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 왕건 <제 124회>
줄거리
백제사신의 환영회 날, 환선길의 음모는 신속하게 진행되어 비무장의 왕건 일행과 환선길의 부대가 맞부딪치고 왕건의 목숨이 위태로워지는데.... 청주의 난을 진압하기 위해 출병한 유금필, 홍유의 군대는 청주에 다다르고 임춘길과 호족선장의 내통을 이용해 적진내부진입을 시도한다. 오씨와 수인은 서서히 그들의 야심을 드러내며 경계하고 아자개의 상주를 놓고 백제와 고려간의 경쟁이 노골화되는데....
씬 철원 황궁 외경(낮)
군사들의 움직임이 부산해 보인다. 내군들이 수많은 기치창검을 들
고 이동하고 있다. 내군은 지금의 의장병과도 같은 역할을 겸한다.
복지겸과 장일들이 보고 있다. 복지겸은 만족한 듯 끄떡이고 있고...
씬 그 일각
한쪽으로 신료들이 들고 있다. 김행선, 원극유, 박질, 유천궁, 유긍
달, 오다련, 박지윤 부자, 태평, 왕신, 입전, 배현경, 김락, 능산, 임춘
길 들이다. 문신은 관복을 입었고, 무신들은 무장을 한 차림들이다.
그 밖에도 수많은 대소신료들이 구름처럼 들고 있다. 오면서 원극유
가 김행선에게 예를 올린다.
원극유 지금 나오십니까, 시중어른?
김행선 그렇소이다, 병부령. 오늘은 아주 날씨도 화창한 것이 참으로 뜻있
는 날인 것 같소이다.
원극유 그러게 말입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입니까? 백제왕이 축하사절을
보내올 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김행선 그러게 말이올시다. 허허허. 이게 다 폐하의 큰복이십니다. 조짐이
아주 좋아요.
그 한쪽으로 유천궁, 유긍달, 오다련들이 오고 있다.
오다련 백제 사신이 왔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 고려가 삼국 중에 으뜸
이라는 것을 저들이 인정한 게 아니겠습니까?
유긍달 암요. 그렇지 않으면 뭣하러 사신까지 보냈겠습니까?
유천궁 그러고보면 거 백제왕도 아주 괜찮은 사람 같습니다. 참으로 어려울
때였는데 폐하께 큰 힘이 될 겝니다.
그 한쪽으로 태평이 오다가 박지윤 부자와 인사한다.
박지윤 허허, 이거 마치 나라에 무슨 경사가 있는 것 같구료.
태평 예, 장자어른. 경사가 따로 있겠사옵니까? 오늘 이 일이 바로 경사
지요.
능산, 배현경 김락 등도 인사를 나눈다.
능산 좋은 날이올시다, 장군.
배현경 그러게 말이올시다. 모처럼 훈훈한 모임인 것 같습니다.
김락 모처럼 조회에 갑옷을 입고 나오니 참으로 기분이 묘합니다.
능산 백제 사신에게 우리 군의 위엄을 보여주는 날이올시다. 갑옷을 입을
수 밖에요. 허허허.
이들은 그렇게 대중전 큰 전각 쪽으로 몰려들 간다. 그 일각으로 환
선길이 군사들을 이끌고 오고 있다. 향식도 한쪽으로 지나쳐 간다.
그들 형제는 서로 묵례를 올린다. 복지겸이 지나치다가 환선길과 인
사한다.
복지겸 허허, 환장군이시구료. 오늘따라 아주 바쁘시겠소이다.
환선길 황궁을 숙위하는 소임이니 그럴 수 밖에요. 허허허.
복지겸 우리 내군도 정신이 없소이다. 내군이 할 일을 환장군이 많이 대신
해주셔야겠습니다. 허허허.
그렇게 지나친다. 환선길은 의미 있게 주변을 보다가 궁 안쪽으로
사라진다.
씬 철원 저자 거리
내군 기병들의 인도하에 백제의 사신행렬이 오고 있다. 여전히 백성
들이 구름처럼 보고 있다.
백성1 백제에서 온 사신들이라는 구먼. 폐하의 등극을 축하하러 왔다는 것
이야.
백성2 백제에서까지 사신이 왔단 말인가?
백성1 아, 폐하가 누구신가? 얼마나 대단하시면 적국인 백제에서까지 사신
을 보낸단 말인가?
백성3 그건 그렇구먼. 허허, 행렬이 아주 대단하네 그려.
그들 그렇게 지나쳐 간다.
씬 황궁 어느 일각
환선길이 오는 데 눈치를 보고 있던 향식이 다가온다. 그리고, 어느
모퉁이에서 속삭인다.
향식 형님, 어제 제가 말씀드렸던 그대로이옵니다. 내군들이 지금 백제사
신에게 의장을 보이고자 정신들이 없사옵니다. 궁안이 거의 텅 비었
사옵니다.
환선길 지금 신료들이 다 들고 있어.
향식 다들 외성의 대중전 쪽으로 가는 것이옵니다. 준비는 되셨사옵니까?
환선길 그렇다네. 직계 수하들 오십여명이 황궁 숙위의 명분으로 곳곳에 이
미 배치가 되었다네. 내 영이 떨어지면 모두 올 것이야. 황제는 어
디에 있는가?
향식 아직 대전에 있는 것으로 아옵니다.
환선길 내가 주변을 보면서 그쪽으로 갈 것이야. 기회를 봐서 연락을 취하
거든 아우의 군사들을 데리고 중문 안으로 들어오게.
향식 예, 형님.
환선길 실수 없도록 해야 할 것이야. 모두의 시선이 지금 중문밖에 있는 대
중전에 가 있어. 내군들도 그렇고.
향식 그렇사옵니다.
환선길 황제가 대중전에 가려면 아직도 반 시각은 있어야 할 게야. 그 안에
모든 것이 끝나야 돼. 신호를 보내거든 즉시 중문을 닫게.
향식 예, 형님.
환선길 그 사이에 황제를 죽이고 일을 다 끝내야 해. 곧 보세.
환선길이 그렇게 한 쪽으로 간다. 이미 여러 명의 부장들이 따르기
시작한다. 그 한쪽에서는 상궁나인들이 바쁘다.
씬 황궁 대전 외경
장수장이 몇몇의 내군들과 경계를 서 있다.
씬 동 대전 안
왕건과 최응, 박유가 함께 해 있다. 왕건은 이미 황제의 위엄을 다
갖추었다. 금관에 황제복 차림이다.
왕건 신료들이 들고 있다고 했는가?
최응 에, 폐하. 사신들도 객관을 떠나 대중전으로 오고 있다 하옵니다.
박유 허허허, 서두르실 필요는 없사옵니다. 모두들 모이고 자리를 잡자
하려면 아직 여유가 있사옵니다.
왕건 황후들은 어찌 하고 있소?
박유 함께 사신을 맞으시는 것으로 알고 계시옵니다. 지금쯤 이리로 오시
고들 계실 것이옵니다.
왕건 그렇다면 굳이 이 대전 안에 앉아서 기다릴 게 무엇이오? 어차피
대중전으로 나가야 하니 밖으로 나갑시다. 산보도 할겸...
최응 그리하시오소서, 폐하.
왕건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박유와 최응이 함께 모셔 나가면 그 복
도에서 기다리던 대전내관과 내관들이 따른다.
씬 황궁 어느 전각길
유씨와 오씨가 태자를 데리고 오고 있다.
유씨 (초췌한 모습) 백제에서 사신이 왔다고?
오씨 예, 황후마마. 뜻밖에 큰손님이 온 지라 궐 안이 온통 수선스럽사옵
니다.
유씨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고... 앞으로도 서로 싸우지 않고 이렇게 사신
들이 오가면 얼마나 좋겠는가?
오씨 그러게 말이옵니다. 하온데... 어디가 편찮으시옵니까? 안색이 영 좋
지 않아 보이시옵니다.
유씨 아닐세. 먹은 것이 좀 얹힌 것 같으이.
오씨 조심하시오소서. 저도 이 궐에 들어온 이후 아직까지 영 자리가 잘
안 잡히옵니다. 뒤숭숭하니....
유씨 그래서야 쓰겠는가? 태자의 어마님께서 누구보다도 빨리 안정을 해
야지.
오씨 그러게 말이옵니다. 호호호.
그러다가, 그들은 한쪽에서 나오고 있는 수인을 본다. 수인은 그들
을 보고 깎듯이 예를 올린다.
수인 황후마마, 폐하께 납시옵니까?
유씨 그렇다네. 요즘 통 보지 못했는데, 별 일은 없고...?
수인 예, 황후마마.
오씨 누구보다도 바쁜 사람이 아니옵니까? 계속해 대전으로 폐하를 찾아
뵙고 있다 하옵니다.
유씨 대전에...?
수인 .............? (묘한 갈등)
오씨 대전은 국사를 논하는 곳이라네. 여인들이 자주 찾을 곳은 아닐세.
수인 예, 마마.
오씨 그 옛날 많은 고사를 보더라도 여인네의 잘못된 치맛바람이 한 나
라를 어렵게 하는 일들을 종종 보았지. 대전출입은 삼가 하시게.
수인 예, 마마.
오씨 호호호, 이래서 아우는 마음에 든다니까. 말귀를 금방 알아들어.
유씨 자, 어서들 가세. 저기 폐하께서 오시네 그려.
왕건일행이 오고 있다. 황후들이 예를 올린다. 저쪽 구석에 섰던 군
사 하나가 이들을 보며 슬며시 사라진다.
유씨 나라에 기쁜 일이 있다 들었사옵니다, 폐하.
왕건 어서들 오시구료. 기쁘다기보다는 짐이 등극한 이후 처음으로 사신
을 맞는 일이라 황후들을 불렀소이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천천히
저쪽 정원이나 둘러보며 가십시다.
그들 예.
그들 그렇게 간다.
씬 황궁 어느 전각 일각
그 군사가 숨가쁘게 달려온다. 서 있던 부장에게 뭔가를 속삭이자
그 부장은 눈빛을 예리하게 번뜩인다. 눈짓을 하자 부장 옆에 섰던
군사 하나가 다시 어디론가 달려간다. 그리고, 주변 군사들이 어디
론가 급히 흩어진다. 뭔가 일이 시작된 것이다.
씬 다시 황궁 어느 정자 혹은 그 근처 다른 전각
황제 일행들이 서서 꽃밭들과 먼 후원의 경치를 보고 있다. 숲이 가
득히 어우러져 있다.
왕건 이쪽은 참으로 풍광이 좋구료. 하긴, 그 옛날에 내원 종간이라는 사
람이 이 주변을 늘 이용했다고 들었어요.
수인 그 사람은 누구보다도 폐하를 괴롭힌 사람이 아니옵니까?
왕건 그렇기는 하지만, 청렴하고 깨끗한 성품이었지. 나는 개인적으로 참
으로 그 사람이 딱했다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모두들 ..............
왕건 나랏일이란 그래서 황제 혼자는 아니되는 것이야. 모든 국사는 신료
들과 함께 논하고 생각하고 또 결정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최응 폐하께서는 그것을 몸소 실천하시는 분이시옵니다.
왕건 허허, 글세... (주변 보며) 이 황궁은 참으로 사연이 많은 곳이오. 폐
주가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가 말이야. 헌데, 옛주인은 간 곳이 없고
허허허......
박유 지난 번 말씀드렸사옵니다만은 이번 청주 일이 해결되거든 속히 천
도를 하시오소서. 그곳에서 진정한 폐하의 꿈을 펼쳐 보이셔야 하옵
니다.
왕건은 대답이 없다. 그렇게 끄떡이고만 있다. 그때, 장수장이 이상
한 듯 주변을 본다. 저쪽 멀리 전각과 전각들 사이로 일단의 군사들
이 급히 이동하며 지나치는 것들이 보인다. 그리고, 다른 쪽에서도...
씬 황궁 대전 그 근처
환선길이 군사들을 데리고 달려오고 있다. 기다리고 있던 군사 둘이
군례를 올린다.
환선길 황제는 어디로 갔느냐?
군사 후원 쪽으로 가셨사옵니다.
환선길 후원..? 가자. (가다 말고) 내 아우에게는 이 일을 전했느냐?
군사 예, 장군.
환선길들이 급히 가고 있다.
씬 외성 대중전
여전히 많은 신료들이 들어서고 있다. 보고 있던 복지겸이 주변을
살피다가 무언가 생각에 잠긴다. 그러다, 급히 묻는다.
복지겸 이보게, 신방?
신방 예, 장군.
복지겸 아까 환장군이 어디로 가던가?
신방 황궁 대전 쪽으로 가는 것 같았사옵니다.
복지겸 (생각하다가) 환장군의 향식은 왜 아니 보이는가?
신방 글쎄올습니다.
복지겸 글쎄라니..? 향식부장은 우리와 함께 사신을 맞아야 하는 거 아닌
가?
신방 ........그렇사옵니다, 장군.
복지겸 이상하다. 신방 부장이 가라. 대전과 후원을 샅샅이 살펴라. 환선길
장군이 지금 어디에 있는 지도 속히 알아내라.
신방 예, 장군.
신방이 달려간다. 복지겸이 보다가 눈치를 잡고 슬며시 그 자리를
떠난다. 장일이 따라 붙는다. 물론 군사들도....
씬 황궁 안 그 정차 근처 또 다른 길
여기도 숲은 울창하다. 긴 담이 쳐져 있고.... 계속 장수장의 시선이
좌우로 움직이고 있다. 저쪽에서 황제들은 담소를 나누고 있다.
장수장 (수하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 이 주변을 지켜야할 내군들은 다 어
디를 갔느냐?
내군1 내군들은 모두 조금 전에 철수명령을 받고 어디론가 가버렸사옵니
다.
장수장 가버려..? 누가 그런 명령을 내렸단 말이냐?
내군1 향식부장이라 하옵니다.
장수장 향식...? 환선길 장군의 아우가 아니냐? (사이, 주변 보다가) 그렇구
나. 뭔가 일이 일어나고 있구나. (내군에게) 너희는 급히 달려가 이
곳으로 통하는 중문을 닫거라. 어서.
군사1 예, 부장어른. (급히 달려간다)
장수장 내관들은 너희 둘만 남고 속히 가서 저 숲에 나누어 숨어라. 그리
고, 조금씩 숲을 흔들어라. 나는 폐하를 모실 것이다. 너희 내군은
폐하 곁에 바짝 뫼시어 서라.
그들 예.
장수장이 급히 왕건 쪽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말한다.
장수장 폐하?
왕건 왜 그러는가, 장부장?
장수장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사옵니다. 저쪽 숲가로 가시오소서.
모두들 ...............(뻥해서 본다)
장수장 어서 납시오소서, 폐하. 그리고, 복병이 있는 것처럼 하시오소서.
왕건 무슨 소린가 그것이?
장수장 어서 자리를 잡아 좌정하시오소서, 폐하. 급하옵니다. 그리고, 모두
들 침착하시오소서. (강조하듯) 태연하게 환담을 나누시는 것처럼
하시오소서.
순간적이지만 왕건은 긴장하고 최응과 박유도 알아챈다. 여인들은
파랗게 질렸다.
장수장 어서요, 폐하. 어서요. 저쪽으로 폐하....
씬 동 황궁 대전 중문
향식과 그 군사들이 달려오고 있다.
향식 형님이 황제가 있는 곳으로 가셨다. 저쪽 후원이다. 우리도 어서 들
어가자. 어서!
그런데, 그들이 막 열려진 중문으로 들어가려는데 급히 문이 닫혀
버린다. 놀라는 향식.
향식 문을 열어라. 왜 문을 닫느냐? 문을 열어라.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는다. 향식이 다시 소리친다.
향식 뭔가가 이상하다. 눈치를 챈 것 같다. 서둘러라, 서둘러라. 열려진
문을 찾아라. 저쪽으로 가자.
향식과 군사들이 다시 달려간다.
씬 후원 동 정자 근처
겉으로는 아주 평온해 보인다. 왕건과 박유, 최응이 마주 앉아 있다
그리고, 황후들은 뒤에 서 있다. 장수장과 두 명의 내군이 눈을 번
뜩이고 있다.
씬 그 일각
환선길이 급히 달려온다. 수십명의 수하들과 함께 오다가 고개를 갸
웃한다.
환선길 내 아우는 도대체 어찌 된 게야? 벌써 이리로 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어서 가자.
그렇게 길을 돌아가면, 저만큼 황제들이 보인다. 환선길이 미소를
짓는다.
환선길 그렇구나. 역시 내군들은 없다. 군사들은 없어. 황제가 저기 있다.
환선길이 검을 뺀다. 그리고, 군사들과 함께 천천히 조여 들어가기
시작한다. 황제들이 자신을 보고 있다.
환선길 허허허, 왕장군. 환선길이외다.
모두들 ............... (본다)?
환선길 며칠 간 황제 자리에 앉아 보니 어떻소이까?
왕건 (아주 태연하게) 어서 오시오, 환장군. 내 오는 줄 알고 있었소이다.
가까이 오시구료.
환선길 가까이...?
왕건 내 목을 가지러 온 것이 아닌가, 환장군?
환선길 .................(잔뜩 경계하며) 그렇다. 목을 가지러 왔다. 내 비록 어쩔
수 없이 거사에 참여하였지만 지난 폐주의 은혜를 잊은 적은 없다.
네 목을 베어 폐주께 바치려 한다.
왕건 하하하하하.... 그렇다면 어서 와서 베거라.
환선길 ...............(계속 경계)
왕건 네 이놈 환선길. 일찍부터 네 놈에 관한 일은 들어서 알고 있었느니
라. 짐이 비록 장수들의 추대로 황제가 되었으나, 이 어찌 타고난
천명이 아니겠는가? 하늘의 뜻이 정해져 있는데, 네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이냐? 오냐, 어서 오너라. 이리 가까이 오너라.
환선길 .................(숲을 보았다)
여기 저기 가득히 움직이고 있다. 환선길이 당황하기 시작한다. 숲
은 더욱 더 움직인다. 그렇게 긴장의 짧은 시간들이 오가다가 환선
길은 급히 소리친다.
환선길 복병이다. 복병이 숨어 있다.
왕건 허허허, 환장군 내가 이리 오라고 하지 않는가?
환선길이 어쩔 줄 모르는데, 밖에서 와, 와 하는 함성소리들이 들려
온다. 환선길은 더 불안해 진다.
환선길 돌아가자. 군사들이 온다.
그들이 막 급히 다시 돌아서는데, 문이 열리면서 복지겸들이 들어선
다. 환선길은 너무 놀란다.
환선길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이냐? 내 아우 향식이는 어디 갔느냐? 내
아우는?
그러자, 복지겸이 수급 하나를 들어 보인다. 향식이다.
복지겸 이 머리를 찾느냐? 도망치는 것을 우리가 이미 목 베었다.
환선길 무엇들 하느냐? 저 놈들을 쳐라.
복지겸 움직이지 마라. 움직이면 모두 죽는다. 어서 무기들을 버려라. 무기
를 버리지 못할까?
그들 하나 둘 무기를 버리기 시작한다. 어쩔 줄 모르는 환선길의 그
표정으로 천천히 복지겸들이 다가온다.
복지겸 환장군, 안되었네 그려. 끌고 가라.
장일 끌고 가라.
군사들이 환선길을 끌고 간다. 환선길이 가다가 왕건을 본다. 왕건
은 그 앞에 서 있다. 복지겸이 와서 예를 올린다.
복지겸 송구하옵니다, 폐하. 하마터면 큰 일을 치를 뻔하였사옵니다. 참으로
크게 허를 찔릴 뻔하였사옵니다.
왕건 ................수고하였소. (장수장에게) 장부장이 공이 참으로 크이.
장수장 망극하옵니다, 폐하.
박유 폐하, 비록 경황 중이오나 이미 사신들이 와 있을 것이옵니다. 속히
납시오소서.
왕건 일단 그리 하십시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는 그들의 표정과 황후들의 안도감에서 디졸브...
씬 그 외성 대중전
내군들이 마치 의장병처럼 서 있고, 수많은 기치창검이 숲을 이루고
있다. 그런 사이로 백제의 사절들이 들어서고 있다. 그들은 옥좌에
앉아 있는 왕건에게 가까이와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린다. 왕건은 아
무일 없는 듯 웃음으로 그들을 맞는다.
왕건 어서들 오시오. 먼길을 이렇게 와주니 참으로 고맙소이다.
사신 신은 대 백제국의 일길찬 벼슬을 하는 민합이라 하옵니다. 아국의
폐하께오서 대 고려국의 황제폐하 등극을 축하드리랍시는 영을 뫼
셔 왔사옵니다. 삼가 감축드리옵니다.
모두들 .............(감격스럽다)
왕건 하하하, 참으로 이렇게 찾아와 주니 기쁘구료. 귀국의 황제께서는
별고 없으시오?
사신 예, 폐하.
왕건 나는 일찍이 그대의 황제를 뵌 적이 있소이다. 아주 어릴 때였어요.
그대의 황제는 남아 중에 남아이시고, 능히 영웅이라고 할 만한 분
이었소이다.
사신 망극하옵니다, 폐하.
왕건 깊은 생각이 있으시어 이렇게 그대를 보내 나의 등극을 축하해주니
이 어찌 양국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 아니리오. 귀국의 뜻을
아름답게 받을 것이오.
사신 망극하옵니다. (일어나 예물을 한쪽에 전한다) 이 예물은 저희 대
백제국 폐하께오서 보내시는 것이옵니다.
왕건 고맙소이다. 그대들을 위해 연회를 마련했으니, 흔쾌히 들고들 가시
구료.
사신 황공하옵니다, 폐하.
왕건 자, 시중은 무얼 하오? 어서 백제국의 사신들을 뫼시도록 하오.
김행선 예, 폐하.
그렇게 웃는 왕건의 표정에서 디졸브...
씬 연회장
아악이 흐르고 있고, 무희들이 춤을 춘다. 신료들은 여전히 기쁜 표
정들이다. 왕건은 견훤이 보낸 공작선(공작의 깃털로 만든 부채)을
보며 계속 웃고 있다.
왕건 아주 귀한 선물을 보내주셨소이다. 돌아가거든 귀국의 황제에게 이
고마움을 잘 전해주시구료.
사신 예, 폐하.
왕건 자, 드듭시다. 오늘 마음껏 들고 한 이틀 피로를 풀고 가시오. 허허
허. 자 경들도 모두 드십시다.
신료들 예, 폐하.
모두들 그렇게 술잔을 든다. 그런 그들의 표정에서...
씬 백제국 전주 황도 외경
씬 동 안
견훤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웃고 있다. 최승우, 능환, 박씨, 고비들이
함께 해 있다.
견훤 지금쯤 우리 사신이 고려에 왕을 만나고 있겠구먼.
최승우 그럴 것이옵니다, 폐하.
견훤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 아닌가? 세상에서는 내가 사신들을 보낸 것
이 대해 뭐라 할까?
능환 폐하의 크신 뜻을 우러러보지 않겠사옵니까?
최승우 그럴 것이옵니다. 아닌 말로 지금 고려의 황제가 누구이옵니까? 한
낱 무장으로 떠돌던 장수가 아니었사옵니까? 그런 자에게 그토록
후한 예를 베푸셨사옵니다.
견훤 그렇기는 하지. 그러나, 이 전국시대에 신라를 빼고는 지난 과거들
을 자신있게 내놓을 사람들이 누가 있겠는가? 나만해도 한때는 이
름 없는 서라벌의 무장이었어.
최승우 폐하와 왕건이는 다르옵니다.
견훤 다를 게 없어. 우리는 서로 삼한의 패권을 다투는 처지에 있어. 일
단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풀리지가 않아. 싸울 것은 싸
우고 또 서로 예우를 해 줄 것은 해주어야지. 헌데, 아우가 지금쯤
사벌주에 도착했는지 모르겠네 그려.
박씨 신첩이 보기로는 그리 기대하실 것이 없을 것 같사옵니다.
견훤 그건 또 무슨 소리오?
박씨 그곳에는 계모님이 계시옵니다. 왜 오늘날처럼 부자분이 거리가 멀
어지셨사옵니까? 다 계모님 때문이옵니다.
견훤 그걸 이제 와서 다시 따져본 들 무엇하오? 어차피 아우를 보냈으니,
이번을 계기로 해서 상주의 일은 다시 생각을 해봐야겠어.
능환 황후마마의 말씀이 일리가 있으시옵니다. 비록 대주낭자께오서 도움
을 청해오셨사옵니다만은 아자개 어르신이나 그 마님 또한 쉽게 변
할 분들이 아니시옵니다.
고비 그래도 그럴수록 가까이 하도록 노력을 해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최승우 그렇사옵니다. 지금껏 폐하께오서는 잘 참아오셨사옵니다. 어차피
이제 어른신께서는 노환이 드셨사옵니다. 어떻게든 이 기회에 마음
을 돌리시도록 해야 할 것이옵니다.
견훤 그래야지. 제발 그렇게 되어야지. 얼마나 오랜 세월을 서로가 원수
처럼 지냈는가 말이야. 생각할수록 마음이 아파. 잘 되어야 할 터인
데... 제발 잘 되어야 할 터인데... 그래서, 상주를 기점으로 삼아 다
시 저 고려를 노려보아야 하는데 말이야.
씬 사벌주 성 외경
씬 동 성 안
아자개와 박술희가 상봉을 하고 있다. 대주오 계모, 용개, 보개가 함
께 해 있다.
박술희 상부어른, 박술희이옵니다. 그 동안 얼마나 힘이 드셨사옵니까?
아자개 아이고, 말도 말게. 내 그 동안 자네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 줄 아는
가?
박술희 소장 또한 그러했사옵니다. 늘 상부어른의 그 깊으신 정을 잊은 적
이 없사옵니다.
아자개 그랬을 게야. 내가 그러했는데, 자네가 어찌 안 그랬겠는가? 아이
고... 아이고.... 참으로 이 통증은 참기 어렵네 그려.
박술희 의원들은 보이셨사옵니까?
계모 왜 아니 보였겠는가? (눈물 찍으며) 얼마 못 사신다네. 아이고, 이렇
게 하늘이 무너질 일이 있는가?
대주들 ................
박술희 소장이 자주 찾아 뵙겠사옵니다. 힘을 내시오소서, 상부어른.
아자개 암, 암. 그래도 자네를 보니 기운이 나네. 기운이 나.....
박술희 안타깝사옵니다. 머루주 두 섬을 가져왔사온데, 이렇게 드실 수가
없게 되었으니...
아자개 그러게 말일세. 너무도 원통허이. 세상 얼마나 야속한가? 나를 이렇
게 데려가다니 말일세.
박술희 죽고 사는 것은 하늘이 정한다는 말이 있사옵니다. 힘을 내시오소
서.
아자개 고맙네. 정말 고맙네. 아이고, 아이고.... 자네가 남이지만 내 여러 자
식보다 나아.
박술희 듣잡기 민망하옵니다, 상부어른.
그때, 밖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 (E) 나으리, 백제 황도에서 사람이 왔사옵니다.
모두들 ...............?
아자개 누가 와? 백제에서..? 백제에서 왜?
대주 들이게.
그러자, 능애가 의원을 데리고 들어선다. 아자개에게 절을 올린다.
아자개는 벌써 삐뚤어져 있다. 능애가 박술희를 보다가는 잠시 긴장
한다. 그러나, 다시 아자개에게 예를 다한다.
능애 아버님, 능애이옵니다. 얼마나 고생이 많으시옵니까?
아자개 왜 왔냐?
능애 아버님께서 편찮으시다기에 형님께서 용한 의원을 찾아 이렇게 소
자와 함께 보냈사옵니다.
아자개 용한 의원이야?
능애 예, 아버님.
아자개 허튼 소리 말아라. 이 늙은이가 언제 죽을 것인가 그걸 보러 왔지?
능애 그럴 리가 있사옵니까? 여기 좋은 약재들과 힘을 내시는 보약도 함
께 가져왔사옵니다.
아자개 보약 필요 없다. 내가 네놈들 속을 모를 줄 아냐? 날 살펴보러 온
게야. 오늘 죽을까 내일 죽을까 그걸 보러 온 게야.
능애 노여움을 푸시오소서. 형님폐하께오서 참으로 걱정이 많으시옵니다.
계모 잘도 걱정이 많겠네 그려.
대주 어쨌든 그 먼길을 아버님을 위해 왔사옵니다. 이보시오, 의원이라고
하셨소?
의원 예.
대주 그렇다면 진맥을 해보시구료.
의원 예.
그렇게 한참 싫다고 찌푸리는 아자개를 여기저기 진맥을 한다. 모두
들 그런 의원을 본다. 얼마나 그렇게 했을까? 의원은 한숨을 쉬며
도리질을 한다.
능애 환후가 어떠하신가?
의원 참으로 송구하옵니다. 이미 여러 의원들이 다녀갔다 들었사옵니다만
은.... 이 병은 뻔한 것이옵니다. 육종이옵니다.
능애 육종...?
의원 예, 말씀드리기 송구하오나.... 이미 연세도 높으시고.... 달리 약도 없
는 것으로 아옵니다.
모두들 ..............
아자개 예끼, 이놈아. 용하다는 놈이 그 소리하려고 여기까지 왔느냐? 달리
뭐 약도 없어? 나도 다 안다, 이 놈아. 썩 꺼지지 못할까?
대주 ..............(한숨)
의원 치료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옵니다. 귀한 약재를 찾기만 한다면...
그것으로 청혈해독하고 활혈거어하면 좋은 효과를 보실 수도 있사
옵니다만은...
능애 쉽게 말해보게. 무슨 말인가, 그게?
의원 피를 맑게 하여 독을 풀고, 탁한 피를 제거한다는 뜻이옵니다. 또한,
행기신결이라 하여 기를 원활히 하고 맺힌 곳을 풀어주면 이 병은
효과를 볼 수 있사옵니다. 그러나, 그러한 약초는 백년, 아니 천년에
한 번 날까말까하는 산삼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사옵니다.
박술희 .................?
능애 아버님 형님께서는 백제국의 황제이시옵니다. 널리 사람을 풀어 그
런 약재를 찾자면 어찌 없겠사옵니까?
아자개 이 놈 능애야? 너도 들었지 않느냐? 아, 백년 천년에 한 번 나온다
는 약재를 어디서 찾아? 부화 돋우기 말고 썩들 나가거라. 썩들 나
가.
대주 능애오라버니께서는 그만 잠시 물러가 계십시오.
능애 음, 그렇게 하자.
대주 박술희 장군도 그만 물러가시오.
아자개 박술희는 왜 가라고 하느냐? 박술희는 왜?
대주 어서 물러가 계시오.
박술희 알겠습니다, 낭자. 허면... 다시 찾아뵈오리다.
아자개 어디를 가, 술희? 아, 어디를 가는 게야?
보다가 능애는 한숨을 쉰다. 계속 비명을 지르는 아자개의 모습에
서....
씬 길
박술희가 가고 있다. 그는 수하 몇몇들과 함께 가며 생각이 많다.
박술희 (E) 일이 아주 묘하게 풀려가고 있다. 이래서는 안되는데.... 아자개
어른이 돌아가시면 대주낭자와의 일은 모두다 물거품이 되어 버린
다. (사이) 내가 그 동안 얼마나 공을 들여왔단 말인가? 아니 그보
다도, 저 어른이 돌아가시면 당장 이 상주 일대가 전쟁터로 변해버
릴 것이다. 백제에서는 용한 의원을 데리고 왔다..? 백년, 천년에 한
번 나는 산삼이라... 산삼이라....? 이럴 게 아니라 우리 고려에서도
한 번 알아보기는 봐야할 일이 아닌가?
그렇게 고민하고 가는 박술희의 표정에서...
씬 철원 황궁 외경(밤)
씬 동 대전
왕건이 한숨을 쉬며 생각이 많다. 최응과 복지겸이 마주해 있다 .
왕건 백제의 사신들은 돌아갔다고 하였는가?
최응 예, 페하.
왕건 지금 환선길장군은 어찌 하고 있는가? 신료들도 그 일을 알고 있
소?
복지겸 적지않은 소란이었사옵니다. 왜들 모르겠사옵니까?
왕건 명주에서도 그렇고 청주에서도 반란이 일어나고 있어. 그런데, 환선
길이까지.... 이보시오, 복장군.
복지겸 예, 폐하.
왕건 짐이 혁명으로 옥좌에 올랐소이다. 이를 반대하는 무리들은 계속해
일어날 것이오. 차라리 환선길이를 달래어 방면하고 타이르는 것이
어떻겠소?
복지겸 폐하를 시해하려 한 자이옵니다. 용서란 있을 수 없사옵니다.
최응 그렇사옵니다. 한 번 용서하시면 더 많은 무리들이 일어날 것이옵니
다.
복지겸 환선길이는 지난 폐주도 그 무지함을 걱정했던 사람이오. 싸움은 잘
하고 용맹하지만 다 무지해서 그런 것이오.
최응 아니되옵니다. 처형하시오소서. 처형하셔야하옵니다. 이럴 때일수록
일벌백계하셔야 하옵니다.
박유 국문을 여시오소서, 폐하. 그리하여 많은 신료들로 하여금 이 일로
본을 삼게 하시오소서.
왕건 (한숨) 국문이라.... 나는 지난 폐주가 하도 국문 때 많은 해악을 보
여주었기로 국문은 생각하기도 싫소이다.
복지겸 하오나, 역신은 빨리 처결을 하셔야하옵니다.
왕건 (한참 머뭇거리다가) 환선길이도 지금쯤 이미 죽을 생각을 하고 있
을 것이오. 정히 그렇다면 그 죄상을 기록하고 처형하도록 하시구
료.
복지겸 예, 폐하.
왕건 어이할꼬... 대체 언제쯤 이 활난들이 주저앉을꼬..?
왕건의 한숨에서...
씬 의형대 옥사
환선길이 앉아 있다. 옥사 밖으로 내군들이 오는 발소리가 들려온
다. 장일과 신방을 데리고 복지겸이 다가온다. 그리고, 그 옥사 앞에
와서 선다. 한참 보다가 명한다.
복지겸 데리고 나가라.
문이 열리고 환선길이 끌려나간다. 그렇게 마주 선다.
환선길 복장군, 내 잠시 잘못 생각했던 것 같소이다. 그래도, 나는 한때 그
대들과 더불어 폐하를 위해 혁명을 했던 사람이오. 한 번 용서하실
수 없는가 물어봐 주지 않겠소이까?
복지겸 그러기에는 때가 너무 늦었소이다.
환선길 이 밤중에 데리고 가는 걸 보니, 오늘 처형하는 모양이구료.
복지겸 그렇소이다. 신료들이 보지 않게 조용히 처리하시라는 폐하의 분부
셨소이다. 이 또한 폐하의 배려가 아니겠소이까? 잘 가시오.
환선길 내 가족들은....
복지겸 역적의 가족은 삼족을 멸하게 되어 있소이다. 조사해보니, 장군의
부인도 관련된 혐의가 있었소이다. 같이 이승을 떠나게 될 것이오.
환선길 허허허, 하긴 그렇소이다. 황제가 아무나 되는가? 저승에서 봅시다.
환선길이 그렇게 웃으며 끌려간다. 보고 있는 복지겸의 마음이 무겁
다. 그들이 사라지고 복지겸이 막 돌아서려는데 군사 하나가 와서
보고를 한다.
군사 장군, 내군 관아에 전령들이 와 있사옵니다.
복지겸 전령들이?
씬 내군 관아 외경
씬 동 관아 안
전령 두 명이 서 있고. 복지겸이 장계를 보고 있다. 그러다, 미소를
짓는다.
복지겸 명주에서 군사를 다시 회군하였다고?
전령1 예, 장군.
복지겸 다행이로고. 허월대사님의 역할이 아주 크셨군 그래. 허고..... 너는
청주에서 온 전령이라고 했느냐?
전령2 예, 장군.
복지겸 (장계 보다가) 음... 이렇게 되었구먼. 곧 공략을 할 것이라. 음...
무겁게 끄떡이는 복지겸의 그 표정에서....
씬 어느 길
칠흙 같은 어둠 속을 유금필이 군사들을 이끌고 가고 있다.
유금필 조용히 하라. 절대 소리를 내서는 안된다. 우리의 이동을 적군이 알
아서는 안된다. 이제 다 와 간다. 성문이 열리거든 무차별 공격하라.
부장 예, 장군.
그들 그렇게 가고....
씬 청주 성 내 관아
횃불들이 대낮처럼 밝다. 선장이 그 아우와 함께 홍유가 가져온 밀
서를 보다가 다시 홍유를 보기를 반복한다.
선장 밀서를 보니 임춘길 장군이 보낸 것은 맞기는 맞는데..... 임장군의
부장이라고 했는가?
홍유 예, 장군.
선장 거 보아하니 부장치고는 체신이 그럴 듯 하구나. 부장 주제에 건방
지게 그 수염이 무엇인고?
홍유 송구하옵니다, 장군.
선장 헌데, 내가 보낸 첩자는 왜 함께 오지 않았느냐?
홍유 도중에 급체를 하여 의원에게 맡겨 두고 왔사옵니다. 곧 올 것이옵
니다.
선장 그래? (다시 밀서를 확인한다, 아주 꼼꼼하게) 이 관인하며, 필체도
그렇고 맞기는 맞는데.... 지금 철원은 어찌 돌아가고 있느냐?
홍유 이곳 청주뿐만 아니라 명주에서도 반란이 일어났사옵니다.
선장 그렇지. 그렇지. 나도 그 얘기는 들었다.
홍유 그 때문에 철원에서는 조금이라도 수상한 자가 있으면 모조리 잡아
들이고 있사옵니다.
선장 어, 그럴테지. 그럼 임장군은?
홍유 그 때문에 군사를 둘로 나누어 소장으로 하여금 먼저 가게 하시고,
곧 뒤 따라 오신다 하였사옵니다. 소장이 한 발 먼저 떠났으니, 지
금쯤 거의 성밖에 도착하고 계실 것이옵니다.
선장 안되었구나. 안되었어. 하긴 그 동안 많은 의심을 받았다고 들었다.
차라리 이 청주로 와서 나와 함께 군사를 지휘하는 것이 낫지, 암.
알았다. 잠시 대기하고 있거라.
홍유 예, 장군.
홍유들이 한쪽으로 인도되고 선장은 생각이 많다. 다시 이리저리 밀
서를 본다. 그런 그의 표정에서...
씬 충주성 성루
멀리 한 떼의 군사들이 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충주의 반란군들이
고개를 내밀고 그들을 보고 있다. 그들은 점차 가까워진다.
씬 동 성 밖
유금필이 많은 군사들을 이끌고 도착한다. 앞에는 순군부장군 임춘
길의 깃발이 보인다. 성루의 군사가 묻는다.
군사 어디서 오는 군사들인가?
유금필 임춘길 장군의 군사들이오. 성문을 여시오.
군사 증표를 보이시오.
유금필 이 장군기가 보이지 않는가? 선장장군은 어디 계시는가? 어서 문을
열어라.
다시 잠시 뭔가 성루의 군사들이 의논을 하는 것 같더니, 가짜 깃발
을 확인하고는 끄떡인다.
씬 그 곳
군사 임장군의 깃발이 맞는 모양일세. 문을 열게.
군사1 (끄떡인다) 그래도 선장장군께 확인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군사 지금 주무신다네. 어떻게 깨울 수 있단 말인가? 이미 그런 영을 받
고 있었지 않았는가?
군사1 하긴 그래. 전쟁이 커질 모양이네. 저렇게 많은 군사들이 왔으니 말
이야. 문을 열어라. 문을 열어라.
드디어, 성문이 열린다. 처음에는 아주 조용하게 유금필의 군대들이
입성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성안으로 들어오면서부터는 사정이
다르다.
씬 그 곳 성문 안
유금필이 소리친다.
유금필 제 일대는 곧장 관아로 가라. 제 이대는 이 성을 접수하라. 선장일
행들은 모조리 포박하라.
문을 열라 명령했던 군사들은 어의가 없다. 이미 유금필의 군사들이
벌떼처럼 몰려오고 있다.
군사1 적군이다. 적군이야.
그러나, 이미 활을 맞고 나뒹군다.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유금
필의 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유금필 제 일대는 관아를 확보하라. 그대로 밀고 들어가라. 공격하라.
기병들이 달리기 시작한다. 전투는 그렇게 싱겁게 끝나면서 그들은
안으로 내처 달린다.
씬 동 관아 안
선장 형제가 잠자가 말고 일어나 막 방문을 뛰쳐나온다. 함성소리들
이 들려온다. 우왕좌왕하고 군사들이 어쩔 줄 모르고, 사방에 화광
이 번쩍인다. 그들 칼을 빼들고 소리친다.
선장 어떻게 된 일이냐? 적이 어디로 온 게야? 부장들은 어디 있느냐?
부장들은 어디 있어?
그러나, 껄껄껄 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홍유 하하하하. 너희들 부장은 이미 죽었다. 나는 마군장군 홍유이니라.
선장 어쩐지.... 속았다. 아우, 이 놈을 베어버리세.
진선 예, 형님.
접전이다. 그러나, 홍유의 무예는 일찍이 정평이 있었다. 그대로 진
선의 허리를 베면서 동시에 선장의 머리를 떨어트린다. 그런 홍유의
표정에서 들려오는 함성소리....... 디졸브.
씬 그 곳 관아 뜰
유금필과 홍유가 장졸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유금필 홍유장군이 수괴들의 목을 베었다. 항복하는 반군들은 살려두고, 저
항하는 자들은 모조리 제압하라. 전령은 이 길로 달려가, 폐하께 승
전을 고하라.
군사들 (계속 함성) 와...........
유금필과 홍유가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홍유 어려운 전쟁을 의외로 쉽게 끝냈소이다.
유금필 모두가 다 홍장군의 공이시오. 수괴의 목을 베었으니 뭘 더 염려할
것이 있겠소이까? 전령이 급보를 들고 갔으니, 이제 폐하께서는 안
심하시고 주무실 수 있으실 겝니다.
홍유 그렇소이다. 더 이상은 반란이 없어야 하는데...
그런 그들의 표정에서....
씬 길(새벽)
두 필의 전령이 전령기를 꽂고 달려가고 있다. 그렇게 사라지면...
씬 철원 저자 거리(낮)
장일이 지휘하는 내군들이 달려가고 있다.
씬 임춘길의 집
대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안으로 내군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막 사
랑에서 나오던 임춘길과 도우가 놀라 보고 있다.
임춘길 무슨 일들인가?
장일 무슨 일이냐고 물으셨소이까? 청주의 일로 해서 왔소이다, 장군.
임춘길,도우 ...............(이미 포기처럼)
장일 이 역적 놈! 폐하께서 네 목숨을 몇 번 씩 살려주신 줄 아느냐? 그
런데도, 또 반역을 해? 끌고 가라. 저 중놈도 같이 끌고 가라.
도우 허허허, 장군. 갈 때가 된 것 같소 이다. 갈 때가 되었어요.
임춘길 .............
도우 대 백제국 폐하께서 내 죽음을 들으시면 얼마나 섭섭해 하실꼬...
임춘길 뭐라...?
장일 모두 끌고 가라.
임춘길이 도우를 본다. 도우는 계속 끌려가며 웃는다. 그런 그들의
표정에서...
씬 철원 황궁 대전
왕건이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다. 최응이 함께 있다. 복지겸이 계속
고하고 있다.
복지겸 명주의 반란은 가라앉았사옵니다. 또한, 청주도 수괴들의 목을 베었
고, 그 난을 진압했다 하옵니다.
왕건 ...........
복지겸 조금 전 임춘길이를 포박하여 옥사에 가두었사옵니다. 역시 국문은
하시지 않을 것이옵니까?
왕건 .............(한숨만)
최응 임춘길이도 처형하셔야하옵니다, 폐하. 더는 용서하지 마시오소서.
왕건 경들의 말을 따르겠소이다. 그 죄상을 알리고 효수하도록 하시오.
복지겸 예, 폐하.
왕건 아, 아, 언제 이 반란이라는 말들이 자취를 감출꼬..? 언제....
그때, 급히 들려오는 발소리. 모두들 보면...
대전내관 (E) 폐하, 순군부낭중 입시이옵니다.
왕건 태평낭중이..? 들라하라.
태평이 급히 들어선다. 그리고, 숨이 차서 말한다.
태평 폐하, 나주에서 급보가 올라왔사옵니다.
왕건 급보...? 나주에서 말이오? 급보라니 무슨 일이오?
태평 반란이라 하옵니다. 나주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하옵니다, 폐하.
왕건 나주, 나주에서도 말이오?
충격적인 왕건의 표정에서......
< 124회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