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 왕건 <제 196회>
씬 길 (새벽의 여명)
박영규 집사의 무리들이 달려가고 있다. 적어도 칠팔 명은 되어 보인다. 카메라 앞으로 다가와 스쳐져 사라지면... 그들이 사라지는 그 산등성이로 여명과 함께 날이 밝고 있다.
씬 승평 박영규의 집 외경
씬 동 집 사랑
박영규가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 그 옆에서 국대부인이 차를 따라 권한다.
국대부인 무얼 그리 긴장하고 계시옵니까? 차 드시오소서.
박영규 고맙소이다. (마신다) 일이 참으로 극과 극으로 치닫고 있지 않소이까?
국대부인 무엇이 말씀이옵니까?
박영규 아무리 그래도 폐하께서 고려로 가신다는 것은 이 사람이 생각하기에 문제가 좀 많은 것 같소이다.
국대부인 이미 나으리께서는 폐하의 명을 받으시어 사람들을 보내셨사옵니다. 저들이 준마를 타고 갔으니 이틀이면 김제에 닿을 것이옵니다.
박영규 그렇겠지요.
국대부인 이미 정하신 일이옵니다. 신하로서 그 군주의 영을 받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시옵니다.
박영규 그렇기는 하오마는... (한숨쉬며 차를 마신다) 너무 답답하오. 어쩌다가 우리 백제국이 이 지경이 되었는지 말이오.
국대부인 말씀드렸듯이 아우들의 잘못이옵니다. 폐하를 몰아내고 나라를 훔친 아우들이 아니옵니까? 누이로서 용서할 수 없사옵니다. 하물며 아버님이시겠사옵니까?
박영규 (보다가) 허허허... 부인을 보면 마치 폐하를 뵙는듯 하오이다. 그래요, 이미 사람들은 떠났고 결심은 끝난 일이올시다.
국대부인 그러하옵니다, 서방님. (보다가) 집사에게 부탁하여 또 한 무리를 남겨 놓으라 하셨사옵니다.
박영규 그렇습니다.
국대부인 그들은 어디로 보내실 요량이시옵니까?
박영규 폐하께서 김제 금산사를 탈출하시더라도 고려로 가시기는 그리 여의치가 않소이다.
국대부인 허면....?
박영규 나주입니다. 배편으로 해서 고려로 가시는 것이지요. 그 길이 제일 빠르고 정확합니다.
국대부인 나주......?
박영규 그렇소이다. 나주입니다. 나주는 고려왕의 두 번째 황후인 오씨 일가가 있는 곳이올시다. 그리고 유일하게 백제 땅 가운데 고려의 영토가 서있는 곳이기도 하구요. 그곳입니다. 폐하를 뫼시려면 그곳밖에는 달리 길이 없어요.
그때, 밖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 나으리, 영을 받고 왔사옵니다.
박영규 들어오너라.
사내 하나가 들어와 부복하고 무릎을 꿇는다. 박영규가 미리 준비해 둔 밀지를 던져둔다.
박영규 지금 곧 나주로 가거라. 하룻길이면 영산강으로 하여 나주 관내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사내 예, 나으리.
박영규 가서 나주의 태수를 만나거라. 여기 모든 것이 다 써있으니 그곳에서 알아서 할 게다. 만약에 경우 일이 잘못되어 발각되거든 이것을 없애고 네 스스로 알아서 하라.
사내 예, 나으리.
박영규 가거라.
사내가 다시 예를 취하고 밖으로 사라진다. 박영규는 주먹을 쥔다. 초조한 것이다.
씬 길
그 사내가 말을 타고 사라진다.
씬 또 다른 길
여전히 박영규의 집사와 그 무사들이 달려간다. 그렇게 지나쳐 가면....
씬 금산사 외경
씬 동 견훤의 거소 외경
그 주변을 파달이 지나친다. 견훤이 있는 처소 쪽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아주 여유롭게 주변을 본다.
파달 조용하구먼... 폐하께서 계시는 곳이 아주 조용해.
부장 그러하옵니다, 장군.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사옵니다. 아무래도 지난번에 왕사가 오셔서 올려준 그 천도제가 효험이 있었나 보옵니다.
파달 천도제라...? 뭐 그럴 수도 있겠지. 그것이 아니더라도 폐하께서는 이제 지치신 게야. 아, 한동안은 얼마나 소리소리 치시고 얼마나 난리를 부리셨느냐? 이제 지치신 게다.
부장1 장군님의 말씀이 맞사옵니다. 하긴 뭐 벌써 연세가 칠십이시라 하지 않사옵니까? 노인 중에도 상노인이시옵니다.
파달 허허허... 그 말은 맞다. 아무튼 이제 안심을 놓아도 되겠다. 이야기하였듯이 군사들을 쉬어가면서 여유 있게 번을 세우도록 하라.
부장들 예, 장군.
파달 아참... 저쪽 법당 쪽에 미륵당을 다 지었다지...? 곧 상량을 본다고 들었는데...?
부장 그렇다 하옵니다. 아주 미륵당을 크게 잘 지었다 하옵니다. 신도들도 꽤나 모일 것이고 요란할 것 같사옵니다.
파달 하하하... 왕사가 가면서 너희들이 고생 많이 한다 하였다. 떡과 술을 대접할 것이라 하더구나.
부장 헤헤헤... 고맙사옵니다. 하지만 절에서 어찌 술이야 마실 수 있겠사옵니까?
파달 누가 아느냐? 기다려보거라. 참, 언제라고 하였느냐? 상량을 하는 날이 말이다.
부장1 사나흘 후라 들었사옵니다.
파달 그래... 허면 그 날들을 기다려 보자꾸나. 허허허...
파달은 그렇게 여유 있게 가고...
씬 동 법당 마당 일각
절의 일꾼들이 곡식 가마니와 물건들을 옮겨가는 것들이 보인다. 많은 아낙들이 쌀을 씻거나 음식 준비로 부산하다.
씬 그 법당 어느 곳 공역장
미륵당이 다 세워지고 있다. 일꾼들이
여기저기 일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건물은 끝났다. 마지막 손들을 보고 있다. 주지와 승려들이 보고 있다.
주지 볼수록 잘 지은 법당이다. 미륵 부처님을 모시기에는 손색이 없겠구나.
승려 그러게 말이옵니다, 스님.
주지 거 기왕이면 경보 큰스님께서 조금 더 계시다가 보시고 가실 것을... 참 아쉽게 되었다. (주변 보며) 이 모두가 시주님들의 큰 공덕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모두들 상량식에 올 것이다. 법회도 크게 열 것이니 잔치 준비를 푸짐하게 하도록 들 하라.
승려 예, 스님.
주지 하루 낮밤을 계속해 여는 낙성법회이니라. 남녀 귀천을 가리지 않고 음식을 풍성히 하여 베풀고 나누어주는 자리가 될 것이다.
승려 아옵니다, 스님. 참으로 엄청난 무리들이 몰려들겠사옵니다.
주지 산 사람도 먹고 외롭고 배고픈 영혼도 와서 먹는 큰 잔치를 열 것이다. 폐하를 뫼시고 있는 저 군사들도 그날만은 배불리 먹이도록 해라.
승려 예, 스님.
주지는 그렇게 흡족한 듯 지나쳐 가고...
씬 동 금산사 견훤의 거소 밖
씬 동 처소 안
최상궁이 고비에게 고하고 있다.
최상궁 절에 미륵당이 다 지어졌다 하옵니다.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소란스러운 소리들이 들리는 것을 보니 아마도 큰 잔치가 열리는 것이 분명하옵니다.
고비 잔치라.... ? (견훤을 본다) 잔치라 하옵니다, 폐하.
견훤 ........... (끄덕인다)
최상궁 군사들의 경계가 한결 느슨해졌사옵니다. 전에 같으면 이곳 담 밖에는 온통 군사들 투성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사옵니다.
고비 그래, 곧 중요한 일이 일어날 게다. 최상궁은 어차피 우리와 한배를 탄 목숨이다. 그래서 알려줄 게 있다.
최상궁 예, 마마, 말씀하시오소서.
고비 폐하와 우리는 곧 이곳을 떠난다.
최상궁 (놀라며) ........ 그렇사옵니까?
고비 밖에 사람을 보냈으니 곧 연통이 닿을 게다. 최상궁은 죽지 않으려거든 바깥의 동정을 세밀하게 관찰해야 할 것이야. 쉬임 없이 말이다. 알겠는가?
최상궁 .......(끄덕인다) 예, 마마.
고비 나가보거라.
최상궁이 대답하며 나간다. 고비가 견훤을 보며 떨리는 한숨을 내쉰다.
고비 폐하, 박영규 장군이 폐하의 영을 들을런지요...?
견훤 반드시 그리 될 게요. 사위는 나를 잘 압니다. 사위도 사위이지만 내 딸은 누구보다도 나를 더 잘 압니다. 올 것이에요. 꼭 올것입니다. 이삼 일이면 소식이 올 것이요.
그런 견훤의 표정 위로... 말발굽 소리들...
씬 석양 길
노을 빛을 받으며 박영규의 집사와 무사들이 질풍처럼 달려와 지나쳐간다. 그 위로 소리
박영규 (소리) 너희 집사와 무사들은 목숨을 걸고 이 일을 성공시켜야할 것이다. 너희의 목적은 금산사의 미륵당 상량일 밤에 폐하를 뫼셔내어 나주로 가는 것이다. 뜻을 이루지 못하면 모두 자결하라. 폐하를 금산사에서 뫼셔내면 부령현으로 곧장 가라. 그곳에서 배편을 마련하여 무안군으로 가서 육로로 하여 나주로 가라. 나주에서 고려 사람들이 기다릴 것이다.
그렇게 사라져가면...
씬 나주 관아 외경 (밤)
오다련 (소리) 이게 무슨 소리인고...?
씬 동 관아 안
태수와 오다련이 함께 앉아 박영규의 집사 하나가 전해온 밀지를 읽고 있다. 사내는 그렇게 마주 앉아 있고 다련군의 손이 벌벌 떨고 있다.
오다련 이게 정말인가...? 백제의 왕이 이곳 나주로 온다...?
태수 이 글이 정말로 승평의 박영규 장군이 보낸 것이냐?
사내 그러하옵니다, 태수어른. 시각이 촉박하니 서둘러 달라 하셨사옵니다.
오다련 (끄덕인다) 유월 스무 하룻날 밤... 김제의 금산사를 빠져 나와 바닷길로 하여 이리로 온다고 하오이다, 태수. 사흘 후면 이곳 나주 뱃길인 영산강에 도착할 것이라고 하오이다.
태수 그러게 말이옵니다, 다련군 어른. 꽤 구체적이지 않사옵니까? 우리도 그 동안 백제의 사정을 세밀하게 관찰해 왔사옵니다. 믿을만한 글이옵니다. 일단 박영규라는 자는 견훤왕의 사위로서 지난 반란 때에 제거되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있는 사람이옵니다.
오다련 그렇지.
태수 또한 견훤왕은 아들에게 쫓겨나 금산사에 유폐되어 있는데 심한 병을 앓고 있다 하옵니다. 어차피 그곳에서 그렇게 죽거나 그렇지 않으면 별다른 대책이 없는 사람이옵니다. 우리 고려로 온다는 것은 일리가 있사옵니다.
오다련 이것이 사실이라면 천하의 역사가 바뀌는 일이오. 그야말로 대 사건이오. 대 사건....
태수 그러하옵니다. (사내에게) 충분히 뜻을 알았다고 가서 전하여라. 우리 나주에서는 박장군의 말대로 만전을 기하여 백제의 황제를 모실 것이다. 그리고 지금 즉시 사람을 보내어 고려의 황도에도 이 사실을 전할 것이다. 가서 그리 전하라.
사내 예, 태수 어른.
사내가 예를 올리고 사라진다. 다련군이 도리질을 한다.
다련군 과연 나주올시다. 한때는 고려가 일어날 때 이 고장이 큰 도움을 주었는데 이번에는 견훤왕을 이곳에서 만나게 되었소이다.
태수 그러게 말이옵니다.
다련군 어서 황도에 파발을 띄우시오. 폐하께서 아시면 참으로 놀라고 또 기뻐하실 일이올시다. 어서요.
태수 예, 다련군 어른.
그들의 상기된 표정에서...
씬 백제 황도 외경
씬 동 대전
신검이 능환과 능애, 신덕, 영순들을 보고 있다. 모두가 긴장한 표정이다. 한동안 모두 말이 없다.
능환 고려의 요즘 동정이 어떻다고 하였소이까?
신덕 세작들의 말을 빌리자면 고려는 지금 왕이 직접 군대를 진무하고 확인하며 곧 다가올 전투를 서두르고 있다 하옵니다.
능환 ........... (눈을 감고 도리질한다)
영순 어차피 우리 백제나 고려나 운명을 건 한판을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고려가 군사를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옵니까?
능애 그렇다고 봐야지요. 우리도 나름대로 부지런히 전국의 호족들을 단속하고 병력을 증강시켜왔소이다. 염려할 것 없소이다.
능환 그렇지가 않소이다...
모두들 ........... (보면)
능환 혁명 이후, 우리 백제는 겉으로는 안정되어 보이지만 안으로는 그 뿌리가 연약하여 걱정되는 것이 많소이다.
신검 이찬께서는 무엇이 그리 걱정이라는 말입니까?
능환 고려는 안과 밖이 단단히 결속되어 있고 황실이 단합되어 있사옵니다. 또한 신료들이 그 충성심이 뛰어나며 마치 모두가 형제처럼 되어 있사옵니다. 그 반면에 우리 백제는 아직도 옥좌가 비어있고 폐하께서는 금산사에 계시옵니다. 그만큼 정정이 불안하다는 것이지요. 말은 없지만 신료들은 여전히 의심스러워하고 있고 백성들은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궁금해하고 있을 것이옵니다. 이런 시간들이 계속되어서는 나라에 치명적인 부담을 줄 것이옵니다.
신검 그렇지 않아도 요 며칠을 계속해 고심해 왔소이다. 한결같이 모두들 그렇게 말을 하니 어쩌겠소이까? 나도 결심했소이다...
모두들 ...........?
신검 그래요, 내 손으로 쫓아낸 아버님이십니다. 내가 옥좌에 오르는 것을 허락하실 리 없지요. 그래도 계속하여 인정을 받아내겠다고 했던 이 사람의 욕심을 용서들 하시구려. 옥좌에 오르겠소이다.
능환 태자마마......
능애 잘 결심하셨사옵니다. 하긴 이 사람이 보아도 더는 미룰 수 없는 일이었사옵니다. 그리하시오소서. 오르시오소서.
신덕 감축드리옵니다, 태자마마. 너무 늦은 감이 있사옵니다마는... 이제라도 그렇게 결심을 하여주시니 나라를 위해 이만한 다행이 없을 것이옵니다. 감축드리옵니다.
능환 감축드리옵니다.
모두들 감축드리옵니다.
신검 허나 알아둘 것이 있소이다. 나는 백성들의 눈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알고 있소이다. 그래서 그들을 달래려고 했던 것이올시다. 이대로 황제에 오르면 분명 백성들은 아비를 쫓아내고 그 자리를 찬탈한 불효자라고 할 것입니다. 나는 지금도 그것이 죽도록 두렵고 무섭소이다. 인심이 떠나는 것 말이올시다.
능환 사실이옵니다. 그래서 보다 빨리 옥좌에 오르시고 떠나는 민심을 강제로 휘어잡고 모든 국력을 모아 고려와의 전투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이옵니다.
신검 두렵소이다. 여러분들이 합심하여 이 두려움을 덜어주시구려.
능애 염려마시오소서.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이옵니다. 즉위식을 서두르겠사옵니다. 곧 날을 잡고 그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사옵니다.
능환 대대적으로 해야 합니다. 삼한이 떠들썩하도록 대대적으로.... 화려하고 장엄하게 백제국의 새 황제께서 등극하심을 알려야 할 것입니다. 기왕에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금산사에 계시는 폐하께도 사실을 통보하도록 해야 할 것이외다. 영순공께서 가시구려. 그럴리는 없겠지만 기왕이면 가서 허락을 받아오면 더 좋은 일이고...
영순 알겠사옵니다, 이찬어른.
씬 황후전
박씨가 피곤한 모습으로 먼 밖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박씨 태자가 이제서야 옥좌에 오른다 하셨다고...?
이상궁 예, 황후마마.
박씨 체념을 하신 게구먼. 폐하의 허락을 받아서 떳떳하게 오르시겠다더니 역시 아니 된다는 것을 아신 게야. 슬픈 일이다.
이상궁 ..............황후마마..? 잘 된 일이 아니옵니까?
박씨 물론 기쁜 일이겠지. 그러나 축복 받지 못한 등극식이 아니냐? 아비는 절간에 가두어 놓고 그 자식이 왕관을 훔쳐 쓰고 있다.
이상궁 (놀라서) 마마....?
박씨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나는 알지. 우리 태자께서 무얼 무서워하셨는지... 왜 망설이고 지금까지 있었는지... 허나 어찌하랴...? 처음부터 운명이 그리 정해져 있었던 것을... 백성들은 아마도 문을 닫고 소리내어 웃을 것이다. 백성들은...
이상궁 마마...?
박씨 그것을 태자가 두려워했던 것이야. 하지만 기왕에 이렇게 오를 것이라면 빨리나 결심을 하셨어야지. 벌써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가....? 그 만큼 더 나쁜 소문이 번지고 그만큼 인심이 더 흉흉해 졌다는 것을 왜 생각지 못했는가..? 답답한 일이야. 이게 모두 신료들이 모자라서 이리된 게야. 그래서 폐하께선 어찌 하신다던가..?
이상궁 중신 영순공이 태자자마의 즉위 사실을 고하러 떠났다 하옵니다.
박씨 그래...? 어쨌든 살아있는 아버님이시니 알리기는 알려야겠지. 도둑처럼 옥좌에 올라갈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딱한 일이다. 모두가 다 딱한 알이다.
씬 길 (낮)
영순이 사신들을 이끌고 금산사로 가고 있다.
씬 황궁 궐 안 마당
내관, 상궁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악공들의 한때가 지나쳐 가고 물건 짐바리들이 무수히 옮겨져 가고 있다. 그 부산한 모습들에서...
씬 궐 안 어느 전각 안
능환이 신료들을 모아놓고 일장훈시를 하고 있다. 능애, 신덕, 상귀, 상애, 애술, 김총과 더불어 많은 문무신료들이 다 모였다.
능환 태자마마께서 그예 오랜 사양과 겸손으로 마다하시다가 옥좌에 오르실 것을 허락하셨소이다. 나는 신료들을 대표하는 이찬으로서 그대들에게 명하오.
모두들 .................
능환 태자마마의 등극식은 화려하고 장엄하게 할 것이오. 많은 의장병을 동원하고 악공들을 동원하고 나라 곳간 문을 열어 전국의 백성들이 크게 즐기고 기뻐하게 할 것이오. 알겠소이까?
모두들 예, 이찬 어른.
능환 인심이 그 동안 많이 나빠졌소이다. 우리가 혁명을 일으킨 것에 대하여 좋지 않은 시선들이 많다는 것이올시다. 하루빨리 국력을 한 곳으로 모으고 백성들이 혁명에 대하여 잊어버리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나라의 운명을 건 고려와의 한판 대전을 준비해야 할 것이외다. 어쨌든 이번 즉위식은 매우 중요하오. 그 준비들을 충분히 해주기 바라오.
모두들 예, 이찬 어른.
능환 특히나 사관들은 역사에 남을 즉위식에 관하여 새로운 폐하께서 반포하실 조서를 잘 작성해서 사초에 올리도록 하오.
문신들 예, 이찬어른.
능환 군부의 책임자들은 물론이거니와 전국의 호족들에게도 이 사실을 충분히 알리도록 하오.
장수들 예, 이찬어른.
능환 지금 영순 공이 금산사로 가고 있소이다. 거의 다 도착을 했을 것이오. 그러나 환후가 중하신 폐하시오. 정신이 혼미하신 분이라서 어떤 대답을 주실 지 모를 일이올시다. 그렇다하더라도 신료들은 절대로 흔들리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될 것이오. 아시겠소이까..?
모두들 예, 이찬어른.
씬 금산사 외경
씬 동 금산사 주지의 방
주지와 박영규의 집사가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한동안 탐색을 하듯 보다가 주지가 묻는다.
주지 승평에서 오셨다고 하셨습니까?
집사 그러하옵니다.
주지 경보 큰스님께서 폐하의 서찰을 박영규 장군에게 전하셨고 그 서찰에 의해 이곳으로 오셨다...? 그 말씀입니까?
집사 그러하옵니다. 도움이 필요하옵니다.
주지 어떤 도움을 말씀하시는 것이오? 보아하니 폐하를 뫼시러 온 분 같소이다.
집사 그러하옵니다. 더는 묻지 마시오소서. 곧 이곳 미륵 법당이 상량을 보는 것으로 아옵니다. 그리고 큰 법회가 열린다 들었사옵니다.
주지 그렇습니다. 미륵 부처님은 내세불이십니다. 희망과 자비의 상징이시지요. 살았거나 죽었거나 구분 없이 많은 불쌍한 영육들을 위로하고 대접하는 법회를 여는 것이올시다. 허허허... 그러고 보니 경보 큰스님께서도 저 외로우신 황제폐하를 이번 낙성법회 때 위로해 드리려는 것 같소이다....
집사 그러하옵니다. 다른 도움은 필요 없사옵니다. 그저 이곳에서 부리는 노비들로 한 며칠만 머물며 행세하게 해주시오소서. 그리고 조용히 떠날 것이옵니다.
주지 잘못하면 이 중의 목이 달아날 일 같소이다. 허허허... 그리 하시구려. 큰스님의 뜻이 그러하시니 어찌 우리 같은 사람들이 이의가 있을 수 있소이까?
집사 고맙사옵니다. 허면 지금부터 저희들을 이곳에 일손이 딸려 잠시 불려온 노비들로 행세하겠사옵니다.
주지 (끄덕인다) 마음대로 하시구려. 허면 우리 원주스님의 도움이 필요하겠구먼. (큰 소리로) 밖에 원주 있느냐...? 원주 있느냐...?
원주 (소리) 예, 큰스님.
대답과 함께 승려 하나가 들어선다.
주지 곧 낙성 법회를 해야겠는데 일손이 모자란다. 한 며칠 부릴 일꾼들이다. 데려가 할 일을 알려주거라.
원주 예, 큰스님... 하옵고..
주지 왜 그러느냐..?
원주 지금 일주문 밖이 떠들썩하옵니다. 황도에서 태자마마가 보낸 사신들이 왔사옵니다.
주지 사신들......?
원주 예.. 곧 태자마마의 등극식이 있다 들었사옵니다. 아마도 그것을 알리러 온 모양이옵니다.
주지 그래....? 자, 일어들 나십시다.
모두들 함께 일어나면서...
씬 견훤의 거소 밖
주지와 승려들이 급히 다가온다. 영순 일행들이 화려하게 도착하고 있다. 파달과 장수들이 그들을 맞고 있다.
주지 어서오시오소서.. 어인 행차시옵니까?
파달 태자마마께서 곧 황제폐하로 등극하십니다. 그것을 폐하께 알리러 온 것이올시다.
영순 노고가 많으십니다. 주지스님. 폐하를 뵈도 되겠소이까?
주지 이를 말씀이시옵니까? 어서 드시오소서.
파달 문을 열어라.
군사들이 대답하며 담장의 중문을 열어준다. 그들이 들어간다. 파달이 기분이 좋은 듯 끄덕인다.
씬 동 거소 마당
영순과 파달, 주지들이 함께 와 서있다. 파달이 고한다.
파달 폐하, 황도에서 사신이 왔사옵니다. (사이) 폐하, 황도에서 사신이 왔사옵니다.
씬 동 거소 안
파달의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파달 (소리) 폐하, 황도에서 사신 영순공이 왔사옵니다. 태자마마의 등극식을 알리러 왔다 하옵니다.
견훤 (꿈틀하며) 뭐라...? 등극식...? 등극식.....?
견훤이 문을 벌컥 연다. 그리고 영순을 내려본다. 모두 예를 취한다. 한동안 경련하다가 묻는다.
견훤 지금 뭐라 하였느냐...? 등극식이라고 하였느냐..? 등극...?
영순 예, 폐하. 그러하옵니다. 신검 태자마마께서 곧 신 황제로 등극하시옵니다. 폐하께오서는 곧 태황제로 불리실 것이옵니다. 이를 고하러 왔사옵니다.
견훤 허허허.... 그래...? 신검이가 황제가 된다는 말이지? 나는 옥새를 전한 바가 없는데 황제가 된다...? (한참 말이 없다가 끄덕인다, 마치 체념처럼) 하긴 그래... 내가 허락한다고 하고 허락하지 않는다고 안 할 것이냐..?
영순 ..................?
견훤 제 마음대로 하라고 하여라. 하긴 뭐, 옥좌가 탐이 나서 일으킨 변란이 아니냐? 오르려면 빨리 오르는 게 낫다.
영순 허락하시는 것이옵니까, 폐하...?
견훤 말하지 않았느냐? 내 허락이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고 말이다. 편한 대로 생각하거라.
영순 (좋아서) 편한 대로... 말씀이옵니까?
견훤 그래... 그러라고 하지 않느냐? 돌아들 가거라.
견훤은 문을 닫아 버린다. 너무도 좋아서 영순이 파달을 본다.
영순 들으셨소이까? 보셨소이까, 파달 장군...? 지금 폐하께서 우리 뜻대로 하라 하십니다. 보셨소이까..?
파달 보았습니다. 허, 믿기지가 않습니다. 폐하께서 저런 말씀을 하시다니요..? 별 노여움도 없으셨습니다.
영순 그러게 말이오이다. 허, 이런...
파달 허허허... 폐하께오서 모든 것을 체념하기 시작하신 지가 꽤 됩니다. 요즘은 아주 조용하십니다.
영순 오, 그렇소이까...?
영순은 기쁜 표정이다. 파달도 그렇다. 그 옆에서 주지가 묘한 표정으로 그들을 보고 있다.
씬 동 거소 안
견훤이 생각에 잠겨 있다. 고비가 묻는다.
고비 폐하, 신검이의 등극을 허락하시는 것이옵니까?
견훤 누가 허락을 하였단 말이오..? 저놈들 마음대로 하라고 하였소이다. 일방적으로 고하러 온 것이에요. 더 댓구할 이유가 없는 일이올시다.
고비 하지만...
견훤 갈 준비나 하십시다. 이미 떠날 사람들에게 저들이 등극을 하건 말건 무슨 소용이오? 준비나 하십시다. 소식이 올 때가 되었는데....?
씬 미륵당 근처
박영규의 집사들이 눈치를 주고받으며 일꾼 행세를 하고 있다. 물건도 나르고... 그리고 무사 하나와 집사가 모퉁이를 돌아가며 만나 밀담을 나눈다.
무사 집사어른, 보기보다 경계가 아주 느슨하옵니다.
집사 그런 것 같다.
무사 특히나 저쪽 뒤에 폐하께서 계시는 곳은 지키는 군사들이 갑절이나 줄었다 하옵니다. 아주 한가하옵니다.
집사 계속해 절 곳곳의 동정을 다 살펴놓거라. 폐하를 모셔내는 날은 한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무사 예, 집사어른.
집사 지금쯤 나주에서도 모든 준비가 끝나 있을 것이다. 실수가 없어야 한다. 실수는 곧 죽음이야.
무사 예, 집사어른.
그들은 또 아무 일 없는 듯 또 그렇게 흩어져 가고... 저만큼 한가롭게 군사들이 지나치는 것이 보인다.
씬 나주 관아 외경 (밤)
씬 동 관아 안
오다련이 태수와 함께 서성이고 있다.
오다련 지금쯤 파발이 황도에 도착하고 있을 것이오.
태수 그럴 것이옵니다.
오다련 폐하께오서 크게 놀라실 것이오. 견훤왕이라...? 견훤왕이 누구란 말이오? 허, 이것 참... 빨리 무슨 소식이 와야 할 것인데...
씬 고려 황도 거리
급한 파발마 한 필이 전속력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렇게 사라져 가면...
씬 동 황궁 정문
파발이 말에서 내려 급히 다가가면 이를 막는 군관들...
군관 멈추어라... 어디서 오는 누구이냐..?
군사 나주 관아에서 오는 길이오. 급보요. 어서 내군장군을 뵙게 해 주시오. 폐하께 전해 올릴 것이 있소이다. 어서, 급보요....
군관 급보.........?
씬 동 황궁 안 내군관아
복지겸이 부장들과 함께 들어선다. 그리고 군사를 본다.
복지겸 급보라 하였느냐...? 나주 관내에서 왔다고 하였느냐? 도대체 무엇이 그리 급하다는 말이냐?
군사 여기...
복지겸 (장계를 받아본다, 그리고 크게 놀란다) 아니 이런..... 이게 사실인가...? 백제의 왕이 나주로....?
복지겸이 장계를 급히 접으며 눈을 크게 뜬다.
복지겸 대전으로 갈 것이다. 미리 가서 폐하께 아뢰거라. 내군장군이 곧 뵐 것이라고... 어서...
부장들 예, 장군.
복지겸 이런, 이런....
씬 대전
왕건과 복지겸이 마주해 있다. 왕건이 안면을 떨며 놀라서 되묻고 있다. 그 옆에 두 황후가 함께 있다가 역시 놀란다.
왕건 복장군.... 견훤왕이 온다고 하였소이까? 견훤왕이 말이오...?
복지겸 그러하옵니다, 폐하. 드디어 경보대사께서 큰일을 해내신 모양이옵니다. 백제의 왕이 나주로 올 것이라 하였사옵니다.
왕건 나주로...?
복지겸 예, 폐하.
오씨 세상에... 백제의 왕이 온다는 말입니까?
유씨 백제의 왕이...?
복지겸 여기... 나주태수가 다련군 어른과 함께 의논하여 보낸 장계이옵니다. 보시오소서.
왕건 (본다, 끄덕인다) 틀림없소이다... 장인어른의 필체시오.
오씨 아버님이 말이옵니까?
왕건 그렇소이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백제의 견훤왕이 지금의 금산사를 탈출하여 바닷길로 해서 나주로 오는 것이 틀림없는 것 같소이다. 오, 이런.... 이런....
유씨 경보대사께서 큰일을 하신 것 같사옵니다.
복지겸 여러 가지 모든 상황들이 다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사옵니다. 경보대사께서 물론 제일 큰일을 하셨겠지만 아자개 어른의 서찰도 작용을 하였을 것이옵니다.
왕건 그렇겠지요.
복지겸 견훤왕의 사위 박영규가 사람들을 보내 뫼셔낸다 하옵니다. 우리 쪽에서도 급히 서둘러야 할 것 같사옵니다, 폐하.
왕건 그래야지요. 서둘러야지요. 복장군이 직접 좀 챙기시구려. 엄청난 사건이올시다. 삼한이 흔들리는 대 사건이올시다.
복지겸 예, 폐하.
씬 금산사 (낮)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주변을 청소하거나 공사를 끝내고 남은 물건들을 치우거나 하고 있다. 승려들과 사람들이 그렇게 얽혀들 돌아가고.... 주지와 승려들의 모습도 한가롭게 보이고...
씬 동 금산사 견훤의 거소 밖
청소를 하는 듯 집사와 무사들이 일꾼차림으로 서성이며 지나쳐간다. 군사들은 아무도 주시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보이는 일주문 쪽으로 많은 일꾼들이 짐바리를 지고 오가고 있다.
부장 잔치는 아주 큰 잔치를 하는 모양이구먼.
부장1 그러게 말일세. (주변을 보며) 아주 온통 경내를 다 청소를 하는 모양이구먼. 난리들일세.
부장 허허, 이런... 군사들이 도통 보이지를 않는구먼 그래. (한쪽보며) 저런... 저놈은 자고 있지 않는가?
부장1 놓아두게나. 좀 풀어들 주라고 하지 않았는가...? 내일이 법회인데 우리도 술 한잔 거하게 하세.
부장 술이라니...?
부장1 사신으로 왔던 영순공이 아주 기분이 좋아서 돌아갔다네. 노 황제께서 아주 많이 풀어지셨다는 게야. 그래서 가는 즉시 술동이들을 보내주겠다고 하였다는군.
부장 헤헤헤... 오랜만에 한번 마셔보세나. 헤헤.....
그들 그렇게 지나쳐 간다. 지키는 군사들은 한둘 보이지만 모두가 다 풀어져 있다. 사내들이 눈짓을 하며 속삭인다.
집사 들었느냐? 황도에서 술이 온다고 한다. 아마 내일 낙성식에 때를 맞추어서 올 모양이다. 그 술에 우리가 가져온 미혼약을 탈 것이다. 군사들이 모두 곯아떨어지면 다음 날까지는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무사 예, 집사어른.
집사 군사들이 술이 취하고 여흥이 무르익으면 우리가 변복을 하고 번을 서는 군사들을 유인해 낼 것이니라. 그때, 폐하를 뫼셔내고 밤새 달려야 한다.
무사 예, 집사어른.
집사 그날에 일어날 일을 폐하께 미리 알려드려야 한다. 공양간에 가 기다리다가 폐하가 계시는 곳으로 운반하는 짐꾼 속에 네가 들어가거라. 그리고 밀지를 전해 올려라.
무사 예, 집사어른.
집사 폐하께서 계시는 처소의 모든 일은 최상궁이라는 상궁이 도맡아 한다. 만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무사 예, 집사어른.
그들 그렇게 주변을 살피며 지나쳐가고 그중 무사는 공양간 쪽으로 급히 내달린다. 집사가 끄덕인다. 디졸브되면....
씬 그곳 견훤의 거소 마당
승려 둘과 일꾼들 둘이 먹을 것을 바구니에 들고 혹은 물동이를 지고 견훤의 거소 마당으로 들고 있다. 그들을 감찰하는 군사들은 형식적이다. 거기 무사가 끼어 물동이를 지고 함께 들어가고 있다.
군사 잠깐.... 너는 처음 보는 얼굴이로구나.
무사 예, 헤헤.... 일손이 딸린다기에 엊그제 왔습지요.
군사 물동이가 무거워 보이는구나. 들어가거라.
무사 예.
군사는 한가롭고 그들은 그렇게 마당에서 전각이 있는 거소 쪽으로 간다. 아무도 이들을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
씬 그곳 부엌
최상궁과 나인들이 일꾼들을 보고 있다. 한쪽에서는 음식이 든 물건 바구니들을 놓고 또 한쪽에서는 무사가 항아리에 물을 붓고 있다. 두 개를 다 붓고 나오는데 최상궁이 보고 있다. 이들과 함께 온 승려가 앞서 나가며 재촉한다.
승려 자, 끝났으면 빨리빨리들 나오시오.
다들 서둘러 앞서 나가는데 무사는 계속해 최상궁을 더듬어 찾고 있다. 그런 무사를 최상궁이 보고 있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
무사 최상궁이십니까?
최상궁 그렇소.
무사 여기...
무사가 밀지를 준다 그리고 급히 나간다. 최상궁이 놀라서 받아 얼른 감춘다. 그래도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 최상궁의 표정에서...
씬 동 처소 안
견훤이 밀지를 보고 있다. 그리고 끄덕인다.
견훤 왔소이다. 소식이 왔소이다, 부인. 사위가 보낸 사람들이 와 있어요.
고비 (끄덕인다) .......
견훤 내일 낙성법회가 열리는 날 밤에 우리를 데리러 오겠다고 하였소이다. 내일 떠납니다, 부인. 이곳을 떠나 나주로 간다 합니다.
고비 고려로 가는 것이옵니까?
견훤 그렇소이다. 고려요... 왕건 아우에게 가는 것이오. (비통하다) 왕건 아우요... 왕건 아우요....
씬 고려 황궁 외경
씬 동 편전
왕건이 신료들을 보고 있다. 김행선, 추언규, 왕규, 최지몽, 왕식렴, 유금필, 박술희, 배현경, 홍유, 염상, 윤신달, 왕충, 박수문, 수경 형제들이 모여있다.
왕건 드디어 삼한에 대 변동이 시작됐소이다. 백제국의 왕이 금산사를 떠나 나주로 온다고 합니다. 견훤왕이 우리 고려로 오게 되면 백제는 그것으로써 이미 존재의 가치가 없어지는 것이올시다.
김행선 그러하옵니다, 폐하. 이 노신은 지금도 믿어지지가 않사옵니다. 백제의 왕이 오다니요...?
추언규 오랫동안 폐하께오서 기울이신 그 많은 정성들이 드디어 빛을 보는 것 같사옵니다.
최지몽 폐하의 운이 열리고 있음이옵니다. 이제 삼한 통일의 대업이 그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옵니다, 폐하.
왕식렴 그러하옵니다. 폐하의 세상이 열리고 있음이옵니다.
배현경 이미 백제의 왕이 나주에 온다고 하였다면 그에 따른 조치를 빨리 취해주어야 할 것이옵니다.
홍유 그러하옵니다. 예를 다하여 백제왕을 맞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별다른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군사적인 조치도 취해야 할 것이옵니다.
왕건 옳은 말이오. 누군가 나주로 가야할 것 같소이다. 누가 가겠소이까?
박술희 소신이 가겠사옵니다.
염상 아니옵니다, 신이 가겠사옵니다. 신을 보내주시오소서.
왕충 신을 보내주시오소서.
윤신달 아니옵니다. 신이 가겠사옵니다, 폐하.
박수문형제 신들이 가겠사옵니다.
왕규 폐하, 백제의 왕을 모셔오는 일이옵니다. 이는 국가적인 대사라 할 수 있사옵니다. 문무의 힘과 지혜를 골고루 갖춘 덕장이 나주로 감이 마땅할 것이옵니다. 신은 유금필 장군을 천거하옵니다.
왕건 오, 유금필....? 옳은 말이오. 특히나 유금필 장군은 백제의 장수들이 두려워하는 사람이오. 그리고 덕을 갖추었소이다. 어떤가, 금필아우..? 나주로 가주어야겠네.
유금필 망극하옵니다, 폐하. 기꺼이 영을 받들겠사옵니다.
왕건 금필아우라면 안심일세. 물론 많은 장수들이 다 함께 가면 좋겠지만 그건 번거로운 일이야. 금필 아우가 가게. 부장으로서 술희 아우와 염상, 윤신달, 박수문 장군 형제를 데리고 가게. 여러 영접 사신들과 큰 함대를 거느리고 나주로 가게나. 가서 정중히 뫼셔오게나.
유금필 예, 폐하.
왕건 가서 최고의 예우를 다하여 모셔오라. 최고의 예우를 다하여...
<196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