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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대본

[태조 왕건] 099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7.11.17|조회수2,342 목록 댓글 0

태조 왕건 <제 99회>



                        


씬 1 황궁 내원(밤)

       

지난 회와 장면이 연결된다. 종간이 눈을 크게 뜨고 날카롭게 문 밖에 무릎을 꿇고 있는 두 사람을 본다.

종간    다시 한 번 말해보시오. 그대들아 지금 뭐라고 하였소?

입전    대....대역모의가 있었사옵니다. 역모 말이옵니다.

종간    역모....? 일단 안으로 들어오시구료.

입전    예, 내원어른.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고 문이 닫힌다.  은부도 따라 들어간다.   그 방문 밖으로 금대를 비롯한 내군들이 금방 와서 에워싼다.  

종간    (E) 자, 다시 말해보시오.        무슨 역모라고 하였소?

 

               

씬 2 동 내원 안

       

종간이 더욱 굳어진 표정으로 두 사람을 보고 있다.

은부    내원께서 묻고 계시오. 있는 그대로 이실직고하시오.

종간    아, 아, 은장군. 거 왜 사람들에게 좀 더 편안히 대해주지 않고....

은부    송구하옵니다. 워낙 사안이 중차대한지라...

종간    그래도 그럴수록 침착하고 넉넉하게 대해주어야지. 이런, 쯧쯧...하하하. 자, 차라도 한 잔 하시면서 이야기하십시다. 두 분은 의형대에 서 이 나라의 법을 맡아 집행하는 분들이신데...

입전    그러하옵니다, 내원어른.

종간    (차를 따르며 날카롭게 본다)     지금 어디서 오시는 길이오?

신방    소인들의 집에서 오는 길이옵니다.

종간    누가 역모를 하였다고 하시는 게요?

입전    여럿이 있었사오나....

종간    (대답 끝나기 전에)

        주모자는 누구요?

입전    아.... 아지태 학사이옵니다.     내봉성령 아학사이옵니다.

모두들  ..........?

종간    (차 마시고) 아지태라.....아지태.....! 그럼 나머지 다른 사람들은 누구요? 여럿이 있었다고 하지 않았소?

신방    그러하옵니다. 순군부를 맡고 있는 낭중 임춘길과 순군부 장군 능달, 기전은 물론이고....

은부    군부가 이미 역모에 가담을 한 것 같사옵니다. 순군부를 도모하여 폐하를 시해하고 우리를 치려한 것 같사옵니다.

종간    또 누구누구가 있소?

입전    황후마마의 친부이신 대부 강장자와 밀통하여 폐하를 시해한 후 지금의 어리신 태자마마를 보위에 올리신다 하였사옵니다.

은부    .........?

종간    그리고....? (계속 차 마시고) 아, 차근차근이 말하시오. 그리고 또 뭐가 있소?

입전    아학사의 계획은 수삼일 내에 폐하께서 다시 황궁 밖으로 거동하시는 날에 순군부를 동원하여 군사를 움직이기로 하였고, 내원어른과 은장군님을 현장에서 살해한 후에 폐하를 연금 시켜 시해하고 황궁을 장악한다는 것이었사옵니다.

은부    죽일 놈들...... 아지태 이놈....

종간    아, 아.... 헌데 그대들도 아지태와 함께 있지 않았소이까?         처음부터 그 모의에 가담을 했던 것 같은데....

신방    그러하옵니다만.... 아무래도 폐하와 내원어른의 눈을 속이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이리로 왔사옵니다.

입전    그러하옵니다. 특히나 그 폐하의 관심법이 무서워서.... 고변을 결심했사옵니다. 헤아려 살펴주시오소서, 내원어른.

종간은 고개를 끄떡인다.

마시던 찻잔을 놓고 두 사람을 한참 본다.

그리고, 또 생각한다. 그리고, 조용히 웃는다.

종간    그렇소이다. 폐하의 관심법은 아주 무섭소이다. 천하를 꿰뚫어 아니 보이시는 것이 없는 분이시지요. 암요, 관심법은 무섭지요.

입전,신방       ........

종간    고금을 통틀어 역모가 실패하는 데는 그 배후에 그대들 같은 고변자들이 있기 마련이오. 고변자란 다시 말하면 배신을 뜻하는 것이겠지요. 배신 말이오....

입전,신방       저희들은 그런 것이 아니오라....

종간    아, 아, 그저 그렇다는 것이오. 허나 고변이나 배신은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하려면 아주 철저하게 해야 하오. 많은 증언을 정확하고 빠짐없이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오. 그것이 잘못되면 그대들의 목숨이 날아가는 것이외다. 아시겠소이까?

입전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무엇이든 다 말씀해 올리겠사옵니다.

종간    하하하, 그러면 됐소이다. 아주 잘 오셨소이다. 이제부터 불안해할 것 없소이다. 여기에 옴으로써 그대들은 목숨을 구한 것이오. 하하하하.... (냉철하게 변하며 명령한다) 은장군은 듣게.

은부    예, 내원어른.

종간    지금 이 시각으로 황궁과 도성 안에 비상령을 내리게.

은부    예, 내원어른.

종간    특히나 황궁예하 내군을 급파하여 병부와 순군부를 접수하고, 군의 지휘통솔권을  장악하라.

은부    예, 내원어른.

종간    대소신료들에게 패를 띄워 아침나절에 모두 조당에 들게 할 것이며, 역모에 가담한 자들은 특별 관리하여 잡아들이고, 황제폐하의 하회를 기다리도록 하라.

은부    예, 내원어른.

종간    이 두 분을 잘 모시고 즉시 가서 내군을 지휘하게.

은부    예, 내원어른.

은부가 대답하며 방문을   벌컥 열며, 지시한다.

은부    금대, 장일 부장은 들으라. 내군을 비상동원하라.

두부장  예, 장군.

은부    여기 이 두 사람을 데리고 가라.

어수선하다.     갑자기 모든 것이 소란스럽다. 뭔가를 생각하는 종간의 그 다부진 표정에서.......

 

               

씬 3 황궁 마당

       

소란스럽다.

내군들이 이리저리 대열을 지어 오가고 있다.      비상인 것이다.  그 한쪽으로 중문과 대문이 열리면서 연이어 말을 탄 내군의 기병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곳곳에 횃불들이 일렁거리고 이 모습을 불안하게 내관상궁들이 어쩔 줄 몰라하며 보고 있다.

 

               

씬 4 동 황궁 대전

       

말울음 소리와 소란스러운 발자국 소리들이 들려온다.

쇠방망이를 만지던 궁예가 그 소리들에 귀를 기울인다.

궁예    왜 이리 밖이 소란스러운 게야?

최응    .........?

궁예    무슨 일이 있는 것이 아닌가? 내관을 좀 불러보아.

최응    예, 폐하. 밖에 내관 있는가? 안으로 들게.

대답소리와 함께 대전내관이 안으로 들어온다.     그의 표정도 긴장해 있다.

대전내관        폐하, 찾아계셨사옵니까?

궁예    왜 이리 밖이 소란하느냐? 무슨 일이 있는 게냐?

대전내관        자세히는 모르오나 내군의 군인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사옵니다.

궁예    내군에서....? 무슨 일로 이 밤중에 내군이 소란스러워?

최응    아마도 그럴 말한 사정이 있는 것 같사옵니다. 신이 나가서 알아보겠사옵니다.

궁예    그래, 좀 알아보아. 아니, 아니지. 내군의 장군들을 좀 오라고 해. 그게 편하지 않겠는가? 내군의 장수들을 들라고 해.

대전내관        예, 폐하.

대전내관이 그렇게 급히 나간다.  쇠방망이를 다시 만지며 고개를 갸웃하는 궁예의 표정에서.....

 

               

씬 5 동 황궁 황후전 복도

       

진내관이 급히 복도를 들어와 황후전에 이른다.

제조상궁에게 말한다.

진내관  어서 알려주시게.

제조    황후마마, 진내관이옵니다.

연화    (E) 들라하여라.

진내관이 안으로 들어간다.

 

               

씬 6 동 황후 전 안

       

연화가 진내관을 보고 있다.

연화    뭐라고? 변이 일어나?

진내관  아마도 그런 것 같사옵니다.      온 황궁 안이 들끓고 있사옵니다. 내군의 군사들이 계속해 밖으로 나가고 있고, 좀 전보다도 더 엄히 황궁을 에워싸고 있사옵니다.

연화    대체 무슨 일로?

진내관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사오나 저자거리에 통금령과 함께 비상이 내려졌다 하옵니다.

연화    이게 무슨 소리인가? 폐하께서는 어찌하고 계시는가?

진내관  아직 거기까지는 모르겠사옵고...

연화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겐가? 뭔가 난리가 있지 않고서야 어찌 내군이 이렇게 소란스러울 것이며 도성 밖 거리를 군인들이 장악한단 말인가? 다시 알아보게. 무슨 일인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게.

진내관  예, 황후마마.

진내관이 나가자 연화는  다시 소리친다.

연화    제조상궁은 들어오게.

제조    (대답하며 들어온다) 예.

연화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다. 가서 태자들의 안위를 알아보거라.       그리고, 대전에 계시는 폐하께서 어찌하고 계시는 지도 알아보도록 하라.

제조    예, 황후마마.

연화    무슨 일일꼬...?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꼬....?

 

               

씬 7 동 대전 복도

       

종간이 와서 선다.       대전내관이 즉시 안에 아뢴다.

대전내관        페하, 내원께서 드셨사옵니다.

궁예    (E) 어서 뫼시게.

 

               

씬 8 동 대전 안

       

종간이 와서 예를 올리고 앉는다.

종간    폐하, 밤이 깊었사온데 아직도 아니 주무셨사옵니까?

궁예    오늘따라 잠이 안 와서요.        이 쇠방망이가 어떻소이까? 관심법과 더불어 쓴다면 아주 제격이 아니겠소이까? 허허허....

종간    ........

궁예    헌데, 내군의 장수들을 좀 오라고 하였는데 내원께서 오셨구료. 밖에 무슨 일이 있소이까?

종간    예, 뭐 그런 일이 좀 생긴 것 같사옵니다. 아침이면 아시게 되옵니다.

궁예    대체 무슨 일이길래.....?

종간    허허허, 뭐 대단한 것은 아니옵니다. 소인배들이 장난을 치려다가 걸려들었사옵니다.

궁예    장난....?

종간    예, 폐하. 역모사건의 고변이 들어와..... 만약을 염려하여 군사들을 배치하고 있사옵니다.

궁예    역모라니.... 어디서 누가 말이오?

종간    확인 중에 있사옵니다. 아침이면 다 드러날 것이옵니다. 이 밤은 그저 편히 침수드시오소서. 신이 있는 한 이 궁성은 걱정하지 마시오소서. 내군들이 철벽처럼 에워싸고 있사옵니다.

궁예    역모라...역모....?

종간    아침이면 아실 수 있사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오소서.

 

               

씬 9 철원 저자 거리

       

어둠 속을 내군들이 이리저리 달려가고 있다.      곳곳에 군사들이 지나치는 것이 보인다.

 

               

씬 10 아지태집 외경

       

능달이 다가와 급히 대문을 두드린다.

잠시 후 아지태집 집사가 문을 열면 능달이 급히 말한다.

능달    나으리 계시오? 급한 일이 생겼소이다. 급한 일이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면.

 

 

               

씬 11 동 집 사랑

       

아지태가 놀란 표정으로   능달을 보고 있다.

아지태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게야, 지금? 내군들이 도성을 장악했어?

능달    예, 나으리. 순식간에 전 내군이 동원되어 병부와 순군부의 지휘부를 접수하고 있사옵니다.

아지태  ..........?(사이) 순군부의 임장군은 뭘 하고 있는가? 

능달    댁에서 주무시다가 영문도 모른 채 순군부 본영으로 소환되어 가셨사옵니다.

아지태  소환....?

능달    예, 나으리.

아지태  가서 입전, 신방을 데리고 오게. 뭔가 일이 잘못된 것 같구먼.

능달    그렇지 않아도 알아보았사온데 입전, 신방 두 분이 초저녁에 황궁으로 들어갔다는 것이 확인되었사옵니다.

아지태  황...... 황궁으로 들어가......? 그들 두 사람이 말인가?

능달    일이 잘못된 것 같사옵니다.       피하시오소서.

아지태  피하다니? 이 철원 안에서 어디로 피할 수가 있단 말인가? 당황할 것은 없어. 의연해야 해. 우리끼리 미리 약속해 둔 것이 있지 않은가? 그대로만 하면 돼. 우리는 국사를 의논하였지 역모를 한 사실이 없단 말일세.

그때, 다시 또 요란하게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    (E) 내군에서 왔소이다. 내봉성령 아학사는 즉시 입궁하라는 폐하의 영이시오. 문을 여시오.   문을 여시오.

그 소란스러운 소리에 아지태는 차갑게 표정을 가다듬는다.  그의 시선에서....

 

               

씬 12 순군부 외경

       

대문이 열려 있고, 이미 내군들이 속속 도착하여 에워싸고 있다.

 

               

씬 13 동 순군부 안

       

횃불이 대낮처럼 밝다.

곳곳에 내군들로 가득하다. 그 동헌마루에 내군 부장 금대가 수하들을 거느리고 위압적으로 임춘길을 보고 있다.

임춘길 옆에 기전이 떨며 보고 있다.

금대    이보시오, 임장군. 우리 내군에서 여기를 왜 왔는지 아시겠소이까?

임춘길  글, 글세올시다. 이 새벽에 대체 이...무슨 일인지?

금대    장군의 인수를 내놓으시오. 군을 지휘할 수 있는 그 인수 말이오. 폐하의 영이시오.

임춘길  대체 무슨 일이오이까?

금대    역모올시다. 군의 실질적인 지휘부인 이곳 순군부에서 간신 아지태를 도와 역모를 일으킨다는 고변이 있었소이다.

임춘길  그게 무슨 말씀이오? 역모라니? 세상에 누가 그런...

그러자, 금대가 그대로 발로 내지른다.    임춘길이 나뒹군다.

금대    너희 놈들은 처음부터 우리가 다 보고 있었어. 알겠는가? 어찌 그렇게 우리 내군을 우습게 보았단 말인가? 이 자를 끌고 가라!

임춘길  아니, 이보시오. 금부장....      금장군.....

금대    인수를 압수하고 어서 끌고 가라.

내군들이 대답하며 임춘길을 압송한다.    기전도 끌려간다.

               

씬 14 저자 거리

       

밝아오는 새벽 속에서 병부령이 된 원극유가 내군들의 호송을 받으며가고 있다.

원극유  아니, 이보시오들. 나는 병부령이오. 내군에서 무슨 까닭으로 이 새벽에 나를 이렇게 끌고 간단 말이오?

장일    끌고 가는 것이 아니옵니다. 대역사건이 터졌사옵니다.

원극유  대역 사건?

장일    역모가 발생을 했으니 제일 먼저 군부를 통제해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그래서 뫼셔 가는 것이니 그리 아시오소서.

원극유  대체, 누가 역모를 일으켰다는 것이오?

장일    가보시면 알 것이옵니다. 아침이면 신료들이 모두 다 조회에 들게 되어 있사옵니다. 

 

               

씬 15 강장자 집

       

집밖의 저자 거리로 군사들이 몰려오고 있다.      그들은 다가와 강장자의 집 문을 두드려 댄다.

 

               

씬 16 동 집 안채 방

       

강장자가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킨다. 백씨도 놀라 일어난다.

강장자  이게 웬 소란인고?

백씨    그러게 말이옵니다.

강장자  누가 왔나? 아니 그래도 그렇지 이 새벽에 누가 온단 말인가?

백씨    사람들이 많이 온 것 같사옵니다. 소리가 그렇지 않사옵니까?

강장자  그러게 말이오.

강장자는 옷매무새를 고치며 밖으로 나가다가 고개를 갸웃하며 미소를 짓는다.

강장자  혹시.... 아학사가 벌써 일을 다 끝낸 것이 아닌가?

백씨    일을 끝내다니요, 나으리?

강장자  그 일 말이오. 우리 태자가 옥좌에 앉는 것 말이오. 요 이삼일이라고 하였소이다. 그 일 말고 이 새벽에 누가 날 찾아오겠소이까? 허허허...생각 밖으로 일이 아주 빨리된 모양이구먼. 역시 아지태 그 사람은 참으로 대단해.

 

               

씬 17 동 집 마당

       

방안에서 마루로 나오던 강장자가 기겁을 한다.    은부가 부장들과 함께 서 있다.

은부    허허허, 강장자 어른, 새벽에     패를 끼치게 되었소이다.

강장자  은장군, 어, 어쩐 일이시오?

은부    일이 있으니까 오지 않았겠소이까? 폐하께서 보고 싶어하시니 황궁으로 가셔야겠소이다.

강장자  대, 대체 무슨 일이오?

은부    몰라서 물으시는 것이오? 아지태와 한 이야기를 벌써 잊어버리셨소이까? 그래도 황후마마의 아버님이신지라 내가 내군의 수장으로써 직접 뫼시러 온 것이올시다. 가십시다.

백씨    (그때 나오며)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된 것입니까, 은장군?

은부    역모올습니다, 대부인마님. 어리신 태자마마를 보위에 올리시고 지금의 폐하를 시해하려 한 역모지요. 얘들아, 장자 어른을 뫼시어라.

강장자  아니, 저, 저..... 대체 누가 그렇게 고해바쳤단 말이오? (백씨 보며) 모르는 일이올시다. 나는 모르는 일이올시다. 이건 금시초문이예요.

은부    어서 뫼시어라.

 

내군들이 대답하며 강장자를 끌고 간다.

은부    역적놈 같으니.... 네가 어찌 황후의 아비라고 할 수 있느냐?       누가 오늘날 이처럼 보살펴 주었는데... 은혜를 악으로 갚으려 했다니 몹쓸 늙은이로구나....         어서 데려가라.

강장자  아니, 이보시오, 은장군, 은장군........?

 

               

씬 18 황궁 정문(아침)

       

대소신료들이 모두 들고 있다.

내군들이 삼엄하게 도열하여 지켜서 있다.

광치나인 박질을 비롯하여 박지윤 부자, 복지겸, 환선길, 이흔암, 배현경, 홍유, 김락, 염상, 왕식렴, 왕신 들과 함께 많은 신료들이 그렇게 들고 있다.  모두들 겁먹고 두려운 표정들이다.

 

               

씬 19 동 황궁 대전

       

궁예가 여전히 쇠방망이를 만지며 종간과 함께 들어와 있는 입전과 신방을 보고 있다. 그들은 이미 궁예의 시선 앞에 풀이 죽어 있다.

궁예    나를 죽이고, 태자들을 앉히려 했다?

입전    예.....예, 폐하....

궁예    아지태가 강장자와 손을 잡았다?

입전    그러하옵니다, 폐하.

궁예    그리고, 순군부에서 군을 지휘하는 임춘길이가 군대를 동원하려 했다? 제법 계획은 아주 좋았구먼 그래.

종간    폐하, 이미 신료들이 다 들었고 주요 주모자들은 별도로 압송해 조당 밖 뜰에 대기해 놓았사옵니다. 폐하께서 납시어 친국하시오소서.

최응    ........

종간    아지태의 역모는 일찍부터 예견된 일이었사옵니다. 이번 주모자들 또한 모두가 청주인들이옵니다.

궁예    그런 것 같구료. (쇠방망이 계속 만지며 본다) 그런 것 같기는 한데...

종간    내군을 시켜 군의 지휘권과 통수권을 모두 장악해놓았사옵니다. 이제부터는 저들에게 내리실 벌이 필요하옵니다. 폐하의 위엄을 보이시오소서. 아무도 감히 폐하께 범접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시오소서.

궁예    대소신료들이 다 모였다고 하였소?

종간    예, 폐하.

궁예    아지태나 강장자, 임춘길이도 다 잡아 왔다구?

종간    그러하옵니다. 속히 나가시어 친국하시오소서.

궁예    (한참 생각하다가 방망이를 탁자에 소리나게 놓는다) 아니오.

종간    예...? 아니, 폐하....

궁예    나는 물론 저들을 관심법으로 볼 수가 있소이다. 그러나 내 관심법에는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죽어. 이 일은 내원이 알아서 그 전말을 살펴보도록 하시오.

종간    폐하, 신이 할 일이 아니옵니다. 대역사건이옵니다. 폐하께서 직접 친국하셔야 하옵니다.

궁예    글쎄, 내원께서 하라고 하지 않았소이까? 그러다가 안되면 내가 하겠소이다. 가서 그 전말을 알아보시구료. 그대들도 나가봐.

입전,신방       예, 폐하.

종간은 안타깝다.        상상외의 일인 것이다.   궁예는 아무일 없다는 듯 다시 쇠방망이를 닦는다. 입전, 신방이 나간다.    종간은 다시 청한다.

종간    폐하, 아지태가 강장자와 손을 잡고 일으키려던 대 역모사건이옵니다. 이런 일은 빨리 판단하시고 처결하셔야 하옵니다. 신이 다룰 일이 아니옵니다. 어서 납시오소서.

궁예    아니라고 하였소이다. 이번 일은 내원께서 맡으시구료. 가보세요.

종간    폐하.......?

궁예    아, 가보시라니까요.

종간    (할 수 없다) 예, 폐하. 오늘은 그리 하겠사옵니다. 하오면....

종간은 그렇게 물러간다. 말없이 쇠방망이를 닦던 궁예가 중얼거린다.

궁예    이럴 때가 가장 괴로운 일이야. 아니 그러냐, 최응아?

최응    .......

궁예    저 내원은, 사람은 더 없이 그만인데 가끔씩 엉뚱한 일을 들고 나오지. 지난번에도 죄 없는 왕건이와 아지태가 죽을 뻔하였어. 저 사람은 그걸 충성이라고 생각한단 말이야.

최응    .......

궁예    너도 가서 보거라. 이번에는 이 일을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끝을 맺는가 좀 보고 와서 얘기를 해 주거라. 가 보아.

최응    예, 폐하.

최응이 그렇게 나간다.    궁예는 혼자 남자, 골똘히 생각에 빠진다.

궁예    또 아지태인가? 그리고, 강장자인가? (도리질하며)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게야? 왜 또..... 도대체 나를 보고 어쩌라고? 내원은 왜 이런 일을 또 만드는 게야, 왜? (생각하다가) 대전내관 있느냐?

대전내관        (E) 예, 폐하.

궁예    들어오너라.

 

               

씬 20 조당 밖 뜰

       

신료들이 모두 모여 있다. 강장자, 아지태, 임춘길, 기전, 능달이 한쪽으로 있고. 나머지 신료들이 보고 있다. 종간과 은부가 그 중앙에 서 있다.

종간    이번 일은 명명백백하게 드러난 대역사건이오. 무엇보다도 증인이 있고 그 내용이 소상하게 드러나 있소이다. 자, 아학사.

아지태  예, 내원어른.

종간    모든 것을 순순히 자백하고 일을 빨리 끝내는 것이 어떠한가?

아지태  소인은 무슨 말씀이신지 도무지 모를 일이외다.

종간    허허허, 모른다고 될 일이 아니지 않는가? 임춘길은 듣거라.

임춘길  말씀하시오.

종간    아지태가 너를 유혹하였느냐? 새 나라를 세우고 태자 마마를 뫼시자고 말이다. 그리 하였느냐?

임춘길  모를 일이올시다.

종간    이보시오, 의형대령.

입전    예, 내원어른.

종간    저 사람들은 아니라고 하는데 어떻게 된 일이오?

입전    사실이옵니다. 이미 여러 차례 걸쳐 비밀리에 회동을 가졌고, 군사를 동원하고 폐하를 시해하려 했사옵니다.

종간    이래도 거짓말을 하겠는가? 이번 일은 절대로 도망가지 못할 것이다. 너희들이 죄를 자복하면 폐하께서도 인정을 베푸실 수 있느니라. 그러나, 계속 거짓을 말한다면 육신이 온전치 못하게 될 것이다. 알아듣겠느냐?

아지태  하하하, 도무지 모르겠소이다. 이보시오, 내원어른. 내원께서 이 사람을 미워한지가 아주 오래 되셨소이다. 그때도 내원께서 우리를 조사하였고 죽이려고 하였지만, 폐하께서 구해주셨소이다. 이번에도 그런 경우인 것 같소이다.

은부    닥치거라. 사안이 분명하고 모의에 가담한 자가 고변을 해왔는데도 부인을 하려는 것이냐?

임춘길  저 자들이 우리를 음해한 것이오. 네 이놈들..... 너희들이 누구 때문에 벼슬을 하고 있느냐? 이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놈들 같으니라구.....

종간    이보시오, 강장자. 도대체 무엇이 부족하여 이런 역적 놈들과 어울리셨단 말이오? 그대는 황실의 외척으로써 대체 그리 불만이 있었다는 것이오?

강장자  모를 일이올시다. 나는 도대체 이 일이 왜 일어났는지 아무것도 모르겠소이다.

종간    모두들 모른다, 허허허허...모른다....?

아지태  음해올시다. 해도 해도 너무하시오이다. 우리를 이렇게 막 죽이려고 해도 되는 것이오이까? 억울하오이다. 너무 억울하오이다. 하늘이 내려다보고 있소이다.

신료들  .......

종간    닥쳐라. 이거 정말 아니되겠구나. 순순히 말로 해서는 아니되겠어. 여봐라, 내군들은 무얼 하느냐? 형틀을 대령하라. 뼈가 부서지고 살이 헤어져야 바른 말을 할 것이다.

최응    ........

종간    어서 대령하라.

 

내군들이 형틀과 형기구들을 대령한다.

종간    저들을 붙들어 매라. 그리고 사정없이 벌을 가하라.

아지태  너무 하시오. 내원 너무하시오. 이렇게 사람을 잡는 법은 없소이다.

종간    바른 말을 할 때까지 너희들은 엄청난 고통을 맛보게 될 것이다. 여기서 살아서는 걸어나가지 못할 것이야. 시행하라.

내군들이 대답하며 주리를 튼다.  비명 소리가 진동한다.   어느 담 모통이에서 대전내관이 보고 있다가 사라진다.

               

씬 21 황궁 황후전

       

연화가 놀라서 진내관을 보고 있다.      

연화    역모사건이었단 말이지? 아버님과 아학사가 그렇게 자주 만난다고 하더니, 역모가 드러났다구?

진내관  예, 황후마마. 이미 그 일에 가담했던 입전과 신방이라는 의형대 신료들이 고변을 했다하옵니다.

연화    고변을 해?

진내관  예, 마마.

연화    폐하께서는 친국장에 아니 계신다구?

진내관  예, 이번 일은 내원께서 다스리신다 하옵니다.

연화    드디어 일이 터졌구나. 내가 그토록 경계를 하라 청하였건만... 그예 이런 일을 내고 말았어.... 그래 아버님은 지금 어찌하고 계시는가?

진내관  지금 막 고문이 시작되고 있다 하옵니다. 물론, 장자 어른은 아직 그 고문을 받지 않고 있다 하옵니다만은....

연화    이 일을 어이할꼬... 그예 이런 난리가 났어.

 

 

               

씬 22 동 대전

       

궁예가 대전내관을 보고 있다.

궁예    뭐라고? 저들은 자복을 하지 않고 있고 내원이 고문을 시작했어?

대전내관        예, 폐하.

궁예    안되지. 그렇게 고문을 하고 그래서야 되겠는가? 순리대로 하라고 하게. 원래 사건이라는 것이 그 증거는 물론 정황과 사실이 드러나야 그때 비로소 고문도 하고 그러는 것이야.... 가서 전하라. 순리대로 하라고 하라.     알겠느냐?

대전내관        예, 폐하.

 

               

씬 23 동 조당 밖 뜰(밤)

       

비명 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신료들은 아직도 그렇게 보고 있다.

종간    말하라. 너희들은 절대로 여기서 바른 말을 하지 않고는 나갈 수가 없을 것이다.

아지태  모르오....억울하오.....

종간    새로운 세상을 네가 연다고 하였지? 그리하여 폐하의 용안을 흐리게 하고 간계를 떨며 오로지 권력만 움켜쥐려고 했던 너 아지태였느니라. 네놈이 지금 이 나라와 폐하를 얼마나 욕보였는고?

아지태  모를 일이오. 폐하가 아신다면 절대로 이러지 아니하실 것이오.

임춘길  그렇소이다. 나야말로 참으로 억울하오이다. 

강장자  이보시오, 내원. 저 자들이 우리를 음해한 것이오. 나도 모르는 일이오.

신료들  ..........(그 면면이 지나친다)

최응    .......... (무엇이 진실인지 알려 한다)

입전    사실이옵니다. 저들이 지금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이옵니다.

신방    그렇사옵니다. 모두 거짓이옵니다. 저희들 말이 맞사옵니다.

종간    더욱 틀어라. 뼈가 부서지게 틀어라.

비명 소리가 더욱 커지고 처절하다. 기전이 아픔을 참지 못한다.

기전    내원어른...... 마....말하겠사옵니다.

종간    그래, 말해봐라. 잠시 멈추어라. 자, 말해보아라. 무슨 일이 있었느냐? 어떻게 역모를 언제부터 하였느냐? 말해보아라.

아지태들        .........(긴장한다)

그때, 대전내관이 허겁지겁 달려온다.

모두들 본다.

대전내관        내원어른, 폐하의 영이시옵니다.

종간    무슨 일인가?

대전내관        폐하께서 이르시기를 모든 것은 순리대로 하시라 하셨사옵니다.

종간    순리...?

대전내관        정확한 증거와 정황에 의해서 사건을 다스려라 하셨사옵니다. 고문을 하지 말라 이르셨사옵니다.

은부    어떻게 그런 말씀을..... 이 자들은 분명한 죄인이야.

종간은 괴로운 듯 눈을 감는다.   박지윤 부자와 더불어 식렴 형제, 그리고 장수들 모두가 그런 종간을 보고 있다. 

종간    자, 말해보거라. 말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어떻게 역모를 하였느냐?

기전    (아지태들 눈치를 본다) 역모는.... 하지 않았사옵니다.

종간    뭐라고? 네이놈 네가 지금 나를 가지고 장난하고 있는 것이냐? 이놈들 더욱 주리를 틀어라.

아지태  지금 폐하께서 이렇게 잔인한 혹형은 하지 말라고 하셨소이다. 내원께서는 폐하의 위엄보다도 더 높이 계시는 것 같구료. 허허허허....

종간    (부들부들 떨며) 간교한 놈들이로구나... 이 간교한 놈들.....

그렇게 분해 있는 종간의 표정에서 디졸브.......

 

               

씬 24 동 대전 안

       

궁예가 생각에 잠겨 있다. 자꾸만 머리를 내젓고 있다. 술을 마신다.

궁예    (E) 아지태가 모반을 꾸몄다...? 그리고 군을 동원하고.... 태자를 앉히려고 했다.....? (사이) 그럴 수도 있는 일이야. 나는 이렇게 병이 들었고... 내가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이미 알 사람은 다 알아. (슬픈 듯) 그래, 왕건 아우도 그랬고, 내원도 그랬다. 나의 병이 깊으니 쉬라고..... 하지만 아지태는 아무말도 없었다. 그 자도 나의 병을 알고 있으면서 말이야. (사이) 하지만 아지태는 나와 마찬가지로 북벌에 미쳐 있는 사람이 아닌가? 왜 모반을 한단 말인가? 아니, 아니야. 내원이 그렇게 경박하게 저들을 끌어들여 제거하려고 할 리는 없어. 허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이럴 때에 왕건 아우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이럴 때에....

 

대전내관        (E) 폐하, 원봉성령이옵니다.    

궁예    그래, 들라하라.

최응이가 들어선다.      궁예가 보다가 묻는다.

궁예    밖에 일은 어찌되어 가고 있느냐?

최응    폐하께오서 혹형을 금하라 하시어 오늘은 일단 죄인들을 하옥시켰사옵니다.

궁예    네가 보기에 어떻드냐? 

최응    아직 이렇다 말씀드릴 일은 아니오나 분명히 뭔가가 있는 것 같사옵니다. 계속해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사옵니다.

궁예    이럴 때에 왕건 아우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내가 그 아우를 부르라고 한 일은 어찌 되었느냐?

최응    이미 칙사가 나주에 도착을 했을 것이옵니다, 폐하.

궁예    그래, 그래야지. 그 아우가 빨리 와야 해. 그 아우라면 공정하게 이 일을 볼 수 있을 것이야. 내원도 믿지 못하겠고, 저 아지태도 지금으로써는 알 수가 없어. 그 아우가 빨리 와야 해.

 

               

씬 25 나주 관아(낮)

       

 

               

씬 26 동 관아 안

       

왕건이 황궁에서 온 칙서를 보고 있다.    그 앞으로 태평, 김언, 유금필, 능산, 전이갑, 윤신달 들이 보고 있다.      다련군과 만삭이 다 된 오씨도 있다.

오씨    서방님, 황궁에서 무슨 일로 칙사를 보낸 것이옵니까?

왕건    나를 보고 그만 황도로 돌아오라는 구료.

다련군  하기사 폐하께서는 왕총사가 이곳에 다시 오기 전부터 빨리 일을 끝내고 돌아오라고 하셨네 그려. 가보아야지.

태평    예견된 일이었사옵니다. 차비를 차리셔야 하겠사옵니다.

유금필  그렇다면 이번에 시중으로 가시는 것이옵니까?

능산    폐하께서 약속하신 일이시니 틀림없이 그럴 것이옵니다.

오씨    일단 황궁으로 가신 후에 벼슬이 다시 내려지시겠지요. 지금은 벼슬이 중요한 것이 아니옵니다. 그곳에 가셔서 어떻게 처신을 하실 것인가가 더 급할 것이옵니다.

태평    마님의 말씀이 참으로 옳사옵니다.

김언    모쪼록 조심하시오소서, 총사.

윤신달  이곳은 일단 저희들이 맡고 있을 터이니, 마음 편히 올라가시오소서.       

전이갑  한동안 나주에서는 전쟁이 없을 것 같사옵니다. 올라가셔서 기회가 닿으시면 저희들을 다시 불러주시오소서. 군인이란 전장터에 있어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윤신달  그렇사옵니다. 총사께서는 곧 시중이 되시옵니다. 그 자리는 신료들 중 으뜸의 자리가 아니옵니까? 저희들을 기억해주시오소서, 총사.

김언    하하하, 이거 그러고 보니 이 자리가 청탁이 오가는 자리가 되었사옵니다. 아니 그렇사옵니까?

다련군  하하하, 그런 것 같소이다.

모두들 그렇게 한바탕 웃는다. 왕건이 문득 오씨를 본다.

왕건    부인은 이곳에 좀 더 계셔야겠소이다. 어차피 만삭이니 출산을 하셔야 하지 않겠소이까?

오씨    이미 그렇게 하기로 하였사옵니다, 서방님. 

왕건    우리 왕씨 가문에 대를 잇는 일이오. 부인, 힘이 들더라도 조심하고 잘 견뎌주시구료.

오씨    예, 서방님. 이곳은 제 친정이옵니다. 아무 걱정마시오소서.

왕건    고맙소이다, 부인. 자, 그러면 태평 군사와 금필, 능산 아우는 나와 함께 가고 윤장군과 전장군은 여기 김언 장군을 도와서 나주를 잘 지켜 주길 바랍니다. 우리는 떠날 준비를 해야겠소이다.

그들    예, 장군.

다련군  허허, 이렇게 또 이별이로군 그래. 나는 그 황도 이야기만 나오면 자꾸만 가슴이 떨리네. 그 곳이야말로 한치 앞이 안 보이는 곳이야. (도리질하며) 그리고, 자네가 이렇게 가고 나면 백제의 견훤왕이  또 어떻게 나올지 그것도 실은 걱정이야. 어지간한 사람이래야 말이지.

 

               

씬 27 완산주 황궁 외경

       

               

씬 28 동 대전 안

       

최승우가 견훤과 마주해 있다.

견훤    마진이라는 나라 이름이 태봉으로 바뀌었다고?

최승우  예, 폐하. 이미 작년 겨울의 이야기라 하옵니다.

견훤    궁예왕 그 사람은 알 수가 없구먼 그래. 벌써 몇 번째 나라 이름을 바꾸는가?

최승우  그만큼 태봉이라는 나라의 사정이 안정되지 못하다는 증거이옵니다.

견훤    그건 그래. 그러니까 이리 바꾸었다가 저리 바꾸었다가 하는 것이지. 그 사람도 그만큼 불안하고 초조한 것이야.

최승우  그런 것 같사옵니다.

견훤    하긴 그래. 어느새 나도 나이만 먹었어. 내가 오래 마흔하고도 여섯이야. 조금 있으면 쉬흔이 된단 말일세. 무엇하나 이루어 놓은 것은 없고, 세월만 가고 있어.

최승우  어인 말씀이시옵니까? 폐하께오서는 오늘 날 이만한 대 제국을 이루시었고 삼한을 호령하고 계시옵니다.

견훤    (도리질) 아니야. 영토로 치자면 우리 백제보다도 태봉국이 더 커. 그리고, 삼한 중에서 제일 좋은 위치를 점하고 있어.

최승우  하오나, 그것이 오히려 병이옵니다. 태봉의 궁예왕은 턱없는 욕심을 부리며 북벌을 준비하고 있다 들었사옵니다.

견훤    그럴만하지 않은가? 사실 얼마나 웅대하고 사내다운 포부인가? 나라도 그런 위치에 있었다면 품어 볼만한 꿈이야. 대 제국의 꿈, 그 얼마나 웅장한 것인가 말이야. 헌데, 나는 뭔가? 금성에서는 큰 망신을 당했고 위쪽으로 가려하니 아버님 또한 이 자식 얼굴에 똥을 퍼붓고 계시네.

최승우  잘 되실 것이옵니다. 나쁜 기억은 버리시오소서. 그래도 삼한의 마지막 주인은 폐하께서 되실 것이옵니다. 전선을 다시 점검하시고 이제부터는 신라 쪽으로 눈을 돌리시오소서. 아직 그곳은 비어있사옵니다.

견훤    (끄떡인다) 옳은 말이야. 다시 해야지. 다시 시작해야 말구.

 

               

씬 29 바다

       

왕건 일행들이 가고 있다.

 

 

               

씬 30 그 왕건의 배

       

왕건, 태평과 유금필, 능산이 선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다.

유금필  폐하께서는 아무래도 주군께 정국의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시려는 것 같사옵니다.

능산    아, 그러니까 전쟁이 끝나자마자 이렇게 급히 또 부르시는 것이지요.

태평    허지만, 철원은 별로 희망이 없사옵니다.

왕건    우리는 폐하의 영을 따를 뿐일세. 좋고 나쁘고를 따지는 것은 신하의 본분이 아니야.

태평    하오나, 내원도 있고 아지태도 있고 거기다가 폐하께서는 환후 중이시니 첩첩산중이옵니다. 시중의 벼슬을 하신다 한들 무엇하나 시원하게 일을 해 나가시기가 어려울 것이옵니다.

왕건    (생각이 많다).......

 

               

씬 31황궁 내원

       

종간과 은부가 심각하게 마주보고 있다.

은부    내원어른, 폐하께서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셔도 아실 수 있는 대역사건이옵니다. 하오나 이 일을 조사하는 것마저도 탐탁해 하시지 않고  계시옵니다.

종간    .......

은부    이러다가 아지태는 결국 우리의 그물을 빠져나갈 것이옵니다.

종간    하지만 어쩌겠는가? 폐하께서는 그 옛날 송악에서 있었던 아지태 사건으로 인해 지금 우리를 의심의 눈으로 보고 계시네. 그러니까 고문마저도 못하게 중단을 시키신 게야.

은부    (너무 분하다) 그렇사옵니다. 순군부의 그 기전이라는 자가 막 실토를 하려고 하지 않았사옵니까? 금방 다 드러날 일이었는데 다시 또 미궁에 빠져 버렸사옵니다.

종간    그렇게 되었어. 답답한 일이야.

은부    증인들이 있사옵니다. 그것도 저들과 함께 모반을 꾀했던 자들이옵니다. 그리고 사안이 분명하옵니다. 그런데도 어떻게 그런 자들을 두둔하실 수가 있사옵니까? 아무리 정신이 혼미하시다 하여도.... 이해가 아니 가옵니다.

종간    어, 허, 무슨 그 무례한 말을....

은부    송구하옵니다.

종간    (한숨) 잘못하다가는 의외로      이 사건이 오래가게 생겼네.      그렇게되면 아니되는데....       왕건이도 올라오고 있다지?

은부    그렇게 들었사옵니다.

종간    그 이전에 끝을 보아야 하는데, 어렵겠어. 만에 하나 왕건이마저 아지태를 두둔한다면 이 일은 결국 흐지부지 될 것이야. 충분히 그럴 공산이 있어.

은부    그럴 것이옵니다. 송악에서 아지태와 함께 내원어른께 큰 봉변을 당했으니까 말이옵니다. 우리 쪽을 거들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종간    그 점이 문제야. 그 점이....     더군다나 그 자는 지금 이곳에 도착하는 대로 시중의 벼슬을 받을 것이 분명해. 그렇다면 이번 사건은 왕건이가 맡을 수도 있어. 그렇게 되면 아니돼. 대역죄인들을 눈앞에서 다 풀어주는 어리석은 일이 일어날 것이야.     (한숨) 아, 어찌한다...?

        이 일을 어찌한다.....?

은부    차라리.... 내원어른?

종간    왜 그러는가?

은부    일이 엉뚱한 방향으로 잘못 가다가는 아지태와 손을 잡고 우리를 치려고 할지도 모르옵니다. 왕건이 말이옵니다. 그렇다면.... 왕건이를 다시 엮어 넣어 이번에는 아주 끝을 보는 것이 어떻겠사옵니까?

종간    끝을 본다....?

은부    이쪽이든 저쪽이든 결론을 내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종간    끝을 본다...... 끝을 본다.........?

그렇게 중얼거리는 종간의 표정에서...

 

 

        <끝 > (02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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