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 왕건 <제 189회>
신료들의 거듭된 청으로 신검은 드디어 혁명(?)의 선봉에 선다. 수순대로 군부를 장악하고 황도의 친위군까지 편입시킨 반군의 행보는 더욱 빨라진다. 강주, 무주에서 올라 온 양검, 용검 태자의 병력까지 가세하자 반군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 하고.. 한 편 견훤은 정변에 관한 일체의 정보로부터 차단된 채 금강을 황제에 옹립하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금강이 기고만장하여 질탕하게 술판을 벌일 그 무렵 신검은 반군을 이끌고 황궁으로 진주하는데....
씬 신검의 처소
지난 회와 장면이 연결된다. 능환, 능애, 영순과 신덕이 신검을 보고 있다.
능환 어서 그 지휘검을 드시오소서, 폐하. 태자마마께서는 이제부터 이 나라의 주인이시옵니다.
능애 그렇사옵니다. 신료들이 모두 대의를 위하여 일어났사옵니다. 자... (검을 들어 바친다) 받으시오소서.
모두들 받으시오소서.
신검 고맙소이다. 어차피 이 사람은 그대들의 청을 수락하였고 또 혁명의 앞에 서기로 결심하였소이다. 아버님과도 마지막 예와 인사를 올렸소이다.
모두들 .............
신검 (검을 받아 들어 보인다) 나는 그대들의 청을 받았소이다. 그리고 대의를 위하여 검을 들었소이다. 그대들의 혁명을 수락하였고 구국의 대열에 앞서기로 하였소이다. 또한 폐하께서 환후가 중하심으로 황후마마께 이 혁명에 관한 재가를 얻었소이다. 앞으로 이 나라는 이 사람이 책임지게 될 것이오. 그러나 아직 황제에 오른 것은 아니오. 황제를 칭하는 것은 이 혁명을 완수하고 난 뒤에 받을 것이오. 자, 함께들 가십시다.
모두들 망극하옵니다.
능환 하오면 일단 병부로 가시오소서. 그곳을 우리 군이 점령하였사옵니다. 그곳에서 작전을 논의하고 임시 지휘부를 결성해야 하옵니다.
신검 알겠소이다. 가십시다.
능애 태자마마께서 가신다. 뫼시어라.
부장 뫼시어라.
그리고 문을 열면 도열해 있던 부장들이 고개를 숙인다. 신검이 걸어 나간다. 그의 그런 표정에서...
씬 저자거리
신검과 능환, 능애, 신덕들이 가고 있다. 뒤를 따르는 군대의 무리가 끝도 없어 보인다. 그렇게 지나쳐 가면.. 어느쯤을 가다가 상귀의 무리들이 보여온다. 그들은 애술과 김총을 포박해 오는 중이다. 서로가 마주치자 상귀는 군례를 한다.
상귀 태자마마, 군령을 받아 애술과 김총 장군을 압송해 오는 중이옵니다.
모두들 .................?
애술 태자마마, 이찬어른... 이런 법이 있사옵니까?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옵니까?
신덕 혁명이올시다.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올시다.
애술 혁명이라니요...? 허면 이 사람이 무슨 죄가 있다고 압송해 가는 것이오?
김총 도대체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다는 것이오?
능환 그대들의 죄를 묻고자 하는 것이 아니오. 그대들이 혁명의 대열에 동참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논의한 결과 잠시 격리시켜야 할 필요를 느낀 것뿐이오.
애술 황제의 명령을 거역하는 것이올시다. 누구 마음대로 우리를 잡아간다는 말이오?
신덕 못들었소이까? 잡아가는 것이 잠시 격리시키려는 것이오.
애술 태자마마, 신검 태자마마....
신검 그래도 죄인은 아니니 포박은 풀도록 하오. 데리고 가시오.
상귀 포박을 풀랍신다. 풀고 데려가 연금 하라.
부장들 예, 장군.
신덕 갑시다.
그렇게 신덕들이 지나쳐 간다. 상귀와 군사들만 남고 그 와중에서 김총과 애술의 포박이 풀린다. 애술이 거칠게 저항한다.
애술 이놈들아... 놓지 못할까...? 평생 나라를 위해 싸워온 우리들이다. 이렇게 대접을 할 수가 있다는 말이냐?
김총 상귀 장군... 참으로 너무 하오. 혁명이라니...?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이오?
상귀 긴말 할 시간 없소이다. 끌고 가라.
부장들 예, 장군.
애술 놓지 못할까....? 이놈들아 이걸 놓아라...
상귀 이미 다 끝났소이다. 조용히 영을 따르시오.
그렇게 끌려나가는 애술들의 표정에서...
씬 황후전
박씨가 이상궁의 보고를 받고 있다.
박씨 일단 이 궁 안에는 금강 태자가 들어와 있다는 말이지...?
이상궁 예, 황후마마. 신검 태자마마께오선 신료들과 함께 별궁을 나서시어 궁 밖으로 나가셨다 하옵니다.
박씨 그러니까 이 궁 안의 경계는 금강태자가 맡았다는 것이 아니냐?
이상궁 그렇기는 하오나 외궁은 상애 장군이 맡아있다 하옵니다.
박씨 곧 신검 태자가 다시 돌아올 것이다. 군사들을 데리고 말이다. 금강이가 몇 백의 군사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결국 혁명군을 당하지는 못할 것이다. 너도 아랫것들을 잘 단속하라. 오늘 우리의 목숨도 죽느냐 사느냐가 결정될 것이다.
이상궁 예, 황후마마.
씬 궁궐 안 어느 길
금강이 부장들과 함께 중문과 담길을 보고 있다.
부장 여기서부터가 황제폐하께서 계시는 대전이옵니다. 이곳부터를 내궁이라 하옵고 저 밖을 외궁이라 하옵니다.
금강 그러니까 이쪽을 너희들이 맡고 있고 그 밖의 모든 것을 다 상애 장군이 지키고 있다는 말인가?
부장 예, 태자마마.
그때, 상애가 부장들과 함께 다가온다. 그리고 군례를 한다.
금강 상애 장군...?
상애 예, 태자마마. 이 주변을 순검하신다기에 급히 달려왔사옵니다.
금강 오늘 내일이 아주 중요하다고 하였소이다. 그래서 전군에 비상령이 내려진 것으로 알고 있소이다.
상애 예, 태자마마. 소장도 조금 전에 보고를 받았사옵니다.
금강 별일이야 없겠지만 그래도 경계를 소홀히 하지 마시오.
상애 예, 태자마마.
금강 이 궁궐이 내궁과 외궁으로 나누어져 있다 하는데 장군이 모두 통괄을 하시오. 그리고 사소한 것들은 즉시 그 때마다 보고를 해 주시오. 나는 내 거처인 별궁에 가 있겠소이다.
상애 염려 마시오소서. 이 궁궐은 편안할 것이옵니다.
금강 나도 그리 생각하오. 허나 만약을 생각해서 한 말이오. 자, 우리는 가자. 날도 춥고 따뜻한 술이나 한잔 마셔야겠다.
부장들 예, 태자마마.
금강은 헛기침을 날리며 부장들과 함께 가버린다. 상애가 비웃음을 머금고 중얼거린다.
상애 하늘이 도우시는구나. 나를 보고 내궁, 외궁 할 것 없이 다 통괄하라 하는구나. 부장들은 지금부터 대전 밖까지 모두 장악하고 나의 통제와 영을 따르라.
부장들 예, 장군.
상애 풋내기 같으니... 어찌 저런 주제로 황위를 노렸단 말인가? 쯧쯧쯧..... 이제 궁궐은 별일 없을 것 같다. 가서 각자의 위치를 지켜서라.
부장들 예, 장군...
미소짓는 상애의 표정에서...
씬 황도 거리
곳곳에 군사들이 지나쳐 가고 있다. 백성들이 불안한 눈으로 보고 있다. 그들 한켠으로 두 필의 전령이 질풍처럼 달려 지나쳐
간다.
씬 병부 외경
씬 동 안
반군 회의가 열리고 있다. 신검을 총사로 하여 능환, 능애, 영순, 신덕, 파달, 상귀와 많은 부장들이다. 도성지도가 걸려있다. 신덕이 보고하고 있다.
신덕 황도를 에워싼 친위군은 그 수가 오 천이옵니다. 이 중 삼천이 소장의 지휘 아래에 있고, 이천은 애술과 김총 장군의 수하에 있었사옵니다. 하오나 오늘 그 지휘권을 박탈하고 소장의 예하 부대로 편입시켜 놓았사옵니다.
모두들 .......... (그 면면이 지나치고)
상귀 궁궐은 비록 금강 태자가 몇몇 수하를 이끌고 들어가 있다 하나 우리의 영을 듣고 있는 상애장군이 장악하고 있사옵니다. 큰 무리가 없을 것이옵니다.
파달 일단 군부를 장악하고 그 총사인 박영규 장군을 연금 해버린 것이 결정적이었사옵니다. 저들은 함부로 움직일 군대나 장수가 없사옵니다.
신검 그만하기가 다행이오. 황도 안에서 유혈충돌이 일어난다면 어찌 되겠소이까?
그때, 부장이 한쪽에서 전령 둘을 데리고 들어온다.
부장 태자마마, 도성밖에 강주와 무주에서 혁명군이 도착했다 하옵니다.
모두들 오.... 강주와 무주에서.....
능환 이제 다 되었사옵니다. 걱정할 것이 없사옵니다, 태자마마.
신덕 두분 태자마마께서 오셨다면 이미 황도 밖에도 우리 혁명군이 장악한 것을 뜻하옵니다.
능애 이제 세상이 다 알게 되었사옵니다. 오로지 모르는 분은 폐하와 금강 태자뿐이옵니다.
능환 두분 태자마마의 군대가 도성밖에 도착했다면 함께 작전을 논의해야 마땅하옵니다.
신검 그럴 것이오. 전령을 보내 입성하라 하시오.
신덕 태자마마께서 성밖의 군대에 영을 전하랍신다. 가서 전하라.
부장 예, 장군
부장이 달려가고 이들은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회의를 계속한다.
능애 두분 태자마마께서 이곳에 도착하시면 서로가 역할을 나누어 앞으로의 모든 일을 의논하셔야 하옵니다. 일단 치안을 확립하고 황제폐하를 뫼실 곳을 마련해 놓아야 하옵니다. 특히나 신료들이 영문을 모르고 우왕좌왕 할 수 있사옵니다. 조정을 시급히 안정시키는 일도 마련하지 않으면 아니 되옵니다.
능환 또한 지방의 호족들이 다른 마음을 품지 않도록 빠른 조치를 취하는 것도 급한 일 중의 하나이옵니다.
신검 그럴 것이오. 허면 아버님은 어디로 뫼셨으면 좋겠소이까?
능환 이미 소인이 보아놓은 곳이 있사옵니다. 김제의 금산사를 보아놓았사옵니다.
신검 금산사....?
능환 지난날 백제 왕실의 원찰로 세워진 곳이옵니다. 통일신라시대에 진표 율사가 확장을 시작한 이래 몇 차례에 걸쳐서 대공역을 계속하여 지금은 우리 백제에서 제일 큰 사찰 중 하나이옵니다.
신검 금산사라....?
능환 이곳 황도와도 가깝고 또한 대 사찰이면서 한쪽으로는 깊은 암자가 많아 뫼시기가 적절하옵니다.
신검 알겠소이다. 허면 그리하도록 하십시다.
능환 저항군이 없는 혁명이옵니다. 모두가 태자마마의 앞날에 축복을 보내는 듯 하옵니다. 성공한 혁명이옵니다, 태자마마.
신검 고맙소이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오. 오늘밤이 내 생애 최고로 긴 밤이 될 것 같소이다.
씬 도성 밖
두 태자가 임시 군영을 세우고 대기해 있다. 먼 곳에서 먼지를 일으키며 한 필의 전령마가 달려오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곧 조우한다. 가까이 와 군례를 올린다.
양검 형님이 보낸 전령이로구나.
전령 그러하옵니다, 태자마마.
양검 그래, 뭐라 하시더냐? 우리가 이미 도성문에 이르렀다. 어찌하라하시더냐?
전령 두 분 태자마마께서는 입성하시라 하옵니다. 군대를 나누어 도성 밖을 경계하시고 두 분은 병부로 드시어 대책을 논한다 하시었사옵니다.
양검 아우는 들었는가? 이미 거사가 시작된 모양이다. 그야말로 무혈입성인 것 같네 그려. 가자.
용검 예, 형님. 금강이 얼굴을 꼭 보아야 할 것인데... 우리가 가기 전에 일이 다 끝날까봐 겁이 납니다. 아니 그렇사옵니까,
형님..?
양검 그러게 말이다. 자, 들어오라 하시니 가도록 하자.
용검 예, 형님. 자, 부장들은 군을 정비하라. 한편은 도성 밖을 지킬 것이고 나머지는 황도로 들어갈 것이다. 군을 정비하라. 군을 정비하라...
부장들 군을 정비하라.
씬 황궁 외경
씬 동 궁안 대전
견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또, 등창을 치료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고통스러움이 지난번보다 더하다.
견훤 고약하구나... 참으로 고약하구나..... 나도 어지간히 참을성이 많은 사람이다마는.... 이 고통만은 참기가 어렵구나....
전의 송구하옵니다, 폐하. 하오나 근이 워낙 깊어 도리가 없사옵니다. 자, 다시 한번 짜겠사옵니다. 용서하시오소서.
견훤 (계속 비명을 지른다) 그만, 그만... 그만............ 되었다. 그만 하거라. 차마 더는 견디지 못하겠구나. 그만 하자꾸나. 휴....
의원이 할 수 없이 마무리를 한다.
전의 어주를 많이 드시니 갈수록 등창이 더 성하옵니다. 제발 술은 가까이 하지 마시오소서. 독약과도 같사옵니다.
견훤 그 소리는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허나 아니 마시고는 견디지 못할 일이 많다. 그만 물러 가거라.
전의 예, 폐하.
전의가 나가고 견훤은 몸을 추스리다가 다시 내관을 본다.
견훤 금강 태자가 궁 안에 들어와 있다고 했느냐?
대전내관 예, 폐하. 황궁을 수비하기 위하여 와 계신다 들었사옵니다.
견훤 그래.... ? 저도 몹시 초조한 게로구나. 허나 이제 다 되었다. 그리 안해도 되는 것을 가지고... 기왕에 궁안에 와 있다면 있다가 저녁이나 같이 하자고 전하여라.
대전내관 예, 폐하.
견훈 그래, 오늘 하루만 가면 된다. 모든 것이 다 새로 시작된다. 암...
씬 궁안 어느 길
부장 하나가 궁인들 사이를 지나 급히 금강의 처소 쪽으로 사라진다.
씬 금강의 처소 외경
웃음소리들이 들려온다.
씬 동 안
금강이 부장들과 함께 낮술을 마시고 있다.
금강 (호기롭게) 자, 한잔들 들게. 날이 아주 춥구먼. 매서운 날씨야. 이런 날에 신검 형님께서 먼 길을 떠나시다니... 좀 아니 되었구먼.
모두들 .................
금강 허나 칙명이니 어찌하겠는가? 그대들은 오래 전부터 이 금강이를 따라서 많은 전쟁에 종군했던 나의 동지들일세. 본래 그 주인이 잘 되면 그 식구들은 또한 영화를 함께 하는 것이야. 내 잊지들을 않겠네.
모두들 망극하옵니다, 태자마마.
금강 황도에는 매부이신 박영규 장군이 군권을 장악하고 있네. 또한 이 황궁에는 내가 있어. 오늘 해안으로 형님이 떠나시고 나면 내일은 폐하의 특명이 내려질 것이고 이 나라의 경사스러운 대관식이 있을 것이야. 특히나 그대들이 할 일이 많은 것이야.
부장들 예, 태자마마. 망극하옵니다.
금강 마시세. , 아 들 마시세.
그들은 그렇게 술잔을 들이키는데 밖에서 다급한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 태자마마.... 태자마마....
금강 웬 소란이냐? 들어와 말하거라.
조금 전에 궁안을 달려오던 부장이 들어와 군례를 하고 아뢴다.
금강 오... 너는 궁 밖의 사정을 알아오라고 보냈던 부장이 아닌가?
부장 그러하옵니다.
금강 어떻더냐? 물론 편안하겠지..?
부장 이상하옵니다. 곳곳에 군사들이 움직이고 있고 까닭모를 대군이 도성 문 쪽에서 병부 쪽으로 이동해 가고 있는 것을 보았사옵니다.
금강 하하하.... 오늘부터 비상이 아니더냐? 매부께서 좀 성급하게 움직이시는 모양이로구나. 신덕 장군과 그 당여들을 모두 내쫓아 버렸는데 뭔가 그리 조바심이 나셔서 군대를 움직이시는고.... 쯧쯧쯧... (마시며) 병부의 비상령 때문에 그럴 것이다.
부장 그런 것 같지가 않사옵니다. 소인이 보기로 도성 밖에서 들어오는 군사들 같았사옵니다.
금강 염려할 것 없다. 도성 밖이고 안이고 다 병부의 명령을 듣는 군사들이 아니냐? 추운데 수고했다. 자, 한잔 들거라.
부장 아니옵니다.. 좀 더 세밀히 알아볼 필요가 있사옵니다. 한번 더 사람을 보내시오소서.
금강 되었다. 알아볼 일도 없다. 어서 받아라. 받으라니까.....
부장 아무래도 이상하옵니다. 병부에 사람을 보내보시오소서, 태자마마.
금강 허허, 이런 사람하고는.... 알았다. 누가 나가서 저자거리를 좀 더 세밀히 알아보고 병부에도 사람을 보내 상황을 좀 알려달라고 하거라. 부장, 그대가 가라.
부장1 예, 태자마마.
금강 다 된 일이니라. 이미 다 끝난 일이니라. 허허허....
그때, 밖에서 다시 소리가 들려온다.
대전내관 (소리) 태자마마, 대전에서 왔사옵니다.
금강 대전에서.........?
씬 동 밖
금강이 방문을 열면 대전내관이 예를 올린다.
대전내관 태자마마, 폐하께오서 오늘 저녁 저녁수라를 함께 하시자 전하라 하셨사옵니다.
금강 저녁을 말인가........?
대전내관 예, 태자마마.
금강 알았네. 허허, 모처럼 낮술한잔 하는 참인데... 아니 되겠구먼. 알았으니 물러가게.
대전내관 예, 태자마마.
씬 동 처소 안
금강이 문을 닫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금강 술은 그만들 해야겠네. 곧 저녁인데 폐하께오서 찾으신다네. 긴히 하실 말씀이 많으실 것이야. 술은 그만하고 이제 차나
한잔씩들 하세.
모두들 예, 태자마마.
심각한 금강이의 표정에서...
씬 거리
군사들의 이동이 여전히 바빠보인다. 백성들이 눈치를 보며 지나쳐 간다. 최승우의 집사도 그렇게 지나쳐간다. 사라지면...
씬 동 최승우의 집
집사가 급히 들어서며 아뢴다.
집사 나으리... 나으리...
최승우 (소리) 돌어오게.
씬 동 집 사랑
최승우가 참선에 들은 듯 조용히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집사가 들어서서 본다.
최승우 이 사람아...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하지 않았는가? 왜 다시 왔는가?
집사 뭔가 이 황도 안에서 일이 생기고 있는 것 같사옵니다. 거리마다 군사들의 이동이 분주하옵니다.
최승우 허허허... 그럴 것일세.
집사 나으리께오서 왜 그토록 모든 것을 정리하시는가 했사옵니다. 이제 그 이유를 알 것 같사옵니다.
최승우 허허허... 그래...? 이제 백제의 그 화려했던 막이 내리고 있는 것일세. 자네도 이제서야 낌새를 챈 모양이로구먼. 아직도 늦지 않았네. 어서 고향으로 돌아가게.
최승우는 그러면서 뭔가 품 속에서 종이에 싼 것을 꺼내어 이미 받아놓은 잔에 털어 넣는다. 집사가 꿈틀 놀란다.
집사 그것이 무엇이옵니까?
최승우 허허허.... 피를 보는 것보다야 이것이 낫지 않겠는가..? 본래 관료라는 것은 이미 출사할 때부터 자신이 어떻게 세상을 살 것이며 또 떠나야 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는 것이라네. 오늘이 그 날일세.
집사 (놀라서) 나으리...............?
최승우 어서 가보게. 여기 있다가는 자네도 죽어.
집사 허면 나으리께서는 왜 굳이 이런 선택을 하시는 것이옵니까?
최승우 갈 곳이 없네. 백제 사람이 백제를 떠나 어디로 갈 것인가..? 구차한 목숨을 연명하기보다는 이것이 낫지... 자, 이 마지막 찻잔은 손님들이 올 때 마시기로 하고 우선은 녹차부터 한잔 해야겠구먼. 날이 많이 찬 모양이야. 어서 가보아.
집사 나으리.... 나으리.... ?
최승우 아, 어서....
최승우는 돌아보지도 않고 녹차를 다기에 넣고 물을 붓는다. 그리고 따른다. 그리고 마신다. 집사는 그렇게 서 있다.
집사 (울며) 나으리.........
씬 병부 외경
석양이 지고 있다. 군사들의 규모는 더욱 늘어나서 온 병영을 다 메웠다. 마치 출전전야를 방불케 한다.
씬 동 병부 안 마당
씬 동 병부 안
신검과 능환, 영순, 능애들과 신덕, 파달, 상귀, 상애들이 보인다. 또한 양검, 용검도 함께 참석해 있다.
신덕 날이 저물고 있사옵니다. 이제 곧 행동에 옮겨야 할 시간이옵니다.
양검 우리 아우들이 오늘이 있기를 기다리며 이렇게 군사를 몰아왔사옵니다. 오늘밤이 지나면 형님의 날이 옵니다. 영을 내려주시오소서.
신검 아우들은 오느라 고생들 하였다. 나는 어쩔 수없이 오늘의 혁명에 동참했다. 그러나 불필요한 살생은 삼가하고 피해를 줄이며 우리가 목적한 바를 이룰 것이다. 아우들은 필요 이상 흥분하지 말라.
용검 하오나 형님, 금강이의 목만은 베어야 하옵니다. 그 당여들도 다 베어야 하옵니다.
신검 이미 정한 일이다. 자, 나는 황궁으로 갈 것이오. 이제부터 소임을 나누도록 하십시다.
신덕 예, 태자마마. 황궁에 가시는 분으로는 우선 태자마마와 더불어 황실의 어른이신 능애 장군께서 앞을 서시게 될 것이옵니다.
신검 좋소이다.
신덕 또한 만약을 염려하여 소장과 파달 장군이 군을 이끌고 보좌할 것이옵니다.
양검 아니 우리는 무엇을 하라는 말이오...? 금강이는 내가 베고 싶소이다.
신덕 두분 태자마마께오서는 도성의 경계와 궁성 밖의 움직임을 대처하셔야 하옵니다. 일반 장군들보다는 황실의 태자마마들이 군을 이끌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 누구든 함부로 준동하지 못할 것이옵니다.
용검 이런... 금강이 그 놈의 얼굴을 꼭 봐야 하는데....
신검 군령이다. 신덕 장군의 말대로 하라.
두 태자 예, 형님.
신덕 다음으로 상귀 장군은 그 예하부대를 이끌고 여기 이찬어른들과 함께 파진찬의 집으로 가게 될 것이옵니다. 거기서 파진찬의 목을 베고 도성 안의 치안을 맡게 될 것이옵니다.
능환 알겠소이다. 그리 하리다.
신검 무엇보다도 호족들의 동요가 있어서는 아니 됩니다. 전국에 흩어져있는 고을 방백수령들에게 오늘의 일을 충분히 전할 수 있도록 영순공께서 문신들을 동원하여 칙서를 작성하고 사절들을 보낼수 있도록 준비해 주시구려.
영순 예, 태자마마. 이미 그 준비가 끝났사옵니다.
능환 이제 군사적인 전략은 끝이 났소이다. 오늘밤이 지나고 내일 아침이 되면 페하께서는 그 황제의 소임을 태자마마께 선위하시고 김제의 금산사로 가시게 될 것이오. 그리고 태자마마께서 잠시 치안을 확보하신 후에 대위에 오르게 되실 것입니다.
파달 헌데 장군 박영규는 왜 살려두는 것이옵니까? 애술 장군과 김총 장군은 그렇다 하더라도 박장군은 우리 적이올습니다.
신검 아아... 그 분은 또한 나의 매부이기도 하시오. 황후마마의 각별한 주문이 계셨고 그분 또한 자의로 병부의 총사를 맡은 것은 아니올시다. 거사가 완료되면 향리로 돌아가게 할 것이오. 자, 이제 모두 소임의 배분이 끝났으니 각자 준비들을 해주시기 바라오.
모두들 예, 태자마마.
신검 해가 떨어지고 있소이다. 이제 곧 밖으로 나가 군사들에게 거사를 통보하고 혁명을 알릴 것이외다. 제장들은 출병을 알린 이후 각자의 소임처로 가서 목적을 완수해주기 바라오.
모두들 예, 태자마마.
씬 동 병부 마당
군사들이 수없이 이동하고 있다. 어느새 어둠이 내리고 곳곳에 대낮처럼 횃불이 밝다. 회의를 마친 장수들이 신검을 위시하여 나오고 있다. 부장과 군사들이 일제히 군례로써 그들에게 예를 올리고 있다. 지나쳐가는 신검들의 표정에서...
씬 그곳 어느 곳
박영규와 애술, 김총이 연금되어 있다. 밖에서는 시끄러운 말울음소리와 군사들의 이동소리로 소란스럽다.
애술 반역입니다. 저들이 반역을 일으킨 것이에요. 혁명이라고 하지만 반역이 아닙니까? 폐하께서 정하신 병부의 총사를 구금하고 군권을 탈취했습니다.
박영규 오래 전부터 계획된 일입니다.
애술 어허... 이거 어찌 우리만 몰랐을꼬....? 신덕 장군이 모든 군사력을 통제하고 있소이다.
김총 그래도 우리 목숨만은 빼앗지 않을 모양입니다.
박영규 우리 목숨을 구할지는 모르나 아마도 이 밤중에 여럿이 다칠 것 같습니다. 황궁으로 갈 모양입니다.
애술 반역이올시다. 반역이에요....
그런 그들의 표정에서 함성소리가 들려온다.
씬 그곳 군부 연병장 (밤)
군사들이 환호하고 있다. 신검이 마상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그 환호성은 오래도록 이어진다. 신검이 제지한다.
신검 장졸들은 들으라. 나 신검이는 이 나라의 태자 중 맏이로서 오늘의 혁명에 앞장섰노라. 이 나라를 구하고 황실을 구하고 백성을 구하기 위함이다.
모두들 (와- 함성) ............
신검 이 백제국이 어떻게 세워진 나라인가? 아버님이신 지금의 황제폐하께오서 일신을 불살라 세우신 제국이니라. 그러나 그 위대하시던 황제폐하께오서는 연세가 원로하시고 병환이 깊으시어 사리를 분별치 못하게 되시었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모두들 .............. (그 면면이 지나친다)
신검 이 어려운 때를 당하여 불순한 무리들이 옥좌를 찬탈하려 하고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으니 이 나라 태자로서 어찌 수수방관 하리오.. 이에 보다 못하여 신료들의 재삼, 재사 간청을 받아 오늘의 혁명을 수락하게 되었노라.
군사들 (와- 함성) ................
신검 이제 그대들은 나와 함께 나라를 구하는 구국의 전선에 선 것이니라. 모두 목숨을 걸고 대업에 참여하여 만년의 역사에 그 이름들을 남기도록 하라.
신덕 신검 태자마마, 만세.... 만세.... 만만세..........
이찬 만세... 신검 태자마마 만세... 만만세....
그 열광의 도가니가 계속된다. 신검은 계속 주먹을 불끈쥐고 그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그런 신검의 표정위로...
해설 단기 3268년, 서기로는 935년이고 왕건이 즉위한 지 18년 그리고 견훤이 즉위한 지는 36년째가 되는 그해 3월, 드디어 후백제의 신검은 반란의 깃발을 들게 된다. 이때, 왕건은 쉬흔 아홉이었고 그보다 십 년이 위인 견훤은 예순 아홉이었다. 이때의 기록을 고려사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을미년 봄 3월에 견훤의 아들 신검이가 아버지를 금산사에 감금하고 아우 금강을 죽였다. 처음에 견훤은 첩들이 많아 아들을 십여 명 두었는데 그 중에서 넷째 아들 금강이가 키가 크고 지혜가 많았음으로 특히 사랑하여 자신의 자리를 전하려 하였다. 이에 형들인 신검과 양검, 용검들이 그 눈치를 알고 고민하였다. 양검과 용검은 이때 외방에 나가 군무에 종사하였고 신검이 홀로 아버지 곁에 있었는데 이찬 능환이 사람을 시켜 음모를 꾸미고 반란을 일으키도록 사촉하였다' 라고 씌어있다. 백제가 결과적으로 후삼국시대에서 그 멸망을 예고하는 첫 징조였던 것이다.
환호가 계속되고 있다.
신검 자, 모두들 나를 따르라. 장수들은 영을 받은대로 소임처로 가 혁명의 과업을 완수하라.
장수들 예, 태자마마.
신검 본군은 나를 따르라. 나를 따르라...
신덕 본군은 태자마마를 따라 뫼시어라. 모두 소임처로 가도록 하오.
군대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신검이 앞을 선다. 그렇게 간다. 그들의 그런 모습에서 신덕이 신검 옆에서 하늘을 가리키며 말한다.
신덕 하늘이 아주 맑사옵니다. 달빛이 참으로 좋사옵니다.
신검 그런 것 같소이다. 하늘이 우리의 앞길을 축복하는 것 같소이다.
그들 그렇게 몰려가고....
씬 그 하늘
유성하나가 길게 지고 있다. 최지몽이 궐안 어느 전각 마당에서 하늘을 보고 있다. 그리고 크게 놀라며 감탄하고 있다.
최지몽 허허, 저런 저런.... 객성이 지고 있구나. 객성 중에서도 국황이다... 오호, 저런 저런...
최지몽은 한참동안 홀로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허둥지둥 보고 있던 전각을 내려선다. 그리고 지나치는 내관에게 묻는다.
최지몽 여봐라. 폐하께서는 대전에 계시느냐?
내관 예, 내의성령 어른. 백제를 다녀온 내봉성령과 함께 계시는 것을 보았사옵니다.
최지몽 그래.... 알았다..
최지몽은 그렇게 허둥지둥 달려가며 계속 중얼거린다.
최지몽 국황이 백제왕의 별자리를 치고 지나갔다. 오호, 이런 이런...
씬 고려 황궁 대전
왕건이 추언규, 왕규와 마주해 있다. 정윤 무가 보고 있다.
왕건 허허, 배편으로 다녀오니 불과 이틀 길이올시다. 그래, 경보대사께서는 잘 계시던가요?
추언규 예, 폐하. 아직도 법안이 성성해 보이셨사옵니다.
왕건 무어라 하시던가요?
왕규 때가 이르고 있으니 스스로 약조하신 것을 지키실 것이라 하셨사옵니다.
왕건 약조한 것을 지키신다...?
왕규 그 분께오서는 자연과 우주의 이치를 설명하시면서 이 삼한도 이제 때가 이르러 폐하께오서 주인의 자리로 돌아가실 것이라 하였사옵니다.
무 오, 대사께서 그런 말씀을 주셨다는 말입니까? 역시 도력이 높은 분인가 보옵니다, 아바마마.
왕건 글쎄다.... 내게 좋은 말을 주신다하여 도력이 높다고 할 수 있겠느냐? 아무튼 허언을 하실 분이 아니니 계속하여 사람들이 왕래하고 문안을 드리도록 하십시다.
두 사람 예, 폐하.
왕건 허허, 경보대사께서 약속을 지키실 것이라....? 허허허....
그때, 대전내관의 소리가 들려온다.
대전내관 (소리) 폐하의 내의성령 입시이옵니다.
왕건 내의성령이....? 들라하라.
최지몽이 들어선다. 예를 올리고 급히 앉는다.
왕건 허허, 이 사람하고는.... 왜 이리 허겁지겁인가? 아직도 퇴청을 아니 하였는가?
최지몽 예, 폐하. 아무래도 근간에 천문을 보니 백제국의 동향이 계속하여 이상하기로 오늘도 정자에 올라 하늘을 보고 있었사옵니다. 하온데....
왕건 헌데 무어....? 무슨 일이라도 있는가..?
최지몽 예, 폐하. 본래 하늘에는 제왕들의 별자리가 있사옵니다. 그 중 백제왕의 별자리를 객성(혜성) 하나가 치고 지나가는 것을 보았사옵니다. 바로 조금 전에 말이옵니다.
왕건 객성이 치고 가다니..? 그건 무슨 소리인가?
최지몽 천관서라는 점성술을 다룬 책에 의하면 그 나라의 액운을 알리는 별자리가 있사옵니다. 특히나 객성은 한곳에 머물지 않는 별로서 주백과 노자, 왕봉서, 국황, 온성 등으로 분류를 하옵는데 그 중 국황은 아주 요사스럽고 불길한 별자리로 분류되어 좋지 못한 징조를 나타내는 별이옵니다. 그 별자리가 백제왕의 별자리를 치며 사라졌나이다.
모두들 ..................?
왕건 그래서....?
최지몽 백제국에 변란이 난 것이 분명하옵니다.
왕건 변란이라고...? 변란.....?
씬 백제 황도 거리
신검의 반란군이 몰려가고 있다. 신검, 신덕, 능애, 파달들이 군대를 이끌고 가고 있다.
신덕 황궁은 상애 장군이 오래 전부터 수비를 맡아왔사옵니다. 비록 금강 태자의 잔존세력들이 있을 것이나 대단하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신검 그래도 안심은 금물이외다. 금강이의 주변은 예로부터 용맹한 자들이 많아요.
파달 하하하... 태자마마, 아무리 그래도 태자마마께서 가고 계시옵니다. 무얼 그리 염려하시옵니까?
능애 그러하옵니다. 이미 천하의 주인이 바뀐 것을 알 사람은 알기 시작했을 것이옵니다.
신검 어서 가십시다.
그들 그렇게 지나쳐 간다.
씬 황궁 외경
씬 동 황궁 안
중문 근처에서 상애와 경계병들이 지나쳐간다.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대전 앞에는 금강의 수하들이 기다리고 있다. 웃음소리들이 들려온다.
씬 동 대전
견훤과 금강이 마주해 있다. 견훤이 웃고 있다. 그 옆에 고비도 보인다.
견훤 이제 세상은 너의 것이다. 지금쯤 신검이도 떠났을 것이다. 인사 없이 그냥 가겠다 하였으니 갔을 게야.
고비 해가 지기 전에 도성을 떠나라 하시지 않았사옵니까? 어찌 영을 거역하겠사옵니까?
견훤 자, 뭐 신검이 이야기는 그만하고... 너 금강이 말이다. 이제 날이 밝으면 내 영대로 죽일 자는 죽이고 새로 등용할 자는 등용을 하고 해서 네가 황제가 될 것이다.
금강 예, 아바마마.
견훤 다른 것은 중요치가 않다. 문제는 이 황실의 안위를 어떻게 운영하는가 하는 것이다. 내 일찍이 말하였다. 네 형들을 잘 살펴주어야 한다고....
금강 예, 아바마마.
고비 하오나 폐하...
견훤 왜 그러시오, 승평부인...?
고비 아, 아니옵니다.
견훤 그리고 또 명심해야 할 것이 이 삼한을 통일하는 일이다. 네가 상대해야 할 사람은 저 고려의 왕 왕건아우다. 알고 있느냐?
금강 예, 아바마마.
견훤 신라는 이미 간지 오랜 나라이다. 고려냐, 백제냐 이제 그 결과만 남은 것이다. 네가 아비의 소원을 풀어다오. 꼭 풀어다오.
금강 이미 약조를 드렸사옵니다. 반드시 삼한을 통일하고 대 백제국의 위용을 천하에 드러내 보이겠나이다.
견훤 그래, 그래야지.. 제발 그래야지. 왕건아우는 참을성이 강하고 겸손하고 그 부하들을 인덕으로 다스리는데 성공한 군주이다. 나 같은 불덩어리하고는 달라. 나는 급한 내 성격을 늘 안타까워했지만 결국은 고치지 못했다. 너는 아비의 전철을 밟지 말거라.
금강 예, 아바마마. 하오나 아바마마는 저 고려왕 보다도 먼저 제국을 창업하시었고 오늘의 대제국을 이루셨사옵니다. 어찌 적국의 왕을 더 칭찬하시옵니까?
견훤 사실을 말하여 주는 것이다. 너도 내 자신을 돌아보라는 뜻이고 늘 연마하라는 뜻이다. 명심하거라.
금강 예, 아바마마.
견훤 너는 해낼 것이야. 이 삼한 통일은 물론이고 우리의 선조들이 건너가서 세운 저 일본이라는 나라도 다 통일해 버리거라. 본래가 우리의 뿌리이니 일본도 결국 우리 것이 아니겠느냐..? 네가 가서 다 되찾아 오거라.
금강 예, 아바마마.
견훤 허허허...그래, 그래.... 잘해 보거라. 이 아비가 그 말 한번 더해주고 싶어 부른 것이다. 그만 가보거라. 나는 너의 어머니와 차나 한잔 마시련다. 뜨끈한 차나 한잔 마셔야겠다. 술은 먹지말라 하니 어찌하겠느냐? 허허허...
금강 그리하시오소서. 전의의 말을 들으셔야하옵니다. 그래야 소자가 좀 더 효도를 해 드릴 수 있지 않겠사옵니까?
견훤 오냐, 오냐... 허허허.... 너는 어느 형제보다도 효심이 좋았느니라. 안다. 다 안다...
고비 이렇게 태자를 칭찬하고 계십니다. 그럴수록 더욱 아버님 생각을 잘해 드려야 합니다, 태자. 황제가 되셔도 말입니다.
금강 명심하겠사옵니다.
견훤 그래.. 그래... 그만 어서 나가 보거라. 할 일이 많을 터인데..
금강 예, 아바마마... 하오면...
금강이 물러간다. 고비가 견훤을 보며 아양을 떤다.
고비 폐하, 참으로 고맙사옵니다. 역사에 남는 현명한 결정을 주셨사옵니다, 폐하.
견훤 허허허... 고심이 많은 선택이었소이다. 잘 되어야 할 터인데..
씬 동 대전
금강이 걸어나오고 있다. 모두들 군례를 한다. 상애도 군례를 한다. 금강이 가며 큰 소리로 웃는다. 계속 웃는다.
금강 좋은 날이다. 참으로 좋은 날이다. 이보시오, 상애 장군..?
상애 예, 태자마마.
금강 좋은 세상이 오고 있소이다. 이 추운 밤에 군사들을 고생시킬 것이 아니라 뜨거운 술한잔씩 들 주도록 하시오.
상애 예, 태자마마.
금강 부장들은 가자. 우리는 좀 더 가서 마셔야 겠다. 좋은 밤이다. 참으로 좋은 밤이다.
상애 .....................
씬 궁궐 그 다른길
금강이 부장들과 함께 오고 있다. 가면서 연신 호기를 부린다.
금강 낮술을 마시다 말아서 아쉽구나 계속 마셔보자꾸나.
부장 예, 태자마마.
그때, 한쪽에서 부장 1이 군졸 하나와 함께 다급하게 달려온다. 술자리에서 보냈던 그 부장이다.
부장1 (급하다) 태자마마... 태자마마... 급보이옵니다.
금강 급보........? 무엇이 그리 급하다는 것인가?
부장1 바.. 반란이옵니다. 지방의 군대가 황도로 올라왔다 하옵니다. 병부와의 모든 연락은 다 끊겼사옵니다.
금강 무엇이라.......? 매부는 어찌하고 있단 말인가? 병부에 보낸 전령은 어찌되었는가?
부장1 가다가 되돌아왔사옵니다. 박영규 장군은 이미 구금되었고 더불어 애술, 김총 장군들도 포박되었다 하옵니다.
금강 ....................?
부장1 이미 황도는 반군들에게 장악되었고 도성의 사대문이 봉쇄되었다 하옵니다.
금강 무엇이라...? 반군의 수괴는 누구라 하더냐..?
부장1 신검 태자마마라 하옵니다.
금강 신검 형님이....?
부장1 그리고 광주와 무주에서 양검, 용검 태자마마께오서 일만이 넘는 대군을 끌고 올라왔다 하옵니다.
금강 무엇이라...? 형님들이 말인가..? 형님들이...?
그때, 와 하는 함성들이 들려온다.
부장1 반군들이옵니다, 태자마마. 궁안에 군사를 모으고 궐문을 닫아걸어야 하옵니다.
금강 그렇구나. 궐 안의 수비장수는 상애 장군이다. 상애 장군을 불러라. 어서 궁문을 닫아걸라 하라. 아니다, 함께 가보자꾸나. 모두 궁문 쪽으로 가자... 먼저 궁문을 닫아라...
씬 그 궐안 어느 곳
함성소리가 이곳에서도 들려온다. 상애가 궁궐 문 쪽을 보며 끄덕인다. 그리고 명한다.
상애 궐 밖에 혁명군이 오고 있다. 모두 혁명군을 맞을 준비를 하라. 저 대전의 출입을 봉쇄하고 대 역적 금강 태자를 포박하도록 하라. 모두 금강 태자의 별궁으로 가라. 가서 포박하라.... 그리고 너희 부장들은 가서 궐문을 활짝 열어라. 신검 태자마마께서 오신 것이다. 궐문을 활짝 열어라.
부장들이 군사들과 함께 대답하며 달려나간다. 상애의 눈이 빛나고 있다.
씬 궁궐 정문
대문이 소리나며 닫히고 있다. 그 사이로 신검이 이끄는 군대가 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금강이 어쩔 줄을 모른다.
부장1 어서 닫아걸어라... 저들은 반군이다. 태자마마의 명이시다. 어서 걸어라...
그때, 상애의 군대가 다가온다.
상애부장 그냥 두지 못할까..? 혁명군이 오고 있는 것이다. 신검 태자마마이시다. 문을 열어라...
금강 아니... 저자가... 여봐라, 상애 장군...?
상애 하하하... 그대는 역적이다. 나는 신덕 장군의 수하이니라. 혁명군이니라. 저 역적을 포박하라.
금강 이런, 배신자 같으니....
접전이 벌어진다. 금강에게 이르기 전에 금강의 군사들이 막아선다. 혼전이다. 그 와중에서도 상애는 계속 소리친다.
상애 신검 태자마마께서 오셨다.... 혁명군이다... 문을 열어드려라.. 문을 열어라.........
금강군이 점점 열세에 몰린다. 부장 1이 소리친다.
부장1 아니 되겠사옵니다, 태자마마. 중과부적이옵니다. 피하시오소서, 피하시오소서, 태자마마...
금강 반군이 오고 있는데 어디로 피한다는 말이냐? 역적들이다. 막아야 한다.
그때, 다시 닫혔던 궁문이 활짝 열린다. 그리고 그곳에 신검과 신덕, 파달들의 모습이 보인다. 부장1이 거듭 소리친다.
부장1 피하시오소서, 피하시오소서, 태자마마...
그런 금강의 모습과 군사들을 사이로 하여 그 건너에 섰던 신검의 시선이 마주친다. 그런 금강의 당황한 표정에서 다시 신검의 차가운 표정으로 이어지면서 스톱모션이 걸린다
<189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