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 왕건 <제 72회>
씬 1 길(새벽)
동녘으로 새벽의 여명이
밝고 있다.
왕건이 금대와 함께 몇 몇 군사들과 오고 있다.
카메라 앞을 그렇게 스쳐가면....
왕건 송악이 이제 가까워졌네. 지금쯤 폐하께서는 황궁에 도착해있으시겠구먼.
금대 아마도 그럴 것이옵다, 장군.
왕건 이보게, 금부장.
금대 예, 장군.
왕건 자, 나는 폐하의 영을 받들어 무조건 그대를 따라 송악까지 이르렀네. 허지만, 이런 법은 일찍이 없었던 일일세. 전선에 나가있는 지휘장수를 부르실 때에는 그에 합당한 이유를 밝혀주셨단 말일세. 자, 이제 송악에 다왔네 그려. 아직도 말해 줄 수가 없는가?
금대 ........
왕건 나는 폐하를 형님으로 모시고 있는 의형제이기도 하네. 내가 생각하기로는 나라에 분명 이상이 생겼네. 말해주시게.
금대 하오면, 이제 송악에도 다 이르렀고하니 말씀 올리겠사옵니다. 장군이 보신 그대로이옵니다. 국가에 대 이변이 발생했사옵니다.
왕건 무슨 일인가? 폐하께 무슨 일이 있으신 겐가?
금대 그러하오이다. 폐하께오서 불의의 습격을 받아 생사의 갈림길에 계시옵니다.
왕건 무엇이라..... 그래서, 어찌되었는가?
금대 일단 밤을 새워 송악으로 옮기셨사옵니다. 아마도 장군께서는 그 일에 관련하여 조사를 받으시게 될 것으로 아옵니다.
왕건 내가 조사를..... ?
그때 이미 저만큼 한 떼의 군사가 달려온다.
그들은 삽시간에 이들 주변으로 몰려든다.
염상이 내군을 이끌고 온 것이다.
염상이 군례를 올린다.
왕건 내군의 염부장이 아니시오?
염상 그러하오이다. 왕장군께서 송악으로 오시는 것을 맞기 위해 왔소이다. 함께 가시지요. 장군을 뫼시어라.
미처 왕건이 무어라 대꾸할 사이도 없이 내군들이 에워싼다.
염상 내원께서 장군을 기다리고 계시오. 자, 길을 서둘러라.
이들 그렇게 간다.
왕건은 참담한 표정이다. 그런 왕건의 표정에서.....
씬 2 황궁 외경
종간 (E) 의형대는 준비가 되었는가?
씬 3 동 황궁 내원
종간이 은부, 박유와 마주해 있다.
종간 신료들을 불러들이는 일은 어찌되었는가?
은부 염부장이 왕장군을 압송하러 갔사옵고, 장일이 일단의 군사를 이끌고 광치나 왕평자 장자를 압송하러 갔사옵니다.
종간 아지태는?
은부 역시 내군을 보내어 압송 중에 있사옵니다.
종간 곧 추국을 하게 될 것이야. 전 신료들을 의형대로 불러 들이게. 신료들이 보는 앞에서 왕평달과 폐하를 시해하려 한 그 낭인 놈들을 대질시킬 것이야.
은부 이미 준비가 다 되었사옵니다.
박유 내원어른.
종간 말씀하시오, 박학사.
박유 일의 전말을 다 보았사옵니다만은..... 소생은 애꿎은 사람들이 희생될까 염려가 되옵니다.
종간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시오?
박유 일전에도 말씀 올렸사옵니다만은 폐하를 시해하려한 무리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배후세력에 의하여 조정되고 있는 것 같사옵니다. 왕씨 일가를 당장 불러 취조하시는 것은 너무 급하게 서두시는 것 같사옵니다.
종간 모르시는 말씀이오. 이미 그 낭인 놈들이 자백을 하였소이다. 또한, 오래전부터 패서인들은 사사건건 불만을 터트리며 은연중 폐하께 저항해왔소이다. 즉, 나라에 불만을 품어왔다 그말이외다.
박유 허지만.......
종간 이일은 내가 다 알아서 할 것이오. 박학사는 지켜만 보시오. 그리고, 다시 한 번 폐하를 위하여 금강산의 일이 어찌되었는가 알아봐주시구료.
박유 예. 하오나, 내원어른 매사를 냉철히 보시오소서.
종간 이미 냉정하게 처리하고 있소이다, 박학사. 자, 대전에 다시 한 번 들려보세. 제발 폐하께서 깨어나셔야 할터인데........
그런 종간의 표정에서.....요란하게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씬 4 송악 왕건의 집
장일이 군사들을 이끌고
대문을 두드리고 있다.
장일 황궁에서 나왔소이다.
문을 여시오. 문을 여시오!
잠시 후 대문이 소리나게 열리며, 장수장이 고개를 내민다.
장수장 왠일들이시오?
장일 황궁에서 왔소이다. 광치나 왕평자 장자는 즉시 입궁하라시는 칙령을 뫼시어 왔소이다.
장수장 칙령이라고 하셨소이까?
장일 그렇소이다. 어서 영을 받들라 하시오.
씬 5 동 집 마당
대문 앞에서 실랑이를 하는 그들이 보인다.
오씨와 유씨가 무슨 일인가싶어 의아해 하며 나온다.
오씨 이보시게, 장수장. 무슨 일인가?
장수장 폐하의 영을 뫼셔 왔다 하옵니다. 나으리를 속히 입궐하시라 하옵니다.
유씨 숙부님을?........
다시 그때 두 사부와 왕식렴 형제 그리고 왕평달이 나온다.
왕평달 내군의 장부장이 아닌가?
장일 예, 광치나 어른.
왕평달 이른 아침에 무슨 일인가?
장일 입궁하시라는 영을 뫼셔 왔사옵니다.
왕식렴 입궁? 이렇게 일찍 무슨 일로......?
장일 소장은 모르옵니다. 속히 가시오소서.
왕평달 폐하께서 직접 내리신 영이신가? 아니면, 내원께서....?
장일 내원께서 내리셨사옵니다. 속히 가시오소서.
모두들 할 말을 잃은 채
서로를 보며 긴장한다.
변사부 무언가 이상하지 않사옵니까?
마사부 그러게 말이옵니다.
왕평달 (눈을 감은 채 한 참을 생각하다가) 관복을 준비하게. 예상하던 일이 시작되고 있는 것 같으이.
왕식렴 아버님......?
왕평달 어서 관복을 준비하게. 너희들도 입궐 준비를 하거라.
오씨 숙부님, 앞뒤를 좀 살펴보시고 가셔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왕평달 이미 나는 다 알 것 같으이. 아무래도 이번에 궁에 들어가면 쉽게 나오기 어려울 것 같구나. 식렴아.
왕식렴 예, 아버님.
왕평달 집안 단속을 잘 해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네 어깨가 무거울 것이야.
왕식렴 예, 아버님.
그런 그들의 표정에서.....
씬 6 황궁 대전 복도
내관, 상궁들이 서있고.
씬 7 동 대전 안
궁예가 여전히 인사불성이다.
의원은 그저 그렇게 서있고, 연화가 딱한 듯 궁예를 보며 눈물을 닦고 있다.
종간, 은부, 박유가 한
숨을 쉬며 지켜보고 있다. 궁예는 곧 운명이라도 할 듯이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거친 그 숨소리를 따라 카메라가 다가간다.
그리고, 서서히 궁예의 의식 속으로 빨려 간다.
씬 8 그 궁예의 의식
궁예는 끝도 모를 구름
밭을 걷고 있다.
어디선가 아비규환의 소리들이 들려온다.
신음소리, 비명소리, 울음소리들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서서히 현실처럼 살아나며 수많은 아귀들이 그의 옷과 발을 붙들려 한다.
궁예는 식은 땀을 흘리며 벗아나려 한다.
궁예 놓아라. 놓아라! 놓아라, 이것들아. 나는 미륵이니라. 놓아라!
궁예는 그렇게 도망치려 한다. 그러나, 어둠 속의 아귀들은 그의 옷을 잡아 이끈다.
그 중 하나는 바로 경문왕이다.
경문왕 히히히.... 궁예야 애비니라. 너를 데리러 왔도다. 어서 이리오너라.
궁예 나에게는 아버지가 없소. 나는 미륵이오.
경문왕 무슨 소리를 하는 게냐? 애비를 모른단 말이냐? 네가 칼로 내 목을 쳤지 않느냐?
궁예 나는 모르오.
다시 이번에는 도망치는 궁예 앞에 미향과 양길이 나타난다.
양길 하하하. 궁예로구나. 오랜만이로구나.
미향 폐하, 미향이옵니다. 어서 오시오소서, 폐하. 이승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시옵니까?
궁예 물러가라. 물러들 가라. 너희들은 잡귀들이다. 나는 미륵이니라. 어서 물러들 가라.
양길 하하하, 너는 미륵이 아니다. 미륵을 사칭하여 혹세무민하는 가짜 부처일 뿐이다. 저승으로 함께 가자꾸나, 궁예야. 어서 가자꾸나.
궁예 놓아라. 이것들 놓아라.
미향 함께 가시오소서. 같이 가시오소서, 폐하. 오랫동안 구천을 떠돌며 폐하를 기디라고 있었사옵니다. 어서 가시오소서.
궁예 놓아라, 놓아라, 놓아라!
궁예는 그렇게 발버둥친다. 안대가 떨어져 나가자,
허여멀건 그의 백태 외눈이 드러난다.
악귀들은 그렇게 궁예를
끌고 간다.
궁예 놓아라, 나를 놓아다오. 나는 아직 할 일이 많다. 아직 죽을 때가 아니니라. 나를 놓아다오. 나는 제국을 이루어야 한다. 이 궁예의 이름을 온 우주에 남길 것이니라. 놓아다오. 나를 놓아다오.
궁예는 그렇게 발버둥 친다. 악귀들은 그런 궁예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그런 모든 소리들이 복합된다. 벗어나려는 치열한 궁예의 몸부림에서......
궁예 (에코, 강하게) 나는 갈 수 없어. 나는 아직 할 일이 너무도 많아.........
씬 9 현실
궁예는 여전히 거친 숨을 몰아 쉬고 있다.
호흡이 더욱 가빠지고 있는 것이다.
모두들 불안하여 보고 있다.
종간이 안타까운 듯 눈을 감는다.
그리고, 다시 기도하듯 중얼거린다.
종간 일어나셔야 하옵니다. 꼭 일어나셔야 하옵니다. 폐하, 일어나시오소서. 일어나시오소서, 폐하.
모두들 .........
종간 (절규처럼) 일어나시오소서, 폐하.
종간의 그런 처절한 몸부림에서 서서히 디졸브가 되면....
씬 10 황궁 어느 전각
(의형대)
이미 철원에서 체포된 낭인들이 무릎을 꿇려 있다.
많은 신료들이 참석해 있다. 왕평달, 유장자, 장자1,2, 박지윤과 두 아들, 왕식렴 형제, 복지겸, 박유, 아지태, 은부, 강장자가 와 있다. 그 상석에 내원이 앉아 있다. 침묵이 흐르고 있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옆에 중문이 열리면서 왕건이 염상, 금대 들과 함께 들어선다.
모두들 본다.
종간과 왕건이 한참 시선을 주고 받는다.
염상 내원어른, 왕건 장군을 소환해왔사옵니다.
왕건 .........
종간 먼 길 오느라 고생하시었소.
왕건 나라의 급변이 생겼다 들었사옵니다. 어인 일이시옵니까?
종간 알고 묻는 겐가, 아니면 모르고 묻는 것인가?
왕건 ...........?
종간 왕장군은 이 자들을 아는가?
왕건 처음 보옵니다.
종간 허허허, 그럴테지. 허면 이보시오, 광치나.
왕평달 예, 내원어른.
종간 여기 이 자들을 아시오이까?
왕평달 처음 보옵니다.
종간 허허허, 그래도 목숨은 아까우신 모양이구료. 모른다? 이자들은 광치나를 잘 안다고 하였소이다.
왕평달 무슨....말씀이시온지........?
그런 두 사람의 사이를 보는 신료들의 면면이 스쳐간다. 왕식렴 형제와 유장자는
굳어 있다.
복지겸도 왕건을 보며 마른 침을 삼킨다.
종간 이제 알 사람은 대부분 알게되었으니, 더 이상 감추지 않겠소이다. 지금 폐하께서는 생사의 갈림길에 서 계시오이다.
모두들 .............(웅성거린다)
종간 바로 여기에 이 자들이 독화살을 쏘았소이다. 패서인들의 우두머리라 하는 광치나가 사주를 했다 하였소이다.
왕건 ......내원 어른, 그 무슨.....?
신료들은 더욱 술렁거린다. 왕평달은 눈을 감았다.
식렴 형제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종간 죄인들은 듣거라. 대소신료들이 다 모인 자리니라. 있는 그대로 이실직고를 하렸다. 누가 폐하를 시해하라 시켰느냐?
낭인1 같은 대답을 열 번도 더하였소이다. 광치나 왕평달 장자께서 시켰다고 하지 않았소이까?
왕평달 네 이놈........... 하늘이 무섭지 않느냐? 네 어찌 억울한 사람을 잡는단 말인가?
낭인1 허허허, 광치나 어른 이미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사옵니다. 하지만, 어른께서 죽이라고 명하신 궁예는 확실하게 처지를 하였사옵니다. 얼마 더 못살 것이옵니다.
종간 ........
왕건 .........
왕평달 네.......이 놈........ 어찌 그런 거짓말을.....
낭인1 송구하게 되었사옵니다. 하오나, 어찌 사실을 거짓말이라 하시오이까? 소인은 왕평달 장자와 더불어 그 댁의 일을 맡고 있는 두 사부와도 만나 수 차례 만나 이번 일을 의논한 일이 있소이다.
왕건 네 이놈..... 도대체 누구의 사주를 받고 이리하는 것이냐? 바른 대로 아뢰어라.
낭인1 더 이상 말하기 싫소이다. 빨리 죽여주시오.
종간 자, 모두들 어찌 생각하시오이까? 할말들이 있소이까?
왕식렴 내원어른, 억울하옵니다. 우리는 이 자를 본 적도 없사옵니다.
왕건 .......... 내원어른.
종간 말씀하시게.
왕건 범인의 말만 듣고 일방적으로 사람을 잡으려 하시오이까? 좀 더 세밀한 조사를 해주셨으면 하오이다. 가문의 명예를 걸고, 우리 집안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을 것이외다. 하나도 둘도 우리는 폐하께 오로지 충성만을 다짐해온 집안이오이다.
종간 그만 닥치지 못할까, 왕장군. 이미 이들이 다 자백을 하였노라. 그리고, 그 신빙성이 입증되었노라. (괴문서를 꺼내 보인다) 이것은 바로 폐하께서 해를 입으시던 그 시각에 장자 왕평달이 수하들을 시켜 송악 일대에 뿌린 괴문서이니라. 폐하를 음해하고 철원의 대 공역에 불만을 품은 자들을 선동하여 대역을 범한 증거가 다 여기에 있느니라.
모두들 ...........
종간 그대의 집안은 폐하의 소싯적 일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아는 것이 많을 것이니라. 그것을 왜곡하고, 거짓으로 꾸며 세상에 내돌린 것은 다른 흑심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왕평달 억울한 일이오이다. 진실로 모르는 일이오이다, 내원어른.
종간 모른다 하여 변명이 되지 않는다. 생각해보거라. 천하에 누가 감히 이러한 문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심증이 가노라. 그대들이다. 폐하를 시해한 것도 그리고 세상을 선동한 것도 모두 그대들이 꾸민 일이다. 송악 청솔, (주변을 보다가) 바로 장군 왕건이 이 땅에 주인이 될 것이라는 그 거짓 예언을 믿고 꾸민 일이야. 나는 그 점을 오래 전부터 경계해 왔느니라. 그것이 이제 터진 것이야. 그래도 할 말이 있으면 하라.
왕건 너무 서두르고 계시오이다. 폐하께서 계셨더라면 결코 이리 하시지 않았을 것이오이다.
종간 물론이다. 폐하께오서는 인정이 많으시어 그리 하셨을 게다. 허나, 나는 아니다. 겉으로는 충성하는 척하고는 속으로는 다른 계산을 굴러온 너희 같은 무리들을 찾아 없애는 것이 나의 임무이기 때문이니라. 대소신료들은 들으오.
모두들 예...........
종간 이번 일에 대하여 할 말이 있는 사람은 하오.
아무도 대답이 없다.
유장자가 뭔가 말을 하려다가는 그만 입을 다문다.
종간 아무도 말씀이 없으시구료. 물론, 그럴 것이오. 이일은 너무도 명백하기 때문이오. 그러나,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은 죄인들의 자백을 직접 듣고 형벌을 정하는 국청을 열기로 하겠소이다. 해당되는 죄인들은 대역죄로 다스려지게 될 것이오.
아지태가 묘한 눈치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다.
종간이 아지태를 손짓한다.
종간 그리고, 바로 저 자... 지금껏 폐하를 잘 못 보필하여 일부 백성들의 원성을 사고 무리한 공역으로 세상을 시끄럽게 한 아지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소이다.
아지태 .......
종간 아지태는 폐하께서 화를 당하게 한 이유를 제공한 사람이오. 결코 용서 받을 수 없소이다. 내군은 듣거라.
내군들 예.
종간 광치나 왕평달과 더불어 장군 왕건을 옥에 가두고, 여기 아지태 또한 구금하여 다음 영을 기다리라.
내군들 예....
내군들이 명령과 동시에
왕건,왕평달 옆에 가 붙어 선다.
물론 아지태도 군사들에게 에워 쌓인다.
종간 그리고 장자 왕평달의 집안 일을 보아왔다는 두 사부라는 자들도 즉시 포박해오도록 하라.
내군들 예.
종간 곧 다시 조회를 열게 될 것이오. 그때 죄인들에 대한 형벌을 결정하여 세상에 공시할 것이오. 하회들을 기다리시오.
모두들 예.........
그런 종간의 표정에서.....
씬 11 왕건의 집 외경
변사부 (E) 일이 터져도 아주 크게 터진 것 같사옵니다.
씬 12 동 집 안채 사랑
두 사부와 오씨, 유씨가
함께 해 있다.
변사부 우리가 걱정해온 일들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사옵니다. 어찌하면 좋겠사옵니까?
마사부 이상한 일은 모든 것이 폐하의 영으로 돌아가고 있으면서도, 폐하의 모습이 아니 보이신다는 것이오.
오씨 숙부님께서 하신 말씀이 마음에 걸리옵니다. 내원이 우리를 결사적으로 올가미에 묶으려 하는 것 같사옵니다.
유씨 이일을 어찌하면 좋겠는가? 이럴 때 서방님이라도 계셨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변사부 아주 힘든 국면을 맞은 것 같사옵니다. 이 일을 어이할꼬.....
그때 장수장의 소리가 들려온다.
장수장 (E) 소인 장수장이옵니다.
변사부 들어오게.
장수장이 들어와 예를 올리며 급히 말한다.
장수장 마님, 놀라지 마시오소서. 주군께오서 상주에서 돌아오시어 그 길로 압송되셨다 하옵니다.
오씨 그게 무슨 소린가? 서방님이 돌아오셔?
장수장 예, 마님. 송악에 들어 서시자마자 내군들이 황궁으로 뫼셔갔다 하옵니다. 지금 황궁에서는 대소신료들이 모두 모여 철원에서 일어난 일과 송악에서 있었던 괴문서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하옵니다.
유씨 철원에서라니..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장수장 폐하께오서 정체불명의 낭인들에게 화를 당하셨다 하옵니다.
모두들 무어라...?
장수장 아무래도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사옵니다. 조금 전 궁궐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주군과 나으리께오서 이번 사건에 주모자로 의심을 받고 계신다 하옵니다.
유씨 세상에.....어떻게 그런.... ?
그때,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밖에서 들려온다.
모두들 귀를 기울인다.
금대 (E) 대문을 열어라. 죄인 마사부와 변사부는 폐하의 영을 받아라. 문을 열어라!
모두들 흙빛이 된다.
두 사부는 굳은 표정으로 서로를 본다.
씬 13 황궁 대전
궁예가 여전히 거친 숨을 몰아 쉬고 있다.
연화와 백씨와 강장자가
어쩔 줄 모르며 그렇게 보고 있다.
슬이도 눈물을 닦고 있다.
백씨 마마, 이일을 어쩌면 좋사옵니까?
연화 .....
백씨 벌써 사흘째이옵니다. 아이구, 천지신명님....
강장자 천하에 죽일 놈들이 아닌가? 그토록 폐하의 은혜를 입었으면서도 이런 엄청난 대역을 꾸몄다니...?
연화 무슨 말씀이옵니까, 아버님?
강장자 사건의 내용이 다 드러났사옵니다, 황후마마. 이번 일은 왕건이와 그 숙부되는 왕평달이 다 꾸민 일이라 하옵니다.
연화 (너무 놀라)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그 사람들이 왜.....?
강장자 붙들린 범인들이 다 자백을 했사옵니다. 송악 청솔이라는 그 요망한예언을 믿고 나라를 뒤집으려했다 하옵니다.
백씨 세상에....이런....이런일이.......
연화 그럴 리가......그럴 리가......
너무도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는 연화의 표정에서......
씬 14 동 내원
종간이 생각에 잠겨 있다. 은부와 박유가 함께 해
있다.
여기서도 묘한 침묵이 흐르고 있다.
은부 방금 전 장자 왕평달의 집에서 그 집의 늙은 두 사부를 포박해왔다 하옵니다.
종간 ........ (고개를 끄떡인다)
박유 내원어른, 다시 한 번 말씀을 올리겠사옵니다. 이번 일을 너무 서두르지 마시오소서. 내원께서 지금 믿고 있는 것은 붙잡힌 저 낭인들의 자백 뿐이옵니다. 잘못하면 국가의 큰 동량들을 잃게 되옵니다.
종간 나는 박학사의 그 마음을 잘 이해합니다. 그러나, 설사 왕씨 가문이 이번 일과 무관하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나라의 큰 해를 끼칠 그런 인물들이외다.
박유 내원어른......
종간 오히려, 아지태 같은 인물들은 더 쉽게 처리를 할 수 있소이다. 그러나, 왕씨 가문은 다릅니다. 두려운 것은 저들이 폐하의 위엄을 뛰어 넘어 세상의 인심을 얻고 있다는 것이외다. 그것 하나라도 죽을 죄목으로써는 충분하외다.
박유 ...... (한숨만)
은부 기왕에 시작하신 일이라면 서둘러 매듭을 지으시는 것이 옳지 않겠사옵니까?
종간 물론일세. 그러나, 일은 순서가 있는 법이야. 다음 조회를 열어 만인의 동의를 얻어내고 법 대로 즉시 처리할 것일세. 아마도 삼족이 아니라, 구족을 멸하게 될 것이오......(사이) 그나저나, 박학사.
박유 예, 내원어른.
종간 내 속이 타서 모두 재가 될 지경이오. 대체 금강산에 보냈다는 그 자들은 어찌 되었소이까? 오늘이 사흘 째이올시다. 폐하께서 점점 더 위급해지시는 것 같소이다. 다시 사람을 보내보도록 하시오.
박유 지금쯤 아마도 선이 닿았을 것이옵니다. 마음이 급하시더라도 잠시 더 기다리시오소서.
종간 촌각이 급한데, 언제까지 기다린단 말이오? 이런.......
은부 하옵고, 내원어른 소장은 일선에 나가있는 장수들이 염려되옵니다. 상주만 해도 왕건장군의 수하들이 대군을 이끌고 있사옵니다.
종간 허지만, 환선길 장군과 이흔암 장군들도 그곳에 있네. 그들은 누구보다도 폐하께 드리는 충성이 대단한 사람들이야. 당장 무슨 일은 없을 것일세.
씬 15 충주 관아 외경
씬 16 동 관아 안
환선길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세 가신과 더불어 이흔암, 홍유, 배현경, 김락 들이 모여 있다.
환선길 참으로 이거 답답한 일이 아니오이까? 왕건 장군은 이 상주전선의 총사올시다. 까닭도 모른 채 밤 새 송악으로 가버리셨다니...
이흔암 무슨 일이 있긴 있는 모양인데........
유금필 소장들이 아무리 물어도 내군에서 전령으로 온 금대 부장은 아무말이 없었소이다.
홍유 갑자기 전선에 나와있는 총사를 소환한다? 이거야말로 나라의 큰 변이 생겼다는 증거가 아니겠소이까?
배현경 소장도 그리 생각을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대군을 이끄는 총사를 불러들인단 말입니까?
김락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총사를 불러갔다, 허허 이거 참..... 행여 백제군이 알까 두렵소이다.
능산 사실이오이다. 이번 일은 전략상 상당한 차질을 가져올 수 있사옵니다. 당장 백제의 남군이 몰려온다면 어떻게 대처를 하겠습니까? 총사가 계셔야 기본 전략을 수립할 것 아니옵니까?
환선길 그거야 뭐.. 총사가 가셨으면 의당 군의 서열로써 내가 하면 되는 것이오만은 문제는 도대체 나라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하는 그것이올시다.
이흔암 지금 여기에서 그런 생각을 자꾸 해봤자, 소용 없는 것이옵니다. 일단은 이럴 때일수록 적군의 동향을 민감하게 살펴서 예의 주시하고 있어야 할 것이옵니다.
환선길 옳은 말이오. 제장들은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이 맡은 곳에 임무를 철저히 지키도록 하오.
모두들 예, 장군.
씬 17 상주 근처 매곡성
(죽령)
백제군의 깃발들과 군사들이 끝없이 늘어서있다.
씬 18 동 성 안
두 태자와 더불어 공직,
박영규, 추허조, 방장군
등이 회의를 하고 있다.
공직 세작들의 보고에 의하면 마진국의 장군 왕건이 송악으로 돌아갔다하옵니다. 아마도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사옵니다.
신검 황도에 있는 파진찬도 일찍이 마진국 내부에 이상한 기미가 있다고 말해왔소이다. 아마도 그것이 아닐런지요?
박영규 하긴 그렇사옵니다, 태자마마. 파진찬은 이번 전선을 크게 여기질 않았사옵니다. 말하자면, 마진국에서 내부사정을 감추기 위해 억지로 꾸민 군사 행동이라는 것이옵니다.
방장군 그건 그렇사옵니다. 벌써 꽤 되었는데도 저들이 통 움직이지를 않고 있사옵니다.
추허조 공장군.
공직 말씀하시오, 추장군.
추허조 공장군께선 이번 전선의 총사를 맡고 계시오. 이번 전투는 답답하기가 이를 데 없소이다. 기왕에 저들이 조금씩 헛점을 보이기 시작했으니, 이 기회에 밀어 부치십시다.
방장군 소장도 같은 생각이옵니다.
공직 아, 아.... 우리가 떠나 올 때 군사이신 파진찬께서는 함부로 피를 흘리지 말라 이르셨소이다. 좀 더 때를 두고 보십시다.
추허조 이렇게 싱거운 전쟁은 처음이외다. 모름지기 전선에 나왔으면 죽이든가 죽던가 한 판 신나게 뛰어보아야지....이건 원.......
공직 허허허.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오. 기다려보십시다.
씬 19 전주 백제 궁
승평부인전
아기가 걷고 있다.
견훤이 웃으며 보고 있고. 박씨가 그 옆에서 시큰둥하니 아이를 보고 있다.
아이는 견훤에게 안겨든다.
견훤 그렇지, 그래... 이리오너라. 어이구..... 우리 금강이 이제 아주 제법 컸다. 많이도 컸어. 이보시오, 황후.
박씨 예, 폐하.
견훤 이 금강이가 보기에 어떠하시오? 좀 더 크면 헌헌장부가 될 기질이지 않소? 금강이라....금강.... 그래, 금강석처럼 그렇게 단단하게 커야 한다.
박씨 ........
고비 폐하, 너무 그리 칭찬하지 마시오소서. 아직 너무도 어린 아이옵니다.
견훤 물론 커보아야 알겠지. 전장에 나가있는 우리 두 태자들도 어릴 때에는 아주 기대가 컸었지. 대단했어요. 그래서, 이름에 검자를 쓰지 않았는가 말이야.
박씨 폐하, 지금 두 태자들을 험담하시는 것이옵니까?
견훤 아, 아, 그런 것이 아니라...... 허허허, 왜 또 이러시오, 황후? 나는 그저 승평부인이나 황후나 다 같이 황궁의 안살림을 맡아 보기 때문에 잘 좀 지내라고 이리 오자 한 것이오.
박씨 그렇지 않아도 잘 지내고 있사옵니다. 부탁이옵니다, 폐하. 제발 두 태자에게 정을 좀 보여주시오소서. 지금도 전장에 나가있는 폐하의 아들들이옵니다.
견훤 이런, 이런....누가 뭐라고 하였소이까? 나는 약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오, 그래서 그 태자들도 좀 강하게 만들기 위해 잔소리 좀 하는 것 뿐이오.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을 왜 미워하겠소이까?
박씨 그리 말씀해 주시니 안심이옵니다. 신첩은 상주에 계시는 아버님과 폐하의 사이 같은 일이 또 일어날까 그것이 걱정이옵니다.
견훤 또, 또 그소리.... 거 황후는 내 싫어하는 소리만 골라서 하신단 말씀이야. 에잉.......
그때, 내관이 들어와 예를 올리며 아뢴다.
내관 폐하, 대전에 파진찬 어른께서 와 계시옵니다.
견훤 오, 그런가? 내 곧 가보겠노라. 이보시오, 황후. 좀 두 사람 사이에 웃음소리 좀 나게 해보시오. 그래도 황후가 웃사람이 아니오? 이런....
견훤은 그렇게 말하고 가버린다.
박씨는 고비를 노려본다.
씬 20 동 대전
견훤과 더불어 최승우,
능환, 능애, 수달이 함께 해 있다.
능환 폐하, 마진국의 궁예왕이 쓰러졌사옵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장군 왕건이 송악으로 불려가 있사옵니다. 이 기회에 전선을 다시 점검하시고, 밀어 부치심이 어떠하옵니까?
견훤 일리 있는 말이야. 마진의 동향이 어려울 때에 한 쪽을 무터트리면 쉽게 뜻을 이룰 수 있을 것인데....
최승우 폐하, 그렇지가 않사옵니다. 기왕에 기다려 온 일이옵니다. 좀 더 일에 결과를 분명하게 보시고 나서 대책을 세우셔도 늦지 않사옵니다.
수달 소장의 생각은 다르옵니다. 폐하께서 하신 말씀처럼 적이 정신이 없을 때에 허를 찔러야 승산이 있는 법이올습니다. 자꾸 재기만 하면은 의지가 약해질 우려가 있사옵니다.
능애 허허허, 수달장군은 아직도 그 왕건 장군 때문에 화가 나 있는 것 같소이다. 허지만, 서두를 일은 아니지요.
수달 나 이렇게, 원...... 아, 마진국이 온통 지금 혼란 속에 빠져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 왕건인가 뭔가하는 장수도 없다는 것이에요. 이럴 때 밀어 부치지 않으면 언제 밀어 부치옵니까? 폐하, 소장에게 군사를 주시오소서. 금성을 되찾아야 하옵니다.
견훤 나도 그 금성 얘기만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네. 허지만, 서둘러서는 안돼. 지금껏 파진찬의 크고 작은 계책을 도맡아 왔네. 결과를 좀 두고보자고 하니, 그렇게 하세나.
능환 하오나, 폐하 신이 보기로는 분명 기회는 기회이옵니다. 전국에 군사 동원령을 내리시어 만약의 사태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최승우 그것은 나쁠 것이 없사옵니다. 아무래도 마진국의 상황에 따라서 갑작스러운 전투가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옵니다.
견훤 그럼, 그렇게 하세. 다시 군사들을 각 주둔지에서 훈련시켜 명령을 기다리도록 하게. 수달도 좀 더 기다려. 반드시 때가 올 것이야.
수달 예, 폐하.
견훤 아주 흥미로운 일이야. 이제 곧 마진국에서 그야말로 기가 막힌 소식을 전해 올 것이야. 아니 그런가, 파진찬?
최승우 그럴 것이옵니다.
견훤 궁예왕이 죽고, 왕건이도 죽고... 마진국은 혼란에 빠지고.......그리고, 우리 백제군이 삽시간에 저 북방의 마진국을 평정하는 것이야. 하하하.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이 공은 모두가 파진찬의 것이야. 당연히 그대의 것이야.
최승우 망극하옵니다, 폐하. 은혜가 하해와 같으시옵니다.
견훤 핫하하하...............
씬 21 송악 황궁 의형대
옥사 외경
씬 22 동 옥사 안
왕평달과 왕건, 두 사부, 그리고 아지태가 갇혀
있다.
오라에는 묶이지 않았다.
왕건 도대체 어떻게 하다가 일이 여기까지 이르렀사옵니까, 숙부님?
왕평달 이미 우리는 호구 안에 들어와있네. 아마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일세. 오랫동안 내원 저 사람이 노려왔던 일이야.
변사부 폐하를 시해하려했다는 그 낭인들은 도대체 누구일까요?
마사부 혹시나 내원이 꾸민 일이 아니겠사옵니까?
왕건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내원 저 사람이 냉혹하기는 하지만 폐하를 위해할 사람은 아니옵니다.
아지태 (듣고만 있다가) 그건 그렇소이다. 이 일은 조작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십중팔구 신라나 백제에서 시도한 이간계일 것이외다.
왕건 이간계.......?
아지태 허허허. 큰 전쟁에서는 종종 사용되는 계책이 그것 아니오이까? 모르기는 몰라도 내원 그 사람도 알고 있을 것이외다.
왕평달 그건 그럴 것이오. 알면서도 한꺼번에 정적을 제거하려는 것이지요. 어렵게 되었어요. 도저히 길이 보이지가 않아.
왕건 폐하는 어찌 되셨사옵니까? 정말로 회생하시기가 어렵사옵니까?
아지태 (담담하게) 그럴 것 같소이다. 맹독이 묻은 화살을 맞았으니, 어찌하겠소이까?
모두들 .........
왕평달 이번 일은 아주 철저히 계획 된 일인 것 같아. 어찌 할꼬.... 나야 이제 살만큼 살았지만, 우리 송악은 어찌 되는 것인가....?
아지태 허허허, 인명은 재천이라 하였소이다. 죽고 사는 것이야, 하늘의 섭리이지요. 살려고만 한다면 왜 길이 없겠소이까?
마사부 길이라면 무엇을 말씀 하시는 게요?
아지태 본래 역사란 그것을 만드는 사람이 있고, 또 그것을 물려 받아 운영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법이외다.
모두들 ..........?
아지태 지금의 폐하는 원대한 역사의 토대를 만드는 것으로 그 임무를 마친다해도 억울할 것이 없는 분이외다. 문제는 그 다음이올시다. 과연 누가 이어 받아 그 꿈을 실현할 것인가?
왕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게요?
아지태 말은 바로 하리다. 지금의 폐하는 힘은 갖고 있으시되 덕을 잃고 계시오이다. 아마도 왕장군이라면 그 양쪽을 다 고루 원만하게 했을 것이오.
왕건 그걸 말씀이라고 하시오? 폐하께서 저리 되신 것은 바로 아학사 그대 때문이오.
아지태 하하하. 겉으로 보면 그러하오.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한 일은 다음 자리를 이을 분을 위해 예비해 온 것이오. 바로 왕장군 같은 분을 위해서 말이오.
왕건 닥치시오. 어디서 그런 불경스러운 말을......
아지태 (진지하게) 지금이라도 늦지 않소이다. 내원이 우리를 없애려고 서두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외다. 불안을 느끼기 때문이지요. 왜, 바로 왕장군 때문이오. 지금이라도 은밀히 선을 넣어 패서의 호족들에게 군사를 일으키라 하시오. 황궁은 어렵지 않게 무너질 것이외다.
왕건 닥치지 못할까?
아지태 나는 적지 않은 공부를 해왔소이다. 지금의 폐하는 분명히 영웅이시기는 하나 길게 나라를 운영하시기는 어려운 분이시외다. 더이상의 긴말은 하지 않겠소이다. 선택은 왕장군에게 달렸소이다.
왕건 그만 하오, 듣지 않은 것으로 하겠소이다.
아지태 허허허, 나 역시도 말하지 않은 것으로 하겠소이다. 허허허...
씬 23 동 황후전
연화가 놀란 눈으로 오씨와 유씨를 보고 있다.
연화 그대들이 어쩐 일이오?
오씨 황후마마, (눈물 닦으며) 무언가 큰 오해가 있으신 듯 하옵니다. 소인의 집안이 모두 역모로 몰려 있사옵니다.
연화 이야기를 들었어요.
유씨 황후마마, 살펴주시오소서. 어찌 저희 서방님께서 역모에 가담하실 리가 있겠사옵니까? 더군다나 폐하를 해하는 그런 엄청난 일을 저희 서방님께서 하실 리가 있사옵니까?
연화 나도 그리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게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하니.... 안타깝구료.
오씨 그렇지가 않사옵니다. 누군가의 음해이옵니다. 황후마마, 살펴주시오소서. 황후마마 밖에 없사옵니다.
연화 나도 왕장군이 그 일에 연루되었으리라고는 믿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갑자기 일어난 것이라 정신이 없구료. 폐하께서만 일어나셔도 일이 잘 풀릴 것인데....
유씨 마마, 도와주시오소서. 폐하와 저희 서방님은 사사로이는 형제를 맺은 사이가 아니옵니까?
연화 기다려보십시다. 나는 지금 아무 힘도 쓸 수가 없어요. 조금 더 두고보십시다. 그리고, 알아보십시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씬 24 박지윤의 집 외경(밤)
씬 25 동 집 사랑
박지윤과 두 아들, 그리고 병부령인 복지겸과 유장자가 함께 해 있다.
박지윤 이건 틀림없는 모함이외다. 송악의 왕씨 가문이 다치면 다음은 아마도 우리 차례가 될 것이외다.
유장자 그리 되겠지요.
복지겸 안타까운 일이올시다. 정국이 꽁꽁 얼어 붙어 있어요.
박수문 결국에 가서는 패서의 호족들 모두가 저들에게 화를 입을 것 같사옵니다. 어찌하면 좋사옵니까?
복지겸 지금으로써는 내원이 모든 정권을 장악하고 있소이다. 나도 왕장군을 아끼는 사람 중에 하나올시다. 방법이 보이지를 않아요. 호소해 볼 곳이 없습니다. 이미 군권도 저들 수중에 들어가 있습니다.
박수경 왕장군이 소환되어 왔으니 전선이 위태롭지 않겠사옵니까?
복지겸 그것도 걱정 중에 하나요.
박지윤 곧 다시 조회를 연다고 하였소이다. 국청 말이에요. 사실상 그 조회에서 모든 것이 끝나지 않겠소이까?
복지겸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왕씨 가문 사람들은 물론이고 아지태도 목숨을 부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유장자 큰 일이로군, 대체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고....이 일을 어떻게 한단 말인고...
박지윤 어쨌든 우리도 몸 조심들 해야 합니다. 내원 그 사람이 쉬임 없이 우리를 감찰하고 있소이다.
유장자 이렇게 허망하고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다니...... 믿어지지가 않소이다. 어떻게 이지경까지 되었단 말이오? 허허, 이거 참.... 날이 밝는 것이 두렵소이다.
씬 26 황궁 마당
궁궐 사잇문으로 박유와
함께 누군가가 걸어 들어오고 있다.
그는 도사풍의 옷차림을
하고 있다.
금강산 도인 설부이다.
박유 자, 저쪽이 대전이옵니다.
설부 허어, 그런가 이거 집이 꽤 크네 그려. 이 보게, 유. 왜 공연히 쓸 데 없는 짓을 하여 편히 지내는 사람을 이리 고단하게 만든단 말인가?
박유 송구하옵니다. 설도인께서 꼭 좀 힘을 써주셔야 겠사옵니다.
설부 일단 가보세나.
그들은 그렇게 어둠 속으로 사라져간다.
씬 27 동 황궁 내원 복도
은부가 걸어와 급히 안에 이른다.
은부 내원어른, 은부이옵니다.
종간 (E) 드시게.
씬 28 동 내원 안
은부가 급히 들어오며 말한다.
은부 내원어른, 왔사옵니다. 박학사가 말했던 금강산의 그 도인이 왔사옵니다.
종간 뭐라... 왔어...? 지금 어디에 있나?
은부 박학사와 함께 급히 대전으로 행했사옵니다.
종간 가보세. 어서, 어서...
종간이 급히 일어선다.
그들 그렇게 나가면.....
씬 29 동 대전
박유와 금강산 도인 설부가 서로 마주본다.
그리고, 거친 숨을 내쉬고 있는 궁예를 본다.
눈가풀을 손으로 들어
보고, 맥을 본다.
그리고는 고개를 갸웃한다. 그때, 종간과 은부가 들어선다.
종간 바로 이 사람이오?
박유 예, 내원어른.
종간 나는 내원 종간이라 하오.
어떻겠소이까?
설부 ........
은부 어떻냐고 묻지 않소이까?
설부 (한 참 만에) 아주 고약하게 되었소이다. 이미 독이 퍼질 대로 전신에 퍼져버렸어요.
박유 그러니까 뫼신 것이 아니옵니까?
설부 약으로는 될 일이 아닐세. 침으로 혈을 자극하고, 기를 내공으로 넣어 혈맥을 타고 흐르는 독기를 잡아내야 할 것이야.
박유 가능하겠사옵니까? 도인께서는 그동안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을 살리셨사옵니다.
설부 그거야 다 불쌍한 백성들이니까 딱해서 살려준 것이고.....
종간,은부 .......?
설부 내가 이 거짓 미륵부처를 살려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아닌지 그것이 판단이 서질 않아서 말일세.
은부 이런 고약한.....
종간 (만류하며) 이보시오, 도사.
설부 내 이름은 설부라 하오이다. 그저 도사를 흉내를 낼뿐 도사는 아니외다.
종간 (무릎을 꿇는다) 그대의 눈빛을 보니 폐하를 살리실 수 있을 것 같소이다. 이렇게 간절히 부탁드리오. 폐하를 살려주시오. 폐하를 살려주시오. 이렇게 빌겠소이다. 부탁이오, 폐하를 살려 주시오.
설부 ........?
종간 (절을 하며) 이렇게 청하오이다. 폐하를 살려주시게.
그런 종간의 표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