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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대본

[태조 왕건] 71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7.11.17|조회수1,596 목록 댓글 0

태조 왕건 <제 71회>



 



씬 1 철원 공역장


지난 회와 장면이 연결된다. 아수라장이다. 낭인들 십여명과 궁예를 호위했던 내군들이 접전을 벌이고 있다. 그와중에서 궁예가 비틀

거리며 눈을 부릅뜨고 서있고, 이미 온통 피범벅이다.

은부와 종간이 번갈아 가며 소리치고 있다.

종간 폐하를 뫼시어라. 어의를 불러라.

은부 어서 폐하를 뫼시어라, 어서.


낭인들은 숫자가 적다.

곧 내군들에게 제어되고 있다. 두어서넛이 죽어나가고,

괴수인 낭인1,2는 체포된다. 그와중에서 궁예가 내군들에 의해 옮겨지고 있다.

내군의 수하 장수들이 궁예를 넘겨 받아 은부의 인솔하에 급히 옮겨간다.

종간이 참담한 듯 보고 있다. 연화는 그저 넋을 잃은 듯 폐하 소리만 중얼거리며

궁예를 따라 간다.

옮겨지고 있는 궁예를 보며 강장자 부부도 어쩔 줄 몰라 중얼거리며 따라가고 있다. 진내관, 제조상궁, 대전내관들도 우왕좌왕하며 따라간다.

강장자 폐하.... 아이구, 폐하....... 어이구, 어떻게 이런 일이... 아이구....

백씨 폐하... 정신차리시오소서. 아이구, 폐하......

아지태와 박유도 그 경황없는 속에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

아지태 이럴수가... 어떻게 이럴수가...

박유 이곳의 경비가 고작 이정도였단 말인가? 어떻게 폐하를 시해하는 무리들이 여기까지 숨어들 수가 있단 말인가?

그 과정에서 붙잡힌 낭인1,2와 두셋의 사내들이 종간 앞에 와 꿇려지고 있다.

종간이 그들을 날카롭게 보고 있다. 금대가 이들을 죽이거나 붙들어 온 것이다.

금대 내원어른, 이 자가 잔당들의 수괴인 것 같사옵니다.

종간 ......... (노려본다)......?

아지태,박유 ..........?

금대 고개를 들어라. 네 이놈 고개를 들어라.

금대가 낭인1의 머리채를 잡아들면, 낭인1이 껄껄

웃는다.

낭인1 허허허. 이놈들아, 이제 다 끝난 일이다. 궁예는 살아 남지 못할 것이다. 그 화살에는 맹독이 묻어 있느니라.

아지태 무엇이....독이 묻어..?

낭인1 하하하. 그럼, 우리가 그렇게 어리숙한 줄 알았더냐?

종간 네놈들은 누구이냐? 어디서 왔느냐?

낭인1 그 옛날에는 한때 양길 대장군의 수하에 있었느니라.

그러나, 그 이후로는 송악의 왕씨 가문에서 뒤를 보아주어, 여기까지 왔느니라.


아지태 무엇이라....? 왕.......씨 가문....?

박유 (한 참 보고 있다가) 네 이놈 지금 제 정신으로 중얼거리는 것이냐? 송악의 왕씨 가문이라니.... 왕건 장군을 일컫는 것이냐?

낭인1 하하하, 그렇다. 지금 마진국의 광치나가 되신 왕평달 장자께서 은밀히 우리를 돕고 지원해주셨느니라. 이제 소원을 이루었으니, 더는 여한이 없다. 긴 말 묻지 말고, 어서 죽이거라.

종간 다시 한 번 묻겠느니라.

너는 어차피 죽는다. 누가 시킨 일이냐?

낭인1 귀가 먹었느냐? 송악의 왕장자 께서 도와주셨다하지 않았느냐?

아지태 네 이놈 어디서 교활한 거짓말을 중얼거리느냐? 왕장자께서 어찌하여 너같은 무리들을 도와주실 수가 있단 말이냐?

낭인1 하하하. 많은 호족들이 궁예왕이 죽기를 바라고 있었느니라. 그 일을 왕평달 장자께서 도맡으신 게다. 더 알고 싶은 것이 있느냐?

종간 ........

박유 거짓말일 것이옵니다.

믿지 마시오소서.

종간 ........


아지태 거짓말일 것이오이다.

흉악한 놈들이오. 믿을 것이 못됩니다.

낭인1 하하하..믿건 안믿건 그것은 다 네놈들 자유이니라. 마음대로 하라.

종간 (노려보며)...... 광치나 왕평달 장자가...... 광치나가......일단 이자를 끌어다가 가두어라.

금대 예, 내원어른. 끌고 가라.

낭인1과 그 수하들 몇이 끌려 간다. 박유와 아지태는

서로를 보며 각자의 생각에 잠긴다. 종간이 홀로 중얼거리고 있다.


종간 송악에서 시킨 일이라..... 송악에서....... 송악에서......

무섭게 굳어지는 그의 표정에서.........



씬 2 그 곳 어느 군막 외경(밤)


내군들이 철통같은 경계를 서고 있다. 곳곳에 횃불들이 대낮처럼 밝혀져 있다.



씬 3 동 군막 안


연화와 강장자 부부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고, 은부가 종간, 아지태, 박유와 더불어 의원이 궁예를 치료하는 것을 보고 있다.

의원이 막 화살을 뽑아내고 상처 주변을 지혈하고 있다. 궁예는 혼수상태로 누워있다.

연화 이보시오, 의원. 어떻소이까?

모두들 ...........?

연화 말씀을 해보시오. 어떻게 되겠소이까? 왜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계시는 게요?

의원 참으로 아뢰옵기 송구하옵니다 만은.......

종간 말씀하시게.


의원 온 몸에 독이 퍼지고 있사옵니다. 지독하고 또 무서운 맹독인지라 어찌해볼 도리가 없사옵니다.

모두들 .........

아지태 그대는 의원이 아닌가?

무슨 방법이 있을 것이 아닌가?

의원 화살을 맞을 때부터 독이 혈을 타고 번지고 있기 때문에 달리 손을 쓸 수가 없사옵니다.

종간 손을 쓸 수가 없다........?

의원 송구하옵니다.

종간 (버럭)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게야? 그대는 의원이 아닌가? 송구하옵니다라는 말로 다 되는 일이던가?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 아닌가?

의원 이 몸이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고 있사옵니다. 그나마 독을 제어할 수 있는 약재를 써서 올렸기로 아직도 이나마 숨줄이 붙어 계시는 것이옵니다.

종간 무어라...... 그렇다면, 도대체 언제까지 이 상태로 계실 수 있다는 것인가?

의원 송구하옵니다. 아마..... 그리 오래가시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종간 (의원의 멱살을 잡으며) 너의 직분은 의원이다.

폐하를 살려드려야 한다. 그것이 너의 몫이야. 방법을 찾아보거라. 아니된다는 말은 하지 말거라. 살려내 모셔야 한다. 알겠느냐? 살려내 모셔야 한다. 너의 목숨을 바꾸어서라도 살려내 모셔야 한다. 알겠느냐? 폐하께서 만약에 잘 못 되시면 너의 목숨도 끝나는 것이다. 알겠느냐? 알겠느냐?

강장자 아이구, 세상에.......

도대체 그 놈들이 누구라 하옵 니까? 무슨 원한이 있길래 폐하께 이리 할 수가 있단 말입니까?

백씨 그들이 누구이옵니까?


아지태 그 옛날에 죽은 양길의 잔당들 이라 합니다.

백씨 양길의 잔당이.....

연화 ...그 북원부인의 아비 양길이...?

아지태 그렇게 들었습니다, 황후마마.

연화 세상에....세상에....... 그 사람들의 망령이 아직까지 폐하 곁을 떠돌았단 말이오? 세상에........

종간은 계속해 의원의 진료를 보고 있다. 그의 입술이 타고 있다. 은부와 시선이 교차된다. 은부는 아무말을 못하고 있다.


은부 소장이 폐하의 주변을 맡은 내군의 장군이옵니다. 이 모든 것은 저의 책임이옵니다, 내원어른.

종간 너무도 갑자기 이루어진 일일세. 지금은 누구의 잘잘 못을 따질 시기가 아니야. 이럴수록 냉철 해야 하네.

그때 금대와 밖에서 들어와 무언가를 은부에게 귓속말을 한다. 은부가 놀라며 꿈틀한다.

은부 무엇이라.... ?

금대 밖에 장일이 와 있사오니, 만나보시오소서.


은부 음..... 내원어른, 송악에서 급한 전령이 왔다 하옵니다. 함께 만나보시지 않겠사옵니까?

종간 그리하세. 가보세.

종간과 은부는 한 번도

혼수상태의 궁예를 안타깝게 보다가 밖으로 나간다.



씬 4 동 군막 밖


장일이 종간과 은부에게

군례를 올린다.

그리고, 전문을 전한다.

횃불 밑에서 종간이 보다가 꿈틀하며 놀란다.

온 몸이 굳어진다.

종간 이럴수가 있나....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수가.....(장일이 준 또 한 통의 괴문서를 받아 본다) 이런 세상에....... ?

은부 내원어른, 오늘 폐하를 시해하려 했던 일이나 송악에서 폐하를 모함하고 헐뜯는 이 괴문서는 서로 관계가 있는 하옵니다.

종간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장일에게) 오느라 수고하였다. 곧 답서를 줄 것이니, 이 밤으로 송악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장일 예, 내원어른.


종간 염상부장이 송악 일은 그나마 잘 맡아서 하고 있으니, 다행일세. 잠시 기다리게. 가세 은장군.

은부 예, 내원어른.

이들 함께 들어가면.....



씬 5 그 다른 군막 안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있다. 초조와 긴장이 흐른다.

종간 일단은 어쨌든 상황이 위급하니, 군을 비상 대기해야겠네. 이곳 철원 일대는 물론이고 송악과 전국에 비상을 선포하도록 하게.

은부 예, 내원어른.

종간 그리고, 이 괴문서 말일세. 패서인들이 썼다고 주장하고 있어.

은부 하오나, 내원어른 이것은 모함 일 수도 있사옵니다. 그 사람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어찌 스스로 자신들의 일을 드러내겠사옵니까? 누군가의 모함 같사옵니다.

종간 물론 그럴 수도 있어.

은부 이번에 붙들린 저 낭인들도 왕씨가의 일을 들먹이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로부터 사주를 받아 그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옵니다만은..

종간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러나, 문제는 왜 하필이면 왕씨가문과 패서인들의 이름을 썼는가 하는 것이야. 이것은 결국 폐하를 보좌하는 그대와 나와 더불어 송악의 세력들이 서로 적대관계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일세. 다시 말하면, 내분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야.

은부 그렇사옵니다. 신라나 백제 쪽에서 우리를 시험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옵니다.

종간 그럴 수도 있어. 허지만, 이유가 어떠하든 간에 우리의 약한 곳을 저들에게 보였다는 것은 결정적인 치부일세. 우리는 이 기회에 우리가 염려하는 그 모든 것들을 들어내고 정리할 필요가 있어.

은부 (두려움에 떨며) 내원어른, 하오면......?

종간 정리를 하는 것이야.

얼마나 적절한 기회가 왔는가? 허나 문제는 일단 위독하신 폐하이실세. 살려드려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자네나 나나 오늘날 더 이상 살아갈 의미 그 자체가 없네. 그렇지 않은가?

은부 옳은 말씀이시옵니다.

지금 의원이 자신이 없어하니, 다른 의원을 찾아보아야겠사옵니다.

종간 물론, 쉽지는 않는 일일세. 허지만, 백방으로 손을 써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든 데려오게. 아무것도 아끼지 말고 줄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내주게나. 폐하만 살려드릴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야 해.

은부 예, 내원어른.

종간 일단은 폐하를 뫼시고 이 밤으로 송악으로 떠날 것일세.

우리가 송악을 오래 비우면 패서인들이 엉뚱한 생각을 할 수도 있어.

은부 알겠사옵니다.


종간 떠날 준비를 하는 동안 저 낭인들을 한 번 더 취조해보아야겠네. 혹 또 다른 배후가 있는지도 알아볼 필요가 있어.

은부 그리하시오소서. 자리를 만들겠사옵니다.

종간 이 모든 것이 아지태 때문이야. 이 모든 것이..........



씬 6 또 다른 군막 안


아지태와 입전 신방이 함께 모여 있다.

입전 아학사 어른, 폐하께서 깨어나시지를 못하고 계신다 들었사옵니다.

아지태 그러게 말일세. 워낙, 독이 크게 퍼지신 것 같아.

신방 그렇다면, 오래 버티시기가 어려운 것 아니옵니까?

아지태 (아주 담담하게) 뭐 그럴 수도 있겠지.

두사람 아학사 어른........?

아지태 사람이란 누구나 한 번 이 세상에 왔으면, 가기 마련 아닌가? 다만 그것이 얼마나 안타깝고 애석한가 하는 점이 범부와 영웅들의 차이인 것이야.

폐하는 참으로 안타까운 분이지. 허나, 어찌하겠는가? 운명의 길이 여기서 꺾이고 계시니 말일세.

신방 폐하께오서 이 곳 철원 공역장 에서 해를 입으셨사옵니다. 우리가 혹시나 문책을 받지 않겠사옵니까?

아지태 하하하, 이 사람들아 그것이야말로 불의의 습격을 받으신 것일세. 우리가 무슨 죄가 있는가? 오히려 책임이 있다면 폐하의 호위를 맡고 있는 내군의 책임이 더 클 것이야. 은부장군 말일세.

입전 곧 송악으로 돌아간다 들었사옵니다. 군사들이 떠날 준비를 하고 있사옵니다.

아지태 알고있네. 폐하께서 위급하시니 황도를 오래 비울 수가 없지 않는가?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거든. 허허허. 역시 내원은 빈틈이 없는 사람 이야.

신방 떠날 준비를 하는 동안 붙들린 저 낭인들을 취조한다 하옵니다. 가보시지 않겠사옵니까?

아지태 가보아야지. 보아야하고 말고. 허, 도대체 어디서 온 놈들인고...? 도대체, 누구 길래 계획적으로 송악의 왕씨 가문을 물고 늘어 지고 있단 말이야. 아주 계획적이야.......

그런 아지태의 표정에서...



씬 7 동 공역장 일각 뜰


횃불이 대낮처럼 밝혀져

있는 가운데 낭인1,2가

취조를 받고 있다.

임시로 형부가 마련되어 있고, 종간이 취조를 맡고 있다. 은부, 아지태, 박유, 강장자, 금대, 신방, 입전도 보고 있다.

종간 다시 묻겠노라. 누가 시켜서 이곳까지 왔느냐?

낭인1 말하지 않았느냐? 처음에는 양길 대장군의 수하였었고, 지금은 왕평달 장자님의 수하가 된 사람들이니라.

종간 거짓말이다. 바른 대로 말하여라. 너희들은 어디서 왔느냐? 백제에서 왔느냐, 아니면 신라 에서 왔느냐?

낭인1 긴 말 하기 싫다고 하였다. 나는 왕평달 장자의 수하이니라.

박유 어차피 죽을 목숨들이다. 왜들 거짓말을 하는고?

왜 억울한 사람을 끌어 들이는고?

종간 ...........? (박유를 본다)

강장자 허, 허...세상에......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왕장자가..... 왕장자가 이런 엄청난 일을 저질렀단 말인가?

종간 왕장자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시켰는가?

모두들 ...........?

종간 말하라. 폐하를 시해하라 한 것 외에 또 다른 일을 시킨 것이 있는가?

낭인1 그렇다. 어차피 다 끝난 마당이니, 말하지 못할 것이 뭐 있느냐? 우리는 저 포악한 궁예가 신라의 왕자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모두들 ...........(충격).........

낭인1 궁예는 그래서 초조했고, 나라 이름을 바꾸었으며 송악에 있는 황도를 여기 철원으로 옮기려 한 것이니라. 마진국은 고려가 아니드냐? 고려의 주인들이 누구이냐? 바로 패서인들이 아닌가? 왕평달 장자께서 나라를 찾으려 하심은 당연한 일이다.

강장자 아니, 저, 저........

종간 계속해보거라.

낭인1 더불어 세상이 다 아는 예언이 있지 않느냐? 송악은 청솔이라고 하였다. 앞으로 왕건 장군이 궁예를 밀어내고 옥좌에 오른다는 말이다. 우리는 궁예왕을 죽이고 왕건 장군을 새 황제로 뫼시려 한 것이다.


박유 네 이놈 어찌 그리 천역덕스럽게 거짓말을 계속한 단 말이냐? 도대체 누구의 사주를 받았느냐?

낭인1 이제 그만 말을 하겠다.

나는 이 나라가 무너지는 것을 보면 행복한 사람이다.

오직 그것 뿐이니라. 하하하....지금쯤 궁예가 죽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느냐? 그리고, 이 나라도 곧 무너질 것이다. 내 목적은 다 이루었다. 다 이루었어. 하하하...

종간 (벌떡일어서며) 저놈의 입을 막아라. 입에 자갈을 물리고, 다시 가두어라. 송악으로 데리고 갈 것이니라.

은부 부장금대는 무얼 하느냐?

저놈을 끌고 가거라.

금대 예, 장군. 끌고 가라.

내군들이 계속 웃어 제끼는 낭인1과 그 패거리들을 끌고 간다. 모두들 종간을 보고 있다.

아지태 무서운 이야기오이다, 내원어른. 허지만, 무언가 간계가 있는 것 같지 않소이까?

종간 ..........(노려본다) 이미 다 불고 있는데, 무엇이 간계이고 무엇이 아니란 말인가? 은장군.

은부 예, 내원어른.


종간 이 철원 공역장의 책임자는 바로 이 아지태일세. 페하께서 이 곳에서 화를 입으셨네. 아지태도 송악으로 함께 가서 여죄를 추궁 받게 될 것이다. 송악으로 데리고 가라!

은부 예, 내원어른. 아학사를 끌고 가라.

아지태 하하하.. 공연한 일들을 하고 있소이다. 나를 끌고 가다니, 오늘의 일은 측근에서 뫼시는 그대들의 잘못이오.

은부 어서 끌고 가라.

종간 입전은 들어라.

입전 예, 내원어른.


종간 이곳 철원의 공역장은 입전 그대가 잠시 맡는다. 신방은 아지태와 함께 송악으로 가게 될 것이다. 입전이 남아 있는 뒷일을 모두 마무리 지어라.

두사람 예, 내원어른.

종간 서두르게. 지금 곧 송악으로 떠날 것이야. 서둘러라. 그리고, 속히 페하를 뫼셔 나오게.

은부 예, 내원어른. 서둘러라, 어서 서둘러라.

모두 함께 대답하며 사라지는 금대와 내군들의 모습과

이들을 보고 있는 착잡한 박유의 표정에서.....

디졸브.....



씬 8 궁예의 군막


그 어둠 속에서 혼수상태의 궁예가 들것에 실려나가고 있다. 그리고, 미리 마련되어 있는 마차에 실려진다.

연화가 여전히 떨며 보고 있고, 강장자 부부가 발을 구르며 뒤를 따르고 있다. 궁예는 전혀 회생의 기미가 없어 보인다.

백씨 아이구, 이를 어찌할꼬...... 이를 어찌할꼬.....황후마마, 이를 어찌하면 좋사옵니까? 아이구...

연화 의원과 내군은 무얼 하오? 어서 폐하를 뫼시고 가오.

의원 예, 황후마마.

금대 어서 뫼시어라.

궁예가 마차에 실리고,

휘장이 닫히면서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종간을 주축으로 한 긴

대열이 움직인다.

아지태도 몸이 묶이지는

않았으나 내군들에게 에워싸여 함께 가고 있다.

종간 모두들 서둘러라. 쉬지 않고 밤새 달려 내일 안으로 송악에 도착 하도록 할것이니라. 은장군은 그리 알고 군사들을 단속하라.

은부 예, 내원어른. 서둘러라, 서둘러라.

그렇게 그 행렬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디졸브되면....



씬 9 밤 길


어느 산중을 가고 있는

종간들의 행렬이다.

그들은 그렇게 불야성을

이루며 길게 꼬리를 물고 가고 있다.

궁예를 실은 마차도 군사들 속에서 출렁거리며 움직여 가고 있다. 카메라가 종간과 은부를 잡는다.

서로 시선이 부딪치자,

종간이 나즉히 말한다.

종간 이보게, 은장군.

은부 예, 내원어른.

종간 이곳에서 폐하를 시해하면서 동시에 송악에서는 백성들의 봉기를 유도하는 괴문서를 나붙고 있었네. 이것은 어떤 음모가 구체적으로 있었다는 증거일세.

은부 소장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종간 어찌되었든 패서의 호족들과 특히나 왕씨 가문은 이 소용돌이에서 피해갈 수 없게 되었네.

은부 그런 것 같사옵니다.

종간 두려운 일이야. 송악 청솔.... 송악 청솔.....나는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언제나 모발이 곤두서고 소름이 끼친다네. 두려워. 헌데, 이번 일이 터져 나왔네.

은부 ........

종간 아무래도 큰 군사를 이끌고 나가있는 왕건 장군이 걱정이 되네.

은부 무슨 말씀이시온지.....?

종간 이 비상시국에 의심을 받고 있는 상대가 큰 군대를 거느리고 있다는 것은 불안한 일이 아니겠는가?

은부 하오면......


종간 폐하의 영을 빌어 소환하도록 하게.

은부 소환이라 하셨사옵니까?

종간 지금 즉시 부장 금대를 충주로 가게 하게. 가서 왕장군만을 송악으로 돌아 오라 전하게. 폐하의 급한 영이라고 하게.

은부 알겠사옵니다.

종간 송악에 도착하거든 수상한 무리들을 모조리 잡아들이게. 급하다면 선참후보(먼저 죽이고 나중에 보고함)를 해도 괜찮네.

은부 알겠사옵니다, 내원어른. 그럼, 곧 금대를 충주로 즉시 가도록 하겠사옵니다.

종간의 끄떡인다.

은부가 뒤로 돌아간다.

그리고, 군사들을 인솔하고 있는 금대에게 무언가를

전하고 있다.

곧 금대가 군사 둘과 함께 그 일행 속에서 빠져 나간다. 그리고 급히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종간은 그들을 보다가 궁예의 마차를 본다. 그리고, 긴 한숨을 터트린다. 착잡하다. 지금 종간은

착잡한 것이다.




씬 10 송악 황궁 외경(아침)


오늘따라 내군들의 경계가 곳곳에 삼엄하다.

염상 (E) 무엇이라?



씬 11 동 황궁 어느 전각 안


염상이 장일의 보고를 듣고 있다.

염상 그래서, 내원께서 폐하를 뫼시고 그 밤을 도와 오고 계신단 말인가?

장일 그러하옵니다.


염상 위기로다, 위기야. 폐하께서 독화살을 맞으셨단 말이지? 그리고, 의식불명이 되셨어.

장일 예, 장군.

염상 헌데 이것은 무엇인가?

염상이 장일이 가져 온 전문 하나를 급히 펴보다가,

놀란다.

염상 이게 무슨 소린가?

광치나 왕평달 장군을.......? 왕평달 장자를 특별히 감시 감독하라?

장일 분명 그리 영을 내리셨사옵니다.

염상 왕건 장군도 소환을 할 것이라... 이 모든 것이 결국 왕씨 가문의 소행으로 굳어지는 것이 아닌가? 이런...이런......

염상은 잠시 갈팡질팡하다가 다시 말한다.

염상 장부장은 듣게.

장일 예.

염상 지금쯤 신료들이 조당에 모이고 있을 것일세. 일단 영을 받았으니 뫼시어야 하지 않겠는가?

조회가 끝나면 군사들을 붙여 저들을 모두 감시하도록 하게.

장일 예, 장군.

염상 나도 조당으로 가보아야겠네.

급히 나가는 염상의 모습

에서..


씬 12 조당


염상이 들어와 앉았고.

신료들 중심에 왕평달이 앉아 있다. 박지윤 장자1,2,

박수문, 박수경, 유장자, 왕식렴, 왕신을 비롯한

복지겸과 숱한 대소신료

들이 모두 모여 있다.

왕평달 (떨리는 목소리다) 지금... 괴이한 괴문서가 나돌고 있다고 하오이다. 불경스럽게도 황제페하의 일신을 욕되게 하는 불온한 내용이라고 하오이다.

모두들 ........

왕평달 물론 내군과 의형대의 관리들이 범인을 찾고 있소이다만은 워낙이 중대 사안이라 이렇게 신료분들을 모이자 한 것이외다.

복지겸 이해가 아니갑니다. 그 괴문서라는 것을 보니, 문서를 작성한 장본인들이 패서인들이라 되어있사옵니다.

박지윤 어불성설이올시다. 패서라니요? 우리는 지금껏 폐하를 정성껏 보필해왔고, 또 충성하고 있소 이다. 모함이외다. 모함이예요.

유장자 그렇소이다. 이는 폐하와 우리 사이를 이간질 시키려는 불온한 무리들의 짓이올시다.

꼭 잡아내어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외다.

박수문 도대체, 어떤 무리들이 우리를 그렇게 모함하고 있는지 꼭 밝혀주셔야 할 것이옵니다.

왕식렴 누군가가 이 조정을 흔들기 위해 꾸민 일 같사옵니다. 우리는 지금 어려운 시국에 처해있사옵니다. 이럴수록 단결을 해야 하는 데 누군가가 틈을 벌려 놓으려 하고 있사옵니다. 말려들어서는 아니 될 것이옵니다.

그들의 대화를 유심히 관찰하며 보던 염상이 일어나며 소리지른다.

염상 이것들 보시오! 나는 내군의 총사 은부 장군을 대신하여 황궁과 송악의 치안과 군사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외다.

모두들 ............

염상 모든 일이 너무 급하고 갑자기 일어나고 있소이다.

이것은 필시 우리 중에 누군가가 범인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외다.

왕평달 아니..... 범인이....... 우리 중에 있다니요?

염상 이미 그렇게 굳어지고 있소이다. 지금 폐하께서 밤을 도와 송악 으로 돌아오시고 계시오.

장자1 아니, 폐하께서 벌써 돌아오시오이까?

장자2 이 문제로 급히 오시는 것이 오이까?

염상 그렇소이다. 눈에 띄는 괴문서는 모두 우리가 일단 수거를 했소 이다. 사정이 급하여 일단 신료분들을 드시게 하였으나, 지금 보니 별반 대책이 있을 것 같지 않소이다.

왕평달 그거야 일단.......

염상 (말을 막으며) 지금은 비상시국이오. 송악은 물론 전국에 마침 내원어른이 폐하를 뫼시고 돌아오신다 하니, 모두 이 길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 다음 영을 대기토록 해주셨으면 하오이다.

지금부터 모든 행정적 명령은 우리 내군에서 나갈 것이외다. 그리들 아시오.

모두들 예.

염상 돌아들 가시오. 나는 폐하의 영을 받들어 전하는 것 뿐이오. 모두 돌아가 집을 떠나지 말도록 하시오. 그리고, 광치나 어른.

왕평달 예, 염부장 말씀하시오.

염상 광치나께서는 누구보다도 특별히 영을 받아 뫼실 수 있도록 댁에서 대기토록 하시라는 분부시오. 물론, 자제분들도 모두 함께 계셔야 할 것입니다.

왕평달 아....알겠습니다.

자, 그럼 모두들 일어나십시다. 어, 허 이것 참.....

모두들 일어서며 웅성거린다. 왕식렴의 표정이 심상치 않게 왕평달을 본다.

뭔가 이상한 것이다.



씬 13 길(낮)


궁예 일행이 오고 있다.

가득한 황토바람 속에 낙엽들이 스산하게 몰려 간다. 그들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다. 종간과 은부의 표정이 지나치면, 그 뒤로 궁예를 실은 마차와 연화, 강장자 부부 그리고 진내관, 대전내관, 제조상궁 들과 군사들이 가고 있고, 다시 그들 뒤로 아지태와 박유가 묵묵히 따르고 있다. 그들 그렇게 카메라 앞을 스쳐간다.

은부 서둘러라. 이제 송악이 얼마 아니 남았다. 더욱 서둘러라.

그들 그렇게 급히 가고

있고.......




씬 14 송악 왕건의 집 외경


유씨 (E)도대체 무슨 일이옵니까, 숙부님?



씬 15 동 집 사랑


가족들이 모두 모여 있다. 왕평달, 왕식렴, 왕신,

유씨와 오씨 그리고 두

사부와 장수장들이다.

유씨 왜들 그렇게 안색이 좋지 않으시옵니까?

왕평달 그럴 일이 있네.

오씨 말씀해 주시오소서. 도대체 무슨 일이옵니까?

왕식렴 누군가 폐하를 음해 하는 글들을 사방에 뿌렸다 하옵니다, 형수님.

오씨 무슨 내용인데 그러하시옵니까?

왕식렴 지금의 폐하는 신라의 왕자라는 것이옵니다. 그래서, 나라 이름을 바꾸었고 철원으로 옮기려 한다는 것이지요.

왕신 다시 말하면, 신라 사람으로써 우리 고려의 황제가 되어 있다는 이야기옵니다.

유씨 세상에...그것이 사실이옵니까?

왕평달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그런 평달을 두

사부가 본다.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들은 무언가를 눈치 채고 있는 것이다.

왕평달 (한숨) 그것은 사실일수도 있어.

모두들 예?

왕평달 여기 있는 두 사부와 나는 폐하의 과거를 알고 있느니.... 우리는 그 어릴 때의 폐하를 보았지. 그랬어. 암....... 어리신 폐하는 유모와 함께 신라군에게 쫓기고 있었지.

생각하는 평달의 표정을

따라서, 극심한 바람소리가 들리면서 어릴 때의 궁예의 모습들이 “인터 컷”으로 스쳐간다. 어린 궁예가 유모와 함께 신라군들에게 쫓기며 눈보라 속을 도주하고 있다.

왕평달 (E) 그리고, 쫓기는 그들을 우리가 거두어 주었다. 유모는 우리 집에서 숨을 거두 었고, 어린 폐하는 세달사로 가 머리를 깎으셨지.

어린 궁예가 죽은 유모를 보며 울고 있는 장면이

스쳐간다. 그와 더블 되어 머리를 깎고 있는 어린 궁예의 모습이 다시 스쳐간다.

왕평달 (E) 폐하는 성장하신 이후 서라벌로 가셨는데, 그곳에서 또 돌아가신 형님과 만나셨다 들었다. 그것도 당시 서라벌의 실력자 였던 각간 위홍의 집에서 말이다. 위홍은 경문대왕의 아우였거든.

위홍과 마주치던 궁예의

강렬한 모습이 스쳐

가면서.......



씬 16 현실


왕평달이 긴 한숨을 내쉰다. 모두들 그런 평달을 본다.

왕평달 괴문서에는 지금의 폐하가 경문대왕의 서자라고 되어 있어.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이야기야.

마사부 그렇사옵니다, 나으리. 폐하는 신라의 왕자일 가능성이 아주 크옵니다. 그래서, 영주에 가셨을 때 신라왕의 화상을 칼로 친 것이 아니옵니까? 그 화상은 바로 경문대왕의 화상이었다 들었사옵니다.

왕평달 나도 그렇게 들었네.

변사부 일이 이렇게 드러난다면, 의당 우리 고려의 후예들이 폐하를 싫어할 것은 뻔한 이치이옵니다. 괴문서의 내용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사옵니다.

왕평달 그러니까 두렵다는 것일세. 내원 종간이란 사람은 누구보다도 우리가 폐하의 과거를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일세.

오씨 알 것 같사옵니다. 그때문에 비밀을 알고 있는 우리 가문을 그토록 경계해 왔을 것이옵니다.

왕평달 거기다 또 하나가 있네.

내원 그 사람은 우리 조카에게 내려져 있는 예언에 대하여 아주 불안해 하고 있네.

유씨 송악 청솔이라는 그 말씀 말이옵니까?

왕평달 바로 그것이야. 그런데 이번 일이 터져 나왔어. 우리 패서인들이 그 괴문서를 작성했다고 되어 있단 말이야.

왕식렴 (굳어지며) 이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 것 같사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누군가가 처음부터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우리를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니옵니까?

왕평달 (긴 한숨) 폐하께서 지금 급히 돌아오신다고 한다. 이것 또한 이상한 일이야. 이런 괴문서의 일 때문에 폐하께서 그렇게 급히 돌아오실 분이신가?

철원에서 무슨 일이 생긴 게야.

오씨 무슨 일이라니요?


왕평달 내군의 염부장이 바쁘게 돌아 가는 것을 보았다.

뭔가 쉬쉬하고 있었어.

분명히 철원에서도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게야.

왕식렴 이렇게 되면 우리는 어찌 되는 것이옵니까?

왕평달 불길한 예감이 드는 구나. 아무래도 이번만은 다가오는 화를 피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다.

유씨 그렇게도 심각하옵니까?

왕평달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이야. 일이 아주 어렵게 돌아가고 있어.

심각한 왕평달 표정에서...


씬 17 송악 거리


종간과 궁예 일행들이 들어서고 있다. 그들은 그렇게 거리를 지나 황궁 쪽으로 가고 있다. 모두들 여전히 표정이 굳어 있다.

거리를 조금 지나가 염상과 장일이 군사를 이끌고 달려나와 종간 앞에 예를 올린다.

종간 염부장이 아닌가?

염상 예, 내원어른.

종간 송악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가?

염상 그러하옵니다. 대소신료들을 사실상 연금상태로 감시하고 있사옵니다.

종간 잘하였네. 어서 황궁으로 가세. 할 일이 많네.

염상 예, 내원어른.

그들이 말머리를 돌린다. 그리고 황궁 쪽으로 다가간다. 황궁의 대문이 육중하게

소리나며 열린다.

그들 그렇게 빨려 들어가 듯 안으로 사라지면서.....




씬 18 충주 관아 외경


왕건 (E) 나를 소환하신다 하였는가?



씬 19 동 관아 안


세가신과 더불어 왕건이 전령으로 온 금대를 보고 있다.

금대 그러하오이다, 장군.

왕건 전선에 나와있는 장수를 이유도 말씀 아니하시고 부르시다니? 무슨 일이 있는 겐가?

금대 소장은 폐하의 영을 뫼셔 왔을 뿐이옵니다. 속히 차비를 차리 시오소서, 장군.

유금필 이보시오, 금부장. 장군께선 지금 백제의 대군과 대치 중이시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이유도 모른 채 소환을 하신다하니, 이런 법이 대체 어디 있소이까?

능산 도대체 무슨 일이요, 금부장?

금대 허허, 나는 내군의 부장일 따름이오. 그저 영을 뫼실 뿐 무엇을 왈가불가 할 수 있소이까? 옥새가 찍힌 칙령을 보시지 않았소이까?

박술희 물론 그렇소이다만은 이것 참 이상하구료.


금대 빨리 차비를 차려 주시오. 한시가 급하다고 하셨소이다.

왕건 지금 폐하는 어디 계시는가?

금대 철원에 가셨다가 송악으로 가시는 중이시오.

박술희 송악으로 가시는 중에 우리 총사를 부르셨다?

박술희와 더불어 두 의형제도 고개를 갸웃한다.

뭔가 이상한 것이다.

그러나, 왕건이 자리를

털며 일어선다.

왕건 폐하의 칙령을 받고서 그 이유를 따져 묻는 것은 도리가 아닐세. 곧 함께 갈 것일세. 차비를 차리고 나올 터이니 잠시 기다려 주게.

금대 예, 장군.

그러면서도 왕건은 고개를 갸웃한다. 뭔가 있는 것이었다. 그런 왕건의 표정위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씬 20 완산주 백제

황궁 외경



씬 21 동 황궁 대전


견훤이 호기롭게 웃고 있다. 최승우와 능환도 빙그레

따라 웃고 있다.

견훤 궁예왕이 쓰러졌다 이말이지? 궁예왕이 쓰러졌어?

최승우 예, 폐하. 방금전에 보고가 올라왔사옵니다.

능환 그곳에 들어가 있는 첩자의 말을 들으니, 마진국은 지금 비상사태에 돌입해있다 하옵니다.

견훤 상태는 어느 정도라 하던가? 궁예왕 말이야.

최승우 아마도 목숨을 보전하기는 어려울 것 같사옵니다.

능환 이것은 이간계가 아니라 암살이 목적이었네 그려?

최승우 양쪽을 모두 노린 것이옵니다. 이번에 우리가 쓴 계책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빈틈없이 맞아 떨어졌사옵니다. 지금 상주 전선에 나와있던 왕건이 소환되고 있사옵니다.

견훤 오, 그렇게까지.....

최승우 이제 곧 궁예왕이 죽고나면, 마진국은 사분오열이 되어 내분으로 인하여 붕괴될 것이 틀림 없사옵니다.

견훤 궁예왕이 쓰러졌다? 궁예왕이...하하하, 듣던 중 참으로 안타 까운 소식이도다. 하하하....... 인간적으로는 참 안된 일이나 나라 사정으로 보아 이만한 희소식이 또한 어디있겠는가? 아무튼 파진찬이 고생을 했네 그려.

최승우 망극하옵니다, 폐하.

하오나, 만에 하나 예상이 빗나갈 수도 있사옵니다.

견훤 그건 또 무슨 소린가?

최승우 궁예왕이 독성이 강한 화살을 맞고도 아직 숨줄이 끊어지고 않고 있다 하옵니다.

물론,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으로 사료되오나 기적적으로 살아 남는다면 계획 중 절반은 실패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옵니다.


견훤 그럴 수도 있겠지. 지금 마진국은 그럼 누가 조정을 관장하고 있는가?

최승우 궁예왕을 평생 도와 온 내원 종간이라는 자가 통수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아옵니다. 왕건을 소환한 것도 바로 그 자이옵니다. 신은 사전에 왕씨 가문에 대해 철저한 파악을 하여 낭인들에게 주지시켰사옵니다. 마진국에서 왕씨가문만 무너지면 그 하나로도 상당한 이득을 볼 것이옵니다.

능환 그렇다면 일단 우리가 노린 이간계도 또한 성공한 것으로 보아야 겠네 그려.

최승우 그렇게 보이옵니다, 이찬 어른. 어쨌든 마진국은 지금 혼란의 극치에 빠져 있사옵니다. 사태를 좀 더 두고 보시오소서. 볼만할 것이옵니다. 하하하하.



씬 22 길(밤)


왕건과 금대가 몇 몇 군사들과 함께 가고 있다.

왕건이 이미 장수복을 벗었다. 얼마쯤 그렇게 가다가 왕건이 묻는다.


왕건 이보게, 금부장.

금대 예, 장군.

왕건 나는 좀 아직도 이해가 안가는 것이 하나 있네. 폐하께오서는 철원에서 송악으로 가시던 노중에 영을 내리셨다고 하셨네.

금대 그러하옵니다, 장군.

왕건 철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 나를 소환하라는 명령을 금부장이 폐하로부터 직접 받아 뫼시었는가?

금대 은부 장군으로부터 전해 받았사옵니다. 그 이상은 소장으로써는 말을 할 수가 없사옵니다. 가시면 모두 알게되옵니다.


왕건 음...... 뭔가 일이 있긴 있는 게야, 그렇지 않은가?

금대 길을 서두르라 하셨사옵니다. 어서 가시지요, 장군.

왕건 .........



씬 23 송악 황궁 외경


경계가 삼엄하다.

곳곳에 불이 밝혀지고,

내군의 군사들이 쉼없이

번을 돌고 있다.




씬 24 동 황궁 대전 복도


이곳에서도 내군의 군사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장일이 주변을 오가고 있고, 군사들이 둘러싸인 가운데 진내관, 대전내관, 제조상궁들도 대기해있다.

연화 (E) 이보게, 의원. 도대체 아직도 눈을 뜨지 않으시니 어찌된 일 인가?




씬 25 동 대전 안


역시 불이 대낮처럼 밝다. 황후인 연화가 안타깝게

누워있는 궁예를 보며 의원에게 다시 묻는다.

연화 이러고만 있을 것인가? 어떻게 대책을 세워봐야 하지 않겠는가?

의원 송구하옵니다, 황후마마.

연화 또 그 소리인가? 의원이라면 사람을 살릴 방도를 찾아 보아 야지. 송구하다는 말 밖에는 하지 못하는가?


의원 용서하시오소서, 황후마마. 현존하는 의술로써는 폐하께 드리운 독기운을 제어하기 어렵사옵니다.

연화 하...(긴 한숨) 이일을 어이할꼬... 벌써 만 이틀 째 이러고 계시니 .....도대체 다른 사람은 무얼 하고 있단 말인고? 어이할꼬.... 이일을 어이할꼬.....



씬 26 동 황궁 내원


이곳에서도 사람들이 긴장한 채 모여있다.


종간과 은부, 염상, 박유가 함께 있다.

모두들 종간을 보고 있다.

은부 내원어른, 의원은 이미 폐하께서 소생하시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사옵니다.

종간 ........

은부 지금 은밀히 사람을 풀어 전국의 이름난 의원은 모두 수배를 하고 있사옵니다만은 도대체 폐하께서 얼마나 더 견디어 주실런지....

종간 그 무슨 망발인가? 폐하께서는 절대로 승하하시지 않는다.

모두들 .......


종간 절대로 돌아가시지 않아. 찾아! 찾아야 하네! 병이 있으면 약이 있는 법이고, 또한 고칠 의원이 있는 법이야. 찾아! 어떻게든 폐하를 살려 뫼셔야 하네. 꼭 살려드려야 해, 꼭!........

종간의 모습은 비장하다. 눈치를 보던 박유가 조심

스럽게 말한다.

박유 이미 의원들은 손을 놓았사옵니다. 그리하옵기로 소생이 만에 하나 도움이 될까하여.....

종간 말씀하시구료, 박학사.

박유 소생은 오랬동안 금강산에서 학문을 익혔사옵니다. 그 금강산은 넓고도 또한 큰 곳이옵니다. 수많은 이인과 도인들이 숨어 있사옵니다.

종간 그래서요....

박유 이미 철원에서 이곳으로 떠나 올 때에 사람들을 그곳으로 급파하였사옵니다. 행여 도움이 될까하여......

종간 잘 아는 의원이 있소이까?

박유 세상과 등지고 사는 도인하나가 있사 온데, 소생과는 얼마간의 친분이 있사옵니다.

의원들이 포기한 많은 사람들을 침통 하나와 맨손 으로 기를 불어 넣어 고치는 것을 본 적이 있사옵니다. 일단 급하여 청하였사옵니다.

종간 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구료.

박유 하오나, 인간의 성품이 워낙 제멋대로여서 가늠하기가 어려운 사람이옵니다.

종간 그것이 무슨 문제이겠소이까?

박유 그리고, 꼭 결과가 좋으리라는 것도 알 수 없는 일이고....

종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오. 우리는 그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는 것이오.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는 폐하를 살려 뫼셔야 하오, 꼭!.....

그러면서도 종간은 눈을

감으며 긴 한숨을 내쉰다. 초조한 것이다.

눈치를 보던 염상이 말한다.

염상 내원어른, 지금 내군을 풀어 송악 일대에 통금령을 내렸사옵니다. 대소신료들을 모두 감시하고 있음은 물론 특히나 광치나 왕평달 장자의 저택은 외부의 출입을 통제했사옵니다.

박유 ........

종간 상주전성의 왕군 장군은 어찌 되었는가?

은부 부장 금대가 갔사옵니다.

폐하의 영을 누구보다도 잘 받드는 왕장군이옵니다. 아마 금방 도착할 것이옵니다.

종간 (고개를 끄떡이다가) 이번 기회에 뿌리를 뽑아야 하네. 모든 것을 제자리에 갖다 놓아야 해. 아지태는 또 어찌하고 있는가?

은부 자신의 집에 연금 중이옵니다.

종간 날이 밝는 대로 왕장군이 도착을 할 것일세. 송악 관내로 들어서거든 내군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즉시 압송하여 이리로 데려오게.

은부 예, 내원어른.

박유 ........

종간 그것을 신호로 하여 모두 잡아 들이게. 우선 광치나 왕평달부터 불러들이도록 하게. 신료들도 모두 함께 불러.

은부 예, 내원어른.

종간 법을 다루는 의형대에서 세상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 줄 것일세. 천하가 다시 바로 서는 것을 보여 줄 것이란 말일세.


그런 종간의 모습에서....





첨부파일 태조왕건71.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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