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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대본

[태조 왕건] 141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7.12.05|조회수2,105 목록 댓글 0

태조 왕건 <제 141회>


<줄거리>


몇 년간의 소강상태 이후 성공적인 내치를 통해 내실을 다진 백제의 견훤은 드디어 군사를 일으킨다. 견훤의 속셈에 대해 고려 조당에서는 의견이 분분하고... 신검, 양검, 용검, 금강 등 태자들을 앞세운 견훤에 맞서 왕건 역시 장성한 태자 무를 총사에 선임한다. 오씨 부인은 나이어린 태자를 출전하게 한 황제를 원망하고... 한 편 최응은 일찍이 천문과 복술에 능하여 신동이라 불리는 최총진을 왕건에게 천거하는데...


 

 씬  어느 들판

 

        멀리 하나의 점처럼 파발마의 모습들이 살아 오르기 시작한다. 두 필의 그 말은 전령기를 꽂은 채 멀리서 달려와 카메라 앞을 스쳐 계속 멀어져 간다. 그런 그 모습에서...

 

씬  어느 길

 

        한 떼의 끝도 없는 대군이 몰려오고 있다. 견훤이다. 견훤이 신검과 양검, 용검을 비롯해 금강을 앞에 세웠고 최승우와 능환, 그리고 박영규를 제외한 전 장수들을 이끌고 오고 있다.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고려군의 첩자들이 보고 있다. 대열은 계속해 지나쳐 가고 있다. 그 위로...

 

해설    단기 3257년, 서기로는 924년인 그해 여름. 견훤은 드디어 오랜 침묵을 깨고 군사를 일으켰다. 대야성 전투 이후, 무려 4년 만의 일이었다. 그동안 백제와 고려는 서로간에 국력을 다지면서 한동안 계속되었던 전쟁을 중지하고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해 왔었다. 그리고 특히나 그 몇 년 동안 고려는 여러 가지로 국내외에 일이 많았다.

 

씬  몽타주

 

해설    (계속) 서기 922년에는 처음으로 거란에서 사신이 낙타와 모전(양탄자)을 가지고 찾아 왔었고, 양국의 공식적인 인사가 있었다. 거란으로써는 곧 발해를 침공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발해와 같은 동질성의 고려를 아마도 염탐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고려는 이에 대응하면서 나름대로 또한 북방의 일을 알고 싶어했다. 왕건이 서경을 세우고 북방 진출의 꿈을 다져가는 무렵이었기 때문에 거란 사신의 입경은 왕건으로 하여금 북방에 대한 관심을 더욱 자극시켰다. 그래서 왕건 또한 중원의 여러 나라에 사신을 보냈으니 오월국과 후당, 후량, 그리고 발해에 이르기까지 관리들을 보내 북방 사정을 알아보게 한다.

 

        사신들이 왕건을 만나 하례하는 전경들이 보여진다. 그리고 다른 장면들이 이어지면서 해설은 계속된다.

 

해설    (계속) 왕건은 또한 국내의 문제에 있어서도 상당한 발전을 보았다.먼저 그는 오랫동안 근심거리로 남겨놓고 있었던 명주성 김순식의 문제를 해결하였다. 허월의 노력에 의해 김순식이 그의 아들을 왕건의 조정에 보냄으로써 항복의사를 표했던 것이다. 그리고 또 있었다. 지금의 안동지방 중 하나였던 하지현 장군 원봉이 귀부를 해왔고, 진보성주 홍술이 또한 귀부해왔다. 이들 두 사람 모두 백제와 고려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중요한 지역의 성주들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아주 컸다. 이에 견훤은 위기를 느끼게 되었고 드디어는 오랜 침묵을 깨고 군사를 일으키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허월과 김순식이 왕건을 알현하는 장면이 보여지고 원봉과 홍술이 또한 조당에서 왕건을 대면하는 장면들이 지나쳐 간다. 그리고 활짝 웃는 왕건의 모습에서 다시 견훤의 대군이 지나치는 장면이 떠블되어 보여졌다가 송도 황궁의 조당으로 이어진다. 

 

씬  송도 황궁 조당

 

        문무 백관들이 가득히 도열해 있다. 왕건이 옥좌에 앉아있고 그 밑으로 새로운 태자 무(성장한 무)의 모습과 늙은 김행선, 그리고 왕유, 최응(세월의 변화를 알려줄 것), 왕규, 추언규, 왕식렴, 왕신, 태평 들의 문신들과 무신들인 신숭겸, 배현경, 유금필, 박술희, 홍유, 복지겸, 김락, 염상, 박수경 형제, 전이갑 형제, 김언, 왕충, 홍술, 신방, 장수장들이 보인다

 

왕건    경들은 모두 들으오

신료들  예...

왕건    드디어 백제국의 왕 견훤이 군사를 일으켰다 하오. 지금 여러 곳의 병력을 모아 대야성 쪽으로 가고 있다 하는데 그 저의를 모르겠소이다. 순군부와 병부는 어찌 생각하오?

태평    신 태평아뢰옵니다. 신은 폐하의 크신 은혜를 받아 순군부령을 겸하여 병부령을 또한 제수 받았사옵니다. 신은 그동안 끊임없이 백제의 동향을 보아왔사옵니다. 이번에 백제가 대군을 일으킨 것은 신라를 향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이옵니다. 대야성으로 가는 것 자체가 이를 증명하옵니다.

복지겸  순군부령의 말이 충분히 일리 있사옵니다. 백제국의 견훤 왕이 대야성 뿐만 아니라 문소성(경북 의성)에서도 수천의 군사를 동원 중이라는 정탐꾼의 첩보가 올라와 있사옵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아무래도 신라를 도모하려 함이 분명한 것 같사옵니다.

유금필  신라는 이미 우리 고려와 동맹국이옵니다. 신라를 친다는 것 자체가 우리 고려를 치는 것이니 서둘러 대비를 해야하지 않겠사옵니까?

신숭겸  그러하옵니다. 저들의 진로를 막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옵니다, 폐하.

박술희  어차피 저들이 군사를 일으켰사옵니다. 신라는 이미 대응할 힘이 없는 나라이옵니다. 우리가 서둘러야 한다면 신이 앞서보겠나이다, 폐하.

배현경  백제국의 왕이 직접 나선 전투라면 그 규모가 만만치 않을 것이옵니다. 한두 사람이 총사로 갈 것이 아니라 규모에 걸맞는 총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옵니다.

박수문  그러나 저들이 비록 군사를 움직이고는 있지만 아직 우리 고려나 신라의 경계를 침범한 것은 아니옵니다. 저들이 과연 어디로 갈지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사옵니다.

박수경  그러하옵니다. 그저 평범한 군대 훈련일 수도 있는 것을 너무 크게 생각하는 것 같사옵니다.  

홍유    아니올시다. 훈련이라면 견훤왕이 손수 대야성으로 올 까닭이 없소이다. 신라를 치려함이 분명할 것이오. 폐하, 우리 고려는 빨리 방책을 세움이 옳을 것이옵니다.

김락    그러하옵니다, 폐하. 영을 내리시오소서.

염상    영을 내리시오소서.

왕건    내봉성령은 어찌 생각하는가?

최응    저들이 목적이 있어서 군을 움직이는 것은 자명한 일이옵니다. 그러나 전쟁이란 항상 수많은 계략이 동원되는 법이옵니다. 저들이 꼭 신라로 간다는 것을 단정하기보다는 진정으로 무엇을 노리고 있는 가를 알아볼 필요가 있사옵니다.

왕유    신들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군사를 대비함은 당연한 일이겠사오나 보다 급한 것이 저들의 목적을 알아내는 일일 것이옵니다. 과연 무엇을 노리느냐 하는 것이옵니다.

추언규  그러하옵니다. 전쟁이라는 것은 동쪽을 치는 척하다가 서쪽을 치기가 예사이고 겉으로는 다른 일을 하는 척하면서 속으로 노리는 것 또한 엉뚱한 일일 때가 비일비재하옵니다. 보다 확실한 것을 알아내실 필요가 있사옵니다. 너무 급히 서둘 필요는 없다는 뜻이옵니다, 폐하.

전이갑  그러나 백제국의 왕이 직접 나선 일이라면 일은 심상치가 않사옵니다. 신라를 치는 것은 곧 우리 고려를 치는 것이오니 병력을 미리 움직이시면서 사후를 다시 측량 하시오소서, 폐하.

태평    폐하. 전 신료들의 의견이 한결같사옵니다. 저들이 신라로 갈 것이며 전쟁이 보다 큰 규모로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이옵니다. 우리 군의 동원을 청하옵니다, 폐하.

왕건    그것 참... 견훤 왕이 직접 황도를 떠나 대야성으로 가고 있다. 그리고 문소성에서도 군사를 준비중이고... 신라로 갈 것이란 말이지... 신라라....?

최응    병력을 일단 준비하시면서 좀더 세밀하게 적의 동향을 살펴보시오소서. 아직 시간이 있사옵니다, 폐하.

왕건    그리 하도록 하세. 이보시오, 병부령?

태평    예, 폐하.

왕건    경계 지역의 병사들을 모두 전진 배치하고 훈련 중에 있는 장졸들을 비상대기하도록 하오. 또한 관련 관부들은 전투에 소요되는 모든 물자들을 넉넉히 마련하여 만약을 대비하도록 하오.

신료들  예, 폐하...

왕건    또한 병부와 내군에서는 적진에 관한 동향을 종합 평가해 저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보다 빨리 분명하게 알아서 전해주기 바라오.

복지겸  예, 폐하.

왕건    오랫동안 전투가 없었소이다. 다시 또 대군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 심상치 않은 일임은 분명하오. 대소신료들은 모두 긴장하고 그에 따른 마음가짐을 각별히 해주기 바라오. 어차피 삼한은 통일 되어야 합니다. 어느 누군가에 의해서 하나로 모아질 것이오. 백제인가 아니면 우리 고려인가 최후의 승자는 지금부터 그에 따른 준비가 철저한 나라가 차지할 것이오. 이를 모두 명심하시오. 

모두들  예, 폐하...

 

        그들을 보는 왕건의 표정에서..

 

씬  대야성 외경

 

씬  동 성안

 

        견훤을 중심으로 하여 제장회의가 열리고 있다. 최승우와 능환을 비롯하여 새로운 책사인 종훈, 종군의원인 훈겸, 그리고 새로운 장군들인 상귀(해군장군), 부달과 소달들이 보인다. 또한 공직, 능애, 신덕, 애술, 김총, 최필과 더불어 태자들인 신검, 양검, 용검 그리고 금강이 와 있다. (이들은 대야성으로 올 때에도 함께 있었다)

 

견훤    제장들, 짐은 오늘 그대들과 함께 이곳 대야성에 와 있다. 그리고 문소성에서도 오천의 대병이 짐의 영을 기다리고 있어. 우리는 오랫동안 새로운 힘을 비축하기 위하여 불철주야 노력하였고 그 목적한 바를 얻었다. 올해로 짐의 나이 쉬흔하고도 여덟이야. 이제 곧 환갑이 되는 나이인데도 삼한 통일은 요원하니 이를 어이할꼬.... 그래서, 그래서... 이번에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이 대야성으로 왔다는 것은 경들은 알 것이야. 아니 그런가?

모두들  예, 폐하...

견훤    짐이 이곳 대야성으로 온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우리가 신라로 가기 위한 길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 동안 고려의 전력이 어떠해졌는가를 한번 시험해 보고 싶어서야.

최승우  이미 폐하의 그러하신 뜻을 우리 제장들이 모두 숙지하고 있사옵니다. 영을 내리시면 당장이라도 달려가 뜻한 바를 실행해 옮길 것이옵니다, 폐하.

견훤    암, 암... 우리 군의 사기는 매우 충천하다. 그러나 결코 고려를 얕봐서는 아니된다. 특히나 몇 년전부터 고려와 신라는 동맹국이 되었어. 이것이 바로 우리가 통일을 서둘러야 하는 가장 큰 이유야.

애술    폐하, 그까짓 동맹국이 무슨 소용이겠사옵니까? 신라는 이미 종이 호랑이옵니다.

신덕    그러하옵니다. 신라를 걱정할 것이 무엇이겠사옵니까? 아무래도 문제는 고려가 될 것이옵니다.

견훤    그러나 세상 인심은 그렇지가 않아. 신라와 고려가 손을 잡았다는 것 자체가 우리 백제에게 크게 도움이 될 것이 없어. 인심이 그렇다는 이야기야. 그래서 이번에 아주 단단히 고려에 쐬기를 박고 신라로 가는 길을 활짝 열어야겠다는 것이야.

능환    폐하, 지당하신 말씀이시옵니다. 하오나, 우리가 잘못 신라로 가다가는 고려에 뒷덜미를 잡힐 우려가 있사옵니다. 먼저 그 장애물을 제거해야 하옵니다.

견훤    바로 그것이야. 지금 고려에서도 우리가 군을 움직이고 있는 것을 다들 알고 있을 게야. 이찬의 말처럼 그 장애물을 먼저 제거하고 신라로 가야해. 그렇다면 그 성이 어느 성인가? 경들은 알 것이야.

공직    신이 알기로는 조물성으로 아옵니다. 조물성은 우리 백제와 신라, 그리고 고려가 부딪히는 삼각지점의 중요한 길목이옵니다. 그 조물성은 고려에 속해 있사옵니다. 반드시 제거해야 할 것으로 아옵니다.

견훤    그것이야 바로.. 우리가 대야성으로 와서 해야 할 첫번째 일이 바로 그것이야. 허면, 누가 그 조물성을 먼저 함락시킬 것인가?

김총    신 김총이 가겠나이다. 영을 내려주시오소서.

최필    아니옵니다, 폐하. 최필이 선봉을 서겠사옵니다. 신에게 조물성 함락을 맡겨주오소서.

견훤    아니야, 아니야... 이번에 나는 생각이 있어. 처음부터 다 계획을 세워서 온 것일세. 여봐라, 태자들..?

태자들  예, 폐하..

견훤    앞에서도 말하였지만 이 아비의 나이가 곧 육십이 다 되어 간다. 내 대에 반드시 통일을 이루어야 하겠지만 그렇지 못할 수도 있어. 이제부터는 너희들 힘을 필요로 한다. 너희 젊은 태자들이 보다 많은 전투 경험을 쌓고 나라를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신검아...?

신검    예, 폐하.

견훤    이번에는 네가 아우들을 데리고 조물성의 총사를 맡아라. 저 조물성을 백제의 것으로 만들어 보아... 신라로 가는 길은 그 다음이 될 것이니라. 알겠느냐?

신검    예, 폐하.

견훤    다른 장군들은 태자들을 도와 주게나. 군사로서는 종훈 그대가 가라.

종훈    예, 폐하.

견훤    또한 애술장군이 부장으로서 우익을 맞고 상귀, 부달, 소달 장군들은 그 좌익을 맡아라. 

상귀    폐하, 전투에 임하게 하여 주시니 참으로 광영이옵니다.

부달, 소달      광영이옵니다, 폐하.

견훤    애술장군이야 백전노장이지만 군사 종훈과 두 장군은 새로이 중앙군으로 온 장수들이다. 이번에 공을 세워보도록들 하라. 그리고 특별히 종군의원으로 훈겸 그대가 가라.

훈겸    예, 폐하. 

견훤    신검이는 특히 이번 전투에서 지난날의 실패를 만회하도록 하라.

신검    예, 폐하.

견훤    그리고 양검이와 용검이 너희들을 지방에서 불러 올린 이유는 역시 전투 경험을 쌓으라는 것이다. 금강이도 마찬가지고.. 이번에 한번 잘 싸워 보거라.

태자들  예, 폐하...

견훤    나는 이 대야성에서 너희들 뒤를 후원하고 지켜볼 것이다. 반드시 조물성을 함락하라. 그리고 신라로 가는 길목을 안전하게 열도록 할 것이다. 제장들 모두 이러한 짐의 뜻을 반드시 관철시키도록 하라.

모두들  예, 폐하....

 

씬  길

       

        신검과 종훈 그리고 애술, 훈겸, 상귀와 부달, 소달들이 가고 있다. 숱한 군사들이 끝도없이 꼬리를 물고 있다. 그들은 어느 갈림길에서 다시 밀려오는 한떼의 군사들과 만나 합치며 그렇게 가고 있다. 고려의 첩자들이 숲 속에 숨어 이를 보고 있다. 그리고 놀란 모습으로 사라진다.

 

씬  어느 산길

 

        고려의 첩자들이 말고삐를 나꿔채고 숨가쁘게 달려 사라지고 있다. 그들의 모습이 그렇게 멀어지면서 그 위로..

 

왕건    (E) 무엇이라...? 백제군이 조물성으로 가고 있다...?

 

씬  동 조당

 

        왕건과 최응, 왕신, 태평, 김행선을 비롯해 전 신료들이 참석해 있다.

 

왕건    그렇다면 신라를 노리고 온 것이 아니라 우리 고려를 노리고 오는 것이 아닌가..?

태평    그런 것 같사옵니다. 물론 신라를 노리고는 있사오나 가는 길목에 우리가 보고 있다는 것이 저들은 두려운 것이옵니다. 조물성은 삼국의 중심에 있사옵니다. 백제가 신라로 가려면 반드시 조물성 주변을 지나야 하옵니다. 그 때문에 먼저 후환을 덜고자 하는 것 같사옵니다.              

왕건    군사가 얼마나 된다고 하는가?

태평    무려 일만에 가깝다 하옵니다. 견훤왕과 여타 장수들은 대야성에 있고 태자들이 대야성의 병력과 문소성의 군사들을 합쳐 공격에 나서고 있다 하옵니다. 

왕건    태자들이라...? 견훤왕의 아들들 말인가?

태평    예, 폐하. 형제들이 모두 전쟁에 나서고 있다 하옵니다.

무      폐하, 그렇다면 이번 전투에 소자도 참여하고 싶사옵니다. 백제국의  태자들이 나오는 전장터에 소자가 감은 당연한 것이옵니다. 허락하시오소서.

신숭겸  하오나 폐하, 아직 태자마마의 춘추가 너무 어리시옵니다. 전장터에 나가심은 무리라 사료되옵니다. 신들이 가겠사옵니다.

박술희  백제국에서 그 왕이나 이름있는 장수가 나오지 않고 자식들을 보낸다는 것은 참으로 우리를 얕보고 있는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배현경  그러게 말이옵니다. 이야말로 우리를 너무 우습게 보는 것 같사옵니다. 한번 혼을 단단히 내줘야 하겠사옵니다.

유금필  하오나 폐하, 돌이켜 생각해보면 또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사옵니다. 백제왕 자신은 대야성에 앉아 있으면서 조물성 전투에 자식들을 내보낸다는 것은 아마도 훈련이나 그 교육에 목적이 있지 않나 사료되옵니다. 이를테면 경험을 쌓게 한다는 것 말이옵니다.

홍유    다분히 그럴 수 있사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조물성은 중요한 전략지이옵니다. 백제왕이 너무 자만하는 것 같사옵니다.

왕건    허허, 자만이라...? 하지만, 일찍부터 백제왕의 자식 교육은 엄하고 강하기로 소문이 나 있네. 그리고 그 자식들 또한 나이가 상당히들 되었어. 독자적으로 전투를 수행하는 것도 이상할게 없네.

무      폐하, 이제 신도 전장터를 나가볼 때가 되었사옵니다. 보내주시오소서.

김락    폐하, 생각해 보건데 백제국에서 태자들을 앞세워 하는 작은 전투에  꼭 우리 장수들이 다 나갈 필요는 없다고 보여지옵니다. 신의 생각으로는 정윤마마의 청을 허락하심이 가한 줄로 아뢰옵니다.

염상    그리하시오소서, 폐하. 신들이 옆에서 보좌할 것이옵니다. 정윤 마마를 이번 전투에 나가시게 하시어 양국의 태자들로서 전투를 치룬다는 것을 보여주실 필요가 있사옵니다. 

복지겸  폐하, 비록 정윤 마마의 춘추가 아직 어리시오나 싸움에도 어떤 균형이 있는 법이옵니다. 저쪽에서 태자들을 보냈사오니 우리 쪽에서도 그럴 필요가 있다고 사료되옵니다. 그저 상징적으로 나가게 하시오소서. 전투는 장수들이 앞서 할 것이옵니다.

유금필  신 유금필, 또한 그리 생각하옵니다. 백제왕도 그 막내자식 금강이를 어린 나이에 대야성 전투에 참여시킨 적이 있사옵니다. 장수들이 앞서 잘 보좌하여 올릴 것이오니 허락하시오소서, 폐하.

김행선  허나, 모두들 염려하시는 바와 같이 아직 정윤 마마의 춘추가 어리시니... 한번 더 생각해 보심이 옳은 줄로 아뢰옵니다.

최응    신 또한 그리 생각하옵니다. 무조건 기분이나 자존심을 내세울 일은 아니옵니다. 이것은 전쟁이옵니다.

왕유    신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지금은 너무 이르오니 다음에 나가시도록 하시오소서, 폐하.

왕건    허허, 이를 어찌한다...? 허나, 견훤왕이 나오지 않았다고 하지를 않는가? 군사도 채 일만이 안된다고 하고 있어. 이건 그저 단순히 장난삼아 조물성을 한번 찔러 보는 게 아니겠는가? 심각한 대규모의 전쟁은 아닌 것 같소이다.

태평    아직 모를 일이옵니다. 전쟁이 어떻게 발전할지는 아무도 모르옵니다. 일단 경계는 크게 하시오소서.

무      폐하, 소자를 보내주시오소서. 가보고 싶사옵니다.

왕건    (한참을 생각하다가) 허허허... 정윤의 청이 듣기에 나쁘지는 않도다. 벌써 싸움에 나가기를 원하니 갸륵한 일이다. 그렇다. 아직 비록 네 나이가 어리나 전장터가 어떻게 생겼는지 볼 필요는 있느니라. 이번에 한번 나가보도록 하라.

무      망극하옵니다, 폐하.

왕건    허면, 누가 태자를 보좌해 갈 것인고..?

배현경  신이 가겠사옵니다.

박술희  아니옵니다. 신이 가겠사옵니다.

홍유    신이 가겠사옵니다.

박수문  폐하, 신 박수문 아뢰옵니다. 저희 형제를 보내주시오소서. 저희들은 이번에 순군부에 배속을 명 받았사옵니다. 공을 세우고 싶사옵니다. 허락하시오소서, 폐하.

왕충    신도 가고 싶사옵니다, 폐하, 허락하시오소서.

왕신    폐하, 신 왕신도 순군부로 배속되었사옵니다. 이번 기회에 전장터에 나가고 싶사옵니다. 허락하시오소서.

왕건    좋은 말들이오. 백제에서도 어차피 새로운 장수들이 많이 나오는 모양인데 우리도 그에 걸맞게 한번 싸워보십시다. 이번 전투에는 박술희 장군이 정윤을 돕도록 하오.

박술희  예, 폐하.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왕건    또한 왕충 장군과 박수문 장군 형제와 왕신 아우가 함께 가도록 하오.

모두들  망극하옵니다, 폐하...

왕건    그리고 내군에 속해 있는 정윤의 무예 사부인 장부장도 함께 가도록 하오.

장수장  예, 폐하..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왕건    저들이 조물성 쪽으로 이동 중이라 하니 서둘러 준비하여 내일 중으로 떠나도록 하오.

모두들  예, 폐하.

 

씬  오씨의 처소 외경

 

씬  동 처소 안

 

        박상궁과 연이가 서 있다.

 

오씨    뭐라고...? 우리 정윤 무가 전쟁에 나간다?

박상궁  그렇다고 하옵니다. 지금 순군부와 병부에서 전쟁에 나가실 차비를 하신다 들었사옵니다.

오씨    세상에, 이제 나이 몇인데 전장터라니... 이게 무슨 말인고..?

박상궁  마마께오서 어찌 좀 해보시오소서. 쇤네도 너무 불안하옵니다.

오씨    불안이라니...?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일세. 그 전장터가 어디라고 그 어린 정윤을 내보낸단 말인가?

박상궁  백제에서도 모두 태자들이 나오는 전쟁이라 하옵니다.

오씨    그래서...? 그래서 우리 어린 정윤을 거기 보낸단 말인가? 이게 무슨 전쟁 놀이인가? 어린 태자들을 앞세워 전쟁을 하다니 참으로 듣기 해괴한 소리일세.

박상궁  이미 폐하께서 허락하셨다 하옵니다. 어쩌면 좋사옵니까?

오씨    어쩌다니 말려야지. 폐하께 가서 이 일을 말려야지. 도대체 폐하께서 요즘 왜 이러시는 지 모르겠구먼... 우리 무를 정윤으로 책봉하신 후에 내 처소에는 걸음도 아니 하시네. 이 몇 년을 충주아우에게만 가 계시지 않는가?

박상궁  요즘은 그렇지도 않으신 것 같사옵니다. 더러 새로이 궁에 들어온 여러 부인들의 처소에도 자주 드시는 것으로 아옵니다.

오씨    변하셨어. 폐하께서 너무도 많이 변하셨어. 그래도 그렇지. 자식 걱정은 아니 되신단 말인가? 어떻게 그런 사지에 우리 무를 보낼 수 있단 말인가? 어이구, 세상에...

 

씬  인서트

 

        궁궐 전각들 사이로 많은 부인들이 지나쳐 가고 있다. 그 위로

 

유씨    (E) 무어라...? 

 

씬  유씨의 처소

 

        유씨(수인을 유씨라 부름)가 별로 놀라지도 않는 표정으로 김상궁을 본다. 그 옆에 어린 갓난아이와 두 살 배기, 세 살 배기 연년생이 보인다. 그 아이들을 유모가 어르고 있다.

 

유씨    정윤께서 전장에 나가신다고...? 

김상궁  예, 마마.

유씨    하긴 그럴 나이도 되셨지. 한 나라를 장차 운영하자면 지금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뭐 놀랄 일도 아니구먼 그래.

김상궁  그래도 너무 어리시지 않사옵니까? 온 궁궐이 이 일로 술렁거리고 있사옵니다. 

유씨    내 듣기로 백제에서도 태자들을 그렇게 가르친다 하더구먼. 폐하께서도 그걸 모르실리 없을 것인데... 언제까지 귀여워만 하시겠는가? 당연한 일을 하시는 걸세. 뭘 그런 일로 소란들인가? (아이들 보며) 그나저나 우리 태자 요와 소에게도 이제 그만 스승님들을 찾아드려야 할 것인데...

김상궁  하긴 그러실 때가 되었사옵니다, 마마. 갓난 아기씨 때의 교육이 참으로 중요하다 들었사옵니다.

유씨    암, 우리 낙랑공주도 잘 커주어야 할 것인데.. 나는 이제 더 이상 욕심도 없네. 그저 아이들 보는 재미로 사는 것이지. 욕심을 버리니까 이렇게 편하네 그려..                

해설    태조의 세 번째 부인인 유씨, 이 여인은 왕건의 여러 부인들 중에서도 특히 많은 아이를 낳는다. 그녀는 모두 5남 2녀를 낳았는데 그 중  맏아들 태는 어려서 죽었고 두 아들은 오씨의 소생인 혜종의 뒤를 이어 정종과 광종으로 불리는 3대, 4대 황제가 된다. 그러니까 처음 아들에게 보였던 그 집착이 훗날에 가서 톡톡히 보상을 받는다고나 할까? 어쨌든 이 무렵 유씨는 이렇게 세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태조 왕건은 또한 이 때에 많은 호족들의 딸들을 부인으로 삼거나 그들에게서 아이를 보게 된다. 그 배경에는 지방의 수 많은 호족들과 또한 중앙의 요직에 있는 신료들이 왕실과의 관계를 돈독히 연결하기 위해 보낸 이른바 정략적인 혼인관계나 자식을 헌납하는 관계들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씬  대전

 

        왕건과 최응이 마주해 있다. 왕건이 곰곰히 생각에 잠겨 있다. 최응이 눈치를 보다가 다시 말한다.

 

최응    아무리 생각해도 정윤 마마를 전장터로 보내는 것은 한번 더 생각해 보실 필요가 있는 것 같사옵니다.

왕건    그렇지가 않아. 어차피 결정한 일이네. 그리고 이제부터 담력과 용기를 길러 주어야 해. 지금은 그런 시기이네.

최응    하오나 폐하..

왕건    그 이야기는 그만 하세. 정윤도 원한 일이고 나 또한 그럴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서 결정한 일이야.

최응    알겠사옵니다, 폐하. 하옵고,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왕건    말해보게.

최응    새 인물들을 천거 받던 중에 최총진이라는 신동이 하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사옵니다.

왕건    신동이라...? 자네만한 신동이 또 있었단 말인가?

최응    신은 이미 나이 스물이 넘었사옵니다. 여기 최총진이라는 소년은 그야말로 학문이 뛰어난데다가 천문과 복술이 또한 특출나다 하옵니다. 신이 만나 보았사온데 참으로 그러했사옵니다. 

왕건    천문과 복술이....? 하늘을 볼 줄 알고 점을 잘 친다는 이야기로구먼. 어린것이 기특하네 그려. 몇 살이라고 하던가?

최응    열 일곱이라 하옵니다.

왕건    하하하... 자네가 조정에 들어올 때보다는 몇 살 늦은 나이일세 그려.

최응    한번 보심이 어떠하옵니까? 마침 황도에 살고 있어서 신이 불러 대기시켜 놓았사옵니다.

왕건    오, 그랬는가? 그렇다면 보세나.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보세.

최응    예, 폐하. 곧 불러 올리겠사옵니다.

왕건    그렇게 하세나. 허허허....

해설    최응이 천거하는 최총진, 최지몽의 어릴 때에 이름이다. 영암출신으로서 원보 벼슬을 하던 상기의 아들로서 대광 벼슬을 하던 현일에게서 글을 배웠으며 어릴 때부터 경사에 통달하여 이미 신동으로서 소문이 자자했다고 한다. 이때에 최응이 천거해 올리니 그는 이때부터 왕건의 옆에 늘 함께 있었으며 왕건 사후에도 혜종과 정종 대에 그의 놀라운 능력을 속속 들어냄으로써 황실에 매우 중요한 인물로 자리 잡게 된다.

 

        해설이 계속되는 동안 최지몽의 어릴 적 모습이 잠시 소개되었다가 다시 대전으로 이어진다.

 

씬  동 대전

 

        최지몽이 왕건에게 막 절을 끝내고 있다. 왕건이 한참을 보다가 묻는다.

 

왕건    네가 그토록 많은 공부를 하였고 천문과 복서에 밝다지..?

최지몽  과찬이시옵니다.

왕건    주로 무슨 공부를 하였느냐?

최지몽  어려서는 경서를 두루 읽었사옵고 나이 열둘이 넘어서는 천문과 복술을 공부하였사옵니다.

왕건    그래...? 경서를 읽은 것은 차차 알게될 것이거니와 천문과 복서에 밝다는 것이 신기하구나. 허면, 내 꿈 풀이를 한번 해보겠느냐?

최지몽  부족하오나 말씀 올리겠사옵니다. 들려주시오소서.

왕건    내가 일찍이 나이 서른에 시화진에서 전투를 하고 있을 때 꿈을 꾼 적이 있느니라. 꿈에 보니 구층 금탑이 바다 위에 서 있는데 그 위에 짐이 올라앉아 있었느니라. 지금까지도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 도리가 없는데 혹시 너는 말해줄 수 있겠느냐?

최지몽  (한참을 생각한다) 그 꿈은 참으로 길몽이옵니다.

왕건    길몽이라...? 어째서 길몽인지 한번 들려다오.

최지몽  신라에는 황룡사 구층탑이 있사옵니다. 그 탑의 내력은 단순한 기도의 대상이 아니라 삼국을 통일하겠다는 국가적인 염원을 담은 것이었사옵니다.

왕건    그랬지...

최지몽  그 탑에 담긴 내력 또한 단순한 삼한 통일이 아니라 바다 건너 주변의 많은 나라에서 조공을 받겠다는 아주 큰 뜻이 담겨져 있사옵니다. 즉 대 제국을 건설하겠다는 뜻이옵니다.

최응,왕건       ......... (미소)

최지몽  하온데, 폐하께서 그 구층 탑이 바다에 서 있는 꿈을 꾸셨사옵니다. 더구나 금탑이었고, 또한 폐하께오서 그 위에 앉아 계셨사옵니다. 이는 바로 폐하께오서 삼한을 통일하신다는 하늘의 예시이옵니다.

왕건    하하하... 거 듣자하니 참으로 좋은 말이로고...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최지몽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될 것이옵니다, 폐하.

최응    그럴 것이옵니다. 신도 듣고 보니 꿈풀이가 너무도 명료하지 않사옵니까? 실제로 신라에서는 삼국 통일을 이루기 위하여 황룡사 구층탑을 세웠사옵니다. 그리고 삼국을 통일했었사옵니다.

왕건    그건 짐도 들은 바가 있네. 아무튼 듣고 보니 나도 그런 생각이 드네. 나이 열 일곱이라...? 참으로 대단하구나. 너의 꿈풀이가 신묘하다. 허허허.... 앞으로는 너의 이름을 고쳐 지몽이라고 하거라. 그토록 꿈풀이를 잘하니 지몽이라는 이름이 어울릴 것이야.

최지몽  망극하옵니다, 폐하.

왕건    그리고 이보게, 내봉성령.

최응    예, 폐하.

왕건    여기 최지몽이를 관부에 들여 언제든 내가 찾거든 바로 오도록 하게. 참으로 영특한 소년일세. 만나보니 과연 신동이로세.

최지몽  망극하옵니다, 폐하

 

        그렇게 모두들 웃고 있는데 대전내관의 소리가 들려온다.

 

대전내관        (E) 폐하, 나주부인마마께오서 납시셨사옵니다.

왕건    나주부인이...? 드시라 하여라.

 

        오씨가 들어서고 예를 올리며 앉는다. 최응이 눈치를 보다가 말한다.

 

최응    신들은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왕건    그리들 하게.

 

        두 사람이 물러가자 오씨가 말한다.

 

오씨    폐하, 신첩은 우리 정윤 무가 전장터에 나간다는 소식을 들었사옵니다. 사실이옵니까?

왕건    사실이오. 헌데 왜 그러시오?

오씨    너무 심하신 것이 아니옵니까? 그 나이에 어찌 싸울 수가 있겠사옵니까?

왕건    지금부터 공부를 해야 하오. 이 시대에 군왕은 싸움터를 모르면 아니 되오. 그럴 때가 되었소이다.

오씨    너무 어리옵니다, 폐하. 얼마든지 앞으로 그럴 때는 많이 있사옵니다.

왕건    이제부터 계속해 전장터에 나가게 될 것이오. 강한 황제만이 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는 것이오. 너무 염려마오, 부인.

오씨    아니 되옵니다, 폐하. 지금은 너무 어리옵니다.

왕건    국사를 논하는 조당에서 결정한 일이오. 그리 아시구려.

오씨    폐하...?

왕건    부인, 자식을 품안에서만 기르면 어리광만 늘게 되오. 호랑이의 자식은 범답게 길러야 하는 법이오, 아시겠소이까? 자, 준비하시구려. 우리 무가 떠날 때가 다 되었소이다.

오씨    폐하...

 

        그들 그런 모습에서.. 디졸브

 

씬  황궁 앞

 

        조물성으로 떠날 장졸들이 가득히 모여 있다. 거기 태자 무와 박술희, 박수문 형제, 왕충, 왕신 그리고 장수장이 함께 해 있다. 왕건과 오씨가 함께 그들을 보고 있다.

 

왕건    들을지어다, 장졸들이여. 그대들은 대 고려국을 대신하여 백제국과 싸우러 가는 전사들이니라. 조물성에는 그곳 성주 애선 장군이 그대들을 기다리고 있다. 반드시 싸워서 승리하라.

무      예, 폐하. 폐하의 뜻에 반드시 보답해 올리겠사옵니다.

왕건    고마운 말이로다. 특히나 정윤 너는 짐의 아들이며 대 고려국의 다음을 이을 정윤의 신분이니라. 백제국에서도 태자들 형제가 모두 나와있다 하니 이참에 그곳에 가서 고려의 자존심을 보여 주도록 하라.

무      예, 폐하.

왕건    특히나 박술희 장군.

박술희  예, 폐하.

왕건    경은 누구보다도 어린 정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조카가 아닌가? 사내답게 싸우는 길을 잘 가르쳐 주게나.

박술희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신을 믿으시오소서, 폐하.

왕건    암, 경을 믿지 않으면 어찌 그 전투를 수행하겠는가? 그리고 이보게 왕장군?

왕충    예, 폐하

왕건    그대는 많은 전투에서 공을 세우고 우리 중앙군에 편제된 장군이니라. 박수문, 박수경 장군들과 힘을 합하여 백제군에게 고려의 기상을 유감없이 보여주도록 하라.

왕충    예, 폐하.

박수문  폐하, 신들이 곧 조물성으로 달려가 수일 내로 승전보를 전해 올리겠사옵니다. 기다려주시오소서.

왕신    반드시 승전보를 전하겠나이다, 폐하.

왕건    믿음직스럽도다. 짐은 경들을 믿노라. 가라, 가서 싸워라.

오씨    ........... (계속 걱정스럽다)

 

        군사들이 열렬한 군호가 계속 메아리 친다. 왕건이 손을 흔들어 준다. 드디어 그 군호가 끝나고 무가 군례를 올린다.

 

무      폐하, 하오면 다녀오겠나이다. 어마마마, 안심하시오소서. 좋은 소식을 가지고 오겠사옵니다.

오씨    조심하오, 정윤. 조심하오....

무      예, 어마마마.  자 다들 가십시다.

박술희  출병하라.... 출병하라.....

 

        그렇게 무가 이끄는 장졸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오씨는 계속 안절부절이다. 그러나 왕건은 계속 태평한 모습으로 오씨를 위로한다.

 

왕건    이보시오, 부인.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 마오. 어디 우리만 자식을 보내는 것이겠소이까? 지금 가고 있는 저 많은 장졸들 모두가 우리같은 부모를 두고 있소이다. 집에서는 모두가 귀한 자식들이라는 것이올시다.

오씨    아옵니다, 폐하. 하지만..

왕건    잘 될 것입니다. 그렇게 큰 전투가 아니에요. 우리 고려국과 백제국의 태자들의 싸움입니다. 해 볼만한 전투에요. 그리고 누구보다도 우리 무를 위해 애쓰는 박술희 아우가 가고 있소이다. 소식을 기다려봅시다.

 

        그렇게 여유를 보이는 왕건의 그 표정에서...

 

씬  길

 

        무를 비롯한 고려군 장졸들이 가고 있다. 박술희가 너털웃음을 웃으며 무를 보고 있다.

 

박술희  정윤 마마..?

무      예, 장군

박술희  전장터로 나가는 소감이 어떠하시옵니까?

무      가슴이 설레입니다, 장군.

박술희  하하하... 잘 될 것이옵니다. 백제의 태자들을 이번에 한번 톡톡히 망신을 주시오소서.

무      그리 할 것이옵니다.

박술희  그리고 장부장

장수장  예, 장군.

박술희  장부장께서는 일찍이 폐하의 무술 사부셨고, 그 동안 다시 또 우리 정윤 마마를 가르치셨습니다. 함께 뫼시고 전장터로 나가는 기분이 참으로 각별하실 것 같습니다.

장수장  예, 장군. 참으로 만감이 교차합니다, 허허허.... 잘 싸우실 것입니다.

박술희  그러고보면 세월이 참 많이 지나갔습니다. 어느새 고려와 백제의 태자들이 모두 커서 이렇게 전장터에서 만나다니 말입니다. 잘 될 것입니다. 이 박술희가 꼭 그렇게 만들겠사옵니다, 정윤 마마. 허허허.

 

        그들 그렇게 간다.

 

씬  조물성 외경

 

        성루에서 애선이 성 밖 먼 곳을 보고 있다. 부장들이 함께해 있다.

 

애선    벌써 백제군이 성 밖 삼십리 쯤 도착했다 하네. 무려 일만의 군사라 하니 큰 전투가 될 것 같구먼.

부장    하오나, 황도에서도 우리를 돕기 위한 응원군이 이미 출병했다 하옵니다. 이삼일 후면 오지 않겠사옵니까?

애선    그렇겠지. 그러나 전선이 너무 넓어. 이 성 옆으로 수십 리나 되는 계곡이 다 전선이 될 것이야. 힘든 싸움이 될 것 같구먼.

부장    그러게 말이옵니다. 그보다도 성주님, 이번 싸움은 좀 이상하옵니다. 양쪽에서 태자들이 모두 총사로 나오는 싸움이 아니옵니까? 그 많은 장군들은 다 무얼하고 어린 태자들을 앞세워 싸우는 것이옵니까?

애선    태자들이 총사로 오기는 하지만 그 옆에는 역시 장수들이 있네. 걱정할 일은 아니야. 어쨌든 백제군의 수가 너무 많구먼.

 

        애선은 그렇게 먼 성밖을 본다. 그의 표정에서...

 

씬  성 들판 계곡

 

        석양이 지고 있다. 아스라이 멀리 조물성 성벽이 보여온다. 그들은 작전지도를 놓고 함께 보고 있다.

 

신검    전선이 매우 넓은 것 같소이다.

애술    넓게는 하지만 싸우는 장소가 정해져 있사옵니다. 가운데 조물성이 있고 그 우측 이십여 리쯤에 내천이 흐르는 계곡이옵니다. 결국 전투를 벌릴 곳은 두 곳으로 국한될 것이옵니다.

종훈    첩보병의 말을 들으니 고려에서도 어린 태자를 총사로 삼아 온다고 하옵니다. 아마 이번 전쟁을 가볍게 보는 것 같사옵니다.

양검    이 전쟁이 무슨 장난인줄 아는 모양이옵니다, 형님.

용검    그러게 말이옵니다, 하하하... 코흘리개 어린 아이를 전장터로 보내다니 말이옵니다.

금강    고려의 태자가 오면 제가 상대해 싸우겠사옵니다. 허락해주시오소서, 형님.

신검    (갑자기 싸늘해진다) 이번 전쟁의 총사는 나다. 선봉을 누구로 세우는가 함은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너는 그저 명령만 따르면 된다.

금강    예, 형님.

상귀    아무튼 지금 공격하기 보다는 저들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내쳐 덮치는 것이 유리할 듯 싶사옵니다.

훈겸    옳은 말이옵니다. 저들이 이삼일 걸려 이곳에 도착하면 몹시 피로해 있을 것이옵니다. 그때를 기다려 한꺼번에 공격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옵니다.

애술    어린 아이를 앞세워 온다는데 작전이고 뭐고, 그리 머리를 짜내지 않아도 될 것 같사옵니다. 그쪽의 장수들 이름을 들어보니 박술희인가 뭔가 하는 장군하나 빼고는 모두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들이옵니다. 걱정할 것 없사옵니다. 태자마마. 본때를 보여드리겠사옵니다. 허허허허..... 전령이나 준비해 두오소서. 승전보가 바로 갈 것이옵니다. 허허허허....

 

씬  전주 황도 외경 (밤)

 

씬  동 황후전

 

        황후 박씨가 박영규, 그리고 고비, 상궁들과 함께해 있다.

 

박씨    기가 막히는구먼. 살다가 살다가 별 일을 다 보겠네 그려. 목숨을 건 전장터를 어찌들 장난처럼 하는지 모르겠구먼.

고비    태자들이 모두다 조물성으로 갔다 들었사옵니다. 허면 이번에는 장수들은 아니 싸우는 것이옵니까?

박영규  그렇지는 않사옵니다. 다만, 전쟁을 주도하는 양쪽의 총사들이 모두 태자들의 신분이라는 것이옵니다.

박씨    그러니 얼마나 기가 막히는가? 어른들은 다 뒷전에 앉았고 아이들이 어떻게 싸우나 구경하자는 것이 아니겠는가?

박영규  허허허... 이제 다들 장성하신 태자님들이시옵니다. 아이들이 아니옵니다. 황후마마.

박씨    그렇기는 하지만, 어떻게 그 중요한 전장터를 모두 태자들에게만 맡겨놓는다는 말인가? 그러다가 또 이 자식 저 자식 편애하고 미워하면서 무슨 말씀을 또 하실려고....?

고비    .............(눈치만 보고)

박씨    아무튼 또 한번 간 조리게 생겼네 그려. 그렇게 되었어.

 

씬  대야성 장대

 

        견훤이 장수들과 함께 회의를 열고 있다.

 

견훤    (장계를 보며) 이제 조물성에들 도착해서 고려군을 기다리고 있다고...?

능환    그렇다 하옵니다. 고려에서도 어린 태자를 총사로 보냈다는 소식이옵니다.

견훤    (박장대소한다) 하하하..... 고려국왕이 거 아주 재밌는 사람이구먼.. 내가 태자들을 보내니까 저쪽에서도 그대로 응답을 하지 않는가 말이야.

최승우  일이 참 묘하게 되었사옵니다, 폐하.

견훤    그러게 말일세. 아무튼 기왕 시작한 전투이니 좋은 소식을 받았으면 싶구먼. 이제부터야.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통일전쟁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야. 그 첫 과제가 저 조물성을 함락시키는 것이야.

공직    태자마마들과 애술장군이 갔사옵니다. 반드시 폐하의 뜻을 이루실 것이옵니다.

신덕    그러나 고려에서는 박술희라는 장수가 함께 온다고 하옵니다. 크고 작은 여러 전투에서 이름을 드날린 장수이옵니다.

김총    우리에게는 애술장군이 있사옵니다. 무엇이 두렵겠사옵니까?

최필    그렇사옵니다. 걱정할 것 없사옵니다. 만약을 대비하여 우리 본군이 여기 대야성에 있사옵니다.

견훤    아니지, 아니지... 나는 충분한 병력을 우리 태자들에게 주었어. 우리 본군을 부르지 않고 저희들끼리 해 내야해. 그렇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단 말일세.

최승우  그렇게 될 것이옵니다. 기다려보시오소서.

견훤    길게 끌지 말고 공격하라고 해. 속히 전령을 띄우게. 짐이 밤잠을 안자고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이야.

최승우  예, 폐하.

 

씬  고려 황궁 외경 

 

씬  동 대전

 

        왕건이 초조한 듯 생각에 잠겨 있다. 여전히 최응이 함께해 있다.

 

왕건    과연 잘 해낼까...? 우리 무가 말이야.

최응    기왕에 전장터로 떠나셨사옵니다. 좋게 생각하시오소서.

왕건    그래... 그러고 보면 참 세월이 빨라. 어느새 내 자식이 아비를 대신하여 전장터에 가 있단 말일세. 허허허... 그리고 그 최지몽이라고 하는 아이 말일세.

최응    예, 폐하

왕건    신통한 아이였네. 그 꿈 해몽이 아주 마음에 들어. 짐이 삼한을 통일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 꿈이라는 것이야. 허허허... 하긴, 상대가 좋은 말을 할수록 경계를 해야 하는 것인데, 내가 너무 가볍게  흔들리는 것 같구먼.

최응    그 아이는 신동이 분명하옵니다. 특히나 천문과 복술에 밝고 꿈 해몽을 잘하니 늘 옆에 두고 쓰시오소서.

왕건    그렇게 하세나. 자 많이 늦었네. 자네도 그만 가 쉬어야지.

최응    폐하께오서도 침수드시오소서.

왕건    그래, 그렇기는 해야겠는데... 허허, 이것 참...

최응    왜... 그러시옵니까?

왕건    어디로 갈지를 몰라서 그러네. 궁궐 내에 호족들이 보내온 처자들이 백여 명이 넘네 그려. 하나같이 정략적으로들 왔으니 그에 걸맞게 응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괴롭네 그려.

최응    (미소 짖는다) 그 또한 국가를 운영하는 한 방책이시옵니다. 그네들을 널리 살피지 않으시면 호족들이 섭섭해하고 원망을 할 것이옵니다. 마음이 내키시지 않더라도 되도록 많은 분들을 위로하시고 첩지를 내려주심이 옳은 줄로 아옵니다.

왕건    나도 알기는 아네마는... 여복이 아니라 여난일세 그려.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요, 어이쿠....

 

        왕건이 그 큰 눈을 휘둥거리며 도리질을 한다. 최응이 눈치를 보다가 다시 말한다.

 

최응    폐하, 하옵고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왕건    말해 보게.

최응    나주부인 마마 말씀이옵니다. 

왕건    어째서...?

최응    이미 그 아드님께서 다음 보위를 이으실 정윤으로 책봉되셨사옵니다. 비록, 황후마마께서 밖에 나가 피접 중이시오나 마땅히 나주부인 마마 또한 황후의 책봉되심이 가한 줄로 아옵니다.

왕건    황후에....?

최응    그 아드님이 이미 정윤이 되셨사옵니다. 그 어머님이 낮은 자리에 계신다는 것은 형평에 맞지를 않사옵니다. 살펴
 헤아리시오소서, 폐하.
왕건    (한참 생각한다) 딴은 그렇기도 하네 그려. 한번 생각해 봄세.

최응    망극하옵니다, 폐하.

왕건    아, 그래... 일리 있는 말이야. 하긴 내가 너무 무심하였던 것 같구먼.. 광평성에 일러 의례를 밟으라 하게. 

최응    예, 폐하.

 

        끄덕이는 왕건의 표정에서...

 

씬  궁궐 법당

 

        법당 밖에는 박상궁을 비롯해 연이와 더불어 많은 상궁 나인들이 지켜서 있다. 그리고 그 법당 안에서 오씨가 기도하며 빌고 있다.

 

오씨    부처님, 우리 무가 목숨이 오가는 전장터에 나가 있사옵니다. 제발 살펴 헤아려 주시오소서, 우리 무를 지켜주시오소서. 아직 너무도 어리옵니다. 다쳐서는 아니 되옵니다. 꼭 살펴주오소서, 부처님....

 

        그렇게 간절히 비는 오씨의 표정에서...

 

씬  조물성

 

        그 어두운 성루에서 성주 애선과 태자 무, 그리고 박술희를 비롯한 왕신, 박수문 형제, 왕충, 장수장들이 먼 적진을 보고 있다. 그들 역시도 작전 지형도를 놓고 있다.

 

박술희  생각보다 전선이 너무 넓소이다. 군대를 둘로 나누어야겠소이다. 한편은 성을 지키고 한편은 저쪽 좌측 계곡이 되겠소이다.

왕충    허면, 정윤마마께서는 어디에 계실 것이옵니까?

박술희  당연히 이 성에 계실 것이오.

애선    적의 주력군은 이 성보다는 계곡 쪽으로 몰려올 것 같사옵니다마는...

무      장군, 그렇다면 나는 그 계곡으로 가고 싶습니다.

박술희  정윤 마마께서는 이 성에 계시오소서. 그 계곡은 소장이 가겠사옵니다.

무      어린 아이처럼 가만히 성안에 앉아 있는 것은 싫습니다. 함께 가도록 해주십시오.

박술희  그곳은 위험하옵니다.

무      위험하지 않은 전장터가 어디 있습니까? 그리로 가겠습니다.

박술희  알겠사옵니다. 허면, 애선 성주도 함께 가십시다. 이 성은 왕충 장군이 지켜주시오.

왕충    알겠사옵니다.

박수문  적군이 이미 계곡 가까이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우리도 준비를 해야지 않겠사옵니까?

박술희  그래야지요. 자, 허면 우리도 군을 움직입시다. 가시오소서, 정윤 마마. 박장군 가십시다...

박수문  예, 장군. 가자... 좌측 계곡으로 간다. 군사들을 움직여라....

 

        그들 그렇게 가기 시작한다. 왕충이 부장들과 남아서 가는 그들을 보다가 다시 성 밖을 본다. 그 눈빛에서...

 

씬  그 성 밖 계곡 근처 들판

 

        어둠 속에서 수많은 횃불이 일렁이고 있다.

 

신검    적군이 도착했소이다. 우리가 이미 계곡으로 오는 것을 알고 저들의 주력군도 우리를 막기 위해 이동하고 있소이다. 우리도 이대로 군을 둘로 나누어 한쪽은 성을 대치하고, 또 한쪽은 저 계곡의 주력군을 부수고 우회하여 성으로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누가 선봉을 서고 싶은가...?

양검    소제가 서겠사옵니다, 형님.

금강    ............?

신검    좋다. 아우가 앞을 서라. 철기군 삼천을 줄터이니 부달과 소달 장군을 부장으로 삼아 적진을 돌파하라. 그 다음은 용검아우가 부장으로서 상귀 장군과 함께 가라. 가서 적의 좌우를 흔들어라.

용검    예, 형님.

애술    하오면, 태자마마. 소장은 어디에 서오리까?

신검    어린 아이가 싸우러 와 있습니다. 애술장군까지 앞을 서시면 부끄러운 싸움이 됩니다. 잠시 지켜보시오소서.

애술    허허허.. 알겠사옵니다, 태자마마.

금강    소제는 어찌하옵니까, 형님... ?

신검    너는 일찍이 아바마마를 따라 다니며 많은 전투를 해보지 않았느냐? 너도 여기서 그만 쉬고 있거라.

금강    .......... (할 말은 있지만)

신검    우리는 어떻게 하든 저 조물성을 함락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 계곡 길을 뚫고 성으로 접근해 들어가야 한다. 이번에야말로 우리 형제들의 힘을 보여줄 때이다. 그 동안 아버님에게 보여드렸던 많은 실망을 이 기회에 다 깨버릴 것이다. 나는 반드시 저 조물성을 함락시킬 것이다. 반드시.....!

 

        그런 신검의 표정에서....

 

               

                                                                <141회 끝>   



첨부파일 태조왕건141.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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