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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대본

[태조 왕건] 66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7.11.17|조회수1,705 목록 댓글 0

태조 왕건 <제 66회>



 



씬 1 황궁/대전


지난 회와 연결된다. 궁예가 타는 듯한 눈빛으로 종간을 쏘아보고 있다. 종간도 표정이 굳어 있다. 궁예가 다시 말한다.


궁예 다시 한 번 묻겠소. 이 나라를 예전으로 되돌리기 위해 아학사를 제거하려 한 게요? 그런 게요?

종간 ..........

궁예 왜 대답이 없소이까?

종간 폐하.. 아지태 그 사람은 제 분수를 몰라 적이 많은 사람이옵니다.

궁예 내가 묻는 것은 내원께서 아지태를 왜 죽이려했는가 하는 것이외다. 헌데, 적이 많다..? 적이 많아서 그랬다?

종간 페하.....

궁예 허면, 내원께서 그 많은 적들을 대표해서 죽이려 했다, 그런 것이겠구료?

종간 폐하....

궁예 그리고, 그 많은 적들 중에서 가장 큰 적은 바로 내원이시겠구료?

종간 폐하.. 신을 의심하시는 것이옵니까?

궁예 내원은 처음부터 아학사를 경계했소. 그리고 사사건건 부딪쳐 왔소.

종간 아지태는 폐하께오서 어렵게 일구신 이 나라를 망칠 사람이옵니다.

궁예 ....답답하구먼.. 참으로 답답해...

종간 .........

궁예 (한참 보다가) 우린 참으로 좋은 사이였는데, 어쩌다가 이리 되었는지 모르겠소.

종간 폐하께서는 예나 지금이나 신의 주인이시옵니다.

궁예 사형...

종간 ......?

궁예 (달래듯이) 사형이 어찌 나를 모른단 말이오. 내가 무슨 욕심이 있겠소? 나는 여전히 승려요. 영원히 백성들 앞에 미륵으로 남고 싶은 사람이오.

종간 신이 어찌 그것을 모르겠사옵니까?

궁예 아학사의 일은 이쯤에서 덮어두겠소이다. 하지만 또다시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아니될 것이오.

종간 ........

궁예 지금 우리는 제국 만년을 위한 대 장정에 들어섰소이다. 나는 사형과 더불어 그 웅장한 역사를 쓰고 싶소이다.

종간 .....폐하, 아옵니다. 신은 오로지 폐하 뿐이옵니다. 하오나.......

궁예 더 긴 말을 하고 싶지 않소이다. 나를 좀 도와주시구료, 사형.

종간 폐하.........

궁예 그리고,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번 법회는 아주 중요한 행사요. 이 법회를 통하여 이 나라는 다시 모두가 하나로 결속하게 될 것이오. 나는 이 법회를 위해 경전도 새로이 준비를 했소이다.

종간 (놀라 바라본다)......? 경전을 ...새로 준비하시다니요?

궁예 현실에 맞게 불경을 다시 써야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소이다.

종간 경전을.........(너무도 놀라) 경전을 새로 쓰시옵니까? 경전이란 오로지 부처님만이 쓰시는........

궁예 내가 바로 부처요.

종간 .........?


씬 송악 포구


허월과 석총이 그곳을 거닐고 있다.


석총 이제 어느 곳으로 가려는가?

허월 갈데가 있네.. 자 가시게..

석총 어디로 가느냐 묻지 않았는가?

허월 송악하면 왕씨 집안이 아닌가? 왕건 장군의 집으로 가보세나.

석총 허허 송악으로 온 속셈이 따로 있었구먼..?

허월 왕장군에게 부인을 돌려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석총 .....그래야겠지.... 중노릇하기엔 싹수가 노란 처자라 생각을 하긴 했네.

허월 그런가? 자 가시게..


씬 왕건의 집 외경


씬 동 집 마당


장수장이 수하들을 돌아보며 경계하고 있다.


왕건 (E) 자, 한잔 드시지요?


씬 동 집 사랑


왕건 드시오소서.

복지겸 허허허. 이거 꽤 마셨습니다 그려, 왕장군.

왕건 이렇게 자리를 함께 하니 참으로 뜻밖인 것 같사옵니다. 그토록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도 이런 자리를 마련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복지겸 허허허, 허긴 그렇습니다.

왕건 헌데, 소장은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복지겸 말씀하시지요.

왕건 굳이 전선을 상주로 택한 이유가 있사옵니까? 그곳은 조령이 가로 막고 있어 작전을 펴기가 여간 어려운 곳이 아닙니다.

복지겸 잘 알고 있습니다. 실은 그 때문에 그곳을 택하기도 하였습니다.

왕건 그 때문이라니요?

복지겸 아시다시피 지금 나라 안의 사정이 매우 어렵습니다. 모두가 힘들어 하는 세월이지요.

왕건 허긴, 그렇기도 합니다만은...

복지겸 모두의 시선을 밖으로 돌리고 내치를 다져야 합니다. 백제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적이옵니다. 특히나 나주를 잃어버린 이후 비장의 칼을 갈고 있소이다.

왕건 ........(끄떡인다)

복지겸 철원의 일로 나라가 어지럽소이다. 이럴때에 백제가 우리를 넘본다면 아주 어려운 경우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허지만, 상주에 있는 아자개와 견훤왕의 사이를 잘 이용한다면 의외의 성과를 거둘 수 가 있습니다. 물론, 왕장군께서 그곳에 계셔야 가능한 일입니다만은.

왕건 ...(끄덕인다)....알겠습니다.

복지겸 그리고 내원 역시 왕장군이 송악에서 떠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오래전부터 왕장군을 경계해 왔습니다.

왕건 .....?

복지겸 소장은 왕장군을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습니다. 큰 나무는 바람을 많이 받게 되는 것이지요.

왕건 어인 말씀을......

복지겸 내원도 이나라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올시다. 아니, 그 사람만큼 이 나라를 걱정하는 이도 드물지요. 두 분이 힘을 합친다면 더없는 역사를 만들어 낼것인데.......

왕건 소장은 아무런 불만이나 미련이 없사옵니다. 언젠가는 내원께서도 소장을 이해하시라 믿습니다만은.


그 때 밖에서 소란스런 소리가 들려온다.


복지겸 밖에 손님이 오신 모양입니다?

왕건 ...............?


씬 동 밖


두 사부가 허월과 석총을 맞고 있다.


변사부 (반색하며) 허월 대사님이 아니시옵니까? 연통도 없이 어인 걸음이시옵니까?

허월 오랜만일세. 변사부가 아닌가? 왕장군은 안에 계시는가?

변사부 예, 철원에서 돌아오셨사옵니다.

허월 허허.. 우리가 때를 잘 맞춰 왔구먼 그래..


그 때 평달과 왕건, 오씨가 달려나온다.


평달 어이구 허월 대사님 (합장을 하고는)... 어서 오시오소서.

왕건 어서 오시오소서, 대사님..

허월 허허허.. 다들 오랜만에 뵙소이다. 여기는 석총이라는 땡초요.

석총 허허허. 왕장자님이 아니십니까? 대명은 익히 많이 듣고 있었사옵니다. 소승 석총이라 합니다.

평달 석총 대사님이시라구요? 항상 말씀으로만 전해들었사옵니다. 고명하신 대사님을 뵙게 되어 참으로 영광이옵니다.

석총 고명은 무슨..... 손님이 오신 모양이옵니다?

평달 예, 병부령께서 와 계십니다만은.

허월 병부령 그 사람이? 잘되었구먼. 곡차 한 잔 마시면 좋겠소이다그려. 헌데, (오씨를 보며) 듣자하니 이 댁에 경사가 있었다던데..?

평달 그러하옵니다. 조카가 그예 혼례를 올렸사옵니다. (오씨를 보며) 뭐하는가? 어서 대사님께 인사를 올리시게.

오씨 처음 뵙겠사옵니다. 안으로 드시오소서.

평달 오, 참 그렇습니다. 밖에서 이러실 것이 아니라 어서 안으로 드시오소서.

허월 이보시게, 석총 들어가시게.


그들 그렇게 안으로 몰려간다.


씬 다시 사랑


주연석이 더욱 커졌다.


복지겸 이 곳에서 대사님을 뵈올 줄은 꿈에도 몰랐사옵니다.

허월 나야 뭐. 이곳저곳 떠도는 사람이니 어딘들 못가겠소이까? 복장군은 요즘 어떻소이까?

복지겸 군사 일만 맡아보다보니 늘 그렇사옵니다. 하온데, 석총 대사님을 여기서 뵈니 참으로 감개가 무량하옵니다. 산속에만 계신다 들었사옵니다만은.

석총 무슨 말씀을...... 곡차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오.

허월 허허허. 이 땡초가 글세 이렇다오.

왕건 어인 말씀이시옵니까? 허월대사님과 더불어 석총 스님의 대명은 천하가 알고 있사옵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참으로 영광이옵니다.

석총 대명은 무슨? 그거 다 헛소리올시다. 아무튼 반갑소이다. 빈도도 이 곳 송악과 왕장군에 대해 듣고 있었소이다.

왕건 ..........

허월 그래, 왕장군 철원에 가보니 어떻든가?

왕건 대대적인 공사가 한창이었사옵니다. 참으로 웅장했사옵니다.

허월 그게 다 백성들의 고혈이야.

왕건 대사님...?

복지겸 ..............

허월 어쩌다가 폐하께서 그리되셨는지 모르겠네그려. 이 어려운 시절에 그런 어마어마한 공역을 일으키실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모두들 ............

허월 그건 뭐 그렇고 다시 전쟁이 시작되나 보던데 자네도 출전을 하는가?

왕건 예, 그렇게 되었사옵니다.

허월 삼한이 서로 나뉘어 싸우고 있으니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 난리 속에 백성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아니되네.

왕건 명심하겠사옵니다.

허월 그리고 말일세. 좋은 소식 하나 전해 주겠네..

왕건 .......?

허월 이보시게 석총. 그 일은 자네가 말씀해 주시게나.

석총 왜 자네가 앞장서서 오지 않았는가? 자네가 알려주게.

허월 그래도 그 이야기만은 자네가 해야지. 어서.

석총 허허허....할 수 없구먼. 이보시오, 왕장군. 우리 절에 가짜 중이 하나 있소이다. 아무래도 왕장군께서 데리고 가셔야 할 것 같소이다.

왕건 예? 무슨 말씀이시온지.....

석총 허허허.... 실은 얼마 전에 스스로 목숨을 버리려던 한 처자를 구하게 된 일이 있었소이다. 지금은 빈도가 머물고 있는 절에서 머리를 깍고 중이 되었는데.. 속명이 뭐라드라......부용이라고 하든가..?

모두들 (놀란다)......?

왕건 아니? 지금 뭐라고 하셨사옵니까, 대사님?

오씨 부용아씨라 하셨사옵니까?

허월 허허허, 그렇다네. 대룡부령 유장자의 여식이 그곳에 머리를 깎고 앉아 있다네. 아직까지 왕장군 자네를 잊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으니, 가짜 중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왕평달 어이구, 이럴 수가 그렇게 찾아도 없더니만 그곳에.....?

오씨 부처님께서 도우신 것 같사옵니다.대사님, 그곳이 어디옵니까? 어서 사람을 보내야겠사옵니다.

평달 그렇사옵니다. 여봐라, 밖에 장수장 있느냐?

장수장 (E) 예, 나으리.

허월 허허허, 이렇게 원.....우물에서 숭늉 달래겠네그려? 지금은 날이 저물었소이다.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되오.


장수장이 밖에서 아뢴다.


장수장 (E) 나으리, 불러 계셨사옵니까?

평달 (그제서야) 아니다, 물러가 있거라.

석총 허허허. 어지간히들 속들을 태우고 계셨구먼그래. 날이 밝으면 가서 데려 오시구려. 아무리 봐도 중 되기는 글렀으니까......

오씨 허지만, 정주의 유장자님께는 알려드려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허월 내일이면 데리고 올 것인데, 뭘 그리 서둘게 있는가? 허허허. 정말 어지간히들 급했네 그려. 자, 곡차 좀 더 내오시게.허허허.


씬 정주/유장자의 집 외경(밤)


씬 동 집 사랑


유장자와 박지윤, 장자1,2가 모여 있다. 모두들 근심스런 표정이다.


박지윤 내원께서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소이다. 여러분들도 조회에서 다 보셨겠지만, 그게 어디 말이 되오이까?

유장자 ..........(한숨)공역은 크고 물자는 달리고....뭐, 그러니 그렇겠지요.

박지윤 아, 그래도 그렇지요. 우리 사정을 뻔히 잘 아는 내원께서 하루 아침에 그렇게 안면을 바꿀 수가 있단 말입니까?

장자1 그 사람이야 폐하의 충복이 아니옵니까?

장자2 앞 일이 암담하옵니다. 그 엄청난 할당량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모르겠사옵니다.

유장자 도리가 없소이다. 어렵더라도 세금을 마련해 바치는 수밖에요.

박지윤 ........(끄덕인다) 그렇소이다. 폐하께서 고려를 버리시고 다른 나라를 만드신 이 마당에 이런 문제로 눈밖에
 나서는 아니 되겠지요.
 

모두들 한숨을 내쉬며 말이 없다.


장자1 그나저나 따님은 어찌 되셨습니까? 아직도 소식이 없사옵니까?

유장자 그렇소이다.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언젠간 찾게 되겠지요.

장자1 ...........

박지윤 곧 법회가 있다고 하였소이다. 이번 법회는 지난 법회들과 아주 다르다고 들었소이다. 규모도 클 뿐더러 전국의 고승들을 다 끌어 모은다고 들었소이다. 그야말로 성대하게 치를 모양인데..

장자1 폐하께서는 미륵이시옵니다. 뭐, 법회를 여는 것이야 탓할 것이 없지만은 예전과는 다르다는 것이 문제이옵니다. 눈치를 보니 상당한 준비를 하는 것 같았소이다. 황실이 아주 부산하더이다.

장자2 많은 것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 같사옵니다. 잘못하다가는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눈 뜨고도 보지 못할 것 같소이다.

박지윤 그러게 말이오...허허, 이것 참. 나도 도대체 뭐가 뭔지...그저 답답하고 불안하다는 생각 뿐이오.


씬 황궁 외경(밤)


내군들인 금대와 장일이 군사들의 경계를 점고하며 가고 있다.


씬 동 대전 복도


내군들과 대전 내관들이 시립해 있고.......


씬 동 대전


궁예가 호롱불 밑에서 경전을 읽으며 뭔가를 써내려가고 있다. 그의 표정은 더없이 경건하다.


궁예(E)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했다. 사람들은 석가모니가 남긴 팔만 사천 경전을 만고불변의 진리라 여기며 숭배해오고 있다. 그러나 부처도 인간이었다..... 진정한 부처는 중생을 구하고 자신을 구하는 것이다. 중생을 구하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은 그 시대와 그 역사에 맞는 새로운 이념과 방법을 구하는 것이다. (사이) 경전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부처님의 법을 일컫는 것이다. 법이란 또 무엇인가? 경계를 넘나드는 하나의 기준일 뿐이다. 그렇다. 나는 이이 암담한 현실을 구할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이다. 곧 경전이다. 그 법으로 백성들을 새롭게 깨우치고 그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다.


그 때 인경 소리가 들려온다. 궁예가 생각에서 깨어나 붓을 놓고 밖을 본다. 그리고, 천천히 그 인경 소리와 더불어 일어난다.


씬 동 밖 복도


문이 열리며 궁예가 나온다. 그러자, 내관과 내군들이 따라 붙는다.


궁예 아무도 따라오지 마라. 혼자 걷고 싶으니라.

금대 예, 폐하..


궁예가 그렇게 나가면 내관이 당황하며 어쩔줄 모르고 보고 있다. 그런 표정에서...


씬 동 황궁 안 길


새벽의 여명 속으로 천천히 궁예가 걸어오고 있다. 범종 소리는 여전히 아득히 울려오고 있다. 궁예는 그렇게 걸어간다. 어느 쯤에 이르렀을까? 저만큼 전각하나의 불빛이 밝다. 궁예가 보고 있는데, 아이의 울음 소리와 함께 스님들의 독경 소리가 들려온다. 궁예가 그곳을 주시하다가, 천천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다.


씬 동궁 안


궁예가 들어선다. 그러자, 그 방안에서 유모가 놀라 일어나며 급히 예를 갖춘다. 스님들도 독경을 멈추고 일어난다. 그 방 앞에 박유가 앉아 있었다. 그 박유도 훔짓하며 일어난다.


박유 폐하께서 납시셨사옵니까?

궁에 오, 박학사가 아니오? 그러고보니, 내가 이곳은 처음 와보는 것 같구려.

박유 그러실것이옵니다. 이곳은 태자마마들께서 계시는 동궁이옵니다.

궁예 그렇구료. 헌데, 태자들이 잠을 깬 모양이구료.

박유 그렇사옵니다. 깨신 것이 아니라, 저희가 깨워드린 것이옵니다. 지금은 인시가 아니옵니까?

궁예 인시라?........

박유 폐하의 영을 따라 태자마마들께오선 이 시각에 일어나시어 스님들과 함께 예불을 드리시고, 아침을 죽으로 잡수신 후 다시 공부에 들어가시옵니다.

궁예 (빙그레 웃으며) 그것을 박학사께서 감독하고 계시는 구료?

박유 신이 영을 받아 뫼셨사오니, 어찌 소홀히 하겠사옵니까? 하오나, 두 분 태자마마께오서는 아무래도 새벽에 일어나시는 것이 힘이 드시는 듯 하옵니다.

궁예 어린 아기들이오. 그것을 어찌 싫은지 좋은지 박학사께서 아시오?

박유 울음소리를 들으면 다 느껴지옵니다. 조금은 가혹하신 처사인 듯 싶사옵니다.

궁예 (그러자 크게 웃는다) 본래 무슨 일이든 처음이 어려운 것이오. 그러나, 좋은 습관은 계속 될수록 그 결과가 크게 나타나는 것이오.

박유 ..........

궁예 남들 자는 잠을 다 자고, 남들 먹는 것을 다 먹고 남들 즐기는 것을 다 즐긴다면 도대체 언제 뜻을 이룰수 있겠소? 태자들은 훗날 대 제국을 책임질 막중한 소임을 갖고 있소이다. 이런 공부는 당연한 것이오.

박유 .............

궁예 꿈을 이루기까지는 고통의 밤이 지루하고도 긴 것이오. 허허허.....그러나, 오늘 새벽은 참으로 아름답구료. 특히나 박학사 그대의 투철한 그 정신이 참으로 돋보이오.

박유 .........

궁예 가혹하다 생각말고, 철저하게 아이를 가르치시오. 새벽에 깨우고, 죽을 먹여 정신을 맑게 하고 하루종일 잠을 재우지 말고 글을 듣고 보게 하시오. 그리고, 불경도 들려주시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오. (돌아서서 나가며) 맞아, 새벽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그 밤이 참으로 길고도 고통스럽지. 그러나, 아침에 태양을 보는 그 감격은 엄청난 것이거든. 엄청난 것이야..허허허....


궁예는 그렇게 웃으며 그곳을 빠져나간다. 박유는 무거운 신음을 터뜨리며 눈을 감는다. 어린 아기들은 그렇게 계속 울고 있다.


씬 길(새벽 여명)


어슴푸레 날이 밝아오고 있다. 그 새벽에 왕건과 오씨, 세 가신들이 가고 있다.


씬 유장자의 집 외경(아침)


유장자 (E) 지금 뭐라 했는가? 우리 부용이를 찾았다고 했는가?


씬 동 안


유장자와 부용모, 그리고 장수장이 와 있다.


유장자 부용이를 찾았다고 했어?

장수장 예, 나으리.

부용모 그게... 그게 사실입니까? 부용이를 찾았어요?

장수장 그렇사옵니다. 믿을 만한 분이 그리 말씀하셨으니 확실하옵니다. 지금쯤이면 저희 나으리께서 그곳에 도착하셨을 것이옵니다.

부용모 아이구, 천지신명님 감사하옵니다. 그 아이가 살아 있다니요?...

유장자 다행이야.다행이야... 하늘이 도우신 게야..


씬 산사/법당


부용이 땀을 뻘뻘 흘리며 절을 올리고 있다. 그 때 밖에서 수선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씬 동 산사 경내


왕건과 일행들이 일주문을 들어선다. 주지 스님이 나와 그들을 맞고 있다.


주지 어인 분들이시옵니까?

왕건 송악에서 온 왕건이라 하옵니다. 석총 대사님을 만나 뵙고 이리로 왔사옵니다.

주지 예.. 한데 어인 일로...?

왕건 석총 대사께서 일러주시어 왔소이다. 이 곳에 얼마 전에 수계를 한 비구니 스님 한 분이 계시다 들었사옵니다만은.

주지 오, 그 분을 찾아 오셨사옵니까? 저기 법당에 계시옵니다.


주지가 가리키는 쪽을 보면 부용이 절하고 있는 뒷모습이 보인다.


왕건 ........?


왕건이 그 쪽으로 다가간다. 법당 문이 열려 있고, 부용의 모습이 보인다. 그들 문 앞에 그렇게 서있다.


씬 동 법당 안


왕건이 문 앞에 서서 보고 있다. 인기척이 있자, 부용이 돌아본다. 땀투성의 그 얼굴이 충격처럼 떨린다.


왕건 낭자.. 부용 낭자... ?

부용 ...........?

왕건 여기 계셨구려.. 나요, 왕건이오.

부용 ......

왕건 낭자... 오랫동안 찾았소이다. 여기에 계시는 줄 몰랐소이다.

오씨 형님, 도영이라 하옵니다. 형님을 많이 찾았사옵니다.

부용 돌아들 가시오소서..소녀는 예전의 부용이 아니옵니다.

왕건 미안하오.. 모든 게 다 내 불찰이었소. 용서하시구려.

부용 돌아가시오소서.

왕건 내 어찌 그대와의 언약을 잊을 수 있겠소? 낭자는 나의 부인이오.

부용 ........ 소녀는 이미 출가를 한 몸이옵니다. 돌아가시오소서.

오씨 형님, 모든 일은 저 때문에 빚어진 일이옵니다. 이 아우의 잘못이 크옵니다. 용서하시오소서.

부용 ....... (다시 돌아 앉으며) 돌아들 가시라 하였습니다.

왕건 부용낭자 내려가십시다, 나와 함께 가십시다...

부용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흘린다)

오씨 서방님께서 이렇게 애원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희와 함께 가시오소서, 형님.

왕건 낭자, 그렇게 하십시다. 많이 찾았소이다. 참으로 많이 찾았어요. 어서 가십시다. 어서요.

부용 (절규처럼) 어서들 가십시요. 저는 아니갑니다.(눈물을 터뜨리며) 저는 아니갑니다.

왕건 아니오, 가야하오. (들어와 부용을 안아 일으킨다) 낭자, 나는 낭자와의 약조를 지키러왔소이다. 날 용서하시고 그만 가십시다. 어서요.

부용 (통곡하며) ........ 이제와서 어쩌란 말이옵니까? 소녀를 보고 어쩌란 말이옵니까?

왕건 어쩌다니요? 약조한 그대로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소이다. 낭자는 나의 부인이오.

부용 ........ (계속 울고 있고)..............

해설 부용. 이 또한 작중에 임의로 붙인 이름이다. 역사적 기록으로는 왕건의 첫부인이며, 훗날 신혜왕후로 추존되0는 여인이다. 고려사 열전에서는 지금의 이 대목을 이렇게 적어놓고 있다. “태조가 군대를 거느리고 정주를 지나가다가 유천궁의 집으로 가서 유숙하였는데, 그 집에서는 군대 일동에게 아주 풍성하게 음식을 차려 대접하였다. 그리고 유씨로 하여금 태조를 모시고 자게 하였다. 그러나 그 후로 서로 소식이 끊어져 정절을 지키고저 머리를 깎고 비구니가 되었다. 태조가 이 소식을 듣고 불러다가 부인으로 삼았다.”


씬 길


왕건과 부용이 나란히 말을 타고 산을 내려오고 있다. 부용은 승복이 아닌 비단옷에 고깔을 쓰고 있다. 그 모습에서 디졸브.


씬 황후전


연화가 놀라 슬이에게 되묻고 있다.


연화 뭐라, 그 부인을 찾았단 말이냐? 대체 어디서 말이냐?

슬이 송악 인근의 한 사찰에서 찾았다 하옵니다.

연화 잘되었구나.. 참으로 다행이구나.. 폐하께서도 이 일을 알고 계시느냐? 어서 전해 올려야 할 것이 아니냐?

슬이 하오나, 법회 때까지는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영이 계셨사옵니다.

연화 그래..? 지금 어디에 계시느냐?

슬이 대전에서 홀로 책을 보고 계신다하옵니다.

연화 책을......?


씬 동 대전 복도


씬 동 대전 안


궁예가 계속해 경전을 쓰고 있다.


궁예(E) 경전이란 쉽고 또 분명해야 하는 것이다. 그 옛날 원효는 나무아미타불만 알아도 부처님 세계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옳은 말이다. 백성들에게는 어려운 것은 오히려 복잡함을 줄 것이다. 쉽고도 분명한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쉬운 경전...... 그렇다. 모든 것은 쉽고 분명하고 그리고, 꿈이 있어야 한다. 다음에 올 행복을 꿈꾸게 해주고 오늘의 고통을 이겨내게 해주어야 한다. 경전은 그러면 족한 것이다.


궁예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계속 뭔가를 써내려 간다. 서책의 페이지가 넘어가고 궁예는 계속해 글을 써내려 간다. 그런 그의 표정에서....


해설 궁예의 경전. 안타깝게도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현재 전해 내려오지 않고 있다. 다만 궁예가 불교에 정통했다는 사실과 더불어 스스로 미륵이라고 칭한 것에 비추어 볼 때 그 내용의 일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요컨대 역사의 기록처럼 그 경전이 그저 허무맹랑한 요설은 아닐 것이라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궁예가 지었다는 그 경전이 자신이 미륵의 현신이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는데에 의견이 일치하고 있는 것 같다. 즉, 자신이 진정한 미륵이오, 부처라라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그것이다.


씬 내원


종간도 역시 생각에 잠겨 있다.


종간 경전을 짓고 계신다? 경전을.....(사이)... 아아 어찌할 것인가? 이 나라에서 내노라 하는 고승이 이번 법회에 모두 모일 터인데.. 왜 그런 무모한 일에 도전하신단 말인가? 경전을 지으신다?.......그렇다면, 그것은 지금까지의 부처님 법을 모두 부정한다는 것이 아닌가?


그 때 은부의 소리가 들려온다.


은부(E) 내원어른, 소장이옵니다.

종간 들어오게.


은부가 들어온다.


은부 소식 들으셨사옵니까? 왕장군의 부인이 돌아 왔다 하옵니다.

종간 (덤덤하게) .....그런가? 허, 그거 잘 되었구먼..

은부 ......

종간 바깥에 돌아가는 인심들은 어떠한가?

은부 세상이 모두 얼어붙어 있는 것 같사옵니다.

종간 (한숨) 그럴테지. 얼어붙어 있다?......

은부 철원에 황궁을 짓는 일로 하여 청주에서 끌어온 백성들은 지금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로 지치고 힘들어 하고 있사옵니다.

종간 그야..... 청주출신인 아지태가 자처한 일이 아닌가?

은부 그렇긴 하옵니다만은...... 다른 곳의 인심도 마찬가지이옵니다. 전국 곳곳에서 장정들을 일군으로 뽑아 올리기 때문에 불만들이 많사옵니다. 젊은 사람들은 군인을 나가거나, 일꾼으로 끌려 가기 때문에....

종간 그만하게. 어찌하겠는가? 시국이 그러하니.....

은부 그 아지태도 부상이 낫는 대로 이번 법회에 참석을 한다 하옵니다.

종간 ......(무거운 신음) 그렇겠지..... 다, 그 자가 주도한 일이니까.

은부 부장 염상을 통해서 들으셨겠사옵니다만은 여전히 패서의 호족들도 은밀한 회동들을 자주 갖고 있는 것으로 아옵니다.

종간 그것도 알고 있네. 그래서, 늘 경계를 게을리 하지 말라고 일렀네.

은부 요즘 폐하께오서는 대전에서 두문불출하신다 들었사옵니다만은...무슨 일이 있사옵니까?

종간 경전을 짓고 계신다네.

은부 예? 아니, 부처님 경전이야 팔만 사천이나 된다고 하지 않사옵니까?

종간 그래서, 이렇게 답답해하고 있다네. 폐하께서 무엇을 생각하고 계시는지 알 것 같아서 말일세. 두렵네. 자꾸만 모든 것들이 가파르게 치닫고 있어.

은부 ........ 아지태 때문이옵니다.

종간 철원에서 그 아지태의 일은 좀더 신중했어야 했어.

은부 송구하옵니다. 어쩌다 그만.....

종간 폐하께오서는 우리를 의심하고 계시네.

은부 (놀라며) 그렇사옵니까?

종간 허허허.... 당연한 의심이실세. 너무도 상황이 뻔한 것이고, 그 일이야 일단 뒤로 넘기기로 하세. 그보다도 군사들의 준비는 어찌 되어 간다 하는가?

은부 출전준비가 마무리되고 있는 줄로 아옵니다. 병부령과 왕장군이 돌아왔으니, 곧 폐하께오서 영을 내리시지 않겠사옵니까? 지금도 병부에 장수들이 모여 있다 들었사옵니다.


끄떡이는 종간의 표정에서....


씬 병부


장수들이 모두 모여 있다. 병부령 복지겸을 비롯하여 왕건과 세부장, 환선길, 이흔암, 배현경, 홍유, 김락 들이 여러 부장들과 어울려 회의를 하고 있다.


이흔암 결국 그러면 이번 전쟁은 상주가 확정이 되었다 그런 말씀이 아닙니까?

복지겸 그렇소이다. 현재 전 전선을 살펴 볼 때 그곳이 백제와의 가장 중점적인 전략 요충지로 드러났소이다.

환선길 지난 번에도 충주에서 그곳을 치려다가, 보류를 하지 않았소이까?

복지겸 그렇소이다. 산세가 워낙 험하고 길이 좁아 그랬던 것이외다.

홍유 그렇다면 이번은 무엇이 다른 것이오이까?

복지겸 우리는 이번에 양쪽으로 공략을 할 것이외다.

김락 양쪽이라뇨? 어느 곳을 말씀하시는 것이오이까?

왕건 소장이 말씀드리리다. 쉽게 말해서, 충주에서 상주로 들어가는 조령을 넘는 것과 동시에 또 한 쪽에서는 죽령을 타고 예천(예천), 고창(안동)쪽으로 가는 것이외다.

배현경 어허, 일리가 있는 말씀이외다. 길은 그곳 뿐이지요. 그리고 어차피 언젠가는 넘어야 할 곳이 아닙니까?

유금필 그렇사옵니다. 앞으로는 어차피 백제와의 전쟁이옵니다. 반드시 상주를 얻어야 확실한 전초기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박술희 (은근히 걱정이 되어) 허면, 어디를 먼저 치는 것이옵니까?

복지겸 그것은 우리가 좀 더 논의를 해야 할 것이고.....

홍유 (박술희 보고 웃는다) 박부장께서는 아마도 견훤왕의 아비가 있는 사불성을 먼저 치지 않을까, 걱정이 되시는 모양입니다?

박술희 아, 뭐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러자, 모두들 와- 웃는다.


환선길 허긴, 잘 하면 처가집이 될 곳인데 걱정이 되는 것은 당연할 것이오. 아니그렇소이까?

김락 왜 아니겠습니까?

모두들 ......... (다시 와 웃는다)

능산 공격로가 결정되었다면, 추위가 더 오기 전에 군사들을 이동시켜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복지겸 그렇소이다. 이 회의가 끝나는 대로 군사들을 이동시킬 것이외다.

이흔암 상주라..상주라... 또 한번 태풍이 불게 생겼소이다. 허허허.

박술희 기왕에 양쪽에 재를 넘어갈 것이라면 소장은 조령쪽을 맡게 해주시오소서.

복지겸 허허허. 그러다 정말 오해 받게 생기셨소이다. 아직도 그렇게 견훤왕의 누이를 잊지 못하시는 모양이 구료. 그것이 정말인가 봅니다?

왕건 허허허. 우리 박부장이 이렇게 마음이 가 있으니 다른 곳을 가라하면 소임을 제대로 마치지 못할 것이옵니다. 어차피, 소장이 이번에도 총사령을 맡게 되었으니 조령쪽은 박부장과 더불어 부장 유금필, 부장 능산을 보내고, 죽령쪽은 환장군께서 다른 장수분들과 더불어 가주셨으면 하옵니다.

환선길 고맙소이다, 왕장군. 죽령쪽은 우리가 맡겠소이다.

복지겸 우선 군대를 둘로 나누어 각자의 군영으로 가도록 하시오. 여기 왕장군은 법회에 참석을 하고 또 혼례를 올린 후 바로 떠나도록 되어 있소이다.

이흔암 허허, 장가 가신지 얼마 되었다고 또 장가 얘기입니까? 복이 넝굴채 온 거 같소이다, 왕장군.

모두들 ..(와- 웃는다)

복지겸 자, 일단 공격로가 정해졌으니 제장들은 곧 군사들을 정비하여 떠나도록 하시오! 이미 폐하의 재가가 내려졌소이다.

모두들 예.


씬 길


군사들이 긴 행렬을 늘어뜨리고 가고 있다. 그 한 쪽에서 백제의 첩자들이 보다가 놀라서 숲속으로 사라진다.


씬 완산주 황궁


견훤(E) 뭐라, 북군이 내려오고 있어?


씬 동 대전


견훤과 신료들이 모여 있다. 최승우, 능환, 능애, 공직, 박영규, 신검, 양검, 추허조가 모여 있다. 수달도 있다.


견훤 충주라 했는가? 허면 아버님이 계시는 상주를 노리는 것이 확실한 것이 아닌가?

능환 그렇사옵니다. 속히 군사를 그 쪽으로 보내시오소서.

최승우 적의 기만 술책이옵니다. 맞대응 하실 필요가 없사옵니다.

견훤 아니야.. 이미 마진국의 북군이 이동을 시작했다고 하지 않는가? 이대로 보고만 있으라니 말이 되는가?

최승우 폐하, 서두르지 마시오소서. 신이 말씀 올리지 않았사옵니까? 저들의 기만 술책이옵니다.

능환 하지만, 그렇다고 적군이 오고 있는데 강 건너 불 보듯이 보고만 있으라는 것은 말이 아니되네.

견훤 짐도 생각이 같으이. 이번에야말로 저들에게 단단히 맛을 보여주어야해! 이보시오, 공직 장군.

공직 예, 폐하.

견훤 장군이 그쪽 지형에 밝으니 함께 가도록 하오.

공직 예, 폐하.

견훤 박장군도 함께 가도록 하라.

박영규 예, 폐하.

견훤 군사들을 총점검하라. 그리고, 태자들을 그 전투에 선봉을 삼게 하라. 경험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은 것이야. 아니그런가?

두태자 예, 아버님.

능애 하오나, 폐하 여러가지 첩자들이 올려온 장계로 살펴볼 때 지금 마진국의 국내 실정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옵니다. 파진찬의 의견을 좀 더 들어보실 필요가 있을 것 같사옵니다.

최승우 그렇사옵니다, 폐하. 차라리 그럴 바에는 상주로 군사를 옮기는 것보다 잃어버린 금성을 도모하는 것이 더 낫사옵니다.

수달 그러하옵니다, 폐하. 신에게 다시 한 번 군사를 주시옵소서. 금성을 되찾게 해주시오소서.

견훤 아니야, 궁예왕이 신라의 왕자이든 뭐든 그것은 지금 그리 큰 도움이 되질 않아. 또한 저들이 철원에 대대적인 공사를 벌리고 내부사정이 복잡하다 하여도 역시 우리에게는 당장 도움이 될 것은 아무것도 없어. 금성도 잠시 그렇게 더 놔두게. 지금은 상주 일이 더 급해 보이네. 그리하도록하라!

모두들 예.


씬 황후전


박씨가 놀라서 옥이에게 묻고 있다.


박씨 상주에서 전쟁이 일어난단 말이냐?

옥이 그렇게 들었사옵니다, 황후마마.

박씨 두 태자도 그곳으로 간다 그말이지?

옥이 예, 마마. 방금 전 듣기로는 그리하신다 하옵니다.

박씨 갈수록 태산이구나. 상주의 아버님은 우리를 그토록 싫어하시는데 페하께서는 굳이 그곳을 지켜주려 하시고,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구나. 우리 태자들은 왜 데려간단 말인고?

옥이 .......

박씨 답답하구먼. 이럴때 아버님께서 든든하게 우리 입장이 되어 버티어 주신다면, 얼마나 좋단 말인가? 답답해.


씬 상주성 외경


아자개 (E) 뭐라, 고려, 아니 마진의 대군이 이리로 오고 있어?


씬 동 안


아자개가 놀라 펄쩍 뛰고 있다.


아자개 마진의 대군이 온다? 정말 온단 말이지?

용개 예, 아버님.. 이미 충주에 이르고 있다 하옵니다.

아자개 장수는, 누가 군사를 이끌고 왔다더냐? 왕건인가 뭔가 하는 그 사람이냐?

보개 왕건은 보이지 않는다 하옵니다. 허나 그 수하 부장들은 온 모양이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대군의 무리가 길게 죽령쪽으로 이동을 하고 있다 하옵니다.

계모 세상에.... 그렇다면, 양쪽으로 군사가 온단 말이냐?

대주 양쪽으로 오면 어떻사옵니까? 막으면 될 것이 아니옵니까?

계모 그 많은 군사들이 양쪽으로 몰려온다는데 어찌 막는단 말이냐?

대주 오라버니가 계시지 않사옵니까? 이곳 사불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오라버니의 영토이옵니다. 가만히 계시겠사옵니까?

계모 시끄럽다. 그 잘난 오라버니 얘기는 하지도 말아라. (하다가) 나으리, 왕건 장군의 부장들이 온다면 그 박술흰가 누군가 하는 장수도 올 것이 아닙니까?

아자개 응, 참 그렇겠구나. 박술희도 오겠구나? 응? 박술희가 오겠어?

용개 예, 아버님. 그렇다하옵니다.

아자개 헤헤헤, 그렇다면 뭐 크게 걱정할 것이 있겠느냐? 박술희가 온다면 우리와 전쟁을 하자는 것이 아닐게야.

대주 어인 말씀이시옵니까? 아버님.

아자개 박술희가 누구냐? 우리가 다 보았지 않으냐? 절대로 우리에게 칼을 들이댈 사람이 아니니라. 아마도 견훤이 놈을 노리고 오는 것일게야.

대주 아버님, 대체 무슨 말씀을 그리하시옵니까? 이것은 우리의 일이옵니다.

아자개 에이잉... 아니다. 그렇지가 않을 게야. 암......


씬 길


가고 있는 군사들.. 세 가신들...


유금필 이보게, 술희.

박술희 예, 형님.

유금필 자네가 견훤왕의 누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이제 세상이 다 알아버렸네.

박술희 헤헤헤. 어찌하겠사옵니까? 참으로 마음대로 안되는 것이 남녀간의 일인것 같사옵니다, 형님.

능산 그래가지고서야 어찌 전쟁을 치르겠는가? 만약에 자네에게 사불성을 함락시키라는 영이 떨어진다면 어찌하겠는가?

박술희 아, 그야 군령인데 따라야합지요.

유금필 그렇다면은 견훤왕의 누이는 어찌하고?

박술희 그것이 고민이 되기는 하옵니다만은 어떤 방책을 세워봐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능산 허허허. 사모하는 님이 먼저인가, 아니면 지엄한 군령이 먼저인가? 고민이로다. 우리 술희 아우가 고민이야, 허허허.

유금필 (웃으며) 물론 군령이 먼저일세. 그것이 군인의 본분이 아니던가?(사이) 지금쯤 송악에서는 대대적인 법회가 열리고 있겠네 그려?

능산 그럴것이옵니다. 모두들 그 일로 하여 걱정들이 많았던 것 같았사옵니다.

유금필 글세.... 폐하께서 하시는 일이니 누가 감히 뭐라 하겠는가? 자, 어서들 가세.


씬 황궁 정전 앞


석총과 허월을 비롯한 수많은 고승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리고 왕건을 비롯해 문무 신료들이 가득 자리를 메우고 있다. 정전 앞 마당을 메운 스님들이 염불을 합창하고 있다. 대대적인 법회인 것이다. 박지윤을 비롯해 왕평달 부자와 오씨, 그리고 유장자와 그 부인, 박유, 장자들이 역시 뜰을 메우고 있다. 그때 대전 내관이 황제의 행차를 알리는 긴 목소리를 전해온다.


대전내관 황제폐하 납시오!!


군중들이 술렁거린다. 한쪽 길이 확 트이면서 수많은 동남동녀들이 화사하게 연등을 받쳐들고 길게 앞서온다. 그리고, 그들 뒤로 머리에는 금책 수건을 쓰고 몸에는 비단을 걸친 새로운 궁예의 모습이 황후 연화와 더불어 나타나고 있다. 두 태자(세살쯤)도 그렇게 함께 오고 있다. 모두들 경이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다. 모든 신료와 승들이 일제히 일어나 허리를 숙이며 궁예를 맞는다. 궁예는 천천히 걸어가 마련되어 있는 황금 법석에 앉는다. 그리고, 좌중을 길게 돌아아본다. 기이한 정적이 잠시 흐른다. 궁예는 손으로 모두들 앉으라는 손짓을 해보인다.


궁예 모두들 제자리에 앉으라!

은부 모두들 좌정하랍시오.


그러자, 일제히 자리를 잡고 앉는다. 궁예의 화려한 변신을 보며 석총은 혼자서 혀를 차고 있다. 허월은 그저 담담히 본다. 장내를 여전히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하다. 궁예는 들고 있던 주장자로 바닥을 두어번 친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흐르다가 궁예는 입을 연다.


궁예 사부대중, 문무신료와 귀 있는 모든 자들은 들을지어다.

모두들 예......................

궁예 오늘의 법회는 짐이 미륵으로써 이 세상에 내려와 그동안 때를 기다려왔던 참 법을 설하는 자리이니라.


대중 속에서 석총이 여전히 비웃고 있다. 왕건과 더불어 장자들의 면면히 스쳐간다. 모두들 긴장해 있다. 연화와 강장자 부부들도 그러하다.


궁예 미련한 중생들이여, 그대들은 미륵이 무엇인지를 아는가? 무엇이 미륵인가? 그대들은 보아라. 여기 앉아 있는 짐이 바로 미륵이 아닌가? 내가 세상을 구하기 위하여 그대들 곁에 왔느니라. 지금까지 쓰여진 모든 부처의 법은 사라질 것이니라.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 굳어지며 경악한다. 허월도 석총도 굳어졌다.


궁예 대중은 듣거라. 이제부터 참 미륵인 내가 지은 경전만이 세상에 유일한 법이 될 것이니라. 천상천하 모든 미물에서 하늘의 신에 이르기까지 산천초목이 다 이 법을 받들게 될 것이니라. 이것이 곧 나, 미륵의 법이니라!!!


< 66회 끝 >




첨부파일 태조왕건66.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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