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 왕건 <제 195회>
씬 견훤의 처소 외경 마당 (밤)
군사들의 경계가 지나쳐가고 있다.
견훤 (소리) 대사.......?
씬 동 처소 안
지난 회와 장면이 연결된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 있다. 고비도 떨며 보고 있다.
견훤 나를 보고... 내가 세운 백제국을 거두라는 것이오...? 대사, 어찌 그런 말을 하실 수가 있소...?
경보 존속할 수 없는 나라라면 거두어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견훤 대사는 도선대사의 제자요. 비록 내가 왕사로 청하기는 하였으나 도선대사의 제자라면 왕건 아우와 같은 당여가 아니겠소이까? 그래서 온 것이 아니오...?
경보 하하하... 도선대사께서 출생하신 곳은 백제땅 영암이시옵니다. 또한 소승은 신라의 서라벌 태생이옵고 종실의 성인 김씨 성을 가지고 태어난 왕손이었사옵니다. 고려의 당여는 아니옵니다.
견훤 하지만... 대사... 내가 어찌 왕건 아우에게 가라는 것이오...? 나라를 거둔다는 것은 결국 내가 왕건 아우에게 가지 않고는 아니 되는 일이 아니겠소이까?
경보 그러하옵니다.
견훤 대사...?
경보 소승은 불제자이옵니다. 불제자가 바라는 것은 누구나 한결같사옵니다. 불쌍한 백성들을 구하는 일이옵니다. 저들을 굶주림과 추위와 병마와 전쟁의 고통에서 구해내는 일 말이옵니다. 이제 이 삼한은 그만 전쟁을 끝내야 하옵니다. 빨리 이 모든 고통을 마무리지어야 하옵니다. 그러자면 폐하의 결단이 필요한 때이옵니다. 소승은 그 말씀을 드리러 왔사옵니다.
견훤 ..............
경보 갑자기 많은 말씀을 드려서 성심이 혼란스러우실 것이옵니다. 빈도는 그만 돌아가 쉬겠사옵니다. 편히 주무시오소서.
경보가 깊숙이 합장을 올리고 일어선다. 견훤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다. 고비에게도 인사를 한다.
경보 편히 주무시오소서.
고비 예, 대사님...
씬 동 처소 밖
경보가 나오며 긴 한숨을 쉰다. 그리고 하늘을 본다. 끄덕인다. 그때, 주지와 시자가 함께 오며 합장을 한다.
주지 밤이 꽤 깊었사옵니다, 큰스님. 지금까지 폐하와 함께 계셨사옵니까?
경보 그렇네. 어쩐 일인가..?
주지 밤도 깊었고 하여 저녁 문안을 드리러 왔사옵니다.
경보 저녁 문안은 무슨... 허허허...
주지가 가까이 와 주변을 살피고는 말한다.
주지 고려에서 폐하의 아버님이신 아자개 노인의 서신이 왔사옵니다.
경보 (전혀 놀라지 않고) 허허, 저런... 아직도 살아계시는가? 질긴 인연이로다. 허면 전해드리게나.
주지 예, 큰스님.
주지가 눈치를 보며 안으로 들어가고 경보는 하늘을 본다.
경보 허, 참 오늘따라 별빛도 밝다...
씬 동 처소 안
견훤이 놀란 눈으로 떨며 서찰을 본다. 주지와 고비와 상궁들이 보고 있다.
견훤 이것이... 아버님께서.. 보내오신 것이란 말이오?
주지 예, 폐하. 파달 장군이 볼까 두려워 몰래 숨겨왔사옵니다. 허면
주지가 그렇게 예를 올리고 나간다. 견훤은 떨며 그것을 펼친다.
견훤 오호, 아버님이...? 아직까지 살아 계셨다...? 아직까지...? (본다)
아자개 (소리) 아들아... 황제가 되어 그 동안 백제를 잘 다스려 왔음을 안다. 허나 너는 나의 아들이다. 내가 너를 미워했던 것은 네가 황제가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너의 핏줄을 부정하고 갔기 때문이었다. 이 늙은이는 어느덧 백살이 다 되어간다. 그 동안 너의 속을 무던히도 썩였다. 허나 견훤아... 너의 소식을 들으니 참으로 가슴 아프게 되었구나. 내가 너를 떠났는데 너의 아들이 또한 너를 버렸다 한다. 이 얼마나 비통한 일이냐? 어차피 너는 자식도 잃었고 나라도 잃었다. 고려의 황제는 덕이 있는 사람이다. 너의 일신을 부탁하여보마. 깊이 생각하기를 바란다.
견훤은 읽기를 마치고 서찰을 와락 움켜진다. 그리고 고개를 떨군다.
견훤 (땅이 꺼져라 한숨) 고려의 왕건 아우에게... 나의 일신을 부탁하신다...? 이게 무슨 말씀이신고...? 이게 무슨 말씀이신고...? 왕건, 왕건, 왕건..... 길은 그것뿐이란 말인가? 길은 그 길밖에 없다는 말인가? (생각하다가 고개를 젓는다) 신검이 이놈... 보아라 이놈아... 아무도 너를 삼한의 주인이 될 것이라 말하지 않는다. 아느냐, 이놈아...? 이 못난 놈아...
견훤이 마치 울음처럼 비통하게 중얼거린다. 그 표정에서...
씬 고려......추가?
씬 백제 황도 외경 (낮)
씬 동 편전
문무장수들이 가득히 모여있다. 조회를 여는 중이다.
신검 모두들 들으시오.
모두들 예, 태자마마.
신검 지난 혁명 이후, 우리는 조정을 새롭게 하고 군사력을 키우고 모든 우환에 대비를 해왔소이다. 고려는 다행히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조짐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저러지는 않을 것이오.
신덕 그러하옵니다. 한동안 싸움이 없이 조용한 것은 그만큼 다가올 폭풍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옵니다. 다음에 우리가 만날 곳은 그 전선이 이미 정해져 있사옵니다.
애술 그렇사옵니다, 태자마마. 소장들이 전선을 면밀히 점검해 보았사온데 일리천이 지리적 여건으로 보아 양군이 부딪힐 가장 유력한 곳이라 하옵니다. 그 전투를 감당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옵니다.
상귀 이미 보이지 않는 가운데 우리 군부는 능애 대장군님을 모시고 신덕 장군님을 그 총사로 하여 대대적인 군세를 확장해 왔사옵니다. 두려울 것 없사옵니다.
신검 이미 전선도 어딘가 알게 되었고 군사도 마련되었소이다. 이 사람이 생각해도 우리와 고려가 맞붙을 일리천 전투는 그야말로 지금까지 싸운 싸움 중 가장 큰 전투가 될 것이외다.
김총 그러하옵니다. 양쪽의 군대를 합쳐 이십 만이라 하옵니다. 어마어마한 대 군단이옵니다. 그 싸움으로 모든 것이 결판이 날 것이옵니다.
능애 태자마마, 신덕 장군과 더불어 군대를 맡은 이후 우리 군은 수군과 보군, 마군 모두 일당 천의 강병으로 거듭나고 있사옵니다. 고려를 염려하실 필요가 없사옵니다. 우리가 계속해 노력할 것은 나라 안의 단결과 질서이옵니다.
능환 나라는 단결되었고 질서도 잡혔소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이 백제국에 황제가 아니 계신다는 것이올시다.
모두들 ...............
능환 환후가 중하셔서 요양을 가 계시는 폐하시옵니다. 태자마마께서 대리청정을 하신 지 벌써 여러 날이 되었사옵니다. 그 동안 수없이 신료들이 청하였음에도 태자마마께서는 망설이고 계시옵니다. 고려와 싸우려면 강력한 황제께서 군을 이끄셔야 하옵니다. 다시 한번 청하옵니다. 대위에 오르시오소서, 태자마마. 더는 아니 되옵니다.
영순 이찬의 말씀이 당연하옵니다. 신들의 뜻을 가납하시오소서.
능애 ........ (한숨만) 왜들 이러십니까? 태자마마께서 그만큼 말씀하시지 않았소이까?
양검 아닙니다. 옥좌를 오래 비워두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신료들은 다 함께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외다. 아직까지도 태자마마를 옥좌에 올리시지 못하는 책임 말이외다.
상애 태자마마, 이 일로 더 이상 조정에 분란이 일어나서는 아니될 것이옵니다. 모두의 뜻이 이러하니 대위에 오르시오소서.
능환 대위에 오르시오소서.
모두들 대위에 오르시오소서...
신검 어허.. 왜들 이러시오, 왜들....
모두들 (계속) 대위에 오르시오소서.
신검은 어쩔 줄을 모른다. 낭패 같은 그의 표정에서...
씬 다시 금산사 견훤의 거소 불당
파달이 부장들과 경계를 확인하며 지나쳐 간다. 그리고 불당 쪽을 본다.
씬 그 불당
예불은 없다. 경보가 조용히 참선에 들어있다. 눈을 감고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을 시자가 보고 있다. 그 마당 저쪽으로 전의가 견훤의 처소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씬 견훤의 처소 안
견훤이 생각에 잠겨 있다. 고민이 많다. 긴 한숨을 내쉬며 거듭 머리를 젓는다.
견훤 왕건 아우라고...? 왕건 아우...?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을 일이지 어찌 그리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다가 등이 쑤신다. 고통을 참으며 손이 가다가 괴로운 표정을 짓는다. 밖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 폐하... 전의가 왔사옵니다. 환후를 살펴드리겠다 하옵니다.
고비 들라 해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견훤 (한참 노려보다가) 돌아가라 하라.
고비 폐하...
견훤 어차피 오래 못 갈 목숨이오. 더는 진료를 아니 볼 생각이오.
고비 그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견훤 의원에게 매달려 더는 목숨을 구걸하기 싫소이다. 이미 나는 죽은 목숨이오, 부인. (큰 소리로) 진료를 아니 볼 것이다. 가라하라.
소리 예, 폐하.
고비 어찌하려고 이러시옵니까? 사셔야 하옵니다. 여기서 모든 것을 포기하시려 하옵니까? 아니 되옵니다. 사셔야 하옵니다. 그리 하셔서 저 못된 신검이도 혼을 내시고 불쌍하게 죽은 금강이의 넋도 위로해 주셔야 하옵니다.
견훤 위로라...? 어떻게...? 내가 어떻게 위로할 수 있다는 말이오? 내가 어떻게...
고비 고려로 가시면 될 것이 아니옵니까?
견훤 고려.....?
견훤이 놀라 보면 고비는 매몰차게 다시 보다가 말한다.
고비 폐하께서 세우신 제국을 도둑 맞았사옵니다. 아끼던 자식들도 중신들도 죽었사옵니다. 어차피 신검이는 삼한을 통일하지 못할 것이라고 폐하께서 말씀하셨사옵니다.
견훤 그래서... 왕건 아우에게 간다...?
고비 어차피 무너질 제국이라면 폐하께서 거두시는 것이 마땅하옵니다. 왕사는 말씀하셨사옵니다. 신첩도 그 말씀이 타당하다고 보옵니다.
견훤 타당해...?
고비 생각해 보시오소서. 이 절간 외로운 구석에서 얼마나 더 버티실 수 있겠사옵니까? 머지않아 죽게될 것이옵니다. 우리 모두 말이옵니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고려로 가시는 것이 낫사옵니다. 어차피 폐하께오서는 다 잃으셨사옵니다.
견훤 하지만 부인....
고비 들어보시오소서. 그토록 폐하께서 염원하시던 통일대업의 모든 주도권은 고려로 갔사옵니다. 그것은 인정하지 않으실 수 없사옵니다. 폐하께서 고려를 도우신다면 통일은 더 빨라질 수도 있사옵니다. 그리고..... 그리고... (독하게) 나라를 도둑질하고 혈육을 죽인 저 짐승 같은 자들을 벌할 수 있사옵니다.
견훤 ................ (신음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고비 이대로 돌아가실 수는 없사옵니다. 이렇게 끝낼 수는 없사옵니다. 부정한 무리들을 혼내고 대업의 끝을 보시오소서. 어차피 고려의 왕은 예전에 폐하를 형님으로 뫼시고 상부라 하였사옵니다. 그래서 폐하께서는 늘 왕건 아우라 하시지 않사옵니까? 왕건 아우 말이옵니다, 폐하.
견훤 .................왕건아우... 왕건아우....? (괴로운 그 갈등에서)
씬 고려 예성강
수군들이 환호하고 있다. 각 장수들의 면면이 보여온다. 왕건이 김행선, 추언규, 왕규, 최지몽, 그리고 병부의 수장인 배현경과 내군장군 복지겸이 함께 지나쳐가고 있다. 유금필, 박술희, 홍유, 염상, 윤신달, 왕충, 박수문, 수경 형제들이 보인다. 이들은 모두 전함에 올라 지나치는 왕건을 환호하고 있다. 왕건이 손을 흔들어주며 그렇게 간다.
배현경 보시오소서, 폐하. 한동안 백제에 의해 엄청난 타격을 입었던 수군이옵니다. 그러나 지금은 보시는 바와 같이 옛 전력을 그대로 다시 확보하였사옵니다.
왕건 그런 것 같구려.
김행선 그러하옵니다, 폐하. 아무리 둘러보아도 우리 고려 수군의 옛 위업이 그래도 살아있사옵니다.
왕건 우리 고려가 결정적으로 삼한에 이름을 확실히 했던 것은 그 옛날 나주에서 해전을 승리로 이끌었기 때문이오. 이제 수군이 그 취약점을 보완했다면 문제는 역시 보군이 될 것이오.
배현경 그러하옵니다.
복지겸 어차피 우리 고려와 백제는 육지에서 그 결말을 보게 될 것이옵니다. 수군은 군수물자를 조달하거나 배후 지원을 맡게 될 것이고 역시 전투 수행은 보군이 맡을 것이옵니다.
왕건 그렇게 되겠지요. 이보시오, 병부령? 보군은 어떻소이까?
배현경 보군은 기마부대, 장창부대, 궁수부대, 그리고 공정부대 등으로 나뉘어져 있사옵니다. 지금은 성을 공격하는 공정부대보다도 야전을 목적으로 하는 기마와 장창, 궁수부대 위주로 훈련을 하고 있사옵니다. 보시겠사옵니까?
왕건 가십시다.
그들 그렇게 간다. 만세, 황제폐하
만세를 외치는 장수들과 군사들의 모습이 보여온다. 왕건은 그들에게 손짓을 하며 지나쳐 간다. 디졸브되면...
씬 야전 들판 사열대
왕건이 장수들과 함께 훈련상황을 보고 있다. (옛 필름 참조) 기마대가 달리고 공정대가 달리고 또 궁수부대들이 달리고 끄덕이며 만족하게 보는 왕건의 표정에서...
왕건 우리가 비록 지금 견훤왕을 고려로 오게 하려는 공작을 하고 있지만 어차피 전투는 피할 수 없는 것이야. 그렇다면 그날을 위해서 준비를 해야 하고 말고...
유금필 예, 폐하. 모든 것이 통일의 그날을 위한 것으로 목표가 맞추어져 있사옵니다. 한편은 군사력으로 또 한편으로는 외교와 지략으로써 백제를 꺾어야 하옵니다.
왕건 암... 그래야지. 어느 한쪽도 빈틈이 있어서는 아니 되네.
추언규 백제와의 일전은 이제 불가피하게 되었사옵니다. 허면 그 이전에 백성과 군사들의 사기를 위해서라도 귀부를 해오겠다는 저 신라를 어떻게든 처리를 해야할 것이옵니다.
홍유 그러하옵니다. 백제도 중요하지만 신라도 어찌할 것인가 분명하게 그리고 빠르게 대책을 정하셔야 할 것이옵니다.
왕건 신라는 이미 이름뿐인 나라올시다. 무엇을 그리 걱정한다는 말이오? 오히려 서두르다가 인심을 잃을 수도 있소이다. 역시 문제는 백제예요. (훈련보며) 대단해요, 대단해... 배장군이 병부를 맡고 부터 군사들의 사기가 참으로 대단하오이다. 허허허...
배현경 망극하옵니다, 폐하. 모두가 폐하의 군사들이옵니다. 언제든 영만 내리시오소서.
왕건이 끄덕인다. 그 표정에서...
씬 고려 황궁 외경
씬 동 황후전 외경
상궁나인들이 긴장해서 밖에 서 있다.
오씨 (소리) 다들 모이셨는가...?
씬 동 황후전 안
황후 오씨가 이십 여 명의 부인들을 모아놓고 훈시하고 있다.
오씨 지금 폐하께오서는 군대를 사열하러
나가 계시네. 오늘 내가 이렇게 여러 부인들을 부른 것은 황실의 규율을 어찌 지켜갈 것인가 하는 것일세. 모두들 ..................
오씨 내가 오늘 해주고 싶은 말은 황실이 조용하지 못하면 나라가 어지럽게 되고 근심스럽게 된다는 것을 일러주려고 함이야. 지금 백제국이 황실에 내분이 와서 통째로 흔들린다고 하네. 그것은 내명부에 적을 둔 여인네들이 제 몫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인 것이야. 아니 그런가..? 자네는 어찌 생각하는가?
유씨 황후마마의 말씀이 참으로 지당하시옵니다.
오씨 우리 폐하께오서는 여기 이 황후를 비롯하여 그 부인들이 무려 스물 아홉에 이르시네. 여기 모인 부인들이 모두 폐하를 뫼시는 사람들이야. 또한 왕자와 공주들이 헤일 수 없이 많아. 자칫 잘못하다가는 작은 불씨하나가 모든 것을 태울 수도 있어. 그래서 모이라 한 것이야. 부인들을 모두 들으라.
부인들 예, 황후마마.
오씨 무릇 형제간에 분란이 많고 여인들간에 암투가 일어나는 것은 다 너무 편하기 때문이야. 폐하께오서 나라를 위해 불철주야 고심하시듯 우리 여인네들도 보다 많이 덕을 쌓고 공부를 해야 할 것이야, 공부 말이야... 알겠는가?
모두들 예, 마마...
오씨 왕자들과 공주들은 선생을 두어 정해진 학습을 받도록 하라. 게을리 하는 자는 점고하여 내명부의 어른인 내가 모두 경을 칠 것이야.
모두들 ...............
오씨 또 있어. 머지 않아 우리 고려가 삼한을 통일한다고 하네. 그때가서 신라나 백제의 황실 사람들에게 무지한 꼴을 보일까 두려워, 부인들은 모두 교양과 예를 다시 공부할 것이야. 또한 부지런히 일하고 근면 검소를 실천하는 여인상을 면면히 배게 할 것이야. 잠사청을 짓고 누에를 칠 것이야. 부인들은 모두 뽕잎을 따고 누에를 기르고 일하는 황실 여인상을 보이도록 하라. 알겠는가...? 이 황실에도 뭔가 새로운 바람이 불어야 한다는 것이야.
모두들 예, 황후마마.
오씨 곧 통일이 오네. 삼한이 통일되는 것이야. 백제가 무너지고 우리 고려의 세상이 온다는 것이야. 우리 여인네들도 그날을 준비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그 말이야.
모두들 예, 황후마마.
끄덕이는 오씨의 표정에서...
씬 백제 황도 외경
씬 동 대전 복도
내관들이 긴장하여 서 있다.
씬 동 대전
신검이 서성거리며 고민이 많다. 갈등이 심하다.
신검 간다.... 자꾸만 시간만 간다... 안타까운 시간만 가고 있어... 그래.. 신료들의 말이 맞을 지도 모른다. 아버님께서 마음을 돌리시는 것은 바위가 모래알이 되는 시간만큼이나 긴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한숨) 그렇다고 어쩌란 말이냐? 이대로 황제에 올라서 과연 내가 얼마나 버틸 수가 있을까...? 얼마나....? 허나 또 언제까지 이대로 있을 것인가...? 언제까지...?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고...
씬 황후전
황후 박씨와 두 형제가 함께 해 있다.
양검 이대로 오래 가다가는 아무래도 조정이 편안하지 못할 것 같사옵니다.
용검 신료들은 형님께서 망설이시는 것에 대하여 우려하고 있사옵니다. 특히 이찬이 제일 불만이 큰 것 같사옵니다.
박씨 이찬 그 사람은 이 백제국을 세우기 이전부터 폐하를 따른 사람이다. 제국을 세우기 전에도 많은 도움을 폐하께서는 받으셨지. 헌데 그 사람이 폐하를 외면하고 누구보다도 앞을 서서 이번 혁명을 주도했다... 무얼 뜻하는지 아느냐?
양검 무슨 말씀이시온지...
박씨 그 사람은 이 백제국의 신하가 아니라 스스로 주인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니라.
두 형제 어마마마.....?
박씨 틀림없을 것이다. 신검 태자도 그걸 알고 있을 게야. 먼 훗날 통일이 끝나면 그 사람부터 제거를 해야 이 황실이 오래 갈 것이다. 그 사람은 황제가 생각해야 할 일을 항상 그 스스로 먼저 생각해온 사람이다. 그가 제국을 운영해 온다고 생각해온 사람이야. 폐하께서 계실 때부터 그랬지...
씬 능환의 처소
능환과 영순, 신덕이 함께 해 있다. 그들도 고민이 많다.
능환 그것 참... 처음에는 그렇지 않더니 거 능애 대장군이 갈수록 이상해지고 있소이다. 처음부터 아니 되는 일을 우기고 있어요.
신덕 그 분의 생각대로 된다면야 좋은 일인 것만은 분명하옵니다. 폐하께서 절차에 의해 선위하시는 것이 되지 않사옵니까?
영순 하지만 내가 보기에도 가망이 없는 일이옵니다. 지금 경보 대사가 그곳에 가 있다지만 별로 큰 희망이 없는 일이옵니다.
능환 이 일을 계속해 끌다가는 결국 낭패를 보기 쉬워요. 태자마마께서 계속 저리하신다면 달리 계책을 세울 수밖에...
신덕 계책이... 있사옵니까, 이찬어른...?
능환 폐하께서 돌아가시면 다 끝나는 일이 아니겠소이까?
모두들 (충격) ........... 이찬 어른...?
능환 어차피 노망이 들어 쫓겨난 황제올시다. 계속해 나라의 우환거리가 된다면 그 우환을 제거해야지요.
신덕 하지만 어떻게 그런...
능환 그 옛날 진 나라의 시황제도 자신의 출생을 알고는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 제 아비를 죽였소이다. 나라를 위한 일이었지요.
영순 하지만 너무 무서운 말씀이시옵니다.
능환 나라를 잃는 것이 무섭소이까, 망령든 늙은이 하나 죽는 것이 무섭소이까? (사이) 뭐, 당장 어찌하자는 것은 아니올시다. 방법이 달리 없다는 것이에요.
모두들 .............
씬 금산사의 밤
무심한 범종소리는 계속해 사이를 두고 들려온다. 승려 하나가 종루에서 계속 범종을 때리고 있는 것이 실루엣으로 보여온다.
씬 동 견훤의 처소 마당
파달이 부장들과 함께 계속 지나쳐 간다.
씬 동 처소 안
이곳에서도 범종소리는 들려오고 있다. 견훤과 경보가 마주해 있다. 이미 모든 결심이 굳었다. 서로는 그 눈빛을 읽고 있다.
경보 지금 뭐라고 하셨사옵니까? 고려로 가시겠다고 하셨사옵니까?
견훤 그렇소이다.
경보 후회하지 않으시겠사옵니까?
견훤 그렇지 않을 것이외다.
경보 나무관세음보살.... 지금 하신 말씀이 천하의 판도를 새로이 하시는 일이옵니다. 아시옵니까...?
견훤 알고 있소이다.
경보 나무관세음보살....
견훤 가겠소이다. 많이 생각했소이다. 대사의 말처럼 내가 뿌린 것은 내가 거두어야겠소이다. 이 백제국의 결말도 그리고 삼한 통일의 대업도 보고 싶소이다. 이 눈으로 보고 죽고 싶소이다.
경보 (한참 눈을 감고 있다가) 모든 것을 잃으시는 일이기도 하옵니다. 아시옵니까?
견훤 알고 있소이다.
고비 대사님... 이미 폐하께오서 며칠 밤낮을 생각하시고 결심하신 일이옵니다.
견훤 대사... 이미 내가 세운 제국은 나의 마음속에서는 다 무너지고 흩어졌소이다. 더불어 그 많은 나의 욕심들도 다 갔소이다. 허나 다 무너지고 다 버렸다 하더라도 뿌린 것은 거두어야 하겠소이다. 대사도 그러라 하지 않았소이까?
경보가 끄덕인다. 모두들 한동안 말이 없다. 무서운 침묵이 한동안 감돈다.
경보 허면 고려에 선을 넣으오리까?
견훤 그리해 주시구려. 왕건 아우에게 전해 주시구려. 가겠소이다. 고려로 가겠소이다.
경보 그리하겠사옵니다. 이 결심으로 하여 폐하께오서는 삼한의 백성을 구하시는 것이옵니다. 자, 허면... 고려로 가시자면 적지 않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로 하옵니다. 혹시... 그 도움을 청할 만한 곳이 있사옵니까?
견훤 도움.....?
경보 예, 폐하.
견훤은 생각이 많다. 그리고 끄덕인다.
견훤 생각나는 곳이 한 곳 있소이다. 해봅시다... 해보십시다.
경보 ................?
견훤 있어요....
씬 견훤의 거소 밖 문 (이른 아침)
문이 소리나며 열리고 경보와 시자가 밖으로 나온다. 파달과 부장들이 막는다.
파달 어디를 이렇게 일찍들 가십니까? 보아하니 먼길을 가실 모양인데... 아주 떠나시는 것입니까?
시자 예, 천도제를 마쳤으니 옥룡사로 가는 길입니다.
경보 .......... (미소만)
파달 돌아가신다구요...?
그때, 헐떡거리며 주지와 승려 몇이 함께 달려온다. 합장하고...
주지 큰스님, 갑자기 떠나신다 하시옵니까?
경보 갑자기가 아닐세. 오래 머물지 않았는가? 내가 주석하는 절집도 더는 비워둘 수 없고... 천도제도 끝이 났고 해서 가는 길일세.
주지 좀 더 머물고 가시오소서.
경보 됐네. 자, 파달 장군이라고 하셨던가..? 한동안 인연이 깊었소이다. 허허허... 고생이 많으시겠소이다.
파달 허허, 별 인사를 다 듣습니다, 고맙습니다. 조심히들 가십시오.
경보 허허, 이보게 주지스님...?
주지 예, 큰스님
경보 폐하를 잘 시봉해 드리게나. 곧 절에 큰 행사가 있다지..?
주지 예. 저 아래 미륵당을 새로 지었사옵니다. 곧 낙성을 볼 것이옵니다.
경보 그렇구먼. 허면 곧 잔칫날을 보게 되겠구먼. 보아하니 여기 군사들이 고생이 아주 많은 것 같네. 잔칫날은 본래 떡과 술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때라도 배불리들 한번 먹여 주게나.
주지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생각하고 있사옵니다.
경보 가보겠네...
주지 조심히 가시오소서.
경보가 끄덕이며 간다. 사라지는 그들의 모습 그 한쪽에서...
파달 이제 한시름 놓았다. 사실 저 큰스님인가, 누군가 오고부터 혹시나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여 노심초사했다.
부장 그렇사옵니다, 장군.
파달 하긴 뭐, 황도에서도 너무 간섭하거나 막지 말라고 하긴 하였다마는... 이제부터는 군사들을 좀 쉬어가면서 번을 서게 하라. 별다른 일도 있을 것 같지 않다.
부장 예, 장군.
씬 길
경보와 시자가 가고 있다. 시자가 묻는다.
시자 큰스님, 왜 갑자기 길을 떠나자 하셨사옵니까?
경보 갑자기가 아니니라. 이제부터 삼한 천지가 대 변동을 시작하는 것이니라.
시자 예...? 아니 큰스님...
경보 실은 처음부터 예정된 것이었느니라. 시자야, 너는 가다가 승평을 좀 다녀와야겠다.
시자 승평 말이옵니까? 승평에 무슨 일이 있사옵니까?
경보 그곳에 박영규 장군이 있느니라. 가서 전할 것이 있느니라. 가다가 이야기해주마. 어서 가자, 길이 멀다... 아무래도 말을 한필 빌려 타고 가야겠다.
시자 예, 큰스님...
그들 그렇게 간다.
씬 다시 견훤의 처소 안
견훤은 생각이 많다. 후들후들 떨며 결심을 굳히고 있다.
견훤 그래.. 어차피 다 끝난 일이다. 이미 나의 뜻을 전하러 대사가 떠났다. 모든 것은 끝났다. 백제도 끝이 났다. 이제 남은 것은 왕건 아우의 통일을 보는 것이다. 저 죽일 놈들의 끝을 보는 것이다. 내 손으로 죽일 것이야. 백제를 망치고 내 모든 것을 앗아간 저놈들의 끝을 볼 것이야.
씬 길
시자가 말을 타고 달려가고 있다. 그렇게 사라져 가면...
씬 백제 황궁 외경
씬 동 대전
신검이 신덕을 보고 있다.
신검 무엇이오...? 왕사 경보대사가 떠났단 말씀이오?
신덕 그렇다 하옵니다. 방금 전에 보고가 올라왔사옵니다.
신검 에잉... 쯧쯧쯧... 그래도 상당한 기대를 걸었구마는... 아버님을 설득하는데 실패를 한 모양이오. 그러니까 휭하니 가버리신 게지.
신덕 그래도 꽤 머물러 있었사옵니다. 천도제도 지내고 말이옵니다.
신검 하긴 뭐, 왕사라고 해서 쉽게 아버님 마음을 어찌해 볼 수 있겠는가? 다 세월이 갈 만큼은 가야 할 것이오. 군의 동향은 어떻소이까?
신덕 사기가 충천하옵니다. 모두가 태자마마께 충성을 맹세하고 있사옵니다. 이제부터는 서서히 고려 쪽으로 전진배치를 해야 할 것 같사옵니다.
신검 일리천 말씀이오?
신덕 그러하옵니다. 폐하의 일은 그만 잊으시오소서. 이제부터는 고려와의 일전에 총력을 기울어야 할 줄로 아옵니다. 고려도 그리하고 있는 줄로 아옵니다.
신검 신장군의 말대로 하십시다. 한 시대를 마무리짓는 일이올시다. 그 전투에는 내가 친히 나갈 것입니다.
신덕 그리하시오소서. 한치도 고려에 뒤질 것이 없사옵니다. 일리천에서 숨통을 튼다면 위로 위로 뻗어가 새로운 대 백제국의 깃발을 북방에 세우실 수 있사옵니다.
신검 그렇겠지요. 그리 하십시다. 이제 아버님의 일은 잊으십시다. 고려예요. 고려를 치도록 하십시다.
신덕 하온데 태자마마...?
신검 말씀하시오.
신덕 많은 신료들이 더 이상 머뭇거리시는 것은 아니 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들 있사옵니다. 특히나 이찬 어른이 더 그러하시옵니다.
신검 그러게 말이오.
신덕 이찬 어른이 누구시옵니까? 명실공히 태자마마를 위해 이 나라의 운영을 도맡은 분이시옵니다. 빨리 결단을 주시오소서.
신검 그러게 말이오.
그런 신검의 한숨에서...
씬 승평 박영규의 집 외경 (밤)
씬 동 집 사랑
박영규가 눈을 크게 뜨며 시자를 보고 있다. 국대부인이 함께 해 있다.
박영규 금산사에서 오시는 길이라는 말입니까?
시자 그렇사옵니다, 장군. 경보대사님께서 전하라 하시는 서찰을 뫼셔왔사옵니다. 여기...
박영규 (받아 읽다가 꿈틀한다) 아니 이것은 폐하의 친필이 아니신가...?
국대부인 예...? 아버님 말씀이옵니까?
박영규 그렇구려. 틀림없이 폐하의 친필이십니다. (읽는다) 아니, 이런... 금산사를 나오시겠다...? (더 읽다가) 고려, 고려로 가신다...?
국대부인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아버님께서 고려로 가시다니요..?
박영규 (답답하다) 그곳을 탈출하겠다 하십니다.
국대부인 .............? 그것이 가능하겠사옵니까..? 군사들이 지키고 있을 것인데...
박영규 문제는 고려로 가시겠다는 것이올시다. 고려 말이오, 부인... 자, 알겠소이다. 일단 스님은 건너가 쉬시지요.
시자 아니옵니다. 이 밤으로 떠나겠사옵니다. 큰스님께서 기다릴 것이옵니다. 허면 이만...
박영규 조심해 가시오.
시자가 나갔다. 부부는 서로를 본다. 충격이 크다.
박영규 어찌하면 좋겠소이까, 부인..? 이야말로 엄청난 일이올시다. 폐하께서 금산사를 탈출하시고 고려로 가시겠다고 하십니다. 그 모든 과정을 이 사람보고 도와달라 하십니다.
국대부인 서방님을 그래도 믿고 부탁하여 오신 일이옵니다. 도와주시오소서.
박영규 부인의 친아우들이오. 신검 태자도 그렇고 양검, 용검 태자도 그렇고..
국대부인 하지만 제게는 아버님이 더 소중하옵니다. 아우들은 아버님을 내치시고 강제로 절간에 가두어버렸사옵니다. 자식이 아비를 그리할 수는 없는 법이옵니다.
박영규 부인....?
국대부인 아우들은 또한 아버님이 그토록 믿고 계시던 서방님을 내치셨사옵니다. 용서할 수 없는 일이옵니다. 소첩도 아버님의 뜻을 이해하옵니다. 백제는 아버님이 없이는 아니 되는 나라이옵니다. 아우들이 그것을 모르고 신료들의 꾀임에 빠져서 큰 일을 저질렀사옵니다. 아버님이 백제를 떠나 고려를 원하신다면 그리해 드려야 하옵니다.
박영규 허어... 고려라..? 고려라...?
박영규는 한동안 어쩌지를 못하고 계속 한숨을 쉬며 갈등이 많다.
국대부인 망설이지 마시오소서. 어차피 서방님께서 돕지 않으셔도 아버님께서는 한번 마음에 정하신 일은 하시는 분이시옵니다. 그 때가 되면 후회하시게 되옵니다. 서방님께서 도우시오소서.
박영규 ............... (끄덕인다)
국대부인 남모르게 날렵한 사람들을 구해 보내드리는 일이옵니다. 굳이 겉으로 나서지 않으셔도 되는 일이옵니다. 그리하시오소서. 도와 드려야 하옵니다.
박영규 알겠소이다. 부인이 그리 결심하셨다니 무엇을 더 망설인다는 말이오이까? 그리 하십시다. (큰 소리로) 밖에 집사 있는가..? 집사 있는가..?
소리 예, 나으리..
박영규 들어오게.
집사가 문을 열고 들어와 예를 취하고 앉는다. 긴장한 박영규는 주변을 보다가 다시 말한다.
박영규 자네가 할 일이 있네. 먼길을 좀 다녀와야겠어.
집사 하명하시오소서. 소생이 언제 가까운 길, 먼길을 따졌사옵니까?
박영규 목숨을 건 일이네.
집사 하명하시오소서.
박영규 (끄덕인다) 김제에 무사들을 데리고 갈 일이 생겼네 그려. 김제일세. 알겠는가?
집사 예, 나으리.
박영규 그리고 수하들 중에 발빠른 자들을 한둘 내게 더 남겨 주게나. 그 자들은 또 다른 곳에 갈 일이 있어.
집사 예, 나으리.
박영규 자네들은 지금 즉시 서두르게.
집사 예, 나으리.
씬 그 밤길
달빛을 받으며 집사와 더불어 일단의 무사들이 바람처럼 달려가고 있다. 사라져 가면....
씬 금산사 견훤의 처소 외경
눈에 띄게 경계가 줄었다. 한 둘 군사가 오락가락 한다.
씬 동 파달의 처소
파달이 부장들과 술을 마시고 있다.
파달 많이들 마셔라. 그 동안 마음놓고 술 한잔 못했다.
부장 하긴 그렇사옵니다. 장군과 저희들이 너무 지나치게 폐하를 경계한 것 같사옵니다.
부장1 그렇사옵니다. 이미 등창이 깊어서 거동도 불편한 폐하시옵니다. 별 일이 있겠사옵니까?
파달 그렇기는 하다마는... 그래도 누가 알겠느냐? 철저히 지킬 것은 지켜야지. (마시며) 아무튼 왕사인지 경보대사인지 그 늙은 중이 가고 나니 마음이 좀 편하다. 거 외부사람이 들락날락하니 어디 안심이 되어야 말이지. 이제 잠들 좀 잘 수 있겠다.
부장들 예, 장군. 헤헤헤...
그들 그렇게 마시고...
씬 견훤의 처소
견훤이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고뇌와 갈등이 가득하다.
견훤 (눈물 고이며) 간다... 고려로 간다... 고려로...
고비 ..........?
견훤 (울먹이며) 내가.. 고려로 간다... 대 백제국의 황제인 견훤이가... 고려로 간다... 고려로... (절규처럼) 신검이 놈은 아는가..? 내 눈에 피눈물이 흐르고 있음을 아는가...?
고비 폐하... (함께 운다)
견훤 저놈이 내 가슴에 못을 박았어. 내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하고...
<195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