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KBS대본

[태조 왕건] 175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7.12.22|조회수2,570 목록 댓글 0

태조 왕건 <제 175회>

견훤은 신검에게 총사를 맡기며 보위에 관한 일을 매듭지으려 하고 뒤늦게 아비의 사랑을 깨달은 신검은 마지막 기회를 성사시켜 맏이로서의 권리를 되찾으려한다. 한편, 고려의 최응은 자신의 병을 숨기고 쉬기를 청하나 사실을 모르는 왕건은 허락하지 않고 다시금 서경순시에 나선다. 신검이 이끄는 백제의 수군은 관무역선으로 위장하여 고려군의 경계초소를 속이고 드디어 고려황도에 접한 예성강에 무사히 도착하는데...


 

씬  백제 황궁 대전

 

        지난 회와 장면이 연결된다. 아들과 아버지가 그렇게 서로를 뚫어져라 보고 있다. 최승우가 긴장하여 두 사람을 보고 있다.

 

견훤    들었느냐? 내가 지금 너에게 옥좌를 주겠다고 하였다. 들었느냐?

신검    예, 아바마마.

견훤    이 놈아.. 자식과 부모간이다. 아버지와 아들간이다. 내가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신검이 네놈만을 유독 미워하겠느냐?

최승우  ................

견훤    네가 맏이이기 때문이었다. 네가 장자였기 때문에 아비인 나는 누구보다도 너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던 것이다. 본래 맏이가 아버지의 업을 잇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당연한 것이야.

신검    ..............

견훤    그런데 왜 나는 너에게 경계를 하며 머뭇거리는 것이냐? 이 아비가 못나서였을까? 아니다. 네 놈이 나의 기대를 번번이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네가 누구인가? 너는 황제의 아들이면서 네 놈 말마따나 다음 보위를 맡을 서열에 있다. 허나 황제의 자리는 서열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백성들의 앞날을 책임진 자가 황제이니라. 나라를 책임지고 백성들의 목숨을 책임지고 만년 기업의 앞날을 책임진 자가 황제이니라. 아느냐?

신검    예, 아바마마.

견훤    백성들의 배고픔을 덜어주고 백성들의 잠자리를 살펴주고 저들의 근심과 걱정을 덜어주고 편히 먹고 쉬게 해줄 수 있는 것이 황제의 의무이다. 아느냐?

신검    예, 아바마마.

견훤    너는 나의 아들이다. 아버지가 아들을 미워하는 이유는 그 근본에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신검    (뭉클)...............?

견훤    아느냐?

신검    ..................?

견훤    아느냐고 물었다.

신검    예, 아바마마.

견훤    내가 너를 미워한다고.....? 아니다. 미워한 것은 네가 아니라 바로 너의 그 허약함과 모자람이었다. 내가 너를 그 동안 때리고 채찍질 한 것은 그 많은 단점들을 덜어주기 위함이었다. 이 아비는 지금도 너를 사랑한다. 이번에 너의 그 증오를 모두 전투에 태워보거라. 그리하여 진정한 이 나라의 태자로 거듭나 보거라. 그리고 보이거라. 내게 보이거라.

최승우  ...................?

견훤    그리하여 볼 것을 내어 내게 보인다면 나는 약속대로 너에게 이 옥좌를 줄 것이다. 다음 보위에 관한 일은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알겠느냐, 신검아...? 아비의 약속이다.

신검    (감동) 예, 아바마마. 소자, 참으로 그 동안 미옥하고 어리석었사옵니다. 이처럼 큰 기회를 또 주시고 자식으로서 자애하여 주심이 눈물이 날 것만 같사옵니다. 반드시 아바마마의 그 크신 자애함을 갚겠사옵니다. 망극하옵니다, 아바마마. (울먹) 망극하옵니다, 아바마마.

견훤    그래, 허나 명심하거라. 그리고 약속하라. 이번에 아니 되면 끝이다. 너의 모든 권리는 금강이에게 돌아갈 것이다. 알겠느냐?

신검    예, 아바마마.

견훤    되었다. 이제 그만 가 보거라. 장수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내가 모두 소집하라 일렀다. 가서 총사로서 저들과 전략을 짜거라. 마지막 전략이다. 가라.

신검    예, 아바마마. 참으로 오늘의 이 자리가 소자에게는 크고도 의미가 깊은 자리이옵니다. 반드시 아바마마의 뜻을 이루겠사옵니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신검의 그 감동 같은 표정과 묵묵한 최승우와 다시 견훤의 끄덕이는 표정에서 디졸브가 길게 되면.....

 

씬  병부 관아 회의장

 

        대형 전략지도가 걸려 있다. 최승우와 능환을 비롯하여 장수들이 기라성처럼 늘어서서 보고 있다. 신검이 중앙에 있고 그 형제들이 옆에 섰고, 금강도 섰고, 박영규, 종훈, 신덕, 최필, 애술, 김총, 상귀들이 서 있다. 부장들인 파달과 그 일행들도 보인다.

 

신검    폐하께오서 여기 파진찬 어른을 군사로 삼고 이 몸을 총사로 하여 고려의 황도를 공략하라 명하셨소이다.

모두들  .................

신검    이번 작전은 그 동안 승승장구하여온 고려국의 황도를 기습 공략한다는 점에서 엄청난 의의가 있소이다.

애술    소장은 잘 믿기지가 않사옵니다. 고려의 수군이 용맹하고 그 위용이 크기로 소문이 나 있사옵니다. 어떻게 예성강까지 가옵니까?

종훈    실은 소생도 군사로서 여러 가지 궁금증이 많사옵니다. 고려의 수군을 뚫고 과연 송악까지 어떻게 갈 것인지 궁금하옵니다.

신덕    말씀해 주시오소서, 파진찬.

능환    모든 전략은 충분히 적의 사정을 알고 난 뒤에 세워지는 것이오. 이번에 파진찬이 세운 예성강 공략은 참으로 시기가 적절하며 또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이쪽과 저쪽을 살피어 세운 전략이오. 의심할 필요가 없소이다.

최승우  이 사람은 그 동안 고려의 전반적인 군사적 움직임에 대하여 빈틈없이 점검을 해 왔소이다. 그 결과 고려군은 땅 위에서 싸우는 보군에만 치중해 왔고 특히나 신라와 접해 있는 경계지역에 많은 군사력을 쏟고 있소이다. 그 반대로 고려의 수군은 할 일이 없어졌고 많은 전함들이 어선으로 돌아가거나 관무역선이 되어 여러 나라들을 오가고 있소이다. 다시 말한다면 고려의 수군은 무능해졌고 우리는 그 틈새를 뚫고 들어가 바다와 강으로 이어져있는 고려의 황도 예성강으로 가자는 것이올시다.

최필    듣고 보니 모골이 송연하옵니다. 군인으로서 이처럼 엄청나고도 파격적인 놀라운 계략은 처음 듣사옵니다.

김총    그러하옵니다. 적의 황도를 덮친다는 것 아니옵니까?

용검    왜 아닙니까? 고려왕의 목도 베기로 하였다 합니다. 고려왕의 목 말입니다. 허허허....

양검    이 일을 우리 신검 태자마마께오서 맡으셨소이다. 이렇게 의미 있는 큰 전투를 말이올시다.

신검    상귀장군...?

상귀    예, 태자마마.

신검    장군은 우리 백제의 수군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오. 이번에 전함의 이동이나 해전에 관해서는 장군이 책임질 일이 많소이다. 부총사로 하겠소이다.

상귀    예, 태자마마. 군령을 따르겠사옵니다.

신검    금강 아우는 이번에 쉬게 되었다. 출정하지 못하게 된 것을 너무 섭섭히 생각하지 말라.

금강    예, 태자마마.

신검    또한 매부이신 박영규 장군은 두 달 후에 떠날 우리 기습군에 관하여 충분한 보급과 그 준비를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박영규  예, 태자마마. 영 대로 거행하겠사옵니다.

신검    폐하께서 크게 기대하고 계시는 전략이올시다. 우리는 빠른 시일 안에 선단을 준비하고 수군을 훈련시켜 예성강으로 떠날 것이올시다. 이 일은 극비리에 준비하고 진행되어야 합니다. 모두들 명심하시고 이 전투로 하여 백제가 다시 고려를 이기고 우위에 설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기 바라오. 아시겠소이까?

모두들  예, 태자마마.

신검    폐하께오서는 마지막 기회라 하셨소이다. 이 신검이도 그렇고 백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 또한 마지막이라 하셨소이다. 모두들 그 점을 명심하시오. 그 점을 말이오...

모두들  예, 태자마마.

 

씬  황후전

 

        박씨가 모처럼 웃고 있다. 이상궁도 함께 웃고 있다.

 

박씨    별난 일이다. 파진찬 그 사람이 우리 신검 태자를 돕다니...? 참으로 별난 일이다.

이상궁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옵니까, 황후마마...? 어려운 전투를 파진찬 그 분이 함께 간다 하옵니다.

박씨    그러게 말이다. 하나같이 믿어지지 않는 일들이 거듭 일어나고 있구나. 파진찬이 누구이냐? 우리가 얼마나 많은 오해를 하였느냐? 금강이 편에 서서 폐하를 혼란스럽게 만든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더냐? 헌데 우리 신검이를 도와주다니...

이상궁  그 모든 것이 이찬 어른께서 주선하셨다 하지 않사옵니까?

박씨    물론 그렇기는 하다마는 파진찬이 전투까지 따라 간다는 것은 그야말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아니냐?

이상궁  그건 그러하옵니다, 황후마마.

박씨    고마운 일이다. 어쨌든 그 어려운 데를 따라가 주고 추천해주고 하였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 분명하다.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이로구나.

 

씬  동 고비전

 

        고비가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최상궁을 보고 있다.

 

고비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라더냐? 왜 우리 금강 태자는 빠지고 신검 태자가 전투를 준비한다는 말이냐? 

최상궁  말씀 드린 바와 같이 모두가 다 파진찬 그 사람이 권유한 일이라 하옵니다.

고비    기가 막혀서 원... 아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파진찬이 왜...?

최상궁  그러게 말이옵니다, 마마.

고비    이럴 수가 있는가? 아니 바로 얼마 전에도 폐하께오서는 금강이에게 다 주시겠다 하시지 않으셨는가? 헌데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라는 말이냐?

최상궁  기다려 보시오소서. 보위를 내리신다는 전갈도 아니시고 전투를 나가는 일에 불과하옵니다.

고비    그게 무슨 소리인가? 어렵고 큰 전투를 누가 하고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서 향배가 변하는 것이야. 그런 엄청난 계획에서 우리 금강이가 빠졌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니라. 한번 더 세밀히 알아 보거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말이다.

최상궁  예, 마마.

고비    믿기자 않어. 믿기지가... 파진찬 그 사람이 왜...?

 

씬  바다 수군 훈련장

 

        도하 훈련이 계속되고 있다. 그 옛날 나주 공략준비와 다를 바가 없다. 군사들이 도하해 상륙작전을 펴고 상륙한 군사들이 방패와 창을 들고 가상적군과 교전하는 훈련이다. 최승우와 신검이 보고 있다. 다른 장수들이 군사들 속에 섞여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신검이 끄덕이며 만족해하고 있다.

 

신검    우리 백제의 수군도 저 정도면 대단하지 않습니까?

최승우  그러하옵니다, 태자마마. 결코 고려에 비해 뒤질 것이 없사옵니다.

신검    사실 지역적으로 따져 보아도 우리 백제는 바다와 인접한 지역이 고려보다 넓고 많습니다. 헌데도 그 동안 번번이 당하기만 했어요. 그것 참....

최승우  고려는 고려의 왕이 바닷사람이옵니다.

신검    아, 참.. 그 얘기는 들었습니다. 고려왕의 선조들이 대대로 바다 상인들이었다지요?

최승우  예, 태자마마. 그러니 얼마나 그쪽에 밝겠사옵니까? 허허허.... 지난 번 우리가 금성(나주)을 내어준 것도 당시 고려왕이 직접 선두에 섰기 때문이었사옵니다.

신검    이번에는 분명 다르겠지요.

최승우  그러하옵니다. 첩자들의 말을 들으니 지금 고려의 수군은 오래 전부터 배들을 포구 안에 정박하여 놓고 방치해 놓고 있다 하옵니다.

신검    잘 되어야 할 터인데...

최승우  잘 될 것이옵니다.

신검    하긴 그렇습니다. 이번 일이 잘 되지 않으면 내 운명도 운명이거니와 파진찬 또한 군사로서의 책임이 막중하오이다.

최승우  그러하옵니다.

신검    그런 것을 알면서도 왜 이 사람을 추천하였으며 또 파진찬이 자원하여 나섰습니까?

최승우  신료가 나랏일을 위해 나서는 것은 당연하옵니다.

신검    그런 형식적인 말 마시고 본심을 좀 말씀해 주시지요? 왜 이 신검이를 돕기로 나선 것입니까?

최승우  ...............?

신검    허허허... 뭐 하기는 이찬어른께서 사정하셨다고도 들었습니다마는...

최승우  아니옵니다. 분명코 말씀드리건데 나라를 위해서 나왔사옵니다.

신검    뭐 그렇다고 하십시다. 사실 말입니다, 파진찬도 보고 들으셨지만 아버님 말씀입니다.. 속으로는 아직도 나를 크게 마음 쓰고 계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최승우  ...............

신검    언제부터였든가....? 아버님은 달라지셨지요. 그게 아마도 금강이가 한쪽 눈을 잃었을 때부터였을 것입니다. 하긴 금강 아우도 지독하기는 지독했지요. 화살촉에 묻어 나온 눈알을 아버님이 주신 것이라 하여 삼키다니 말입니다. 그러니 어느 아버지가 그런 아들을 이뻐하지않겠습니까?

최승우  그러나 그것보다도 신검 태자마마께서 운이 별로 없으셨지요. 허허허... 아니 그렇사옵니까?

신검    뭐, 아니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이 그랬지요. 어떻소이까? 파진찬께서는 이 신검이를 어찌 보십니까?

최승우  무얼 말이옵니까?

신검    (사이) 이 신검이가 과연 황제가 될 수 있겠소이까?

최승우  ...............?

신검    아버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이번 작전을 승리하고 돌아오면 옥좌를 내어주마 하고 말씀입니다. 과연 그럴 수 있겠소이까?

최승우  ...............?

신검    왜 말씀이 없으십니까? 어렵겠소이까?

최승우  하하하... 황제의 자리는 하늘이 내리는 것이옵니다. 미욱한 소생이 어찌 알겠사옵니까? 다만 신검 태자마마께오서 보다 많고 유리한 입지를 갖게 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옵니다.

신검    그래요...? 내가 말입니까...? 내가 말입니까...?

최승우  예, 태자마마. 하오나 피 냄새가 나지 않고 보위에 오르실 수 있다면 그것이 최상의 길이 될 것입니다 마는...

신검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피 냄새라니요..?

최승우  아니옵니다. 그냥 해 본 말이옵니다. 

신검    아무튼 요 몇 년을 답답하고 그저 안타까운 심정으로 살았습니다. 파진찬도 기왕에 나를 도와주고자 하셨으니 계속해 좀 도와주시구려. 내 은혜는 잊지 않으리다.

최승우  그 또한 나랏일이옵니다. 소생은 나랏일에는 구분이 없다고 생각하옵니다. 열심히 하겠사옵니다.

신검    고맙소이다. 허허허... 고맙소이다. 왠지 이번에는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그래요. 허허허... 다 곧 제장 회의를 열어야겠습니다. 마지막 전략을 살펴보아야겠습니다.

최승우  예, 태자마마.

 

        그들 함께 일어선다. 신검은 제법 신이 나 있고 최승우는 언제나 처럼 평온한 얼굴이다. 그 모습들에서....

 

씬  백제 병부 관아

 

        지난번처럼 제장들이 다 모여있다. 금강과 박영규는 보이지 않는다. 신검이 최승우와 함께 전략 지형도를 지휘봉으로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신검    우리는 9월 초순 경에 물때를 맞추어 전광석화처럼 대 전함을 이끌고 바다를 멀리 돌아 서해의 예성강으로 들어갈 것이오. 파진찬께서 그날 있을 전투를 설명할 것이외다. 말씀하시지요.

최승우  예, 태자마마. (앞으로 나서며) 군은 모두 3군으로 나눌 것입니다. 제 1군은 태자마마께서 맡으시고 예성강으로 해서 황도인 송악으로 상륙해 들어갈 것입니다.

애술    소장이 함께 가면 아니 되겠사옵니까? 상륙을 한다면 고려의 황궁으로 쳐들어가는 것 아닙니까?

최승우  물론 그렇소이다.

애술    그렇다면 거기에 유금필이가 있을 것 아닙니까? 내가 좀 보아야겠습니다.

신덕    허허허... 애술 장군은 고려의 유금필이라는 장수에게 빚이 많이 있사옵니다.

최승우  하하하... 압니다. 하지만 유금필이라는 장수는 지금 황도에 없다고 들었습니다. 어디론가 귀양을 갔다고 합니다.

모두들  (술렁거린다) .........

애술    귀양이라니요...?

최승우  사실 유금필 같은 장수가 많이 있으면 이번 공략 또한 어려워집니다. 허나 섬으로 귀양을 갔다고 하니 우리측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자, 어쨌든 그럼 지원을 하셨으니 1군에서 태자마마를 돕도록 하시지요. 그 다음을 말씀드리지요. 제 2군은 상귀 장군이 신덕, 최필, 파달, 상애 장군들과 더불어 염주(황해도 연안)와 백주(황해도 백천)를 공략하여 대기 중인 고려의 수군을 섬멸하도록 하십시오.

그들    예, 군사.

최승우  다음 제 3군은 양검태자마마께서 맡으시어 정주(개성 풍덕)로 가실 것입니다. 그리고 종훈 군사가 도와주시구려. 물론 용검 태자마마도 함께 가시고 김총 장군도 함께 가십니다.

그들    예, 군사.

최승우  이 일은 말씀드린 바와 같이 극비올시다. 그 점들을 명심해야 합니다.

모두들  예, 군사.

신검    이번 전투는 역사에 길이 남을 전투올시다. 고려의 수군을 전멸시키고 그 황도를 불바다로 만들며 고려의 왕을 잡는 것이올시다. 이 얼마나 기상천외한 계책입니까?

최승우  그렇습니다. 분명 좋은 전략입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저들을 속일만한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배들은 모두 고려의 관무역선으로 위장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예성강을 통과하고 황도에 가까워지면서 다시 전투 차림으로 바뀔 것입니다. 그러한 것들을 유의해 주셔야 할 것입니다.

신검    들었소이까?

모두들  예, 태자마마.

신검    이번 전략의 승패는 모두 파진찬께 달렸소이다. 나도 기꺼이 군사의 명령에는 목을 내어놓을 것이오. 모두 열심히 해 주기를 바라오.

모두들  예, 태자마마.

신검    고려의 황도에 들어가 그 모든 것을 불사르고 고려왕의 목을 얻는 일이오. 고려왕의 목 말이오. 두 번 다시 이러한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외다. 두 번 다시는 말이오... 

 

        그런 신검과 그들의 표정에서....

 

씬  고려 황도 외경

 

씬  동 대전

 

        최응과 김행선, 추언규, 왕규, 복지겸 그리고 정윤 무와 최지몽이 함께 해 있다.

 

왕건    (장계를 앞에 놓고) 병부령은 그 동안 어디가 아팠는가?

최응    예, 다소 고뿔이 좀 있었사옵니다.

최지몽  ...........? (안쓰럽다)

최응    별 일 아니었사옵니다.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옵니다.

왕건    몸을 아껴야지. 병부령의 일이 그 동안 너무 과중했던 모양이야.

김행선  사실이옵니다. 그리하여 이번에 잠시 쉬고자 한다 하옵니다. 

왕건    쉰다...? 이 사람아... 자네 없이 이 나라가 한시인들 제대로 돌아가는가? 쉬다니..? 말이 되는가?

김행선  하기는 폐하, 그 동안 병부령이 안팎으로 많이 몸을 혹사하여 건강을 헤친 것 같사옵니다. 뭔가 살펴드리심이 가한 줄로 아옵니다마는...

복지겸  그러하옵니다. 지금도 안색이 창백한 것이 급격히 안 좋아 보이옵니다.

왕건    고뿔 가지고 무얼 그러는가? 자네가 쉬어서는 이 조정이 한시도 편할 수가 없네. 아니 그렇소이까, 내군장군?

복지겸  그러하오나 예전보다는 안색이 많이 나빠진 것이 사실이옵니다.

추언규  차라리 전의에게 다시 한번 보여 탕재라도 씀이 어떻겠습니까, 병부령...?

최응    아닙니다. 그 동안 좀 과로하였을 뿐입니다. 폐하, 잠시 쉬면 나을 것 같사옵니다. 신을 잠시 쉬게 하여 주시오소서.

김행선  쉰다는 것은 좀 그렇고... 어디 좀 격무를 피할 수 있는 것이 좋겠사옵니다마는...

왕건    (한참 보다가) 마침 근래에 들어 전투가 없고 군부는 그런 대로 안심할 만 하니 그렇다면 내봉성 일을 좀 살펴주면 어떠한가?

최응    내봉성에는 왕규 공이 계시옵니다.

왕건    아니, 내 말은 내봉성에 가서 왕공을 좀 도와서 나라 안의 사정을 천천히 여유를 두고 살펴달라는 것이야.

왕규    그리해 주시지요, 병부령?

왕건    그리 하게. 암, 건강은 중요한 것이야. 그것 없이 무엇을 하겠는가? 마침 내봉경 자리가 공석이니 벼슬은 좀 차이가 난다 하더라도 섭섭히 생각 말고 쉬면서 여러 가지를 살펴 주게나. 

최응    예, 폐하. 그토록 살펴주시니 황은이 참으로 크시옵니다. 그리 하겠사옵니다.

왕건    그래, 그래... 나는 최응이 자네 없이는 단 하루도 편히 지낼 수가 없네. 조심하게나.

최응    예, 폐하.

왕건    자, 그리고 시중께서는 무얼 하셨습니까? (장계보며) 내 사촌 아우 왕식렴이가 뭐요...? 유금필을 귀양에서 풀어달라...?

김행선  예, 폐하. 아주 신신당부를 하여왔사옵니다. 그만 은혜를 배푸시오소서.

왕건    아니될 말이오. 내가 저들을 만나고 술자리를 함께 한 것은 그간의 얽혀있던 오해를 풀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한번 집행한 법을 인정으로 풀라 하는 것은 아니될 말입니다. 그 일은 좀 더 두고 보도록 하십시다. 이제 몇 달 아니 되지 않았습니까? 자, 다음은...

       

        계속해서 왕건은 여러 장계들을 검토한다. 끄덕인다.

 

왕건    그래요, 그래... 우리 관무역선이 당나라에서 많은 물건들을 들여왔구려. 금은 채백과 진귀한 보물들이 많구려.

왕규    예, 폐하. 이르신 대로 신라에 보낼 선물들을 상인들이 구입하여 왔사옵니다.

왕건    잘한 일이오. 신라에 관해서는 조금도 소홀해서는 아니 됩니다. 이번에는 내군장군이 서라벌에 가시구려.

복지겸  예, 폐하.

왕건    안장을 갖춘 좋은 명마와 금은 세공품을 신라의 왕에게 전해주고 백관들에게는 채백을 보내도록 하시오. 그리고 호족들에게는 차와 복두를 주고 이름있는 승려들을 골라 좋은 차와 향을 골고루 전해 주도록 하시오.

복지겸  예, 폐하. 그리하도록 하겠사옵니다.

왕건    이제 모든게 평화로워지고 있소이다. 전쟁도 없고 신라는 더욱 우리를 믿고 의지해 왔소이다. 다시 서경을 한번 다녀와야겠소이다. 정윤은 들어라.

무      예, 폐하.

왕건    이렇게 세상이 평화롭고 조용할 때에 변방을 돌아보는 것은 황제인 나와 정윤 너의 의무에 속한다. 함께 서경을 돌아보자꾸나.

무      예, 폐하. 그리하겠사옵니다.

왕건    참으로 평화스럽소이다. 이렇게 계속해 갈 수 있다면 좋으련만.... 자, 시중께서는 우리가 서경에 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해
 주시구려.
김행선  예, 폐하. 그리하겠사옵니다.

왕건    이 평화가 얼마나 좋은 것인가? 평화는 곧 행복이야, 행복... 백성들도 그렇고, 황제도 그렇고... 허허허....

 

씬  백제 황도 외경 (밤)

 

씬  동 편전

 

        문무신료들이 모두 모여있다. 신검과 그 일행들이 편전 중앙에서 부복해 있다.

 

견훤    다시 이르거니와 너희는 백년 천년에 한번 얻기 어려운 좋은 계책을 가지고 전장터로 가고 있다. 신검아....?

신검    예, 폐하.

견훤    아비와의 약속을 잊지 말아라.

신검    예, 폐하.

견훤    지거든 돌아오지 말거라.

모두들  ...............?

견훤    개선하여 돌아오거든 나 또한 네게 말한 약속을 지킬 것이다. 알겠느냐?

신검    예, 아바마마. 기필코 승리할 것이옵니다. 고려왕의 목을 반드시 가져와 아버님께 선물로 드릴 것이옵니다.

견훤    그래... 그렇게 하여다오. 다들 들었는가?

모두들  예, 폐하.

능환    폐하, 파진찬이 함께 하는 전투이옵니다. 반드시 승리할 것이옵니다.

능애    그러하옵니다, 폐하. 이 일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예감이 드옵니다.

견훤    늘 그랬지. 모든 것이 늘 그랬어. 그러나 길고 짧은 것은 대 보아야 한다고 그랬어. 결과를 미리 장담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야.

모두들  예, 폐하.

견훤    자, 나가라. 고려로 갈 배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조용히 가서 크게 싸우고 웃으면서 돌아오라. 가라.

신검    반드시 승리해서 돌아오겠사옵니다, 폐하.

모두들  승리하고 돌아오겠사옵니다.

견훤    그래. 제발... 이번에는 제발... 왕건 아우의 목을 좀 가져들 와봐. 제발 말이야...

 

씬  바다 (밤)

 

        대 선단이 어둠 속의 바다를 소리 없이 빠져나가고 있다. 달빛은 밝고 그 물결과 파도에 어우러지며 백제의 전함들이 그렇게 소리 없이 달리고 있다. 그 모습들이 길게 디졸브되면서...

 

씬  그 중 어느 배

 

        신검과 최승우가 갑판에서 먼 바다를 보고 있다. 선장이 한켠에서 소리지르는 것들이 보여온다.

 

선장    우현 노를 저어라.... 좌현을 저어라.....

부장    우현 노를 저으랍신다.... 좌현을 저으랍신다....

선장    돛 폭을 올려라.... 바람을 타야한다.... 돛 폭을 올려라...

부장    돛 폭을 올리랍신다....

 

        그 소란과 북소리들 그리고 스쳐 가는 물소리들... 신검은 긴 호흡을 하며 바다를 보다가 최승우를 본다.   

 

신검    드디어 바다로 나왔습니다, 파진찬.

최승우  예, 태자마마.

신검    폐하께서는 참으로 지독하실 정도로 철저하십니다. 우리를 마지막 보내시면서도 약속을 운운하시니 말입니다.

최승우  본래 그런 분이 아니십니까? 허허허...

신검    폐하께서는 내 나이에 이미 백제의 대제국을 이루셨습니다. 아니, 나보다 훨씬 빠르신 춘추에 말이십니다. 헌데 내 이 신세가 왜 이리 고달프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최승우  지금은 지난날보다도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셔야 할 때이옵니다.

신검    헌데 그 앞길이 자꾸 막히니 난처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이보시오, 파진찬...?

최승우  예, 태자마마.

신검    이번에 승리할 수 있겠지요? 분명한 일이니 파진찬께서 직접 오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최승우  아마도 그럴 것이옵니다. 하오나 꼭 고려왕을 잡겠다고 욕심을 내지는 마시오소서. 운세를 보니 고려왕이 쉽게 죽을 명은 아닌 것 같아 보였사옵니다.

신검    참, 거 파진찬은 주역풀이를 잘하고 복술에 아주 밝다지요?

최승우  허허허.... 글공부를 좀 하다보면 더러 자신의 인생쯤은 내다보는 법이옵니다.

신검    그렇다면 어떻겠소이까? 이 신검이의 운이 어떻겠소이까? 좀 보아  주시구려. 피기는 피겠소이까?

최승우  허허허.... 그렇게까지 잘 안다면 소생이 이러고 있겠사옵니까? 차라리 점집이라도 하나 내어먹고 살지요. 허허허.... 열심해 해 보시오소서. 될 것이옵니다.

신검    그럴 수 밖에요. 진다면 오지 말라고 하지 않습니까? 폐하께서 돌아오지 말라고 하십니다. 돌아오지 말라는 것은 죽으라는 이야기가 아닙니까? 그러니까 어떻게든 살아서 가야지요. 암요...

최승우  사흘은 걸릴 것이옵니다. 예성강까지 들어가려면 말이옵니다. 벌써 하루가 가고 있으니 이틀 후면 고려의 황도 송악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옵니다.

신검    이틀이라....? 이틀이라....? 참, 이거 피가 마릅니다. 제발 잘 되어야 할 터인데....

 

        신검은 그렇게 바다를 본다. 초조하다. 그렇게 한숨을 쉰다.

 

씬  서경 (평양성 저자거리)

 

        왕건과 김행선, 그리고 왕식렴, 정윤 무들이 함께 가고 있다. 이들은 매우 여유로워 보인다.

 

왕건    이보게, 아우..

왕식렴  예, 폐하.

왕건    역시 이곳 서경은 자네의 공이 너무 커.

왕식렴  망극하옵니다. 칭찬이 과하시옵니다, 폐하.

왕건    서경은 큰 땅이야. 그리고 우리의 전신인 옛 고구려의 도성이었네. 그것을 반듯하게 세우는 것은 내 필생의 소원이었어.

왕식렴  신이 어찌 모르겠사옵니까?

왕건    군대가 오 천이 넘는다고 했던가?

왕식렴  예, 폐하. 곧 일만으로 증원할 것이옵니다.

왕건    좋은 이야기야. 북쪽이 든든해야 통일대업을 쉽게 이룰 수가 있네. 그래, 육부의 관아에 학생들을 모으고 학교에서 공부를 가르치라 했는데 잘 되어 가는가?

왕식렴  예, 폐하. 이곳은 그야말로 송악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제 2의 도읍지로서 변하고 있사옵니다. 폐하께서 머무실 궁성도 지금 축성 중에 있사옵니다.

왕건    백성들을 너무 혹사시키지 말게. 얼마나 딱하고 불쌍한 나의 적자들인가? 전장터에 끌려가 죽고 성을 쌓는데 동원되고 늘 굶주림에 시달리고 사는 백성들일세. 저들을 자네의 자식처럼 돌보아야 할 것이야.

왕식렴  예, 폐하.

무      아무리 둘러보아도 참으로 송악에 뒤지지 않사옵니다. 대단하옵니다, 폐하.

김행선  그러게 말이옵니다, 폐하. 참으로 왕총관은 그 동안 많은 일을 했사옵니다.

왕식렴  부끄럽사옵니다.

왕건    이 서경이 커질수록 북방과의 교류가 빈번해질 것이고 그 관문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야. 앞으로는 당나라와도 외교관계가 더욱 커질 것이고.... 그 점을 식렴아우가 잘 챙기게.

왕식렴  예, 폐하.

왕건    그러나 오랑캐들은 잘 경계를 해서 분별해야 할 것이야. 북번의 사람들은 교육이 제대로 아니 되어 있고 짐승처럼 단순하여 욕심이 많으니 성밖에다가 객관을 짖고 저들을 대하는 것이 좋을 것이야.

왕식렴  그리 하겠사옵니다, 폐하.  

왕건    나는 이 서경에만 오면 마음이 든든하이. 자, 행궁으로 가세. 가서 좀 쉬고 싶구먼. 모처럼 이곳 술도 한잔 하고 말이야. 가십시다. 시중.

김행선  예, 폐하. 날씨 한번 좋사옵니다. 허허허....

왕식렴  폐하를 뫼시어라. 행궁으로 돌아갈 것이다.

부장들  폐하를 뫼시어라. 행궁으로 돌아간다.

 

씬  그 밤 행궁

 

        수박회가 열리고 있다. 장정들이 웃통을 벗고 수박치기를 계속한다. 모닥불이 타오르고 있고 왕건과 김행선, 왕식렴들은 웃으며 술을 마시고 있다.

 

왕건    이보시오, 시중..?

김행선  예, 폐하.

왕건    과거에 폐주 궁예왕은 참으로 그 품은 뜻이 큰 사람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만약 병이 들어 광폭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삼한 통일은 물론이고 저 북번의 큰 중원 모두를 도모하였을 지도 모릅니다.

김행선  하오나 폐하, 폐주 궁예왕은 너무 많은 사람을 죽였사옵니다. 그리고 차마 인륜으로써 해서는 아니 되는 일들을 너무도 많이 한 사람이옵니다.

왕건    병 때문이었소이다. 그리고 그 병의 원인은 조급함에서 온 것이지요. 보다 빨리 삼한을 통일하고 보다 빨리 북방을 우리 영토로 만들려는 그 조급함 말이올시다.

무      그러나 폐주의 잘못을 조급함으로 변명하기에는 너무도 죄가 크고 분명하옵니다.

왕건    물론 그건 그렇다. 그러나 그 사람은 영웅이었다. 대개의 영웅이 영웅으로서의 죽음을 맞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는 법이다. 대부분이 비참하고 참혹한 예가 많다.

왕식렴  저 중원의 많은 사기를 보아도 그러하옵니다. 대부분의 영웅호걸들이 그 말로는 한결같이 비참한 예가 허다했사옵니다.

왕건    그렇다네. 진정한 영웅이란 스스로 영웅이기를 포기하였을 때 만들어지는 것이야. 욕심을 줄이고 명예를 줄이고 그 이익을 자제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이 참 영웅이 되는 것이야. 헌데 그렇지들을 못하지.

왕식렴  하오나 폐하, 그 어려운 일들을 폐하께서는 하고 계시옵니다. 폐주가 버려놓은 고려를 다시 일으키셨고 신라를 복종시키셨으며 곧 백제를 품에 안으실 것이옵니다. 진정한 영웅은 바로 폐하시옵니다.

왕건    허허허... 이 사람아. 거 듣기 민망하구먼. 나는 그런데 욕심이 없네. 그저 이 나라를 위해 어찌 죽을까, 그것만이 숙제인 사람이야. 자, 시중, 드십시다. 모처럼 평양성에 들어와 술을 마시니 가슴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 같소이다. 젊은 날로 되돌아간 것 같아요. 하하하...

김행선  예, 폐하. 폐하께서 그처럼 말씀해 주시니 신들 또한 그런 것 같사옵니다. 망극하옵니다, 폐하. 하하하.....

왕건    자, 오늘은 한잔들 마시고 내일 또 저 평양성 밖을 여유있게 살펴보십시다. 참 좋은 밤입니다. 허허허.... 좋은 밤이에요. 

 

        그들 술잔을 입으로 가져간다. 모닥불을 더욱 타오르고, 그들의 흥은 높아간다.

 

씬  인서트 (바다)

 

씬  그 바다의 한 낮

 

        대선단이 몰려가고 있다. 상귀의 배가 신덕, 최필, 파달, 상애들과 함께 지나쳐 가고 있다. 그들이 먼 곳을 본다.

 

씬  그 바다의 또 다른 곳

 

        양검이 종훈과 더불어 김총, 용검 및 부장들과 함께 끄떡이며 바다를 보고 있다. 그들도 그렇게 멀어져간다. 저 편으로 신검의 배가 보이고 있다. 

 

씬  그곳 신검의 배 갑판

 

        신검과 애술, 최승우가 함께 가고 있는 선단들을 보고 있다. 그리고 하늘을 본다.

 

애술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되더니 어느덧 해가 중천이옵니다. 태자마마.

최승우  저녁이 되면 예성강 가까이 이를 것이옵니다. 이제부터 모든 배들은 관무역선으로 위장을 하고 당나라에서 오는 배처럼 속여야 하옵니다.

애술    잘 속아 줄까 모르겠사옵니다.

최승우  우리가 지나온 뱃길이 당나라에서 상선들이 오가는 길목이오. 별 의심은 없을 것이올시다. 일단 길을 통과하기 시작하면 뒤에 오는 전함들은 아무 염려가 없소이다. 예성강 안으로 들어가면 끝나는 일이올시다.

신검    애술 장군은 만반의 준비를 해주시구려. 황도에 가까이 이르려면 우리는 안으로 좀 더 깊숙이 들어가야 할 것이오.

애술    알겠사옵니다, 태자마마.

 

        애술이 물러가고 신검은 다시 최승우를 본다.

 

신검    이제부터 서서히 편대를 나누어야겠지요?

최승우  예, 이미 전령선을 오가면서 연락을 주고받았사옵니다. 제 2편대와 제 3편대가 각각 자신들의 전투지역으로 갈 것이옵니다.

 

        신검이 끄덕인다.

 

신검    이렇게 맑은 날에 보는 바다는 참으로 아름답소이다.

최승우  전투에서 이긴다면 그 바다는 더욱 아름다울 것이옵니다.

신검    허나 진다면....

최승우  지옥 같은 바다가 되겠지요. 허허허..... 허나 그럴 일은 없을 것이옵니다.

신검    나는 가끔씩 파진찬을 볼 때마다 이상한 생각이 듭니다. 신라의 큰 귀족이었고 신라가 자랑했던 최씨의 세 천재 중 한 사람이었던 파진찬입니다. 더구나 당나라에 유학하였고 그곳에서 벼슬도 하였고 공부 또한 대단한 분입니다. 귀국 도중에 왜 신라로 가지 않고 백제에 남으셨습니까? 그것도 점괘에 그리 나와 있던가요? 

최승우  하하하.... 한갖 미물도 자신이 죽고 사는 것을 아옵니다. 신라가 이미 죽어가고 있는데 그곳으로 가면 무엇하겠사옵니까?

신검    하긴 그렇겠구려. 그렇다면 이 예성강 공략도 반드시 승리하겠구려. 파진찬이 다 보고 온 길이니까 말이올시다. 허허허허...

최승우  긴장을 푸시오소서. 잘 될 것이옵니다.

신검    그래야지요. 하지만 자꾸 초조해지는구려. 곧 석양이 질 것입니다. 예성강에 들어설 것이에요.

 

        그런 신검의 표정에서....

 

씬  백제 황궁 외경

 

씬  동 대전

 

        견훤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초조한 듯 거푸 한숨을 내쉰다.

 

견훤    (E) 정말 잘 할까...? 신검이가 잘 해낼까...? 잘 해도 그렇고 잘 못해도 그렇고... 허허, 참...지금쯤 예성강에 다 갔을 것인데...

 

씬  동 궁안 어느 관아

 

        능환과 영순, 능애가 모여있다.

 

능애    이번 전투를 과연 제대로 해내실 지 걱정이올시다.

영순    아, 파진찬이 장담하고 함께 가지 않았습니까?

능환    (한숨) 이 늙은이가 보아도 기상천외한 계책이었소이다. 도무지 범인의 생각으로써는 할 수도 없는 전략이었어요. 잘 될 것이외다. 역시 파진찬은 천재 중에 천재예요.

능애    하지만 폐하께서 이번 일을 계기로 하여 잘 못된다면 모든 결단을 빨리 내리실 수도 있는 일이올시다. 다음의 후계구도 말입니다.

능환    (끄덕인다) 잘되기만 바래야지요. 어쨌든 파진찬이 함께 갔으니까..

영순    그러나 파진찬을 우리의 영원한 동지라고 생각해서는 아니 되실 것입니다.

능환    그건 그래요. 그건 그래요....

 

씬  다시 바다 (석양)

 

        갈매기 떼가 하늘 가득히 날고 있다. 큰 배 두어 척이 바다를 지나 강기슭을 거슬러 가고 있다. 그 뒤로 꼬리를 물고 백제의 전함들이 따르고 있다.

 

씬  그 근변 강 언덕

 

        강기슭 경계초소에서 군졸들이 보고 있다. 배들이 그렇게 지나쳐 가고 있다.

 

군졸1   왠 상선들이 갑자기 저렇게 떼로 오는가?

군졸2   아, 요즘은 관무역선이 당나라와 오월국으로 빈번하게 오가지 않는가?

군졸1   그래도 그렇지. 한 두 척이 아니고 큰 선단인 것 같네 그려. 아무래도 위에 보고를 해야겠네.

군졸2   아, 보고는 하기는 해야지. 어서 다녀오게 내 보고 있을 테니...

군졸1   알겠네.

 

        그렇게 군졸1이 가버린다. 군졸2는 여유롭게 중얼거린다.

 

군졸2   내 태어나서 예성강으로 저렇게 많은 배가 오는 것은 처음 보는 구먼. 당나라 배인가..? 고려 배인가...?

 

씬  그곳 강

 

        신검의 배가 앞서 오고 있다. 신검과 모두들은 옷을 갈아입었다. 당나라 상인들의 모습들이다. 그렇게 가고 있는데 쪽배가 한 척 다가온다. 군졸들이 타고 있다. 그들은 가까이 와 기를 흔든다. 군관이 묻는다.

 

군관    어디서 오는 배요....?

애술    허허허.... 당나라에서 오는 배이올시다. 황실의 명을 받고 소금과 포목을 실어오는 배요.

군관    허허,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하였소이다마는....

애술    모두 신라로 다시 갈 것들이오.

군관    하긴 그렇소이다. 요즘 당나라에서 부쩍 많은 물건들이 들어와 신라로 간다고 합디다.

애술    고생들이 많소이다. (보퉁이 하나를 던져준다) 옛수.... 그 바구니 안에 고기와 술이 좀 들었을 것이오. 추운데 드시구려.

군관    허허, 고맙소이다. 이거 뭐 술과 고기까지... 어서 포구로 들어가시구려.

애술    고맙소이다. 얘들아 어서 노를 저어라. 빨리 가자. 곧 해가 떨어진다. 

 

        애술은 끄덕이며 히죽 웃어보인다. 배는 그렇게 지나쳐 가고 있다. 고려의 군관과 군졸들은 뭐가 뭔지도 모른 채 보따리를 풀어 술병을 들고 웃고 있다. 배들은 계속해 지나쳐 간다. 미처 끝도 보이지 않는다.

 

군관    많다.... 참 배가 많기도 하다.... 얘들아 어서 가자. 가서 한잔 마시자꾸나.

군졸    예, 장군.

 

        그렇게 백제의 배들이 계속 지나쳐 가면서... 디졸브

 

씬  그 신검의 배 갑판 (노을)

 

        신검의 표정이 긴장되어 있다. 최승우도 그렇고 애술은 그 한쪽에서 부장들을 닥달하고 있다. 이미 옷은 다시 바뀌어졌다.

 

애술    부장들은 잘 들어라. 우리는 이미 고려의 예성강 안으로 들어섰다. 잠시 후면 황도 송악과 연결되는 포구 근처에 닿을 것이다. 전투 준비를 하라. 곧 날이 어두워진다. 전투 준비를 하라.

부장들  예, 장군. 전투 준비를 하라. 숨겨놓은 말들을 갑판으로 끌어내라. 부장들과 군사들은 준비하라.

 

        신검이 초조한 듯 계속 한숨을 쉬며 주변을 보다가 최승우를 본다.

 

신검    파진찬, 드디어 예성강에 왔습니다. 고려의 황도 바로 앞에 들어왔어요.

최승우  그러하옵니다.

신검    날이 저물고 있습니다.

최승우  예, 태자마마. 침착하시오소서. 이제 곧 고려의 황도로 들어갈 것이옵니다.

신검    고려왕이 그곳에 있겠지요?

최승우  그럴 것이옵니다.

신검    목을 가져가야 하는데... 이번에 꼭 가져가야 하는데....

최승우  하늘이 태자마마를 돕고 계시는 것 같사옵니다. 보시오소서. 날이 이미 저물었사옵니다. 헌데도 고려군은 아직까지 아무도 우리가 온 것을 모르고 있사옵니다. 이곳 황도에서 말이옵니다.

신검    그런 것 같소이다. 지금까지는 아주 성공적입니다. 애술장군...?

애술    예, 태자마마.

신검    절대로 불을 켜지 마시오. 말에 재갈을 물리고 갑판 밑에서 모두 끌어내시오. 특별히 선발한 용맹한 군사들을 앞세울 것이오. 그리고 황도로 갈 것이오.

애술    예, 태자마마.

신검    오늘 밤 안에 모든 것을 해치워야 하오. 고려왕의 목을 얻어야 하오. 저 황도를 불바다로 만들어야 하오. 저 황도를 말이오.

 

       

 

                                                                <175회 끝>   



첨부파일 태조왕건175.txt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