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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대본

[태조 왕건] 127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7.12.05|조회수2,174 목록 댓글 0

태조 왕건 <제 127회>

 
줄거리
 
백제의 의원은 가짜 용삼이 오히려 병을 심하게 할 수 있다고 거짓 진단을 내리고, 능애로부터 고려쪽에서 용삼을 보냈다는 소식을 접한 견훤과 최승우는 불길한 징조를 느낀다. 점점 병이 깊어짐을 느낀 아자개는 대주의 반대 속에서도 결국 박술희를 믿고 용삼을 쓰기로 한다. 박술희는 대주의 청에 따라 잘못되었을 경우 자신의 목숨을 주겠다고 하면서, 병이나으면 고려로 함께 갈 것을 청하는데....


               

 

씬  사불성 안

 

        지난 회와 장면이 연결된다. 모두들 박술희가 가져온 그 삼을 보고

있다. 아자개도 계모도 그리고 대주도 그저 놀라서 입을 벌리고 있

을 뿐이다.

 

박술희  상부어른, 이 것을 보시오소서. 바로 이 것이옵니다. 이 것이 천 년

묵은 지초, 그 신령한 봉삼이옵니다.

모두들  ..................?

박술희  상부어른 , 한 번 만져 보시겠사옵니까?

 

        박술희가 삼을 누워 있는 아자개에게 바짝 밀어 보여준다. 그러자

아자개가 질겁을 하고 피하려 한다.

 

아자개  아, 아닐세. 내가 어떻게 이런걸....?

박술희  만져보시오소서. 상부어른....이것은 상부어른의 것이옵니다.

아자개  아닐세... 아니야...무섭네 그려. 천년이나 나이를 먹은 것을 내가 어

찌...

 

        이번에는 박술희가 계모에게 바짝 들여댄다. 그러자 계모도 질겁한

다.

 

박술희  대부인 마님, 보시오소서. 한번 만져보시오소서.

계모    아..아닐세...내가 어찌 이 신령한 것을...만진단 말인가. 

박술희  그렇다면 이제 모두들 믿으시는 것이옵니까?

모두들  .......

박술희  그렇다면 됐사옵니다. 함께 온 저희 의원에게 주어 탕제를 달이게

하겠사옵니다.(의원에게 주면)자..약을 달이도록 하세나.

의원1   예, 장군.

 

        그런 모습들을 최응은 그저 보고만 있다. 대주와 그 형제들도 신기

한 듯 보고 있다가 그 중 대주가 다시 정신을 차리듯 차갑게 말한

다.

 

대주    박장군

박술희  예, 대주낭자

대주    박장군은 이것을 천 년 묵은 삼이라 하여 가져왔습니다. 이중에 아

무도 천 년 짜리 산삼을 본 사람은 없습니다. 이것이 진짜라고 어떻

게 말 할 수 있겠습니까?

박술희  아니, 낭자?

대주    그렇지 않습니까? 이것은 아버님의 목숨이 걸려있는 일입니다.

박술희  저를 믿지 못하시옵니까? 이 박술희를 말이옵니다.

대주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 더 진지하게 살펴보자는 것이지요. 

박술희  소장은 온 정성과 목숨을 다할 각오로 이 지초를 구해왔습니다. 너

무하시옵니다. 대주낭자.

최응    (양쪽을 보다가 미소)이렇게 하면 어떻겠사옵니까?

모두들  .......(최응을 본다)

최응    워낙이 희귀하고 귀한 약재이옵니다. 그러니 누구나 쉽게 믿기 어려

운 것도 사실이옵니다. 이것이 진품인지 아닌지를 알만한 사람에게

다시 물어보시오소서. 백제에서 온 의원들이 있다 들었사온데 그 사

람들에게도 확인을 해 보이는 것이 어떻겠사옵니까?

대주    (그제서야)그대는 누구인가?

최응    여기 의원님을 뫼시고 온 하인이옵니다.

대주    하인? 하인 주제에 이 자리가 어디라고 나선단 말이냐.

최응    송구하옵니다.

박술희  어흠, 흠....(하다가 최응에게)정말 그렇구나, 여기가 어디라고 나서느

냐. 어른들이 자리한 곳이니라.

최응    예, 장군. 잘못되었사옵니다.

 

        최응이 그렇게 짐찟 물러선다. 대주와 박술희가 서로 그렇게 다시

본다. 박술희가 웃으며 말한다.

 

박술희  한시가 급하시옵니다. 의심으로 하여 좋은 약을 쓸 기회를 놓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수도 있사옵니다. 저 어린 하인의 말이 옳사옵니

다. 기왕이면 백제의 의원들에게도 확인을 하시오소서.

용개    대주야, 듣고 보니 참으로 일리 있는 말이다. 아버님 병은 중하고

시간은 없다. 정 의심스러우면 형님께서 보내신 의원들에게 보이자

꾸나. 보개야.

보개    예, 형님.

용개    가서 백제에서 온 의원을 부르거라. 어서!

보개    예, 형님.

 

        보개가 그렇게 급히 밖으로 나간다. 아자개는 다시 죽는 시늉을 하

며 신음을 계속 한다.

 

아자개  아이고.....아이고....천년 묵은 산삼이 와도 먹을 수가 없으니...아이

고...나는 어찌할꼬...이렇게 죽나보다. 삼을 앞에 놓고도 죽나보다.

 

씬 동 성안 능애의 처소 외경

 

능애 (E)        아니, 뭐라고? 고려에서 진짜 산삼이 와?

 

씬 동 능애의 처소 안

 

        능애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함께 왔던 수하에게 묻고 있다.

 

능애    그게 사실이냐? 참으로 천 년이나 된 산삼이 있었단 말이냐?

수하    예, 장군. 사실이라 하옵니다.

능애    사실이야?

수하    지금 장군과 함께 온 우리 쪽 의원이 아자개님이 계시는 방으로 불

려갔사옵니다.

능애    그럴 리가 있나. 저들이 속이고 있는 것일 게야. 어떻게 그런 산삼

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아니 되겠군. 내가 가서 봐야겠

다. 내가 봐야겠어.

 

        능애가 급히 방을 빠져나간다.

 

씬 동 성안 아자개의 방

 

        모두들 산삼을 이리저리 보고 있는 백제의원을 본다.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당황한 표정으로 주변시선만을 훔쳐본다.

 

대주    말해보시오. 우리가 찾는 그 산삼이 맞소이까?

의원    .....

계모    아 왜 말을 못하는가? 맞는가 안 맞는가 묻고있지 않은가?

의원    ......(계속 당황하고 있다.)

박술희  아, 그대도 의원이라면 바르게 말을 해야할 것이오. 어떻소이까? 그

대가 보기에 그것이 가짜같소이까? 거짓 산삼 같소이까?

 

        그래도 백제 의원은 대답을 못하고 있는데, 그 때 능애가 들어온다.

그리고 그도 산삼을 본다.

 

용개    어서 말을 해보시오.

의원    예, 실은...보기는 오랜 세월을 묵은 삼이 틀림없사옵니다. 하오나...

대주    하오나 무엇인가?

의원    이 삼은 겉으로는 천년이 넘은 봉삼이 맞사옵니다만, 많은 삼 종류

중에서 특히나 봉삼이 가짜가 아주 많사옵니다. 생긴 것은 같으나

삼이 아닌 경우가 허다하옵니다.

모두들  ....(놀라고)

의원    만에 하나 잘못 쓸 경우에는 목숨을 구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반대

의 경우가 생기는 일이 허다하옵니다.

능애    그러면 그렇지 그런 귀한 삼이 그렇게 쉽게 구해지겠는가? 이것은

엉터리일 수가 있다 대주야. 잘못하다가는 큰 경을 치른다. 이 자들

을 어찌 믿는단 말이냐.

박술희  뭐요? 나를 못 믿는다고?  

계모    그건 그래. 박술희 장군은 우리가 믿는 사람이야. 삼은 가짜일 수

있어도 사람이 그럴 리는 없어.

아자개  암...암..

대주    아버님, 잘못되면 큰일난다 하지 않사옵니까?

능애    그렇사옵니다 아버님. 이자는 고려의 장수이옵니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모를 일이옵니다.

박술희  말씀을 삼가시오. 이 지초를 가지고 희롱할 생각은 하지마시오. 상

부 어른의 목숨과 관계되어 이 자리에 있는 약초올시다.

능애    그러나 믿을 수가 없는 것을 어이하겠는가?

아자개  아이고....저럴 줄 알았어. 내가 무슨 복에 저런 약을 먹을 팔자가 되

겠는가. 아이고 억울하다. 눈앞에 두고도 못 먹다니.

최응    본래 약이란 주인이 따로 있다 했사옵니다. 아무래도 어르신께오선

이 삼과 인연이 없으신 모양이옵니다. 이것을 다시 싸겠사옵니다.

 

        그러자 아자개가 눈이 크게 떠진다. 계모도 마찬가지다.

 

아자개  싸? 싸다니!

계모    그게 무슨 소린가? 가져 온 약을 다시 싼단 말인가?

최응    신령한 약이옵니다. 이 것을 부정하거나 욕보이면 약효가 다 달아나

고 부정을 타게 되옵니다. 그것을 막으려 하는 것이옵니다.

 

        최응이 그렇게 비단보로 다시 삼을 싼다. 모두들 보고있다. 방안의

긴장은 여전하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서 갑자기 아자개가 운다.

 

아자개  그래 그래 이것들이 나를 죽이려고 하는 거야. 암...내가 어떻게 저

런 약과 인연이 있을 수가 있어. 아이구 내가 어떻게...

 

씬 철원 황궁 외경 밤

 

        비가 내리고 있다. 그 빗소리에서

 

씬 동 대전

 

        왕건과 함께 왕유, 복지겸이 앉아있다. 그들은 차를 마시고 있다.

 

왕건    최시랑이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소이다, 그려.

왕유    폐하의 크나크신 성심을 받아 뫼시고 갔사옵니다. 스스로 목숨을 걸

고 간 일이 온데 어찌 잘하지 않을 수가 있겠사옵니까?    

복지겸  그렇사옵니다. 최시랑은 학문도 깊지만은 세상을 보는 눈과 일을 처

리하는 능력이 고루 높사옵니다. 기다려 보시오소서.

왕건    그것은 나도 아오. 그러나 나이가 많은 노인의 병을 고치고자 간 일

이오. 잘못된다 하더라도 최시랑의 책임을 논할 일은 아닙니다. 목

숨이니 뭐니 하는 말은 지나친 것 같소이다.

복지겸  하오나 황후마마의 환후를 다스릴 약이였사옵니다. 그 중한 것을 가

지고 갔다면 역시 결과도 그만 해야하지 않겠사옵니까.

왕건    허허...황후는 계속해 전의를 보내 알아보고 있소이다. 그리고 황후

스스로 물린 약이올시다. 그이야기는 그만 하십시다. 황후도 그렇고

최시랑 또한 그래요, 그들 모두  오로지 나라를 위한 마음으로 그리

들 한 것 이예요.

왕유    그렇사옵니다, 폐하.

왕건    밖에 비가 오는 모양이구료.

복지겸  예, 폐하

왕건    (빗소리를 듣다가) 이 궁궐은 역시 밤이되면 참으로 고적해요. 빗소

리를 듣고 있으려니  지난 날 폐주의 그 마음을 알 것 같소이다. 세

월은 자꾸 가고 있고 마음은 급하고....일은 뜻대로 아니되고.....그러

다보니 무리수를 두었던 것이요.

왕유    그러나 그런 모든 것들을 살피고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이 군주의 자질이옵니다. 폐주는 그 싸움에서 진 것이옵니다. 폐

하와는 다르옵니다.

왕건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황제도 인간입니다. 나는 그 사람의

고통을 알 것 같아요.

       

        왕건은 까닭 모를 한숨을 쉰다. 두 사람은 민망한 듯 눈치를 살핀

다. 왕건이 다시 차 한 잔을 입으로 가져가려다가 문득 밖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어디선가 갓난아이의 울음소리가 희미하게들려 온

다.

 

왕유    왜 그러시옵니까 폐하?

왕건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소이까?

왕유    예?

 

        복지겸과 왕유는 밖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분명 갓난아이의 울음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모두들 놀란다.

 

복지겸  아니, 갓난아이의 울음소리가 아니옵니까?

왕건    그러게 말이요. 대전 주변에 웬 울음소리가.....?

복지겸  신이 알아보겠사옵니다. 우리 내군들도 밖에 있을 것이옵니다.

 

        복지겸이 급히 일어나 나간다. 보고 있던 왕건이 왕유에게 말한다.

 

왕건    왕학사, 마침 무료하던 차였는데 우리도 바람을 쐴 겸 나가 보십시

다. 대전에 너무 오래 앉았더니 답답하구료.

앙유    예, 폐하 그리하시오소서.

왕건    허허허.....이 비가 오는데 갓난 것의 울음소리라.......

 

        그들은 그렇게 일어나 나간다.

 

 씬 동 대전 밖 뜰

 

        비가 계속해 내리고 있다. 복지겸과 장수장, 그리고 내군들이 한 쪽

을 보고 있다.

 

복지겸  소리가 저 쪽에서 들렸는데....

장수장  저희들도 방금 전에 들었사옵니다. 얘들아 무엇 하느냐? 저 쪽이다.

저쪽 주변을 샅샅이 뒤져라.

 

        군사들이 대답하며 달려들 간다. 복지겸도 잔뜩 호기심을 갖고 보고

있고....

 

씬  그 일각

 

        군사들이 달려온다. 어느 전각 모퉁이에서 나인 하나가  우는 아기

를 안고 있다가 달려오는 군사들의 발소리에 어쩔 둘 모르고 있다.

        군사들이 가까이 이르자 급히 도망치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장수장

이 놀라며 와서 본다.

 

장수장  이런........  이 밤중에 아기를 안고 대전 주변에 기웃거리다니 너는

누구냐?

나인    ..........(아기만 꼭 끌어안고 있고)

장수장  너는 누구냐? 이 아기는 누구이고?

 

        그래도 나인은 필사적으로 아이만 끌어 안을 뿐 대답을 안한다.

 

장수장  말하지 못할까? 이 아기는 누구이냐?

 

        그 때 "황제 폐하 납시오" 하는 소리가 들려 온다. 모두들 물러선

다. 왕건이 왕유, 복지겸과 함께 내관들이 바치는 우산을 쓰고 다가

오고 있다. 나인이 그대로 왕건을 보자 아기를 안고 무릎을 꿇는다.

왕건이 아기를 보고 놀라며 묻는다.

 

왕건    너는 누구인고?

나인    ................

복지겸  폐하께서 묻고 계시지 않느냐? 어서 말하라.

나인    지난.......날, 황후마마를 멀리서 뫼시던 나인이옵니다.

모두들  ............................?

왕건    그래? 헌데 그 아이는 어쩐 일인고?

나인    살려주시오소서 폐하,........

왕유    아이가 어쩐 일인가 물으시지 않느냐?

나인    이 아기님은 돌아가신 폐주의 아드님이시옵니다.

왕건    뭐라?

 

        왕건 뿐만 아니다.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다 놀란다.

 

나인    지난 혁명이 일어나던 날 모두들 경황없이 궁궐을 빠져 나가고 아

기씨가 버려져 울고 있으시기로 쇤네가 딱하여 거두었나이다.

모두들  ....................

장수장  네, 이년. 아 아이는 그렇다면 대역죄인의 씨가 아닌가, 어찌 나라에

고하지 않고 감추고 숨기어 왔단 말인고.....?

나인    살려주옵소서, 살려주옵소서 폐하. 아기님이 너무도 딱하시어....

왕건    대체 어떻게 지금까지  감추어 거둘 수가 있었는고?

나인    쇤네의 벽장 속에 넣어두고 보살폈사옵니다. 엊그제부터 갑자기 열

병이 나고 구토를 계속 함으로...폐하께 목숨을 구걸하러 왔사옵니

다. 헤아려 주시오소서

 

        왕건은 한동안 말을 못한다. 빗소리만 주변의 정적을 깨고 있다.

 

복지겸  폐하, 어찌 하오리까?  형리들에게 넘겨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폐주

의 자식이옵니다.

왕건    (사이) 죄야 아비에게 있지 어찌 어린것에게 있겠는가? 상궁들은 들

어라.

상궁들  예,

왕건    어린것이 비를 맞고 있지 않느냐? 어서 거두어 전의에게 보여라.

복지겸  폐하?

나인    망극하옵니다, 페하. 백골 난망이옵니다 폐하.

 

        왕건이 다가가 아기를 본다. 만감이 교차 한다. 상궁들이 아기를 받

아 간다. 나인은 여전히 울며 엎드려 있다. 장수장이 내군들에게 말

한다.

 

장수장  이 나인을 끌고 가라.

 

        내군들이 대답하며 끌고 가려는데 왕건이 다시 이른다.

 

왕건    놓아두어라.

모두들  ................?

왕건    저 아이를 계속해 거두어 줄 어미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복지겸  폐하? 아니되옵니다. 혹 불온한 무리들이 있어 저 아기를 앞세워 불

순한 음모라도 꾸민다면.....

왕건    이미 경들이 나를 옥좌로 이끌었소이다. 그리고 잠시 여러 곳에서

오해로 말미암아 소요들이 있었으나 다들 조용해지고 있소이다.    

무엇이 더 두렵단 말이오? 역모가 의심스러워 어린 목숨을 빼앗는

다면 그야말로 역사에 웃음거리가 될 것이요. 그렇게 작은 가슴으로

어떻게 삼한의 통일대업을 꿈꾼다 하겠소이까?

복지겸  ................

왕건    불쌍하니 잘 거두어 편히 살게 해주시구료. 

 

        왕건은 그렇게 돌아선다. 복지겸은 미소를 짓는다. 역시 왕건인 것

이다.

 

씬  인서트

 

        어린 아이를 전의가 돌보고 있다. 물론 나인도 보고 있다.

 

해설    궁예의 하나 남은 아들, 이렇게되어 궁예의 혈통은 그 맥을 잇는다.

순백이라 불리우는 이 아기는 훗날 자라서 왕건 조정의 관리로서

벼슬까지 산다. 여타 왕조에서 한 번 역모가 일어나면 그 후손들을

잔인하게 끊어버렸던 것과는 참으로 대조적인 일이라 할 것이었다.

 

씬  다시 대전

 

        왕유와 왕건이 다시 차를 마시고 있다. 왕유가 미소를 짓고 있다.

 

왕유    참으로 잘 하셨사옵니다 폐하. 페하의 은혜가 두고두고 후세에 남을

것이옵니다.

왕건    은헤랄 것이 무엇이겠소이까? 당연한 것이지요. 아이가 별 탈이 없

었으면 좋겠구먼...... 하긴 뭐 전의가 잘 살펴주겠지만....

왕유    전의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씀이옵니다마는...... 충주부인마마께오

서도 태기가 있으시다 들었사옵니다.

왕건    나도 이야기 들었습니다.

왕유    황실에는 손이 많으셔야 하옵니다. 그래야만 후사가 든든한 것이옵

니다. 참으로 감축드리옵니다.

왕건    아이들만 많아서 무엇하겠소이까? 황실의 자식들로서 각자 제 몫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왕유    폐하의 혈손들이시옵니다. 그 영명함이 어디로 가겠사옵니까?              

왕건    허허허, 글쎄올시다. 하긴 박학사 같은 분들이 쉬임없이 가르치고

타이른다면 또 모르긴 하겠지요.

왕유    태자마마들의 교육은 신의 본분이옵니다. 어찌 게을리 하겠사옵니

까?

왕건    ..........하긴 그렇소이다. 내가 황제라 하나 자식만큼은 어쩔 수가 없

는 것... 그저 박학사만 믿소이다.

왕유    망극하옵니다 폐하.

 

씬  수인의 처소 밖

 

오씨    (E) 호호호, 참으로 기쁜 일이네 아우님.

 

씬  동 처소 안

 

        오씨와 수인이 다과를 놓고 앉아 있다.

 

오씨    태기가 있다니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수인    고맙사옵니다. 형님

오씨    그래야지. 큰형님이신 황후마마도 피접을 나가 계시고 이제 우리뿐

일세. 그런데다가 폐하의 아드님이라고는 태자 무 뿐일세. 이래가지

고는 황실의 장래가 아무래도 너무 외롭다는 생각을 했다네

수인    그렇사옵니까?

오씨    그러구말구

수인    형님께서 그리 말씀하여 주시니 정말로 몸 둘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오씨    아무쪼록 기왕에 회임을 하였다니 아드님을 생산하시게. 그래야 페

하께 자네의 도리를 다 하는 것이야. 아니 그런가?

수인    예, 형님

오씨    진작 한 번 와본다 하면서도 그러지를 못했어. 그래 뭐 불편한 것은

없는가?

수인    예, 지낼만 하옵니다.

오씨    큰 형님이 아니 계시니 이제 내가 어쩔 수 없이 이 궁 안에 어른의

소임을 맡게 되었네. 어른 노릇 하자면 알아야 할 것도 한 두가지가

아니고...

수인    ..................

오씨    무엇보다도 자네와 내가 잘 지내야 할 것이야. 아니 그런가?

수인    왜 아니겠사옵니까?

오씨    그러자면 궁 안에 질서가 제대로 지켜져야 해. 자네도 아랫 것들을

잘 감찰 하고 주의를 시키게나.

수인    ...........

오씨    물론 우리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하겠지만 말일세.

수인    .....(마지못해) 예, 형님

오씨    특히나 우리 무는 퍠하의 적장자일세. 자네가 공주를 나으면 모르겠

거니와 정말로 사내 아이를 낳는다면 더 더욱 형제간의 도리를 일

찍부터 잘 가르쳐야 할 것이야. 우리 무는 폐하의 다음 보위를 이를

맏이 일세.

수인    ..........................

오씨    과거의 많은 궁중 역사들을 보면 가당치도 않은 여인네들의 욕심이

        엄청난 화를 부르고 때로는 피를 부르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네.(사

이) 우리야 뭐 그럴 일이 있겠는가마는......호호호호.. 이거 오늘 내가

너무 무거운 얘기를 한 것 같네 그려. 이상하게 듣지는 말게 아우

님.

수인    그럴리가 있겠사옵니까?

오씨    그래, 기왕이면 사내아이를 낳아야지. 제발 그렇게 하게나 아우님.

수인    예, 형님

오씨    그러고 보면 참 큰 형님이 아니 되셨어. 황후마마 말일세. 우리처럼

자식 재미도 못보시고 게다가 환후까지 겹치셨으니....

수인    그거야 그 분의 복이 그러하시니 어찌 하겠사옵니까? 그나저나 이

아우는 형님이 참으로 안티까워 보이시옵니다.

오씨    내가, 내가 왜?

수인    기왕에 비워두고 있는 황후전이옵니다. 형님께서 들어가 계실 수도

있는 일이 아니옵니까?

오씨    내가....?(싫지 않은 듯) 사람 하구는.... 그런 소리 마시게.

수인    호호호 하긴 그렇사옵니다 형님. 형님이나 저는 황후마마보다 품계

가 낮은 부인들의 반열에 있사옵니다. 황후전의 주인 자리는 아무나

가는 곳이 아니지요. 혹시나 큰 형님께서 잘못 되시면 누군가 따로

선택 받는 사람이 나오지 않겠사옵니까? 새 황후 말이옵니다.

오씨    뭐라....?

수인    호호호....차 식사옵니다 드시오소서 형님?

오씨    ..............................?

 

씬  정주 유천궁의 집

 

씬  동, 집 후원

 

        유씨가 홀로 앉아서 자수를 놓고 있다. 가끔씩 까닭모를 한숨을 쉬

며 먼 곳을 응시한다. 그 옆에서 민상궁이 안쓰러운 듯 보고 있다.

 

민상궁  황후마마, 이제 그만 쉬시오소서. 하루종일 자수를 놓고 계시옵니다.

그것도 지나치시면 몸에 해롭사옵니다.

유씨    그게 무슨 말인가. 수를 놓고 있으면 만사가 다 잊혀지는데. 이것마

저 하지않는다면 무얼 한단 말인가.

민상궁  그 자수는 두어서 어디에 쓰시려 하시옵니까?

유씨    폐하의 침상에 드리려 하네.

민상궁  .......

유씨    비록 몸은 떨어져 나와있지만 어디 마음이야 그러한가. 베갯잎도 만

들어드리고 여름이불도 시원하게 만들어 드리려네.

민상궁  하오나 무리는 하지마시오소서.

유씨    무리라...... (한숨) 하긴 그렇다네. 이미 황궁을 떠난 몸인데 아직도

마음은 그곳에 가있으니 내가 참 딱도 하네. 아니 그런가?

민상궁  당연하신 일이시옵니다. 마마께오서는 이 나라의 국모님이 아니시옵

니까? 어찌 황궁의 일을 잊으실 수 있겠사옵니까?

유씨    그 옛날에........ 내가 처음 폐하를 모셨을 때........ 우리는 어쩌면 그

저 그렇게 남남이 될 뻔 하였지. 폐하께서는 나랏일에 바쁘셨고 나

는 오로지 폐하만을 생각하면서 살았었지. (한숨섞여) 너무도 오래

소식이 없으시길래 나는 그만 절에 들어가 머리를 깎았다네.

민상궁  (놀라며) 그런 일이 있었사옵니까?

유씨    그랬었다네. 하지만 곧 폐하께서 찾아오시어 나를 불러주시었지. 하

지만 이제는 병마가 나를 괴롭혀 또 이렇게 혼자 있게 하는구먼.

민상궁  쇤네가 생각하여도 너무도 안타깝사옵니다, 마마.

유씨    우리 내일 쯤은 산사에나 한번 가보세. 절말이야. 도대체 내 전생의

업이 어떠했는가 알아보고 싶네 그려. 대체 전생에 나는 무엇이었을

까. 왜 이렇게 사는 것이 힘이 들꼬...

민상궁  마마........

 

씬  동, 집 사랑

 

        유천궁이 뒷짐을 지고 오락가락 하고 있다. 심사가 편치않다.

 

유천궁  도대체 이게 무슨 운명이란 말인가. 큰 꿈을 꾸고 온 가산을 다 바

쳐 나라에 충성하고 폐하를 모시었다. 허나 결국은 다 부질없는 일

이 되어버렸어. (사이) 내 뜻대로 내 딸은 황후마마가 되시었고 우

리가문은 이 나라 제일의 가문이 되었다. 헌데 모든 것이 너무도 허

망해. 폐하께선 참으로 야속도 하시지. 어떻게 그 귀한 지초를 황후

마마를 위해서 쓰지 않으셨단 말인가. (사이) 생각할수록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씬  상주 사불성 외경

 

씬  동, 성 안

 

        아자개가 더욱더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숨이 차고 열이 펄펄 끓는

다. 가족들이 당황하며 어쩔 줄 모르고 있다.

 

계모    나으리, 좀 어떠시옵니까? 나으리, 소첩이옵니다.

아자개  .......... (신음소리만)

계모    정신좀 차리시어요, 나으리, 아이고.... 이거 어떻게 하나. 얘, 대주야

어떻게 좀 해보려무나, 어떻게 좀 해보아, 네 아버님 돌아가시겠다.

대주    ........... (한숨만)

용개    대주야. 어쨌든 박술희 장군이 그 귀한 약을 구해오지 않았니. 약을

앞에 놓고도 진짜니 가짜니 의심해서 먹지 못한다면 도대체 어찌하

란 말이냐.

보개    그건 그렇습니다, 형님. 그렇다고 해서 백제에서 보낸 의원이 딱히

가짜라고 한 적도 없사옵니다.

대주    하지만 만약의 경우 진짜가 아닌 엉터리를 약으로 쓰셔서 그나마

병이 더욱 커진다면 어찌하실 것이옵니까?

계모    그렇다고 보고만 있을 것이냐? 어차피 오래 못 간다고 하셨다. 약이

라고 가져왔으면 써는 봐야할 것이 아니야? 그러냐 안그러냐. 말 좀

해보려무나.

대주    .............

아자개  박술희.......... 술희 어디갔어..... 아이구.... 박술희가 누군데 가짜를 가

져오겠어? 아이구....... 아자개 죽네... 이 아자개가 그예 죽네...... 이

보시오 부인...

계모    예, 나으리.

아자개  박술희가 단단히 화가 났을 것이오. 아이고..... 갔나 안갔나 가서 보

시구려. 삼을 도로 싸가지고 나갔잖어. 그 삼... 아이고 그 삼....

계모    박술희 장군이 누굽니까. 조금 섭섭하다고 갈 사람이옵니까? 문제는

우리에게 있사옵니다. 죽어라고 약을 구해왔는데 의심을 하다니요.

아자개  그건 그래... 백제의 의원이 고려의 의원을 좋아할리가 있는가...... 그

놈들은 내가 죽기만 바라는 놈들이야. 그놈들은......... 대주가 속고

있는 것이야, 대주가........

 

        대주는 어쩔 줄 모른다.

 

씬  능애의 처소

 

        능애와 의원이 심각하게 마주보고 있다.

 

능애    지금 뭐라고 하였는가? 틀림없다고? 그 삼이 틀림없어?

의원    예, 장군. 소인이 보기로는 틀림없이 전설로만 전해져 온 그 천년

짜리 삼이 틀림없사옵니다.

능애    허허, 이런... 자네도 처음 보았다면서 어떻게 단정할 수 있는가?

의원    의원들은 그에 관한 것을 보지 못하였어도 이미 말로써 다 들어 아

옵니다. 틀림없사옵니다.

능애    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병이 이미 위중하신데 그걸 드셔서 꼭 낫는

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의원    그건 그렇사옵니다. 낫는다는 장담은 누구도 못하옵니다. 다만 저희

의원들이 쓰는 처방에 있어서 저러한 약은 약 중에 최상으로 꼽힌

다는 것이옵지요.

능애    (고민이 많다) 이렇게 되면 어찌되는 것인가.

의원    ..........

능애    지금 아버님을 위해서 형님폐하께서 얼마나 노심초사하시며 온 백

성과 신료들을 다그치시는가 말이야. 잘못하면 이러한 노력들이 모

두 수포로 돌아가게 생겼지 않은가.

의원    그럴 수도 있사옵니다.

능애    그럴 수도.......있어?

의원    예, 장군. 영약 중에 영약이 아니옵니까? 영약 중에 영약을 고려에

서 가져왔사옵니다.

능애    이런 이런........ 우리 백제에서는 왜 저런 것을 구하지 못하는가. 수

많은 심마니와 의원들이 다 동원되어 찾고 있는데도 어찌 아직까지

이렇게 소식이 없을 수가 있어?

의원    말씀드리기 참으로 송구하오나 병도 하늘이 주시는 것이고 약 또한

하늘이 주신다 하였사옵니다. 병과 약은 인연에 따라 만나고 헤어진

다 하였사옵니다.

능애    그건 무슨 소린가.

의원    이미 하늘이 저 지초를 고려 쪽에 준비해놓은 것 같사옵니다.

능애    그걸 말이라고 하는가? 막아야 해. 어떻게허든 고려에서 약을 올린

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어, 허허... 이걸 어찌하나, 이걸 어찌해.....

어쨌든 이런 사실들을 빨리 황도에 알려야하네. 일이 다급해지고 있

지 않은가. 사람을 보내도록 하세.

의원    예, 장군. 그리해야할 것 같사옵니다.

 

씬  박술희 처소

 

        최웅과 박술희와 의원1이 비단보에 싸인 그 지초를 보고 앉아있다.

 

박술희  이보시오, 최시랑. 이거 답답해서 죽겠소이다. 대체 어찌될 것 같소

이까?

최웅    백제에서 온 능애라는 사람은 백제 왕의 아우이옵니다. 당연히 고려

에서 하는 일들을 방해하려 들겠지요.

박술희  그야 그렇겠지요. 허나... 때를 놓치면 아무리 좋은 지초도 쓸모가

없어집니다.

최웅    그렇지않습니다.

박술희  그렇지 않다니?

최웅    내가 이곳에 온 것은 과연 저 아자개라는 노인이 이 약을 받고 살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을 알아보기 위함이었습니다. 관상으로 말

입니다.

박술희  관상이요?

최웅    예. 본래 학문을 많이 하다보면 주역과 관상은 저절로 공부하게 되

어있습니다. 저 노인은 삽니다.

박술희  살아요?

최웅    예. 또한 목숨에 미련도 많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곧 약을 다시 찾

을 것입니다. 이 약이 어떤 것이옵니까. 천 년의 세월을 기다려 오

늘에 이른 약이올습니다. 임자는 저 노인이 맞습니다. 꼭 다시 찾을

것입니다.

해설    지초. 고려사 절요에 이 지초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일길찬 능윤이라는 사람이 상서로운 지초 한 포기를 바쳤다. 황제가

내창의 곡식을 상으로 내려주었다 라고. 그러나 이 상서로운 지초가

참으로 오래된 산삼인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이 극중에서 역사의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아자개의 고려귀부라는 사실을 엮기 위하여

인용한 것뿐이다.

 

씬  다시 아자개의 방

 

        아자개가 이제는 신음소리도 제대로 못내고 있다. 계모와 대주형제

들은 일이 점점 심각해짐을 느끼고 있다.

 

용개    어쩔 것이냐, 대주야. 이러고 있을 것이냐? 아버님께서 점점 더 하

시지 않느냐?

계모    아 말을 해보아라.

대주    ........

용개    더는 기다릴 수가 없다. 나는 박술희가 가져온 저 지초를 쓰고 싶

다. 가짜라도 할 수 없지 않느냐? 일단은 써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계모    그래. 더는 망설일 수가 없다. 이제 무언가 결정을 해야해. 너도 생

각해보아라. 대주 네가 좋아서 평생을 따라다니는 사람이다. 저 사

람이 설마하니 네 아버님을 해치려고 왔겠느냐?

대주    ..........

계모    그리고 의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잘 사셔야 두 세달이라고들 한다. 그

럼 그렇게 그냥 돌아가시게 하리? 아 말좀 해보아, 이것아.

대주    ....... (한숨만)

용개    보개야.

보개    예, 형님.

용개    더이상 망설일 수 없다. 가서 박술희 장군을 다시 오라고 해라. 어

서.

보개    예, 형님.

 

        그렇게 보개가 나간다. 대주는 한숨을 쉬며 허공을 본다. 그리고 다

시 아자개를 보면 곧 숨이 넘어갈듯 아자개는 그렇게 신음하고 있

다.

 

아자개  술희...... 박술희....... 아이구 내 삼.. 내 삼.........

 

씬  박술희 처소 외경

 

        보개가 군사들과 함께 와서 이른다.

 

보개    계시오이까? 계시오이까?

박술희(E)       누구시오?

 

씬  동, 처소

 

보개(E) 보개이옵니다.

박술희  들어오시구려.

 

        보개가 들어온다. 들어와 예를 올린다. 모두들 본다.

 

보개    그 약을 쓰기로 하였소이다. 자, 어서 아버님께 가십시다.

박술희  (최웅 보다가) 그럴 줄 알았소이다. 찾으실 줄 알았어요.

보개    어서 가십시다. 그 산삼도 가져가십시다. 어서요.

최웅    ........ (미소)

 

        디졸브 되면

 

씬  능애의 처소

 

        능애가 기겁을 하며 함께 왔던 부장을 보고 있다.

 

능애    박술희가 다시 아버님 방으로 갔어?

부장    예, 장군.

능애    왜? 무엇때문에?

부장    아무래도 그 약을 쓰실 것 같사옵니다.

능애    약? 산삼말인가?

부장    예, 장군. 그것을 들고 아자개 어른 방으로 가는 것을 보았사옵니다.

보개 장군이 직접 앞서서 뫼시고 갔사옵니다.

능애    이런, 이런......  그렇다면 틀림없구먼. 약을 쓸려는 것이야. 아이구

이걸 어찌하나... 그렇다고 아버님 병이 위중하신데 언제까지 못쓰게

만 할 수는 없고. 그냥 두자니 더 큰 난리가 앞으로 벌어질테고. 아

이고 이걸 어쩌나... 부장은 들어라.

부장    예, 장군.

능애    이미 앞서서 고려에서 온 자들에 관한 일을 조정에 전했느니라. 그

러나 갈수록 일이 점점 더 급해지고 있다. 다시 가거라. 너는 이 길

로 달려가 폐하께 지금까지의 일을 소상히 다 아뢰어라. 그리고 빨

리 뭔가 조치를 취해주시랍시고 전해올려라.

부장    예, 장군.

능애    아이고... 어찌하나...이걸 어찌하나...

 

씬  다시 아자개 방

 

        아자개와 그 가족들이 모두 박술희들을 보고 있다.

 

박술희  소장을 끝내 믿고 일을 맡겨주시니 참으로 고맙사옵니다.

계모    우린 처음부터 장군을 믿었네. 그저 잠시 우리 대주가 백제에서 온

의원들의 말을 듣고 생각을 좀 해보았을 뿐이야.

박술희  어찌 모르겠사옵니까. 하오면 곧 약을 다리오리까?

계모    아 여부가 있겠는가, 급하네. 어서 서두르시게.

대주    그에 앞서서 다짐을 둘게 있소이다, 박장군.

박술희  말씀하시지요, 낭자.

대주    만에 하나, 백제에서 온 의원이 걱정한 것처럼 일이 잘못될 경우 어

떻게 책임지시겠소이까?

박술희  책임이요? .......... (하다가) 어떻게 하면 좋겠소이까?

대주    목숨을 내놓으실 수 있겠소이까?

모두들  .............(놀라고)

최웅    어찌 그렇게 못하겠사옵니까. 이미 장군께서는 그러한 결심을 하시

고 이곳에 오신 것이옵니다.

대주    네게 물은 것이 아니다. 장군께 물었느니라.

박술희  (갑자기 웃음) 하하하 낭자. 기꺼이 그리하리다. 열번 백번이라도 이

목을 내놓겠소이다. 나는 그 동안 상부어른을 위하고 또한 대주낭자

를 생각하며 내 모든 것을 바쳐왔소이다. 그까짓 목이 문제겠습니

까?

모두들  .............

계모    암, 암, 암.. 박장군은 그랬지. 그랬구 말구.

박술희  기왕에 내 목을 걸었으니 나도 상부어른께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아자개  암....... 술희도 ....... 할말이 있겠지...

계모    말해보시게. 무엇이든지 말해보아.

박술희  상부어른께오선 이 지초를 드시고 환후가 나으시면 소장이 고려로

모시겠사옵니다. 허락하시겠사옵니까?

아자개  고려?

모두들  고...........려?

 

        갑자기 방안공기가 긴장된다. 대주의 눈빛이 빛난다.

 

대주    말도 아니되오, 고려라니! 아버님은 백제국 황제의 아버님이시오. 어

떻게 고려로 가실 수 있단 말이오?

최웅    소인이 나설 자리는 아니오나 한 말씀 올리겠사옵니다. 박장군께오

서는 천년의 산삼을 구해오시고 또한 목숨까지도 거셨사옵니다. 이

제 그 결과가 좋아진다면 상부어른을 일생동안 편안히 모시고저 청

하시는 것이옵니다. 낭자께오서는 이 지초도 부족하여 목숨까지 달

라하셨습니다. 박장군께서 고려로 모시겠다는 청이 거절된다면 이

거래는 너무도 형평에 어긋나는 것 같사옵니다.

계모    (생각하며) 그건 .......그렇지...

박술희  상부어른을 편안히 뫼시고 싶사옵니다. 제 친 아버님처럼 평생을 뫼

시겠사옵니다. 그리고 대주 낭자와 함께 할 수 있다면 더이상 소원

이 없사옵니다.

계모    참 자네 성의가 지극도 하이. 세상에 어느 대장부가 이토록 정성으

로 한 사람만을 생각할 수 있을꼬. 참으로 대단하이...

대주    ...........

용개    아버님. 박장군의 청을 어찌하실 것이옵니까?

아자개  ............ 어차피 나는 죽은 목숨이야. 술희가 원한다면...

대주    아니되옵니다. 고려로는 못가시옵니다.

아자개  내가 다시 살아난다면 그건 덤으로 얻은 목숨이다. 그리고........ 이제

사실 늙기는 늙었다. 내가 죽고 나면 너희들의 운명도알 수 없고..

계모    그렇사옵니다. 뻔한 것이 아니옵니까? 견훤이가 이 땅을 그냥 두겠

습니까? 그리고 이 아이들을 보호해줄 것이라 믿사옵니까?

아자개  나도 그게 늘 걱정이었어.

대주    그래도 아니되옵니다. 고려는 아니되옵니다.

박술희  ......... 상부어른. 답을 주시오소서. 소장을 따라 가시겠사옵니까?

아자개  ...... 고려라. 고려. ...............

계모    (결심한 듯) 자네 말을 따르겠네. 어차피 어른의 목숨은 자네에게

달린 게 아닌가.

대주    어머님?

계모    뭔가는 결정할 때가 온 것이야. 우리는 오래 전부터 우리의 거취를

놓고 걱정을 많이 했다. 백제에 가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할 바에

야 고려라고 한들 어떠하리? 아니 그렇사옵니까 나으리?

아자개  부인 말이 옳소. 정말로 목숨을 건진다면..... 고려로 가겠네.

대주    아버님?

용개    나도 아버님 생각과 같다. 이제 결정해야한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결정을 해야해. 나도 아버님을 따를 것이다.

보개    저두요 형님.

박술희  상부어른. 그리고 대부인 마님. 고맙사옵니다. 반드시 어르신의 병은

나으실 것이옵니다. 대주낭자. 이제 우리는 같은 운명이 된 것 같소

이다. 이 박술희를 믿어주시구려.

대주    처음부터 뭔가가 잘못되고 있는 것 같소이다. 처음부터 말이오. 박

장군은 나를 좋아한 것이 아니오. 바로 이곳 상주 땅을 노리고 또한

우리 오라버니와 아버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온 것이오. 아니그렇

소이까?

박술희  오해올습니다, 낭자. 나는 진심으로 말씀드리는 것이올시다. 믿어주

시구려 낭자.

대주    모르겠습니다. 나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겠습니다.

 

        대주는 그렇게 박차고 나가버린다. 박술희가 가서 아자개의 손을 잡

는다.

 

박술희  고맙사옵니다, 상부어른. 잘 될 것이옵니다. 이 박술희가 편히 모시

겠사옵니다.

아자개  그래.. 그래.... 역시 술희 뿐이야... 아암...

박술희  의원은 무엇하는가. 어서 약을 달이게. 어서.

의원1   예, 장군. 지금부터 족히 사흘은 고아야 할 것이옵니다. 성스러운 약

을 다리는 것이니 기도처를 마련해주시고 주변을 조용히 하여주시

오소서.

용개    그리하겠네. 보개야, 어서 이 의원에게 주변을 마련해주어라.

보개    예, 형님.

아자개  고려.... 고려로 간다...... 고려.....?

계모    예, 나으리. 아무려믄 어떻사옵니까? 그곳 황제도 일찌기 나으리로

상부로 뫼신 사람이옵니다. 얼마나 잘해주었사옵니까?

아자개  그렇지 그렇지.... 내가 그 사람 혼례식에도 갔었지.

박술희  그렇사옵니다, 상부어른. 다 잘 될 것이옵니다.

 

        박술희가 아자개의 손을 여전히 잡고 있다. 최웅이 미소지으며 의원

1을 따라 방을 나간다. 그리고 박술희와 시선이 교차된다. 그들은

승리하고 있는 것이다.

 

씬  성 안 어느 곳

       

        최웅이 의원1과 함께 흰옷으로 갈아입고, 향로 위에 약을 다리고 있

다. 그 앞에 자리를 깔고 앉아 기도하듯 보고 있는 두 사람.

 

씬  그 일각

 

        능애가 의원과 함께 발을 동동 구르며 최응의 모습들을 훔쳐보고

있다.

 

능애    일이 커지고 있네 그려. 일이 커지고 있어. 지금쯤 황도에 파발이

도착을 했을 것인데...

의원    예, 장군. 한발 앞서 간 파발은 도착을 했을 것이옵니다.

능애    형님폐하께서 이 이야기를 들으면 얼마나 낙심이 크실꼬. 어이쿠.....

 

씬 백제국 황궁 외경

 

씬  동, 궁 안 대전

 

        견훤과 최승우, 능환, 박씨, 고비, 박영규 등이 모여있다. 그 옆에 상

주에서 온 전령이 읍하고 서있다.

 

견훤    이게 무슨 소린고. 뭐라? 고려에서 천년이나 묵은 신령스러운 지초

를 가져와?

모두들  .........?

견훤    아니, 우리는 그렇게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가 없는 그것을 고려에

서는 어찌 구했단 말인가?

능환    잘못 안 것일수도 있사옵니다. 어떻게 그리 쉽게 마치 맞춘 것처럼

구해다 올렸겠사옵니까?

견훤    이것은 내 아우 능애가 보낸 것일세. 그렇게 써있지 않은가? 그 박

술희인가 뭔가 하는 장수가 의원을 데리고 삼을 가져왔다는 것이야.

자그만치 천년이 된 삼을 말이야.

최승우  .......

박씨    헌데 참 이상도 하옵니다. 왜 고려에서 아버님의 환후를 위해 그토

록 설친단 말이옵니까?

고비    그러게말이옵니다. 이해가 잘 아니가옵니다.

박영규  그렇지가 않사옵니다. 그 박술희라는 고려장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사불성을 제집처럼 오가고 있다 하옵니다.

박씨    참, 그랬지, 그랬어요. 그런 소리는 들었어. 그러면 대주를 좋아한다

는 그 장수가?

최승우  그렇다하옵니다, 황후마마.

박씨    참 갸륵도 하구만. 우리 백제가 온 나라를 이잡듯이 뒤져도 못잡고

있는데 그자는 어디서 그런 영약을 구해왔단 말인가, 하 참....

최승우  약을 구해온 것은 그리 탓할 일이 아니오나 뭔가 불길하옵니다.

견훤    불길해? 뭐가?

최승우  비록 대주아가씨를 사모하여 저런다 하지만 만약의 경우 아자개 어

른께서 고려의 힘에 의해 환후를 벗어나신다면 향후 정국에 아주

큰 변수가 생길 수도 있사옵니다.

견훤    변수? (하다가) 그렇지. 그럴 수도 있어. 아버님처럼 괴팍하신 분이

어디 계시는가? 더구나 계모님하고는 두 분이 아주 부창부수란 말

일세. 언제 무슨 일을 저지르실 지 모르는 분들이야. 아이고.... 이거

일이 왜 또 이렇게 풀려 가는가 일이........

박씨    하여간에 노망든 아버님 한 분이 두고두고 폐하를 괴롭히십니다. 아

이구.. 아이구 복장이야...

견훤    좀 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어. 고려의 도움을 받다니, 이게 말

이 되는가 말이야. 백제국 황제의 아버님이 어떻게 고려의 도움을

받아, 받기를........? 이보게 이찬, 파진찬.

두사람  예, 폐하.

견훤    뭔가 일이 이상해지고 있어. 자세히 알아봐, 자세히. 그리고 전국에

사람들을 풀어서 더욱더 다그치란 말이야. 고려에 있는 것이 왜 우

리에게 없는 것인가 말이야. 왜...

씬  사불성 안(밤)

 

        최응과 의원1이 여전히 앉아있다. 약탕기에서 약이 김을 내며 끓고

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말없이 앉아있고 그 뒤로 용개와 보개, 박

술희가 보고 있다.

 

보개    약이 끓고 있습니다, 형님.

용개    ........ (끄덕인다)

박술희  .......

용개    이게 무슨 냄새인가? 온통 사방이 진한 흙내음일세.

박술희  오래된 산삼은 그 나이가 많을수록 끓일 때 흙내음을 풍긴다고 하

더이다. 약이 틀림없이 진품인 것 같습니다. 아... 이 냄새... 이 흙냄

새...... 틀림없어요.

용개    그런 것 같소이다. 오... 정말 그래요. 보개야, 가서 대주좀 오라고

하거라. 어서 이 냄새 좀 맡아보라고 해.

 

        그러다가 그들은 머쓱해진다. 대주가 이미 저만큼에서 보고 있는 것

이다. 박술희가 환히 웃는다.

 

박술희  오, 낭자. 거기 계셨소이까?

대주    .......?

박술희  이 흙냄새 좀 맡아보십시오. 대단하지 않습니까? 사방이 진한 흙내

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니그렇습니까?

대주    .........

박술희  오늘이 이틀째이옵니다. 앞으로 하루만 더 약을 고으면 어르신께서

드실 수 있으실 것이옵니다.

대주    박장군.

박술희  예, 낭자.

대주    박장군은 참으로 무서운 사람입니다.

박술희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낭자?

대주    장군은 지금 이 사불성은 물론이고.... 백제국을 통째로 흔들려고 하

고 있습니다.

박술희  낭자?

대주    그것이 잘 되리라 보십니까?

박술희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낭자?

대주    잘 되리라 생각하는가 물었습니다.

박술희  낭자!

 

(127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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