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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대본

[태조 왕건] 176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7.12.22|조회수2,756 목록 댓글 0

태조 왕건 <제 176회>

고려군의 경계를 속이고 무사히 예성강에 상륙한 백제의 수군은 그 일대의 수비포구를 초토화시키며 송악황궁으로 향하고 그 시각 서경행궁에 잠들어 있던 왕건은 죽은 숭겸아우와 백제의 황제 견훤이 나오는 악몽을 꾸고는 그 기이함에 몸서리치는데... 마침내 신검의 백제군은 송악황궁에 입성하고 소식을 전해들은 최응과 내군부장 복지겸 등은 황후일행을 피신시키는 동시에 대책마련에 부심하는데...

 

씬  그곳 강 (늦은 저녁)

 

        지난 회와 장면이 연결된다. 포구 쪽 산기슭으로 노을이 서서히 어둠에 지어져 가고 있다. 신검의 얼굴은 먼 바다를 보고 있다. 주변이 어두워져 온다. 그 많은 함선들은 모두 불빛 하나 없이 어둠 속에 잠겨가고 있다. 최승우와 애술이 영을 기다리고 있다. 갑판에는 이미 대기중인 기마대와 군사들이 즐비하게 서 있다.

 

최승우  날이 완전히 저물었사옵니다. 모든 준비가 끝났사옵니다. 이제 함선들을 포구로 접안 시켜야 하옵니다. 상륙을 하시는 것이옵니다, 총사.

신검    (끄떡인다) 알고 있습니다. 이 순간이 너무도 감격스러워 잠시 보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고려의 황도에 상륙을 하다니요, 우리 백제의 군사들이 고려의 황도에 상륙을 하고 있습니다.

애술    그러하옵니다. 총사, 이 곳은 고려의 황도이옵니다.

신검    선발대는 준비들 되었는가?

군사들  예, 총사

신검    선장과 선병들은 배를 접안하라.

애술    배를 접안하랍신다.... 속히 움직여라... 배를 접안하라.. 포구로 접안하라.

 

        가득히 노를 젓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배들이 서서히 포구로 붙고 있다. 장관이다. 수많은 배들이 접안하고 있는 것이다.

 

신검    도무지 이해가 아니 갑니다. 아무리 하늘이 우리를 돕는다고 해도 그렇지 고려가 어떤 나라입니까? 그야 말로 수군이 삼한 중 제일 발달한 나라인데 이렇게 방비가 허술할 수 있습니까?

최승우  아무리 강한 나라나 조직도 한번 방심하면 다 이렇게 되는 것이옵니다. 진나라의 시황제가 만리장성을 만들어 놓고도 불과 다음 대를 넘기지 못하였사옵니다.

신검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최승우  국가를 다스리는 것은 다 이와 같은 것이옵니다. 늘 깨어있지 않으면 그야 말로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이옵니다. 

 

        신검은 끄덕인다. 배는 점차 포구로 가까워지고 있다. 애술과 부장들의 소리가 계속해 들려온다.

 

애술    배가 포구에 닿고 있다. 선발대는 상륙준비하라. 대오를 갖추어라. 포구에 적병이 있을 것이다. 사정없이 무찔러라.

부장들  포구가 가까워지고 있다. 전원 공격준비 하라. 공격준비 하라.

 

        그 부산한 소리들과 모습들과 이를 보는 신검의 표정에서...

 

씬  그곳 포구

 

        초병들이 포구에 있었다. 마치 구경꾼처럼 수십 명의 초병들이 군관을 앞세워서 입이 헤 벌어져 보고 있다. 이들은 아직도 백제군이 온 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군사1   부장 나리, 웬 상선이 저렇게 떼거리로 오는 것이옵니까?

군관    그러게 말이다.

군사1   한두 척도 아니고 보시오소서. 온통 불바다이옵니다.

군사2   백여 척은 될 것 같사옵니다.

군관    그러게 말이다... 저렇게 많은 배가 온다면 당나라나 오월국에서 오는 것일 터인데 연락도 없이 이렇게 들어올 수가 있는가?

군사1   뭔가 이상하옵니다. 보시오소서. 군사들이 아니옵니까?

군관    군사들.....?

군사1   저기 가까이 오는 배들을 보시오소서. 배에 깃발이 나부끼고 있사옵니다. (읽는다) 대 백제국 수군 대총사 신검이라 씌여 있사옵니다.

군관    오오... 이럴 수가... 어떻게 백제국 수군이 여기에 온다는 말이냐? 이것이 도대체 꿈이냐, 생시냐...? 신검이라면 백제의 태자가 아니냐? 

군사2   그러하옵니다. 부장 나리, 백제군이 틀림없사옵니다. 백제의 수군들이옵니다. 저들이 내리고 있사옵니다. 부장 나리...

 

        군관은 도무지 정신이 없다. 그저 발만 동동 구르고 서서히 배가 포구에 닿기 시작한다. 그리고 갑판이 이어지면서 군사들이 말을 타고 내리기 시작한다. 애술의 '공격하라'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그제서야 군관이 황급히 소리친다.

 

군관    백제군이다... 백제 수군이 틀림없다... 전원 위치를 사수하라. 적병이다... 적병이 황도로 들어왔다. 전령은 무얼 하느냐? 어서 도성에 알려라. 전령은 어서 가라... 나머지 군사는 적병을 막아라.

 

        갈팡질팡이다. 군사들이 우왕좌왕하고 있고 전령 하나가 말을 타고 그 와중에서 사라진다.

 

씬  그곳

 

        애술과 부장들이 달려오고 있다. 말을 탄 기마대가 수백이 넘는다. 신검과 최승우가 그 뒤를 이어 천천히 오고 있다.

 

애술    (앞서 가며) 포구의 초병들은 오합지졸이다. 모두 없애버려라. 영채는 모두 태워버려라.

부장    영채를 모두 태워버리랍신다. 불을 질러라... 공격하라...

 

        질풍처럼 백제군들이 달려간다. 교전이 시작된다. 포구의 초병들은 그야 말로 날벼락을 맞았다.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군관이 온 힘을 다해 소리친다.

 

군관    막아라. 여기를 열어 주어서는 아니 된다. 초병들은 모두 나와 막아라.

군사2   부장 나리, 도대체 적이 얼마나 되는지 끝도 없사옵니다. 우리는 불과 백여 명도 아니 되옵니다. 이대로는 아니 되옵니다.

군관    무슨 소리냐? 이곳이 열리면 도성이 열리고 도성이 열리면 황궁이 침범당할 것이다. 아니 된다. 막아라... 막아라...

 

        그 와중에서도 교전은 계속 된다. 그러나 어린 아이와 어른의 싸움이다. 군관도 군사2도 애술과 부장들의 손에 목숨을 잃는다.

 

애술    다 태워버려라. 주변을 모조리 태워버리랍신다.

 

        불바다다. 모든 것이 그렇게 타고 있다. 그 화광에 신검의 얼굴이 번쩍이고 있다. 그는 감격에 벅차 있다. 아직도 한쪽에서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우열이 너무도 뚜렷하다.

 

신검    한심하기 그지 없습니다. 우리는 이천의 군사를 가지고 왔습니다. 이 별동대가 오늘 밤 고려왕의 목을 따기에는 별로 어려울 것 같지가 않습니다.

최승우  허허허.... 제발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인데.... 고려왕은 늘 운이 좋은 편에 속하는 사람이옵니다.

신검    아무리 그래도 우리들의 손은 못빠져 나갈 것입니다. 자, 군사..? 빨리 군을 재정비하여 황궁으로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미 포구를 지키는 초병들은 궤멸된 것 같습니다.

최승우  예, 총사, 그리하시지요.

신검    군을 재정비하라. 도성으로 그대로 갈 것이다. 애술 장군, 군을 정비하오.

애술    예, 총사. 군을 정비하라. 군을 재정비하라.

 

        이미 시체로 덮여 있다. 포구는 곳곳이 불길에 싸여 있고 몇몇 잔병이 도망치는 것을 끝으로 전투는 끝이 났다. 애술이 다가온다.

 

애술    총사, 틈을 주어서는 아니 되옵니다. 이대로 도성으로 가야하지 않겠사옵니까?

신검    물론 그래야 할 것이오.

최승우  (횃불에 지형도를 본다) 도성까지는 여기서 삼십 리이옵니다. 그리고  양검과 용검 태자마마, 종훈 군사가 이끄는 일천 군사가 여기서 삼십 리에 되는 정주에 가서 고려의 수군을 부수고 있사옵니다. 새벽쯤에는 모든 임무를 마치고 저들과 이 포구에서 다시 합류해야 하옵니다.

신검    (끄덕인다) 새벽까지는 넉넉하지 않습니까?

최승우  넉넉할까는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어쨌든 새벽까지 모든 일을 끝내야 하옵니다. 그리고 이곳에 와서 군사를 합류하여 다시 대처하지 않으면 어려워지옵니다. 도성밖에 있는 고려군이 이곳에 오기 전에 모든 것을 끝내야 하옵니다. 

신검    그래야지요. 자, 그렇다면 우리는 군을 둘로 나누어서 한쪽은 도성을 넘어 정문인 회빈문으로 가고 또 한쪽은 애술 장군이 태화문 쪽으로 가서 성문을 열도록 하십시다.

최승우  그렇게 하시오소서, 총사. 지금쯤 황궁으로 연락이 가고 있을 것이옵니다. 저들이 제반 준비를 갖추기 전에 쳐야 하옵니다. 서두르시오소서.

신검    그렇게 하십시다. 서두리시오, 애술 장군. 우리는 회빈문으로 갈 터이니 장군은 태화문으로 가시오.

애술    예, 총사. 부장들은 나를 따르라. 태화문으로 간다. 가자... 

 

        군사들의 일단이 애술을 따라 간다. 그 어둠 속을 보며 신검이 중얼거린다.

 

신검    지금쯤 상귀 장군이나 내 아우 양검도 염주와 백주, 정주에서 볼만들 할 겝니다.

최승우  그럴 것이옵니다. 황궁 안의 경계가 이러하다면 그곳의 수군들도 보나마나 무방비 상태로 있을 것이옵니다. 고려의 수군은 오늘밤 결정적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옵니다.

신검    하하하... 정말 신이 나는 밤이오. 수많은 전쟁을 치루어 보았지만 오늘 같은 전투는 처음이올시다. 내 아우들도 마찬가지일 것이오. 상귀 장군도 말입니다. 나 원, 이렇게 싱거운 전장이 있나. 하하하... 가십시다. 부장들은 가자...

부장들  예, 총사. 진군하라... 진군하라...

 

        최승우도 신검 옆에 따라간다. 대군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지나쳐 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씬  염주

 

        어둠 속에서 수많은 고려의 전함들이 잠자고 있다. 상귀의 대 전함들이 다가오고 있다.

 

씬  그곳

 

        상귀가 웃으며 보고 있다. 신덕, 최필, 파달, 상애들이 함께 있다.

 

상귀    신장군, 보십시오. 고려의 수군은 아주 깊은 잠에 골아 떨어져 있습니다.

신덕    그러게 말입니다. 이렇게 한심할 때가 있는가? 우리가 자신들의 코  앞에 와 있는데도 우리를 검문하는 순시선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최필    아주 정확하게 허를 찌른 것 같습니다. 고려는 그만 깜빡하고 설마하고 있다가 오늘 경을 치는 것 같습니다.

파달    그런 것 같사옵니다. 하기는 자신들의 안방에 호랑이가 들어올 줄 누가 알았겠사옵니까?

상귀    그러게 말일세. 자, 신장군. 공격을 해야겠습니다.

신덕    그리 하시지요.

상귀    각자 전함을 나누어 좌우 정면으로 상륙하면서 배들을 다 태워버리십시다. 그리고 전함은 그대로 예성강 포구로 집결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상륙하여 지금 정주에 가 있는 양검 태자마마 군과 합류하도록 하십시다.

신덕    그리 하십시다.

상귀    자, 배에 불을 밝혀라. 모든 배는 불을 밝혀라. 소라를 불고 북을 쳐라. 배를 접안시켜라.

신덕    접안하면서 활을 쏘아라. 불을 날려라. 모두 태워버려라. 고려의 전함이란 전함은 모두 태워라....

부장들  배를 접안하라. 불화살을 쏘아라. 고려의 전함들을 다 태워라.

 

        같은 말들이 반복되고 있다. 전함들이 흩어지기 시작한다. 바다 곳곳에 불빛이 흩어지기 시작하면서 백제의 대 전대가 그 위용을 드러낸다. 그리고 곳곳에서 불화살이 쏟아져 날아간다.

 

최필    쏘아라... 쏘아라...

 

        부장들도 따라 외친다. 각 장수들의 명령이 지나쳐 간다. 불길이 솟구친다. 바다는 불야성이다.

 

씬  그곳 해안

 

        고려의 수군들이 이리저리 날뛰고 있다. 불의의 기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군관 하나가 어쩔 줄 모른다. 옷도 다 못 입은 채 해안 언덕으로 달리고 있다.

 

군관1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 이 밤중에 웬 도적들이 왔다는 말이냐?

군사    도적이 아니옵니다. 백제의 수군이옵니다, 부장 나리.

군관1   말도 아니 되는 소리 말아라. 어떻게 백제의 수군이 여기까지 온다는 말이냐?

군사    사실이옵니다. 보시오소서. 다 백제의 전함들이옵니다. 우리는 기습을 당한 것이옵니다, 부장 나리.

군관1   기습, 기습이라고 하였느냐, 지금...? 어이구, 어이구.. 다 타는구나. 우리 전함들이 다 타는구나. 이를 어쩌는가? 어이구....

 

씬  그곳

 

        수많은 배들이 타고 있다. 주변 일대가 모두 그 불빛에 다 드러난다. 불바다다. 온통 불바다다. 그 한쪽으로 다시 상귀의 소리가 들려온다.

 

상귀    고려의 전함들이 모두 타고 있다. 성공이다... 자, 상륙군은 상륙하라. 고려의 수군과 영채를 모두 태워버려라.

 

        와 하며 백제의 상륙군이 상륙하고 있다. 곳곳이 불바다이고 고려의 수군들은 미쳐 정비가 아니 되어 맥없이 쓰러져 가고 있다. 상귀와 신덕, 최필, 파달, 상애들의 면면이 스쳐간다. 그런 모습 위로

 

해설    백제 수군의 예성강 기습. 이 희대의 전투는 단기 3265년 서기로는 932년인 왕건 재위 15년 9월에 일어났다. 실록은 이때의 일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후 백제의 일길찬 상귀가 수군을 거느리고 예성강을 침입하여 염주(연안), 백주(백천), 정주(풍덕) 세 고을의 배 일백 여 척을 불태우고 저산도의 명마 삼백 필을 빼앗아 돌아갔다'라고... 또 그해 10월의 기록을 보면 '해군 장군 상애 등이 대우도(용천)를 공략함으로 태조가 대광 만세 등을 보내어 구원하게 하였으나 이기지 못하여 이를 근심하였다' 라고 적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 예성강 기습에서 고려군은 결정적 타격을 입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고려가 나주를 함락시킬 때 동원했던 수군 병력이 전함 백여 척이었다. 그렇다면 이번에 입은 손실이 어떠했다는 것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고려 수군의 주력군이 거의 궤멸 당했다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참으로 참담한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씬  정주 해안

 

        이곳에서도 수많은 전함들이 불타고 있다. 더러는 가라앉고, 빠지고 뼈만 앙상히 남아 타고 있다.

 

양검    방금 전 예성강에서도 전령이 왔다. 신검 형님께서 무사히 상륙하시어 황궁으로 가고 계신다 한다. 그리고 염주에서도 상귀와 신덕 장군들이 고려의 수군을 궤멸시켰다 한다.

용검    우리도 성공이옵니다. 잠자는 고려의 수군을 모두 태우고 있사옵니다.

종훈    아마 이로써 고려의 수군은 몇 년간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것이옵니다. 대단한 전과이옵니다.

김총    빨리 이 일을 예성강에 가 계시는 총사께 보고 드려야 되지 않겠사옵니까?

양검    그래야지요. 전령을 빨리 보내도록 하시오. 우리들의 승전보를 아주 크게 알리도록 하시오.

김총    예, 총사. 전령을 띄워라. 예성강 포구로 전령을 띄워라.

용검    하하하... 상귀 장군도 성공하였고 형님은 상륙을 하셨고 우리도 고려의 수군을 궤멸시키고 지금 예성강으로 갑니다. 이렇게 쉬울 수가 있습니까? 꿈만 같습니다... 우리가 고려의 수군을 전멸시키다니 꿈만 같은 일입니다. 이번에야말로 우리 신검 형님께 운이 돌아오는 모양이옵니다.

양검    그러게 말이다. 신검 형님께서 모처럼 날을 받으신 것 같다. 제발 고려왕의 목을 베어야 할 터인데... 자, 어서 가자. 형님께서 기다리실 것이다.

김총    어서 가자. 서둘러라...

 

        그들 그렇게 달려 간다. 그런 그들의 면면에서...

 

씬  예성강 저자 거리

 

        신검과 최승우가 달려오고 있다. 거리 곳곳이 불에 타고 있다.

 

신검    이상한 일입니다. 이 정도를 달려 왔는데도 우리를 맞는 군대가 없습니다.

최승우  우리가 알아본 지형도에 의하면 곧 도성이 나올 것이옵니다. 그 도성을 지키는 군사들은 내군들이옵니다. 내군 외에는 어느 군대도 황도 안에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사옵니다.

신검    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더욱 잘 되었습니다. 내군이래야 얼마나 되겠습니까?

최승우  한 오백은 될 것이옵니다.

신검    우리는 그 몇 배에 달하는 군사이올시다. 제발... 고려왕이 황궁 안에 있어야 할 것인데... 자, 서둘러라. 서둘러라.. 고려왕을 놓쳐서는 아니된다. 서둘러라..

 

        그들 그렇게 가고 있다. 그 표정에서...

 

씬  평양성 행궁 외경

       

        조용함 속에서 보름달이 훤히 떴다. 왕건의 신음 소리가 들려온다.

 

씬  동 행궁 안 침소

 

        왕건이 잠 속에서 꿈을 꾸고 있다. 땀투성이다. 견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와 섞여서 급히 왕건을 깨우는 신숭겸의 소리가 들려온다.

 

신숭겸  (에코) 형님폐하.. 소제 숭겸이옵니다. 어서 일어나시오소서. 적도가 형님의 목숨을 노리고 있사옵니다. 어서 일어나시오소서.

 

씬  그 꿈속

 

        신숭겸의 목소리는 계속된다. 슬픈 표정으로 신숭겸이 허공에 서서 보고 있다.

 

신숭겸  형님 폐하, 숭겸이옵니다. 어서 일어나시오소서. 적도가 왔사옵니다. 형님 폐하... 일어나시오소서, 일어나시오소서....

 

        그제서야 왕건은 그 꿈속에서 눈을 뜬다. 신숭겸의 모습은 간 곳이 없고 웃고 있는 견훤의 모습이 다가온다.

 

견훤    (에코) 하하하... 아우야, 형이 왔느니라. 잘 있었는가? 그 목을 나에게 주어야겠다. 아우야... 이 형이 왔느니라. 목을 다오...

왕건    아니... 백제의 왕이 여기는 어떻게 왔다는 말인가?

견훤    목을 다오, 목을 가져가야겠다. 아우야, 목을 다오.. 목을 다오...

 

        그러면서 견훤이 치켜든 칼을 내리친다. 왕건이 피하며 굴러 떨어진다. 그리고 구석으로 몰린다.

 

견훤    아우야, 어디로 가느냐? 너의 목을 가지러 왔다고 하지 않느냐? 목을 다오.. 그 목을 나에게 다오. 어서... 어서... 자, 이제 그 목을 주어야겠다. 각오하거라. 각오하거라... 에잇...........!

 

        견훤이 칼을 내리친다. 왕건이 비명소리와 함께 깨어난다.

 

씬  현실

 

        침대에서 비명과 함께 일어나 앉는 왕건. 온 몸이 땀투성이다. 아직도 견훤의 웃음소리가 에코우로 들려오고 있다. 그리고 서서히 사라진다. 왕건이 진저리를 친다.

 

왕건    이상한 꿈이다. 이 무슨 해괴한 꿈인고...? 죽은 숭겸 아우가 나를 깨우고.... 백제의 왕이 내 목을 달라 하다니...?

 

        그 위로 들려오는 말발굽소리들... 왕건의 그 큰 눈에서 디졸브...

 

씬  도성

 

        포구에서 온 전령이 성루의 군사를 향해 소리치고 있다.

 

전령    어서 성문을 여시오. 폐하께 아뢰어야 하오. 적군이 왔소이다. 백제군이 왔소이다.

군관    그 무슨 잠꼬대를 하고 있는 것이냐? 천리밖에 있는 백제군이 어떻게 이곳을 온다는 말이냐? 네 놈이 제정신이냐?

전령    사실이라고 하지 않소? 어서 문을 열어주시오.

군관    아니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자시부터 인시 사이에는 도성 문을 열 수 없다는 것을 몰랐느냐?

전령    적군이 왔다고 하지 않소이까?

군관    이놈아.. 백제군이 날개가 달리지 않는 이상에야 어떻게 이곳 황도에 올 수가 있다는 말이냐? 이 답답한 놈아... 썩 돌아가거라. 경을 치기 전에..

전령    제발 문을 여시오. 이렇게 실랑이를 한 것이 벌써 반시각은 지났소이다. 적군이 이리로 오고 있어요. 어서요.

 

        그때, 성루로 내군의 부장 하나가 나타난다. 군관이 허리를 숙인다.

 

씬  그곳 성루

 

부장    웬 소란이냐?

군관    저 미친놈이 이 밤중에 와서 예성강 포구에 백제의 전함들이 들어왔다고 난리를 떨고 있사옵니다.

부장    그건 무슨 소리냐? 예성강 포구로 백제군이 들어와? 그것이 사실이냐?

전령    예, 장군. 대 선단이옵니다. 백제국 수군 총사 신검이라는 수기도 걸려있었사옵니다.

부장    뭐라...?

 

        그때다. 십여 필의 말이 멀리서 다가와 성밖 밑에 이른다.

 

전령1   아뢰오... 정주에서 온 군사들이옵니다.

부장    무슨 일이냐?

전령1   백제 수군이 대 기습을 해왔사옵니다. 처음에는 관무역선인 줄 알았사오나 가까이 이르러 보니 모두가 백제의 수군들이었사옵니다. 지금 염주와 백주 그리고 정주 일대의 백여 척 전함들이 모두 불에 타고 군영은 기습을 받아 대부분의 군사가 전멸했사옵니다.

부장    이럴 수가 있는가? 어서 성문을 열어주어라. 저자들을 들여서 사정을 들어보아야겠다. 어서 성문을 열어라.

군관    성문을 열랍신다. 성문을 열어라.

 

씬  그곳

       

        성문이 열리고 있다. 육중한 성문이 소리를 내며 열리고 있는데 군사들이 문을 열다 말고 놀란다. 그 열려지는 시야로 신검의 대군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군관    장... 장군... 적군이옵니다. 백제군이옵니다... 

부장    뭐라....? 아니 된다. 성문을 다시 닫아라... 성문을 닫아라..

 

        그러나 늦었다. 전령과 군사들이 들어서려고 아우성이다.

 

전령    아니 되오.. 우리를 들여보내고 문을 닫으시오.

군관    그것을 놓치 못할까? 어서 문을 닫아라. 적군이다. 

전령    아니 되오.. 우리들을 들여보내 주시오.

군관    네 이놈....

 

        사정이 급하자 군관이 전령을 베었다. 그리고 급하게 문을 닫으며 소리친다.

 

군관    적병이다... 모두 전투 준비하라. 성문을 걸어라.

 

        그러나 늦었다. 화살이 비오듯 쏟아진다. 문은 미처 덜 잠겼다. 군사들이 한꺼번에 밀어닥친다. 전투다. 치열한 접전이 이어진다.

 

신검    성안으로 들어라가. 지키는 군사는 몇 아니 된다. 밀고 들어가라.

부장들  성안으로 들어가랍신다. 전군 공격하라. 운제부대는 운제를 놓아라. 성을 넘어라..

 

        피아간의 공방이 치열하다.

 

씬  그 성루

 

        부장이 검을 빼어들고 독전하고 있다.

 

부장    화살을 퍼부어라. 성문을 닫아걸라고 하지 않았느냐? 전령은 어찌되었느냐? 황궁으로 가 내군 장군에게 이 사실을 알려라. 어서 알려라.

군관    예, 장군. 전령은 서둘러라. 어서 가라.

 

        군사 하나가 대답하며 다시 달려간다. 접전은 이어진다. 그러나 중과부적이다. 열러진 성의 샛문으로 군사들이 꾸역꾸역 몰려들고 있다. 시체는 쌓여간다. 사다리로 백제의 군사들이 성을 넘기 시작한다. 대 접전이다.

 

부장    믿기지가 않는구나?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이란 말이냐? 

 

        그때 다시 군관이 소리치며 한쪽을 가리킨다.

 

군관    장군, 저기... 저기도 백제군이 또 오고 있사옵니다.

 

씬  그곳

 

        애술이 군대를 이끌고 오고 있다.

 

애술    허허허.... 어서 성문을 열어라. 내가 이곳에 오면서 너희의 잔당을 다 죽였다. 성을 지키는 군사들은 없다. 어서 문을 열어라.

부장    어이할꼬...? 도대체 이 일을 어이할꼬...?

 

        어쩔 줄 모르는 사이에 군관도 죽어간다. 백제 군사들이 새까맣게 몰려들고 있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부장의 그 모습에서. 디졸브..

 

씬  황도 내의 저자 거리

 

        그렇게 달려 사라지는 두 필의 전령마. 사라져간다.

 

씬  황궁 외경

 

복지겸  (소리)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게야?

 

씬  동 황궁 내군 관아 안

 

        복지겸이 평복차림으로 어안이 벙벙하여 묻고 있다. 내군장군 옆에서 도성에서 온 전령이 아뢰고 있다.

 

복지겸  백제의 수군이 왔다고 하였는가? 이 도성 안에 말인가?

전령    그러하옵니다. 여기 뿐만이 아니라 우리 수군의 전함들이 대기해 있는 염주와 백주, 정주 등에도 백제의 수군이 기습을 해와 우리 전함들을 모두 태워버렸다 하옵니다.

복지겸  무엇이라..?

부장    그렇다면 지금 그 신검이의 군대가 이 황궁 도성을 넘고 있다는 말이냐?

전령    그러하옵니다. 지금쯤 이 궁성으로 오고 있을 것이옵니다.

복지겸  군사는 얼마나 되더냐?

전령    어림잡아 수천의 되는 것 같았사옵니다.

복지겸  수천...? 이거 큰일났구나. 내가 아직 서라벌로 떠나지 않았기에 그나마 다행이루구나.  허허, 이를 어찌한다..? 황도를 지키는 군대는 도성 밖 오십여 리에 다 나가 있으니 언제 그들을 정비해서 온다는 말인고?

부장    그래도 어쨌든 전령은 보내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복지겸  맞는 말이다. 황도 방위군은 염상 장군이 맞고 있다. 속히 가서 알려라. 적병이 왔다고...

 

        내군 하나가 대답하며 달려간다.

 

복지겸  지금 황궁 안에 남아있는 전 내군에게 전투령을 내리고 궁 밖 저자에 군사들을 보내어 황도 안에 있는 장수들은 모두 급히 들라 하라.

 

        내군 하나가 또 대답하며 달려나간다.

 

복지겸  전군에 비상을 알려라. 파발을 띄워라. 서경에 계시는 폐하께도 전령을 띄워라. 대궐 내에 비상을 알려라. 그리고 황후전에 계시는 황후마마와 부인마마들을 뫼시어라.

부장들  예, 장군.

복지겸  황후마마께는 내가 직접 갈 것이다. 군사들은 따르라. 

그들    예, 장군.

 

        복지겸이 일어나 나간다. 가며 중얼거린다.

 

복지겸  이럴.. 이럴 수가 있는가? 백제군이 어떻게 우리 황도 안에 들어올 수가 있는가?  

 

씬  동 대궐 안

 

        추녀 끝에 매인 쇠종이 다급히 울고 있다. 내관이 그 종을 쉬지 않고 때리고 있다. 내관들과 궁녀들이 이리저리 부산하게 오가고 있다. 변란을 알리는 북소리들도 들려온다. 비명소리들 그 혼란에서 내군의 군사들이 부산히 오가고 있다. 복지겸들도 지나쳐 간다.

 

씬  황후전 외경

 

씬  동 황후전 안

 

        오씨와 유씨가 상궁들에게 묻고 있다.

 

오씨    변란....? 지금 변란이라고 하였느냐?

제조상궁        예, 황후마마. 지금 대궐 안팎이 온통 난리이옵니다.

오씨    도대체 무슨 변란이 왔는고...? 역적들이 난을 일으킨 것인가?

제조상궁        아직 알 수가 없사옵니다. 어쨌든 내군들이 모두 창검을 들고 밖으로 나가고 있고 곳곳에 불이 밝혀지고 있으며 난을 알리는 쇠종이 울리고 있사옵니다.

유씨    폐하께서 아니 계시는 때에 이 무슨 일이라는 말인고...? 이보게, 김상궁...?

김상궁  예, 마마.

유씨    이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좀 더 상세히 알아보거라.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말이다.

김상궁  예, 마마.

 

        그렇게 김상궁이 나가려고 하는데 밖에서부터 다급하게 '황후마마'하고 소리치며 문들이 벌컥 열린다. 놀라서 보면 내군과 복지겸, 부장들이 들어서고 있다.

 

복지겸  황후마마, 내군 장군 복지겸이옵니다.

오씨    오오.. 복장군..? 대체 어쩐 일입니까? 웬 변란이 일어났다는 말입니까?

복지겸  백제군이 바다와 강을 타고 들어와 이 황도를 전격 기습했다 하옵니다. 이곳을 피하시오소서.

유씨    피하다니요? 황궁을 피해 어디로 간다는 말씀이십니까?

복지겸  폐하께서 다행히 서경에 가 계시옵니다. 두 분 마마님은 물론 여러 부인 마마들과 태자와 공주님들은 별채로 모시겠사옵니다. 이곳은 위험하옵니다.

유씨    허면 적도들이 그렇게 가까이 왔다는 말씀이십니까?

복지겸  그러하옵니다. 급하옵니다. 어서 우리 내군을 따르시오소서.

오씨    세상에... 이런 세상에...

복지겸  무엇들 하는가? 황후마마와 마마를 별처 안가에 모시도록 하라.

부장들  예, 장군.

복지겸  서두시오소서, 어서 서두시오소서... 상궁들은 무얼 하는가? 제조상궁은 어서 서두시게.

제조상궁        예, 장군. 마마 어서 가시오소서. 어서요, 마마..

 

        그제서야  오씨들이 따라 나서기 시작한다. 그들이 나가고 복지겸이 잠시 주변을 보다가 다시 정리한다.

 

복지겸  군사들을 다시 점고하도록 하라. 적도들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아보라. 황도에 있는 우리 장수들에게는 연락이 갔는지 알아보도록 하라. 어서..

내군들  예, 장군...

 

씬  저자 거리

 

        달려가는 내군들. 전속력으로 십여 필의 말이 달려가다가 갈림길에서 갈라져 나뉘어진다.

 

씬  최응의 집 사랑

 

        최응이 아픔을 참으며 촛불 밑에서 책을 보고 있는데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스레 들려온다. 그리고 문이 열리는 소리. 집사의 소리가 들려온다.

 

집사    (소리) 이 밤중에 무슨 일이시오?

전령    (소리) 궁에서 나왔소이다. 변란이오.

최응    ...........?

전령    (소리) 백제군이 쳐들어왔소이다. 온 도성이 불바다가 되고 있어요. 병부령 어른은 어디 계시오?

 

        최응이 방문을 열고 본다.

 

씬 그곳 마당

 

        횃불이 낮처럼 밝다. 최응이 보고 있다.

 

최응    무슨 일들이냐?

전령    백제군이 예성강을 통하여 황궁을 범하고 있사옵니다. 병부령 어른, 모든 신료들과 장수들을 들라하는 내군 장군의 영을 받자와 왔사옵니다.

최응    기가 막힌 일이 일어나고 있구나. 백제군이 황도로 왔다는 말이냐?

전령    예, 병부령 어른.

최응    나는 이미 병부에서 물러났느니라. 이제는 내봉경이니라. 허나 소관이야 어찌 되었든 급변이로구나. 곧 갈터이니 가서 전하거라.

전령    예, 병부령 어른.

 

        전령이 돌아간다. 최응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뜬다. 그리고 중얼거린다.

 

최응    아닌 밤중에 날벼락이 떨어졌구나. 과연 삼최의 하나로다. 이 또한 최승우 그 인물이 아니면 누가 생각할 수 있는 일일꼬...? 감추었던 발등이 찍혀버렸구나. 쯧쯧쯧....

박술희  (소리) 무엇이 어쩌고 어째...?

 

씬  박술희 집 사랑

 

        박술희가 전령1을 보고 있다. 잠옷차림이다. 

 

박술희  백제군이 지금 궁을 범하고 있다는 말이냐?

전령1   예, 장군. 큰일 났사옵니다. 이미 백주, 염주, 정주의 우리 수군이 다 격파되었고 곳곳이 불타고 있사옵니다.

박술희  이런 세상에... 생쥐가 들어와 쌀독을 깨고 있구나. 죽일 놈들 같으니라고.... 곧 갈 것이니 가서 전하거라.

전령1   예, 장군.

박술희  허, 이럴 수가... 아니 백제군이 우리 황궁을 범한다...? 허, 이런... 여봐라.. 어서 갑옷을 가져오너라. 말을 대령하고 검을 챙기거라.

 

씬  저자거리

 

        박술희가 말을 타고 가병들을 이끌고 달려오고 있다. 어느 갈림길 쪽으로 나서는데 홍유와 배현경이 달려오고 있다. 그들은 서로 마주보고 선다.

 

홍유    오, 박장군...? 연락 받으셨소이까?

박술희  그렇소이다. 백제의 생쥐놈들이 기습을 해왔다는구려.

배현경  예삿일이 아니올시다. 오면서 들었는데 무려 삼천에 가까운 군사가 왔다 하더이다.

박술희  그까짓 삼천이 무슨 소용이겠소이까? 가 보십시다.

홍유    그렇지 않소이다. 치밀한 작전을 세우고 온 것 같소이다. 우리 전함 백여 척이 모두 다 타버렸다는 것입니다.

박술희  뭐요...? 전함이 백여 척이나...? 그게 사실이오?

홍유    그렇다 하오이다.

박술희  누가 총사로 왔다고 합니까?

홍유    신검이라고 합니다. 백제의 태자 신검이 말입니다.

배현경  어서 가십시다. 황궁이 위험합니다. 어서 가십시다.

홍유    하지만 군사가 없소이다. 불과 몇 백을 가지고 어디 몇 천을 당할 수가 있겠소이까?

배현경  염상 장군이 맡고 있는 황도 방위군이 날이 밝으면 올 것입니다. 그때까지는 버터야 합니다. 가십시다.

 

        그들 그렇게 함께 달려간다. 그렇게 사라져 가면...

 

씬  도성 안 어느 거리

 

        신검의 군대가 여유 있게 오고 있다. 온통 불야성이다. 온 황도가 다 타고 있다.

 

애술    볼만하옵니다, 총사. 고려의 황도가 다 타고 있사옵니다.

신검    기가 막힌 밤이외다. 내 일생 일대에 이런 전투는 처음 해봅니다.

최승우  지금쯤 우리가 도성을 넘어왔으니 황궁에서도 군사들이 준비하고 있을 것입니다. 밀어 부쳐야 합니다.

신검    이를 말입니까?

애술    그러나 고려에서도 황도밖에 있는 군사들이 들어온다면 어려운 싸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최승우  그럴 수 있소이다. 그래서 새벽까지는 우리의 목적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외다. 어서 가십시다. 황궁을 점령하고 고려의 왕을 찾아야 합니다.

신검    그렇습니다. 고려의 왕... 고려의 왕이올시다....

 

        그들 그렇게 간다. 카메라 앞을 스쳐 가면...

 

씬 궁성 후원

 

        오씨를 비롯하여 유씨와 수많은 부인들, 내관, 궁녀들이 피신하고 있다. 내군들이 그들을 호송해 가고 있다.

 

부장    황후마마를 잘 뫼시어라. 후원으로 뫼실 것이다. 저쪽 후원으로 깊숙이 뫼시어라. 적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뫼시어라.

오씨    세상에... 이게 지금 피난을 가는 것이 아닌가? 이런 세상에...

유씨    후원으로 간다 하옵니다. 어서 가시오소서, 마마.

오씨    가세.

 

        그들 그렇게 지나쳐 가면..

 

씬  궁성 정문

 

        복지겸이 이미 와 있는 박수문 형제들과 윤신달, 왕충들과 함께 정문을 지키고 서 있다.

 

윤신달  대체 군사들이 얼마나 되는 것입니까?

복지겸  다 합쳐도 오 백이 아니 됩니다.

박수문  적군은 수천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복지겸  그렇다 하더이다.

박수경  그럼 어쩌자는 것입니까?

복지겸  고민이올시다. 대책이 서지를 않아요.

왕충    폐하께서 마침 아니 계시니 다행이기는 합니다마는... 황후마마들을 어찌하셨소이까?

복지겸  임시 후원으로 뫼시는 중이올시다. 

 

        그때, 최응, 최지몽, 왕규, 추언규들이 달려온다.

 

추언규  대체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백제군이 왔다는 말입니까?

복지겸  그렇소이다. 오오, 최공도 나오셨구려. 몸이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

최응    견딜만 합니다.

복지겸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올시다. 아주 꼼짝없이 당하고 있소이다.

최응    적은 이미 우리의 헛점을 상세히 알고 왔습니다. 우리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잠시 황궁을 내어 주십시오.

복지겸  뭐라...? 황궁을 내어주다니..?

최응    폐하께서도 아니 계시고 황후마마와 황실 지친분들은 모두 피하시는 중이라 들었습니다.

복지겸  그렇기는 합니다마는 아직도 궁안은 대 혼란이올시다.

최지몽  그렇다면 어떻게 황궁을 내어줄 수 있사옵니까?

왕규    그건 말도 아니 되는 소리입니다. 황궁을 내어주다니요?

최응    적은 수천이나 되고 우리는 겨우 몇 백입니다. 무모한 죽음은 오히려 적에게 도움을 줄뿐입니다. 마침 날이 밝고 있습니다. 새벽이 지나면 저들은 더는 이곳에 있을 수가 없습니다. 도성 외곽에 있는 우리 황궁의 방위군이 들어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그때, 박술희와 그 일행들이 모두 달려온다. 말에서 내려선다. 박술희가 묻는다.

 

박술희  어떻게 되었소이까? 적군이 지금 어디까지 왔소이까?

복지겸  이제 곧 들이닥칠 것이외다.

배현경  그렇다면 싸워야지요. 허나, 군사가 이것밖에 아니 된다는 말씀입니까?

최응    시각이 없습니다. 어서 모두 피하도록 하시지요. 저들은 썰물처럼 들어와서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입니다. 결국은 아무 것도 얻는 것이 없을 것입니다. 저들은 폐하를 노리고 왔을 것입니다.

최지몽  (생각하다가) 그리 하시지요. 어차피 중과부적입니다. 군사를 물리시오소서.

박술희  군사를 물리다니? 폐하의 황궁을 적도들에게 내어주자는 것인가?

최응    내어 주는 것이 아니라 잠시 지나가게 하는 것입니다. 이 군사로는 저들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자, 군사를 정리하시지요.

박술희  아니 되는 일이올시다. 황궁을 내어줄 수는 없소이다. 그렇게는 아니 되겠소이다. 여봐라. 군사를 정비하라. 궁성 문을 닫아라. 모두 적을 맞을 준비를 하라.

최응    박장군.... 이득이 없는 싸움입니다.

박술희  그렇다 하더라도 황궁은 내어줄 수 없소이다. 무엇들 하느냐? 대문을 닫아걸어라. 모두 장애물을 의지하고 활을 준비하라.

 

        군사들이 부산하게 움직인다. 홍유와 배현경이 보다가 끄덕인다.

 

홍유    이렇게 되면 우리도 어쩔 수가 없겠소이다. 하기는 무조건 도망만 친다는 것도 모양이 우습습니다. 싸워보십시다.

배현경  그렇게 하십시다. 복장군,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막아볼 터이니 궁안을 다시 한번 살펴 주시구려.

복지겸  일이 그리되어간다면 할 수 없지요. 자, 문신들은 나와 함께 들어가십시다. 일단 궁안을 살펴보시고 방안을 강구하십시다.

추언규  자, 들어들 가십시다. 최공도 가십시다.

최응    그리 하십시다. 

 

        그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간다. 대문이 닫히고 있다. 부장들이 군사들을 단속하고 있다. 소란들이다.

 

부장들  전투 준비를 갖추어라.

 

씬  그곳

 

        드디어 신검의 군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군의 모습이 황궁 가까이 이르고 있다. 신검이 군사들의 행렬을 멈추고 감격스럽게 궁을 보고 있다.

 

신검    고려의 황궁이올시다. 파진찬, 고려의 황궁에 왔습니다.

최승우  그러하옵니다.

신검    드디어 왔습니다. 고려의 황궁에 왔습니다. 우리 백제군이 고려의 황궁에 왔습니다. 고려의 황궁에.....

 

                                                                <176회 끝>





첨부파일 태조왕건176.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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