평달 우리가 한시도 잊어서는 아니 것이 있네. 우리 가문의 숙원을 풀 사람은 그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조카라는 것이야.

마사부 ..............

왕평달 돌아가신 형님이 그러하셨듯이 나는 모든 것을 조카만을 위해 예비해 왔네. 식렴이를 저 자리에 내세운 것도 신이를 당나라에서 불러들인 것도 그렇네. 우리는 그간 각고의 노력 끝에 송악을 다시 제 자리에 올려 놓았어.

변사부 .............


왕평달 헌데 지금 조카는 폐하를 위해 그것들을 모두 내놓겠다는 것이야. 그것뿐이 아니라 목숨까지 내어 놓으려 하고 있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닌 것은 아닐세. 걱정일세... 걱정이야.

왕평달은 다시 한 번 긴

한숨을 토해낸다.



씬 7 왕건의 처소 외경


창 밖으로 웃음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씬 8 왕건의 처소


이곳에서는 왕건과 왕식렴, 왕신 형제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

왕건 순행이란 세상을 몸소 보고 느끼기 위해서일세. 이번 순행길도 그랬네. 아주 많은 공부가 되었어.

왕신 .....................

왕식렴 ... 순행길에 좋은 않은 일들도 많았다고 들었사옵니다마는....

왕건 그렇네. 북원 부인께서 숨을 거두셨고 부석사에서도 다소..좀 어색한 일이 있었지.

왕식렴 (조심스럽게) 하옵고.... 이 아우가 듣기로는...... 결국 폐하게오서 황후마마와 함께 침소에 드셨다는............

왕건 .......................?

왕식렴 이 송악에 소문이 자자 하옵니다. 미륵부처이신 폐하께오서 결국은 황후마마를 보시었다고 말이옵니다...?

왕건 허허허. 그리되었네. 잘 된 일이 아닌가?

왕식렴 .................?

왕건 이보게 아우, 그 일은 아주 잘 된 일이었어. 그 때문에 이 형은 모든 것을 벗어 던질 수 있었다네.

왕식렴 과거의 일들이 원망스럽지 않으시옵니까? 형님께는 참으로 견디기 힘든 고통의 시간들이 아니었사옵니까?

왕건 이제부터는 그렇게 말하는것 자체가 불충이고 불경일세. 폐하는 하늘이실세. 다시는 그 일을 이야기해서는 아니되네. 다시는.....

왕식렴과 왕신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씬 9 황후전 외경 (밤)




씬 10 동 안


연화가 내관으로 온 진서방과 궁녀1, 2의 인사를 한다.`

궁녀응와 제조상궁이 서있다.

연화 반가우이, 진서방.... 정말로 반가우이....

진서방 송구하옵니다요.

연화 자네가 내관으로 와주니 내 마음이 한결 놓이는 듯 싶네.

진서방 성심을 다해 마마를 모실 것이옵니다.

연화 그래주게. 정말로 잘 왔어.

제조상궁 이쪽은 새로 입궐한 아이들이옵니다. 차후로 황후마마전에도 큰 일이 많을 것이옵니다. 여러 대소사를 치루자면 사람이 필요할 듯 싶어 충원 하였사옵니다. 어서 인사를 여쭙거라.

궁녀1 민이라 하옵니다.

궁녀2 예인이라 하옵니다.

연화 그래... 잘들 왔니느라. 허나 궐 안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니라. 항상 말과 행동을 조신하게 하여야 할 것이야.

궁녀들 예, 마마.


연화 (제조상궁에게) 이제 되었으니 그만 나가들 보게.

제조상궁 예.

모두들 나간다.

연화는 피곤한 듯 잠시

이마로 손을 가져간다.

제조상궁 (E) 마마... 신천의 대부인 마님께서 납시었사옵니다.

연화 어머님께서...? 드시라 하게.

백씨가 안으로 들어온다.

연화 어서오시오소서.

백씨 성문 앞에서는 경황중이라 인사도 제대로 못 여쭈었사옵니다.

연화 인사라니요? 이리로 앉으시어요.


백씨 (앉는다) 어디 불편한 곳은 없으시옵니까? 얼굴이 많이 상해 보이시옵니다.

연화 아닙니다. 조금 피곤해서 그런 것이옵니다.

백씨 그렇다면 다행이옵니다. 이제부터는 더욱 더 옥체를 보존하셔야 할 것이옵니다.

연화 .............?

백씨 이제는 황은을 입으신 몸이 아니 옵니까?

연화 어머니........

백씨 이 에미도 다 알고 있사옵니다. 혹 태기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 절대 안정을 취하시오소서.

연화 그만 하시어요!

백씨 .........?

연화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폐하께서는 저를 여인네로 보시는 게 아닙니다. 그 모든 것은 그저 하룻밤 지나가는 여흥이었습니다. 폐하께서는 여전히 나를 보살로 보고 계시옵니다.

백씨 마마....

연화 저와 폐하 사이에는 정이 없사옵니다. 인간의 정이 없고 남녀의 정이 없는데... 그런데도 그 사에에서 아이를 바라시옵니까? 만약에 그리 된다면 또 다른 불행의 씨앗이 될 것입니다.

백씨 마마, 그것이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큰 일 나실 소리이시옵니다. 그런 말은 하셔서는 아니 되옵니다.

연화 북원부인의 일을 못들으셨사옵니까? 아버님과 어머님께서는 도대체 언제쯤이나 현실을 깨달으시렵니까? 그토록 폐하를 모르시옵니까?

백씨 ..............

연화 (가슴을 쥐어 뜯으며) 미칠 것 같습니다. 저는 미칠 것 같습니다. 사람이 사는 것이 이러한 것이 아니지 않사옵니까? 제게 어찌 이런 가혹한 짐을 지어 주시옵니까?

연화는 오열을 터트리고야 만다.

백씨의 가슴도 무너질 것만 같다.



씬 11 내원


종간 청주에서 심경의 동요를 일으키셨다?

은부 예, 내원 어른. 모두들 그렇게 느꼈사옵니다.

종간 그리 하셨단 말이지.

은부 허면 폐하께서 아무런 언급이 없으셨다는 말씀이시옵니까? 이상한 일이옵니다. 내원님께는 뭔가 이야기를 하실 줄 알았사옵니다마는....

종간 (가로 저으며) 이야기를 하시다가 마셨네. 폐하께서는 뭔가 새로운 것을 보시고 깨달았다고 하셨네. 아직은 그것이 무엇인지 말씀을 아니하셨네마는.....웬지 불안 하네. 쉽게 그런 말씀을 하시지 않는 분이신데 말일세.

은부 .............

종간 황후마마와 방을 함께 쓰신 것도 뭔가 석연치가 않은 상황이고..... 북원부인이 죽은것 하며 부석사에서 생부이신 경문왕의 화상에 칼을 꽃은 것까지..... 이번 순행길은 얻는것 보다는 잃은 것이 많은것 같으이.....그러함에도 폐하께선 아주 활력에 차 계시네......분명 폐하를 움직이게 한 뭔가가 있었다는 것이야..

은부 그리 말씀하신다면 그것은 다름아닌 청주의 아지태라는 호족때문일 것이옵니다.

종간 아지태....?

은부 예, 내원 어른. 폐하께오서 그 자를 몇 번 대하신 이후...많은 말씀을 나누시었고.... 그리고는 마지막 행선지인 웅주로는 아니 가신다 하셨사옵니다.

종간 ............(끄떡인다) 청주라..... 청주의 아지태라..... (사이) 한번 아지태라는 자를 철저하게 조사해 보게. 아무래도 그럴 필요가 있을것 같구먼.....

은부 예, 알겠사옵니다. 내원 어른.

종간 폐하께서 마음의 동요나 변화의 움직임이 계신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닐세.... 좋은 일이 아니야.

은부 곧 조회가 있을 것이옵니다. 거기에서 무슨 말씀이 계시지 않겠사옵니까?...............




씬 12 황궁 외경


내군의 군사들이 철통같은 경계를 서고 있다.



씬 13 동 정전


궁예가 옥좌에 앉아 그곳에 배석한 모든 문무신료들을 훑어본다.

궁예 전 신료들은 들으시오. 짐은 오랜기간 국토의 중요한 곳들을 순행하여 다시 황도로 돌아왔소이다. 짐이 황궁을 비운 동안 송악에 남아있던 내원 이하 전 신료들의 뒷바라지가 컸음을 아오.

종간 ..........망극하옵니다.

궁예 또한 그간의 공과를 평가해 보건데 짐의 수장들중 북벌에 참여하여 제국의 영토를 크게 넓히고 또한 변방의 오랑캐들을 위무하고 돌아 온 환장군과 이장군, 복장군에게 특히 치하하는 바이요.

그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궁예 또한 백제국과 대치하며 고생하고 경계를 잘 지켜준 왕건 장군과 그 제장들에게 위로를 내리는 바요.

왕건 망극하옵니다. 폐하.

궁예 짐은 적지 않은 먼 길을 돌아오면서 많은 것을 보았고 또 생각하였으며 반성을 하였소이다. 지금의 후삼국중에 가장 큰 영토를 가진 우리외다. 우리 고려.....

모두들 .................

궁예 그런데 짐은 참으로 놀라운 것을 발견 하였소이다.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우리는 너무도 삼한이라는 작은 울타리 속에서 버둥거려 왔다는 사실이외다.

종간 ................?

궁예 옛날의 고구려가 어떠했소이까? 하늘아래 중심이라 자처하는 저 중원대륙을 끝없이 정복하고 운영했소이다. 우리 삼한의 선조들이 말이요. 그런데 우리는 어떻소이까? 신라가 통일을 명목으로 당나라와 손을 잡더니 반도의 반이나 넘는 땅을 저들에게 내주었어요. 그리고 그 반조각을 가지고 이렇게 셋이서 죽기살기로 피를 흘리고 싸우고 있소이다. 이 얼마난 부끄러운 일인가?

모두들 .....................

궁예 짐은 순행길에서 돌아오다가 한 학인을 만났소이다. 그가 내 눈을 번쩍 드게 해주었소이다. 그 사람이 짐에게 말했소이다. 저 넓은 대 동방국이 있는데 어찌해서 작은 삼한을 놓고 아웅다웅하는가 하고 말이오. 대 동방국....대동방국......!

종간 ............(그재서야 꿈틀 한다)

궁예 이 작은 고려가 아니라 대 동방국이란 말이요 대동방국! 지금 우리에게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이 고려라는 작고 거추장스런 옷을 하루 빨리 벗어버리는는일이요

종간 폐하......?

종간뿐이 아니다.

모두들 크게 놀란다.

모두들 충격적인 표정들이다.

종간 .....폐하, 고려를....버리신다....하셨사옵니까?

궁예 그렇소이다.

종간 .............폐하, 고려는 폐하께오서 세우신 제국이시옵니다. 어찌 그런 말씀을..?

궁예 고려라는 이름이 우리를 작게 만들고 옹졸하게 만들고 있소이다. 더 큰 곳으로 나가자는 뜻이요. 망망대해로 말이요.우리에게는 이 삼한을 뛰어넘는 새로운 웅지가 필요하오. 짐의 이런 뜻을 내원과 신료들은 세심히 연구하고 생각하여 좋은 안들을 올리도록 하시요.

모두들 .......(대답이 없고)

궁예 (다구치듯) 아시겠소?

모두들 (마지못해) 예......

궁예 그리고 그동안 여러가지 관부의 설정과 그 책임에 관하여 몇가지 형평이 맞지 않은것들이 있었소이다. 그 일을 적어서 내봉성에 내렸으니 신료들의 수장인 광치나께서 전하도록 하오.

박지윤 예, 폐하....

눈치를 보며 앞으로 나서 준비된 것을 읽기 시작

한다.

박지윤 폐하께서는 명하셨소이다. 먼저 내군이 겸했던 병부령의 직임을 별도로 떼어 병부령 령에는 장군 복지겸을 명한다 하셨소이다.

복지겸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박지윤 내군은 계속해 장군 은부가 그 직임을 맡고...

은부 망극하옵니다.

박지윤 장군 이흔암을 순군부 제1군 사령에 제수하셨소이다.

이흔암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박지윤 순군부 제2군 사령에 홍유를 명하고 제3군 사령에 장군 배현경을 명한다 하셨소이다.

홍, 배 망극하옵니다, 폐하.

박지윤 또한 장군 김락 김언, 종회 등은 충주의 태수와 군사를 각각 관장하여 백제군의 침공에 대비토록 하라 하셨소이다.

그들 망극하옵니다.

궁예 그리고 장군 왕건은 잠시 그 직임을 거두니 사가에 돌아가 휴식을 취하라 하셧소이다.

왕건 망극하옵니다.

궁예 핫하하하하....왕장군 . 그대의 노고가 그간 너무도 크고 힘들엇을것 같아 좀 수라 한것이야. 그리 알게.

왕건 예, 폐하.......


궁예 핫하하하하.....경들은 모두 짐이 오늘 한 말을 진중히 생각들 해주시구료. 그리고 작은 곳에서 벗어나 대하로 나가 보십시다. 크게 꿈꾸는자가 크게 이룬다 하였소이다.우리는 대하로 나갈것이오.

그런 궁예의 얼굴에서 종간으로 바뀌며....해설로

이어진다.

해설 궁예의 꿈, 종간으로서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궁예는 지금 고려를 버리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 꺼리낌 없이 신료들에게 그것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고려를 버린다는것, 종간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고 있었다. 그리고 비로서 청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깨닫게 된 것이다.



씬 14 황톳길


이치가 종자들을 거느리고 오고 있다.

반대편 아주 먼 곳에서부터 일련의 행렬들이 다가오고 있다.

아지태의 일행들이다.

이치 이게 누구십니까? 청주의 아지태 어른이 아니시옵니까?

아지태 이치 장군이 아니오? 먼 길을 떠나오셨구료.

이치 예, 송악으로 가는 길이올습니다.

아지태 송악이라고 하셨소이까? 이런 우연이 있나? 소생도 폐하의 부르심을 받자와 황궁으로 가는 길이외다.

이치 그러셨습니까? 허허허. 아직도 한참을 가야하는데 잘되었습니다. 소장과 동행 하시지요.

아지태 그렇게 하십시다. 헌데 송악에는 무슨 일로........?

이치 지난 번 청주에서 만난 왕건 장군을 찾아가는 중이옵니다. 그 때 폐하의 각별한 말씀이 계시어서요...

아지태 알만하오. 아마도 그 분을 도울 일이 있으신 모양이외다.

이치 그러게 말이옵니다.

아지태 폐하께서는 청주를 떠나실 때부터 이미 많은 생각을 하고 계셨소이다. 그래서 물에 익숙한 그대를 일찍 알아보시고 왕장군에게 가라한 것일겝니다.

이치 허허허...어떻게 그리 잘 아시옵니까?

아지태 폐하께서 이 몸에게 다 열어보이셨으니 알 수 밖에요.


이치 허어...폐하게서 아학사님께 그리 ...허셨습니까?

아지태 헛하하하.....범부들은 말로 하고 그 경계를 넘은 사람들은 말없이 서로를 열어보입니다.

이치 ....................?

아지태 하늘이 아주 맑구료. 이사람이 청주 시골에 묻혀 지내면서 주인을 만나기까지 꼬박 오십평생이 걸렸소이다. 사내가 죽을 자리를 찾아간다는 것은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지요.

이치 왜 하필 죽을자리를 간다 하십니까?


아지태 핫하하하하..... 산다는 것이 다 찰라의 꿈이라 하였소이다. 모름지기 대장부 가는 길이란 늘 죽음을 동반하고 가는것이 아니겠소이까? 왕건장군에게 가신다.........좋은 일입니다. 기왕에 사람을 만나려며는 그 정도 인물은 되어야지... 왕장군이야말로 이 시대에 폐하와 견주어 볼 수 있는 인물일 것이외다 .

이치 하하하.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황제폐하와 그 신하를 견주시다니요......

아지태 내 말이 틀린 것 같소이까?

이치 ...............

아지태 이 난국의 시대에 어디 처음부터 왕후장상이 따로 있었소이까? 신분이란 만들어지는 것이고 쟁취하는 것이올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두 분의 인물론을 말한 것이올시다.

이치 소생은 어려워서 하나도 모르겠사옵니다. 아무튼 폐하께서는 아학사님을 처음 보실 때부터 무척이나 높히 보시는것 같았사옵니다. 이리 부르시는걸 보면....

아지태 허허허허....폐하같이 세상을 좌지우지 하시는 분들은 자신을 보좌할 사람을 금방 알아보지요. 고기가 물을 찾듯이 말이외다.

이치 ...................?



씬 15 내원 종간의 처소


은부와 종간이 심각하게 마주 해 있다.

종간 아지태가 올라오고 있다고...?

은부 그러하옵니다.

종간 그 자가 폐하를 오늘처럼 단순간에 다른 분으로 만들었다...? 도대체 어떤 인물이길래.............

은부 놀라운 일이 아니옵니까? 폐하께서는 마치 기다리셨다는듯이 고려를 버린신다 하셨사옵니다.

종간 아직도 아지태의 동정이나 정체가 파악되지 않았는가?

은부 예, 사람을 보냈사오나...아직은.....

종간 기가 막힌 일이야. 폐하께서 그토록 중요한 일을 상의도 없으신채 조회에 내어 놓으셨어. 이 종간이에게 아무 상의도 없으시고... 이것이 무얼 뜻하는지 아는가... 이미 결정 되었으니 더는 반대를 말아라 이런 말씀이실세.

은부 폐하께서 왜 그렇게까지.....?

종간 .....(생각)..........초조해 하시는게야. 뭔가 조급증을 느끼시고...그리고 거기에서 벗어나시고자 하시는것 같으이....

은부 도대체 그러실 이유가 무엇이오니까?

종간 .......(사이).........그러게 말일세....아무튼 이번 순행 길은 좋지가 않았네.....좋지가 않았어.



씬 16 왕건의집 정자

혹은 내아


왕건과 세 가신이 모여

있다.

유금필이 놀라며 묻는다.

유금필 아니, 주군. 고려를 버린다 하셨사옵니까?

왕건 (끄떡이면)..............

능산 어떻게 그런 ....말씀을.............?

박술회 신료들이 그저 듣고만 있었사옵니까?

왕건 너무도 놀라서 아무도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네. 폐하의 의지가 너무도 분명해 보이셔서......

유금필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이옵니까?

왕건 우선은 내원에서 그에 대한 연구가 있게 될 것이고 다음은 다시 조회에서 결론을 내시겠지. 하여튼 폐하께서는 참으로 놀라운 결단력을 갖고 계시네. 그 어려운 이야기를 추호의 주저함도 없이 공표를 하시었어.

능산 많은 호족들이 옛 고구려계의 사람들이옵니다. 주군께서도 그러하시구요. 불만들이 없겠사옵니까?

왕건 무작정 나라를 없애자는것이 아닐세. 보다 더 큰 웅지를 갖고자 하시는 것인데 누가 불만까지야 나타내겠는가?

모두들 ..................

유금필 이번에 특별히 주군의 벼슬을 물리시고 쉬시라 하셨사온데....?

왕건 허허허.....나를보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뭔가를 만들어 보라는 무언의 말씀이실세.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마는....아직은 답답하이....



씬 17 대전


궁예가 앉은 탁자로 한서, 사기, 등 사서들이 쌓여있다.

궁예는 그것들을 들여다

보며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내관 폐하.. 황후마마께서 드셨사옵니다.

궁예 드시라 하라.

연화가 들어온다.

궁예 오서오시구려.

연화 신첩이 방해가 되었나 보옵니다.

궁예 아니오. 자 앉으시오.

연화 (앉으며) 무엇을 읽고 계시옵니까?

궁예 중국의 사서들을 탐독하고 있었소이다. 저 혼란했던 춘추전국시대를 평정하고 황제의 자리에 오른 시황제로부터 한나라를 건국한 유방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난세속에 살아간 사내들의 이야기 말이오.

연화 진한시대의 사서들이옵니까?

궁예 그렇소이다. 그들 중에서도 시황제의 행적은 보면 볼수록 기가 막힙니다. 과연 맹주 였다 이말이오. 그는 폭군 이전에 아주 탁월한 군주 였소이다.

연화 ............

궁예 특히나 사상적 통일을 위해 서책을 과감히 불사르고 학자들마저 대거 처단한 붕서갱유의 예를 보면 그의 결단력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가를 알 수 있소이다. 아주 탁월한 군주였소.


연화 하오나 폐하... 신첩이 알기로는 시황제는 아방궁과 수릉을 비롯한 대규모 토목공사에 엄청난 국력을 낭비하여 백성을 고통 속에 몰아 넣었고 가혹한 법치를 수단으로 하여 폭군의 이름을 들었사옵니다..

궁예 ............. 그럴 수도 있소이다.

연화 붕서갱유 또한 마찬가지이옵니다. 황제라는 사람이 학자를 죽이고 서책을 불사르다니요?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여 그런 잔혹함을 보인다면 어찌 학문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옵니까?

궁예 대업을 이루려 하자면 적지 않이 고통이 따르는 법이오. 저 광활한 중원 대륙을 통치한다고 생각해 보시구려.

연화 ..............

궁예 큰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작은 결점들을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오. 정치라는 것이 본래 그런 것이외다. 허허허허..... 이거 오늘 내가 황후를 오시라 해놓고서 너무 무거운 이야기를 한 것 같소. 자, 오랜만에 단 둘이서 차나 한 잔 하십시다. 작설차예요.

궁예가 손수 다기에 차를 넣고 물을 붓는다.

연화가 물끄럼히 보고 있다.

궁에 때로는 이런 여유도 있어야지. 이 얼마나 마음이 여유롭소이까....아니 그렇소이까? 허허허.....고려를 버리고 새 이름을 찾으라 하였더니 신료들 모두들 우거지 상입디다. 핫하하하.....아무도 짐의 깊은 마음을 몰라요. 신라나 백제 따위를 뛰어넘어 장대한 제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그 포부를 말이오.



씬 18 대전


견훤, 최승우, 능환 외에도 박영규, 공직 등이 함께 배석해 있다.

견훤 올해도 농사가 대풍이라하니 다행일세.

최승우 모두가 폐하께서 끊임없이 관리들을 독려하시고 백성들을 위로하신 덕이옵니다.

견훤 농사란 생업중에 가장 큰 근본일세. 나라가 앞서서 저들을 격려하고 위로하고 돕는것은 당연한 의무일세. 그대들도 소홀이 말고 도성 밖의 모든 관료들을 잘 감독하여 좋은 결실들을 맺도록 하게.

최승우 이를 말씀이시옵니까. 그 일은 소신이 관할 관청에 특별히 지침을 내려놓았사옵니다.

견훤 그래야지. 농사가 잘되어야 백성들도 배가 부를 것이고 장사꾼도 장사가 되고 군사력도 튼실해질 수 있는 것이지. 이보게 사위.....

박영규 예, 폐하.

견훤 가을 추수가 끝나면 다시 대대적인 군사 동원에 들어갈 것이야. 호족들을 잘 관리해서 그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야. 파진찬과 잘 의논을 하게.

박영규 예, 폐하.

견훤 호족들을 아주 바짝 조이란 말일세. 눈치들이 빤해놓아서 조금만 틈을 보여도 엉둥한 짓들을 한단 말이야.

박영규 예, 폐하

견훤 농사가 풍년이라니 마음이 훈훈하구먼. 밖에 내관 있는가?

내관 (들어와) 예, 폐하.

견훤 후원에 들 것이니라.

준비를 하거라.

내관 알겠사옵니다.


최승우 (걱정) 폐하.... 요사이 후원으로의 행차가 너무 잦으신 것이 아니옵니까?

견훤 ..............?

최승우 가끔이라도 황후전에 들리시오소서. 적지 아니 서운해하실것이옵니다.

능환 그렇사옵니다, 폐하. 그리 하시오소서.

견훤 허허허. 자네들 눈에는 짐이 승평부인을 너무 편애하는 것으로 보이는 모양일세. 허나 발길이 저절로 후원으로 향하는 것을 어찌하겠나. 아무래도 내게 늦바람이 불어닥친 듯하네. 허허허.

근심스러운 능환과 최승우의 얼굴에서......



씬 19 황궁전 외경


박씨 (E) 또 후원으로 드셨단 말이더냐?



씬 20 동 황궁전 안


박씨가 두 아들과 함께

앉았다.

옥이가 문 앞에서 서서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서있다.

옥이 그렇다 하옵니다.

박씨 이제는 아예 그곳에서 사실 작정이신가 보구나.

신검, 양검 ................ (서로의 얼굴만 쳐다본다)

박씨 어쩌려구 저러시는고..... 어쩌려고.....

옥이 마마......

박씨 어찌 저렇게 변하실 수 잇단 말인고... 억장이 무너지는구나.

신검 승평 부인께서는 지금 태기가 있사옵니다. 그 점을 헤아려 주시오소서.

박씨 태기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구? 이 에미가 신검이 너를 낳았을 때, 폐하께서는 서라벌에 계셨다. 나는 그것을 다 참아냈느니라.

신검 ..............

박씨 헌데 이런 꼴이라니..... 투기나 부리는 신세라니.... 내 처지가 참으로 우습게 되었구나. 너무도 우수워.......

신검은 그런 박씨의 심정을 알기라도 하는 듯 가만히 고개를 숙인다.



씬 21 금성(나주) 관아

외경




씬 22 동 관사 안


오다린과 종례가 땅이 꺼질 듯한 한숨만 내쉬고 있다.

오다린 도대체 끝이 없소이다. 대관절 얼마를 더 바쳐야 폐하께서는 만족을 하신단 말입니까?

종례 그러게 말이올시다. 이 사람 역시도 허울좋은 금성 태수 자리라고 앉아서 대대로 물려온 가산을 모두 탕진하게 생겼소이다. 농사는 풍년이라는데 곳간은 텅텅 비었으니............아무리 전쟁준비를 한다고는 하지만......

오다린 해도 너무 하십니다. 해도 너무 해요.

종자 (E) 나으리.... 수달장군께서 오셨사옵니다.

오다린 수달 장군께서......?

종례 그래, 드시라 하게.

수달이 들어온다.

종례 어서 오시오, 장군.

오다린 (시큰둥하게) 어서 오시구려.

수달 무슨 일들이 있으셨습니까? 어째 안색들이 영 좋지가 않으십니다, 그려.

오다린 그동안 참고 참았으나 이제는 더이상 안되겠소이다. 도대체 폐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이오?

수달 이거 참,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

오다린 무지막지한 세금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오. 폐하께서는 아예 나더러 소금전을 내놓으라 하시는 것이오이까?

종례 그렇습니다. 우리는 할 만큼 하였소이다. 더이상은 무리예요.

수달 아, 아.. 이거 왜들 이러십니까? 폐하께 충성을 보이는 것입니다. 누구나 다 마찬가지올시다. 훗날 다 보상을 받을 겝니다.

오다린 훗날이 아니라 지금이 문제올시다.

종례 장군, 충성에도 한계가 있고 재물을 끌어내는 것도 도가 있는 법이올시다. 도대체 폐하께오서는 끝을 모르시는 분 같소이다.

수달 아아, 진정들 하시구료. 그걸 누가 모르겠소이까..? 압니다, 다 알아요, 하하하..... 정히 그러시다면 조만간에 소장과 함께 폐하를 찾아뵙도록 하십시다. 그러면 되겠소이까?

두 사람 .......... (대답이 없고 한숨만)

수달 소장이 폐하께 두 분의 사정을 잘 전해 올릴 것입니다. 자 이제는 되었습니까?

오다린 요사이 물건의 판로가 막혀 고려에까지 소금을 내다 팔고 있소이다.

수달 (놀라는 척) 고려...? 아니 그럼, 밀무역을 하신단 말입니까?

오다린 장군, 설마 그걸 지금까지 몰랐다고야 하시지 않겠지요...?

수달 아, 뭐 그거야.. 허허허.... 어쨌든 국법에 위배되는 것이지요.

오다린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세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을 어쩌겠소.

수달 하긴 뭐... 장사라는 것이 아니가는 곳이 있겠소이까마는... 그래 고려의 누구와 거래를 트고 계시오? 믿을 만한 사람이오이까?

오다린 그저 장사만 하는 것이오이다. 정주의 대상이지요. 그나저나 참으로 큰일이외다. 갈수록 산입니다 그려...

수달 허허허... 이거 모처럼 술한잔 하러 왔더니... 호되게 당합니다 그려...? 허허허허......

수달의 그러한 너스레에서.....



씬 23 정주 유장자의 집

외경


부용 모 (E) 방금 혼인이라고 하셨사옵니까?



씬 24 동 처소 안


유장자와 그의 딸인 부용(유씨), 그리고 부용 모가 둘러 앉았다.

부용 모 마음에 두고 계신 사람이라도 있으시옵니까?

유장자 뭐.... 딱히 두었다기보다는 보고있는 사람은 있소이다마는....

부용 .....?

부용 모 그 사람이 누구이옵니까...?

유장자 부인도 알 것이외다. 작고한 송악 성주 왕륭의 아들 말이오.

부용 ........... (다시 고개를 든다)

부용 모 그 사람이라면..... 황후마마의 옛 정혼자가 아니옵니까?

유장자 과거지사에 불과하오. 지금은 모든 것이 깨끗하게 정리되었소.

부용 모 하오나......

유장자 나는 오랜 순행중에 왕장군을 많이 지켜보았소이다. 과연 우리가 찾고있었던 대장부임에는 틀림이 없었어요. 사윗감 말이오.

부용 ....... ?

부용 모 그렇다고는 하지만.....


유장자 그 사람은 아마도 폐하의 뒤를 이을 유일한 사람이 될 것이오.

부용 모 예....? 이 나라에는 황제폐하 다음 자리에 내원이라는 분이 계시지 않습니까...?

유장자 허허허... 두고 볼 일이지요. 나는 왕건장군에게 좀 더 점수를 주고 싶소이다. 언젠가는 황제의 자리에 오를 사람으로 말이오.

부용 아버님, 그렇게 무서운 말씀을....

유장자 허허허. 이것은 내가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래전에 이미 도선 대사께서 예언한 것들이니라.

부용 모 맙소사. 도... 도선대사께서요?

유장자 그렇소. 그 예언들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의 폐하께서 오시면서 사람들은 모두 송악이 괴멸할 것으로 알았지요. 하지만 아니지 않소...? 신료들 중에 왕건장군이 폐하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아무도 없소이다. 그 왕장군이 지금은 혼자예요.

부용 모 황후마마때문이 아니옵니까...? 두 사람이 그리 좋아하다가 강제로 헤어졌으니 혼인할 마음이 나겠습니까...?

유장자 그러나 평생을 혼자 살기는 어려운 법이지... 부인도 마음에 두고 계시구려. 부용이 너도....

부용 ........

유장자 서두를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방관할 일도 아니야. 가까운 시일에 한번 보게들 될 것이오.

그런 유장자의 얼굴에서...



씬 25 예성강 포구 부근


왕건과 왕식렴, 왕신, 의형제들이 그곳을 돌아보고

있다.

박술희 참으로 오랜만에 맞는 휴식이 아니옵니까? 어디가서 술이라도 한 사발 해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능산 그래.... 고작 생각해 낸 것이 술이던가?

박술희 여흥을 돋구는데 술 만한 것이 어디 있사옵니까?

왕식렴 하하하. 박부장께서는 여전하십니다.

왕건 술도 좋지마는 곧 손님이 올 것일세. 그때 같이 하면 어떻겠는가..?

유금필 손님이라고 하셨사옵니까...?

왕건 그렇다네. 조금 전에 연통을 받았어. 이제 다 왔다고 하더구먼...

왕건이 길 쪽을 보는데 장수장이 급하게 달려온다.

왕건 오, 오신 모양이구먼...

장수장 주군, 웅주에서 손님이 오셨사옵니다.

왕건 허허, 그렇지 않아도 연락을 받았네, 어디 계시는가...?

장수장 저어기....

왕건과 의형제들의 얼굴에 밝아진다.

이치가 저만큼 오고 있다.

왕건 어서오시오, 이장군. 오랜만이구려.

이치 예, 장군. 여전해 보이시옵니다. 하하하...

왕건 그렇지 않아도 송악에 들어오신다는 연통을 받고 있었소이다. 어떻소이까...? 아우들이 마침 술 생각이 난다고 하니 저 위로 올라가 한잔 하는 것이...?

이치 하하하...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술이라면 이 몸도 아주 즐겨하옵니다. 오늘 한번 좋은 술구경 좀 하게 해주시오소서.

왕건 그리 하십시다.

모두들 와 웃어가며 왕건이 이치를 안내해 간다.

디졸브...




씬 26 예성강 포구 언덕

정자


이들이 모여 술을 주고

받는다.

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왕건 자, 한잔 더 받으시오.

이치 허허, 이거 술이 꽤 독하옵니다, 장군...?

왕건 그럴 겝니다. 국화로 빚은 소주올시다. 하하하...

유금필 아주 먼길을 오셨는데... 어인 일이시오이까..?

왕건 당분간 우리 집에 손님으로 계실 것일세.

능산 그렇사옵니까...?

왕건 폐하께서 이장군의 인품을 이미 알아보시고 나를 돕도록 보내신 것일세.

왕식렴 형님께오선 관직을 떠나 계시옵니다. 무얼 돕는단 말이옵니까..?

이치 하하하.. 관직은 떠나셨으되 하실 일은 그보다 크시니 고민이 많으시겠습니다, 장군...?

왕건 이 사람의 고민을 벌써 알아채고 계시는 구려. 하하하... 적지 않이 난감하오이다. 폐하께서는 역사를 뒤집을 대 계책을 강구하라 하시는 게요. 이 사람은 아둔하여 방도를 모르니....

이치 술이라는 것이 그래서 좋은 것이 아니옵니까...? 마시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여러 생각이 나는 법이옵니다. 서두르지 마시오소서, 장군..

왕건 하하하... 하긴 그렇소이다. 그래, 오시는 길에 힘들지 않으셨소...?

이치 동행도 있고 해서 괜찮았습니다.

왕건 동행이시라면......?

이치 오는 길에 청주의 대 학사 아지태란 분을 만났습니다.

왕건 아지태...? 하하, 우리가 그 분을 보았었는데... 대단한 학자였어요.

이치 대단하기는 하지만 어딘가 좀 실성한 사람 같기고 하고... 괴팍하다고 할까요... ? 하하하 ... 아무튼 그런 사람이예요, 지금 폐하와 함께 계실 것이옵니다.

왕건 폐하와 말씀이오...?

그런 왕건의 표정에서...



씬 27 황궁


궁예 그대를 다시 보니 답답하던 이 가슴이 금방 훤히 뚫리는 듯 하오.

아지태 그리 말씀하여 주시니.. 미련한 신은 몸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참으로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궁예 오다가 웅주에 이치를 보았다고 하였소이까..?

아지태 그러하옵니다. 아마도 폐하의 영을 따라 왕건장군의 사저로 간 듯 하옵니다.

궁예 하하하... 그럴게야. 짐은 그 사람을 처음 보았을 때 첫눈에 비범함을 알아보았어요. 시골에 눌러 있기는 아까운 장수가 아닌가 말이야...?


아지태 그러하옵니다, 폐하. 왕장군을 도와 분명 큰 일 하나를 해낼 것이옵니다.

궁예 음...? 아니 그것까지 알고 있었소이까...?

아지태 왕건같은 장수를 벼슬도 없이 사가에 쉬게 하시니 그만한 까?이 있지않겠사옵니까..? 웅주에 이치 장군이 그리로 가고 있음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라 생각되어 말씀드렸사옵니다.

궁예 하하하.. 과연 아지태 학사시오. 그렇소이다. 왕장군에게 획기적으로 역사를 바꿀 만한 대 계기를 만들어 보라 주문했소이다. 딱히 그런 말을 나눌 사람도 없고... 아무튼 아학사가 와 주시니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소이다.

아지태 망극하옵니다, 폐하. 두고두고 폐하의 곁에 남아서 머리끈을 풀어 신을 삼고 죽기로 충성하겠사옵니다.

궁예 고맙소이다. 고맙소이다.....

종간 (E) 아지태가 내전으로 들었다?



씬 28 내원


종간 그자가 왔단 말인가..?

은부 그러하옵니다, 내원어른...


종간 참으로 알 수가 없는 자가 아닌가..? 그렇게 빠른 시일 내에 폐하의 마음을 사로잡다니... 대체 그 자의 정체가 무어란 말인가? 아직도 모르는가..?

은부 내군에서 알아본 바에 의하면 아지태는 본래 유학을 공부했으며 한 동안은 당나라에도 유학을 다녀온 인물이라 하옵니다. 학문이 이미 경지에 올라있기는 하나 고집이 세고 남의 말을 듣지 않아 청주에서도 사람들과의 교류는 그리 넓지 못한 듯 하옵니다.

종간 .... 그래.......


은부 주위의 평판은 굉장히 엇갈렸사옵니다.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천재라 하기도 하고...

종간 ..........?

은부 일부에서는 굉장한 혹평을 하는 이들도 많았사옵니다. 그의 지식은 높으나 현실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인물이라는 것이옵니다. 말하자면 이상은 높으되 현실과 타합할 수 없는 사람이란 뜻이옵니다.

종간 아지태라..... 아지태...... 아주 어려운 인물을 만났네 그려....

은부 그 자를 그토록 염려 하시옵니까..?

종간 어째 그 자가 염려가 되겠는가..? 그 자에게 기울어지신 폐하가 염려스러워 하는 말일세. 위기가 오고 있네 그려. 위기일세......



<45회 끝> (08.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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