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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대본

[태조 왕건] 097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7.11.17|조회수2,557 목록 댓글 0

태조 왕건 <제 97회>



 




























<태조 왕건 97회>


씬 1 하늘(밤)


하늘에는 초생달 쪽빛이 지고 있다. 절기가 그믐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먹구름들이 그 가는 달빛을 지우며 지나쳐 가고 있다.


씬 2 나주 영산강 어느 전선


지척을 분간하기 어려운 짙은 어둠 속으로 견훤을 중심으로 장수들과 군사들의 대열이 끝도 없이 보여져 온다. 군사들은 강 숲 속으로 이동하고 있고 그 먼 강 건너를 견훤이 무거운 표정으로 보고 있다. 그 강 건너에도 불빛들이 듬성듬성 보이고 있다.


견훤 저 강 건너에 왕건이가 와 있다고 하였는가?

능애 그러하옵니다, 폐하. 이미 우리의 의도를 읽고 저들도 배수의 진을 친 것 같사옵니다.

견훤 육전에서라면 우리 백제가 저 마진의 군사들을 압도할 수가 있어. 우리 군은 대부분 철기군 출신이야.

신덕 그러하옵니다. 폐하의 철기군은 신화적인 군대이옵니다. 반드시 이 강을 넘어 금성 관내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옵니다.

견훤 그래야지. 지난 해전에서 짐이 너무 욕심을 내었어. 저 왕건이를 욕심 내고 잡으려 했다가 오늘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이야.

최승우 ........

지훤 폐하, 적군의 진영에 불빛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사옵니다.

모두들 ...........?

견훤 우리가 공격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가만히들 있겠는가? 그나저나 이보게, 파진찬.

최승우 예, 폐하.

견훤 우리가 도강하기까지는 이 강 하류와 해안에 있는 마진군의 수군을 움직이지 못하게 해야 할 것인데....?

최승우 그곳에는 노련한 공직장군과 최필 장군이 가 있사옵니다. 아직까지 별 소식이 없는 것으로 보아서는 저들의 수군을 잘 막고 있는 것 같사옵니다.

견훤 그래야지. 이곳은 저들과 너무 가까워. 저들이 양쪽을 협공해온다면 우리는 큰 타격을 입을 수가 있어.

최승우 그러하옵니다.

견훤 (하늘 보며) 그믐이야. 야습을 하기에는 기가 막히게 좋은 날이로군. 이제 곧 공격할 때가 되었어. 이보게, 아우.

능애 예, 폐하.

견훤 공격 준비 상황을 다시 한 번 점검하게. 곧 일제히 강을 넘게 될 것이야.

능애 예, 폐하. (부장들에게) 상황을 재점검하라. 곧 공격을 개시할 것이다. 상황을 다시 점검하라!


견훤은 하늘을 보며 입을 앙다문다. 그 결심의 표정에서....


씬 3 해안(강 하류)


바다가 보이는 그 해안 언덕에서 공직이 많은 부하들을 잠복시킨 가운데 길고 긴 해안 전선을 보고 있다. 무엇이 의심스러운 듯 공직은 자꾸만 고개를 외로 꼬고 있다. 어둠 속에서 최필이 말을 타고 달려온다.


최필 장군, 뭘 그렇게 보시옵니까?

공직 (계속 보며) 이상한 일이네. 저 바다를 보게. 아무 것도 보이질 않아. 그렇지 않은가?

최필 (따라서 보며) 오늘이 그믐이옵니다. 달빛이 없으니 아무것도 안 보일 수 밖에요, 장군.

공직 그렇지가 않네. 그 많은 배들이 아직까지 저 바다에 떠있다면 얼마간의 불빛들은 보일 것이 아닌가?

최필 ..........?

공직 아니 그런가? 다시 한 번 보게. 이상할 정도로 조용해.


두 사람은 계속 어둠 속을 본다. 정말 아무 것도 없다. 그저 칠흑 같은 어둠뿐이다.


공직 폐하께서 오늘 밤 강을 넘으신다고 하셨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끝까지 마진의 수군을 붙들고 있어야해. 그래야 마음놓고 적군의 진영으로 들어가실 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최필 그건 그러하옵니다.

공직 헌데, 보이지를 않아. 마진의 수군이 보이지를 않아.

최필 그럴 리가 없사옵니다. 저녁까지만해도 이 해안에 전함들이 가득 했지 않사옵니까?

공직 그러니까 하는 말일세.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척후선을 띄워 보게나. 적의 동정을 알아야해. 속히 척후선을 띄워서 알아보게.

최필 적의 전함들이 혹시 불을 끄고 있는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공직 그것이 아닌 것 같네. 전혀 기척이 없어. 어서 척후선을 띄우게.

최필 예, 장군. 부장 있느냐? 척후선을 띄워라. 척후선을 띄워라!


최필이 달려가며 소리친다. 공직의 표정은 더욱더 불안해진다.


씬 그 바다


일제히 불을 끈 왕식렴과 김락이 이끄는 대 전함들이 바다에서 강 하구로 들어가고 있다. 소리도 없고 불빛도 없다.


김락 바다에서는 전투를 해보았지만 강으로 배를 끌고 들어오기는 처음이올시다.

왕식렴 오늘의 전투는 우리 수군에게 달려있다고 총사께서 말씀하셨소이다.

김락 들었소이다.

왕식렴 우리가 미리 가서 매복했다가 강을 넘는 백제군을 기습하여 퇴각시키는 작전이라 합니다.

김락 그렇다면 이번에는 해전이 아니라 육전이 되겠소이다 그려. 허허.

왕식렴 그럴 것입니다. 그나저나 백제의 공직 장군이 지금쯤 우리전함들이 없어진 사실을 알면 기절초풍을 할 것이외다.

김락 왜 아니겠습니까? 마침 그믐날이어서 감쪽같이 저들을 속일 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 속력을 내십시다. 서둘러야겠소이다.

왕식렴 이미 다 왔습니다. 저금만 더 가면 강 중류가 아니겠습니까?


끄떡이는 두 사람의 표정에서.......


씬 다시 해안 공직의 전선


다급하게 말 두 필이 어둠 속으로 달려오고 있다. 얼마를 달려와 그들은 공직 앞에 멈추어 내려서며 급히 알린다.


초병 장군, 척후선에서 온 보고이옵니다.

공직 말하라.

초병 적의 함대들이 모두 사라졌사옵니다. 감쪽같이 사라졌사옵니다.

최필 무엇이라고? 아니 하나도 보이지 않는단 말이냐?

초병 예, 장군.

공직 해가 지면서 적의 전함들이 이동한 것일세. 이미 강으로 들어갔어. 이거 큰일났군 그래. 최장군, 빨리 군사를 모으게. 전령을 띄워 폐하께 이 사실을 알리고 우리는 군사를 모아 강으로 가야하네.

최필 예, 장군. (초병들에게) 너희 전령들은 어서 폐하게 가라. 부장들은 군사를 모아라. 군사를 모아라!


갑자기 소란이 일기 시작한다. 초병들이 다시 말을 달려 사라지고, 공직과 최필은 허둥대며 어쩔 줄을 모른다. 그들의 표정에서....


씬 인서트(그 강 부감)


어둠 속으로 보이는 강 중류이다. 왕식렴과 김락의 군사들이 배에서 내려서 숲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부장들이 소리 없이 그들을 지시해 이리저리 배치하고 있다. 배들은 수없이 강 언덕으로 계속해 접안 하고 있다.


씬 그 강변 언덕 왕건의 야외 군영


왕건과 제장들이 어둠 속에서 강변을 보고 있다. 하늘을 보고 강을 보고 왕건은 고개를 끄떡인다. 그 옆으로 태평과 능산, 유금필, 전이갑, 윤신달, 천부장 들이 보인다.


왕건 지금쯤 우리 수군이 강 중류에 접안하여 하선하고 있을 것이오. 적이 공격해올 때가 되었소이다. 자, 유장군.

유금필 예, 총사.

왕건 능산아우와 더불어 강변 일선으로 가게. 가서 수군과 합세하여 적을 제압하게.

유금필 예, 총사. 가세, 아우.

능산 예, 형님.


두 사람이 군례를 올리고 간다.


왕건 전장군과 윤장군은 좌우익으로 길게 군사를 벌려 혹시라도 넘을 지 모를 백제군을 격파하도록 하시오.

두장군 예, 총사.


그들도 군례를 올리고 부장들과 함께 사라진다. 태평이 뒤에서 조용히 웃는다.


태평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옵니다.

왕건 무엇이 말인가?

태평 견훤왕이 계속해 무리수를 두고 있사옵니다. 저들은 분명히 이번에 계속되는 전쟁이 저들에게 자신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 지키기보다는 공격이 어렵고 한 번 두 번 실패를 하였다면 그 이후에 오는 상처와 부담은 더 큰 것이옵니다.

왕건 ..........(끄떡인다)

태평 이번에도 또한 그렇사옵니다. 야습은 그 상대가 몰라야 효과가 있는 것인데... 우리가 다 알았사옵니다. 그런데다가 우리는 수륙 양면에서 저들을 얼마든지 유린할 수 있는 잇점을 가지고 있사옵니다.

왕건 허나, 자만은 금물일세. 보게, 공격을 할 모양이구먼...


강 건너 견훤의 진영에서 갑자기 불빛들이 살아 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은 끝도 없이 강줄기를 따라 밝혀지고 있다.


씬 견훤의 진영


모두가 돌격태세를 갖추고 있다. 하늘을 보고 또 제장들을 돌아보던 견훤이 고개를 끄떡인다.


견훤 장졸들은 들어라. 지금 이 전선에서도 짐은 백제의 황제가 아니라 그대들과 똑같은 자격으로 검을 들고 서있노라. 나 또한 이곳에서 그대들과 싸울 것이니라. 힘을 내어 저 강을 건너라. 저곳은 우리의 땅이니라. 오늘 저곳을 되찾을 것이니라. 공격하라! 전군 공격하라.

능애 공격하라, 좌우익의 장수들도 공격하라!

신덕 공격하라.

김총,애술 공격하라.


지축을 울리며 수많은 기마병과 보군들이 강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 규모나 위세를 보아 백제군이 아직도 건재함을 말해주는 듯 하다. 견훤은 비장한 모습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그들을 보고 있다. 그때다. 뒤편에서 군사들을 헤치고 두 필의 말이 급히 달려와 멈춘다. 공직이 보낸 초병(전령)들이다.


초병 폐하, 공직장군께서 보내시어 왔사옵니다.

최승우 무슨 일이냐?

초병 해안에 있던 적의 전함들이 사라졌사옵니다.

최승우 뭣이?

견훤 .........(충격)..?

초병 그 전함들이 지금 이 강으로 올라오고 있는 것 같사옵니다.

견훤 (벌컥) 무슨 소리들을 하고 있는 게야? 그것이 염려되어서 해안쪽을 막으라고 한 것이 아닌가? 파진찬, 이 이일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최승우 공격을 잠시 멈추셔야 할 것 같사옵니다. 적군이 수륙양면에서 협공을 편 것 같사옵니다.

견훤 그게 무슨 소리야? 이미 우리 공격군을 출발을 했어. 이일을 어쩐다...? 어떻게 일이 이렇게 되었어?


눈을 크게 뜨고 당황하는 견훤의 그 표정에서....


씬 그 강


어둠 속에서 강변을 출발해 부교를 건너오는 수많은 백제군 장졸들이 보인다. 그들이 얼마만큼 강을 건넜을까? 갑자기 어둠 속에서 수많은 마진군들이 일어나 비오듯 화살을 퍼붓는다. 왕식렴과 김락의 군대들이다.


김락 적병이 강을 건너오고 있다. 화살을 퍼부어라.

왕식렴 이 강뚝을 넘지 않도록 하라. 모두 화살을 퍼부어라.


비오듯 화살이 그렇게 쏟아지고 있다. 완전히 매복군에 걸려든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또 한쪽에서는 함성과 함께 유금필, 능산이 이끄는 대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백제군들은 화살을 피해 한쪽으로 도망치려다가 당황하며 어쩔 줄을 모른다.


능애 도망치지마라. 적은 별거 없다. 공격하라! 강뚝을 넘어라.


그러나, 그것은 메아리일 뿐이다. 화살은 쉼 없이 쏟아진다. 그리고, 백제군은 그렇게 죽어가고 있다. 좌우에서 화살을 쏘고 지쳐 나오는 유금필의 군사들은 끝도 없어 보인다. 신덕이 다가오며 소리친다.


신덕 속았소이다. 적의 수군이 올라와 매복하고 있었소이다. 이대로는 아니되오. 퇴각하십시다.

능애 ?각이라니? 그럴 수 없소이다. 공격하라, 공격하라!

애술 (싸우며 달려온다) 매복군이 너무 많소이다. 진로가 막혔소이다.


아수라장이다. 다수 와~ 하는 함성소리와 함께 이번에는 중앙에서 윤신달, 전이갑의 부대가 쏟아져 나온다. 앞뒤좌우로 온통 왕건의 군사들뿐이다. 능애는 당황한다. 어쩔 줄 모른다.


전이갑 적군을 모두 쓸어버려라.

윤신달 백제군은 포위되었다. 하나도 남기지 마라.


백병전은 그렇게 계속된다. 강변에 시체가 쌓이기 시작한다. 곳곳에 불길이 솟고, 그렇게 싸워보지도 못하고 백제군은
 무너져간다. 능애가 소리친다.
 

능애 퇴각하라! 퇴각하라.......!


씬 그 곳 왕건의 진영


멀리 어둠 속에서 대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보인다. 퇴각을 알리는 소라와 북소리들이 들리고 있다. 태평이 말한다.


태평 예상대로이옵니다, 주군.

왕건 저 강 건너에 견훤왕이 있네. 어떻게 해 볼 수가 없을까?

태평 거리가 머옵니다. 그러나 한 번 해볼 만은 하지 않겠사옵니까?

왕건 (끄떡인다) 천부장은 가서 전하라. 유금필, 능산 장군은 그대로 적군을 쫓아 견훤왕을 노려 보라 하라.

천부장 예, 총사.


대답과 동시에 천부장이 쏜살같이 말을 타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왕건은 긴장해있다.


씬 그 강


능애가 이끄는 견훤군이 어지럽게 퇴각하고 있다. 그 와중에서도 수없이 많은 군사들이 쓰러지고 있다. 아직도 한편에서는 유금필, 전이갑, 윤신달 들이 견훤의 장수들인 신덕, 지훤, 김총, 애술들과 어우러져 싸우고 있다.


씬 그 강 건너 견훤의 진영


견훤이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떨며 보고 있다. 어지럽게 퇴각하여 돌아오고 있는 군사들이 보이고 있다.


최승우 폐하, 우리 군이 퇴각하고 있사옵니다. 이곳은 위험하옵니다. 군영을 뒤로 물리셔야 하옵니다.

견훤 .......... (울분)

최승우 적의 수군이 이동하여 매복해있었사옵니다. 어서 피하시오소서. 적군들이 뒤를 쫓아오고 있사옵니다. 폐하, 어서.


그때 일진의 군사들이 떼로 밀려온다. 견훤과 최승우는 기겁하여 본다. 그러나, 잠시 후 그들을 보면 공직과 최필이다.


공직 페하, 공직이옵니다. 어서 이곳을 피하시오소서, 적군이 몰려오고 있사옵니다.

최승우 어떻게 된 것이오?

공직 야음을 타고 적의 수군이 강쪽으로 올라왔사옵니다. 신들이 잠시 막을 터이니 어서 이곳을 벗어나시오소서.

최승우 폐하, 어서 가시오소서. 잠시 시간을 벌어야 하옵니다. 폐하, 어서!

견훤 어떻게....이렇게 계속해 당할 수가 있단 말이냐? 어떻게......?


피를 토하듯 울부짖는 견훤의 모습에서 디졸브........


씬 강 그 전장터


이미 백제군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유금필이 소리치고 있다.


유금필 대오를 정비하라. 대오를 정비하라!

천부장 (다가오며) 총사의 영이시오. 강 건너에 견훤왕이 있으니 노려보라는 영이시오. 두 분 장군이 가시라 하였소이다.

유금필 참으로 고마우신 영이시네.

능산 자 ,형님 가십시다.

유금필 장졸들은 나를 따르라.


사기가 오른 군사들이 소리치며 그들을 따라 간다. 그렇게 어둠 속으로 가고........


씬 그 견훤의 강변


견훤은 이미 없다. 공직과 최필, 능애들이 잠시 숨을 돌리며 군사들을 재배치해 놓고 있다.


공직 더 이상 물러서서는 안된다. 폐하께서 가실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드려야 한다.


그때, 이미 유금필과 능산의 군사들이 달려온다. 공직이 ‘쏘아라’ 라고 소리친다. 화살이 비오듯 나른다. 추격군사들이 주춤한다.


능산 멈추어라, 더 나아가지 마라.

유금필 저들이 길을 막고 있군 그래. 정지하라. 정지하라!


잠시 그들은 그렇게 마주한다. 화살이 쏟아지고 방패로 막고 양쪽은 그렇게 소강전을 벌인다. 어느새 새벽이다. 전쟁은 잠시 휴전에 들어갔다. 양군이 그렇게 대치하고 있다. 새벽바람 소리가 유난히 고요를 깨고 있다. 그렇게 디졸브.......


씬 왕건의 진영(낮)


강 언덕에서 왕건과 태평이 윤신달, 전이갑과 함께 먼 강을 보고 있다. 전쟁은 끝났다. 그 잔해들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태평 저들이 결사적으로 저항하며 길을 막는 통에 견훤왕은 놓친 것 같사옵니다.

윤신달 계속 추격하여 보는 것이 어떻겠사옵니까?

전이갑 적은 이미 사기를 잃었사옵니다. 추격령을 내리시오소서, 총사.

태평 이미 시기를 잃었사옵니다. 거리도 꽤 생겼고요. 이대로 정리하는 것이 낫겠사옵니다.

왕건 (끄떡이며) 맞아, 군사들도 피로하고 더 이상은 무리야. 천부장은 가서 전하라. 유금필과 능산 두 장군은 현 전선을 유지하고 왕식렴, 김락 장군의 수군은 다시 해안으로 나아가 본 위치를 사수하라 하라.

천부장 예, 총사.

태평 대단하옵니다. 이번에도 주군께서 승리하셨사옵니다.


씬 그 강변(견훤이 있던 곳)


유금필과 능산이 군사들을 이끌고 여유롭게 돌아보고 있다.


유금필 아우, 참으로 아쉽게 되었네 그려. 잘하면 견훤왕을 만날 수 있었는데 말일세. 자네는 두 번째가 아닌가? 지난번에 견훤왕과 한 번 만난 적이 있었지?

능산 그랬었지요. 참으로 아쉽사옵니다. 하하하....

유금필 (고개 갸웃하며) 아직도 늦지는 않았는데.... 우리가 쫓는다면 견훤왕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능산 공직장군이 필사적으로 길을 막았기 때문에 우리가 더 가지 못한 것이 아니옵니까? 다음을 기약하시지요, 형님.

유금필 아니야, 이거 너무 아쉬워......


씬 어느 야산 길


견훤이 장수들과 패잔병들과 함께 가고 있다. 그는 풀이 다 죽었다. 아무도 말이 없다. 신안군 해전 이후에 또 한번의 대패였던 것이다.


해설 나주전투, 후삼국 시대의 많은 전쟁사 기록에 있어서도 이 나주전투는 참으로 끈질기고 치열하게 기록되어 있다. 왕건과 견훤은 서기 903년부터 917년에 이르는 사이에 이곳에서 총 여덟 번의 전투를 치루었다. 그 중 견훤이 한 번을 이긴 적이 있었고, 나머지는 모두 왕건의 승리였다. 삼국사기에도 911년 무렵인 이때의 단편적인 기록이 보이는데 다음과 같다. ‘견훤은 금성이 궁예에게 투항한 것에 분노해 보병과 기병 3천 명으로 금성을 에워싸고 공격하였으나 열흘이 지나도록 결말이 나지 않았다.’라고.....


견훤과 최승우, 능애, 공직, 최필, 신덕, 지훤, 김총, 애술 들이 가고 있다. 아무도 말이 없다. 눈치를 보던 능애가 묻는다.


능애 폐하, 무진주로 가시는 것이옵니까?

최승우 그렇소이다. 잠시 그리로 가서 숨을 돌린 후에 다음을 결정해야 할 것이오.

견훤 허망하고 참으로 괴로운 길이로구나. 우리 군사가 불과 천 여명도 아니 남았어. 그 많던 군사들이 말일세.

신덕 전쟁이란 늘 이길 수만은 없는 것이 옵니다. 폐하께서는 최선을 다하셨사옵니다.

견훤 이번 전쟁은 하늘이 우리를 돕지 않았어. 지하에 있는 수달아우가 얼마나 나를 원망하고 있을꼬....?

최승우 수달장군도 폐하께서 목숨을 걸고 원수를 갚으려고 하셨다는 것을 잘 알 것이옵니다. 다음이 또 있사옵니다, 폐하. 다음에는 결코 이렇게 당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견훤 무진주성까지 얼마나 되는가?

최승우 삼사십리는 더 가야 할 것이옵니다.

견훤 (큰 한숨) 부끄럽도다, 참으로 부끄럽도다.


그들이 그렇게 가고 있다.


씬 나주 관아 외경


씬 동 관아 안


연회가 벌어지고 있다. 상석에는 왕건과 다련군, 오씨가 앉았고, 그리고 제장들이 다 모였다. 태평, 배현경, 홍유, 김언, 염상, 김락, 전이갑, 윤신달, 천부장들이 모여 있다.


왕건 참으로 지독하고도 질긴 전투였소이다. 적의 왕이기는 하지만 견훤이라는 사람은 칭찬 받을만한 사람이올시다.

태평 그러하옵니다. 왕으로써 최일선에 나와 할 도리를 다 했사옵니다.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었사옵니다.

모두들 .........

왕건 저들이 무진주로 물러가고 있는 이상 이번 전투는 일단락이 되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모두들 고생하셨소이다. 자, 마십시다.

일동 예...(잔을 든다)

왕건 이번에 전과는 우리 모두가 잘 싸웠지만 역시 폐하의 덕이 있으시기 때문이오. 그것을 잊으면 안될 것이올시다. 자, 드십시다. 오늘 마음껏 취해보십시다.


모두들 술을 마신다. 그리고, 잔을 놓으며 이내 분위기가 풀어져 작은 소란이 이어진다. 다시 왕건이 가볍게 탁자를 친다.


왕건 이제 이 전선은 나의 의제들과 (김언에게) 여기 김장군이 감당을 해도 될 것 같소이다. 우리 수군은 일단 송악으로 철수를 할 것이고, 내 아우들을 제외한 다른 분들도 황도로 돌아가시어 새로운 군령을 받으셔야 할 것이외다.

모두들 예, 총사.

오씨 서방님, 두 분 장군과 도련님이 아니 보이셔서 섭섭하옵니다.

왕건 전투는 끝났지만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오. 금필아우와 능산아우는 무진주성과 경계를 서야하고, 식렴아우는 수군을 감찰해야 하오.

다련군 아, 그래도 그렇지. 오늘 같은 날은 좀 마셔야지.

왕건 공과 사는 분명해야 하옵니다. 자, 아무튼 참으로 고생들 하셨소이다.

배현경 이렇게 승리의 잔을 들고 보니 감개가 무량하오이다.

홍유 그러고 보면 전쟁이란 참으로 무상한 것이외다. 지금 견훤왕의 심정이 어떻겠소이까?

김언 (끄떡이며) 말 안해도 알만 하오이다.

염상 어쩔 수 있겠소이까? 우리라고 언젠가 그런 운명이 되지 말라는 법이 있겠소이까?

김락 암요, 군인의 운명이란 다 그런 것 아닙니까?

윤신달 견훤왕은 황제올시다. 다른 장수들 보다 더 할겝니다. 허허허....

전이갑 암요, 그렇고 말고요. 모르긴 몰라도 죽고 싶은 심정일겝니다.


씬 산 길


견훤 일행들이 그렇게 가고 있다.


씬 강변 군영


능산, 유금필이 군영에 앉아 지형도를 보고 있다. 유금필은 무언가 생각이 많다.


능산 형님, 지금쯤 모두들 한참 마시고 있겠습니다 그려. 이럴 때에 술희 아우라도 었었으면 좀 나을 것인데....

유금필 왜? 무엇이 적적해서 또 그러는가?

능산 형님도 생각있으시면 한 잔 하시지요.

유금필 (한숨) 그보다도 아우, 이게 뭔가 잘못 되지 않았는가?

능산 무엇이....말이옵니까?

유금필 견훤왕 말일세. 지금 형편없이 무너져서 무진주로 돌아가고 있어. 이럴 때 뒤를 쫓아서 잡아 버린다면 다 끝나는 것이 아닌가?

능산 주군께서 쫓지 말라고 하시지 않으셨사옵니까?

유금필 아니야, 아니야. 지금이 얼마나 좋은 때인가? 적은 사분오열 다 무너져서 퇴각하고 있는 중이란 말일세.

능산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쉽지 않사옵니다. 미련을 버리시오소서.

유금필 아니야, 그렇지가 않아. 지금이 아주 적기야. 태평 그 사람 말이야. 물론 머리 좋고 전략은 좋은데 이럴 때 너무 조심스럽단 말이야. 기회가 이렇게 좋을 수가 없는데....


그때 밖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부장1 (E) 장군, 척후를 나갔다왔사옵니다.

유금필 들어오너라.


부장1이 들어와 군례를 올리면 유금필이 묻는다.


유금필 어찌되었는가? 견훤왕과 그 군사들은 어찌하고 있어?

부장1 말 그대로 비참하게 무진주로 돌아가고 있사옵니다. 대오도 엉망이고 군기라고는 찾아보기가 어려웠사옵니다.

유금필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

부장1 급히 쫓으면 잡을 수 있사옵니다. 여기서 한 오십 여 리의 거리가 될 것이옵니다. 워낙 행군 속도가 늦사옵니다.

유금필 어떤가, 아우? 쫓아가 볼만하지 않을까?

능산 형님, 주군의 영을 어길 수는 없지 않사옵니까?

유금필 어기다니, 누가 어겨? 오히려 주군의 걱정을 덜어드리자는 것일세. 생각해 볼일이야.


그런 유금필의 얼굴에서.........


씬 나주 관아 외경(저녁)


씬 동 관아 안 안채 방


다련군과 오씨, 왕건이 차를 마시고 있다.


다련군 그래도 여기서 그리 멀지 않으니 사람을 시켜 술과 고기를 좀 두 장군에게 전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왕건 허허허, 듣고 보니 장인어른의 말씀도 일리가 있사옵니다.

오씨 (웃으며) 이미 소첩이 그리 했사옵니다.

왕건 허허, 부인이 말씀이오?

오씨 예, 그보다도 장수들만 이렇게 먹고 마실 것이 아니라 군사들도 위로를 해야 할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왕건 그 일은 이미 지시를 했소이다. 흰밥과 고깃국을 마음껏 먹이라고 말이오.

오씨 그것 가지고는 아니되옵니다. 군사들 중 많은 수가 이곳 출신의 어부들이나 농민들이옵니다. 그들을 위로하시오소서. 곡식과 소금을 상급으로 주시고 죽거나 다친 이들을 거두어 치료하고 제사를 지내 주는 것이 마땅하실 것이옵니다.

다련군 오, 오...정말 그렇네 그려, 사위.

왕건 (끄떡인다) 과연 부인의 말씀이 옳소이다. 하마터면 잊을 뻔한 일들이었습니다. 그렇게 하십시다. 참으로 옳은 말씀이오.

오씨 사람들의 인심을 얻는 것은 작은 정성에서 비롯되옵니다. 그 점을 잊으셔서는 아니 되옵..... (구역질한다)...니다.

두사람 ...........?


오씨는 계속 구역질을 한다. 두 사람 그렇게 놀라서 본다.


왕건 아니, 부인 왜 그러시오? 부인.....?

오씨 아, 아니옵니다. 아니옵니다.


오씨는 그만 일어나 부끄러운 듯 밖으로 나가버린다. 왕건은 아직도 영문을 몰라 그렇게 고개를 갸웃하면 다련군이 비로소 눈치를 잡고 빙긋이 웃는다.


다련군 이보시게, 사위. 아직도 모르겠는가?

왕건 예?

다련군 잔치 한 번 더 해야겠네 그려. 저 아이가 태기가 있는 것 같네 그려. 아이 말일세.

왕건 예....? 아니, 장인어른....?

다련군 내 지난번에도 두어 번 보았네. 틀림없네.

왕건 이런 세상에..... 그런데도 저는 까맣게 몰랐습니다. 허, 이런.....


씬 동 방 밖


오씨가 계속 헛구역질을 하다가 간신히 멈춘다. 그리고 비로소 배를 만지며 까닭 모를 미소를 짓는다.


씬 다시 동 방 안


왕건이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다.


왕건 이곳 나주는 참으로 저에게 있어서 좋은 인연이 있는 것 같사옵니다, 장인어른.

다련군 허허, 그런가?

왕건 백제의 요지 중에 요지인 이 땅을 저에게 허락하셨고, 거듭되는 전투에서도 승리만 주셨사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처를 주었고 이제는 아이까지 주고 계시지 않사옵니까?

다련군 그리 생각해주니 고맙네.

왕건 아무래도 제 아우들을 좀 불러야 할 것 같사옵니다. 부장들을 시켜 임무를 교대하라고 하고 이 밤에 좀 불러서 함께 마셔야 할 것 같사옵니다, 장인어른.

다련군 하하하, 그래야지. 이제 그래도 되지 않겠는가? 오라고 하게. 그들을 불러서 오늘 밤 한 잔 즐겁게 마셔보게.

왕건 예, 장인어른. 곧 사람을 보내겠사옵니다. 하하하하....


씬 강변 유금필의 군영


군사들이 모여 있다. 유금필이 그 앞에서 짧게 영을 내리고 있고, 능산은 어쩔 줄 모른다.


유금필 지금까지 몇 차례 계속 첩보를 받았다. 견훤왕이 무진주 성에 들어가려면 새벽은 되어야 한다. 우리는 견훤왕을 잡을 것이다.

능산 형님, 주군의 영을 어기시면 아니되옵니다.

유금필 아닐세.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오겠는가? 상대는 백제국의 왕이야. 황제라고 하는 견훤이란 말일세. 이번에 잡지 않으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이야.

능산 형님.....?

유금필 자네는 이곳을 계속 지키고 있게. 부장들은 들어라.

부장들 예, 장군.

유금필 우리는 정예의 기마대 삼 백으로 추격군을 편성하였다. 적군은 비록 오 백이 넘는다고는 하나 패잔병들이다.

능산 ........... (어쩔 줄 모르고)

유금필 지금 계속해 추격해 가면 새벽이면 저들을 잡을 것이다. 우리는 백제의 황제를 잡는 것이다. 알겠는가?

군사들 예, 장군.

유금필 나를 따라라. 모두 나를 따라라.

능산 형님.....


수백 필의 기마병이 질풍처럼 달려간다. 능산은 입을 다문다. 그리고, 고개를 외로 꼰다. 불안한 것이다. 길게 디졸브......


씬 들판 길


유금필과 수백 기마대가 질풍처럼 달려가고 있다. 장관이다. 그렇게 카메라 앞을 스쳐 사라져가면....


씬 어느 산길


견훤과 그 장졸들이 여전히 가고 있다. 최승우가 가다말고 몇 번씩 좌우와 뒤를 돌아본다. 그렇게 얼마쯤 갔을까? 견훤이 다시 묻는다.


견훤 아직도 멀었는가? 무진주까지 길이 왜 이리 먼가?

지훤 많이 오셨사옵니다. 삼 십여리만 더 가면 되실 것이옵니다.

견훤 하긴.... 발걸음이 천근같이 무거우니 더딜 수밖에....


그런 견훤의 뒤에서 최승우가 계속 주변을 보다가 지훤을 눈짓으로 부른다. 지훤이 와서 묻는다.


지훤 왜 그러시옵니까?

최승우 아무래도 뒤가 불안하오. 우리는 힘이 들고 패잔한 군대요. 당연히 추격군이 있을 수 있소이다.

지훤 (끄떡이며) 하긴, 그렇사옵니다. 하오나 지금까지는 아무 일도 없었지 않았사옵니까?

최승우 원래 추격군이란 빠르고 강하고 기습적으로 오는 법이야. 이곳이 매복지로써는 아주 그만인 것 같소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소이까?

지훤 예, 파진찬 어른.

최승우 뒤를 살펴가며 앞으로 폐하를 모셔야 하는 법이외다. 이곳에 군사를 다시 정리하여 매복토록 하시오. 그리고, 폐하께서 성으로 다 들어가신 후에 철수토록 하면 될 것 같소이다.

지훤 알겠사옵니다. 다른 장수들과 의논하겠사옵니다.


지훤이 한쪽으로 꾸벅하고는 달려간다. 김총, 애술, 최필과 뭔가를 소근거린다. 그들 모두 끄떡인다. 공직과 신덕이 최승우와 함께 견훤을 모셔간다. 그들은 남아 있는 것이다.


씬 그 길


유금필의 기마대는 전속력으로 쫓고 있다. 다시 그렇게 지나쳐 간다. 어둠 속에 먼지만 남고....


씬 강변 능산의 군영


능산이 안절부절 못 하고 있다. 그 앞에 천부장이 서있다.


천부장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능산 견훤왕을 잡으러 갔다고 하였네.

천부장 예...?

능산 어찌되었든 보고는 올려야 하니 가서 그리 전해주게나. 금필이 형님이 무진주 성으로 견훤왕을 추격해갔다고...

천부장 예, 장군.


천부장이 급히 돌아나간다. 능산은 여전히 초조하다. 그러다가 그 자신도 참지 못해 소리친다.


능산 부장은 들어라. 남아 있는 군사들을 소집하라. 유금필 장군의 뒤를 따를 것이다. 빠른 기마대로 군을 편성하라. 즉시 하라!


부장이 급히 대답하며 달려나간다. 그 초조한 능산의 얼굴에서....


씬 어느 야산 길


듬성 듬성 삼삼오오 패잔병들이 걸어가고 있다. 그 뒤에서 유금필들의 군대가 가득히 달려오고 있다. 놀라서 숨고 피하는 군사들...유금필이 가까이 이르러 말을 세우며 묻는다.


유금필 (말을 세우며) 백제의 패잔병들이로구나. 너희 황제는 어디 있느냐?

군사1 앞서.... 가셨.... 사옵니다.

유금필 얼마나 앞섰느냐?

군사2 모르옵니다...... 한 이 삼 십리는 앞서 가셨을 것이옵니다.

유금필 쫓아라. 가자!


그렇게들 달려간다.


왕건 (E)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게야?


씬 나주 관아 안


왕건이 놀라서 천부장을 보고 묻고 있다. 태평도 보고 있다.


왕건 금필아우가 기마대를 이끌고 견훤왕을 쫓아갔고, 뭐라고? 그 뒤로 다시 능산아우가 갔어?

천부장 예, 총사.

왕건 이런, 이런.... 왜들 그렇게 생각이 없단 말인가? 그들은 독이 오른 쥐와도 같아. 고양이를 물 수 있다는 것을 왜 모른단 말인가? 비상을 걸게. 휴식 중인 군사를 다시 소집하게. 대기를 시켜!

태평 예, 총사. 그리해야 할 것 같사옵니다.


씬 매복지


지훤들이 매복해 있다. 김총, 애술, 최필이 함께 해 있다. 군사들이 곳곳에 가득히 매복해 있다.


애술 저들이 과연 추격을 해 오겠사옵니다. 벌써 날이 밝으려 하고 있습니다.

김총 파진찬이 하신 말씀이올시다. 아니면 다행이지만 기다려는 봐야지요.

지훤 잠깐.... 소리들이 들립니다. 저들이 오고 있어요.

최필 그런 것 같소이다. 한 놈도 돌려보내지 맙시다.


지훤이 고개짓을 하자 모두 긴장하고 본다. 그리고, 드디어 유금필의 수백 기마대들이 들어선다. 유금필은 그러다가 의심스럽다. 손을 들어 군을 제지시킨다. 좌우를 본다.


유금필 불길한 장소로군. 모두 조심하라. 척후병은 앞으로 나가라.


그러자, 척후병이 앞을 선다. 그렇게 두어 필의 기병이 말을 몰아 나가는데 갑자기 불화살이 좌우에서 솟아오른다.


지훤 공격하라, 공격하라!

유금필 함정이다. 매복이다. 군사를 뒤로 물려라.


그러나, 뒤에서도 불길이 솟아오른다. 부장이 소리친다.


부장 장군, 뒤에도 적병이 매복되어 있사옵니다. 길이 없사옵니다, 장군.

유금필 막아라, 군사들은 흩어져라. 돌파구를 찾아라.


그러나, 어렵다. 이미 계획되고 계산된 매복이다. 통나무며 바위덩어리며 화살이며 어지럽게 아래로 날아든다. 유금필이 화살을 맞고 말에서 떨어져 나뒹군다. 와~ 하며 백제군들이 계곡으로 내려 든다. 이미 유금필의 군대는 대부분 쓰러지거나 죽어 있다. 삽시간의 일인 것이다. 금필은 화살을 꺾고 서서, 계속 달려드는 적병들을 베고 있다. 최필이 달려나온다. 최필과 금필의 치열한 접전이 이어진다.


최필 이놈아, 오늘 아주 잘 만났다. 내가 백제 장수 최필이니라.

유금필 오냐, 나는 태봉의 장수 유금필이다.

최필 태봉이라니? 그런 나라도 있었느냐? 오냐, 해보자꾸나.


접전이다. 치열한 접전이다. 우열이 가려지지 않는다. 금필은 피를 흘리면서도 잘 싸운다. 그 와중에서도 수없이 금필의 수하들은 죽어 나간다. 거의 전멸이다. 그때다. 다시 한쪽이 무너지면서 군사들이 들어오고 있다. 능산의 군대들이다. 이미 매복지로 백제군이 다 내려온 뒤라 기습은 없다. 대 접전이 이어진다.


능산 모두 죽여라. 한 놈도 남기지 마라. 형님, 내가 왔소이다. 능산 아우이외다. 하하하.... 뭣하느냐, 장군을 구하라!


이미 형편이 다시 어려워진다. 백제군들은 지훤의 명령에 따라 퇴각한다.


지훤 목적은 이루었다. 퇴각하라! 퇴각하라!!


능산이 그 틈새로 다가가 유금필을 구한다. 대적했던 최필도 급히 달아난다.


능산 형님, 괜찮사옵니까?

유금필 괜찮네.

능산 장군을 뫼시어라. 적을 멀리 쫓지 마라. 현장을 수습하라. 대오를 갖추어라.


그렇게 그곳은 정신이 없다. 유금필이 한숨을 쉬며 하늘을 본다. 계속 어깨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다. 능산도 한숨을 쉬며 본다. 너무 많이 죽은 것이다. 시체로 산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 위로 왕건의 고함 소리가 들려온다.


왕건 (E) 이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이야?


씬 나주 관아(낮)


부상당한 유금필과 능산이 함께 꾸중을 듣고 있다.


왕건 도대체 군령을 어떻게 들었길래 그 지경까지 되었는가? 뒤를 쫓지 말라고 하지 않았는가?

유금필 드릴 말씀이 없사옵니다. 견훤왕의 목을 가져오려다가 그렇게 되었사옵니다.

왕건 견훤왕의 목이 아니라 자네의 목이 떨어질 뻔하였어. 평소에 침착하고 사리가 분명한 자네가 이게 무슨 일인가?

유금필 군법을 달게 받겠사옵니다.

왕건 군법, 군법..... 법대로라면 자네는 몸이 성치 못할 것이야. 알겠는가?

능산 주군, 적의 왕을 잡으려고 한 일이옵니다. 용서하여주시오소서.

왕건 잘못된 공명심이 대사를 그르치게 하는 것이야. 이 나라와 또 우리 형제를 위하여 그대의 목숨이 얼마나 소중한가? 잘못 되었으면 어찌될 뻔하였는가? 앞으로는 각별히 주의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군령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하게. 알겠는가?

유금필 예, 주군.

왕건 나도 자네처럼 견훤왕을 잡고 싶으이. 허나, 그래도 그렇지. 그는 우리 폐하와 더불어 천하를 놓고 다투는 이 시대의 영웅 중 하나일세. 어떻게 그렇게 쉽게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단 말인가? 이런 사람하고는 쯧쯧....


씬 철원 황궁 외경


궁예의 웃음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씬 동 대전 안


궁예가 술이 대취하여 희미한 눈으로 장계를 읽고 있다. 그 앞에 종간과 은부가 함께 해 있다.


궁예 이것보시오, 내원. 견훤왕이 무진주로 돌아갔다는 구료. 전쟁이 끝났다는 것이오.

종간 그렇사옵니다. 완벽한 승리라 들었사옵니다.

궁예 암, 그래야지. 그리고, 이것 좀 보게. 유금필 장군이 말이야, 견훤왕을 잡으려고 무진주까지 쫓아갔다가 그만 놓쳤다는 구먼.

은부 그 때문에 많은 아군의 희생이 있었다 하옵니다.

궁예 아, 그럴 수도 있지...전쟁이라는 것이 꼭 어떻게 우리 쪽만 이길 수가 있는가? 그래도 얼마나 대단한가? 견훤왕을 잡으려고 했단 말이야? 잡았으면 볼 만 했을 터인데....(계속 마신다) 이렇게 되면 왕건아우를 그만 올라오라고 해야 겠구먼.

종간 아직 정리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옵니다.

궁예 그런 것이야 남아 있는 사람들이 할 것이고...


술이 취해서 몸을 가누려고 애를 쓴다. 그러면서도 다른 장계를 접어든다.


종간 폐하, 곡차를 많이 하셨사옵니다. (사이) 그만 침수를 드시오소서.

궁예 무슨 소리오? 내가 왜 취해? 내가 왜....(술을 따르다가 병을 놓친다. 병이 깨지고 술이 사방으로 튄다) 이런, 이런.....


최응이 깨어진 것들을 거둔다. 궁예가 민망한 듯 눈을 깜빡거린다.


궁예 그렇군. 내가 취한 모양이군. 취했어....


그런 궁예의 시선으로..... 종간과 최응, 은부들이 오락가락 한다.


궁예 우습게 되었어. 결국은 대 미륵인 나도 취한단 말이야. 미륵, 미륵.... 미륵도 취한다 이 말씀이야.

종간 그렇사옵니다. 폐하는 미륵이시옵니다.

궁예 (너무 취해서) 뭐라고? 미륵, 뭐...?

종간 폐하께서는 대 미륵이시옵니다. 제발 독주를 삼가 하시오소서.

궁예 미륵, 뭐....?


종간이 뭔가를 말하고 있다. 그러나, 궁예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그러던 종간의 모습이 돌연 석총으로 변한다.


궁예 뭐라고?

석총 하하하하, 너는 거짓 미륵이다. 가짜야. 너는 미륵이 아니야.

궁예 뭐라고? 지금 뭐라고 하였느냐?

종간 (기가 막히다) 폐하, 왜 이러시옵니까? 어서 침수를 드시오소서.

궁예 이 놈 석총아! 지금 뭐....? 나보고 거짓이라고.....?

석총 그렇다. 이 거짓 미륵아. 참 미륵이 이미 나타나 네가 죽기를 기다리고 있느니라. 하하하... 이 거짓 미륵아.

궁예 (비틀거리며 일어서고) 이 놈이 지금 뭐라고 하고 있느냐? 내가 거짓이라고? 석총 이 놈이, 어떻게 또 살아 왔느냐?

종간 폐하, 석총은 죽었사옵니다. 폐하.....


궁예가 비틀거리며 검을 집어 뺀다. 모두들 놀라서 만류한다.


종간 이러시면 아니되옵니다, 폐하. 폐하, 검을 놓으시오소서.

궁예 석총이 놈이, 나를 비웃고 있어. 이놈.... 죽어라, 이놈...... 죽어.....


칼을 마구 휘두르자 종간이 소리쳐 내관을 부른다. 내관들 둘이 달려 들어온다.


종간 밖에 누구 없느냐?

내관 (들어오며) 예, 내원어른. 무슨 일이시옵니까?

종간 폐하께서 주무실 때 쓰시는 탕제를 올려라, 어서.

내관 예, 내원어른.

궁예 석총이 이놈, 죽어라, 이놈아.....!


내관들이 허둥지둥 다시 나가려는데 궁예의 검이 그 중 내관 하나를 베었다. 내관이 피를 뿜고 쓰러진다. 궁예는 몇 번이고 칼을 내리친다. 피가 사방으로 튀고 있다. 모두들 굳어서 본다.


은부 (중얼거린다) 완전히 실성하신 게 아닌가? 실성을 하셨어....

최응 ..........?

궁예 석총이 이놈, 죽어라.

종간 폐하, 왜 이러시옵니까? 폐하, 석총은 없사옵니다, 죽었사옵니다. 어서 탕제를 들여오너라, 어서....

궁예 석총이가 죽었어. 보아, 내가 죽였다구.... 내가 말이야..... 하하하하....


그렇게 웃고 있는 궁예의 표정에서......


< 97회 끝 >




첨부파일 태조왕건97.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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