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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대본

[태조 왕건] 134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7.12.05|조회수2,986 목록 댓글 0

태조 왕건 <제 134회>

 


씬 벽진군 성 근처 강계 곡 (밤)

 

        지난회와 장면이 연결된다. 신검은 뻥해서 그저 멍하니 주변을 보고있다. 상처를 입은 능환이 구해지고 있고, 박영규가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있다. 사방은 아비규환이다.

 

박영규  태자마마를 뫼시어라. 태자마마를 뫼시어라!

능애    이찬 어른을 뫼셔 가거라. 군사들은 절벽 위에 적군을 제어하라!

 

        그러나 그것은 구호뿐이다. 삽시간에 집중적으로 정신없이 퍼부어지는 공격이다. 통나무와 바위덩어리들, 화살들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다.

 

박영규  길을 뚫어라! 앞으로 더 나가지 마라! 퇴각하라! 퇴각하라!

신검    .......(아무 정신도 없다)

능애    퇴각하라! 철기군들은 태자마마를 뫼시어라! (가까이 오며) 이보게 박장군, 빨리 뒤로 물러나세. 매복군에게 당했네.

박영규  예, 장군. (큰소리로) 후퇴하라! 뒤로 다시 길을 열러라! 태자마마, 소장을 따르시오소서. 아무 것도 아니옵니다. 놈들의 기습에 걸린 것 같사옵니다만 별것 아니옵니다.

 

        그들은 그렇게 말머리를 돌렸다. 그 경황 속에서도 계속해 군사들이 죽어가고 있다. 철기군들이 신검을 에워싸며 그렇게 뒤로 다시 길을 열기 시작한다. 같은 백제군끼리 아우성 치며 부딪히며 넘어지고 혼란이다. 그 속으로 박영규와 능애가 길을 열려고 필사적이다. 그렇게 얼마쯤 갔을까. 또 다른 함성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신검들이 기겁을 하며 본다. 불길이 번지고 있다. 사방이 온통 화광에 휩싸이고 비명소리들이 아비규환이다.

 

신검    숙부님, 저 쪽에 불길입니다. 저쪽에도 길이 막혔어요.

능애    그런 것 같사옵니다. 완전히 허를 찔렸사옵니다.

박영규  길을 뚫어야 하옵니다. 이 고비만 넘기면 되옵니다. 적은 얼마 아니 되옵니다. 우리 상대가 아니 되옵니다. (큰 소리로) 길을 뚫어라! 물러나지 마라! 어서 길을 뚫어라!  

 

        그렇게 혼란은 계속된다. 그들은 필사적으로 길을 헤치고 나간다. 그러나 불길을 그럴수록 가까워오고, 얼마 가지 않아서 와 하는 함성 소리와 함께 다시 돌과 바위 통나무들이 굴러 내린다. 수많은 희생자를 내며 조금 더 나아갔을 때 이총언의 아들 영의 모습이 보인다.   

 

영      핫하하하하하! 어떠하냐? 너희들은 오늘 이곳을 살아서 나가지 못할 것이다. 나는 벽진군 성주 이총언님의 아들 영이니라. 오늘 너희 백제의 무리들을 모두 이곳에서 장사지내줄 것이다!

신검    네 이놈! 어린놈이 겁이 없구나! 여봐라! 저놈을 잡아라!

영      얼마든지 오너라

 

        그렇게 다시 또 전투가 일어난다. 백제군은 태반이 죽었다. 살아남은 군사들과 신검들이 필사적으로 영의 군사들과 접전을 벌리며 퇴로를 뚫으려고 한다. 치열한 접전이 곳곳에서 벌어지다가 안되겠다는 듯 영이 말머리를 돌린다.

 

영      잠시 후퇴하라! 퇴각하라! 적의 수가 너무 많다.

능애    쫓아라! 놈들을 닥치는 대로 목을 베어라!

 

        철기군들이 와 쫓기 시작한다. 능애가 입술을 깨문다. 박영규가 함께 있다.

 

능애    이보게 박장군, 참으로 순간적으로 어이없이 당했네 그려.

박영규  그러게 말이옵니다. 너무도 어처구니없사옵니다. 도대체 천명도 아니 되는 병력에게 오 천의 우리 대병이 당하다니요.

신검    희생이 너무 큰 것 같습니다. 너무 많은 군사가 순식간에 다 죽었어요.

박영규   그런 것 같사옵니다. 태자마마. 일단은 이곳을 벗어나야 하옵니다. 어서 가시오소서.

신검    그렇게 하십시다.

 

        그들은 그렇게 달리기 시작한다. 가는 곳마다 시체로 산을 이룬다. 그렇게 그들은 강 절벽 길을 한참 빠져 나와 막 개활지로 벗어나려는데 또다시 공격이 이어진다.

 

영      저들이 왔다! 화살을 퍼부어라!

 

        정신이 없다. 이미 그들 앞으로 마른 섶단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그것들은 아마도 기름에 젖은 듯, 불화살로 불을 붙이자 삽시간에 타오른다. 불바다다. 군사들이 무수히 타죽고 있다. 화살과 불과 강 계곡은 그렇게 지옥으로 변하고 있다. 박영규가 또 소리친다.  

 

박영규  저 불길을 뚫고 나가야 하옵니다. 이 안에 있다간 꼼짝없이 타죽사옵니다. 소장을 따르시오소서.

능애    가시오소서 태자마마. 어서요!

 

        이들은 그렇게 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불길 속을 그렇게 뚫고 나간다. 그 어지러운 모습에서 디졸브 된다.

 

씬 그곳 계곡 절벽 위

 

        이총언이 웃고있다. 그의 시야로 무수한 시체들이 보여온다. 계곡은 그렇게 백제군으로 채워져 있다. 곳곳에 연기와 불이 타고있다.

 

이총언  대 성공이다. 백제군 태반이 다 죽었다. 우리의 성공이다. 내려가 찾아보아라! 견훤왕의 아들 신검의 시체가 있나 찾아보아라!

 

        대답소리와 함께 부장과 군사들이 와 하며 내려가고 있다. 이총언이 계속 중얼거린다.

 

이총언  백제군이 우리 벽진군을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이 이총언이를 너무 몰랐어! 하하하하하!

 

씬 주변 산 길

 

        신검이 꺼멓게 불에 끄슬린 모습으로 한숨을 쉬고 있다. 다치고 부상당한 군사들이 수도 없이 밀려오고 있다. 참담한 실패다. 능환은 숨을 헐떡거리며 누워있고 능애와 박영규가 한숨을 쉬며 보고있다.

 

신검    이럴 수가 있습니까? 숙부님! 저들은 천 명도 아니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능애    처음부터 우리가 너무 만만히 본 것 같사옵니다. 태자마마.

박영규  너무 갑작스럽게 허를 찔렸어요. 도대체 우리 첨병들은 무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전에 철저히 적진을 수색하고 살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능애    상대가 수적으로 너무 열세이다 보니 우리가 안심한 것이 탈이었습니다. 지독한 놈들입니다. 이럴 수가 있나? 남은 군사가 채 이천도 아니 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모두 부상자 들 뿐 이예요.

신검    아.. 이 일을 어쩌나! 아버님께 뭐라고 말씀을 드리나. 또 당했습니다. 또 실패를 했어요! 

 

        신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쉰다. 그러다가 들것에 누워 있는 이찬 곁으로 간다.

 

신검    좀 어떠십니까? 이찬.

능환    목숨은 건진 것 같사옵니다. 송구하옵니다. 태자마마. 오늘의 실수는 모두가 소인의 탓이옵니다. 이런 실수를 하다니요. 천하의 능환이가! 천명도 안 되는 군사에게 오 천의 군대를 당하게 하다니요. 아 처음이옵니다. 적을 너무 가볍게 보았사옵니다. 해서는 안될 실수를 하였사옵니다. 태자마마.

능애    일단 남은 군사를 수습하여 멀리 물러나야 할 것 같사옵니다. 전열을 정비하고 가다듬어야 할 것이옵니다.

신검    예, 숙부님.

능애    군사를 물려라! 대오를 정비하라!

 

        그렇게 능애가 소리치고 있다. 신검은 그저 한숨만 쉰다. 꼴이 말이 아니다. 아직도 놀란 눈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씬 송악 황도(낮)

 

씬 동 조당

 

        김행선과 더불어 태평, 다련군, 유긍달, 원극유, 최응, 왕유들이 함께 해있다. 복지겸과 박지윤 부자, 박술희, 능산들도 보인다. 왕건이 장계를 다 읽고 흐뭇한 듯 웃는다.

 

왕건    이거 정말 기쁘고도 반가운 소식이구려. 벽진군 성주 이총언이 짐의 권고를 받아 들였소이다. 내가 금석지교를 약속했는데 벽진군도 그 약속을 지키고 영원히 충의를 다하겠다고 하였소이다.

김행선  참으로 다행 중에 다행이옵니다. 벽진군은 비록 작은 성이지만 우리 고려와 백제 사이에 놓여있는 아주 중요한 곳이옵니다. 저들의 향배에 따라서 얼마든지 전 전선의 상황이 변할 수 있사옵니다.

왕유    그러하옵니다. 무엇보다도 벽진군 성주 이총언이라는 사람은 백성들을 잘 다스리고 인정 있는 사람으로 소문이 나있사옵니다. 그런 사람이 우리에게 왔다는 것 자체가 열 개의 성을 얻는 것보다도 더 큰 의미가 있사옵니다.

태평    그러하옵니다. 대야성 보다도 더 큰 의미가 바로 이총언 성주의 귀부 이옵니다. 폐하께 큰복이 되실 것이옵니다.

최응    폐하. 이 분들의 말씀이 지극히 맞사옵니다. 싸움보다 더 큰 것은 명분이고 인심이옵니다. 백제가 대야성을 차지한다 하더라도 폐하께서도 이총언이라는 성주 한 분을 얻음으로써 더 큰 실리를 얻으신 것이옵니다. 감축 드리옵니다.

모두들  감축 드리옵니다.

왕건    허허허.. 고맙소이다. 나는 약속을 지킬 것이오. 다시 사자를 보내도록 하시오. 그토록 충의를 보이는 벽진군에 그냥 있을 수 없소이다. 후한 상급을 내려 짐의 마음을 다시 전하도록 하시오.

모두들  예.

왕건    지리적 여건만 좋았더라면 대야성도 저렇게 두고 볼일은 아니었소이다. 진실로 신라에게 미안한 마음이오. 과연 저들이 잘 버텨 낼 수 있을 런지 모르겠소이다.

박지윤  이미 우리 군이 신라를 돕기 위해 대야성으로 출발했사옵니다. 귀추를 기다려 보시오소서 폐하. 백제가 대야성을 얻더라도 더 이상 날뛰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왕건    (끄덕이며) 벽진군도 마찬가지요. 김락 장군과 홍유 장군이 배후를 도우라 하였는데 병부와 순군부는 재촉하시구려.

원극유  예, 폐하.

왕건    백제는 이번 일을 시작으로 더욱 신라의 목을 조이기에 박차를 가할 것이오. 더불어 신라는 그만큼 우리와 또한 가까워 질 것이오. 두 나라가 잘 공조 할 수 있도록 경들은 많은 노력들을 해야할 것이오.

모두들  예, 폐하.

왕건    그 옛날 신라에는 늙은 대신과 장수들이 있어서 그들의 목숨으로 나라의 위기를 넘겨 왔소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세월들도 갔어요. 대야성이 과연 얼마나 버틸지 걱정이 됩니다.

 

        그런 왕건의 표정에서

 

씬 대야성 밖 들판      

 

        견훤의 군영이다. 일만의 대병이 공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견훤이 수하들과 함께 성 쪽을 보고있다.

 

견훤    이제 공격 할 시점이 오지 않았는가? 최필 장군.

최필    폐하.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오소서. 그렇지 않아도 오늘밤이 되면 대야성 후방에 들어가 있던 애술 장군이 공격을 하겠다고
 했사옵니다.
신덕    애술 장군이 뒤에서 소동을 일으키고 우리가 정면에서 공격을 한다면 대야성을 무너지게 되어 있사옵니다.

공직    그러하옵니다. 이미 저들은 방어 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사옵니다.

김총    폐하. 무조건 싸우기보다는 한번쯤 항복을 권유해 보는 것이 어떻겠사옵니까?

견훤    그럴 필요 없어. 나는 이곳에서 두 번씩이나 저들의 의지를 확인하였어. 비록 힘이 빠진 호랑이 새끼지만 저들은 여전히 호랑이야. 오죽하면 우리가 대병을 끌로 와서도 두 번씩이나 실패를 하였겠는가. 저들은 항복 따위는 안 할 것이야. 따라서 우리도 인정 사정 둘 것 없어. 전투는 냉철해야 하네. 완전한 승리를 거두도록 하게.

제장들  예, 폐하.

견훤    금강이도 단단히 각오하거라. 이것은 전쟁터니라. 어리다고 해서 사정이나 용서가 있을 수 없는 곳이다. 알겠느냐?

금강    예, 아바마마.

견훤    오늘 밤이다. 대야성의 운명이 오늘밤으로 끝나는 것이다.

 

        견훤이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는데 저쪽에서 군사들 사이를 가르며 두필의 전령마가 달려온다. 그들은 말에서 내려 굴례를 올리고 장계를 올린다. 최승우가 그것을 받아 읽다가 표정이 흐려진다.

 

견훤    무엇인가?

최승우  벽진군에서 올라온 장계이옵니다 폐하.

견훤    벽진군에서? 그렇다면 신검이가 보낸 것인가? 뭐라고 썼는가?

최승우  참으로 아뢰옵기 송구하옵니다 만은...

견훤    왜 그러 는가? 무슨 내용인데 그래?

최승우  폐하. 참으로 아뢰옵기 민망하옵니다 만은 벽진군을 공격하던 우리 백제군이 저들의 계략에 걸려들어 많은 군사들을 잃었다 하옵니다.

장수들  ........?

견훤    (표정 바뀌며) 뭐라고 했어? 많은 군사를 잃어? 아니 얼마나 잃었는데?

최승우  오 천의 군사 중 삼 천이 죽고 천이 부상했으며 싸울 수 있는 군사는 채 오백도 아니 된다 하옵니다.         

견훤    뭐야? 이런 정신머리들을 보았나.! 아니 그 조그만 시골 성 하나를 넘지 못하고 모조리 당했단 말인가? 뭐.....? 뭐라고? 삼천이나 죽었어? 싸울 수 있는 군사는 오백도 안돼? 신검이 이놈이...!! 

 

        견훤은 그러다가 말을 잇지 못한다. 너무도 기가 막힌 것이다.

 

견훤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천 명도 안 되는 시골 군사에게 우리 정예 철기군 오 천이 당했단 말인가? 이걸 지금 보고라고 하고 있는 것인가? 이찬은 뭘 했어? 박영규 장군은 뭘 했고 내 아우는 뭘 했어?!

최승우  신도 믿기 지가 않사옵니다.

견훤    말도 안돼는 소리! 이 보고는 아니 들은 걸로 하겠어. 회복하라고 해! 성을 반드시 넘으라고 해. 아니면 군령으로 죄를 물을 것이야. 이런 망신이 있는가? 이런 망신이 있는가! 어서 전령을 다시 보내! 싸우라고 해! 성을 넘으라고 해!

최승우  예, 폐하.

견훤    이찬도 이젠 늙었군. 형편없이 늙어 버렸어. 시골 성 하나를 뺏지 못하고 이런 실수를 한단 말인가? 어떻게 이런 실수를 할 수가 있어!

 

        견훤의 그런 흥분한 표정에서

 

씬 벽진군 신검의 군영

 

        풀이 죽은 모습으로 신검과 능애, 박영규 그리고 어깨를 싸맨 능환이 군막 안에서 모여 있다.

 

박영규  지금쯤 우리가 보낸 전령이 대야성에 도착했을 것이옵니다.

신검    차라리 전령을 보내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아버님은 분명히 길길이 날뛰고 계실 것입니다.

능애    그러나 정기 적으로 전령이 오가게 되어 있사옵니다. 그리고 전황을 보고해야 하구요.

능환    그렇기는 하지만  우리의 패전 소식은 너무 일찍 전해 드린 것 같습니다. 폐하의 급하신 성격이 눈에 훤히 보이옵니다.

신검    이번에도 또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분명히 큰 죄를 물으려고 하실 것입니다. 이거 내가 또 이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아버님은 우리 자식들에 대해서는 너무 냉정하십니다. 금강이만 귀여워하십니다.

능애    태자마마는 다음 보위를 이으실 분이 십니다. 강하게 되시길 바라시는 마음에서 그러하실 것이옵니다.

능환    그래도 너무 하신 점은 있어요. 그런 점에서는 좀 심하신 면이 있어요. (한숨) 하지만 태자마마, 좀 더 인내를 하시오소서. 좋은 때가 오지 않겠사옵니까? 이번 전투의 실패는 군사로 나와 있는 소인의 죄가 더 크옵니다. 마음을 가라 앉히시오소서.

박영규  다시 싸워 보아야지요. 이대로 물러 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폐하 께서도 틀림없이 계속 싸우라고 하실 것입니다.

신검    오 천명을 가지고도 진 전투입니다. 이젠 오 백명을 가지고 싸운다구요? 과연 싸울 수 있겠습니까 매부?

박영규  허나 어찌하겠사옵니까? 해보는데 까지는 해 보아야지요.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에는 별로 힘이 없다.

 

씬 벽진군 성 외경

 

씬 동 성안

 

        이총언과 그의 아들 영 그리고 부장들이 모여 있다. 이총언이 왕건이 보낸 장계를 읽고 있다. 그리고 끄덕이며 웃는다. 옆에는 고려에서 온 전령이 서 있다.

 

이총언  (읽기를 마치고) 고려의 황도에서 다시 또 장계를 내려 주셨구나. 영아.

영      예, 아버님.

이총언  지난 번 우리의 답신을 받으시고 폐하께서 다시 보내신 장계이니라. 지금 고려의 장수 홍유 장군과 김락 장군이 우리를 도우려 출발 하였다는구나.

영      이 성은 이미 우리가 지켜 냈사옵니다. 아버님.

이총언  그래도 도와주겠다고 군사를 보내는 그 성의가 얼마나 대단하신가? 어디 그뿐이냐 이것 좀 보거라. 나를 삼중대광 개국원훈 벽진장군에 봉한다 하시었다. 그리고 식읍 이십 구호와 곡식 이천 이백 석 소금 천 칠백 팔십 오 석을 내린다 하시었다. 상급으로 말이다.

영      참으로 대단하시옵니다. 아버님.

이총언  상급이 많고 적은 것이 문제가 아니다. 삼중대광 개국원훈 이라는 벼슬은 나를 원로로써 대접 해주고 최고의 높은 시중 벼슬에 준 한다는 것이 아니냐? 이 얼마나 고마운 은혜이신고? 이보시게 전령!

전령    예, 장군.

이총언  참으로 황은이 하해와 같으시네. 이 벽진군은 대대로 폐하께 충성 할 것을 다시 한번 맹세를 드리니 가서 전해 주시게.

전령    예, 장군.

이총언  오오.. 나이 육십이 넘어서 이러한 은혜를 다 받다니 참으로 고마우신 지고. 허허허. 이러니 어찌 목숨을 다해 싸우지 않을 수가 있을꼬. 오오...... 고마우신 지고.

 

씬 길

 

        김락과 홍유가 군사들을 이끌고 가고 있다. 그렇게 카메라 앞을 스쳐 가면서.

 

김락    홍장군, 벽진군의 소식을 들으니 이미 백제군이 대 참패를 당했다 하오이다. 이렇게 군사를 끌고 가봐야 소용이 없질 않겠소이까?

홍유    그러고보면 그 이총언이라는 장수가 참으로 대단합니다. 믿기지 앟는 전과가 아니 겠소이까? 허허 그것 참.

김락    그러게 말입니다. 어쨌든 군령을 뫼셨으니 가기는 갑니다만, 별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홍유    이 사람도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하하하. 문제는 대야성이 되겠습니다 그려. 지금쯤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김락    배현경 장군을 비롯해서 여러 장수들이 일 만이 넘는 대병을 인솔하고 있소이다. 오히려 그 쪽이 전투가 벌어질 상황이 커집니다 그려.

홍유    그럴 겝니다. 그 견훤이라는 백제의 왕이 참으로 대야성에 관한 미련은 대단합니다. 허허허.

 

        그들 그렇게 가면

 

씬 또다른 길

 

        배현경과 윤신달, 전이갑 형제가 가고있다. 역시 수 많은 군을 이끌고 간다.

 

배현경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신라 땅이올시다. 우리가 거기 까지 들어가기에는 여러 가지로 무리가 많아요.

윤신달  그래도 신라의 요청을 받고 가는 것이니 떳떳한 군대올시다. 지원군이라.... 마치 옛날의 나당 연합군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전이갑  그 때는 나당 연합군이 우리 고구려와 백제를 무너트렸지요. 헌데 지금은 우리 고려가 신라를 도우려 가고 있습니다. 세상사 참으로 우습지 않소이까?  

전의갑  그러하옵니다. 형님. 하지만 결과 적으로는 신라를 돕기보다는 신라를 우리 땅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이 아니옵니까?

배현경  하하하. 왜 아니 겠소이까? 서로가 멀쩡한 얼굴들을 하고 있지만 그 속마음은 신라도 알고 우리 고려도 아는 일들이지요. 사실 신라가 얼마나 가겠습니까? 이제 다 되었서요. 허허허..

 

        그들 그렇게 가고

 

씬 서라벌 황궁 외경

 

씬 동 황궁 안

 

        경명왕과 신료들이 모여 있다. 그 중 신료 1,2는 보이지 않는다. (대야성에 가있기 때문이다.)

 

경명왕  경들은 들으시오.

신료들  예, 폐하.

경명왕  고려에서 대병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우리 신라를 돕기 위해서. 대야성으로 오고 있다는 것 이예요.

신료 3  하오나 폐하. 저들이 대야성에 도착할 때까지는 너무도 많은 시일이 소요되옵니다.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기는 어렵사옵니다.

경명왕  그래도 고려가 우리 신라를 돕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요.

신료 4  하오나 폐하. 결국은 늑대에게 토끼를 지켜 달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일이 옵니다. 고려가 언제까지 우리 신라를 위해 싸워 주겠사옵니까? 우리 스스로 다시 힘을 길러야 하옵니다.

김율    그러나 이미 쇠약해진 국력이 언제 다시 또 살아날 수 있단 말이오.지금은 고려와 손을 잡고 나라를 보존하면서 내일을 기약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 것이오.

경명왕  짐도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오. 그나저나 백제군이 대야성을 넘으면 여기 서라벌까지는 지척이오.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데 이일을 어이할꼬? 그래도 옛날에는 늙은 장수들이 있어 목숨을 다해 막아 주었는데.. 이제는 누가 저 성을 지켜 줄꼬? 누가......

신료 4  고려는 결코 대야성의 직접적인 전투에 참여하지 못할 것이옵니다. 지금이라도 다시 사신을 보내시어 확실한 답변을 받으시고 채근을 하시오소서. 명분은 소용이 없사옵니다. 지금은 우리도 실리를 찾아야 하옵니다 폐하.

경명왕  옳은 말이오. 기왕에 우리를 돕는다면 이 다급한 형편을 꺼줄 수가 있어야지. 그리하십시다. 이보시오 병부경.

김율    예, 폐하.

경명왕  경이 한번 더 고려 황도로 가 주셔야 겠소이다. 비록 고려의 대병이 대야성으로 가고 있다고는 하나  대야성이 함락 된 후에는 무슨 소용이겠는가 하고 말을 해 주시구려. 빨리 좀 적극적으로 도와 달라고 말이오.

김율    예, 폐하. 그리하겠사옵니다. 소신이 다시 다녀오겠사옵니다 폐하.

       

        땅이 꺼지는 경명왕의 한숨에 신료들은 할 말이 없다. 그런 그들의 표정에서

 

씬 대야성 (밤)

 

        불야성이다. 수천, 수만의 횃불들이 대야성 밖 들판을 메우고 있다. 공격 전야인 것이다. 모두들 침묵하며 성을 보고 있다. 공격군의 총사가 된 최필과 부장인 어린 금강이 선두에 서있고 그 주변으로 견훤과 최승우, 신덕, 김총, 지훤 들이 보인다. 긴장이 감돌고 있다. 말 울음 소리와 군기가 펄럭이는 소리들만 요란하다.

 

견훤    왜 아직까지 애술 장군은 소식이 없는가?

최승우  곧 연락이 올 것이옵니다. 저녁 무렵에 온 소식을 보니 그 쪽에서도 준비가 다 끝난 것 같사옵니다. 성의 후미에서 소요를 일으키겠다고 했사오니 잠시 더 기다려 보시오소서. 그때쯤 되면 군사를 이리로 보내 알려 주겠다고 했사옵니다.

견훤    이찬과 신검이가 우리 대야성의 공격에 앞서서 망신살을 주었어. 전군의 사기를 떨어트렸단 말일세. 우리는 기필코 저 성을 함락 해야하네.

신덕    그렇게 될 것이옵니다. 폐하. 이미 기력이 다한 성이 옵니다.

최필    염려 놓으시오소서 폐하. 반드시 함락 시키겠사옵니다.

 

        그때였다. 군사들을 가르며 한 필의 말이 전 속력으로 달려와 견훤 앞에 내려서서 군례를 올리고 말한다.

 

전령    폐하. 애술 장군께서 보내서 왔사옵니다.

최승우  오 그래? 말해보라!

전령    이제 곧 성 안 후미에서 불길이 솟을 것이옵니다. 그것을 신호 삼아 공격을 시작해 주시라는 영이 시옵니다.      

견훤    왔구만. 그예 소식이 왔어. 이보게 최필 장군!

최필    예, 폐하.

견훤    이제 곧 공격의 신호가 오른다고 하네. 중앙의 정면 돌파에는 자네가 선봉에 섰으니, 좌우는 신덕 장군과 김총 장군이 맡도록 하게.

두사람  예, 폐하.

견훤    금강아. 열심히 싸우거라. 절대로 겁을 먹어서는 아니 된다. 눈을 부릅뜨거라. 너는 대 백제국 황제의 아들이다.

금강    예, 아바마마.

견훤    곧 신호가 올 것이다. 신호가 올 것이야.

 

        모두들 그렇게 대기하고 섰다.

 

씬 동성 성루

 

        대야성의 성루에는 신료 1, 2가 함께 서있다. 군사들도 적을 맞을 준비로 긴장해 있다.

 

신료 1  곧 적이 몰려 올 것 같소이다. 어마어마한 공격 규모 예요.

신료 2  그런 것 같소이다. 우리 저승에서나 서로 보십시다.

신료 1  그리하십시다. 하하하하.

 

        그때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후미에서 불길이 일기 시작한다. 신료 1,2가 돌아본다.   

 

신료 1  이게 무슨 소리인가? 저 불길은 무엇인가? 부장!

신료 2  부장은 뭘 하는가? 무슨 소요인지 알아 보라!

 

        부장이 대답하고 달려간다. 여기저기서 수런거린다. 군사들이 동요하고 있는 것이다. 그 때 견훤의 군영 쪽에서 진군을 알리는 소라 소리들이 일제히 웅장하게 들려오기 시작한다. 신료들은 그곳을 본다.

 

씬 동성 밖 그곳

 

        나팔소리, 수 십명 늘어서서 소라를 불고 있다. 북을 맡은 군사들이 수 십개의 북을 늘어 세워 놓고 치기 시작한다. 

 

견훤    때가 되었다. 애솔 장군의 신호가 왔다. 공격하라!

최필    전군! 공격하라! 공격하라!

모두들  (합창하듯) 공격하라!

 

        그러자 지축을 울리며 수천의 기마 군이 창과 칼을 꼰아 들고 달려가기 시작한다. 소라와 북 소리는 계속해 운다. 삽시간에 벌판은 달려가는 견훤의 군사들로 물결을 이룬다.

 

씬 다시 동 성안

 

        신료 1과 2는 달려오는 견훤 군들을 보고 있다. 기마대가 전 속력으로 달려오고 있고 성문을 부수는 충차와 성벽을 부수는 석포 수레가 함께 오고있다. 그리고 상을 오르는 운제 부대도 함께 온다. 어마어마한 정경이다. 군사들은 질려서 모두들 어쩔 줄을 모른다. 그나마 뒤에서 소요가 일고 있다.

 

신료 1  백제군이 온다! 물러서지 말고 싸워라!

신료 2  (그 한쪽에서) 후미에 이는 소동은 무엇인가? 어찌 된 것인가?

부장    (달려오며) 장군! 후미에 백제군의 잠입부대가 있사옵니다. 애술이라는 백제군 장수가 오래 전부터 이곳에 들어와 있다가 무리를 지어 후미를 교란한다 하옵니다.

신료 2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냐? 아주 계획 적이었구나. 부장 네가 가라! 가서 막아라!

부장    예, 장군.

 

        부장이 달려가자 신료 2는 앞과 뒤를 보느라 여념이 없다. 이미 백제군은 성밖으로 가까이 오고 있다. 신료 1의 소리가
 들려온다.
 

신료 1  화살을 퍼부어라! 적군이 가까이 왔다. 기름과 불을 퍼부어라! 바위를 굴려라! 한 놈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라!

신료 2  활을 쏘아라!  백제군은 아무 것도 아니다! 두려워 마라! 쏴라!

 

씬 그곳 성 밖

 

        최필이 금강과 함께 군사들을 독려하고있다.

 

최필    공격하라! 성문을 부수어라!

금강    공격하라! 성문을 부수어라!

최필    태자마마! 소장 곁에 바짝 붙으시오소서. 위험하옵니다.

금강    예, 장군.

 

        최필은 계속 공격하라고 목이 쉬어라 소리친다. 화살이 비오듯 떨어지고 있다. 금강은 방패로 화살을 막으며 최필을 따라하고 있다. 그 일각에서는 신덕과 김총이 "공격하라" "성문을 넘어라" 등을 외치며 분투하고 있다. 그리고 충차 부대는 드디어 성문을 내려치고 있다. 그 위로 화살과 기름과 불들이 쏟아져 내린다. 엄청난 공수가 이어지고 있다. 대 혼란이다. 

 

씬 동 성

 

        신료 1과 2는 목이 쉬어라 계속 독전하고 있다. 그들 눈에도 성문이 부서지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쉼 없이 석포가 날아와 막루를 부수고 장대를 들여 치고 있다. 수많은 신라군들이 석포와 화살에 맞아 쓰러지고 죽어나간다. 불화살도 날아와 곳곳을 태우고 있다.

 

신료 1  막아라! 오늘 우리는 모두 여기서 죽을 것이다. 대 신라를 위해 옥쇄 할 것이다.

 

        격전이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부장 1이 달려와 급히 말한다.

 

부장 1  장군, 후방의 교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사옵니다. 곳곳에 불을 놓거나 기습을 함으로 아군이 마음 놓고 싸우기 어렵사옵니다.

신료 2  그래서 부장과 군사들을 보낸 것이 아니냐? 그 작은 군사들 조차 정리하지 못한단 말인가?

부장 1  한두 곳이 아니옵니다. 곳곳에서 기습을 해오고 있사옵니다.

신료 2  아무래도 내가 가보아야 겠소이다. 장군께서 이 성을 맡으시구료.

신료 1  그렇게 하십시다.

신료 2  가자!

 

        그들은 그렇게 급히 또 사라져 간다. 남아 있던 신료 1은 계속 소리친다.

 

신료 1  성문을 막아라! 성문이 열려서는 안 된다! 기름을 쏟아 부어라! 불화살을 쏘아라!

    

        충차가 계속 성문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 위로 기름과 불이 쏟아져 불바다가 된다. 또한 화살도 비처럼 쏟아진다. 그래도 충차는 계속 성문을 부수고 있다. 최필이 금강과 함께 그 주변을 호위하며 소리치고 있다.

 

최필    성문을 꼭 열어야 한다! 물러나지 마라!

금강    물러나지 마라! 우리가 뒤에 있다. 물러나지 마라! 성문을 부셔라!

 

씬 동 성안 후방

 

        신료 2가 부장들과 함께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다. 많은 군사들이 함께 온다. 뒤에서는 여전히 함성 소리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 어느 곳에서 불길이 솟고있고 장수복 차림이 아닌 야인 차림의 애술이 수하들을 이끌고 기다리고 있다. 신라군이 가까이 이르자 군호를 내린다.

 

애술    하하하..우리의 작전대로 다 맞아떨어지고 있다. 드디어 신라군의 수장이 이리로 오는구나. 공격하라!

 

        와 하며 애술의 부대들이 달려나간다. 백병전이 벌어진다. 애술과  신료 2가 맞붙었다.

신료 2  왠 놈인가 했더니 네 놈들 이었구나!

애술    하하하하. 오냐! 이 썩은 신라의 무리들아! 나는 백제국의 애술 장군이니라! 오늘 이 대야성을 우리 폐하께 드리기 위해 나는 오래 전부터 네놈들 곁에 잠입해 있었느니라.        

신료 2  목을 베어주마 이놈!

 

        치열한 접전이 일어난다. 수 십합을 싸우던 끝에 드디어 애술의 검이 신료 2의 가슴팍을 뚫는다. 와 하는 함성이 인다. 

 

애술    적장이 죽었다. 우리는 다시 신라의 후미를 뚫는다 가자!!

 

        와 하며 군사들이 따라간다. 그들 그렇게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가고

 

씬 동 대야성   

 

        충자는 여전히 성문을 부수고 있다. 한쪽에서는 운제를 타고서 이미 군사들이 오르고 있다. 그 먼 뒤에서 견훤이 최승우 공직과 함께 보고있다.

 

견훤    지독한 자들이야. 저 신라군 말이야. 아직도 항복을 안하고 버티고 있어!

최승우  그러게 말이옵니다. 하나 오래는 못 갈 것이옵니다. 성 너머에서는 애술 장군이 괴롭히고 있다. 밖에서는 이만의 우리 대병이 성 곳곳을 공격 중이옵니다.

공직    이제 곧 성문이 열릴 것이옵니다. 폐하. 지켜 보시오소서. 어리신 금강 태자마마도 아주 훌륭히 싸우고 계시옵니다. 대단하시옵니다.

견훤    하하하하하.. 그래 야지.. 이 시대는 싸움을 잘하는 자만이 살아 남을 수가 있는 것이야. 자식교육은 저렇게 시켜야 하는 것일세.

 

씬 그곳 대야성

 

        드디어 충차는 성문을 열기 시작한다. 몇 번을 계속해 물러났다가 들여 박기를 반복하자 그 육중하던 대문이 반으로 갈라진다. 성 위에서는 신료 1이 경악하며 보고 있다. 백제군은 방패로 하늘을 가르며 다시 한번 충차로 들여 박는다. 그러자 대문이 육중하게 넘어져 가며 성문이 열린다. 최필이 소리친다.

 

최필    성문이 열렸다! 전원 성으로 들어가라! 공격하라! (와 하며 군사들 밀려 들어 가자) 태자마마, 가십시다. 성공했사옵니다.

금강    예 장군.

 

        그들이 성으로 밀려들어가기 시작한다.

 

씬 동 성안

 

        신료 1은 이미 체념 상태이다. 성문이 열리고 군사들이 밀려들어오는 것이 보인다. 부장들이 달려와 다시 보고한다. 그 순간에도 군사들은 계속해 죽어 나간다.

 

부장 2  장군! 성문이 열렸사옵니다. 또한 좌측 성벽으로 이미 군사들이 넘어오고 있사옵니다. 피하시오소서 장군!

신료 1  .....피하다니. 이 세상에 피할 곳이 어디 있단 망인가? 후미로간 장군은 어찌 되셨는가?

부장 2  이미 전사하신 것으로 아옵니다. 피하시오소서 장군!

 

        신료 1은 대답이 없다. 죽어나가던 군사들도 활과 칼을 바리고 도주하기 시작한다. 삽시간에 성안은 백제군으로 차이기 시작한다. 권하던 부장도 몇 번 더 권하다가 그대로 도주한다. 함성 소리가 이어진다. 백제군들이 다가오고 있다. 그는 그렇게 섰고, 최필과 금강, 신덕과 김총들이 다가온다. 그는 기도하듯 중얼거린다.

 

신료 1  폐하. 이렇게 대야성을 끝내 내주게 되었사옵니다. 용서 하시오소서. 허나 신라의 화랑 정신은 아직도 죽지 않았다는 것을 저들에게 보여줄 것입니다. 신들의 충정을 기억하시오소서 폐하.

 

        어느새 백제군 장수들이 다가와 계단을 오르고 있다. 신료 1은 온 몸에 기름을 스스로 붓는다. 그리고 횃불에 불을 지펴서 들고 있다.

 

최필    그만 항복하지 않고 뭘 하는가? 목숨은 살려 줄 것이다 항복 하라!

실료 1  대 신라국의 장수가 어찌 도적의 무리에게 고래를 숙일까? 나는 내 스스로를 깨끗하게 태워버릴 것이다. 결코 우리 폐하께 욕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하하하 . 이 도적의 무리들아 너희들은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신료 1은 스스로의 몸에 불을 지핀다. 그는 금방 불덩어리가 된다. 불덩어리 그대로 검을 들고 최필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최필    (너무도 기가막혀) 실성을 하였구나! 실성을 하였어! 무엇들 하느냐! 화살을 쏘아라!

 

        그러자 무수한 화살들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그는 불덩어리 그대로 화살까지 맞고, 천천히 장대의 계단을 굴러 떨어진다. 모두들 숙연하게 본다. 어느새 길이 열리고 견훤들이 오고있다. 견훤이 그 신료를 본다.

 

견훤    대단하다! 비록 적이지만 칭찬할 만하다. 시체를 후히 거두어 줘라!

부장들  예, 폐하. 

 

        견훤은 그렇게 장대 위로 올라간다. 그의 시야로 수많은 백제군이 환호하고 있다. 그도 손을 들어 답례한다. 애술도 이미 장수들 속에 보고있다..

 

견훤    들으라! 나의 장졸들이여! 짐은 오늘 드디어 그토록 숙원 하던 대망의 대야성을 함락하였노라!

군사들  와!(함성)

견훤    이 대야성의 함락은 이제 우리 백제가 삼한의 제일 맏이로써 통일의 대업을 이룰 것임을 뜻하는 것이다. 수고하였노라! 잘 하였노라!(다시 함성) 이제 우리는 이 길로 내처 서라벌로 향할 것이다. 아직도 남아있는 저 많은 신라의 영토들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 것이다.

 

        계속해 군사들이 열광하며 함성을 지른다. 그 위로 해설.

 

해설    대야성의 함락. 백제의 견훤이 대야성을 함락한 것은 단기 3253년 서기로는 920년 10월의 일이었다. 그는 젊은 나이였던 서른 다섯 살의 나이에도 대야성을 공략한 적이 있었으나 실패하였고 또한 15년 후인 나이 오십 세에도 실패를 했다. 그러나 세 번째인 이때에 함락을 하니 그의 나이 쉬흔 넷이었다. 그러니 그 감회가 어떠했을까?

 

씬 동 대야성 안 어느 회의장    

 

        장수들이 다 모였다.

 

견훤    경들은 모두 참으로 노고가 많았어. 그리고 특히나 애술 장군.

애술    예, 폐하.

견훤    적진 후방으로 들어가 오늘을 공을 이끈 경의 공은 높이 평가받을 만 하네.

애술    망극하옵니다. 폐하.

견훤    또한 오늘의 전투를 앞서 지휘한 최필 장군과 금강이도 고생이 많았네.

두사람  망극하옵니다. 폐하.

견훤    그러나 이제부터일세. 오늘의 전투는 우리가 통일을 위한 전면전으로 나섰음을 천하에 알리는 신호탄이 되는 것이야. 알겠는가?

모두들  예, 폐하.

견훤    이보게, 파진찬.

최승우  예, 폐하.

견훤    군을 다시 사군으로 나누라. 그리고 네 곳으로 나누어 신라의 전 영토를 대상으로 공격해 들어가라! 전투란 신이 올랐을 때 목적을 이루는 것이야. 쉴 여유가 없다. 군을 재정비하고 계속 진격하도록 하라!

최승우  예, 폐하. 지당하신 말씀이시옵니다. 이미 그에 대한 전략이 세워져 있사옵니다. 제 1군은 공직 장군이 맡아 임고군(영천시) 쪽으로 향할 것이고, 제 2군은 애술 장군이 맡아 성산군으로 향할 것이며, 제 3군은 김총 장군이 맡아 거창 쪽으로 향할 것이옵니다. 또한 제 4군은 폐하를 모시는 본군으로써 전군을 지휘할 것이옵니다.

견훤    되었네. 그만하면 되었어. 믿음직하이. 오늘 아침까지는 쉬고 오후 참에는 계속 진격하도록들하라. 숨쉴 틈을 주질 말아야해!         

신료들  예, 폐하.

견훤    그리고 벽진군 말이야. 거기에 지금 우리 태자 신검이가 나가있어. 이찬도 나가있고 내 아우 능애 장군과 사위 박영규 장군도 나가있어. 저들이 지금 꼴이 말이 아니야. 실패하였다는 것이야.

신료들  ..........

견훤    오 천의 군사를 내주었는데 천 명도 안 되는 시골 성주 이총언이에게 전멸을 당하다 시피 했다는 것이야. 이총언이는 고려에 붙었어. 이렇게 되면 그 성은 반드시 함락시키지 않으면 안돼. 파진찬!

최승우  예, 폐하.

견훤    그 곳에 다시 전령을 띄우게. 그래서 함락시키라고 해. 군법을 적용 받기 싫거든 반드시 함락시키라고 해!

최승우  예, 폐하. 이미 그러한 내용을 담은 전령을 앞서 보낸바 있사옵니다. 다시 또 재촉하겠사옵니다.

견훤    호사다마라더니. 오늘 같이 좋은 날에 저자들은 내게 망신살을 끼얹고 있어. 망신살 말이야! 어이구....

 

        답답해하는 견훤의 표정에서

 

씬 벽진군 신검의 군영(낮)

 

        신검을 풀이 죽었다. 계속 한숨만을 내쉰다. 어쩔 줄을 모른다.

 

신검    아버님께서 다시 성을 공격하라고 하십니다. 이미 우리의 실패를 알고 계시면서도 오 백도 안 남은 군사로 공격을 하라는 것 이예요.

능애    (한숨쉬며) 아마도 화가 나서 해본 말씀이실 것입니다.

박영규  틀림없이 그러실 것이옵니다. 이미 이 전투에서 우리는 허를 찔렸고 군사는 싸울 수 없게 되었사옵니다. 다시 공격하라는 것은 무리이옵니다. 아니 그렇사옵니까? 이찬어른?

 

        능환은 그러나 눈을 감고 말이 없다. 한숨만 그렇게 쉬고있다.

 

박영규  이찬 어른?

능환    지금 내가 두려운 것은 이번 전쟁에 지고 이긴 것이 문제가 아닐세. 폐하께서 더더욱 태자마마를 혼내시는 것이 두렵네.

신검    바로 그것이옵니다. 아버님을 뵙는 것이 너무나도 두렵사옵니다.  

능환    전쟁이야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것이지만 혈육간에 갈등은 십만대군이 싸우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야...

 

        그렇게 한숨짓는 능환의 표정에서

 

씬 동 벽진군 성루

 

        이총언이 그의 아들과 함께 먼 곳을 보고 있다. 그들의 표정은 희열에 들떠 있다.

 

이총언  아직도 백제군이 물러가지 않고 있다지?

영      예, 아버님. 다시 공격을 해올 모양이옵니다. 일단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하옵니다.

이총언  하하하하..이미 본군이 다 망가졌는데 무슨 힘으로 오겠느냐? 군사나 휴식시키다가 그럭저럭 돌아가겠지.

영      지금 고려의 장수들이 군을 이끌고 우리를 도우러 오고 있다 하옵니다. 아마도 가까히 온 것 같사옵니다.

이총언          허허허, 괜한 수고를 할 필요가 무엇이겠느냐? 이곳은 별일 없으니 전령을 보내 돌아가라고 전하여라. 정말로 힘이 필요할 때 그 때 구원을 청할 것이라고 그렇게 전하여라.

영      예, 아버님.

이총언  절대로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백제군은 절대로 오지 못할 것이다.

        이제 이 곳은 고려의 땅이니라. 고려의 땅.. 하하하하하.....

 

        호쾌하게 웃는 이총언의 표정에서.......

 

씬 개경 황도 외경

 

씬 동 대전 혹은 연회장

 

        황제인 왕건과 두 부인인 오씨와 수인, 그리고 김행선과 태평, 최응,원극유와 원로들이 모여 있다. 근심스런 표정으로 신라에서 온 김율이 앉아 있다.

 

왕건    자, 김공, 원로에 얼마나 고생이 많았소이까? 많이 드시고 푹 쉬었다가 가시구료.

김율    예, 폐하.

왕건    말한대로 우리의 고려군은 귀국을 돕기위하여 벌서 출발하였소이다.

김행선  그렇소이다. 그만 근심을 놓고 드시구료.

김율    고맙사옵니다 하오나 폐하, 이미 소인이 올 때 대야성은 백제군에 포위되어 있었사옵니다. 소인이 여기까지 온 것은 서로간에 명분이나 살리려는 형식적인 동맹보다도 지극히 사실적인 도움이 절실해서 이옵니다.

모두들  ..............(숙연하고)

김율    고려의 지원군이 대야성에 도착하려면 아직도 이틀은 걸려야 할 것이옵니다. 그 이틀이면 이미 대야성은 백제의 것이 되어 있을 것이옵니다. 헤아려 주시오소서 폐하, 이렇게 눈물로서 구하나이다 폐하.

 

        좌중은 더욱 숙연해진다. 왕건이 다시 입을 연다.

 

왕건    그렇소이다. 사실 우리가 지원군을 보내면서도 귀국에 과연 얼마만큼 도움이 될것인지 답답했었소이다. 그러나 그대도 알다싶히 대야성은 우리와 너무도 먼  곳에 있고    그곳까지 가려면 넘어야할 난관들이 너무도 많소이다. 귀국이 잘 버티어 준다면 우리군이 도착해서 실제로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별 도움이 안되겠지요

김율    그러하옵니다 폐하. 좀 더 서둘러 주시오소서. 급하옵니다 폐하.

 

        김율은 매달리고 왕건은 한숨을 쉬는데 마침 복지겸이 다가와 와건에게 속삭인다.

 

복지겸  폐하, 대야성이 그예 함락되었다 하옵니다.

왕건    대야성이 함락이 되요?

 

        왕건이 되묻는 소리에 신료들의 한숨이 새어 나오고 김율은 그만

        장탄식을 한다.

 

왕건    그래서 어찌 되었다는 것이요?

복지겸  백제군은 그 길로 군대를 넷으로 나누어 각각 장수들로 하여금 여러 방면으로 신라 땅을 공략중이라 하옵니다.

김율    여러....방면으로...말이오이까? (하다가) 폐하, 그럴 줄 알았사옵니다. 도와주시오소서. 우리 신라를 좀 도와주시오소서 폐하.

왕건    백제가 대야성을 넘은 것도 무엇한데 계속해 남진을 하다니 더 이상 용서 할 수 없는 일이로다. 병부령과 순군부의 태평낭중은 들으라.

두사람  예, 폐하.

왕건    우리는 분명 신라를 돕기로 하였느니라. 국가간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법, 지금 대야성으로 향하고 있는 우리병력에 전령을 보내 행군을 빨리하여 대야성으로 가라고 하라. 저들이 더 이상 신라의 영토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라 전하라. 속히 가라하라.

두사람  에, 폐하.

김율    망극하옵니다. 망극하옵니다 폐하.

 

        장내의 분위기는 어느덧 긴장되고 있다.

 

씬 길  

 

        견훤의 대군이 이동하고 있다. 그 위로 해설................

 

해설    견훤의 남진, 견훤은 대야성을 빼앗은 이후 마치 바람처럼 신라의 영토를 쓸고 내려갔다. 견훤은 고려의 지원군이 늦게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치밀하게 시간 계산을 하면서 짧은 시일 안에 넓은 전선을 확보하려 했다. 그리고 지금의 산청과, 함양, 거창과 성주, 안동 등 전 경계선을 백제의 영역으로 확보하면서 그 힘을 과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134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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