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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대본

[태조 왕건] 74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7.11.17|조회수2,071 목록 댓글 0

태조 왕건 <제 74회>



 


씬 1 송악 황궁 대전


지난회와 장면이 연결 된다. 궁예는 눈을 크게 뜬 채

허공을 보고 있다 막 충격에서 깨아나고 있어서 아직도 안면근육을 심하게 떨며

실룩거리고 있다.

박유가 놀라서 보고 있다. 궁예는 온 몸을 꿈틀거리며 그 외눈을 크게 떴다가는 감고 다시 눈을 뜬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설부가 기를 걷어들이고 있다.

박유는 여전히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보고 있다.

박유 도인 어른.....폐하께서 정신이 들고 계시옵니다. 폐하께오서...

설부 ....(대답없이 운기 조식만)....

박유 도인어른.......?

설부 (한참만에)이보게, 유.

박유 예.

설부 내가 이 미륵을 왜 살려주는지 아는가?

박유 .....................?

설부 이대로 죽게 하면 이 나라에 더 큰 혼란이 오기 때문일세.

박유 .......

설부 지금 내가 하는 일이 하늘에 죄를 짓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네. 죽어야 할 자를 살리고 있으니 말일세. 그러나, 자네가 힘을 써 이 미륵을 처음의 참 미륵 으로 돌아오게 한다면 의미있는 일일수도 있네. 아니 그런가?

박유 도인어른...............

설부 통치자가 성군이 되거나, 폭군이 되는 것은 다 밑에서 보좌하기 나름일세. 자네는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아닌가? 백성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나. 아시겠는가?

박유 예, 도인어른.

설부는 조용히 기를 거두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때 종간과 은부가 급히 들어선다.

종간 폐하께서 깨어나셨다고 했소이까? ....폐하께서...?

은부 박학사....폐하께서 깨어나셨소이까?

박유 그렇사옵니다. 눈을 뜨셨사옵니다.

그들 급히 궁예 쪽으로

다가간다. 궁예는 이들이 온 것을 알지 못하는 듯

허공만 보고 있다.

이들은 이미 설부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설부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뒤로 물러 난다.

종간과 은부가 궁예에게 좀 더 바짝 다가간다.

궁예는 그 외눈을 멍하니 뜬 채 그대로 있다.

종간 폐하......(감격의 울음처럼) 폐하.......?

궁예 ...................?

종간은부 폐하.............?

비로소 궁예는 천천히 그들을 본다. 두 사람은 다시 감격에 벅차 궁예를 부른다.

종간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종간 폐하, 정신이 드시옵니까? 내원이옵니다. 내원 종간이옵 니다, 폐하.

궁예 ........(비로소 종간을 본다)

종간 폐하, 신은 폐하께오서 일어나시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사옵니다. 페하께서 누구시옵니까?

폐하께서는 부처시옵니다. 이 종간의 주인이시옵니다. 온 우주의 모두이시옵니다.

은부 (종간을 감동처럼 본다).......

박유 (역시 종간을 그렇게 본다)

종간 아무도, 결코 그 누구도 폐하를 해할 수는 없사옵니다.

이 종간이 있는 한은 아무도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옵니다.

종간은 스스로 감회에 벅차 울음처럼 되뇌이고 있다. 그런 종간을 궁예가 서서히 눈길을 돌려 본다.

궁에 사...사형...?

종간 폐하, 신을 알아보시옵니까? 신 종간이옵니다, 종간이옵니다.

궁예 .....(끄떡인다)

은부 정신이 드셨사옵니까?

박유 폐하, 신들을 알아 보시옵니까?

궁예 (다시 힘겹게 끄떡인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고 말한다.) 여기가 어...어디..요..사형?


종간 황궁이옵니다. 폐하께서 늘 계시는 황궁의 대전이옵니다.

궁예 대...전....?....나는.... 철원에...있..었..는데...

은부 그렇사옵니다. 폐하께오서는 철원에서 자객들의 기습을 받으시어...

종간 (만류하며)...힘이 들어 보이시옵니다. 오늘은 아무 생각도 마시오소서. 좀 더 주무시오소서.

궁예는 눈을 감은 채 잠시 끄떡이더니 더 이상 말이 없다. 그때 부산한 소리들이 들리며 진내관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진내관 황후마마 듭시옵니다.

연화가 들어서고 종간들은 모두 예를 취한다.

연화 폐하께서 깨어나셨습니까?

박유 예, 황후마마.....

연화 (궁예에게 다가가며) 세상에 .....이렇게 일어 나시다니....참으로 하늘이 도우셨나 보옵니다 폐하.

궁예 (잠시 눈을 떠보이며 희미한 미소, 그러나 다시 눈을 감는다)

종간 근 열흘을 생사의 기로에서 싸워오셨사옵니다. 힘이 드실 것이옵니다.

연화 그러시겠지요.

종간 자, 모두들 ...이만 나가십시다. 폐하께서는 좀 더 조용히 쉬셔야 하옵니다....

연화 이것은 분명 기적 같은 일입니다. 이보시오 박학사.

박유 예, 황후마마.....

연화 이 모든 것이 그 도인의 도움 입니다. 그 금강산 도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박유 예....?

연화 무엇으로든 은혜를 갚아야 할 것이 아닙니까?

박유 그...그 것이 아니오라... 도인께서 옆에 계셨는데.... 아니 이분이 어디를 가셨을꼬?

종간 (그제서야)....그러고보니.... 정말 그 설도인이 보이지를 않는구료?

은부 우리가 올 때도 있었지 않았사옵니까?

모두들 당황하여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다.

디졸브 되면....



씬 2 저자거리 혹은 산길

(석양)


설부가 홀로 천천히 걸어

가고 있다. 그의 표정은

쓸쓸하다.

설부 궁예는 아직도 남은 업장이 많다. 세상의 이치는 모두가 인연과 업에 따라 가고 오는 것, 이 피할 수 없는 세월의 이치를 사람들은 모으고 모아 역사라 하느니......허허허허 허나 안타깝구나. 아무리 오랜 역사도 실은 모두가 찰라의 허상일 뿐이다. 이를 모른 채 천 년을 꿈꾸다가 하루살이로 타죽어가는 부초같은 영웅들이여....생각할 수록 가엾기 그지 없구나.....

설부는 그렇게 사라져 간다.



씬 3 황궁외경 (밤)



씬 4 황궁 내원


타오르는 불빛 아래 종간과 은부가 마주해 있다.

종간의 표정은 아직도 기쁨에 차 있다. 은부가 눈치를

보다가 말한다.

은부 내원어른, 소인은 아직도 믿기지가 않사옵니다. 어떻게 그런 기적이 일어날 수 있사옵니까?

종간 내가 말하지 않았는가?

이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고.... 나는 처음부터 그 설부라는 도인이 예사롭지 않아보였네.

은부 그러게 말이옵니다. 헌데... 대체 어느 사이에 그렇게 황궁을 빠져 나가버렸을까요?

종간 세상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도인들일세. 더 이상 우리와 말하고 싶지 않았던게지.

은부 그러고 보면 박유라는 학사도 참으로 대단한 사람 같사옵니다. 그런 도인들을 어떻게 알아 가지고.... 이런 큰 도움을 받게 하다니요?


종간 사실일세. 박학사도 역시 보통 사람은 아닐세. 학문도 그렇거니와 마음 씀씀이가 또한 도인 같지 아니한가?

은부 허허허...딴에는 그렇게도 보이옵니다마는....(하다가)

...하온데 내원 어른. 일이 이렇게되면 어찌 되는 것이옵니까?

종간 뭐가 말인가?

은부 왕씨 일가와 아지태 말이옵니다. 폐하께오서 정신을 수습하셨으니 이후부터는 모든 중대사를 다시 재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옵니까?

종간 .......(그제서야 심각해진다.)

은부 아니 그렇사옵니까?

종간 물론..... 그렇게 되겠지.

은부 그렇다면...그렇다면 지금까지의 일이 어렵게 되지 않겠사옵니까? 아지태는 물론이고 왕건이 누구이옵니까? 폐하게오서 누구보다도 믿고 신임하는 두 사람이옵니다.

종간 그들은 모두 죄인일세.

이미 벗어나기 어려운 완벽한 증거들이 있어. 그 누구도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야.

은부 하지만 폐하께서...?

종간 그건 안돼. 이번에 모두 처리 해야하네. 이 번이 아니면 다시는 이런 기회는 없을 것이야. 저들을 살려 두어서는 절대로 아니 돼. 저들은 국가의 백년 우환이야. 결국은 이 나라와 폐하와 그대와 나까지 죽게 될 것일세. 나의 관상은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네. 알겠는가,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어.

절박해 하는 그런 종간의 표정에서.....



씬 5 의형대 옥사


옥리들의 순찰이 삼엄하게 지나치고 있다.


아지태는 여전히 코를 골고 자고 있다. 왕건과 왕평달, 두 사부가 생각에 잠겨 있다. 마사부가 걱정스레 말한다.

마사부 이보시오, 변사부. 이상하지 않소이까? 우리의 서찰을 받았으면 병부령이나 정주의 유장자나 또는 패서의 호족들이 지금쯤 무슨 연락이라도 있을 것인데 너무도 조용하지 않소이까?

변사부 그러게 말이오다.

왕평달 ....혹시 잘못...된 것은 아닐까...?

변사부 뭐, 잘못 될 것이 있겠사옵니까? 그저 모두들 힘을 모아서 우리의 억울함을 살펴 달라고 했을 뿐이옵니다.

아지태 허허허.,.... 내가 뭐라고 했소이까? 늦었소이다. (돌아누으며) 괜한 짓을 했소이다...

오히려 저 능구렁이 같은 내원 에게 좋은 빌미를 하나 더 준 것 뿐이예요.

모두들 ...................?

아지태 과연 그 서찰이 밖으로 잘 나갔겠소이까? 이렇게들...원.... 이보시오, 왕장군.

왕건 왜 그러시오?

아지태 그래 억울하게 옥에 들어와 보니 어떻소이까?


왕건 옳고 그름은 밝혀지게 되어 있소이다.

아지태 (비웃 듯) 그건 세상을 착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순수한 바램일 뿐이오. 현실은 그렇지가 않소 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 하늘 밑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엉뚱한 모함을 받거나 억울하게 남의 죄를 뒤집어 쓰고 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도처에 수없이 있소이다.

왕건 ..........?

아지태 오늘의 이 일을 꼭 기억 하시구료. 여기서 살아서 나간다면 다시는 이러한 함정에 빠지지 말라는 이야기요. 그리고....또 하나 기억하시구료. 나는 그대에게 기회가 왔으니 대권을 도모 하라고 했었소이다. 그대는 그것을 거절했소이다.

모두들 ............?

아지태 여기서 나가 다시 또 기회가 오려면 아마도 상당한 시일이 요구 될 것이오. 그 때도 오늘을 생각하시구료. 본래 옥좌는 하늘이 내리는 것이오. 주어진 것을 외면하면 하늘이 화를 내는 법, 삼가 다치지 않도록 몸을 잘 보존하시구료.

왕평달 ............?

아지태 내원 그 사람이 그대를 잘 보았소이다. 도선대사의 예언이 틀림 없어요. 그대는 왕기를 가지고 있소이다. 이번이 참 좋은 기회일 수 있었는데.... 아까운지고....너무 아까와....

왕건 나는 당신의 말에 더 이상 대꾸하고 싶지 않소이다.

폐하께서 당신의 이런 모습을 알면 어찌 될 것 같소?

그래도 폐하께서는 당신을 믿고 계셨소이다!

아지태 믿어...? 폐하께서 나를 말이오?

왕건 ....................?


아지태 이보시오 왕장군, 정말로 그리 생각하시오? 그렇다면 그 것은 큰 오해이외다. 나를 믿다니...? 그렇지가 않소이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이용했을 뿐이외다. 서로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 졌을 뿐이예요. 허허....이런...이건 폐하도 아시고 내원 그 사람도 알고 있어요.

왕장군도 물론 아실 줄 알았는데 ...허허허허....

왕평달 당신은 참으로 뱃포가 대단한 사람 같구료. 우리는 내일이면 목이 날아갈 것이오. 그런데도 아주 태평하구료.

아지태 그까짓 목숨 따위를 아까워하면서 어찌 폐하를 모셔 왔겠소? 모름지기 황제의 옆에 있는 사람이나 조정에서 큰 녹을 먹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목을 내어놓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 법이오.

왕건 당신은 진실한 사람은 절대로 아니오. 아마도 희대의 간웅이라면 맞을 사람일 것이오.

아지태 간웅?....간웅이라.... 간웅이라

......핫하하하하....간웅도 영웅의 한 켠에 속하는 것이요. 그 옛날에 조조도 자신이 간웅 이란 소리를 듣고 좋아 했다는 고사가 있소이다. 나도 그렇구료. 간웅이라, 핫하하하하... 좋오치....간웅 좋오치.......

아지태는 계속 웃어 재낀다. 왕건은 차라리 눈을 감아 버린다.



씬 6 황후전


연화가 제조 상궁에게 묻고 있다. 슬이와 진내관이

함께 해 있다.

연화 대전에서는 아직도 아무 소식이 없느냐?

제조 그러하옵니다. 황후마마..

연화 폐하를 살리신 그 도인이라는 사람은 어찌 되었고?

제조 내군에서 온 궁 안을 샅샅이 찾았사오나 보이지 않는다 하옵니다. 아마도 소리없이 궁을 빠져나가 금강산으로 되돌아간 모양이옵니다.

연화 (끄덕이다가) 내원은...? 내원은 어찌 하고 있는가? 그 사람이 폐하를 뫼시고 있는가?

제조 내원 그 분도 대전에는 아니 계시는 것으로 아옵니다. 폐하께서 정신을 수습하신 이후 아직까지 누구도 대전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아옵니다. 한동안 안정을 취하셔야 한다 들었사옵니다.

연화 하지만 폐하께서는 오래도록 사경을 헤매시다가 깨어나셨다. 미음이라도 쑤어다 드려야 하지 않겠는가? 제조상궁이 서들러 올리도록 하라.

제조 예, 마마....

제조상궁이 나가고 연화는 다시 진내관에게 묻는다.

연화 이보게 진내관, 옥사에 갇혀 있는 사람들은 어찌 되었는가?

진내관 내원께서 대소신료들과 조회를 열어 결정하신다 들었사옵니다.


연화 지금은 사정이 달라지지 않았는가? 폐하께오서 눈을 뜨시고 정신을 수습하셨는데 어찌 내원이 모든 것을 관장할 수가 있단 말인가?

진내관 물론 일이 그렇기는 하옵니다 마는...

연화 폐하께서 쓰러지신 이후 내원은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일을 몰아부치고 있어. 얼마나 잔인하고 무서운 사람들인가?

도대체 왕장군이 무슨 죄를 어떻게 지었다는 말인가?

진내관 ...................

슬이 붙잡힌 낭인들이 그리 자백을 하고 있다 하옵니다.

어찌 하겠사옵니까?

연화 도대체 이 나라의 벼슬아치들은 언제부터 그렇게 범인들의 이야기만 듣고 판단을 내린다더냐... 두고 볼 일이다. 폐하께서 깨어나셨으니 두고 볼 일이야... 그렇게 마음대로는 아니 될 것이다.

진내관 신도 그리 생각을 하옵니다. 이제부터는 내원 그분 마음대로는 어려울 것이옵니다.

연화 그래야지.... 하늘이 도우셨다. 폐하께서 일어나신 것은 하늘이 도우신게야. 폐하께서도 사시고 더불어 많은 사람들도 살게 된 것이야.


씬 7 대전 복도


제조상궁이 상궁을 시켜

죽그릇을 들고 오고 있다. 문 앞에 이르자 대전 내관에게 이른다.

제조 황후전에서 왔소이다.

폐하께 올릴 잣죽이요.

대전내관 폐하, 황후전에서 제조상궁이 왔사옵니다....(사이)...안으로 드리겠사옵니다.

그러자 제조상궁들이

안으로 들어간다.



씬 8 동 대전 안


제조상궁들이 들어와 조심스럽게 죽그릇을 탁자에

놓으며 누워 있는 궁예를 본다. 궁예는 눈을 뜨고

허공을 보고 있다.

제조 폐하, 잣죽을 끓여 왔사옵니다...(사이)....폐하

궁예 ......................

제조 폐하, 황후마마께오서....잣죽을 보내시었사옵니다.

그제서야 궁예는 돌아보지도 않고 천천히 말한다.

궁예 두고... 가라.

제조 예,폐하.....

제조상궁들이 나가도 궁예의 눈동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카메라 가까이 다가가면

궁예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죽 그릇에선 김이 모락모락 솟아오르고 있다.

점차 클로즈업 되고 있는 궁예의 얼굴 위로 소리들이 들려 오고 있다.

자신이 쓰러졌을 당시의

모습이 함께 울렁울렁 희미하게 떠오르며 살아올라

스쳐간다.

내군들이 술렁거리고 범인들이 보여온다.

그들은 양길의 수하라 소리치며 화살을 날리고 있다. 궁예는 화살을 맞았고 그리고 쓰러져 갔다. 그리고 그는 점차 의식을 잃어 갔던 것이다. 그 엄청난 소란 속

에서...........

궁예는 고개를 끄떡거린다. 왜 이렇게 누워 있는지가 이해가 가는 것이다.

그는 비로소 고개를 돌려 밖을 본다. 그러다가 천천히 설렁줄(사람을 부르는 줄)을 잡아흔든다. 내관이 대답

하며 들어 선다.

대전내관 예, 폐하. (들어서며) 불러 계셨사옵니까 폐하?

궁예 내가 ...누워 있는지 얼마나 ...되었느냐?

대전내관 신이 알기로는 철원에서 오신 날부터 열흘이 가까운 것으로 아옵니다 폐하.

궁예 그래.... 참으로 긴 잠을 잤구나. 열흘이라.....열흘.....

대전내관 .....그러하옵니다. 폐하...

궁예 나를 일으키거라.

대전내관 괜찮으시겠사옵니까?

궁예 그래....

대전 내관이 궁예를 일으킨다. 궁예가 그렇게 일어나 단정하게 자리에 앉는다.

잠시 눈을 감고 기운을 수습한다. 그리고 한참만에 눈을 뜬다.

궁예 나는 너무도 오래 ...잠을 잤구나. 이봐라...내관....

대전 내관 예, 폐하..

궁예 열흘이면 참으로 긴 시간이 아니냐?...내가 여기까지 오게된 일을 말해줄 수 있느냐?

대전내관 어찌 모르겠사옵니까, 다 말씀 올릴 수 있사옵니다.


궁예 그래... 그렇다면 일러 보아라. 기왕이면 엊그제의 일까지 아는대로 일러보아라.

대전내관 (당황하며) 엊그제의...일까지 말이옵니까?

궁예 그래

대전내관 송악으로 오신 이후의 .... 조정의....일까지 말이옵니까...?

궁예 그래..... 왜?

대전내관 그런 일은 내원 어른게서 다 말씀을 올리지 않으시겠사옵니까?

궁애 물론 내원도 말을 해주겠지... 하지만 짐은 내관 네가 알고 있는 것을 말해보라고 한 것 아닌가.....왜....어려운 것이 라도 있느냐...?

대전내관 그...그런 것이 아니오라... 신이 주제넘게 드릴 말씀이 아닌 것 같사와....황공하여...그러 하옵니다.

궁예 무엇이.......?

대전내관 지금 옥에 갇혀 있는 왕건장군의 일 같은 것은...소신이....말씀드릴 것이 못되어서.....

궁예 (꿈틀하며) 뭐라, 누가 옥에 갇혀 있어?.....왕장군이 옥에 갇혀 있다고 하였느냐?

왕건 장군이...?

대전내관 그...그러하옵니다. 폐하, 대...대역죄로...의형대의 옥사에...갇혀 있사옵니다.

궁예 뭐라... 왕건장군이 지금 상주 전선에 있는 것이 아니고.... 이곳 송악에....옥사에 갇혀 있어?

대전내관 예, 폐하.....

궁예 그런 일이 있었느냐? 왕건이 왜....? 말해보아라. 네가 알고 있는 것을 모두 말해 보아라.. 어서..

대전내관 폐하...........?



씬 9 정주 유장자집 외경


유장자 (E) 폐하께서 깨어나셨다는 말씀이십니까?


씬 10 동집 사랑


유장자와 박지윤이 함께

해 있다. 유장자가 놀라서 묻고 잇다.

유장자 그게 사실이오니까?

박지윤 아, 그렇다니까요. 이곳에 오는 길에 황궁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틀림이 없다고 하오 이다.

유장자 아니, 맹독이 묻은 화살을 맞고 열흘이 넘도록 누워 계셨소이다. 게다가 의원들마저 손을 들었다 들었습니다. 그것이 가능하겠소이까?

박지윤 의원들은 처음부터 어렵다고 했지만 박유 그 사람이 금강산 에서 도인을 데려왔다 들었소이다. 아무래도 그 사람의 힘을 빈 것 같소이다마는.....

유장자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소이다. 독을 맞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 날 수가 있단 말입니까?

박지윤 어찌되었든 폐하께서 소생을 하신 것은 사실인 것 같소이다. 이렇게 되면 정국에 많은 변화가 오게 생겼소이다.

유장자 회복을 하셨다며는 그럴 수도 있습니다마는...

박지윤 아, 사실이라니까요?....

(눈치를 보다가) 그리고 이보시오 대룡부령. 실은 어제 병부령이 내원에게 불려들어 갔다가 나왔다 하더이다.

유장자 병부령이 왜요?

박지윤 겁을 준 것이겠지요. 병권을 담당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우리도 병부령 그 사람을 만났지만 신천의 강장자도 비밀리에 병부령을 찾아갔다고 합니다. 내원 그 사람이 이 일을 모르겠소이까?

유장자 아니, 강장자 그 사람이 왜...?


박지윤 뻔한 것이 아니겠소이까? 그야 다음의 보위 문제가 아니었겠소이까? 폐하께서 어려워 보이셨으니 그럴만도 하지요..... 게다가...

유장자 말씀하시구료.

박지윤 의형대의 옥에 들어 있는 왕장군 집 변사부라는 사람이 아마도 구명운동을 하느라고 병부령에게 서찰을 보낸 모양인데.... 그것이 그만 내원 그 사람 수중으로 가버린 것 같소이다.

유장자 예? 아니 어떻게 그런...?

박지윤 그러게 말이외다. 대역죄의 의심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병권을 쥔 인사에게 구명을 청했소이다. 그 병부령은 왕장군을 무척이나 감싸주며 존경하는 사람이구요. 내원 그 사람이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겠지요. 다시 말한다면 그걸 빌미로 삼아 왕씨 가문을 더욱 궁지로 몰아 넣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말이외다.

유장자 허.. 왜 이리 일이 꼬여 가는고... 왜....?



씬 11 송악 왕건의 집 마당


집안은 썰렁하고 문들은

모두 닫쳐 있다.

오씨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오씨 (E)믿을만한 이야기인가?



씬 12 동집 사랑


오씨와 유씨, 그리고 왕식렴 형제와 장수장이 마주해 있다.

오씨 폐하께서 일어나셨다는 것을 어디서 들었는가?

장수장 황궁 여러 곳에 선을 넣어 놓고 있사옵니다. 분명 사실이옵니다.

유씨 폐하게서 깨어나셨다면 우리에게 잘 된 일인가....아니면 더 일이 어렵게 되는 겐가....?


왕식렴 그거야 어찌 될지 아직은 아무도 모를 일이옵니다. 워낙이 지금 쓰고 있는 누명이 빠져나오기가 어렵게 되어 있사옵니다.

오씨 아닙니다.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것은 내원 그 사람이 독단으로 벌인 일입니다. 폐하께서 아니 계시는 사이에 자신의 정적을 없애려고 한 일입니다. 이제부터 사정은 아주 달라질 겝니다.

유씨 정말 그렇게 되겠는가 아우님?

오씨 그렇지 않구요, 폐하께서 일어 나셨다면 이건 우리에게 너무도 큰 기적이옵니다 형님.

기다려보시오소서. 분명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옵니다.

왕식렴 제발 그랬으면 좋으련만.....

왕신 형수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사옵니다. 우리가 절망만 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고 보옵니다.

왕식렴 그래....그렇기는 하지만..... 그때 내가 본 내원 그 사람은 아주 냉정해 보였네.

조금도 사정을 둘 사람 같지가 않아 보였어. 이번에 폐하께서 깨어나셨다 하더라도 언제 어떻게 다시 정사를 맡아 보실지는 아무도 모르네.

유씨 그건 그렇습니다 도련님.

왕식렴 그리고 ...이미 내원 그 사람이 파 놓은 그 함정에서 아버님과 형님이 확실하게 벗어나실 수 있을지는 폐하께서 깨어나신다 하더라도 지금으로서는 장담하기가 일러....모든 정황이 너무도 완벽하고 철저하게 계산되어 있어서 말일세..

오씨 내원 그 사람이 아무리 완벽하게 음모를 꾸민다고 하여도 폐하께서는 그냥 넘기시지 않을 분이십니다. 왜냐하면 폐하는 모든 공무정사를 손수 확인하고 넘기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잘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될 것입니다.



씬 13 황궁 외경 (밤)


내군들을 단속하는 금대

장일들의 모습이 지나치면...궁 안을 오가는 내관 궁녀들의 모습을 따라 저만큼 내원의 전각이 보여온다. 카메라 조여 가면서...

종간 (E) 이상한 일이 아닌가?



씬 14 돈 내원 안


종간이 고개를 갸웃 하고 있다. 은부와 염상이 보고 있다.

종간 황후전에서 대전으로 잣죽을 올린 지 벌서 하루가 지나고 있는데...... 헌데도 아직 아무 말씀이 없으시니.... 다시 또 주무시는겐가....

은부 그러실 것이옵니다....아 워낙 깊은 상처를 입으시고 오래동안 누워 계셨으니....기운을 차리시자면 한참은 더 걸리실 것이옵니다.

염상 그렇지가 않사옵니다.

폐하께오서는 깨어계시옵니다. 내관들의 말을 들으니 대전내관이 오전 참에 그 방으로 불려들어 갔사온데..

은부 대전내관이 말인가......?

종간 ................?

염상 아주 오랫동안 상당히 많은 것을 묻고 또 이야기를 나누신 것으로 아옵니다.

은부 이런 ...그게 무슨 소린가? 어떻게 내관 따위가 폐하의 말 상대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염상 하지만 사실이옵니다.

종간 ................?

은부 도대체 무슨....이야기를 물으 셨단 말씀이신고?

은부도 종간도 바짝 긴장 하는데.....때마침 내전

내관의 소리가 들려 온다.

대전내관 (E) 내원어른, 대전 내관이옵 니다.

모두들 .................?

종간 무슨 일인가?

대전내관 (E) 폐하의 영을 뫼셔 왔사옵니다.

그제서야 은분가 문을 열면 내관이 허리를 숙이며 눈치를 본다.

은부 무슨 영이신가?

대전내관 폐하께오서 안정을 찾으시는대로 곧 내원 어른을 뵙겠다 하시었사옵니다.

종간 오, 그래?


대전내관 하온데.....내일 중으로..... 그간에 있었던 국정 전반에 관한 사안들을 먼저 정리하여 올려 주시라 하셨사옵니다.

종간 그게 무슨 말씀이신고?

은부 아니, 곧 자리를 함께 하시면 다 아실 일이신데... 무얼 정리하여 먼저 올려 달라고 하시는고?

종간 ...........(생각이 많다)

은부 네 이놈, 대전 내관?

대전내관 예, 예...내군장군....나으리..

은부 네놈이 폐하께 이것저것 말하여 올린 것을 알고 있느니라. 대체 무슨 말을 고해 올렸느냐? 어서 말해 보거라.

대전내관 자, 장군....어찌 소인이 주제 넘은 말씀을 올리겠사옵니까...다..다만...폐하께오서 송악으로 오신 이후의 이야기들을 아는 대로 말하라 하시어서....

염상 그래서....? 뭐라 하였느냐? 어서 썩 말해보거라.

대전내관 소인은 다만...의형대에 갇혀 있는 왕건장군 일가와 학사 아지태의 이야기를 아는대로 ..... 말씀해 올렸사옵니다.

은부 이놈아, 너는 대전에서 심부름이나 하고 잡일이나 하는 천하디 천한 놈이니라. 너 같은 놈이 어찌 감히 국정에 관한 일들을 입에 담을 수 있단 말이냐?

네놈이 죽고 싶어 환장을 한 놈이 아니냐?

대전내관 요, 용서 하시오소서....

소인은 다만....폐하께오서 ...한사코 물으시는지라...그저 아는대로...

은부 이놈아, 네가 아는 것이 무엇이 있단 말이냐? 이런 죽일 놈을 보았나?

대전내관 송구하옵니다...소인은 그저....폐하께서 다그치시어...그저...

종간 그만 하게. 내관 따위가 무얼 알겠는가? 그저 폐하께서 물으 시니 어쩔 수 없이 대답을 올리었겠지...

은부 하오나 그런 중차대한 일을... 이런 내관 따위에게 물으시다니요?

종간 그러실 수도 있는 일이네.... 알았느니라, 내관은 그만 가보거라. 영을 내리신 대로 할 것이니라.

대전내관 예, 내원어른...하오면 ....

대전내관이 급히 사라진다. 종간과 은부들은 곧 심각해진다.

은부 일이 이상하게 꼬이는 것이 아니옵니까? 내원어른께서 말씀드려야할 일을 폐하께서 먼저 아시다니요?

종간 그러게 말일세.


은부 이러다가 우리가 계획한 일들이 모두 허사가 될까 두렵사옵니다.

종간 그렇게는 절대로 아니 될 것일세. 내 얘기하지 않았는가, 저들이 계속 살아 있다면 이 제국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일세. 도망갈 수 없네. 절대로 우리의 그물에서 빠져 나갈 수 없어, 절대로.....

염상 하지만 폐하께서....

종간 폐하도 어찌하실 수 없으실 걸세. 저들은 폐하를 시해하려 한 자들이야. 그 일은 세상이 다 알고 있어. 그런 자들을 어떻게 살려 둘수 있단 말인가?


독기를 품는 싸늘한 종간의 표정에서.....



씬 15 동 대전


궁예가 일어나 앉아 있다.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대전 내관의 소리가 들려 온다.

내관 (E) 철원에서 낭인들에게 기습을 당하신 이후 폐하께오서는 급히 철원으로 옮겨 오셨사옵니다.

궁예 ..............

내관 (E) 내원께서는 현장에서 낭인들을 붙들어 취조 하셨는데 그때 낭인들이 답하기를 자신들은 송악의 장자이며 현 조정에서 광치나를 맡고 있는 왕평달의 사주를 받아 그리 하였노라고 하였사옵니다.

궁예 (E) 그래서...?



씬 16 짧은 회상


내관 (E) 저들은 송악으로 끌려와 다시 신료들 앞에서 국문을 받았는데 그 곳에서도 왕씨 가문의 사주라는 것을 또 한번 말하여 세상 모두가 이를 알게 되었사옵니다.


궁예 그렇다면 왕건장군은 언제 송악으로 왔는가?

내관 왕장군은 폐하께서 송악으로 오시는 도중에 내원님의 영으로 소환되었사옵고....금대부장에 의해 불려와 대역죄로 옥에 갇히었사옵니다.

궁예 다른 일은 없었는가?

내관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폐하께오서 신라의 ...황실소생이라는 괴문서가 온 송악의 담벼락에 범람 하였사온데....

궁예 .......뭐라......?

내관 그 또한 내원님께오서 급히 내군들을 풀어 모두 철거하였사옵니다. 그리고 후에 알고 보니.... 그 범인들 또한 왕장자의 사주를 받은 무리들임이 드러났다 하옵니다.

궁예 옥에는 누구 누구가 갇혀 있는가?

내관 송악의 장자 왕평달과 그 가솔인 두 사부, 그리고 왕장군과 학사 아지태가 함께 있는 것으로 아옵니다.

궁예 (다시 꿈틀하며) 아지태도....? 이런,.이런 멍청한.....

이런 멍청한........

갑자기 궁예가 주먹을 쥐며 일어서려다가는 비틀한다.

내관 폐하....?

클로즈업 되던 내관의 모습에서 이미 회상은 사라진다. 궁예가 긴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도리질을 한다.

궁예 내원이 속은 것이다. 나를 죽이려하고 내 과거를 들추어내고 그리고 송악의 왕씨 일가를 엮어 넣으려 했다면 이는 그야말로 눈군가의 완벽하고도 철저한 계획에 의한 일이다. 나와 마진국을 없애려 하는 그 무서운 계획에 어떻게 내원마저 놀아날 수 있단 말인가...

궁예의 숨소리가 점차 무섭게 거칠어 진다.


궁예 내가 죽었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이렇게 형편없이 우왕좌왕 흔들거리고 혼란 속을 헤매다가 허망하게 무너질 것이 아닌가 ....나는 쓰러져 누웠는데 이 나라에는 그 동안을 맡아줄 현명한 인재가 하나도 없었단 말인가... 단 한사람도 없었단 말인가 그래....? (사이)....... 그리고....누구일까.... 이런 엄청난 음모를 꾸미고 성공시킨 상대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누구......?




씬 17 길


견훤이 최승우와 함께 군사를 이끌고 가고 있다.

김총이 수행하고 있다.

견훤 전령을 앞서 보냈는가?

김총 예, 폐하.

견훤 이보게 파진찬,

최승우 예, 폐하

견훤 전령을 보냈다하니 우리가 이미 상주 관내로 들어서고 있다는 것을 태자와 장수들이 알고 있겠군 그래?

최승우 아마도 그럴 것이옵니다.

견훤 죽령을 먼저 친다고 하였던가?

최승우 예, 폐하. 올라온 전문을 보니 마진국의 군대는 지금 둘로 나뉘어져 있사온데 그중 환선길이라는 장수가 이끄는 군대가 죽령에 있다 하옵니다. 그들이 야금야금 산을 넘어와 어느덧 예천에 이르러 있사온데 위계를 쓰면서 공장군과 협공으로 치면 상당한 전과를 올릴 수 있을 것 같사옵니다.

견훤 허허......그래? 위계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최승우 군사의 일부를 왕건이 있던 조령으로 보내면서 폐하의 대군이 마치 모두 조령으로 공략하는 것처럼 위장했사옵니다.

그렇게 되면 죽령의 환선길 부대가 이동하여 조령을 도우러 갈 것 이고...그 사이에 우리는 죽령 전선을 확보햐면서 다시 여세를 몰아 조령도 넘는 것이옵니다.

견훤 허허허...그럴듯한 계첵일세. (사이) 헌데 이보게 파진찬....

최승우 예, 폐하

견훤 아무래도 지금까지 이렇다할 보고가 없는 것을 보니 궁예왕은 목숨이 보존된 것 같은데...

최승우 소신도 그런 생각이 드옵니다. 하오나 ..만에 하나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백제국으로서는 아주 큰 성과를 이루었사옵니다. 왕건장군과 그 일가가 모두 구금되었고 궁예왕이 총애하는 아지태도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하옵니다.

견훤 허허...그건 그러하이.... 헌데 옷깃만 스쳐도 죽는다는 독화살을 맞고도 아직 숨이 붙어 있다니 그건 아주 대단한 사건일세. 도대체 어떻게 해서 목숨을 구했을꼬?

최승우 말씀 드리기 황공하오나 궁예왕도 분명 이 시대의 영웅이라면 영웅이옵니다. 그렇게 쉽게 죽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견훤 헛하하하하.....그 또한 그럴 듯한 말일세. 암 나도 인정하네. 궁예왕은 영웅이지. 그렇구 말구...

그때 저만큼 흙먼지를 일으키며 추허조와 두 태자가 달려온다.

다가와 예를 올리면...

신강 아바마마. 어서 오시오소서. 오신다는 말씀을 듣고 이렇게 달려 왔사옵니다.

추허조 폐하, 어서 오시오소서. 페하께서 오신다는 소문을 듣고 군사들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듯 하옵니다.


견훤 허허허...그런가, 거 반가운 소리일세. 어서 가세.

추허조 헌데 정말 조령으로 먼저 가시옵니까?

견훤 허허허...그 첩보는 어디서 들었는가?

추허조 모두들 그렇게 알고들 있사옵니다.

최승우 허허허. 폐하, 이렇게 되면 성공이옵니다. 우리편이 먼저 속고 있으니 적들은 분명 우리가 조령으로 가는 것으로 알 것이옵니다.

견훤 아무튼 파진찬은 참으로 빈틈이 없는 사람일세. 이번 전쟁은 우리가 이겼네 그려.


최승우 신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핫하하하하....

추허조 도대체 무슨 말씀들이시옵니까?

견훤 그럴 일이 있다. 어서 가자. 우리는 죽령으로 간다.

가면서 군사를 정비하라. 즉시 공격에 들어갈 것이다. 죽령과 조령 전 전선이 모두 전투에 돌입할 것이다.

추허조 예, 즉시 말이옵니까.......?

견훤 그래, 시간이 없다. 즉시 전령을 앞서 보내거라

추허조 예, 폐하.




씬 18 상주 사불성 외경


아자개 (E)뭐라구, 견훤이가 와?



씬 19 동 성안


볼멘 소리로 아자개가 묻고 있다. 용개가 숨가쁘게

보고 하고 있다.

아자개 백제 장수들이 조령 죽령에 모두 와 있다면서 여길 지가 뭐하러 와 오기를?

용개 아버님, 견훤 형님의 군대는 상주 관내로 들어서면서 곧 바로 군대를 재편성하여 이곳 조령 쪽으로 주 공격로를 정하여 오고 있다 하옵니다.

대주 우리도 준비를 해야 하옵니다.

아자개 무슨 준비...?

대주 마진국은 지금 이곳 조령은 물론이고 죽령 쪽에서는 상주 관내를깊숙히 넘어 들어와 예천까지 파고들고 있다 하옵니다.

아자개 그래서.......?

대주 그래서라니요? 아버님, 지금 오라버니가 누구 때문에 여기 까지 오는 것입니까?

어자개 아, 그거야 제놈이 답답하니까...


대주 바로 우리를 위해 오는 것임을 왜 모르시옵니까? 서두르시오소서. 오라버니를 도와야 하옵니다. 이 기회에 마진국의 군사들이 다시는 우리 관내를 얼씬하지 못하도록 멀리 ?아야 하옵니다.

계모 얘야, 너는 어떻게 그렇게 인정머리 없는 말만 골라서 하느냐...아, 왕건장군과 그 박술희라는 장수가 우리한테 무얼 잘못햇단 말이냐?

대주 어머님?

계모 너도 들었다마는 우리한테 상부라하여 아버지와 형제의 예로 대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박술희 그 사람이 얼마나 너와 우리를 끔찍하게 생각하드냐?

대주 그들은 우리의 적이옵니다 어머님?

계모 아니다. 이 험난한 세상에 왜 쓸데없이 여기저기 적을 만든단 말이냐? 저 사람들이 우리와 잘 지내겠다고 하고 있는데 왜 우리가 저들을 원수로 만들어?

아니 그렇사옵니까 나으리?

아자개 그건 그렇다 대주야. 이럴 때는 그저 조용히 있는 것이 약이다. 우리가 사실 무슨 욕심이 있느냐? 저희들이야 땅을 넓히려고 죽기로 싸우는 것이지만 우리야 무슨 욕심이 있느냐 말이다.

그저 조용히 있자꾸나.

이럴 때는 그저 꿈쩍도 말구 조용히 있는게 낳아요. 응.

용개 아버님, 하지만 우리가 도와주지 않으면 형님은 조령 전투를 제대로 해내기 어려울 것이옵니다.

아지개 시끄럽다. 우리는 그저 가만히 있자고 하지 않았느냐?

대주 아버님의 자식이옵니다, 아버님..?

아자개 그러니까 조용히 있자는 게 아니냐, 조용히 있어요. 조용히.....




씬 20 산 길


견훤의 대군이 이동하고 있다. 저만큼에서 공직과 박영규, 방장군이 기다리고 있다가 일제히 예를 올린다.

공직 전령을 통하여 영을 하달 받았사옵니다. 전 전선의 군사들을 전투 준비에 돌입시켜 놓았사옵니다.

박영규 명령하신대로 조령은 위계를 써서 거짓 군세를 벌려 놓았고 대부분의 주력군을 은밀히 죽령으로 이동시키고 있사옵니다.

견훤 잘 하였네. 허허....이보게 방장군.

방장군 예, 폐하.

견훤 그러고보니 방장군은 그동안 여러 전투에서 제대로 선봉을 맡지 못했어. 이번 전투에 한 번 앞서 보겠는가?

방장군 폐하,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죽기로 영을 뫼시겠사옵니다.

견훤 허허허...이번 전투는 움직임이 빨라야 해. 죽령 일대는 모두 오늘 밤 안으로 밀어 붙이도록 하게.

방장군 예, 폐하....

최승우 공장군과 두 태자마마께서는 조령 쪽으로 가시어 저들의 움직임을 경계하시오소서.

그리고 군사가 이동하는 길목에 군사를 매복하고 장애물을 설치하였다가 신호가 오르면 공격 하시오소서

공직 예, 그리 하리다.

최승우 폐하께서는 방장군을 선봉으로 하여 좌우측으로 박장군과 추장군을 날개로 하여 적의 진지를 공략할 것이외다. 준비들 하시구료

그들 (모두) 예......

견훤 오늘 밤 마음대로 싸우도록 하라. 금성의 치욕을 여기서 다 갚도록 하라. 알겠는가.?

모둬들 예, 폐하.

견훤 자, 각 군은 이동하라.

방장군 이동하라.

공직 이동하라.....

군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길게 꼬리를 물고 대군이 여러 곳으로 이동해 가기 시작한다. 견훤이 심호흡을 크게 하며 보고 있다.



씬 21 길


견훤군이 이동해 가고 있다. 마진국의 첩자가 숨어 보다가 놀라서 다시 사라져 달려 간다.


씬 22 조령 산악 요새.


멀리 산 구릉들이 보여 온다. 세 형제가 긴장한 표정으로 먼 산 아래를 보고 있다.

유금필 견훤왕이 온다고 하네. 이 조령으로 말일세.

능산 주군께서 아니 계시는 것을 아는 것이옵니다.

유금필 군사들의 사기도 많이 떨어진 것 같아.

박술희 왜 아니 그렇겠사옵니까?

그러나 저러나 주군께서는 대체 어찌 되셨는지...?

유금필 좀 더 소식을 기다려 보세나. 아무튼 적이 온다고 하니 대비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박술희 백제의 병력은 무려 오천이 넘는다 들었사옵니다. 아군은 그 절반도 아니 되는데...사기까지 떨어진 이 상태로 감당이 되겠사옵니까?

유금필 어쩌겠는가, 그래도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지금 쯤 죽령에 있는 환장군의 군영에서도 우리 일을 의논하고 있을 것일세. 일단은 대비를 하세.




씬 23 죽령 관아 외경(석양)



씬 24 동 관아 안


환선길의 주재 하에 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혼암, 배현경, 홍유,

김락들이 긴장하여 보고

있다.

환선길 백제군이 조령으로 대거 몰려 가고 있다는 급보가 들어 왔소 이다. 어찌하면 좋겠소이까?

배현경 조령은 본래 우리군의 총사가 있던 군영이외다. 견훤왕이 직접 대군을 이끌고 그리로 가는 것은 십분 이해가 가는 일이올시다.

홍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리는 그 동안 죽령 근처의 상주 관내 여러 토성들을 도모했소이다. 기왕에 견훤왕이 온다면 먼저 이리로 올 것인데 어찌해서 조령으로 가고 있단 말이오이까?

김락 소장도 그것이 이상하오이다. 온다면 이리로 올 것인데.....

배현경 허허....조령은 왕장군이 있던 곳이외다. 그래도 백제의 왕이 친히 나왔는데 응당 그리로 먼저 가는 것이 순서이겠지요.


환선길 아무튼 계속 날아오는 첩자들의 보고는 백제군의 주력이 모두 조령으로 향하고 있다 합니다. 조령은 지금 왕장군의 세 부장들만 있소이다. 게다가 왕장군이 역모사건에 연루되어 갔기 때문에 사기도 많이 떨어져 있소이다.

배현경 .............백제군이 아마도 그걸 노린 것인지도 모르지요.

김락 그렇다면 지원군을 보내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이혼암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사옵 니다. 이거 벌써 날이 저물고 있어요, 서둘러야겠사옵니다?


환선길 그럼 그렇게 하십시다. 이 곳의 군사 절반을 줄 터이니 홍장군과 김락 장군이 지원군을 이끌고 가시오.

두 장군 예, 총사.

환선길 그리고 지금 즉시 송악에도 파발을 띄우도록 하시오. 아무래도 백제의 견훤왕이 나오는걸 보니 전쟁이 쉽게 끝날 것 같지가 않소이다. 조짐이 좋지를 않아요.

장수들 예, 총사



씬 25 밤 길


환선길이 보내는 파발들이 달려 가고 있다.

그들 그렇게 사라지면



씬 26 또 다른 길


어둠 속으로 홍유와 김락이 지원군을 이끌고 가고 있다. 백제의 첩자들이 숲속에서 그들을 지켜보다가 사라진다.

김락 뭔가 이상하지 않소이까?

도대체 왜 그동안 가만히 있던 견훤왕이 갑자기 이 전선에 나타나 전투를 지휘한단 말입니까?

홍유 총사였던 왕장군이 없으니 아마도 기회로 본 것이겠지요.

김락 과연 그럴까요? 소장은 그보다도 저들이 우리의 큰 약점을 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정이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우리는 까맣게 모르고 있소이다. 왕장군이 왜 소환 되었는지, 그 역모 사건이 무엇인지....

홍유 그러게 말이외다. 아무래도 송악에서 엄청난 일이 있기는 있었던 모양인데...대체 그게 무엇인지...

김락 왕장군 말입니다. 정말 폐하께서 소환을 한 것일까요?

홍유 허허허...글쎄요. 지난 번 내려온 전문을 보니 아마도 폐하께서 정상적으로 정사를 보시지 못 하는 것 같았소이다.

그렇다면 보나마나 내원이 부르지 않았겠습니까? 뭔가가 있는 겝니다. 아주 큰 일이 있었어요.



씬 27 황궁 외경(밤)


은부 (E)문안을 올린지가 벌서 이틀이 지났사옵니다.



씬 28 동 내원 안


은부가 생각에 잠긴 종간을 보고 있다.


은부 내원어른께서는 그간 있었던 사실들을 모두 올려 드렸사옵니다.

종간 .............

은부 왜 아직까지 아무런 말씀이 없으실까요? 이상하지 않사옵니까? 그리고....정신이 드셨으면 의당 내원어른을 부르시는 것이 도리와 순서가 아니겠사옵니까?

종간 함부로 말하지 말게.

도리와 순서는 우리가 정하는 것이 아닐세.

은부 하지만.....

종간 우리는 폐하의 충복임을 늘 자랑스러워하고 살아왔네.

충복이 무엇인가, 충성스러운 개라는 의미일세. 개 말일세. (사이) 개에게는 의미나 도리 같은 것은 없네. 오로지 주인을 위해서....눈군가를 물고 죽이고 ...또 자신도 그렇게 죽어야 하는 것일세.

은부 너무도 중요한 많은 일들을 벌려 놓았사옵니다. 하지만 무엇 하나도 수습되지 않은 상태에서 폐하 께서 깨어나셨사옵니다. 과연...제대로 일이 원만히 풀리겠사옵니까?

종간 어쩌겠는가.....개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네. 오로지 주인의 영을 지켜야하는 고단하고도 슬픈 의무만 있는 것일세. 의무 말일세. 우리는 최선을 다했네. 그것 뿐일세. 그것 뿐이야.

종간은 긴 한숨을 쉬며

허공을 본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카메라는 서서히 대전에 앉아 있는 궁예의 강한 모습을 잡는다.



씬 29 동 대전


종간이 올린 보고서 전문을 계속 넘겨보다가 드디어

입술을 깨물며 움켜쥐는 궁예.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다가 드디어 종간의 그 기록을 덮어 버린다.

그리고 대전 내관을 부른다.

궁예 대전내관 밖에 있는가?

대전내관 예, 폐하.

궁예 내원을 들라 하라. 지금 즉시 대전으로 들라 하라. 지금 즉시!

그런 궁예의 강한 어떤

결심 같은 표정에서.......스톱모션.










첨부파일 태조왕건74.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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