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 왕건 <제 197회>
씬 백제 황도 외경
씬 동 황궁 궐 마당
즉위식이 분주하다. 공역을 하는 군사들이 곳곳에 모이고 즉위식 장이 마련되고 있다. 신덕과 상귀가 소리치며 군사들을 독려하고 있다.
신덕 새로운 폐하께오서 등극하시는 일이다. 등극단을 화려하고 장엄히 하라 하신다. 서둘러라...
상귀 부장들은 일꾼들을 독려하라. 앞으로 나흘 후면 등극이시다. 밤낮을 가리지 말고 화려장엄하게 단을 세워라.
부장들 예, 장군.
신덕 의장병들도 그 날의 행사에 차질이 없도록 훈련을 게을리 하지 마라. 고려가 우리를 보고 있다. 초라하거나 소홀해서는 아니 된다. 정신들 차리고 만전을 기해라.
부장들 예, 장군.
그렇게 신덕과 상귀들이 공역장을 돌아보며 간섭하고 있다.
씬 대전
신검이 곰곰 생각에 잠겨 있다. 영순을 보며 고개를 외로 꼰다. 능환, 능애가 보고 있다.
신검 분명 아버님께서 그리 말씀하셨다는 말이오...?
영순 예, 태자마마. 어차피 오르실 옥좌라면 빨리 오르시는 것이 좋을 것이라 하셨사옵니다.
신검 정말이오...?
능환 허허... 해가 서쪽에서 뜨실 말씀이외다. 공이 잘못들은 것이 아니오?
능애 아무래도 그런 것 같소이다. 폐하께서 그토록 쉽게 마음을 바꾸실 리가 있소이까?
영순 소생만 본 것이 아니라 파달 장군도 옆에서 지켜보았사옵니다. 소생이 전말을 아뢰고 폐하의 뜻을 살폈사온데 내가 허락을 한다고 하고 아니 한다고 안 할 것이냐 어차피 할 일이라면 빨리 하는 것이 좋다고 하셨사옵니다.
신검 허허... 이거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가..?
영순 파달 장군의 말로는 지난번 천도재가 끝나고 왕사인 경보대사가 다녀가신 이후 급격히 달라지셨다 하옵니다.
신검 달라지셨다...?
영순 예, 태자마마. 한동안은 성정이 급하시고 연일 분노를 나타내시었으나 왕사가 다녀가신 이후 많은 것들을 체념하신 듯 하신다 들었사옵니다.
능애 하긴 연세가 지긋하신 노인이시옵니다. 그럴 수 있사옵니다. 어차피 이제는 선택의 여지도 없고 말이옵니다.
능환 아니에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페하께서는 그런 분이 아니십니다. 아니지요... 뭔가 잘못 본 것 같은데...
신검 영순공의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아버님이 달라지신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나의 즉위를 아셨다면 불같이 노하셨을 것인데 그런 것이 없다는 것만 보아도 뭔가 달라지신 겝니다. 허허, 이것 참... 뜻밖의 소식이올시다. 수고하셨소이다.
영순 금산사에 내려가 있는 파달 장군의 수고가 아주 많은 것 같았사옵니다. 태자마마께 말씀드려 넉넉히 먹을 것들을
보내주겠다고 말해주었사옵니다. 신검 그리하도록 하세요. 어차피 곧 등극식입니다. 만 백성들이 먹고 마시고 즐거워할 것이 아닙니까? 그들에게 먼저 먹을 것과 술을 좀 보낸다고 해서 뭐가 어떻겠소이까? 그리하세요, 넉넉히 보내주세요.
영순 예, 태자마마.
능애 태자마마, 모든 것이 이제부터 풀려 가는 것 같사옵니다. 나라를 위해 이만한 대안이 없사옵니다, 태자마마.
신검 그러게 말이오.
능환 아닌데.... 그것이 아닐 것인데....
신검 이찬... 의심을 하자면 끝이 없는 법이올시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십시다. 좋은 쪽으로 말입니다.
씬 황후전
박씨와 양검, 용검 형제들이 같이 해 있다. 박씨가 고개를 외로 꼰다.
박씨 폐하께서 태자의 등극을 순순히 응하셨다...?
양검 예, 어마마마. 지금 그 일로 하여 대전에서 형님과 이찬이 의논중이시옵니다.
박씨 별일일세....폐하께서 그리 쉽게 무너지실 분이 아니신데...
용검 연세도 있으시고 이제 지치시고 외로우신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그리고 형님이 누구시옵니까? 바로 아버님의 맏아드님이시옵니다. 언제까지 저리하실 것이옵니까?
박씨 아니다. 태자들은 모르느니.. 그런 분이 아니야... 것 참 이상한 일이다. 순순히 응하셨다..? 순순히...?
씬 금산사 (낮)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낙성식 전야이다. 수많은 신도들과 승려들이 마치 잔치를 하듯 까맣게 몰려들고 있다. 그 부산한 모습들에서...
씬 동 미륵당
이곳도 사람들로 인산인해이다. 승려들이 법회를 위해 불당 안으로 들고 있다. 주지가 앞서고 승려들이 뒤따르고... 그 한쪽에서 집사와 무사들의 시선이 날카롭게 움직이고 있다. 뭔가 눈치를 주고받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 견훤의 거소 쪽을 본다. 그리고 사라진다.
씬 동 견훤의 거소 밖
파달이 있는 곳이다. 수레에 술동이들이 실려 도착하고 있다. 집사의 예하 무사들이 그 수레를 이끌고 왔다.
부장1 술일세... 술이야... 장군, 술이 왔사옵니다.
파달 하하하... 영순공이 약속 하나는 아주 철저히 지켜주었구나. 빨리도 왔다.
부장 인근 민가에서 술을 사왔다 하옵니다. 태자마마께서 빨리 가져다주라고 명하셨다 하옵니다.
파달 하하하... 어찌 아니 그러시겠느냐? 모든 일이 척척 잘 돌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오늘 법회는 우리들의 잔칫날이다. 한쪽으로 고기와 떡도 가져온다 하니 실컷 먹여라.
부장 예, 장군.
파달 우리는 불제자가 아니다. 저쪽에서 법회를 하든 말든 오랜만에 배를 채우고 목들을 충분히 축이라 하라.
부장 예, 장군.
파달 번을 서는 군사를 제외하고 모두 불러모아라. 다 모아라..
부장 예, 장군. 가서 전하라. 모두 와서 먹고 마시라 하라.
군사 예... (가고)
파달 너희 짐꾼들은 어서 물건을 풀어라. 쭉 한번 풀어놓아 보아라. 하하하....
짐꾼들이 대답하고 군사들이 있는 전각 안에 술과 음식들을 들인다. 파달이 끄덕이며 보고 있다. 집사의 무사들은 예리하게 주변을 살피며 그렇게 물건들을 나르고 있고...
씬 동 미륵당 밖
사람들로 가득하다. 법당밖에는 괘불이 걸려 있다. 승려들이 주지를 앞세워 염불을 외우고 있다. 신도들은 수없이 합장을 하고 있고...
씬 동 견훤의 거소 안
멀리서 염불소리들이 들려온다. 견훤은 초조하다. 고비를 본다. 고비도 초조하다. 최상궁이 알려주고 있다.
최상궁 법회가 시작되었사옵니다, 폐하. 하옵고 군사들 또한 몇몇 경계병만 남겨놓고 모두 황도에서 보내온 술과 안주로 떠들썩하다 하옵니다.
견훤 우리를 데리러 온 자들은 어찌되었느냐?
최상궁 기다려보시오소서. 낮에는 어찌하지 못하옵니다. 이 법회가 밤까지 이어진다 하오니 아무래도 그때 손을 쓰지 않겠사옵니까?
견훤 ......... (끄덕인다)
고비 이미 만반의 준비가 끝나있사옵니다. 더군다나 오늘은 절 안이 시끄럽고 혼란스러운데다가 군사들마저 풀어져 술들을 마시고 있사옵니다.
견훤 ..........(끄덕인다)
고비 고려에서도 지금쯤 우리를 위해 어떤 대안을 마련해 놓고 있지 않겠사옵니까?
견훤 그럴 것이오. 왕건 아우는 빈틈이 없는 사람이오. 이미 나의 소식을 접했다면 모든 조치들을 다 취하고 있을 것이오.
그렇게 끄덕이는 견훤의 표정에서...
씬 바다
유금필이 이끄는 대 선단이 가고 있다. 그 중 어느 모함에서 유금필은 영접사들로 함께 가는 문신들과 함께 바다를 보고 있다. 박술희, 염상, 윤신달, 박수문, 박수경들도 함께 해 있다.
박술희 허허허... 꿈만 같사옵니다. 우리가 견훤왕을 모시러 가다니 말이옵니다.
윤신달 소장은 아직까지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박수문 하지만 현실이옵니다.
박수경 허나 백제군이 견훤왕이 가도록 그냥 내버려두겠사옵니까? 아무래도 한바탕 전투가 벌어질 것 같사옵니다.
유금필 그럴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전함을 사십 척이나 끌고 가지 않소이까? 만약의 사태를 준비해야지요.
해설 전함 사십 척. 그야말로 고려로서는 견훤을 모셔오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실록은 당시의 정황을 이렇게 전한다. ‘여름 6월에 견훤이 막내 능예와 딸 애복, 애첩 고비들을 데리고 나주로 달려와 고려정부로 들어오기를 청하였다. 이에 장군 유금필을 비롯하여 대광 만세, 원보 향우, 오담, 능선, 충질 등을 시켜 군함 사십 여 척을 이끌고 바다로 가서 견훤을 맞게 하였다.’라고 하였다.
그렇게 바다를 까맣게 덮고 가는 대 선단의 모습에서....
씬 승평 박영규의 집 외경
씬 동 집 사랑
박영규는 초조와 긴장에 계속 한숨을 쉬고 있다. 그 앞에 나주를 다녀온 사내가 앉아 있다. 국대부인도 함께 해 있다.
박영규 나주태수와 다련군이 고려 황도에 알리고 폐하를 모시겠다고 대답하였다...?
사내 예, 나으리.
박영규 허면 안심이로구나. 수고했으니 가 보거라.
사내 예, 나으리.
사내가 나가고 박영규는 허공을 보며 또 한숨을 쉰다.
박영규 이런 것은 아니었소이다. 백제가 이렇게 문을 닫는 것은 아니었소이다.
국대부인 나으리께서는 본래 이곳 승평의 호족이시옵니다. 이 백제국이 세워지기 전에도 그러하셨사옵니다. 백제는 사라지지만 나으리는 변한 것이 아무 것도 없사옵니다. 어차피 한 나라가 가면 다른 한 나라가 서는 것이옵니다.
박영규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시오, 부인...?
국대부인 폐하께서는 이미 백제가 그 운명이 다 되었다고 보고 계시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어느 나라의 백성이 되어야 하겠사옵니까? 고려가 아니겠사옵니까?
박영규 고려...?
국대부인 아니 그렇사옵니까? 지금부터 준비를 하시오소서. 고려의 백성이 되고 고려의 신하가 되는 준비 말이옵니다.
박영규 부인..........?
국대부인 이 일은 당대의 고승이신 경보대사께서 추진하신 일이옵니다. 또한 폐하께오서 청하신 일이옵구요.. 더 이상 낙담하지 마시오소서. 고려만을 생각하시오소서.
씬 백계산 옥룡사 외경
씬 동 경보의 처소
경보가 참선 자세로 앉아 염주를 굴리고 있다.
경보 (소리) 흩어졌던 삼한이 하나로 되돌아 모이고 있다. 모든 질서가 제자리를 잡고 방황하던 백성들이 비로소 안식을 찾아 모여들고 있다. 백제의 운이 다 가고 고려의 아침이 시작되고 있구나. 나무관세음보살...
씬 고려 황도 외경
씬 동 대전
왕건이 생각에 잠겨 있다. 김행선, 복지겸, 추언규, 왕규, 최지몽, 왕식렴, 홍유, 배현경, 왕충이 보인다.
왕건 (초조하다) 내 일찍이 이처럼 초조한 적은 없었소이다. 밥을 먹어도 목으로 넘어가는지 아니 넘어가는지 모르겠소이다.
김행선 신도 지난밤에는 통 잠을 이루지 못하였사옵니다. 생전에 통일의 대업을 볼 수 있다니 너무도 감격스럽사옵니다.
복지겸 시중어른, 아직 그렇게 낙관하기는 이르옵니다. 물론 견훤왕이 우리에게 온다면 그만큼 천하의 인심을 얻는 것이 되어 크게 득이 될 것이옵니다마는 전쟁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옵니다.
배현경 그러하옵니다. 어차피 전쟁만은 피할 수 없을 것이옵니다.
왕건 (끄덕인다) 그러나 희생을 최대한 줄일 방법을 찾아야지... 그리고 이럴 때일수록 저 거란과 경계를 하고 있는 북방도 더욱 더 챙겨야 할 것이고...
왕식렴 심려치 마시오소서. 북방은 단단하옵니다.
홍유 견훤왕이 금산사를 떠나고 나주에 도착하기까지가 사흘이라 하였사옵니다. 그곳에서 다시 뱃길로 이틀이면 총 닷새 후에는 견훤왕을 본다는 계산이 되옵니다. 참으로 감격적인 날이 될 것이옵니다, 폐하.
추언규 신들도 가슴이 졸이옵니다. 이보시오, 내의성령..?
최지몽 예..
추언규 어떻소이까? 점괘를 좀 놓아보았소이까? 백제왕이 무사히 오기는 오겠소이까?
왕규 이 사람도 궁금하오이다. 점괘가 어찌 나왔소이까?
최지몽 폐하께 계속 좋은 봄날만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서 별 탈은 없을 것 같사옵니다.
김행선 별 탈이 없다...? 허허허.. 이것 참... 폐하, 별 탈이 없다고 하옵니다.
왕건 그저 그런 점괘일 뿐이오. 금필아우가 잘해주어야 할 터인데...
씬 황후전
황후 오씨와 유씨가 마주 앉아 걱정하고 있다.
오씨 유금필 장군이 백제의 왕을 모시러 갔다네. 무려 전함을 사십 여 척이나 이끌고 갔다는구먼.
유씨 들었사옵니다. 평생 적으로 싸워오던 사람을 맞으러 갔다 하니 참으로 감회가 묘하옵니다.
오씨 나도 그렇다네. 얼마나 많은 세월이 그렇게 목숨을 내어놓고 싸운 사이인가..? 헌데 오늘날 저렇게 나이 칠십에 나라도 잃고 황제 자리도 빼앗기고 우리 고려로 온다 하니 아니 되었네.
유씨 그러게 말이옵니다. 참으로 무심한 것이 세월인 것 같사옵니다. 그토록 호방하던 백제의 왕이 저리될 지 누가 알았사옵니까?
오씨 그러게 말일세. 지금쯤 유장군이 나주에 다 가고 있겠구먼.
씬 바다 (밤)
유금필의 배들이 그렇게 가고 있다. 불야성을 이루며 그렇게 가고 있고...
유금필 백제의 군사들과 부딪힐 확률이 높네. 그렇게 되면 전쟁이야. 술희 아우는 만전을 기해주게.
박술희 염려 놓으시오소서, 형님.
유금필 저들이 무사히 금산사를 빠져 나와야 할 것인데....
씬 금산사 외경
어둠 속에서 미륵불당 쪽의 모습이 대낮처럼 밝게 보여온다. 법당 앞마당에서는 바라춤이 한창이다. 사람들로 인산인해이다. 주지와 승려들이 그렇게 함께 예불에 참여해 있고 바라춤은 극을 더해가고 있다.
씬 동 견훤의 거소 밖
지키는 군사 둘이 문 옆에 보인다. 왁자지껄한 소리들이 저만큼 들려온다. 그쪽 전각에서 파달과 장졸들이 모두 마시고 있는 것이다.
씬 그쪽 파달의 처소
군사들이 잔칫날처럼 흥청대며 먹고 마시고 있다. 파달은 취했다.
파달 태자마마께서 우리들의 노고를 생각하시고 보내주신 것들이다. 많이들 먹어라.
모두들 예, 장군.
파달 또한 여기 주지스님이 저 미륵당인지 뭔지 낙성을 보는 날이라고 떡이며 수정과며 먹을 것들을 아주 푸짐히 보내왔다. 한동안 고생들이 많았다. 경계병만 남기고 편히들 먹고 마셔라.
부장1 술맛이 아주 기가 막히옵니다, 장군.
파달 그렇구먼. 이렇게 단술은 근래 처음이구먼. 자 한잔 더 마시게.
부장1 예, 장군. (마시고 취해서) 소장이 한잔 올리겠사옵니다. 받으시오소서.
파달 고맙네. 어허.. 헌데 이거 많이 취하는구먼...
부장 소장의 술도 받으시오소서.
파달 좋아... 좋아... 군인이란 술을 잘 마실 줄 알아야 해. 이리 주게. (마신다) 그 잔도 이리 주게. (또 마신다) 자, 자네들도 한잔씩 받게.
부장들 예, 장군. 어이구 소장들도 취하옵니다.
그들은 그렇게 끅끅대며 비틀거리며 마신다. 그 밖으로 얼핏 스쳐 가는 그림자들이 있다. 집사와 무사들이다. 사라진다.
씬 동 견훤의 거소 밖
여전히 두 명의 군사가 번을 서고 있다. 왁자한 소리들이 계속 들려오고 있다.
군사 젠장... 언제 교대가 나오는 게야..? 아, 술도 오고 떡도 오고 고기도 왔다고 들었는데...
군사1 우리가 군졸 중에서도 제일 하급 군졸이 아닌가? 선참들이 먼저 먹고 나야 차례가 오겠지.
군사 헌데 절에서 고기를 먹어도 되는 겐가..?
군사1 여기가 어디 절이라고 할 수 있는가? 늙은 황제를 가두어 놓은 감옥이지. 절은 무슨 절.... 그나저나 선참들이 다 먹어버리고 우리 차례나 올지 모르겠네. 고기 말일세.
군사 그러게 말이야.
그때, 두 명의 변복한 무사들이 다가온다. 백제군 차림이다. 군사들이 보다가 묻는다.
군사 교대를 오는 겐가..?
무사 그렇다네. 어서 가 보게. 우리는 실컷 마셨네.
군사1 아이고 고맙네... (보다가) 헌데.... 못 보던 얼굴들이네 그려.
무사 오늘 낮에 이곳으로 배속되어 왔다네. 아, 어서 가보게나.
군사 알았네. 아이고 그렇지 않아도 얼마나 목이 마르고 시장하던지... 수고하게, 가세...
군사1 가세..
그들 그렇게 가버린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잠시 후 집사와 더불어 칠팔 명의 무사들이 모두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재빠르게 동작으로 말을 주고받으며 문을 연다. 그리고 둘이 밖을 지키고 나머지는 안으로 사라진다.
씬 동 거소 마당
이들은 민첩하게 움직인다. 이미 처소밖에는 최상궁이 나인 둘과 함께 서 있다. 밀지를 전했던 무사가 끄덕인다.
집사 폐하께서는 어디 계시오?
최상궁 안에 계시오. 이미 떠나실 준비가 끝나셨소이다.
집사 용포를 입고는 가실 수 없소이다. 변복을 하고 나가셔야 하오. 미리 알려드렸는데...
최상궁 물론이오. 폐하도 또한 승평부인 마마도 모두 변복을 다 끝내셨소이다. 알려드리오리까?
집사 그리해 주시오.
최상궁이 고개를 끄덕하고는 안으로 들어선다. 무사들이 경계를 취하며 초조해 한다. 계속 입맛을 다신다.
씬 동 처소 안
견훤이 눈을 크게 뜨며 최상궁에게 묻는다. 변복차림이다.
견훤 왔어...?
최상궁 예, 폐하. 저들이 이미 밖에서 모든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고비 군사들은 어찌하고 있느냐?
최상궁 군사들은 없사옵니다. 저들이 위계를 써서 군졸인양 잠시 문을 지키고 있고 파달의 군사들은 모두 저 아래 객사에서
먹고 마시고 있사옵니다. 고비 폐하... 가셔야겠사옵니다. 환후는 어떠시옵니까?
견훤 이미 죽은 목숨이오. 이까짓 등창 따위가 뭐 그리 대수겠소이까? 가십시다.
고비 폐하를 뫼시어라. 부액해 드리거라.
최상궁 예, 마마. 폐하를 부액해 뫼시어라.
그렇게 견훤이 부축되어 나간다. 이들 그렇게 처소를 빠져나가면...
씬 다시 동 마당
어둠 속으로 견훤들이 나온다. 집사와 무사들이 일제히 예를 올린다. 견훤이 떨며 본다.
집사 폐하, 신은 박영규 장군님의 가복이옵니다. 이제부터 신이 폐하와 부인마마를 뫼실 것이옵니다.
견훤 ............ (끄덕인다)
고비 어서 앞서시오.
집사 예, 마마. 일주문 밖 숲 속까지는 걸어가셔야 하옵니다. 그곳 숲 속에 마차를 숨겨놓았사옵니다. 날이 밝기 전에 부령현 바닷가까지 가야 하옵니다.
견훤 부령현이라...? 배편으로 나주로 간다고 하더니... 그것인가?
집사 예, 폐하. 이미 모든 준비가 다 끝이 났사옵니다. 가시오소서.
견훤 가세.
집사 뫼시어라.
무사들 둘이 견훤의 양쪽을 부축하고 고비와 최상궁, 그리고 나인 둘이 이들을 따른다. 심부름하던 내관 한 명도 변복을 하고 따르고... 이들 곧 그 마당을 벗어난다. 바라소리, 예불소리들이 아득히 법당 쪽에서 들려오고 있다. 이들 그렇게 빠져나가면....
씬 동 거소 밖
견훤들이 어둠 속으로 나가고 있다. 황제의 일행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모두다 변복 차림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보는 사람도 없다. 법당 쪽의 소리는 계속해 들려온다. 또한 파달 쪽에서도 추해서 마시고 떠드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이들은 거소의 대문을 다시 잘 닫아놓고 어둠 속으로 그렇게 사라져간다. 법당과 파달의 소리들이 점차 멀어져간다.
씬 파달의 처소
아직도 왁자지껄 군사들이 먹고 마시고 있다. 문을 지켜 서던 그 군사들도 보인다. 그 한쪽에서 파달은 많이 취한 듯 술을 흘리며 반은 마시고 반은 쏟고 있다.
파달 취하는구나. 정말 취하는구나. 그래도 내가 꽤 마신다고 하는 사람인데 오늘 술은 정말 독하구나.
부장 소장들도 도무지 몸을 못 가누겠사옵니다. 술이 맛은 있는데 이상하게 취하옵니다.
파달 마시자. 하긴 뭐 취하라고 마시는 것이 아니겠는가? 마셔...
씬 숲길
견훤이 탄 마차가 달리고 있다. 그를 에워싸고 십여 필의 말들이 달리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가고 있다.
집사 밤새 달려야 한다. 날이 밝기 전에 부령현에 도착해야 한다. 서둘러라. 서둘러라...
무사들 서둘러라....
고비들과 상궁 나인들도 말을 타고 가고 있다. 그들 모두 그렇게 부산하게 달려간다.
씬 동 마차 안
견훤이 실려가고 있다. 마차 문밖으로 집사와 무사들이 호위해 가는 것이 보인다. 집사의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집사 너희 둘은 앞서가서 배편을 확인하라.
무사들 예, 집사어른.
집사 추격군이 오는지를 잘 감시하라.
무사 아직 추격군은 아니 보이옵니다.
집사 서둘러라... 서둘러라....
견훤은 참담하다. 등창이 아파 온다. 심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내며 그렇게 마차에 실려가고 있다. 달빛에 젖은 주변 풍경들이 그렇게 지나쳐 가고... 그들의 모습이 멀어지면서...
씬 백제 황궁 외경
씬 동 즉위식 장
신검이 주변을 돌아보고 있다. 저만큼 옥좌가 크게 부각되어 보여온다. 그는 몹시 만족한 표정이다. 두 아우가 함께 해 있다. 경계를 서는 군사들이 군례를 올린다. 곳곳에 횃불이 밝다.
신검 매우 화려하게 지어놓았구나.
양검 예, 형님. 이틀후면 형님께서 새 황제가 되시는 곳이옵니다.
용검 이찬은 이 의식을 화려하고 장엄하고 거창하게 하라 하였사옵니다.
양검 금산사에 계시는 아버님께서도 이해를 하셨다고 들었사옵니다.
신검 그렇다 하는구나. 영순공이 갔을 때 그리 말씀하셨다고 한다. 기왕에 오를 것이라면 빨리 오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하셨다는구나. 허허.. 아버님도 참.... 진작에 그런 마음을 주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꼬...?
양검 이제라도 그런 말씀을 주셨다니 다행이 아니옵니까?
신검 하긴 그렇다. 그나마도 얼마나 다행이냐. 확실히 아버님은 이제 노인이시다. 내가 황제가 되면 특별히 잘 모실 것이다. 그래도 아버님이 누구시냐? 대 백제국의 오늘을 있게 하신 분이시다.
두 형제 예, 형님.
신검 (옥좌를 보며) 저곳에 앉기가 이토록 힘이 들었다는 말이냐? 저곳에 앉기가 말이다...
신검은 감격적으로 중얼거리는데
씬 달빛
그 달빛을 맞으며 집사와 무사들이 마차를 호송해 가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그렇게 달려간다.
씬 동 마차 안
견훤이 창 밖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리고 중얼거린다.
견훤 이렇게 가는구나... 이렇게 백제를 떠나는구나... 내가 세운 나라에서... 이렇게 도망을 치고 있구나..... 이렇게 가고 있어... 신검이 이놈.... 용서치 않을 것이다. 용서치 않을 것이다....
그렇게 마차는 달려간다. 그들의 모습도 함께 어둠 속으로 계속해 멀어져간다. 길게 디졸브되면...
씬 금산사의 새벽
범종소리가 울려오고 있다. 사이를 두고 계속해 새벽의 정적을 깨우고 있다. 실루엣으로 보여오는 그 종각의 모습에서....
씬 동 미륵법당
간밤의 행사는 모두 끝이 났다. 사람들의 모습은 어느 곳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괘불만 그렇게 걸려 있다. 범종 소리는 이곳에서도 들린다.
씬 동 견훤의 거소 밖
이곳에서도 범종 소리가 들린다. 아무도 없다. 간밤의 군사 하나가 눈을 비비며 문 쪽으로 오고 있다. 잠이 덜 깬 듯 머리를 흔들며 주변을 보면 아무도 없다. 고개를 갸웃한다. 보다가 문틈으로 안을 본다. 또 생각한다.
군사 이상한 일이네... 어젯밤에 교대를 해준 군사들은 어디를 갔다는 말인가? 아무도 없지를 않은가?
군사는 견훤의 거소로 향하는 문을 밀어본다. 그대로 소리 없이 열린다. 머리를 안으로 넣어 마당을 본다.
씬 동 마당
군사가 안을 둘러보고 있다. 뭔가 이상한 것이다. 아무 기척도 없다. 누구도 보이지 않는다. 군사가 들어선다. 그리고 마당 쪽으로 와서 조심조심 거속 쪽으로 본다. 또 고개를 갸웃한다. 그리고 보다가 놀란다. 견훤의 처소는 활짝 열려있고 아무도 없는 것이다.
군사 아무도 없지 않는가? 이것이 어찌된 게야? 아무도 없어, 아무도... (이리저리 계속 보다가 소리지른다) 큰일났다. 큰일났어. 장군.... 장군.......
군사가 달리기 시작한다. 열려진 문들이 황량해 보인다.
씬 파달의 처소
군사가 소리치며 들어서고 있다.
군사 장군... 큰일났사옵니다. 큰일났사옵니다... 폐하께서 사라지셨사옵니다. 아무도 없사옵니다.
부장 (눈을 뜨며) 왜 이리 소란스러운 게냐?
군사 폐하... 폐하께서 사라지셨사옵니다. 폐하의 처소가 텅텅 비었사옵니다.
부장1 무슨 소리를 하는 게야? 폐하께서 뭐 어찌되셨다고..?
군사 아무도 없사옵니다. 다 가버렸사옵니다.
부장 뭐라...? (정신이 난다) 거소를 지키던 군사들은 다 어디를 갔다는 말이냐?
군사 어젯밤에 소인들이 지키고 있었사온데 새로 온 군졸들이 교대를 왔다 하여 넘겨 주었사온데 ...
부장 뭐라...? 새로 온 군졸들...? 교대...? 이놈들아 새로 온 군졸들이 어디 있다는 말이냐?
군사 예...?
부장 아뿔싸... 이거 큰일이로구나. 뭔 일이 생긴 모양일세. 어서 장군을 깨우시게. 너희들은 나를 따르라.
갑자기 소란이 일어난다. 온통 수라장이다. 장군, 장군 소리치면서 부장1이 방 쪽으로 달려간다.
씬 동 방안
파달이 벌떡 일어선다. 부장 1이 거기 서 있다.
파달 왜들 이 소란인가? 어허.. 어느새 날이 밝았네 그려.
부장1 큰일났사옵니다. 황제께서 사라지셨다 하옵니다.
파달 뭐라...? 무슨 소리를 하는 게야?
부장1 사고가 터졌사옵니다. 누군가가 우리 군사들을 빼돌리고 폐하를 뫼셔내어 가버렸사옵니다.
파달 뭐라...?
놀라는 그 파달의 모습에서...
씬 그곳 견훤의 거소 (아침)
군사들이 어지럽게 이리저리 찾고 있다. 파달과 부장들이 급히 달려와 견훤의 거소를 본다. 없다. 문은 열려 있고 아무도 없다. 파달은 제정신이 아니다.
파달 도대체 이게 웬 날벼락이라는 말이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냐? 도대체 어느 놈들이 밤에 번을 맡았기에 이 지경이 되었다는 말이냐?
부장 우리 군사들이 속았사옵니다. 누군가 치밀한 계획 하에 저지른 일이옵니다.
파달 쫓아라. 쫓아야 한다. 아이구 이런... 해가 벌써 중천이다. 어이구 이걸 어찌할꼬..?
부장1 군사들은 쫓아라. 길목마다 샅샅이 살피고 탐문하라. 어서 가라.
군사들이 달려간다. 더러는 말을 타고 더러는 뛰어가고 난리들이다.
부장 황도에도 알려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파달 그래야겠구나.... 벼락이다... 벼락을 맞았구나. 황도에는 부장 네가 가거라. 가서 사실대로 이실직고 하거라.
부장 예, 장군.
그렇게 당황하는 파달의 표정에서...
씬 해안가
갈대밭이 무성하게 펼쳐져 있는 해안가이다. 마차와 무사들이 달려오고 있다. 그들 그렇게 달려가면.... 어느 굽이진 길을 돌자 멀리서 앞서갔던 두 필의 말들이 달려온다. 이들이 모두 달리기를 멈춘다. 그 무사들이 예를 올린다.
집사 어찌되었느냐?
무사 예정대로 배편을 마련해 놓았사옵니다. 쪽배를 타고 바다로 들어가면 거기 큰배가 대기해 있을 것이옵니다.
집사 수고들 했다. (견훤의 마차에 다가간다) 폐하, 폐하...
견훤 (휘장을 걷고 본다) .... 다 왔는가?
집사 그러하옵니다. 조금만 더 가면 포구가 있사온데 그곳에서 배를 타셔야 하옵니다.
견훤 그래...
집사 다행이옵니다. 추격군은 아직까지 없사옵니다. 속히 배로 옮기셔야 하옵니다. 어서 가시오소서.
고비 서둘러 주시오.
집사 예, 마마. 서둘러라... 폐하를 뫼시어라...
그들 일행은 또 그렇게 갈대밭 사이를 지나쳐간다. 견훤의 표정은 여전히 참담하다.
집사 안심하시오소서, 폐하. 이제 곧 나주로 가는 배에 오르시옵니다.. 안심하셔도 될 것 같사옵니다.
견훤 ................
집사 어서 뫼시어라...
그렇게 사라지는 그들의 모습과 갈대밭에서...
씬 나주포구
포구에서 막 유금필들이 내려서고 있다. 태수와 다련군이 군사들과 함께 맞고 있다.
태수 어서 오시오소서, 유장군.
다련군 어서 오시구려, 장군.
유금필 다련군 어른, 별고 없으셨사옵니까?
다련군 이 사람이야 늘 그렇지요. 하하하.... 아주 중요한 임무를 맡아 오셨구려.
유금필 그러하옵니다.
다련군 오, 박술희 장군도 오셨고 염상, 윤신달, 박수문 형제 장군도 오셨구려. 자, 관아로 가십시다.
모두들 예, 다련군 어른.
태수 가십시다.
그들 모두 그렇게 간다.
씬 나주 관아 외경
씬 동 관아 안
지형도를 놓고 회의 중이다. 다련군이 설명하고 있다.
다련군 약속대로라면 백제의 견훤왕은 여기 김제를 떠나서 부령현에서 배를 타고 무안군에서 내리게 될 것이오.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육로로 해서 영산강으로 들어서 나주로 올 것이오.
유금필 예... 그렇게 되겠군요...
다련군 직접 바다로 해서 이곳으로 와도 되지만 틀림없이 중간에 백제의 수군들에게 막히게 될 것이오. 그래서 무안군으로 길을 잡은 듯 합니다.
박술희 일리 있는 말씀이옵니다. 저들이 그냥 있겠사옵니까? 허나 추격군이 계속 따라붙는다면 예삿일이 아닐 것 같사옵니다.
윤신달 결국 영산강 어느 쪽으로 오게 되어 있는지를 알아야 하옵니다. 그리고 우리가 선발대를 보내 기다려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태수 서찰에 적힌 약속대로라면 길목은 뻔하오이다. 무안군을 지나서 영산강 서쪽으로 온다면 바로 여기 이 지점이 될 것이외다. 틀림없어요.
모두들 끄덕인다.
유금필 백제의 수군은 예성강 전투이래 눈에 띄게 강해졌소이다. 우리 함대를 전진배치하고 군사들을 뭍으로 올려서 이곳 나주 군사들과 함께 견훤왕이 올 길목을 지켜야 할 것이오. 박수문 장군 형제분과 염상 장군이 길목을 맡으시오. 그리고 윤신달, 박술희 장군은 함대를 인솔해 주시오.
모두들 예, 장군.
유금필 육로와 강 입구와 바다를 모두 철통같이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그들 예, 장군.
끄덕이는 유금필의 표정에서...
씬 금산사 주변 어느 곳
파달과 부장1이 달려오고 있다. 많은 군사들이 따르고 있다. 가면서 흩어진다.
파달 길목마다 다 뒤져라. 밤사이 폐하께서 지나가는 것을 본 사람은 고하라 하라. 마을마다 탐문을 해서 도주한 방향을 알아내도록 하라.
군사들 예, 장군.
그들 그렇게 흩어져가면서...
씬 바다
해안가를 접한 바다다. 이미 견훤들은 배 위에 올라 있다. 돛을 올리고 배는 빠르게 가고 있다. 해안 풍경들이 그렇게 지나쳐간다. 견훤은 감회어린 눈으로 보고 있다. 그 한쪽에 고비들도 착잡하게 바다를 보고 있다. 집사가 설명하고 있다.
집사 오늘 밤이면 무안군에 닿을 것이옵니다. 그리고 아침 무렵이면 육로로 하여 나주 영산강에 이를 것이옵니다.
견훤 나주...? 나주가 어딘가...?
집사 고려에서는 금성을 일러 모두 나주라 하옵니다. 하옵고 우리 백제 사람들도 어느덧 그곳을 이제는 모두 나주라 하옵니다.
견훤 그래...? 나주라.... (끄덕인다)
집사 안으로 가 쉬시오소서, 폐하. 다행히 바람이 좋아 빠르고 편히 가실 수 있을 것 같사옵니다.
견훤 빠르고 편히 간다..? (착잡하다) 무엇이 그렇게 빠를 일이 있단 말이냐? 백제를 떠나는 일인데 무얼 그리 서두를 일이 있단 말이냐?
집사 ...................?
견훤 (절규처럼) 이 제국을 버리고 떠나는 일인데... 무얼 그리 빠르고 편히 할 게 있단 말이냐.......? 무얼.....? 다시는 오지 못할 길인데 무얼.....?
그런 견훤의 표정에서....
<197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