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 왕건 <제 125회>
줄거리
계속적인 반란과 진압속에서 고려도 점점 안정을 찾아가고 나주의 반란도 진압되어 황궁은 모처럼 웃음을 되찾는다. 아자개의 병세가 점점 악화되고 백제의 견훤과 상주를 놓고 경쟁하던 왕건은 아자개의 치료를 위해 선물받은 천년묵은 지초를 주기로 약조하는데 유씨의 병세또한 산삼으로 다스릴 수밖에 없다는 말에 당황한다.오씨와의 신경전 속에서 수인은 드디어 태기를 보이고 오씨도 은근한 근심을 표현하는데...
씬 1 철원 황궁 외경(낮)
씬 2 동 조당
문무신료들이 모두 모여 있다. 김행선을 비롯하여 박지윤 부자, 박유, 원극유, 박질, 유천궁,
유긍달, 오다련, 태평, 최응, 복지겸, 배현경, 능산, 김락, 입전, 신방, 장일, 장수장, 왕신 들이
다.
왕건 경들은 들으오.
모두들 예.....
왕건 짐이 등극한 이래 아직까지 전후사정을 모르는 딱한 무리들이 있어 죽은 폐
주의 이름을 들먹이며 난을 일으키고 있소이다. (사이) 그러나, 싸움보다는 이해와 화해로써
나라 사정을 전하고자 많은 전권사신들을 파견하였고, 이제 그 결과들이 하나 둘 좋게 나타
나고 있소이다. 청주도 그 난이 진압되었고 명주는 스스로 군사를 물렸소이다. 그런데, 나주
에서 다시 반란이라니.... 나주가 어디란 말이오? 바로 짐이 백제 속으로 들어가 고려의 국
토로 만든 참으로 의미가 깊은 땅이올시다.
모두들 ..............
왕건 도대체 나주의 사정이 어떻게 어디까지 와 있는 것인지 말해보오.
태평 예, 폐하. 일단 그곳에서 올라온 급보를 보자면 그 수를 알 수 없는 반군의 무리들
이 떼를 지어 나주로 이동함으로 나주 총관 김언장군과 그 일대를 지키고 있는 전이갑, 윤
신달 장군들이 함께 토벌군을 이끌고 급히 가고 있다는 보고만을 현재 받고 있사옵니다.
김행선 폐하, 폐하께오서는 늘 자애하심으로 백성들을 위로하고자 하셨사옵니다. 그러나,
청주에서 보신 바와 같이 아무리 타일러도 되지 않는 무리들이 있사옵니다. 이 기회에 반란
이 있을 소지가 있는 모든 곳에 폐하의 강력한 의지를 보이시오소서. 군을 보내시어 불온
한 뜻을 보이는 무리들은 모두 응징하시오소서, 폐하.
박지윤 시중의 말씀이 지극히 당연하옵니다. 저희 광평성의 원로들은 이미 폐하의 은혜가
충분히 저들에게 전해졌다고 보옵니다. 은혜와 채찍은 늘 병행되는 것이옵니다. 이제 인자함
을 다 보이셨으니, 매를 드실 때가 되었사옵니다.
유천궁 그렇사옵니다, 폐하. 나주는 특히나 그 어느 곳보다 폐하의 은총을 많이 받은
곳이옵니다. 얼마나 폐하께서 놀라시고 또 실망하셨겠사옵니까? 일벌백계하시오소서.
오다련 폐하, 나주는 그 어느 곳보다 신은 물론이거니와 나주부인마마와 더불어 태자
마마의 본향이기도 하시옵니다. 강력한 군대를 보내시어 의지를 보여주시오소서.
유긍달 오대부의 말씀이 맞사옵니다. 이제부터는 폐하의 권위와 힘을 보여주셔야하옵
니다.
복지겸 폐하, 이미 원로분들의 의견이 모두 군대를 보내어 강력 응징하자 하시옵니다. 병부
와 순군부는 물론 많은 장수들 또한 그와 같사옵니다. 폐하의 의지를 보이시오소
서.
배현경 폐하, 신 배현경 삼가청하옵니다. 나주의 토벌군은 소장이 총사를 맡게하여주시오
소서.
능산 신도 출전하겠사옵니다. 이 능산에게 총사를 주시오소서, 폐하.
김락 신도 가겠사옵니다.
왕건 어허, 지금 모두들 이미 군대동원을 결정 한 것처럼 말씀들 하시는 구료. 그러나,
내 누차 이르지만 싸움은 피치 못할 때 하는 것이오. 보다 좋은 방도가 없겠소이까?
박유 신 박유 아뢰옵니다. 나주에서 비록 변란이 일어났다고 하나 김언장군과 윤
신달, 전이갑 장군들 같은 역전의 맹장들이 이미 토벌에 나섰다 하옵니다. 좀 더 결과를 지
켜보신 연후에 군사를 동원해도 늦지 않으실 것이옵니다. 살펴헤아리시오소서.
최응 신도 박학사의 말씀에 공감하옵니다. 아직 그 반란의 규모를 이곳에서 알
수 없사옵고, 토벌군이 어찌하고 있는지 그 결과도 모르옵니다. 만약의 사태를 위해 군을 준
비하면서 그 동정을 좀 더 기다려 보심이 옳을 것 같사옵니다.
왕건 태평낭중은 어찌 생각하오?
태평 여러 신료분들의 말씀을 듣고 보니, 하나같이 모두 일리가 있사옵니다.
하오나 광평시랑의 말처럼 한편으로는 군을 준비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사람을 보내어 결과
를 소상히 살펴보심이 옳을 것 같사옵니다.
왕건 (끄떡인다) 생각 할 수록 서글프오. 자고 일어나면 반란이 거듭되고, 역모가 기승을
부리니 이 모두가 짐의 덕이 부족한 탓일 것이오.
신료들 망극하옵니다, 폐하.
왕건 마군장군 환선길과 전 순군부낭중 임춘길이가 역모를 하였음도 내군의 복지겸 장군
이 밝혀냈소이다. 이미 군법에 따라 처형하라 일렀으나 이 또한 짐은 지금도 가슴이 아픕니
다. 허나, 나라법이 있어 더 이상 국기를 흔드는 일을 용서하기 어려우니 어찌하리오?
신료들 ...........................
왕건 이번 나주의 일은 반란의 규모가 어떠하든 간에 나라에 주는 그 마음의 부담이 아
주 큽니다. 군사를 이르키는것은 짐도 원하는 바가 아니나 중요한 지역을 그렇다고 미
온적으로 대처해서는 아니 될 것이요. 순군부에서 전적으로 이 일을 맡아 적절히 조치를
취하도록 하시오.
태평 예, 폐하. 그리하겠사옵니다.
왕건 일단 나주에 관한 일을 신속하게 처리할 대행대를 설치하고 맏을만한 장수들을 보
내어 그 현황을 조속히 파악하도록 하오.
태평 예, 폐하.
씬 3 길
철원의 군사들이 나주로
사정을 알아보기 위해 달리고 있다.
해설 나주의 반란, 국초에 연이어 계속된 청주의 반란과 더불어 명주 김순식의 저
항, 그리고 연이어 일어난 환선길, 임춘길 등의 역모에 놀란 왕건으로써는 참으로 가슴이 서
늘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나주는 바로 왕건이 그 부인을 얻었고 외로울 때 힘을 크게
얻었던 상징적인 지역이었다.
씬 4 나주 일대
김언과 전이갑, 윤신달들이 군사를 모아 가고 있다.
해설 (계속) 하지만, 나주의 반란은 작은 소요가 엄청난 규모로 일어난 것처럼 잘못 전해
진 소식이었다. 나주와 인접한 당시 계천(장흥)이라는 곳에서 경길과 아차라는 인물이 일으
킨 지역적 봉기가 크게 부풀려져 전해졌던 것이다. 이에 고려는 나주를 보존하기
위해 대행대를 설치하고 순군부 소속의 구진이라는 인물을 보내어 그곳 전선을 알
아보게 하는등 민감하고도 빠른 반응을 보이지만 그 난은 나주의 군사들에 의해 그 시간
이미 토벌전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해설이 계속되는 동안 세 장수들이 군사를 인솔하여 싸우며 적진으로 들어가고 있는 장면들
이 지나쳐 간다. 치열한 전투장면들과 함께 어느 쯤 에서 디졸브 되면서....
씬 5 백제 황궁 외경
씬 6 동 안
견훤이 조당에서 많은 문무신료들을 거느린 가운데
회의를 하고 있다.
고려를 다녀온 사신의 모습도 한 쪽에 보인다.
견훤 핫하하하하......뭐라? 금성 옆 계천에서도 소요가 일어나고 있다?
최승우 예, 폐하. 하오나 금성에 포진되어 있던 고려의 본군이 사방으로 포위해 들어가
며 진압을 하고 있다하옵니다.
견훤 고려왕이 가슴이 철렁했겠구만..
능환 그랬을 것이옵니다 페하.
견훤 계천이야 작은 고을이니 그 소동이 오래야 가겠는가? 하지만 그 금성 생각만 하면
지금도 치가 떨리고 너무 부끄러워. 언젠가는 기필코 꼭 찾아야 할 땅인데......기필코 말이야,
(사이) 그건 그렇고 이보게 일길찬,
사신 예, 폐하.
견훤 하하하하. 그래, 고려의 왕이 그토록 융숭한 대접을 해주었다고?
사신 예, 폐하....
견훤 그랬을 테지. 그랬을게야. 아닌말로 얼마나 신이 났겠는가? 듣자하니 저 금성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적지아니 호족들의 저항이 있었다는데 이럴 때 짐이 힘을 보태준 격
이 되지 않았는가 말이야. 내심 크게 반가웠을게야.
최승우 그랬을 것이옵니다. 저들은 다시 한 번 폐하의 크신 위업에 감동했을 것이옵니다.
능환 하오나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적을 도와주시는 일이기도 하옵니다. 과연 저들
이 그 고마움을 알까 모르겠사옵니다.
공직 신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어차피 저들과는 나라의 운명을 걸고 싸우는 처지이
옵니다.
견훤 아니야, 그렇지가 않아. 우리는 스스로 한 시대를 운영하면서 자웅을 겨루는 사이들
이야. 세상을 보다 넓고 크게 볼 필요가 있어. 나 백제국의 황제가 얼마나 큰 가슴을 가지고
세상을 보는지 알려줄 필요가 있는 것이야. 싸울때는 싸우는 것이고 서로 축하
할 일은 축하 해주어야지.
박영규 그러나 저들은 나라 사정이 정리가 되면 다시 우리를 목표로 공격해 올 것이옵니
다. 이미 그러한 징후들을 고려의 왕은 등극하면서 분명히 하였사옵니다.
최필 그러하옵니다 폐하, 신라와는 충돌을 피하면서도 결국은 서라벌로 가는 길을
열겠다고 했사옵니다. 이는 결국 우리 백제와 싸우면서 삼한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
이 아니겠사옵니까?
신덕 고려를 가벼히 보지 마시오소서 폐하, 특히나 왕의 자리에 오른 왕건이는 일찍이
우리 장수들이 경험하였듯이 전쟁에 탁월한 재능을 보인 인물이옵니다. 뿐만 아니라
장수들에게도 폭 넓은 존경을 받아 그들의 추대로 옥좌에 오른 인물이옵니다.
김총 그러하옵니다. 이제 인정은 그만 베푸시오소서.
견훤 하하하하하하......어찌 경들의 마음을 짐이 모르겠는가? 물론 경계할 것은 해야지.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소심해질 필요는 없어. 자신감들을 가져봐. 자신감 말이야. 결국
삼한의 주인은 우리야. 경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모두들 그러하옵니다 폐하,
견훤 나는 그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사신을 보냈던게야.
최승우 이번 일은 한 번쯤 폐하의 크신 뜻을 보이신 것으로 그 의미가 크옵니다. 잘 하신
일이옵니다 폐하.
견훤 암, 암..... 전쟁이란 꼭 칼로만 하는 것이 아니야. 때로는 이렇게 자신감을 상대에게
보여줌으로서 위압감을 전하는 것도 전쟁이야. 허나 알아둘 것들이 있어. 그만큼 내실이 튼
튼해야 그만한 배포도 보여줄 수 있는 것이야. 들 알겠는가?
신료들 예, 폐하
견훤이 한껏 기분이 좋아 웃고 있는데 전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대전내관 폐하, 상주에 갔던 능애장군께서 돌아오셨사옵니다.
견훤 오, 아우가 들라하라.
그러자 조당 한 쪽에서
능애가 의원과 함께 들어온다.
그리고 부복하여 예를 올린다.
견훤 오, 그래 잘 다녀왔는가? 상주는 좀 어떠하던가?
능애 대주 누이가 전한 그대로이옵니다.
견훤 그래? 아버님의 병환이 그토록 위중하시던가? 의원은 보았을 것인데 어떠하
던고?
의원 병의 증세가 워낙 깊고 어려워 치유가 불가능하여 보였사옵니다.
견훤 뭐라? 불가능해?
능애 예, 폐하.
견훤 어허... 이런. 그래서 그냥 돌아왔단 말인가? 의원이 좀더 살펴보았어야지.
능애 병의 증세가 일반 약재로는 도저히 다스리기 어렵다 하옵니다. 혹시나 오래된 지초
를 구하여 쓰면 혹 모를까 .. 그 이외에는 방법이 전무하다 하옵니다.
견훤 그렇다고 이렇게 그냥 돌아오면 어떻게 하나? 뭔가 방안을 찾아봐야 할 것이 아닌
가
능애 아버님께서 워낙 크게 노하시며 저희들을 가라하시는지라 .....어쩔 수 없이 왔사옵
니다.
견훤 이런 .... 그렇다면 쫓겨온 것이 아니냐?
신료들 .....
최승우 본래 그러하신 분이시옵니다. 그럴수록 좀 더 폐하의 성의를 보이실 필요가 있
사옵니다. 사람을 풀어 널리 약재도 구하고 다시 용한 의원들을 구하여 보내시오서소. 이번
이야말로 상주와 화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옵니다.
견훤 (실망이다) 그래도 그렇지. 모처럼 자식이 병 문안을 보냈는데 그렇게 내쫓으시다니
... 에잉 .... 그토록 위중하시다면서 어떻게 달라지신 것이 하나도 없어. 허허....이것
참.....
씬 7 동 황후전
박씨가 목소리를 높이며
묻고 잇다.
박씨 뭐라고? 능애 장군이 쫓겨 왔단 말인가?
고비 예, 황후마마, 방금 전 상궁들이 전하는 소식을 들으니 그렇다 하옵니다.
박씨 허허...이러니 집안 일이 어떻게 제대로 되겠는가? 도대체 오늘 내일 하신다면서 아
직까지도 옛날 성정을 버리시지 못하셨단 말인가?
고비 하지만.... 병세는 아주 중하시다 들었사옵니다.
박씨 병이 중하고 아니 중하고가 아닐세. 문제는 저렇게 돌아가셔서는 아니된다는 것이
야. 지금까지 얼마나 자식 얼굴에 먹칠을 하셨는가? 이제 그만 하셨으면 자식 체면도 살
려주고 가셔야 할 것이 아닌가? 당신의 아들이 누구신가? 대 백제국의 황제이실세.
고비 .............
박씨 하긴......... 누구 뭐라고 할 것 없지. 지금의 폐하께서도 자식 대하시는 것 만큼
은 아버님과 어쩌면 그렇게 같으신지 절로 감탄이 나올 일이야.(사이) 생각해보면 너무 똑
같아. 아니 그런가 ?
고비 ..................?
씬 8 상주 사벌주성 외경
씬 9 동 성안
아자개가 신음하고 있다. 표정도 많이 파리해졌고
겉으로 보아 중증의 병자가 확실해 보인다.
숨소리까지 고르지 못하다. 계모와 자식들이 어쩔줄
모르고 있다.
아자개 아이고, 아이고....믿어지지가 않는구나. 내가 죽는다니 믿어지지가 않아....
계모 죽기는 왜 죽습니까, 나으리 그럼 저는 어떻게 하라구요?
아자개 의원들이 한결같이 그렇게 ....말하지 않았소? 가망이 없다고....
대주 .......오라버님이 보내신 의원은 좋은 약만 구한다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
했사옵니다.
용개 그렇사옵니다. 힘을 내새오소서 아버님.
아자개 길어야 석 달이라고 했다. 그 석 달 중에서도 벌서 한 달이 또 가버렸다. 아
아, 하루 해가 이렇게 짧은지 정말 몰랐구나. 죽을 날만 세고 있으려니까 하루가 촌각처럼
마구 지나쳐 가버리는구나. 그냥 휘..휙....가버려.
계모 어쩌면 좋사옵니까, 어쩌면....
대주 어쨋든 견훤 오라버니께서 의원을 보내시어 보고 가셨사옵니다. 무슨 방도를
찾아볼 것이옵니다.
아자개 아서라, 그 애는 내가 죽기를 오래 전부터 기다리고 있는 놈이다. 애비가 일
찍이 상처하고 너무도 외로워서 지금의 너의 어미를 보았는데도 그걸 모른 체 불만만
많아서 집을 떠난 놈이다.
계모 아, 왜 아닙니까? 그렇구 말구요.
아자개 성씨도 제 마음대로 견씨로 바꾸어 버리고 인연을 끊은 놈이야.
대주 그래도 아버님, 견훤 오라버니는 변함없이 아버님을 생각하시옵니다. 이 상주를 지
금까지 보존해 주신 분도 그 오라버님이시옵니다.
계모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게야? 보존이라니....? 우리는 우리대로 살았다. 누가
보존을 해줘서 산 게 아니야.
대주 ......(한숨만)
아자개 아이고....참으로 인생이라는 것이 슬프고 허망....하구나. ... 그저 많이도 말
고....조금만 ...조금만 더 살고 싶다. 그저 한 이 삼십년만....더 살았으면 좋겠다....죽기 싫
어..... 나는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아이구....아이구..... 박술희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왜
안오는게야?
씬 10 충주관아 외경
씬 11 동 관아 안
박술희가 앉아서 고민에
쌓여 있다.
부장들 몇이 함께 있다.
박술희 근처 심마니들을 좀 알아보았는가?
부장1 예, 장군. 하오나.............
박술희 허긴 그럴것이야, 백년 천 년에 한 번 나온다는 그런 산삼이 갑자기 어디에
있겠는가?
부장2 행여나 그런 산삼을 구한다고 해도 정말로 병이 나을지는 의문이 아니옵니까?
박술희 그것도 그렇기는 해. 허나 그렇다고 해도 이러고 있을 수만은 없는것이 아닌가?
부장1 조정에 이런 사정을 알리셨으니 혹시나 모를 일이 아니옵니까? 기다려 보시오소서
박술희 글쎄, 어쩔 수 없이 파발은 띄웠지만 조정에서도 그게 쉬운 일이겠는가? 어찌한다.
시간은 자꾸 가는데 이걸 어찌 한다. 일이 잘못되면 그야말로 십년 쌓은 탑이 하루 아
침에 무너지는 꼴이 된다. 모든 것이 허사가 되버려.....
씬 12 철원 황궁 외경
최응 (E) 허어, 상주의 아자개가 중병을 앓고 있다구요?
씬 13 동 순군부 안
태평과 최응이 마주 앉아 장계를 읽고 있다.
그들 옆에는 충주에서 온 전령이 서 있다.
최응 박술희 장군이 아주 곤경에 처한것 같사옵니다.
태평 그렇겠지요. 이렇게 급히 파발을 띄운 것을 보면 일이 정말 다급한 모양이올시다.
특히나 최시랑께서 박장군이 상주로 갈 때 특별한 소임까지 주문을 하셨다면서요?
최응 예, 아주 어려운 일을 부탁했습니다. 그 일이 잘만 되면 그야말로 이 삼한에 하늘과
땅이 울리는 대 소동이 일어날 것입니다.
태평 허허, 그래요 그토록 중한 소인이오이까, 허...?
최응 (다시 글을 보며) 천 년 묵은 산삼이라...... 산삼이라.... 참으로 폐하께서는 복
도 많으시옵니다.
태평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최응 결과가 어찌 될지는 모르지만 폐하께오서는 박장군이 목말라 구하고 싶어 하는
그 물건을 가지고 계시옵니다. 그 천 년의 산삼 말이옵니다. 사정이 급하다 하니 소인
이 지금 대전으로 가보아야 겠사옵니다.
태평 .........?
최응 역시 하늘은 일찍부터 폐하께 삼한통일의 대업을 점지하신것 같사옵니다. 그렇
지 않고서야 어찌 그런 엄청난 약재가 미리 준비 될 수 있었겠사옵니까? 마춘
듯이 말이옵니다. 허허..
그런 최응의 얼굴에서........
씬 14 대전
왕건과 최응.
박유가 함께 해 있다.
왕건 지초?
최응 예, 폐하. 하늘이 폐하께 기회를 열어주시는 것 같사옵니다. 지난 번에 내의원에 맡
겨두신 그 산삼을 쓰실 때가 왔사옵니다.
왕건 허어, 그걸 아자개에게 쓴다?
최응 만약에 아자개가 그 약재를 써서 나을 수 있다면 지금까지 중립지역으로 머물러 있
던 사벌주성을 우리 것으로 만드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나아가 아자개를 귀부까지 시킬 수
있다면 천하의 인심이 크게 달라질 것이옵니다.
왕건 허어...그것이 그렇게 되겠는가, 귀부라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 사람은 백제
왕의 친부일세..?
최응 하오나 꼭 그렇지만은 않사옵니다. 그간의 여러 가지 일로보아 어쨋든 해볼만 하옵
니다.
박유 듣고보니 참으로 엄청난 계획이옵니다. 백제왕의 아버지가 제 자식을 버리고 우리
고려에 귀부를 하기만 한다면 그것 자체로도 백제 땅의 절반을 얻는 것이나 진배가
없사옵니다.
왕건 허나...그게 그리 쉽겠소이까? 어떻게 그런 일이......?
최응 해볼만 하옵니다. 특히나 박술희 장군은 아자개와 아주 각별한 정을 나누고
있사옵니다. 그래서 일찌기 신이 박장군이 그리로 갈 때에 그런 점을 살펴달라고 크게 부탁
했던 것이옵니다.
왕건 음.......헌데 그러다가 역효과가 날 수도 있어. 반드시 그 산삼으로 낫는다는 보장도
없고 말일세.
최응 그건 그렇사옵니다. 그러나 많은 의원들이 이구동성으로 그 병에는 삼이 아니면 처
방이 어렵다고들 말하고 있사옵니다. 실패를 하더라도 지금보다 나빠질 것은 없사옵니다. 그
지초를 신에게 주시오소서. 신이 직접 용하고 눈치 빠른 의원을 찾아서 데리고 가보겠사옵
니다.
왕건 최시랑이 직접.....?
최응 예 폐하, 그만큼 중하고 또 중한 일이옵니다. 하늘이 주신 기회를 살리셔야 하옵니
다.
박유 신도 같은 생각이옵니다. 허락하시오소서 폐하.
왕건 음...........(끄떡인다)최시랑이 간다면.....한 번 해보세. 청주의 진압군이 도성에 다왔다
니 오면 보고 떠나도록 하게. 그 산삼도 그 때 가져 가고...
최응 망극하옵니다 폐하.
왕건 크게 기대하지는 않겠네. 너무도 꿈 같은 계획이 아닌가 말일세. 허나 한 번 해보
게. 술희 아우를 위해서라도 말일세. 허허허..그 대주낭자 때문에 얼마나 속이 타겠는가?
박유 허허허, 그럴 것이옵니다. 그 낭자를 사모함이 어떠한지는 이미 삼한에
소문이 자자한 일이옵니다.
왕건 그래, 그 아우도 이제는 장가를 가야 할 것인데..... 지금 돌아오고 있는 아우들은 다
들 고향에 처자들이 이미 있어. 술희 아우도 그렇게되어야지.
씬 15 황후전
황후 유씨가 파리한 모습으로 앉아있다.
민상궁이 거듭 약을 권하고 있다.
전의가 안타까운 듯 보고 있다
민상궁 황후마마 탕제를 드시오소서.
유씨 고맙네.(마시고 나서) 약이 많이 쓰네 그려. 이보게 전의
전의 예, 황후마마.
유씨 왜 이렇게 갈수록 힘이 드는가. 정말로 내 병에는 약이 그리도 없는가. 꼭 피접을
가야하겠는가.
전의 신으로써는 그렇게 밖에는 말씀을 드릴수가 없사옵니다.
유씨 (서글픈 듯)피접이라.....내가 폐하 곁을 떠나서 어찌 살 수 있겠는가.도대체 어디로
가란 말인가.
모두들 ......(숙연하다)
민상궁 황후마마, 다시 말씀 드리옵니다만은 폐하께 주청하시어 그 지초를 쓰도록하시오소
서.
전의 그러하옵니다 황후마마, 그 지초라면 분명 황후마마께 큰 도움이 될것이옵니다. 폐
하께 청하시오소서.
유씨 나는 이 나라의 국모일세. 어찌 내 한목숨 구하고자 그토록 소중한 나라물건을 쓰
라 하는가. 그렇게는 못하이.
민상궁 지금 황후마마의 환후가 너무도 중하다고 전의는 말하고 있사옵니다. 그리하시오소
서 황후마마. 더 이상 망설이셔서는 아니되옵니다. 그리하시오소서 황후마마.
유씨 지초라......지초라....글쎄... (하다가) 아닐세. 그런 이야기는 다시는 하지 말게. 내 병
으로 하여 나라에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네, 자네들도 그렇고 전의도 내 이야기는 일절
하지 말게나.
두사람 ............(한숨)
유씨 폐하게서 청주에서 오는 장졸들을 맞는다 하시네 그 준비나 해 놓게.
민상궁 예, 황후마마
유씨 (혼자 중얼거린다) 지초라....... 지초라, 그게 낳기는 나을까.....
전의 ......(전의는 유씨의 미련을 보았다.)
씬 16 오씨 전
오씨가 눈을 크게 뜨며
박상궁에게 묻고 있다.
오씨 지금 뭐라고 했는가..황후마마께서 중병이시라고?
박상궁 예, 마마.
오씨 중병이라니, 자네가 잘못 들은게 아닌가?
박상궁 아니옵니다. 이미 상궁나인들 사이에 소문이 크게 났사옵니다. 전의가 쉼 없이
황후 전을 오고가며 약제를 올리고 진맥을 보고 있다 하옵니다.
오씨 그랬어? 그런 일이 있었어?(생각하다가 끄덕인다.) 하긴....그랬어. 지난번에 백제의
사신이 왔을 때 말이야...(사이)그랬어... 그랬어. 황후마마께서 아주 안색이 좋지 않아 보이
셨지. 도대체 얼마나 편찮으시길래 중병이라고 까지 말이 도는가.
박상궁 많이 어려우신 것 같사옵니다.
오씨 역시 이 황궁이 넓기는 넓은 모양일세. 황후마마께서 그토록 환후가 중하신데
도 이제서야 소식을 듣다니.....
박상궁 하옵고 마마...
오씨 말해보게.
박상궁 말씀드리기 무엇하옵니다만은....
오씨 말해보아.
박상궁 폐하께오서 계속해 충주부인 마마 전에 들고 계신다 하옵니다.
오씨 (표정 굳어지며)이미 알고 있는 일이 아닌가! 그 아우가 아주 내노라하고 나
서고 있어. 그런 재주가 있는 줄은 정말 몰랐구만. 내 그토록 주의를 주었는데...
박상궁 소문을 듣자하니......그 마마께오서... 태기가 있으신 것 같다하옵니다.
오씨 (깜짝 놀라며) 뭐라? 태기?......태기라 하였는가?
박상궁 예, 마마. 소인이 부리는 나인이 확인한 것이옵니다.
오씨 그랬어? 태기가 있단 말이지...허..이것 참! 하긴 뭐 새삼스럽게 놀랄 일은 아니지만
서도.... 계속해 주변 동정을 잘 살펴보게나.
박상궁 예, 마마.
오씨 어차피 이 나라의 다음 보위는 우리 태자일세. 이미 순서가 그리 되었어. 무얼 초
조해 할 것이 있단 말인가. 아니 그런가?
박상궁 그렇사옵니다 마마.
오씨 그래도 그렇지 그 아우가.... 허 참!
씬 17 수인의 처소
수인이 심한 구역질을 하고 있다.
김상궁이 보고 있다.
김상궁 마마, 전의를 부르오리까?
수인 (간신히 수습하며)전의를...?
김상궁 그래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수인 글쎄(묘한 미소를 짓는다).....폐하께서 아시게 하자면 전의가 알기는 알아야겠지. 적
당한 기회를 봐서 그리 하게나.
김상궁 예, 마마. 이 소식을 들으시면 폐하께오서 얼마나 기뻐하시겠사옵니까.
수인 틀림없이 그러실 걸세. 어디 나주형님의 아드님 한 분만으로 이 황궁이 안심
할 수가 있겠는가. 어려운 시기일세. 난국이야. 이럴 때일수록 황실에는 손이 많아
야 하는 법일세. 그것이 또한 우리 부인들의 의무이고... (사이)나는 그런 대로 이제 내 의
무를 하는 것 같네 그려.... 그러고 보면 큰 형님이신 황후마마께서 참으로 아니 되었어.이제
환후까지 있으시다니 말일세.
김상궁 그러게 말씀이옵니다.
수인 암, 기뻐 하실게야. 폐하께서 기뻐 하실게야. 호호호호호호
씬 18 동 대전
왕건이 깜짝 놀라며 전의의 얼굴을 보고 있다.
박유도 함께 있다.
왕건 전의는 지금 뭐라고 하였는가? 황후가 뭐? 어떻다고?
전의 이미 그 병이 깊어지신지 꽤 되었사옵니다, 폐하.
왕건 이런 사람을 보았는가. 그런 이야기를 왜 지금에서야 하는게야?
전의 망극하옵니다 폐하. 황후마마께오서 일절 환후에 관한 일은 밖에 이야기하지 말라
하시어....
박유 허...그래도 그렇지...황후마마에 관한 일이 아닌가. 어찌 그토록 중한 일을 지금 말
씀 올린단 말인가.
왕건 도대체 병의 정도가 어떠한고?
전의 말씀 올리기 참으로 송구하옵니다만...중병이시옵니다. 약재로 다스릴 시기가 지난
것 같사옵니다.
왕건 뭐라? 시기가 지나? 이런..... 이런....자네가 그러고도 전의라 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가있는가? 약이 없는 병이 어디있단 말인가?
전의 아뢰옵기 참으로 송구스럽사옵니다만은.... 지난번에 그 지초를 황후마마께 쓰신다
면...
왕건 지초?
왕건은 너무도 기가 막히다. 박유도 한숨처럼 눈을 감는다.
박유 이 사람아 지초는 이미 보금 전에 다른데 쓰기로 정 하셨다네.
전의 예?
왕건 왜 좀 더 일찍 말하지 않았단 말인가? 그 지초는 이미 제 주인이 정해졌단 말
일세. 이걸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그 지초말고 또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박유 폐하, 상주의 일은 잠시 뒤로 미루시는 것이 어떻겠사옵니까? 듣고 보니 황후
마마의 일이 더 시급한 것 같사옵니다.
왕건 일단 결정을 한 일이 올시다. 어찌 내 입으로 번복을 한단 말이오.
박유 하오나 폐하....
왕건 (큰 한숨)늦었소이다. 어찌 국가의 큰 일에 쓰기로 한 것을 황궁의 일이 급하다 하
여 말을 바꾼단 말이오. 그 일은 어렵소이다. 그래, 다른 방법은 정말 없는가?
전의 마음에서 생긴 병이 골수까지 미치고 계시옵니다. 이 병은 소란하고 번잡
한 것을 피하시고 산수 좋은 곳에서 피접을 하시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유일한 길이옵니다.
왕건 피접을 가라? 그렇다면 이 황궁을 떠나 있으라는 이야기가 아닌가?
전의 예, 폐하.
왕건 이런 몹쓸 사람 같으니라고. 황궁을 떠난다는 것은 그만큼 병이 중하고
도리키기 어렵다는 것인데 이제 와서 내게 알리다니 그러고도 자네의 소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전의 죽여주시오소서 폐하!
왕건 어허! 어이할꼬 이 일을 어이할까! 보기 싫으니 물러가라!
전의 예, 폐하.
전의가 죄스러운 표정으로 물러간다.
박유가 보다 말한다.
박유 그 동안 폐하께오서 너무도 국사에 바쁘셨는지라 황후마마의 환후를 미쳐 챙기시지
못하였사옵니다. 신이 생각하기로는 이제라도 다시 한 번생각하시어 그 지초를 황후
마마께 쓰시오면.......
왕건 어이할꼬......이 일을 대체 어이할꼬.
박유 일단 황후 전으로 납시어 먼저 위로라도 하심이 옳으신 것 같사옵니다.
왕건 마땅히 그래야지요. 허지만 지금 유금필 장군과 홍휴 장군이 돌아오고 있다하오. 반
군을 진압하고 오는 장수들인데 일단 그들부터 보아야하지 않겠소이까?
박유 (한숨)물론 그렇기는 하오나.....
왕건 일단 급한 일부터 보십시다. 어찌하겠소이까? 허허 이것 참.
씬 19 동 내군 관아 앞
복지겸이 부장들인 장수장, 장일, 신방들과 함께 있다. 내군의 군사들이 도열해있다.
복지겸 인도에 백성들은 많이 나와 있는가?
장일 예, 장군. 대대적으로 동원을 했사옵니다.
복지겸 청주에서 반란을 진압하고 오는 군대일세. 백성들에게 크게 보일 필요가 있어. 다른
장수들은 어떠한가?
신방 기장들이 모두 참석하기로 하였으며 문무 신료들이 또한 모두 참여하는 것으로 알
고있사옵니다.
복지겸 그래야지, 황제폐하께서 납시는 일일세. 그만큼 이번 개선군은 나라에 끼치는 의미
가 아주 커.
그들 예, 장군!
그때 저만큼 태평과 최응이 함께 오고 있다.
이들 서로 묵례를 나눈다.
복지겸 어서들 오시오. 곧 폐하께서 납실것입니다.
태평 저희들도 함께 뫼시어가고자 오는 길입니다. 여기 최시랑도 곧 상주로가는 윤
허를 받았다고 합니다.
복지겸 어허 그렇소이까, 상주로 간다면 그 쪽에 뭔가 드디어 큰일이 벌어진 모양이
올시다. 그렇소이까, 최시랑?
최응 예,장군 그런 것 같습니다. 장군
복지겸 허허,그래요?
그 때 저 쪽에서 왕건이
오씨와 수인, 그리고 박유와 함께 나온다.
모두들 예를 올린다.
왕건 모두들 오래 긷리셨송다, 들 가십시다.
모두들 예,폐하.
그 때 다시 또 한 쪽에서 황후 유씨가 상궁들과 함께 간신히 몸을 지탱하며 오고 있다.
왕건이 안스럽게 보고 있다. 가까히 다가와 유씨가 예를 올린다.
유씨 폐하, 신첩이 그만 게으름을 피우다가 조금 늦었사옵니다.
왕건 .................?
모두들 .................?
유씨 어서 가시오소서.
왕건 몸이 많이 편치 않다 들었소이다. 왜 진작 말을 안해주시었소이까.?
유씨 누가 그런,,,,?
왕건 황후께서 이 지경이 되도록 몰랏다는 것은 다 이 사람의 불찰입니다.
유씨 폐하?
두부인 .............?
왕건 무엇들 하는가, 어서 황후전으로 다시 뫼셔가지 않고들 무얼 하는가?
유씨 아니옵니다. 폐하. 신첩은 아무렇지도 않사옵니다.
왕건 어서 뫼셔가지 못할까?
상궁들 예,폐하.
왕건 가서 잘 조리 하고 계시오.
내가 곧 찾아보리다.
복지겸 어서뫼시어라,
그러자 궁인들이 대답하고 유씨를 부축한다.
유씨가 미안해 하며 어쩔 줄 모른다.
만산궁 가시오소서 황후마마.
옹건 조리 잘 하시구료. 들 가십시다.
복지겸 폐하를 뫼시어라.
대답소리들과 함께 왕건
일행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유씨가 슬픈 듯 그런 모습들을 그렇게 보고 있다.
씬 20 성 밖 저잣거리
수많은 인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유금필과 홍유가
거느린 진압군들이 개선하여 오고 있다.
멀리 도성의 성문이 보여 온다.
그들 그렇게 카메라 앞을 스쳐 가면.....
씬 21 도성 외각 성문
왕건이 그 부인들과 함께 성루에 올라 있다.
문무 대신들이 모두 모여 있고 송루 양쪽에는 환선길과 임춘길들의 목이 걸려 있다. 드디어
개선군이 가까이 와 그중 유금필이 군례를 드린다.
유금필 폐하. 신 유금필, 홍유 장군과 더불어 청주의 반란을 진압하고 돌아왔나이다. 이에
삼가 고하나이다.
왕건 (군례를 받고 나서) 참으로 장하도다 고려의 충성스러운 군사들이여, 그대들이 있어
짐과 백성들이 안심하며 생업에 종사하고 나라의 백년 대계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짐은
아노라. 청주의 반란은 일부 호족들이 나라 사정을 잘 모르고 저지른 가엾은 일이다,
모드들 .....................
왕건 그러나 어찌 잘못된 것을 알면서 바로 잡지 않으리오, 짐은 분명히 말하노라, 작은
실수는 되도록 은혜로서 다스리되 나라에 대한 반역은 일벌백계로서 그 죄를 엄하
고도 크게 물을것이니라. 아무쪼록 이번 청주의 일을 전국의 많은 호족들과 백성들이 전해
듣고 알아서 다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큰 교혼이 되기를 바라노라. 고려의 장졸
들이여, 그대들의 그 충정을 짐은 오래 기억할 것이니라.
그러자 군사들의 군호소리가 천지를 진동하며 계속 이어진다.
카메라는 그들의 모습과
신료들의 모습, 그리고
처형된 장수들의 수급을
보이면서 다시 왕건의 모습에서 디졸브 된다.
그 위로 깔려드는 아악소리.
씬 22 황궁 어느 연회장
무희들이 춤을 추고 있다. 그 한 쪽으로 왕건과 시중 김행선, 그리고 박유와
더불어 광평성의 노 대신들이, 그리고 문신들의 반대편으로 유금필, 홍유, 능산, 복지겸, 김
락등의 장수들이 보인다.
왕건 참으로 고생들이 많았도다. 짐의 잔을 받으오,
두사람 망극하옵니다.
왕건 (유금필에 먼저 따라주며) 이보게 아우 , 힘든 일마다 자네를 보내게 되어 미안하이
유금필 어인 말씀이시옵니까? 형님폐하와 나라를 위해 죽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큰 복이겠
사옵니까?
왕건 고맙네 아우. 자, 홍장군 받으시오. 홍장군 또한 마찬가지요, 오랜 세월 짐이 너무
많은 신세를 져오고 있소이다.
홍유 천부당 만부당 하신 말씀이시옵니다. 장수가 되어 마땅히 할 일을 했을 뿐
이옵니다. 어찌 신세라 하시옵니까?
왕건 고맙소이다. 참으로 고맙고 든든한 말씀이시오. 자, 모두들 드십시다.
김행선 폐하, 참으로 감축드리옵니다. 이만한 장수들이 있어 폐하께 모두들 목숨을 맡기며
충성을 다짐하고 있사옵니다. 무엇을 더 염려하실 것이옵니까?
박지윤 그러하옵니다. 폐하. 개선하여 돌아온 장수들의 기상을 보니 이제 더는 어떤 무리들
도 반심을 품지 못할 것이옵니다.
왕건 그런 것 같구려. 자, 들 드십시다.
모두들 잔을 든다.
그리고 마신다.
왕건은 모처럼 기분이 편안해 보인다.
다시 능산이 말한다.
능산 폐하, 하오나 아직도 불안한 무리들은 여전히 남아있사옵니다. 모든 경계를
다 풀어버리심은 아니될 것으로 아옵니다.
원극유 능산 장군의 말이 지극히 일리가 있사옵니다. 경계를 푸심은 아니될 일이옵니다.
복지겸 그러하옵니다. 폐하. 이 자리에서 누구라 거론키 어렵사오나 아직도 의심을 풀 수
없는 무리들이 변방에 나가 있사옵니다.
최응,태평 ........(끄덕인다)
왕건 의심을 하자면 끝이 없다고 말했소이다. 앞서 여러 번 말했지만 경계하고 나무라기
보다는 화해하고 타이름이 앞서야 할 것이오.
오다련 폐하의 자애하심은 천하가 알고있사옵니다. 하오나 많은 무리들이 인정을 베푸실수
록 그것을 기회삼아 반역을 꿈꾸었사옵니다. 불온한 싹들은 일찍이 제거하심이 옳을
것이옵니다.
왕건 경들의 걱정을 어찌 모르겠소이까. 그러나 짐의 생각은 확실한 죄가 밝혀지지 않은
모든 사람들은 먼저 인정과 타이름으로 대할 것이외다. 경들도 그런 점을 깊이
새겨주오.
모두들 예, 폐하.
왕건 참으로 좋은 날이외다. 더는 나라안의 일로 하여 불편한 일들이 없었으면 좋
겠소이다. 헌데 나주의 일은 지금쯤 어찌되었는지 모르겠구려.
태평 이미 순군부의 장졸들이 현지 사정을 살펴보러 떠났사옵니다. 곧 결과가 올라올 것
이옵니다, 폐하.
왕건 잘들 풀려야할 것인데.....
배현경 안심하시옵소서, 폐하. 그곳에는 폐하께서 믿고 계시는 혁혁한 장수들이 반군
을 토벌하고 있사옵니다.
왕건 물론 알고 있소이다. 잘들 해줄 것입니다. 자, 들 한잔 더 드십시다.
모두들 예, 폐하.
씬 23 나주, 주변 어느
시골
군사들이 이곳저곳 시골
저잣거리들을 달리고 있다.
곳곳에서 불길이 치솟고 연기가 솟고 있다.
붙들려오는 많은 무리들이 보이고 한쪽으로는 포로들을 묶고 열을 세워 지나치는 모습들도
보인다.
그 포로들 속에 반란의
주모자들인 두 사내가 포위되어 가고 있다.
한켠에서 윤신달과 전이갑, 그리고 김언이 보고 있다.
김언 어느 정도 이곳 계천의 반란은 진압이 된 것 같소이다.
전이갑 그런 것 같구려. 수괴들을 잡았으니 말이오. 더는 소란이 없을 것 같소이다.
윤신달 조정에서 대행대가 설치되었다고 합니다. 구진 이라는 장수가 내려와 반란의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언 허허허.... 놀랄만도 하지요. 곳곳에서 반란, 반란, 자고나면 또 반란이 아닙니
까.
전이갑 그러게 말이올시다. 특히나 이 곳이 어딥니까. 나주에서 엎어지면 코닿는 곳이올시
다.
윤신달 그렇지요. 폐하께서 참으로 많이 놀라셨을 것입니다. 일단 사로잡은 수괴들의 목을
황도로 보내도록 하십시다.
전이갑 그렇게 하십시다. 하루라도 빨리 폐하의 걱정을 덜어드려야지요.
윤신달 암요, 그렇게 해야지요. 그리고 빨리 나주로 돌아가 그곳 군사들도 정비를 해야합니
다.
김언 그래야하구말구요. 혹시라도 백제에서 이 틈을 타 군사라도 몰아온다면 낭패
올시다. 서둘러 돌아가도록 하십시다.
전이갑 그렇게 하십시다. (큰소리로) 부장들은 대오를 정비하라. 철군할 것이다. 포로
들을 모두 열을 세워라. 나주로 돌아갈 것이다.
부장들 예, 장군.
그 처참한 저잣거리의 소란스러운 모습들에서.....
씬 24 백제, 전주 황궁
외경
씬 25 동, 황궁 대전
견훤과 더불어 최승우,
능환, 능애들이 모여있다.
견훤 금성 옆에 있는 계천의 소요가 진압이 되었다고?
최승우 그렇다하옵니다, 폐하. 본시 작은 고을의 소요였사옵니다. 오래갈 난은
아니었사옵니다.
견훤 그건 그랬소.
능환 그래도 우리가 좀 도와줄 것 그랬나보옵니다. 그렇다면 고려가 그만큼 애를
먹었을 것이옵니다.
견훤 아니야, 적은 일에 신경쓸 것은 없어. 그보다도 이보게 아우.
능애 예, 폐하.
견훤 상주의 일을 이대로 끝낼 참인가? 다시 서둘러 봐야할 일이 아닌가? 의원
들은 알아보았는가? 그리고 그 심마니들은 어찌되었는가?
능애 이미 사방으로 사람을 띄워 알아보고 있사옵니다. 의원이란 의원도 모두 수소문하
여 용한 의원들로 다시 끌어모으고 있사옵니다.
견훤 그래야지. 당분간은 전쟁이고 뭐고 신경쓸 겨를이 없어. 문제는 상주야. 상주의
아버님을 이번 기회에 어떻게 하든 우리쪽으로 마음을 돌리도록 하셔야하네. 어떻게 하든
말이야.
능애 알고있사옵니다, 폐하.
견훤 몇 십년이야. 몇 십년... 몇 십년을 우리 부자가 이렇게 살았어. 이건 도대체
한나라의 황제로서 얼굴을 들 수가 없는 일이었어.
모두들 .........
견훤 오래된 산삼이 아버님 병에는 특효라고 하지 않았는가. 찾아, 어떻게하든 찾으
란말이야. 산삼을 찾아, 산삼말이야.
능애 예, 폐하.
견훤 황금을 얼마든 써도 좋아. 황금뿐이 아니야, 높은 벼슬을 준다고 해. 벼슬도 주고
황금도 주고 다 준다고 해. 심마니들을 다그치란 말이야. 시골의 벼슬아치들도 다그치
고, 전국 방방곡곡을 샅샅이 뒤지라고 해.
능애 예, 폐하.
견훤 이번에 모든 것을 바꾸어야해. 적어도 아들과 아버지가 서로 화해하고 손을
잡았다는 것을 세상이 알아야해.
씬 26 상주, 사벌주 성
외경
씬 27 동, 성안
아자개가 신음하고 있다. 그 옆에 박술희와 계모,
대주, 용개, 보개가 보고 있다.
의원이 의식을 잃어가고 있는 아자개를 보며 도리질을 한다.
박술희 이보시오, 의원. 상부어른께서 이젠 정신까지 가누지 못하시는구려. 어찌된게요.
의원 잠시 기력을 잃으셔서 그런 것 같사옵니다. 곧 깨어나실 것이옵니다.
대주 아직도 두어 달은 더 견딜 수 있다고 하지 않았소.
의원 그렇기는 하오나, 기력이 쇠해지는 것은 막을 수 없사옵니다. 아마도 앞으로 수 차
례 정신을 놓으실 것이옵니다.
계모 어떻게 해봐야 할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안된다는 소리만 하고 있을 것인가.
의원 .......
계모 이보시게, 술희장군. 어떻게 좀 해보시게. 이러다가 정말 나으리 돌아가시겠네 그려,
아이구 이걸 어쩌나.
아자개 이보게..... 수....술희... 나 좀 살려주시게..... 나 좀 살려줘......
박술희 상부어른, 염려 놓으시오소서. 소장이 꼭 약을 찾아보겠사옵니다. 힘을 내시옵소서.
아자개 그...그래.... 아....아... 살고싶다... 살고싶어...
박술희 저희 고려에도 의원은 많사옵니다. 또한 저희쪽으로는 깊고 높은 산이 많아 그만한
지초를 어떻게든 구하고자 한다면 구할 수 있을것이옵니다. 기다려주시옵소서. 그동안 용기
를 잃지 마시옵소서.
계모 고맙네. 자네가 열자식보다 낫네. 아이고오... 어쩌나 이를 어쩌나...
박술희 소장이 꼭 상부어른을 구할 것이옵니다. 믿어주시옵소서.
대주 ........?
박술희 믿어주시옵소서. 그 지초를 꼭 구해보도록 하겠사옵니다.
그런 박술희의 표정에서...
씬 28 철원 황궁 외경
씬 29 동, 황후전
황후 유씨가 병색이 완연한 모습으로 손을 떨며 탕재를 마시고 있다.
보고 있던 민상궁이 눈물을 닦는다.
민상궁 황후마마, 어찌하면 좋사옵니까. 하루가 다르게 더 환후가 심해보이시옵니다.
유씨 괜찮을게야. 걱정말게.
민상궁 소인이 귀동냥으로 들으니 전의가 폐하께 그 오래된 산삼을 여쭈어보았다 하옵니
다.
유씨 무엇이라? 그 이야기는 내가 하지말라고 하지 않았는가.
민상궁 하오나.....(눈물닦고) 하오나 마마..... 그 산삼은 이미 다른 주인이 있어 그리로 가도
록 되어있다 하옵니다. 어찌하면 좋사옵니까 마마... 마마...
민상궁 그렇게 흐느낀다. 유씨는 처연하니 허공을 본 채 말이 없다.
그리고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유씨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려있다네. 어찌 그것을 먹는다고 꼭 나을 수 있다
하겠는가. 다행일세. 나라를 위해 쓰일 곳이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다 잊어버리게.
민상궁 (오열하며) 황후마마......
씬 30 동, 대전
왕건과 최응이 마주해있다. 박유가 보고있다.
그들앞에는 그 천년 묵은 산삼이 놓여있다.
모두들 착잡하니 말이 없다.
최응 (울먹이며) 참으로 이 죄를 어찌해야 옳을지 모르겠사옵니다. 폐하. 지금이
라도 늦지 않사옵니다. 이를 황후마마를 위해 쓰시오소서.
박유 그러하옵니다, 폐하. 황후마마께서 너무도 딱하시옵니다. 이 지초를 그리로 돌리시
오소서, 폐하.
왕건 ......(대답을 못한다)
최응 그리하시오소서, 폐하. 상주의 일은 없던 일로 해도 되옵니다.
왕건 (계속 대답못한다) ......
두사람 그리하시오소서, 폐하.
왕건 .......
두사람 그리하시오소서, 폐하... (사이) 폐하...
왕건은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그들의 얼굴을 보다가 산삼을 본다.
그리고 다시 그들을 본다. 그런 왕건의 표정에서.....
(125회 끝)(05.2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