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KBS대본

[태조 왕건] 70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7.11.17|조회수1,528 목록 댓글 0

태조 왕건 <제 70회>



 


씬 1 황궁 법당


지난 회와 장면이 연결된다. 모두들 얼어붙은 채 석총과 궁예를 보고 있다. 잠시 침묵이 흐른다. 궁예가 빙그레 웃으며 다시 말한다.


궁예 미륵이 아니라고 하였는가?

석총 그러하옵니다.

궁예 허허허.. 짐이 미륵이 아니라?

허월 ........(긴장하고 있고)

박유 ........

궁예 다시 말해보라. 짐이 미륵이 아니라?

석총 그러하옵니다. 폐하께서 처음에 나라를 일으키실 때는 분명 미륵이시었사옵니다. 하오나, 지금은 아니옵니다.

궁예 어리석도다... 네가 그리고도 미륵을 공부하는 제자라 할 수 있겠는가? 처음의 미륵이 어찌 다시 변할 수가 있단 말인가?

석총 바로 그것이옵니다. 백성을 구하고 중생을 구하기 위한 그 처음의 뜻은 분명 백성들이 생각하는 미륵의 현신이었사옵니다. 그러나, 그 뜻이 이미 바랬고 처음의 생각이 변질되었으며 지금은 오로지 권력과 그것을 지키려는 수단으로만 이용되고 있사옵니다. 이를 어찌 미륵이라 할 수 있겠사옵니까?

종간 (비로소 나서며) 참으로 불경스럽도다. 네 어찌 괴변을 늘어놓는가? 여기가 어디인줄 아는고?

은부 내군은 무얼 하는가? 저 미친 요승을 끌어내라.

석총 허허허. 그대들도 참으로 우스운 사람들이오. 나라와 백성들을 위해 아닌 것은 아니라 하고 폐하를 바로 잡아드려야 할 분들이 그대들이오. 어찌 숨을 죽이고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단 말이오? 그것이 어찌 진정으로 폐하를 모시는 일이라 할 수 있겠소이까?

염상 아니, 저...저.... 부장 금대는 무얼 하는가? 저 미친 중을 끌어내라.


궁예는 다시 웃으며 손을 젓는다.


궁예 놓아두거라. 어리석은 중이 진리를 보지 못하여 빚어진 일이니라.

석총 ......

궁예 네가 세상의 이름은 얻었으나, 참 진리를 보지 못하였도다. 짐이 지은 경전을 좀 더 공부하거라. 그러면, 길이 보일 것이니라.

석총 이 몸이 다시 폐하께 진심으로 이르옵니다. 거짓 미륵의 탈을 벗으시오소서. 하늘이 노할 것이옵니다.

종간 닥치라 하였으니라.

궁예 허허허. 그냥 놓아두시라 하였습니다. 저 자가 법을 볼 줄 모르니, 탓한 들 무엇하겠습니까? 허나, 석총대사라 하였든가?

석총 ......

궁예 내 분명 이르거니와 모르는 것은 한 번으로 족하느니라. 그 길을 알려주었음에도 다음에 또 모른다면 그것은 죄에 속할 것이니라. 알겠는가? 가서 공부하라. 이번만은 용서하리라. 어리석도다. 천하의 중들이 다 이러할지니 이를 어이할꼬... 언제 이들을 다 교화시킨단 말인고... 안타까운 일이야... 쯧쯧... (주문을 왼다) 옴마니 반메홈, 옴마니 반메홈, 옴마니 반메홈....(계속)


눈을 감고 궁예가 반메홈을 외우기 시작하자, 법당 안에 가득하던 승려들이 모두 합장을 하며 일제히 따라 하기 시작한다. 육자진언 소리들이 법당에 가득하다. 석총은 날카롭게 보고만 있고, 그런 석총을 종간이 안면 근육을 떨며 보고 있다. 그리고, 주변을 살핀다. 그런 종간을 박유가 본다. 그들은 두려운 표정이다. 디졸브 되면...



씬 2 산길


만산 홍엽이다. 온통 천지가 단풍으로 붉게 물들었다. 쏟아지는 단풍 낙엽을 맞으며 늙은 두 승려가 오고 있다.


허월 허... 참으로 올 가을 단풍은 곱기도 하네 그려.

석총 세월에 눈이 팔려있다니, 허월 자네도 마음이 몹시나 고단했나보이.

허월 자네나 나나 산 속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였네 그려.

석총 어쩌겠는가? 인연 따라 오가는 것이지. 어디 마음대로 될 일인가, 그것이? 업장닦음 일세. 그래서 세상에 나왔고, 못 볼 것 보고 이렇게 우왕좌왕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겠는가?

허월 허긴, 그러하이...

석총 우리 생전에 좋은 세상 구경 하기는 어려울 것 같네 그려.

허월 그래도 그렇지 오늘 법회 자리는 자네답지 않았네 그려.

석총 무엇이 말인가?

허월 상대를 보고 진리를 말해야지. 알아 듣지도 못하는데 왜 쓸데없이 목숨까지 걸어가며 만용을 부렸는고?

석총 만용이라... 하하하.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일세.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렇게라도 잘 못 짚어 주어야지. 궁예는 황제일세. 황제 하나가 잘 못되면 나라 전체가 지옥의 불구덩이로 들어간단 말일세. 이미 그렇게 되고 있지 않는가?

허월 업장일세. 그게 다 이 나라 중생들의 업장이야.

석총 (큰 한숨을 쉬며) 사실 생각해보면, 궁예는 처음에 얼마나 좋은 미륵의 현신이었는가?

허월 그랬었지.

석총 그런데, 지금은 저렇게 변하고 말았네. 인간도 윤회하고 세상도 윤회를 한다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거짓 미륵들이 나타나 참 미륵을 흉내내었는가? 궁예가 딱하네 그려. 불쌍해. 참으로 잘할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허월 어쩌겠는가? 그 사람의 덕이 거기까지 밖에 아니되니 말일세.

석총 곡차 생각이 나네 그려. 목이 말라.

허월 어서 가세. 가다보면 산 주막이라도 하나 있지 않겠는가? 허허, 보면 볼 수록 단풍 한 번 절경이다. 허지만, 이 또한 다 무상한 것을.... 허허허. 아니 그런가?

석총 왜 아니겠는가? 허허허..


두 노승은 그렇게 비처럼 쏟아지는 낙엽 속을 걸어간다.



씬 3 황궁 외경



씬 4 동 황궁 마당


어둠이 내리고 있다. 내군들이 경계를 서며 오가고 있다. 금대와 장일들의 모습이 스쳐간다. 저만큼 내원의 외경이 보이면..


박유 (E) 등골이 다 써늘했사옵니다.



씬 5 동 내원 안


박유와 더불어 종간, 은부, 염상들이 앉아 있다. 모두들 근심스러운 표정들이다.


박유 석총대사를 법회에 부른 것은 잘 못 한 일이었습니다. 그만큼 깨달음이 큰 스님들이라면 목숨 따위는 그리 중히 생각들은 않는 법입니다.

종간 그러게 말이요. 특히나 그는 미륵 부처를 모시는 종파의 어른으로 추앙 받는 사람이올시다.

은부 그러니 낭패가 아니겠사옵니까? 이런 일이 세상에 소문으로 퍼져 나간다면 어찌 되겠사옵니까?

염상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석총이나 허월대사 같은 분들이 아니더라도 세간에서는 법회를 강화하는 것에 대하여 이미 말들이 많사옵니다.

은부 많다니..? 마땅히 그런 자들은 다 잡아들여야지. 불만이 있어서는 아니되네. 잘 단속해야 할 것이야.

염상 예, 장군. 물론, 곳곳에 수하들을 풀어 세간의 인심을 단속하고는 있사옵니다만은......

박유 내원어른, 이번 석총 대사의 일은 시작에 불과할 것이옵니다. 승려들이란 진실을 위해서는 언제나 목숨을 거는 무리들이옵니다. 의외의 반발이 클 것이옵니다.

종간 (한숨) 단속을 할 수 밖에요. 큰 일이오. 백성들에다 호족들까지 불만이 팽배해 있는데, 이제는 승려들도 저러하니........ 아...답답한 일이오. 폐하께서는 어찌하여 아지태를 만나셨단 말인고.... 어찌하여 갈수록 이렇게 좋지 않은 일들만 거듭하신단 말인고...


종간의 그런 한숨에서...



씬 6 황궁 대전 근처 어느 전각


궁예가 가득히 몰려드는 오렌지 빛 구름들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오늘따라 그 낙조가 매우 처절하도록 아름답다. 카메라 다가가면 궁예의 모습이 몹시도 외로워 보인다. 저만큼 뒤로 내관들이 서있다.


궁예 (E) 예상된 일들이다. 생각하고 있었던 불만과 저항들이 서서히 제 모습들을 드러내고 있다. (사이) 그렇다. 물론 승려들은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불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잡아야 한다. 모든 것을 강하게 잡아끌고, 단속해야 만이 뜻을 모을 수가 있는 것이다. (사이) 내가 무슨 사심이 있단 말인가? 백성들을 위하고, 수없이 분열되고 고통받아 온 삼한의 근심을 덜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해내야 한다. 강하게 밀어 부쳐 모든 것을 하나로 묶고 밀고고 나가야 한다. 그래야 한다.


궁예가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내관들이 앞서고 궁예는 그렇게 하늘을 보며 가고 있고...그 모습에서.....



씬 7 황궁 길


궁예들이 그렇게 오고 있다. 잠시 전각을 돌아서 오던 궁예가 움찔하며 선다. 저만큼 황후가 진내관과 제조상궁, 슬이들과 함께 오고 있다가 마주 본 것이다. 그들 그렇게 가까워지면....


궁예 아니, 황후가 아니시오? 어딜 그렇게 가시오?

연화 폐하......

궁예 허허허. 아마도 내게 오시는 길인 모양이구료? 나도 막 대전으로 들려던 참인데...

연화 어딜 그렇게 다녀오시옵니까, 폐하?

궁예 잠시 바람을 좀 쐬고 오는 길이올시다.

연화 신첩도 폐하를 잠시 뵐까하여......

궁예 나를 말이오? 허허허. 하긴 요즘 워낙 바빴소이다. 자, 안으로 들어가십시다.


연화가 고개를 끄덕이면, 이들은 전각 안으로 들어간다. 내관들이 그렇게 부산하게 따르고.



씬 8 대전 복도(밤)


궁예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내관들과 제조상궁이 그렇게 서있다.



씬 9 동 대전 안


궁예 (웃으며) 허허허. 아니, 그 일이 걱정이 되어 나를 찾아 왔단 말이오? 이런 세상에....

연화 폐하, 웃음으로 넘기실 일이 아니옵니다. 석총스님은 큰 스님이라 들었사옵니다.

궁예 나도 그렇게 들었소이다.

연화 그런 큰 스님들이 그것도 황궁의 법회에서 정면으로 폐하께서 미륵이 아니시라고 반박했다 들었사옵니다. 어찌 신첩이 놀라지 않겠사옵니까?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리옵니다.

궁예 허허허. 이런...이런.... 다 그자들이 미련하고 어리석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것이오. 내 잘 타일러 보냈소이다. 다음엔 그리 안할 것이오.

연화 폐하, 신첩이 참으로 소심스럽게 청하고 싶은 것이 있사옵니다.

궁예 말씀하시구료.

연화 폐하께서는 오로지 백성과 나라를 위해 일을 하시옵니다. 하오나, 그 방법이 조금은 사람들이 힘겨워 하고, 어려워하는 줄 아옵니다. 한 걸음만 늦추시오소서.

궁예 (사이) 하하하. 황후는 여전히 그 마음이 갸륵하고, 아름답소이다. 나도 그러고 싶소이다. 그러나, 달리던 말이 한 번 고삐를 늦추면 그 다음에 처음과 같지 못하게 되오. 즉, 아니 달린 것만 못하다 그 말이오.

연화 하오나, 폐하 석총같은 고승들마저 폐하를.....

궁예 처음이라 그리들 한다고 하지 않았소이까? 내 잘 가르칠 것이야. 그래서, 그래도 아니된다면...... 혼들이 나야지. 가르쳐서 못 알아들으면 혼을 내야 하지 않겠소이까?

연화 폐하, 세상 소식을 들으니 많은 이들이 걱정과 불안에 사로 잡혀 있다 하옵니다.

궁예 황후는 그저 보고만 계시오. 다 잘 살자고 그렇게 하는 것이오. 나는 저들에게 분명한 미륵이오. 그리고, 이 고통스러운 세상을 구할 것이며, 또한 큰 꿈을 이루어 줄 것이오. 그게 내가 이 세상에서 할 일이오. 아시겠소이까?

연화 페하....

궁예 아무튼 잘 왔소이다. 황후도 열심히 나의 경전을 공부하고 진언을 외우도록 하시오. 아시겠소이까?

연화 ........

궁예 그리고, 철원의 공역이 거의 다 완공되었다하오. 천도를 하기 전에 한 번도 다녀올 생각이오. 황후도 가십시다. 내원도 같이 가자 해 놓았소이다. 장인, 장모도 모시고 가십시다. 모두들 궁금해할 것이예요.

연화 ........

궁예 대단할 것이오. 가서 보면 황후도 놀랄 것이오. 밖에 내관 있는가?

대전내관 (E) 예, 폐하(들어선다).

궁예 내일 철원으로 갈 것이니라. 내원과 내군에 일러 함께 갈 준비를 하라 이르라.

대전내관 예, 폐하.

궁예 염려마시오, 황후. 나라 일은 잘 될 것이오, 아주 잘 될 것이오.



씬 10 길(낮)


황제 일행이 가고 있다. 연화와 더불어 강장자와 백씨, 그리고 진내관과 제조상궁, 슬이 들이 따르고 있다. 또 그 한 켠으로 호위 책임을 맡은 은부와 금대가 보이고(염상, 장일은 황궁에 남았다), 종간과 박유가 함께 하고 있다.


강장자 폐하, 참으로 날씨 한 번 좋사옵니다. 이런 날 폐하를 뫼시고, 새로 도읍지가 될 철원을 갈 수가 있다니 참으로 큰 영광이옵니다.

백씨 그러하옵니다, 폐하. 이렇게 남들보다도 먼저 철원 황궁을 구경할 수 있게 해주시어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궁예 허허허, 장인 장모께서 그렇게 고마워하실 것은 없습니다. 어차피 앞으로 철원으로 옮겨 사실 것이니까요.

강장자 고맙사옵니다, 폐하.

궁예 나라의 중심이 철원에 있게 됩니다. 대소신료들과 중요한 분들이 철원으로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백씨 철원이 송악보다도 더 크다 들었사옵니다만은...

궁예 아마 그럴 것입니다. 황후가 머물 전각도 송악에 있는 것보다는 아주 크고 화려할 것입니다.

연화 .......

궁예 아지태 학사가 아주 큰 일을 해냈어요. 허허허.

모두들 ..........


그들 그렇게 지나쳐 간다. 저만큼 숲 속에서 황제 일행이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을 보는 무리들이 있었다. 그들은 양길의 잔당들이다. 낭인1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옆 사내에게 눈짓을 주면, 사내는 곧 군례를 올리고 숨겨 놓은 말을 타고 어디론가 달려 사라져 간다. 그리고, 낭인들도 그곳에서 사라진다. 그들의 그런 모습에서.....



씬 11 또 다른 황토 길


양길의 잔당 하나가 급한 속력으로 달려 카메라의 시야에서 멀어진다. 그 흙먼지에서....



씬 12 전주 백제 궁 외경


견훤 (E) 허어... 지금껏 파진찬이 쉬쉬 해가며 추진해 온 일이 그것이었단 말인가?



씬 13 동 대전 안


견훤과 더불어 최승우, 능환, 능애가 모여 있다.


견훤 (연신 고개를 끄떡이며) 기가 막힌 일일세. 제대로 되기만 한다면 말이야. 허지만, 본래 이간계란 것은 그리 쉽게 먹히지를 않는 게야.

최승우 그렇기는 하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에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꾸준히 마진국의 동태를 살펴 왔사옵니다.

능환 그 두 가지라는 것 중 하나가 궁예왕을 암살하는 것이란 말인가?

능애 그렇다고 하지 않습니까? 궁예왕을 없애지 못한다 하더라도 저들끼리 내분을 일으킬 수만 있다면, 이야말로 그 소득이 아주 크다 할 것입니다. 듣고 보니, 참으로 좋은 계책이옵니다.

견훤 허지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하였어.

최승우 이번 일은 어느 정도 승산이 있사옵니다. 실은 지금 마진국의 왕건이라는 장수가 상주 근처에 이르러 이간계로써 우리와 아자개님 사이를 벌려 놓으려 하고 있사옵니다.

견훤 그 이야기는 들었어. 이거 참... 창피해서 말이야. 세상이 우리 부자의 일을 다 알고 있으니....

능얘 박술희라는 자가 다시 왔다 갔다 들었사옵니다.

최승우 허지만, 폐하의 이복형제님들과 대주공주님께서 워낙 강경하여 쉽게 먹히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이번에는 그 이간계가 무엇인가를 우리쪽에서 보여 줄 요량이옵니다.

능환 그게 잘 될까...

최승우 양동작전을 쓸 것이옵니다. 하나는 궁예의 숨겨온 과거를 세상에 드려내는 일이고, 또 하나는 궁예의 목숨을 노리면서 그 배후를 호족들에게 돌리는 것이옵니다.

견훤 음.... 좋기는 헌데....

최승우 될 것이옵니다. 마진국은 지금 철원의 일로 하여 극심한 내정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사옵니다. 이것을 궁예왕이 강력한 독단으로 무마시키고 있는 것이옵니다.

모두들 .......

최승우 마진의 백성들도 호족들도 하나같이 불만이 팽배해 있사옵니다. 이것을 건드리는 것이옵니다. 마진국 자체를 대 혼란에 빠트리는 일이옵니다. 특히나 패서 호족의 중심이 왕건 장군을 함정에 빠트릴 수 있는 일이옵니다. 지켜보아 주시오소서.

견훤 군사를 쓰지 않는 전쟁이야 말로, 계책 중에 최상의 계책이라 하였네. 한 번 밀어 부쳐 보게. 아니 되도 그만 아닌가?

최숭우 하하하... 잘 될 것이옵니다, 폐하. 이미 우리에게 귀순해 온 양길의 잔당들이 철원과 송악에 나누어서 그 준비를 끝냈다 하옵니다. 좋은 소식만 기다리면 될 것 같사옵니다.

견훤 그래, 그래야지... 금성의 치욕을 나는 아직도 아니 잊고 있네. 이번에 한 번 제대로 보여 주게나. 암.... 그렇게만 된다면 굳이 상주에서 큰 전투를 할 필요가 없지 않는가 말이야. 음....?



씬 14 백제군 상주 전선(인서트) 산야


수많은 군사들과 깃발들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다.



씬 15 어느 군막 안


회의가 진행 중이다. 두 태자와 더불어 공직, 추허조, 방장군, 박영규 들이 둘러앉아 있다.


박영규 아무리 생각해도 싱거운 일이옵니다. 도대체, 마진국의 군사들이 움직이지를 않고 있사옵니다.

신검 그러게 말입니다. 파진찬의 말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마진국은 우리와 싸우러 온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공직 그렇다고 해서, 경계를 늦추어서는 아니될 것이옵니다. 이곳은 십여 군현이 우리 백제의 최전선을 담당하고 있사옵니다. 중요하고도 위험한 곳이라 할 수 있사옵니다.

추허조 왕건이라는 장군이 와 있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그 이름만 들으면 먹은 것이 올라옵니다. 금성일 때문에 말입니다. 어떻소이까? 우리가 이 기회에 선제 공격을 하여 본때를 보여 주는 것이...

방장군 소장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태자마마, 출전의 영을 내리시오소서.

신검 이곳의 총사는 내가 아니오. 공직 장군이시오.

방장군 공장군, 출전의 영을 내려 주시오소서.

공직 함부로 군사를 움직여서는 아니되오. 적은 죽령과 조령 양쪽으로 나눠어져 있고, 우리도 저들을 양쪽으로 대치해 막고 있소이다. 조심스럽게 군사를 운영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가 있어요.

박영규 그렇소이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더 기다려 보십시다. 저들이 우리를 치려면 험준한 산맥을 넘어야 합니다. 지금으로써는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요. 이렇게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적이 넘어 올 때 움직여도 늦지가 않다는 말입니다.

추허조 답답한 말씀들이시오. 왜 맨 날 우리가 나중에 움직여야 한 단 말입니까? 그래서야 언제 저 놈들의 땅을 뺏는단 말이오?

공직 옳은 말이기는 하오. 허지만, 우리가 군사를 먼저 움직이려면 이 상주 일대에서 요새 중에 요새인 사불성의 도움을 받아야만 가능합니다. 그러나, 아자개님께서는 우리를 도우실 의향이 없으십니다. 그것이 이번 전선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 올시다.

신검 이해가 아니갑니다. 도저히 알 수가 없는 일이옵니다. 할아버님과 폐하이신 아버님의 사이말입니다.

양검 저도 그렇사옵니다. 저는 할아버님께서 너무 하신다고 생각이 드옵니다. 만약에 다른 성 같았으면 아직까지 저렇게 온전히 있었겠사옵니까?

추허조 옳은 말이시옵니다, 태자마마. 벌써 우리 황제 폐하의 땅이 되었을 것이옵니다. 이것은 뭐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허허, 참...



씬 16 사불성 외경


아자개의 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씬 17 동 사불성 안


아자개가 낄낄 거리며 웃고 있다. 그 가족들이 다 모여 있다.


아자개 아무튼, 이번 전쟁은 아주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 견훤의 백제군이 길게 저쪽에 늘어서서 눈치를 보고 있고, 또 험한 산준령 위로는 마진국의 왕건 군대가 저러고 있단 말이야.

모두들 .........

아자개 이상한 것은 아무도 싸울 생각을 안해.

용개 서로가 기회를 보고 있는 것일 것이옵니다.

보개 그럴 것이옵니다, 아버님.

계모 아니니라. 내가 보기엔 그런 것이 아니야. 저들 가운데 우리 사불성이 턱하니 끼어 있지 않으냐? 서로가 모두 아버님을 어려워하여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니라.

아자개 암, 암.... 왕건이가 참으로 싻 수가 있는 장수야. 글세 나를 보고 상부라 하였어. 아주 기분이 썩 괜찮은 말이란 말이야.

계모 왜 아니 그렇겠습니까? 그 박술희인가 누군가 하는 장수도 겉으로야 우락부락하게 생겼지만 얼마나 학식이 많았습니까?

아자개 암, 암..그랬지..

계모 옛말에 좋은 장수 밑에 나쁜 부하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 박술희라는 장수는 생각할 수록 괜찮은 장수예요.

아자개 암, 암.....

대주 어머님, 도대체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시옵니까? 저들은 우리를 공격하러 온 적군들이옵니다.

계모 무슨 소리를 하는 게냐? 그 박술희가 직접 왕건이라는 장군의 편지를 들고 와서 약속하지 않았느냐? 절대로
 우리 성을 치지 않겠다고 말이다.
대주 그걸 믿으시옵니까?

아자개 이건 사내들 끼리 한 약속이니라. 왕건이 정도가 함부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천하가 웃을 것이다. 아니 그러냐, 대주야?

대주 오라버님께서 군대를 보내시어, 그 군대가 성 밖에 와 있사옵니다. 어찌 적을 두둔하는 발언을 하시옵니까? 대체 언제까지 이러실 것이옵니까, 아버님?

계모 얘가 또 이런다, 또 이래..... 그렇다면 어찌 하란 말이냐? 견훤이는 처음부터 날 계모라 하여 싫어했다. 그리고는 제 멋대로 성까지 견씨로 바꾸어 버렸어.

대주 그래도, 아버님의 피를 이어받은 자식이옵니다.

아자개 맞다, 맞다........ 그건 옳은 말이다. 그래서, 우리 부자가 모두 성질이 똑 같애요. 서로 양보를 할 줄 모르지, 허지만 어찌하겠느냐? 그렇다고 내가 숙일 수는 없는 것이 아니냐? 이대로 서로 편히 사는 게 좋다. 제놈이나 나나 서로 간섭하지 말고..... 지금 그렇게 살고 있지 않느냐?

대주 아버님.......



씬 18 충주 관아 외경



씬 19 동 관아 안


왕건이 박술희의 보고를 들으며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왕건 사불성의 아자개가 일단은 우리의 의견을 들어주었다니, 그곳에 간 일은 성공을 한 셈일세.

박술희 그렇기는 하옵니다만은......

왕건 허허, 왜 그러는가?

박술희 지금 주군께서 쓰시는 계책은 견훤 부자의 갈등을 깊게 하려는 이간계가 아니옵니까?

유금필 허허허, 처음부터 그것은 주군께서 말씀을 하시지 않았는가?

박술희 그렇기는 하지만, 차라리 전쟁을 하여 승부를 내는 것이 떳떳하지 않겠사옵니까?

능산 이 사람, 술희.. 아주 대주라는 낭자에게 혼까지 빼앗겼구먼 그래. 이간계 또한 전쟁일세.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게야?

왕건 허허허, 왜들 이러는가? 나무라지 말게. 술희 아우는 그럴만 하이. 자네들도 한 번쯤은 미인에게 정신을 빼앗겨 본 일들이 있었을 것이야. 어찌 술희만 탓할 수 있겠는가? 그쪽에서도 술희에게 마음이 있다하니 더욱 괴로울 것이 아니겠는가?

박술희 송구하옵니다, 주군. 그렇게 알아주시니, 이 놈 더욱 속이 아프옵니다.

왕건 허지만, 전쟁터일세. 마음을 굳게 가지게나. 때가 오면 좋은 연분을 이룰지 누가 알겠는가? 어쨌든, 아자개는 내가 상부로 모시겠다는 청을 받아 주었네. 이건 아주 좋은 조짐이야. 한동안 이 전선에 별 일은 없을 것 같네 그려.

유금필 철원의 공역도 마무리가 되었다 들었사옵니다. 황도가 옮겨지면 결국은 우리도 다시 철군을 하지 않겠사옵니까?

왕건 그렇게 되겠지.

능산 차라리 우리가 어려운 꼴 안보고 이곳 전선에 나와 있는 것이 다행인지도 모르옵니다. 백성들과 호족들이 지금 얼마나 고단하옵니까?

왕건 나라에 대한 불만은 입 밖에 내지 말라고 하였네. 우리들은 군인일세. 군인의 본분만 다하면 되는 것이야.


허지만, 그러면서도 씁쓸해 하는 왕건의 표정에서...



씬 20 송악 황궁 어느 전각


신료들이 모여 있다. 왕평달이 회의를 주지하고 있고, 지난날의 광치나 박지윤은 원로로써 그 옆에 앉아 있다. 두 아들도 보이고, 유장자, 장자1,2도 보인다. 왕식렴 형제도 보인다. 그리고, 병부령 복지겸과 내군의 부장 염상도 보인다.


왕평달 지금 폐하께오서는 철원에 이르고 계실 것입니다. 그동안 힘든 여건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도와주시어서 황도의 공역이 마무리가 되고 있다 하오이다. 그동안 박장자께서 참으로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박지윤 어찌 이 사람만의 고생이라 하겠소이까? 모두가 다 허리 끈을 조이고 끼니를 거른 결과가 아니겠소이까?

염상 ....... (불쾌하게 본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시오이까? 누가 끼니를 걸렀다는 것이오이까?

박지윤 그저 그렇게 노력들을 했다는 것이오이다.

염상 불경스러운 말씀이시오. 듣기에 좋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왕식렴 어려운 일을 처리하시느라 힘이 들었다는 말씀이 아니시오이까?

왕평달 그렇소이다. 사실 모두가 어려웠어요. 요행히 황궁이 다 되었다고는 하나 모두들 고생이 막심했소이다.

복지겸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또한 폐하의 충정에서 우러나오는 일들입니다. 아직도 할 일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장자1 그렇소이다. 일을 하는 것으로 따지자면, 길은 아직도 멀었소이다.

장자2 그렇고 말고요. 멀었지요. (한숨) 갈 길이 정말 멉니다.

유장자 이 사람이 생각하는 것은 앞으로의 송악이외다. 폐하께서 철원으로 가시고 나면, 이 송악이 과연 어찌 될 것인지....

박수문 어찌 되기는요? 옛날에는 왕씨 가문이 송악을 운영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앞으로도 그리 되지 않을런지요.

염상 무슨 소리들을 하고 계시는 게요? 이곳은 여전히 폐하의 땅이시오. 폐하께서 적절한 방안이 계실 것이오.

모두들 .......

염상 우리 내군에서는 환도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감시하라는 영을 받고 있소이다. 이제 곧 철원으로 옮겨 갈 것인즉 모두들 마지막 점검을 철저히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것은 내원께서 폐하의 영을 받아 전하시는 것이올시다.

왕평달 여부가 있겠소이까? 그 때문에 지금 신료들이 모여 있는 것이외다. 영을 받들어야지요. 예.....



씬 21 송악 왕건의 집 마당


여전히 많은 인부들이 오가며 짐을 나르는 것이 보인다. 장수장이 단속하고 있는 것이 보이고, 그 한 켠에서 마사부와 변사부가 오며 보고 있다.


변사부 매일처럼 저렇게 곳간 문이 열리고, 물건이 빠져나가고 있으니 예삿일이 아닙니다.

마사부 그래도 우리는 낳은 편입니다. 포구에 많은 상선들도 있고, 나라 밖의 상인들과 무역도 하고 있소이다. 다른 호족들은 아주 곤욕을 치른다 들었습니다.

변사부 어찌 아니 그렇겠습니까? 그나저나 황궁 일이 그나마도 끝이 보인다니, 다행입니다.

마사부 그렇다고 해서, 다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수많은 전각을 지었으니, 그것들을 또 채워야 하고 운영해야 합니다. 북방으로도 큰 계획을 세우고 있으니, 허리가 갑절은 휠 것입니다.



씬 22 동 집 안채 대청


대청에서 두 여인이 마당 쪽을 보고 있다. 두 사부가 지나쳐 가고 있다. 오씨가 고개를 끄떡이며 미소 짓는다.


오씨 형님, 저 두 사부님은 평생을 우리 서방님을 가르치시는데 보냈다 들었습니다.

유씨 나도 그렇게 들었네. 두 분 모두 중원에서 건너온 분들이라 들었네.

오씨 숙부님께서 조정으로 가 계시옵니다. 아마도, 불원간 철원으로 가는 일을 의논하는 것 같사옵니다.

유씨 물론 그럴테지. 우리도 가야하지 않겠는가?

오씨 그렇지가 않사옵니다. 이 송악은 어찌하고 우리가 가옵니까?

유씨 그렇지만 서방님께서 돌아오시면, 분명 철원으로 가 계실터인데..

오씨 그렇기는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곳 송악이옵니다. 생각해 보시오오서. 그동안 황궁이 있었던 거대한 도읍지였사옵니다. 이것이 우리 왕씨 가문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옵니다.

유씨 .........?

오씨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이옵니까? 이야말로 천하가 주시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서방님께서 바로 이곳 크고 넓은 세상의 중심인 송악의 주인이시라는 것을 세상이 알게 되는 일이옵니다. 아니그렇사옵니까?

유씨 이보게, 아우님. 왠지 무서운 생각이 드네 그려.

오씨 무섭다니요? 무엇이 말이옵니까? 계림은 황엽이요, 송악은 청솔이라는 그 예언도 못 들으셨사옵니까?

유씨 여보게.......?

오씨 호호호, 하늘의 순리가 하나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우리 서방님께서 서방님의 땅을 고스란히 다시 되찾고 있사옵니다. 호호호... 폐하께서 아무 조건 없이 그냥 돌려주고 계신다 그말입니다.

유씨 ..........



씬 23 철원길


궁예들이 들어서고 있다. 아직 공역장은 보이지 않고, 궁예가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설명하며 가고 있다.


궁예 저 곳이 금학산이라는 산이오. 학이 알을 품었다는 길지라 합니다.

종간 아, 예....

궁예 그 쪽 저 아래로 끝없이 벌판이 있어. 곡식이 풍성하여 저 아래로는 강줄기가 중심으로 뻗고 있어서 우리 황도의 젖줄이 되고 있소이다. 이만한 자리는 아주 드물어요. 어떻소이까, 황후?

연화 신이 보기로도 그리 보이옵니다. 아주 길지 중에 길지를 고르셨사옵니다.

백씨 참으로 주변이 아늑해 보이옵니다.

궁예 허허허, 그럴 것입니다. 누차 말했지만, 이곳은 삼한의 가장 중심이라 할 수가 있습니다. 위로 아래로 그리고 양 옆으로 얼마든지 어디로든 뻗어 갈 수 있는 사통팔달의 심장부가 바로 이 곳 철원입니다.


모두들 끄떡이며 듣고 있는데, 저만큼 아지태가 입전과 신방들을 이끌고 마중을 나온다.


궁예 오, 저기 아학사가 오는 구료.

아지태 (가까이 이르러) 폐하, 어서오시오소서. 행궁하신다는 말씀을 듣고 달려왔사옵니다. 신이 뫼시겠사옵니다.

궁예 그리하시구료. 이보시오, 내원.

종간 예, 폐하.

궁예 여기서 황궁은 아주 가깝소이다. 이제 다 왔으니, 한 이틀 넉넉히 돌아보십시다. 박학사도 마찬가지이고.

두사람 예, 폐하.

아지태 (박유에게) 이보게, 박학사. 아주 어려운 길을 오셨네 그려. 철원의 공역은 대제국의 첫걸음을 시작한 것일세. 많이 보아두게나. 허허허. 자, 폐하 가시오소서.

박유 .......

궁예 가십시다.


이들 그렇게 간다. 그들이 지나쳐 가자 건물 어느 모퉁이에서 숨어 있던 낭인의 일당들이 서로 보며 고개를 끄떡인다.


낭인1 궁예왕은 곧 철원의 공역장에 도착하여 하루를 묵게 될 것이야. 그곳의 준비는 어떠한가?

낭인 철저하게 매복하여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낭인1 우리가 준비해놓은 독화살을 맞으면, 더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을 것이야. 궁예의 목숨도 이 철원에서 끝이 날 것이야.

낭인 그럴 것이옵니다.

낭인1 송악에서도 우리 일당들이 지금쯤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을 것일세. 만에 하나 일이 잘 못 되어 붙들린다 하여도 다들 각오하고 있겠지?

낭인 여부가 있사옵니까? 모두들 철저하게 훈련을 하였고, 다짐을 하였사옵니다. 실수하는 법은 없을 것이옵니다.

낭인1 그래야지. 주군의 원수를 갚는 일일세.

낭인 염려 놓으시오소서. 오랜 세월을 벼르어 온 일이옵니다.

낭인1 가세. 우리가 먼저 가서 기다려야 해. 내일이면 모든 게 끝날 게야.

낭인들 예.


그들 곧 그곳을 벗어나며 바람처럼 사라진다.



씬 24 철원 황궁 공역장


드넓은 공역장은 이미 수많은 건물들로 곳곳이 채워져 있다. 그 거대한 사잇길로 궁예의 일행들이 들어서며 오고 있다.


궁예 놀라운 일이오, 아학사. 불과 몇 달 사이에 이렇게 공사가 진척되다니...

아지태 망극하옵니다, 폐하.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어 그야말로 죽음을 무릅쓰고 일으킨 공역이옵니다.

궁예 내가 왜 모르겠는가? 이야말로 백성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 진 것이야. (연화에게) 이보시오, 황후.

연화 예, 폐하.

궁예 보시니 어떠하오? 이곳이 앞으로 우리 제국의 만년 터전이 될 것이오. 대단하지 않소이까?

연화 그런 것 같사옵니다. 참으로 웅장하옵니다.

궁예 하하하. 그러실게요. 점점 더 많은 영토를 가질수록 이 황궁도 또한 그 규모가 커질 것이오. 나는 당나라의 황궁에 대하여 들은 적이 있소이다. 하루종일 걸어도 그 끝을 모른다 하였소이다. 이곳도 머지않아 그렇게 될 것이오. 모든 길은 앞으로 이 철원으로 통하게 될 것이오. 하하하하......


그들 그렇게 움직여 간다.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불고 있다. 인부들의 모습은 헤어진 옷과 낡은 짚신들로 하여 처절해 보이기까지 한다. 뒤따르던 박유와 종간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박유 (종간에게) 날이 몹시 차지고 있사옵니다. 인부들이 참으로 고단해 보이옵니다.

종간 입은 옷들 하며, 헐벗은 발들까지.... 참으로 보기가 민망하구료. 그러나, 어찌하겠소이까?..........워낙 공역을 서둘러 오셨으니......


그들 그렇게 따라가면.....



씬 25 그 공역장 다른 곳


궁예의 일행들이 돌아오고 있다. 인부들의 모습은 곳곳에서 여전하다. 아지태가 자랑스러운 듯 말한다.


아지태 해가 많이 짧아져서 일의 속도가 예전만 못하옵니다. 물론 서두르고는 있사옵니다만은..

궁예 알고 있소이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공사가 빨리 진척될 수 있는 것은 아학사가 아니면 누구도 못할 일이오. 대단하오이다.

아지태 망극하옵니다. 하긴 이제 남은 일이란 뒤처리를 하는 일 뿐이옵니다. 큰 일은 다 끝을 보았사옵니다.

궁예 수고 하셨소, 참으로 수고하셨소.

아지태 저쪽으로 임시 행궁이 마련되어 있사옵니다. 잠시 여장을 푸시오소서. 어차피 내일까지는 여러 곳을 돌아보셔야 할 것이옵니다.

궁예 그리하십시다. 아, 참으로 볼수록 마음에 드오. 처음부터 이곳 철원에 눌러 있어야 하는 것인데, 송악으로 가는 게 아니었어요.

종간 .........

아지태 본래 작은 실수를 거듭하다가보면 큰 일을 잘 치를 수가 있는 것이옵니다. 너무 섭섭해 생각마시오소서. 송악의 황궁도 내원어른께서 심사숙고하신 일이 아니옵니까? 허허허.

종간 .........


그들 그렇게 간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 보인다.



씬 26 송악 거리(밤)


순라꾼들이 거리를 둘러보고 있다. 간간히 행인들이 지나쳐 가고 있다. 누군가가 골목에 숨어 그들이 모두 지나가는 것을 기다린다. 그리고, 잽싸게 뛰쳐나와 벽에 풀을 칠하고 벽보를 붙인다. 삽시간의 일이다. 그들 그렇게 사라진다. 낭인의 수하들인 것이다.



씬 27 송악 또 다른 거리


여기에서도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방을 붙이는 나무계시판에 벽보를 붙이고 있는 사내들이 있다. 그들은 누군가가 나타나자 얼른 그 자리를 피해 사라진다.



씬 28 송악 황궁


그 외경 어느 담벼락에서도 얼굴을 가린 사내들이 벽보를 붙이고 있다. 그들이 미처 벽보를 다 붙이기도 전에 경계를
 보던 군사들이 그들을 보았다.
 

군사1 웬 놈들이냐? 거기서 무엇을 하는 게야?


그러자, 그들이 도망치기 시작한다.


군사1 서라, 서라 이놈들아!


군사1과 그 수하들은 쫓기를 단념하고 벽을 본다. 그러다가 놀란다. 횃불에 비추어진 글을 읽다가 경악하는 군사1의 얼굴에서......



씬 29 동 황궁 안 마당


염상 (E)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게야?



씬 30 동 황궁 어느 전각 안


염상이 놀라서 군사1과 그가 떼어온 벽보를 번갈아 보고 있다.


염상 도대체 어느 놈이 이런 황당무개한 것을 감히 황궁의 벽에 붙였단 말이냐?

군사1 놈들의 신원은 끝내 알 수가 없었사옵니다.

염상 (그를 보며 더욱 놀란다) 세상에..... 아니, 천하의 이렇게 불경하고 겁이 없는 놈이 있는가? 폐하께서 거짓 미륵이시라.....? 이게 무슨 소린고? 궁예는 거짓 미륵이며....... 신라의 왕자 출신이고.... 그 황실에서 버림을 받아 도망치다가 외눈박이가 되었다...?

모두들 ...........?

염상 세상에.... (덜덜 떨며) 이런 괴문서가 돌다니..? (다시 보며) 뭐가 어째.... 지난 날 영주에서 신라왕의 화상을 친 것은 자신의 내력을 저주하였기 때문이다? 그 화상이 다름아닌 궁예왕의 아버지라...? 그런 궁예가 고려의 왕이라는 것이 발각되면 백성들이 폭동을 일으킬까 두려워 나라의 이름을 바꾸고 철원으로 환도를 하는 것이다..?(와락 그 방문을 움켜쥐며) 이런 죽일 놈들이 있는가? 대체 누가 이런 일을.....


그때, 문을 열고 장일이 급히 들어서며 군례를 올린다.


장일 장군.

염상 그래 알아 보았는가?

장일 예, 장군. 범인들은 누군지 알 수 없사오나, 이런 괴문서가 한 두곳도 아니고 여러 곳에 붙어 있었사옵니다.

염상 (자리에서 일어서며) 나라가 세워진 이후 처음 있는 괴변이다. 이는 필시 대역무도한 무리들이 폐하를 음해하기 위하여 꾸미고 있는 일일 것이니라.

모두들 .........

염상 예삿일이 아니다. 이일을 즉시 철원에 보고하라. 부장 장일이 직접가라.

장일 예, 장군.

염상 그리고, 너희들은 군사들을 풀어 즉시 붙어 있는 방들을 모두 찾아서 뗄 것이며, 수상한 자들은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남김없이 잡아들여라. 속히 가라.

군사들 예.


군사들이 대답하며 급히 사라진다. 염상이 한동안 어쩔 줄 몰라 섰다가 다시 그 괴문서를 본다. 그리고, 읽으며 중얼거린다.


염상 뭐라... 이 글을 쓴 이들은 패서인들이라...패서인.......? 패서인들이 썼다고..? 패서인.....?


굳어지는 염상의 표정에서...... 다시 밖에 소리를 지르는 염상.


염상 밖에 누구 있느냐?


군사2가 대답하며 들어선다.


염상 송악 전체에 비상령을 내려라. 곳곳에 경계를 강화하고, 날이 밝는 대로 전령을 띄워 광치나 왕평달 장자께 알려라.


군사2가 대답하며 역시 사라진다. 염상이 어쩔 줄 모르며 그렇게 서있고.



씬 31 송악 거리


말을 탄 전령들이 급히 달려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리고, 군사들이 이곳 저곳으로 이동하며 달려가는 것이 보인다.



씬 32 송악 왕건의 집 외경(새벽)


여명이 밝고 있다. 누군가 왕건의 집 대문을 두드리고 있다. 카메라 다가가면 그들은 박지윤과 두 아들이다. 대문이 소리나게 열리고, 장수장이 얼굴을 내밀다가 크게 놀란다.


장수장 아니, 박장자 어른이 아니시옵니까? 이 새벽에 어인 일이시옵니까?

박지윤 급한 일이 있어 왔네. 안에 왕장자 계시는가?

장수장 예, 나으리. 안으로 어서 드시오소서.


박지윤들이 헛기침을 하며 급하게 들어선다. 그리고, 대문이 닫히면서...



씬 33 동 집 사랑


왕평달이 두 아들, 두 사부와 함께 박지윤 부자들을 마주 보고 있다. 탁자 위에는 그 괴문서가 놓여 있다.


박지윤 어젯밤에 우리 집 가솔들이 거리에서 줏어 온 것이외다. 한 두장도 아니고 곳곳에 뿌려진 듯 하오이다.

왕평달 (떨며) 어떻게....이런 글이.....

박지윤 폐하의 존성대명을 궁예라 하여 거리낌없이 쓰고 있소이다. 뿐만 아니라 한 쪽 눈을 잃으신 내력하며 신라의 왕자신분을 속이고 우리 고려와 마진의 황제가 된 것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사실처럼 적고 있지 않소이까?

모두들 ..........

왕식렴 나라 이름을 고려에서 마진으로 바꾼 것과 서둘러서 황궁을 철원으로 옮기는 이유가 폐하께서 과거를 감추기 위해서라고 되어 있사옵니다.

왕평달 닥치거라. 어디서 그런..... 무엄한 소리를 하는고..? 잘 못하다가는 삼족이 멸할 일이도다. 세상에......세상에...이런.....

박수문 더욱 두려운 일은 이 괴문서를 꾸민 사람들의 이름이 우리 패서인들로 되어 있다는 것이옵니다.

왕식렴 이야말로 무서운 음모가 아니옵니까, 아버님?

왕평달 하필 폐하께서 철원에 계신 사이에 이런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신료들을 모아야겠소이다. 대책을 논의 해 봐야지요. 황궁에 남아 있는 염부장이 필시 철원에도 알렸을 겝니다. 준비들 하십시다. 속히 황궁으로 들어가 봐야겠소이다.

그들 .........(모두들 무섭게 긴장해 있다)



씬 34 길(낮)


장일이 군사 둘을 데리고 급히 달려가고 있다. 그렇게 구비길을 돌아 사라지면....



씬 35 철원 황궁 공역장


궁예가 정전 쪽을 돌아보고 있다. 넓은 뜰과 정전의 계단을 보며 감회에 젖는다.


아지태 폐하, 폐하께오서 대소신료들을 거느리시고 조회를 보시는 정전이옵니다. 어떠시옵니까?

궁예 참으로 웅장하구료. 그래, 이정도는 되어야지....

아지태 제국의 영토가 넓어지게 되면, 사방의 수십 수백 나라에서 사신들이 찾아와 조공을 드리며 문안을 청할 것이옵니다.

궁예 그렇게 되어야지. 암.....

아지태 저쪽에 곧 황금으로 만든 옥좌를 앉힐 것이옵니다. 바로 폐하의 자리시옵니다.

궁예 황금이라니...그것은 너무 과하오. 허허허. 이제 여기도 다 자리가 잡혀 가는 것 같고, 저쪽은 어디인고?

아지태 저쪽 뒤를 돌아가면, 회랑을 거쳐 폐하께서 사용하시는 대전이 될 것이옵니다. 한 번 보시오소서.

궁예 그리하십시다.


그들 자리를 이동한다. 대전까지는 꽤 거리가 있었다. 쌓아둔 나무더미와 듬성한 숲들이 그렇게 있다.



씬 36 그 곳


낭인들이 숨어 있었다. 황제 일행들이 다가오고 있다. 이들은 활시위에 살을 먹이고 있다. 궁예들은 점점 더 다가온다. 그들 중 하나가 어느 한 쪽을 대고 손을 들어 보인다. 그러나, 그쪽에서 연기가 오른다. 모두들 연기 나는 쪽을 본다. 아지태가 고개를 외로 꼰다. 불길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종간 이보시오, 아학사. 저쪽에 불길이 솟구치고 있지 않소? 어허, 이 연기하며.....

박유 불이 난 것 같소이다.

은부 무엇들 하느냐? 저쪽을 살펴보거라.


삽시간에 연기가 가득하고 맹렬한 불길이 곳곳에 솟기 시작한다. 모두들 이상해서 주변을 보며 우왕좌왕하는데, 저만큼 숨어 있던 낭인들이 일제히 일어나며 화살들을 날린다. 모두들 보기는 보았다. 그러나, 피할 사이가 없었다.


낭인1 궁예야! 참으로 오래간만이로구나. 우리는 양길 대장군의 원수를 갚으러 왔느니라. 쏘아라!!


그러자, 화살이 빗발처럼 쏟아진다. 군사들이 나뒹굴어 쓰러지고, 그 중 화살 하나가 궁예의 가슴에 와 박힌다. 궁예가 비명을 지르며 그 화살을 부여잡는다.


은부, 종간 (동시에) 폐하.

궁예 ......... (화살을 잡은 채 그렇게 쏘아보며 비틀거리고)

은부 폐하..... (달려와 부축하며) 폐하를 뫼시어라. 저 놈들을 모두 잡아라.

종간 폐하, 괜찮으시옵니까? 폐하.

궁예 .......(화살을 잡고 비틀거리며 그렇게 섰다)

연화 폐하.......... ?


궁예는 그렇게 서있다. 종간과 은부가 부축하고 있다. 아수라장이다. 낭인들과 내군들은 접전이 붙어 있다. 궁예는 눈을 부릅뜬 채 그렇게 피가 흐르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서있다. 노려보는 그 궁예의 표정에서...........



< 70회 끝 >




첨부파일 태조왕건70.txt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