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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대본

[연애의 발견] 05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8.06.23|조회수1,552 목록 댓글 0

[연애의 발견] 05











S#1. 재즈바 (N)


-테이블에 앉아있는 태하. 입술 터지고, 얼굴 까지고... 맞은편을 어이없는 얼굴로 보는 태하.

하진의 얼굴에 약을 발라주고 있는 여름.


태하(E) : (오만한 표정 그대로) 이럴 수는 없어요.


-인서트, 4부 엔딩. 태하의 등짝을 큐대로 때리던 여름.


태하(E) : (무표정에 가까운 차가운 얼굴 위로) 어떻게... 그 상황에서 나를 때릴 수 있죠?


-기가 막혀, 하진의 얼굴에 약 발라주는 여름을 보는 태하.


여름 : (하진 얼굴, 연신 살피며 걱정스럽다) 뭐 땜에 싸웠어? 왜 싸웠어?

태하 : (그런 여름을 그대로 보고)

하진 : (여름에게 얼굴 맡긴 채) 저자식이 잘못했으니까.

태하 : (어이없지만)

여름 : 그래.. 하진씨가 잘못할 리가 없지...

태하(E) : 누가 좀 한여름한테 말해줬음 좋겠어요. 저 자식 바람피운다고!!!

하진(E) : (태하 노려보며, 코웃음) 넘겨짚기도 저 정도면 금메달감이에요.

여름 : 어떡해... 얼굴 다 망가졌어...



S#2. 태하의 원룸 (D) / 7년전


여름 : (눈물 그렁그렁) 어떡해... 다 망가졌어...


-웃통 벗은 태하, 한쪽 어깨가 까져서 빨갛고. 어깨는 조금 찢어지고.. 연고 바르고 붕대 감으려는 여름.


여름 : 어쩌다가 이랬어. 어쩌다가. (어깨보며) 아프지?

태하 : (그런 여름, 이뻐서 보고) 아니야. 견딜 만 해.

여름 : 누가 이랬어? 뭐하다가 이랬냐구!

태하 : 절 뜯는데, 나무 구하러 갔다가,

여름 : (OL) 그깟 나무가 몸보다 중요해?! / 일이 그렇게 중요해? 그게 그렇게 재밌어?

         왜 맨날 다쳐. 몸보다 중요한 게 뭐가 있다구! 니 몸이 니꺼야? (속상해서 눈물 그렁이고)

태하 : (픽 웃으며) 그럼 누구껀데?

여름 : 내꺼.

태하 : 그럼 니 몸은?

여름 : 몰라서 물어? 난 강태하꺼야.

태하 : (얼굴 쓰다듬으며) 너 지금 한 말 잊어버리면 안 돼. 너 방금 내꺼라고 했다.

여름 : 지금 그게 문제야.. / 팔 올려봐..

태하 : (다친 팔 쭉 올리다가 아파서)

여름 : (속상하다) 어떡할 거야. 이제..

태하 : 괜찮아. 일주일이면 돼.

여름 : (붕대로 어깨 감으려고) 일주일은 무슨 일주일! 다쳤다고 쉬지도 않을 거잖아. 이 어깨로 어떻게 일을 할려구 그래!

         (눈물 터진다)

태하 : (이쁘게 보다가) 나무 보러 안 갈래?

여름 : (흘기며) 안 갈 거야. 안 가.



S#3. 어느 창고 (D) - 7년전


-여름의 손을 잡고 들떠 들어오는 태하. 쌓여진 나무 위에 덮어둔 천막을 걷어내는 태하.


태하 : 이거 봐. 도랑주야.

여름 : (이런 태하가 이해 안가고)

태하 : 뭔지 알지? 원목 껍질만 벗겨낸 기둥. 이게 몇십년 자연건조된 건데 얼마나 대단해..

         이거 휘어진 거 봐.. 이 정도면 이거 자체로 예술이야..

여름 : (OL, 발로 나무를 냅다 걷어찬다)

태하 : (하지말라고) 야! (말리고) 내가 얼마나 힘들게 구한 건데.

여름 : (뿌리치고 다시 발로 확 걷어찬다) 이까짓 게 뭔데?!!!

태하 : 하지마. (또 차려는 여름을 뒤에서 껴안고) 제대로 된 육송이야. 이런 거 얼마나 구하기 힘든 줄 알아.

         참나무도 아니고 육송이라니까!

여름 : 그래서 어따 쓸 건데?

태하 : 생각해봐야지. 이제... / 뭐할까. 니가 갖다 쓸래? 뭔가 근사한 작품이 나올 거 같지 않아?

여름 : (눈물 맺혀서 흘기고) 다신 안 다친다구 약속해.

태하 : (눈으로 알았다고)

여름 : (훌쩍이며) 사람들을 써. 다른 직원들도 있잖아.

태하 : 사람들은 모르잖아. 이게 얼마나 귀한건지 설명해도 몰라.

여름 : (흘기고) 미치겠어.. 내 말은 죽어도 안 듣잖아.. 또 다칠 거야.. 또...

태하 : (푹 감싸안고) 조심할게..



S#4. 재즈바 (N)


-눈가 깊어져서 현재의 여름을 보는 태하.. 여름은 하진 얼굴에 집중해 있고.


태하 : (아무 것도 모르는 여름이 화가 난다) 거울 있어..?

여름 : (이를 갈 듯) 찾아봐. 내 가방에. (턱짓으로 가방을)

태하 : (서럽다. 여름 가방에서 거울 꺼내어 얼굴 본다. 약봉투 당겨서 자기 얼굴에 연고 바르려고 하는데)

여름 : (소독약 탁 거칠게 던져주며) 소독부터 해.

태하 : (흘기며 받고)

하진 : (그런 둘을 본다. 니들 반말하는 사이였구나?)

여름 : 내일 진료해야할 의사 얼굴을 이렇게 만들어 놓는다는 게 말이나 돼?

태하 : (차게) 사정 모르면 입 다물어.

하진 : (OL) 야, 이자식아..

여름 : (하진에게) 하지 마.... 자기도... 왜 그래...

태하 : 그 새끼, 여자(있어! 하려다가 참고) 윽!!! (가슴을 탕 치는데)


-테이블 아래, 태하의 발을 확 걷어차는 여름.


여름(E) : (눈빛으로) 사과 안 해?

태하(E) : (여름의 발을 확 걷어차는 위로) 내가 왜?

하진 : (두 사람, 눈빛.. 오가는 시선 보고)

여름(E) : (다시 확 걷어찬다) 사과 해, 얼른.

태하(E) : (다시 걷어찬다) 죽어도 못해.

여름 : (흘기며) 진짜, 못됐어. (탁 걷어차고)

태하 :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만 못됐다지! (있는 힘 다해 걷어차는데)

여름 : (휙 발을 피하고, 흥)

태하 : (씨이..)

하진 : (두사람 시선 오가며 보다가) 잠...깐..!!!

태하여름 : (하진보고)

하진 : .....두 사람....

태하여름 : (긴장)

하진 : 언제부터 반말했어?

태하여름 : (헉! 마주보고)

하진 : 뭐지? 그 회산 함께 일하는 파트너한테 반말하나, 강태하씨? / (고개 돌려 천천히 여름을 보는) 대답해봐, 한여름.


-하진, 두 사람 번갈아 본다. 태하와 여름.. 얼어붙어 있는데.

태하, 여름이 바짝 얼어있는 것을 본다. 하진한테 들킬까봐 겁먹은 게 보인다..


태하 : (이윽고, 여름에게) 죄송합니다... 반말해서.

여름 : ...다음부터 조심하세요.

하진 : 반말은 니가 먼저 했어, 한여름.

여름 : (태하에게) 왜 그랬는지 모르겠네요.

태하 : 왜 그랬어요? 내가 만만하고 편안합니까?

하진 : (둘을 본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S#5. 재즈바, 주차장 (N)


-나오는 여름과 하진. 뒤에서 하진의 팔을 끼고 가는 여름을 보는 태하.


태하(E) : 꼭 한번 다시 만나고 싶은 여자였지만, 이런 꼴을 보게될 줄은 몰랐어요.


-그들을 지나쳐 가면서 하진의 어깨를 자기 어깨로 툭 건드리고 앞서 가버리는 태하. 자기 차로.


하진 : (눈으로... 저 자식을 진짜-.)

여름 : (참으라고)

태하 : (차의 운전석 문을 열고 타려다 멈춘다. 잠깐 생각하다가) 저기요.

하진 : (조수석 문열어 여름을 태우려다, 보고. 왜?)

태하 : 다음엔 제대로 치죠. 여자는 빼고.

여름 : (왜 저래, 또!)

하진 : (내가 질 거 같애?) 내기당구면 하구요. / 근데, 난 그쪽한테 뺏고 싶은 게 없어서.

         (여름의 어깨에 손 올리면서) 바쁘기도 하고.

태하 : 그래서 한다는 겁니까, 안 한다는 겁니까?

하진 : 생각해보구요. 그 내기에 뭘 걸어야 될지.


-하진을 보다가 태하가 차에 오른다.

하진, 여름을 조수석에 태우며 거칠게 출발하는 태하의 차를 보는 시선에서.



S#6. 하진의 차 안 (N)


-운전하는 하진. 슬금슬금 하진의 눈치를 보던 여름이 하진의 어깨에 기대어온다.

손가락 하나 뻗어 여름의 머리를 밀어 제자리로 보내는 하진.


하진 : 끼 부리지마. 나 오늘 진짜 화났으니까.

여름 : ....



S#7. 여름의 집 앞 (N)


-하진과 여름, 차에서 내린다.


여름 : 뭐 땜에 싸웠길래 이유를 말을 못해! 그리고, 둘이 싸웠는데, 왜 나한테 이래? 오늘 정말 이상한 거 알아?

하진 : (묵묵히 듣다가) 들어가.

여름 : (흘겨보다가, 늘 그랬듯이, 볼 톡톡 두드리며) 싸웠어도 뽀뽀.

하진 : (그대로 보며) 오늘은 안 넘어가. 나 진짜 화났다구.

여름 : (본다)

하진 : 니가 무슨 짓을 해도 오늘은 안 풀려!

여름 : (그대로 보는데... 서서히 눈물이 차오른다)

하진 : (철렁! 당황) 울지마... (미치겠다) 아.. 울지마.. 니가 뭘 잘했다구 울어..

여름(E) : (말간 얼굴에 툭- 눈물 떨어지는 위로) 내가 요즘 눈물연기가 쫌 되는 거 같애요..

하진 : (또 졌다) 아, 미치겠네... 진짜...

여름 : (그대로 울며 보는)

하진 : (결국 팔 벌리고) 이리와...

여름 : (가서 안기고)

하진 : 왜 울고 그래.. 마음 아프게..

여름 : (그대로 훌쩍거리며, 안겨서) 왜 싸웠는데... 응?

하진 : (꼭 안고 있는 그대로) 자식이... / .....사기당구를 치잖아..



S#8. 태하의 집 (N)


-샤워마친 태하, 머리 털어내는데. 핸드폰 울린다. 보면, 한여름이고.

핸드폰 흘겨보다가 전화를 받는데, 여름의 목소리가 바로 튀어 나온다.


여름(E) : 왜 싸웠는데! 도대체 뭐 때문에 사람을 그 꼴로 만들어 놨냐고!



S#9. 여름의 집, 여름의 방 (N)


여름 : (하진 대하는 태도와 다르게 완전 흥분해서 통화 중) 말 안하면 모를 거 같애? 또 승부욕 발동하셨겠지?!!!

         죽어도 지고는 못사는 성격이니까!!!! 너 혹시라도 내 남자친구 만나면 다신 그런 짓 하지마. 당구를 또 치더라도 무조건 져!


-그런 여름을 입구에 서서 보는 준호와 솔.



S#10. 태하의 집 (N)


-기가 막힌 듯 듣다가 핸드폰 끊는 태하.


태하 : (후- 답답하고, 인터뷰) 여자들.. 원래 이래요? / 그래도 내가, 옛날에 그렇게 좋아했던 사람인데!

         / 걔 나한테 어쨌는 줄 알아요? 죽으라면 죽는 시늉도 했던 애예요! / 뭔가, 옛사랑이 나타났으면..! 아련하고, 어?!

         좋은 것만 기억나고! 괜히 앨범도 한번 보고! 괜히 가슴이 아프고, 저리고!! 뭐라도 해주고 싶고..!!

         (애써 누르며, 침착하려고 하는) 그래야 되는 거 아닙니까?



S#11. 여름의 방, 앞 (N)


솔 : (인터뷰) 아우, 우린 그런 거 없어요.. 옛날 남자친구를 우리가 뭐라 부르는지 아세요? / 똥차라고 해요. 똥--차-.



S#12. 태하의 집 (N)


태하 : (인터뷰, 토끼 안고, 충격이다) 아니, 똥차라니요. / 제가 어딜 봐서..... (기가 막힌다) 그럼. 그 자식은 뭔데요?



S#13. 여름의 방, 앞 (N)


솔 : (인터뷰) 새차죠. 그것도 갓 뽑은 최고급세단. 새차 놔두고 똥차를 왜 타요? 구질구질하게.

여름 : (옆에서 끄덕끄덕)

준호 : (한쪽에 서서 솔의 인터뷰를 보고 있었다) 참 남의 일이라고 말은 잘 해요. 그럼 최은규는?!

솔 : (보면)

준호 : (빈 술병이 가득 담긴 바구니 내밀어 보여주며) 이건 뭐고, 최은규는 뭔데? (여름에게) 보일러실에서 발견했어.



S#14. 은규 사무실 (N)


-야근하던 은규, 핸드폰 보고 있다. 솔의 마지막 문자메시지를 본다.


솔(E) : 최은규. 친구라도 좋으니까 만나서 놀자.



S#15. 솔의 방 (N)


-솔, 침대에 앉아있는데, 준호 침대 밑을 들춘다.


준호 : (빈 술병 찾아내어 흔들며)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여름 : (걱정스럽게 보는)

준호 : 너 그 뒤에 은규 찾아갔지? 가서 한번 더 차였지?

솔 : 안 찾아갔거든?!


-그때, 솔의 핸드폰 문자메시지가 왔다는 알람이 울리고. 보는 솔.


은규(E) : 친구로서 만나는 건 좋아. 언제라도 연락해.

솔 : (비참하고..)


-준호, 솔의 핸드폰 나꿔채서 보고. 여름도 함께 본다.


준호 : 이 자식이 진짜! (발신버튼 누른다) 야, 최은규. 이 자식- 너 내가 가만 있으니까 가마니로 보이지?

         나 솔이 오빠야! 얘 태어나자마자 봤으면 친오빠나 다를바 없거든?

솔 : 하지마. 하지마. (핸드폰 뺏으려는데)

여름 : 냅둬. (오히려 솔을 말리고)

준호 : 너 지금 우리 솔이 갖고 노는 것도 아니고, 이제와서 친구? 남주기는 싫고, 너 갖기는 아쉽냐.

여름 : (최고라고, 엄지 치켜들어 보이고)

준호 : 너 내 눈에 안 띄게 잘 피해 다녀라. / 굳이 찾아가진 않겠지만, 오다가다 걸리면 죽어! 알았어? (핸드폰 솔에게 주는)

여름 : (감동) 웬일이래.. 남의 인생은 함부로 판단 안한다는 게 철칙인 인간이.

준호 : (솔에게) 이렇게 말하라구--.

여름솔 : (엥? 얼른 핸드폰 보면 발신정보 없고)

솔 : 전화 한 거 아냐?

여름 : 혼자 쇼 한 거야?

준호 : 내가 은규랑 원수 될 필요는 없잖아.. / 난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오빠로서. (술병 바구니 들고 나간다)

여름솔 : (어이없어 뒷모습 보는)



S#16. 은규의 회사 앞 / 밤


-은규, 직원들 몇 명과 나온다.


직원1 : 어디 가서 맥주 한잔만 하구 갈까?

여직원1 : 좋죠! 은규씨도 괜찮죠?

은규 : 네.


-은규, 가다가 문득 화단 어디쯤에 솔의 자전거가 서있는 것을 본다. 잠깐 멈춰서 보다가 가는 은규.

은규가 발길 옮기면, 화단에 숨어있다가 빼꼼 고개 내미는 솔.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다.



S#17. 거리, 유흥가 / 밤


-은규 저만치서 직원들과 가고... 솔은 자전거를 끌고 따라간다.

솔은 고개를 처박고 간다. 어느 상인의 좌판이 와장창 넘어진다. 자전거에 걸려 넘어진 거다. 솔, 정신차리고.


상인 : 이 아가씨가 지금 정신이 있어, 없어? (좌판 물건들 추스르며, 적당히 악세사리들이 자전거 바퀴에 깨져있기도 하고)

         아유 어떡해. 못쓰게 됐네.

솔 : 죄송합니다.. (얼른 자전거 세우고, 같이 주우려는)

상인 : 말만 그렇게 하면 어떡해. 변상을 해야지.

솔 : 지갑을 안 갖고 나왔는데...

은규(E) : 제가 변상하겠습니다.

솔 : (어느새 옆에 와있는 은규를 본다)

은규 : (솔을 안보고, 말없이 바닥에 엎어진 악세사리들을 줍는다)

상인 : 아유.. 이거 다 비싼건데. (적당히 보석 목걸이) 이게 그냥 돌이 아니야. 원석이야.

은규 : (솔에겐 시선 안두고) 네.. 가격 제대로 쳐 드릴께요.

솔 : .....

상인 : (솔에게) 애인이야?

은규 : 아닙니다. 친구예요.

솔 : (그말이 너무 서운해서 눈물 글썽인다)



S#18. 어느 커피숍 / 밤


-마주앉아있는 은규와 솔. 은규는 단정한 얼굴로 솔을 보고 있고, 솔은 바닥만 보고 앉았다.


은규 : 밥은 먹니?

솔 : (밉다) 못 먹어. 내가 잘 먹고 잘 살면 너 마음 편하게 살까봐.

은규 : (편안하게) 니가 잘 지냈음 좋겠어.

솔 : 잘 안 지낼 거야. 밥도 맨날 굶고, 술도 맨날 마시고, 맨날 울고, 맨날 따라다닐 거야.

은규 : (귀엽다. 슬핏 웃는)

솔 : 어젯밤 한숨도 못자고 생각해봤는데. 넌, 나 좋아했어.

은규 : (본다)

솔 : 근데, 좋아하는 마음보다는 계산하는 마음이 더 컸어. / 너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회사에 다니는데,

      우리 공방은 맨날 적자에 시달리니까.

은규 : (솔의 말이 사실이다. 눈빛 흔들리지 않고 본다) 난 너한테 니가 오해 할만한 어떤 실수도 한 적 없어.

솔 : 책임지게 될까봐 그랬겠지.. (담담히) 나 계속 문자도 보낼 거고, 전화도 할 거야. 술 마시고 니네 집으로 찾아갈지도 몰라.

은규 : (그대로 보며, 놀린다) 장난전화 8만원. 지속적 괴롭힘 8만원. 음주소란 5만원. 경범죄 처벌법 범칙금이야.

솔 : 너를 사랑한 대가로 그 돈 내면 돼. / 근데, 만약에 다른 여자랑 데이트하다가 들키면, 나 발차기 예술인 거 알지?

      벽돌도 가루를 내는 발차기야.

은규 : (그런 솔이 귀엽다) 협박은 벌금으로도 해결 안될 걸?

솔 : 친구는 안해. 이제...

은규 : ...니가 싫다면 할 수 없고.



S#19. 근처 어느 식당 (N)


-막 개업한 식당. 북적거리는. 사장으로 보이는 부부에게 ‘축 개업’이라고 쓰인 화분을 건네는 윤실장.


남자 : 공사 끝났으면 끝이지, 어떻게 이런 날까지 챙겨...

윤실장 : 대표님이 보내신 거예요. (눈으로 둘러보며) 잘 될 거 같은데요.

여자 : 인테리어가 반이라더니 그런가봐요.

윤실장 : (웃고)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고맙구요.



S#20. 거리, 일각 + 윤실장의 차안 (N)


-운전하는 윤실장. 시선으로 거리에서 바람 빠진 자전거 바퀴를 툭툭 발로 차고 있는 솔을 본다.

도로에 차를 대는 윤실장. 솔이 맞나? 싶어 창 내리고 보면, 솔은 자전거 바퀴를 차다가 울고 있다.

내리는 윤실장.


윤실장 : (다가가는) 윤솔씨...

솔 :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로 돌아봤다가 외면하고 손등으로 눈물 닦는)

윤실장 : 여긴 어떻게...

솔 : ..... (대답 없이 다른데 보고 섰고) 너무 속상하니까... 모른 척 해주시면 안돼요?

윤실장 : ....그러긴 어려울 거 같은데요?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데. (하고 바람 빠진 바퀴 보는) 집, 많이 멉니까?



S#21. 윤실장의 차안 (N)


-윤실장, 운전하고 조수석에 앉은 솔. 카오디오에서 이별노래 흘러나오고. 윤실장, 무심하게 가사 따라 부르는데...

솔이 오디오 버튼 쿡 눌러 끈다. 보는 윤실장.


솔 : 눈치 없는 편이죠?

윤실장 : 아니요. 있는 편인데요. (하다가 문득 카 오디오 한번 보고) 아, 실연 당하셨구나...

솔 : (흘기며) 꼭 말로 확인해야겠어요...? (다시 눈물 차오르는데)

윤실장 : (앗! 하고 얼른 손수건을 주머니에서 꺼내어 건네는)

솔 : (꼬깃한 손수건, 받아서 보다가 냄새 맡아보고, 인상쓰고 윤실장을 보는)

윤실장 : ?

솔 : 나보다 더 더러워. 손수건 좀 깨끗한 거 갖고 다니세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내고, 코를 손수건에 팽- 푼다)

윤실장 : .....



S#22. 여름의 집 앞 (N)


-자전거 꺼내어 놓은 윤실장. 그 옆의 솔.


솔 : 손수건은 빨아서 돌려드릴게요. 오늘 고맙습니다.

윤실장 : (세워놓은 자전거 묵묵히 보고 있다가, 뭔가 한마디 좋은 말이라도 해줘야겠다 싶은) 저기요..

솔 : (보는)

윤실장 : 음.. 그러니까.... 살다가 보면... 음.. 그러니까 세상에는... 남자와 여자가 있고...

            그러니까 남자도 많고 여자도 많은데요...

솔 : (겨우 그 말이었어? 찍- 노려보며) 세상은 넓고 남자는 많다?

윤실장 : 그, 그렇죠.

솔 : 그걸 몰라서 이래요? 그걸 몰라서 사람들이 사랑 때문에 울고불고 하는 줄 알아요?

      그렇게 세상은 넓고 남자가 많으면 뭐하냐구요. 내가 좋아하는 그 남자가 날 안 좋아하는데!!!

      연애의 불행은 거기서 시작 되는 거예요. 세상이 좁아서도 아니고, 남자가 없어서도 아니라니까!!

윤실장 : ....

솔 : (그래도 위로 받고 싶다) 이제... 뭐라고 위로 하실건데요...?

윤실장 : ......

솔 : 할 말 없죠? (다시 훌쩍훌쩍) 답이 없다니까... 답이 없어서 우는 거라니까...

      답이 있으면 왜 울겠어요? 답대로 살면 되지! 안 그래요?

윤실장 : 아, 그렇다고 계속 울기만 할 겁니까?

솔 : 누가 울기만 한 대요? 나 일하는 거 못봤어요? 일도 하고,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친구랑 놀기도 하고,

      그러다가 생각나면 울기도 하고.... 그런 거지... 사는 게.

윤실장 : 그.. 그렇죠.. 사는 게...

솔 : (찍 흘겨보고 눈물 닦으며 안으로 들어간다)

윤실장 : (가는 솔을 보며 머쓱한)



S#23. 타운하우스 공사현장 (M)


-한창 공사진행중인 현장, 자판기 커피를 태하에게 건네는 윤실장.


윤실장 : 귀엽더라... 방금 울던 여자가 답이 있으면 왜 울겠냐고 따박 따박 따지는데. 또 그게 다 맞는 말이야.

태하 : (끄덕끄덕) 윤솔은 안 될걸?

윤실장 : 왜 안돼?

태하 : 32년동안 붙어있는 남자가 있어. 도준호라구. 엄마끼리 친구야. 셋 다.



S#24. 여름의 집, 거실 (M)


-물내리는 소리 들리고 화장실에서 나오는 준호.


준호 : 야, 윤솔! 너 진짜-, 똥 누고 물 안 내릴래?!!!

솔 : (설거지 하다가 돌아보고)

여름 : (그 옆에서 행주질하다가) 또... 안 내렸어..?

솔 : (준호보고) ...이층 가.... 왜 일층 화장실에서 싸고 그래?

준호 : (여름에게) 더러워서 넌 얘랑 화장실을 어떻게 같이 쓰냐?

여름 : (솔 보고 웃고)

준호 : 아, 왜 더럽게 물을 안 내리고 나와, 맨날. / 아침부터 니 똥 보면 얼마나 기분 나쁜 지 알아?

솔 : ...

여름 : 왜 그랬어...... (물 좀 잘 내리지..)



S#25. 여름의 집 앞 (M)


-준호 나와서 리모콘으로 차 문을 연다. 뒤따라 나오는 여름과 솔.


준호 : (운전석 문 열다가) 야, 여름이만 타. (솔 보고) 넌 안 데려다줄거야.

솔 : (뒷자리 문 열려다가 멈칫) 치사해서 진짜.

준호 : 똥 누고 물 안 내린 벌이야.

솔 : (발로 타이어 펑펑 걷어차며) 그래. 안탄다. 안 타.


-여름.. 어휴, 똑같은 것들.. 싶다.



S#26. 타운하우스 공사현장 (D)


-태하, 들어와 머그잔 놓고 거울을 보며 얼굴 흉터를 보는데..

-공사현장 어디쯤 유리에 비친 자신의 얼굴 흉터를 보는데, 핸드폰의 문자메시지 알람이 울린다. 보는 태하.


여름(E) : 아직 나한테 화났어?

태하(E) : (씨익- 웃는다.. 문자 찍는 위로) 잘못한 건 알아?


-태하, 문자 보내놓고 핸드폰 그대로 보며 답을 기다리는데,


여름(E) : 밥 살게. 나와.

태하(E) : (어제 화났던 게 완전 풀리는 느낌이다. 그 위로) 어디로?

여름(E) : 비빅스. (확정시까지 보류)

태하(E) : 어디 비빅스? (확정시까지 보류)

여름(E) : 공방 옆 비빅스. (확정시까지 보류) (하트 이모티콘)


-태하, 하트 이모티콘을 본다. 갸웃하는 태하.. 잠깐 보다가,


태하(E) : 나 엄청 바쁜데, 니가 사과의 의미로 굳이 밥을 사겠다니 먹어줄게..


-태하, 핸드폰을 톡톡 두드리며 여름의 답을 기다리는데,


여름(E) : 튕기기는. 30분 후에 봐~ (하트 이모티콘)

태하 : (이번에도 하트 이모티콘을 본다. 씨익 웃는다) 얜 무슨.. 하트를 두 번씩이나.. (기분 다 풀리고.. 좋아 죽겠는데)



S#27. 어느 레스토랑 (D)


-여름, 테이블에 앉아 조그만 손거울을 본다. 얼굴 확인하고 손거울 넣으며 입구를 보는 여름.

태하가 들어선다. 태하, 멈춰서 눈으로 누군가를 찾는다.

여름, ‘쟤가 여긴 웬일?’하는 표정. 여름의 생각과는 달리, 태하는 여름을 발견하자 싱긋 웃는다.

자신만만하게 걸어오는 태하를 보며, ‘무슨 일이지?’하는 여름.

태하, 너무도 자연스럽게 여름의 맞은 편에 앉는다.

여름, 의아한 얼굴로 그대로 태하를 건너다보고 있고.


태하 : 뭐야, 그 얼굴은?

여름 : 여긴... 어쩐 일이야?

태하 : 여기로 오라구 문자 보냈(잖아! 하다가 말 멈추는. 설마..?)

여름 : (얼른 핸드폰 꺼내어 확인하는. 하진인 줄 알고 보낸 문자였다!!) 어떡해...!

태하 : (완전히 굳었다!) 너, 지금...

여름 : 미안해.. 문자를 잘못 보냈어...

태하 : !!!!!



S#28. 여름의 공방 전시실 (D)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마주보고 있는 솔과 하진.


솔 : 문자 못 받았어?

하진 : (받은 적 없다고 고개짓)

솔 : 한참 주고받던데? (갸웃) 남선생이랑 밥 먹으러 간다구 나갔어. 십분 전에.

하진 : 어디로?



S#29. 어느 레스토랑 (D)


-샐러드바에서 음식 담는 여름. 그런 여름을 보며 건성으로 음식 담는 태하.


태하 : 난 기껏 냉면 한그릇이면서, 남자친구한테는 이런 데서 밥을 사는 구나? 현실감 돋는다, 한여름. 빌딩 사겠어.

여름 : 이왕 온 거 기분 좋게 먹고 가-

태하 : 여기까지 밥 먹으로 왔다가, 문자 잘못 보냈다는 말을 듣고 기분 좋게 밥이 넘어가겠어?

여름 : (흘기고) 그럼 먹지 말든지.

태하 : (보다가 삭히고) 니 남자친구는 뭐래? 왜 싸웠는지 말 안해?

여름 : (무심히 음식 골라 담으며) 사기당구 쳤다며.

태하 : (기막혀 멈추고 보는) 내가 이름 앞에 네글자를 붙인다면, 정정당당이란 단어야. 정정당당 강태하.

         너, 몰라? 내가 얼마나 비겁한 게임 싫어하는지?

여름 : 알아. 돌려말하는 법 없고, 최선을 다해 일하고, 공정한 대가를 바라는 사람. 반칙 같은 건 자존심이 상해서 못쓰는 사람.

태하 : 근데.

여름 : 나도 이해가 안가. 여러모로.

태하 : 만약 내가 먼저 싸움을 걸었다면,

여름 : (본다)

태하 : (시선 피하며) 너를 지키려고 그랬을 거란 생각은 안 해보냐?

여름 : 니가 날 왜 지켜? 내가 니꺼야? (간다)

태하 : (가는 여름을 보며, 그러네.. 내가 쟤한테 왜 저러지? 싶다)

여름 : (뒤에서 따라오는 태하 느끼며) 괜히 의심받는 것도 싫고, 그사람 신경쓰게 만드는 것도 싫어.

         안 그래도 술 취해 니네 집에서 하루 잤잖아. 그것만으로도 신경 쓰이는 게 당연해. 조심하자, 우리.


-여름을 흘기며 테이블로 가던 태하. 입구에서 하진이 들어서는 걸 봤다!

순간, 여름을 잡아 당겨 기둥 뒤에 숨기는 태하!


여름 : 왜 이래?

태하 : (얼어서 눈으로 하진을 가리키고) 니 남자친구야.

여름 : (철렁하는)

하진 : (눈으로 테이블을 훑으며 여름을 찾는데)

태하 : 의심 받기 싫다면서.


-태하와 여름은 기둥 뒤에 그렇게 숨어 하진의 움직임을 보는데...

하진, 레스토랑을 쭉 훑어본다. 기웃거리며 여름을 찾는 하진.

태하, 여름의 손을 잡고 기둥을 뱅뱅돌며 숨고... 둘이 그렇게 손을 꼭 잡고 있는데...

-이윽고, 전화기를 들어 여름에게 전화를 하는 하진..

-테이블 위에서 윙- 진동으로 울리는 여름의 전화기.

앗-! 하고 놀라는 기둥 뒤의 태하와 여름.


여름 : 어떡해..


-하진이 그 테이블로 간다. 의자를 빼서 앉으려다가 문득 태하가 벗어놓은 쟈켓을 본다.

여름과 태하가 마주본다. 여름, 어떡하지..?


태하 : 먼저 가서 앉아.

여름 : (어떡하지....)

태하 : (여름의 눈을 들여다보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여름 : (고개 끄덕이고)

태하 : 바람피우다 들켰냐? / 너, 잘못한 거 없어. 나도 마찬가지고.

여름 : (고개 끄덕이고)

태하 : (손 놓으며) 먼저 가.


-여름이 쭈삣거리며 테이블로 가는 것을 보는 태하. 착잡하게 지켜본다.

태하의 시선으로, 가서 앉는 여름. 애써 웃으며 하진에게 태하의 쟈켓에 대해 설명하는 분위기.

지켜보다가 테이블로 가는 태하.

-테이블. 막 앉으려는 태하,


하진 : (여름에게) 어떻게 그런, (앉는 태하를 보고 잠깐 멈췄다가) ...실수를 해?

태하 : 그러니까 말입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먹고)

여름 : 일 때문에 요즘 자주 통화를 하다 보니까...

하진 : (태하 건너다보고)

태하(E) : (아무렇지도 않은 듯 먹지만) 진짜 자존심이 상해서, 딱 죽고 싶어요.

여름 : (접시 하진 쪽으로) 먼저 먹을래?

하진 : 아냐. 앉아있어. (하고 샐러드바 쪽으로 가고)

여름 : (하진 가면, 태하에게 소리죽여) 미안해..

태하 : (말없이 먹는다)

여름 : (태하 때문에 마음 아프고, 난처하고, 고개 푹 숙이고 먹는다)

태하 : (보다가.. 그런 여름이 맘 아프다. 손 뻗어 여름의 앞을 톡톡 두드린다)

여름 : (보면)

태하 : 편하게 먹어.

여름 : (본다)

태하 : 괜찮아. 나한텐 신경 안써도 돼.

여름 : (그렇게 말해주는 게 고맙다. 고개 끄덕이고)


-샐러드바의 하진. 뭔가 치밀어 오르는 것 애써 참아가며 돌아서 테이블로 간다.

태하와 여름이 빈접시 놓고 막 일어서려던 참이다.


하진 : (여름의 어깨 누르며, 시선은 태하에게, 접시는 여름 앞에 놓고) 먹고 있어. 내가 갔다올게.

여름 : (걱정스런 눈으로 태하를 보는)


-가는 두사람을 불안하게 보는 여름.

-샐러드바의 하진과 태하. 하진, 태하를 건너다보면 태하는 음식 골라 담고. 태하가 하진을 건너다보면 하진이 음식 고르고..

-어느 순간, 나란히 서게 되는 두사람.


하진 : (시선은 음식에) 어제도 말했지만, 우연이 정말 많아요. 두사람은.

태하 : (역시 하진 안 보고) 예전에 어떤 여자가 나한테 그런 말을 했는데. 우연이 반복되면 그건 운명이라고.

하진 : (고개 끄덕이며, 혼잣말처럼) 아, 어제 한여름 좋아한댔지?!

태하 : (멈추고 보는)

하진 : (시선 돌려 보며) 진심이야? 아니면, 날 자극하기 위해 해본 말이야?

태하 : 진심이라면.

하진 : 좋아하는 건 강태하씨 자윤데-, 그 마음. 여름이한텐 보이지는 마.

태하 : (그대로 보는)

하진 : (다시 음식에 시선 돌리고) 나, 한여름 옭아매기 싫거든? 하고 싶은 일, 못하게 막고 싶지도 않고.

태하 : 결혼을 했다고 해도 그럴 권리는 너한테 없어. 그렇게 유치한 사람이야?

하진 : 알아. 그러니까 안 하겠다고. 근데... (보며) 너, 여름한테 그 감정 내보였다간 내 손에 죽어. 나, 마냥 순한 놈 아니거든?

         / 알지?

태하 : 왜? 한여름, 흔들릴까봐 겁나?

하진 : 아니. 전혀.

태하 : 근데?

하진 : 여름이 불편해질테니까. / 그쪽 마음, 내가 말하지도 않을 거야.

         난 여름이가 그쪽하고의 일, 편하게 잘 해냈으면 좋겠으니까.

태하 : 그보다 내가 알고 있는 다른 사실에 대해 해명하는 게 어때?



S#30. 봄봄 성형외과, 안내 데스크 앞 (D)


-데스크에서 차트 보고 있다가 막 돌아보는 준호. 앞에 생즙 배달복 차림인 아림이 서있고.


준호 : 남원장 집 주소는 왜?

아림 : 은혜 갚을 일이 있으니까요.

준호 : (유심히 보는) 무슨 은혜?

아림 :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부르주아는 알 필요 없어요.

준호 : (어이없어 보며) 남원장 집 주소 알아서 뭐하게?

아림 : 생즙 배달해 드릴려구요.

준호 : 왜죠?

아림 : 멋있으니까.

준호 : (재밌다는 듯이 보고)



S#31. 어느 레스토랑 (D)


태하 : 그날밤 껴안았던 여자, 한여름도 알아? 전화도 안 받고, 커피숍으로 자리 옮겼던데.

하진 : (픽 웃고) 왜 그쪽한테 그걸 해명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명백한 오해야. 근데, 그걸 왜 한여름한테 알리지 않지?

태하 : 내가, 고자질이나 즐기는 어린애로 보여? (간다)

하진 : (만만한 놈 아니다 싶다)


-식사 중인 셋. 편하지 않게 오가는 눈빛들..


여름 : (뭔가 얘기를 해야할 것 같아서) 병원은,

하진 : (동시에) 공방은,

여름하진 : (멈추고 서로를 보고)

태하 : (그대로 먹고만 있는 척)

여름 : ..안 바빠..?

하진 : (역시 동시에) 안 바빠?

여름하진 : (다시 어색해진다)

태하 : (먹으며, 툭- 자연스럽게) 고재 구할 수 있는 델 찾았어요.

여름하진 : (본다)

태하 : (여름을 보며) 남양주에 고재만 전문적으로 파는 데가 있대요. 언제 시간 맞춰 갈 수 있겠어요?

여름 : ..네..

태하 : (그대로 먹고)

여름 : (하진의 눈치 보이고)

하진 : (그대로 태하를 보는)



S#32. 엘리베이터 앞 (D)


-하진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거의 동시에 그 옆 다른 엘리베이터 앞에서 버튼 누르는 태하.

나란히 다른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섰는데, 여름이 와서 하진 곁에 선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는 소리가 들리고, 하진 앞의 엘리베이터가 문이 열린다.

하진과 여름, 엘리베이터 안으로.

태하, 도착하지 않는 자신의 앞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흘기고 어쩔 수 없이 여름과 하진이 탄 엘리베이터로 간다.



S#33. 일층 (D)


태하 :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며) 잘 먹었습니다. (하진에게) 또 봬요. (간다)

하진 : (가는 태하 등을 길게 보는)

여름 : 가.. 밤에 전화할게. (가려는데)

하진 : (손잡아 채어 돌려놓고)

여름 : (보는)

하진 : (웃는) 앞으로 문자 잘못 보내지마. 제대로 보내.

여름 : 알았어...

하진 : (애정 담아서 보며) 나한테 잘못한 거 있어?

여름 : 아니-!

하진 : 근데 왜 밥 먹는 내내 웃는 얼굴을 한번도 안 보여줘?

여름 : (그제야 긴장 풀려 흘겨보고) 내내 불편하게 만들었잖아.

하진 : 불편한 건 사실인데. 니가 긴장할 이윤 없어. 남자들끼리 흔한 힘겨루기 하는 거니까, 너랑은 상관없어.

여름 : (흘기며, 볼 톡톡 친다) 나한테 화난 거 아니면 뽀뽀.

하진 : (볼 감싸고 얼굴 밉게 일그러트리고) 여우-. (그러나 입술에 입 맞추고, 환히 웃으며) 가.

여름 : 하진씨두. (손 흔들고 간다)

하진(E) : (가는 여름을 보며, 복잡해지는 얼굴) 여름이한테 그 자식을 조심하라 말하고 싶은데...

              여름이가 그 자식 마음을 알아서 좋을 건 없잖아요.. 미리 조심시키는 것도 유치하고..



S#34. 주차장 (D)


-차를 조금쯤 뺐다가, 잠깐 배를 잡는 태하.. 소화가 안되는 듯.. 다시 차를 주차시키는 태하. 내린다.


태하 : (주차장 직원에게) 근처에 약국 있어요?



S#35. 약국 (D)


-태하가 약국에 들어선다.


태하 : 소화제 하나 주세요.


-태하, 문득 고개를 돌리면... 하진이 그 옆에서 소화제를 마시다가 태하를 본다.

하진, 마시고 병을 놓고. ‘너도 소화 안되지?’하는 얼굴로 보는.

약사가 하진과 똑같은 병을 태하의 앞에 놓는다.


태하 : (하진에게서 시선 거두고, 지갑 꺼내며 약사에게) 얼마예요?

약사 : (가격 말하고)

태하 : (돈 주고, 하진을 보며) 식사가 불편했나봐요?

하진 : ..... (하! 약 오르고)

태하 : 난, 같이 일하는 형이 소화가 안된대서. / 그럼. (손 하나 까딱 들어 보이고 나간다)

하진 : (하!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약 오르고)



S#36. 주차장, 태하의 차안 (D)


-여름이 앞서 보낸 문자 중에 하트 이모티콘을 보는 태하. “유치하게 이모티콘이나 보내고..” 착잡하다.

뱃속이 불편해 잠깐 표정 찌푸렸다가, 소화제 마시는 태하.



S#37. 여름의 공방, 전시실 (D)


-여름의 손가락을 바늘로 따려는 솔. 단숨에 푹 찔러 피를 낸다.

여름, 끄억- 트림하고..


여름 : 살 거 같애... / 하루하루가 살얼음 판이야. 강태하 때문에.



S#38. 신윤희의 작업실 복도 (D)


-신윤희가 걸어온다. 작업실에서 장기은이 나온다.


장기은 : 회의는 잘 하셨어요?

신윤희 : 응. 어디 가?

장기은 : 대표님 오셨어요. 저더러 좀 피해달래서. (니가 왜? 하는 윤희 시선 느끼고) 마침, 책도 좀 사야되고...

신윤희 : 가지말구 여기서 기다려. 오분이면 끝나.



S#39. 신윤희의 작업실 (D)


-커피머신에서 커피 만드는 신윤희. 소파에 앉아 자신을 보는 배민수를 의식하며...

-4부 18씬 회상하는 윤희.


신윤희 : 너, 바람 폈어. 옛날에.

배민수 : 내가 언제?

신윤희 : 10년전에.

배민수 : 누구랑?

신윤희 : .....

배민수 : ?

신윤희 : 나랑.


-현재, 담담한 신윤희. 이미 뱉어버린 말이다. 이 여잔 후회가 없다. 조용히 머그잔 내민다.


배민수 : (받고) 앉아. 이야기 좀 하게.

신윤희 : 더 할 이야기도 들을 이야기도 없어. 내 성격 알지? 조용히 마시고 돌아가는 게 좋을 거야.

배민수 : 아니. 니가 허튼 말 안하는 여자라는 건 아는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신윤희 : (OL, 담담히) 10년 전. 너 아직 감독이었을 때. 구례로 헌팅갔을 때였어.

            연출부랑 술 조금 마셨었지만, 너 그때 말짱했었어.

배민수 : (기억났다. 한 대 맞은 것 같다)

신윤희 : 나가.

배민수 : 아니, 그때는,

신윤희 : (OL) 나가라는 말 반복해야 돼?



S#40. 신윤희의 작업실 복도 (D)


-배민수, 풀이 죽어 나온다. 쪼그리고 앉아있던 장기은이 일어선다.


장기은 : 쫓겨나셨어요?

배민수 : 너도 참 고생이 많다. 저 독사 같은 년 만나서. (간다)

장기은 : (끄덕끄덕)



S#41. 하진의 집 (D)


-식탁에 놓여지는 와인병. 함께 가져온 치즈를 꺼내놓는 여름. 와인잔 꺼내어 셋팅하는 여름.


여름(E) : 하진씨를 계속 속일 수는 없어요. 차라리 정직하게 말하는 게, (좋겠어요, 하려다가)


-문득 여름의 눈에 들어오는 백화점 쇼핑백. 소파 위에 놓여져있는.

-며칠 전의 태하와 냉면을 먹기 위해 들린 백화점 로고가 선명하게 박혀있다.

가서 열어보는 여름. 와이셔츠와 넥타이 몇 개 정도... 상자 하나 꺼내려는데, 영수증이 툭 떨어진다. 날짜를 보는 여름..


여름(E) : 어떡해요.. 그날, 하진씨가 백화점에 왔었던 것 같아요..


-4부, 46씬.

백화점에서 하진과 여름의 통화중, 여름의 입장에서 하진의 목소리만.


하진(E) : 어.. 어디야?

여름 : 강태하씨랑 냉면 먹으러. / 오늘 계약서 도장 찍었거든. 내가 사는 거야. / 근데, 하진씬 어디야?

하진(E) : 어... 나.. 어디 좀 잠깐..

여름(E) : (아득해진다) 맞아요. 그 전화는 용건이 없었어요... 분명.. 우리를 봤어요...


-4부, 42씬.

‘그럼 내가 잡을게’하고 손을 잡던 태하. 그 위로,


여름(E) : 어디서부터,


-4부, 43씬.

에스컬레이터에서 손잡고 있던 태하와 여름. 그 위로,


여름(E) : 어디까지 봤을까요...


-4부, 45씬.

‘지금은 우리도 연리지’하며 환히 웃던 태하.


여름(E) : (믿을 수 없다) 근데.. 왜 하진씨는...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죠? (두렵다) 그걸 봤다면.. 왜 아무 말도 않는 거죠?



S#42. 봄봄 성형외과, 하진의 진료실 (D)


-하진, 컴퓨터 모니터에 언청이 학생(15세 정도)사진을 열어놓고 아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하진 : 1차 수술을 잘 받았네요? (코 밑부분부터 입술까지) 여기 Z자 형태 흉터는 없애줄 거고,

         인중이 꺼져있는 이 부분을 올라오게 해줄 거거든요? 근데 여기 돌기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귀연골을 이용할 거고.

아림 : 수술은 몇시간 정도 걸려요?

하진 : 두시간. 길면 세시간이구요. 육개월 정도 흉터 진행과정 본 후에 레이저치료 병행해서 최대한 없애줄게요.



S#43. 엘리베이터 앞 (D)


-버튼 누르고 서있는 하진과 아림. 하진, 아림의 손에 들려있는 두터운 전공서적(사회복지관련)을 본다.


아림 : (하진 시선 느끼고) 아, 아직 학생이에요. 졸업이 좀 늦어졌어요.

하진 : 아르바이트하면서... 힘들지 않아요?

아림 : 지금은 방학인데요, 뭐.

하진 : 주말엔 쉬어요?

아림 : 뭐하러 쉬어요. 죽으면 내내 누워 쉴건데.

하진 : (복잡한데)

아림 : 근데요, 선생님. 퇴근 시간 다 됐죠? 제가 고마워서 그러는데 밥 한끼 사드려도 되요?


-하진의 핸드폰으로 문자 메시지가 온다. 확인하는 하진.


여름(E) : 나, 하진씨 집에 와 있어.

하진 : (아림을 건너다보는데)

아림 : 아, 괜찮아요! 약속 있으면 다음에 먹어요. 다음에.



S#44. 하진의 집, 거실 (D)


-소파에 놓여있는 쇼핑백 보면서, 긴장한 채 핸드폰 들고 오락가락하는 여름. 하진의 답을 기다리는데.

문자 메시지 도착했다는 알람이 들리고.


하진(E) : 저녁약속이 있어. 보고 싶긴 한데, 기다리라는 말을 못하겠네.



S#45. 고급 한우 전문점, 주차장 (N)


-하진의 차가 와서 선다. 조수석에 앉은 아림, 내리며 ‘비쌀텐데?’하는 얼굴로 식당의 간판을 보는데.

하진은 여름에게 온 메시지를 확인하는.


여름(E) : 기다릴 거야. 너무 늦지는 마. 나 오늘 엄청 야한 속옷 입고 왔으니까.


-웃는 하진.



S#46. 식당 (N)


-메뉴판을 보는 하진과 아림.

아림 손가락으로 가격적힌 부분을... 어떡하지..? 내가 사려고 왔는데.


하진 : 뭐 좋아해요? 여기 맛있는 집이에요. 좋아하는 걸로,

아림 : (보다가 메뉴판 탁 덮는) 선생님.

하진 : ?

아림 : 저 이런 데선 밥 못사요.

하진 : (아! 실수했다 싶다) 아니, 나는... 좋은 걸 먹이고 싶어서..

아림 : 내가 사기로 했잖아요.

하진 : (난처) 그럼.. 나갈까요?

아림 : ....원래는 김밥 집 가려고 했던 건데.

하진 : 그럼 가요. 김밥 먹으러. (벗어놓은 자켓 들며 일어나려는데)

아림 : 근데...

하진 : (보면)

아림 : 고기 냄새를 벌써 맡아버려서.. (부끄러운 듯 웃는) 못 일어나겠어요.

하진 : ....

아림 : (웃는) 염치없지만, 여기선 선생님이 사는 게 좋겠어요. 김밥은 다음에 꼭 맛있는 걸로 살게요. 그래도 되죠?

하진(N) : ...... (아림의 그 밝음에 철렁하는 기분으로 그대로 아림을 보고, 눈가가 촉촉해져서) 얘는.. 내가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잘 자란 거 같애요..

아림 : (메뉴판 보며) 저, 고기 엄청 좋아해요. 이 집, 뭐가 맛있어요?



S#47. 하진의 집, 욕실 (N)


여름 : 누구 만났는데?


-하진이 셔츠의 단추를 푼다. 욕실 문 앞에 선 여름.


하진 : 그냥 아는 동생.

여름 : 아는 동생 누구?

하진 : (웃고) 말하면 다 알아? / 학교 후배. (셔츠 주고)

여름 : (셔츠 냄새 맡고) 고기 먹었어?

하진 : (샤워기 물 틀어놓고) 별 걸 다 묻는다. (바지 풀며) 나 샤워할 건데, 같이 할 거 아니면 문 좀 닫을래?


-여름, 치- 하고 문 닫는데서, F.O



S#48. 동네 일각, 하진의 아파트 앞 (M)


-생즙 배달하는 아림.

-준호가 써준 주소를 보며 하진의 아파트를 올려다보는 아림.



S#49. 하진의 집, 앞 (M)


-생즙 배달 봉지를 문에 매다는 아림. 생즙 하나를 안에 넣고, 망설이다가 벨을 누르고 얼른 도망을 간다.



S#50. 하진의 집, 주방 (M)


-벨소리에 토스터에서 빵을 꺼내다가 돌아보는 여름.

-현관 모니터를 보면 아무도 없고.



S#51. 하진의 집, 앞 (M)


-여름 나와본다. 아무도 없다. 갸웃하는 여름. 들어가려다 문고리에 매달린 생즙 주머니를 본다.

안을 열어보는 여름. 쪽지와 생즙이 하나 들어있다. 갸웃하며 복도 끝을 보다가 안으로.


아림 : (비상계단 어디쯤 숨어 있다가 나와서) 뭐야.. (주소는 맞는데) 여자친구가 있었어?



S#52. 하진의 집, 주방 (M)


-아림이 써놓은 쪽지를 보는 여름.


아림(E) : 선생님. 어제 저녁 완전 맛있었어요!!! 조만간 꼭 김밥 데이트해요!


-데이트? 여름, 뭐야.. 싶은데.

하진, 방에서 출근 차림으로 나온다.


하진 : 누가 왔었어?

여름 : (쪽지 들어보이며) 여자글씨야!

하진 : 어..? (당황)

여름 : (생즙도 보여주고) 학교 후배가 생즙 배달해?/ 와.. 남하진이 나한테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어-!

하진 : (난감)

여름 : 어떡하다가 밥까지 같이 먹기로 했는지, 설명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 되지 않아?

하진 : (식탁에 앉으며) 준호형 때문에 알게 됐는데, 어쩌다 걔가 아는 학생 하나를 수술시켜주게 돼가지구..

여름 : (OL) 예뻐?

하진 : (픽 웃으며 보다가) 응. 예뻐.

여름 : (흘겨보는)

하진 : (웃다가) 어리고 예쁜데다 엄청 늘씬해. 완전 환상의 몸매.

여름 : 나, 어제부터 쭉 심각한데-.

하진 : (여름의 질투가 귀엽다) 계속 그렇게 심각하게 긴장 좀 했으면 좋겠어.

여름 : 백화점 왔었잖아. 그리고 나랑 강태하 봤지..?

하진 : (응? 하다가, 소파 위에 쇼핑백 보고)

여름 : 그래서.. 거기서 전화했던 거잖아. 왜 말, 안해?

하진 : (잼 바르던 손 놓고) 말했으면 뭐라고 해명할 건데?

여름 : ....

하진 : 너하고 나. 1년동안 한 번도 다툰적 없어. 근데, 최근에 호텔 사건 이후로 내내 다툰다-.

         강태하씨가 너하고 나 사이에 나타난 이후로.

여름 : ....

하진 : 미리 앞질러 의심해서 싸우기도 싫고, 그냥 넘어가면 별일 아닌 걸 들쑤셔 싸우기도 싫어.

         근데, (보며) 백번을 생각해도 손잡고 백화점 돌아다니는 거, 쉽게 넘겨지지는 않아.

여름 : ...미안해.. 그날, 사람들이 많았어. 자꾸 사람들한테 휩쓸려서,

하진 : (OL, 여름 안보고, 쥬스 정도 마시며) 그 얼굴이 싫은 거야. 죄지은 사람처럼 쩔쩔매는 얼굴.

여름 : (그대로 보는)

하진 : (보는) 니가 그런 얼굴을 하면 나는, 얘기 안한 게 더 있을 거라 생각하게 돼. 그러면 의심은 더 커지고, 더 싸우게 되잖아.

여름 : 싸우더라도 그때그때 말하면 좋겠어.

하진 : ....

여름 : 아무 말 안하고 있는 게 더 나쁜 거 같애. 나는. / 모르는 척 넘어가주면 자꾸 속이게 될테니까. 나한테 그럴 기회를 주지마.

         나도 하진씨한테 그럴 기회 안 줘. / 나, 얘랑 김밥 데이트.. (아림의 메모 들어 보이며) 이거 싫어.

         어제 나 기다리게 하고 얘랑 밥 먹은 것도 싫고, 앞으로 김밥, 같이 먹을 약속 한 것도 싫어.

         데이트란 표현도 불쾌해. 하진씨랑 데이트할 수 있는 건 나뿐이야.

하진 : (어이없어서) 입이 딱 벌어질만큼 이기적이다-. 알아?

여름 : 응. 하진씨도 그랬음 좋겠어. 나한테.

하진 : 강태하랑 일하지 마.

여름 : ..... (굳는)

하진 : 이러면 나 매력없지?

여름 : 마초같애.

하진 : 그니까 나는 못하는 거야.

여름 : (가만히 보다가) 강태하씨랑 나.. 일하는 관계 그 이상, 이하도 아냐. 이건 한치의 거짓도 없는 명백한 사실이야.

하진 : (웃고) 먹자. 나 지금 나가도 지각이야.

여름(E) : (웃는 위로) 이 사람이랑.. 지금 이대로 좋아요. 강태하가 더 이상 내 인생에 끼어드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S#53. 룸살롱 (N)


-태하, 그 옆에 윤실장.


태하 : 필요하다면 프레젠테이션 다시 진행하겠습니다.


-화면 넓어지면, 룸살롱이다. 40대의 클라이언트 상석에서 양쪽으로 여자를 끼고 앉았고.


태하 : 공간에서 기둥이 있고 없고가 얼마나 중요한지, 왜 천장공사를 해야 하는지 시뮬레이션을 보다보면,

클라이언트 : (OL) 됐고, 돈 적게 들이면서도 잘 하는게 강대표가 할 일이잖아.

태하 : 어지간한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 기획안 디자인대로 진행하기 힘듭니다.

클라이언트 : 다른 데 2/3 가격으로 후려쳐서 한다는 거, 난 강대표 믿고 진행했다?

태하 : 그 회사가 어딥니까. 도대체 어떤 회사에서 말도 안되는 계약을 하고 있는지 좀 알아야겠습니다.

클라이언트 : 윤실장. 미리 언질 안줬어? 내가 일 이야기 하자고 여기 부른 건 아니잖아!

윤실장 : (당황) 아니.. 저는 일 이야기 하려는 건 줄 알았는데요....

클라이언트 : 사업하면서... 접대도 안해봤어? (양쪽 여자들 어깨 감싸며) 유연하게 하룻밤 술값내고 돌아가면 될 걸

                  굳이 PT까지 다시 진행하면서 윗대가리들까지 피곤하게 해야겠어?

태하 : (양쪽 여자들 보다가, 위스키 잔 보며 웃고) 하룻밤 술값이면 해결 됩니까?

클라이언트 : (의미있는 웃음 지으며 고개 끄덕이고)

태하 : (잔 놓고) 근데, 제가 안 마신 술값을 제가 왜 계산합니까?

윤실장 : (역시 잔 놓는다)

태하 : 공사, 중단하겠습니다. 왜 중단됐는지는 회사에 알아서 보고하십시오! (나간다)

클라이언트 : (기막혀 윤실장 보는)

윤실장 : 그럼 기회 있으면 또 뵙겠습니다.



S#54. 룸살롱 복도 (N)


-태하와 윤실장 걸어 나오는데. 룸에서 나오는 클라이언트.


클라이언트 : 이봐! (다가오며) 계획된 날자 안에 완공 못하면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손해배상 청구할 거야!

태하 : 공사 중단이 강부장님 책임이라면 말이 달라지겠죠!

윤실장 : 회사 모르게 접대- 요구하셨습니다. 여기가 (둘러보며) 텐프로 술집이죠?

클라이언트 : 증거 있어?

윤실장 : (보이스 레코더 꺼내어) 여기요. (버튼 눌러 끄고)

태하 : (여유 있게, 클라이언트 보고)



S#55. 태하의 차 안 (N)


-운전하는 태하. 지친 느낌. 넥타이 느슨하게 푸는데.



S#56. 태하의 과거 차 안 (N) -7년 전


-젊은 느낌의 스포츠카 정도. 운전하는 태하, 그 옆의 여름.

여름, 손수건을 태하의 오른쪽 어깨에 펼쳐 놓는다.


태하 : 뭐야..

여름 : 베개 만드는 거야. 내 베개.

태하 : ?

여름 : (펼친 손수건 위로 얼굴 기대면서 웃고)

태하 : (웃으며, 한손으로 여름의 어깨 당겨 안으며 이마에 입 맞추고)



S#57. 태하의 차 안 (N)


-태하, 조수석 빈자리를 본다. 그런 여름은 이제 없다.


태하(E) :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요즘 불쑥불쑥 옛날 생각을 하게 되요..



S#58. 태하의 집, 욕실 (N)


-치약을 칫솔에 묻히는 태하.


여름(E) : 주말에 아버지랑 낚시가자.


-또 어떤 기억이 하나 떠오르는 듯, 태하 동작 멈추고 눈을 질끈 감는다.



S#59. 어느 욕실 (N) -5년 전


-세면대 앞에서 양치질하는 태하. 여름은 변기 뚜껑 위에 앉아서 양치질하고 있고.


태하 : 안돼. 지지난 주에도 갔었잖아. 새로 공사를 맡아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

여름 : (다리 뻗어서 태하의 다리를 꽉 감싸고) 가자. 응?

태하 : 안된다니까. (한손으로 여름의 다리 떼어내려고)

여름 : 가자... (제발) 아버지가 아들처럼 생각하는 거 알면서.. 태하씨랑 가면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알아?

태하 : (입 헹궈내고) 진짜 안돼. (수건으로 손 뻗으려는데, 여름의 다리에 묶여 꼼짝 못하겠고) 안놔?

여름 : (다리 풀고 일어서며 흘겨보다가 입 헹궈내고) 진짜 한번을 좋게 가는 법이 없어.

태하 : ....



S#60. 태하의 집, 욕실 (N)


-입을 헹궈내며 거울 보는 태하.


태하 : 미치겠네, 진짜.



S#61. 태하의 회사, 탕비실 (D)


-커피 내리려고 하는 태하. 탕비실 문이 열리더니 여름이 들어서며 ‘안녕!’한다.


태하 : (현실의 여름인줄 모른 채, 자신에게) 완전 돌았구나, 강태하.

         (컵 골라 원두커피 머신 앞에 놓으며) 미쳐도 곱게 미쳐, 이 자식아....

여름 : ? (뭐라고 중얼대는거야?)

태하 : (여름을 보며, 상상이라 생각) 가!!!

여름 : (왜 이래?)

태하 : 시도때도없이 불쑥불쑥 나타나. 짜증나게. 누가 옛날에 내가 잘했대? 잘못한 거 많아서 정말 미안하다. 됐지?

여름 : (왜 이러지?)

태하 : 안 가??

여름 : 가긴.... 어딜 가... 시공팀이랑 회의하러 온 건데. (어이없다는 듯이 태하 보고는 커피 내리는)

태하 : ........



S#62. 회의실, 밖 (D)


-시공팀과 회의 중인 여름. 창밖으로 지켜보는 태하.

활기찬 손동작과 웃는 얼굴의 여름.. 보는 태하.


태하(E) : 언젠가 편지를 쓴 적이 있어요.. 여름이랑 헤어진 후에.



S#63. 진주집 (N)


-시공팀 직원들, 윤실장, 여름.. 회식 분위기. 함께 막걸리 마시고 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위로, 막걸리 잔 비우는 태하..


태하(E) : 무언가 나는 말해야했고. 말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기분.. 그때 나는 편지를 썼어요.



S#64. 어느 바 (N) - 2년 전


-술에 잔뜩 취한 태하. 혼자다. 바의 메모지에 무언가 쓰려는 태하.. ‘돌아와 한여름. 잘못했다. 그립다.’ 그렇게 휘갈겨 쓴다.

바텐더에게 술취한 채 ‘봉투 좀 주세요, 아저씨’하는 태하. 안에 메모지를 구겨 넣고 주소를 적는다..


태하(E) : 여름이 예전 살던 집에서 이사를 간 것도 알고 있었고, 그 편지가 허공 어디쯤에서 떠돌거란 것도 난 알았어요.



S#65. 거리, 우체통 (N) - 5년 전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우표도 붙이지 않은 편지를 우체통에 편지를 넣는 태하.


태하(E) : 근데, 나는 그날 밤.. 우표도 붙이지 않은 그 편지를.. 어디로든, 보내 야했어요. 보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으니까.



S#66. 진주집 (N)


-태하, 술이 제법 오른 느낌이다. 다시 막걸리잔을 비우는 태하.

직원들과 이야기를 하며, 활짝 웃는 여름을 보다가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잠깐 비틀, 하는 태하.

-그런 태하를 돌아보다가,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여름.



S#67. 진주집 앞 (N)


-태하가 어둔 거리를 보며 쪼그리고 앉아있다.

여름이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오다가 태하를 본다.


태하 : 가려구?

여름 : 응. (데리러 올 하진을 기다리고 있다. 거리를 보며 서있는데)

태하 : (그대로 여름을 보며, 문득) 좋아한다. 한여름.

여름 : (굳어서, 천천히 고개 돌려 태하를 보는)

태하 : 다시 좋아지기 시작했어. 진심이야.

여름 : (얼어붙었다)

태하 : 내일 아침에 술이 깨면 후회할 거 같은데, 지금은 술 취했으니까 말해버리는 게 좋겠어. / 좋아해. 한여름.

         / 한가지 깨달은 게 있는데, 예전에 내가 널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건 가짜야. 그땐 이렇게 아프지가 않았으니까.

여름 : ....!

태하 : 그땐 이렇게 애틋하지도 않았고... 이렇게 간절하지도 않았고.. 이렇게 괴롭지도 않았어... 니가 아무리 나 때문에 괴롭다고 해도, 나는 그게 이해가 안갔어. / 근데, 이제 알겠어.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괴롭다는 거.

         / 겪어보니 이거.. 완전히 지옥이네..

여름 : .....

태하 : (얼굴을 한번 쓸고 깊게 한숨을 쉬고는..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여름 : (얼어붙은 채, 저만치 하진의 차가 서고, 하진이 차에서 내리는 게 보인다)



S#68. 진주집 (N)


-그대로 들어와 자리에 앉지도 않고, 술을 따르는 태하.


태하(E) : 내일 술이 깨면.. 후회하겠죠. 오늘 해버린 모든 말들을..


-문이 열리는 소리. 사람들이 와-!!! 하고 환호를 지르며 입구를 본다.

고개 돌려 보는 태하. 하진의 손을 잡은 여름이 들어서고 있다.

굳는 태하.


윤실장 : 뭐예요? 남자친구가 데리러 온 거예요?

여름 : 그냥 갈까 했는데, (태하 한번 보고) 인사라도 시킬려구요! (사람들에게 활짝 웃으며) 제 남자친구예요.


-사람들, 떠들썩하게 인사하고... 한 대 맞은 듯 굳어서 보던 태하, 술잔 들어 그대로 마신다.


태하(E) : (그위로) 차라리 영원히 술을 안 깨는 게 좋겠어요.


-사람들, 하진의 자리를 권하고. 하진 앉는다. 여름도 그 곁에 앉고.

여름은 태하를 전혀 의식하지 않은 듯, 하진과 사람들과 어울려 웃는다. 여름, 태하 보란 듯이 웃는다.


여름(E) : 내가 예전에 겪었던 그 지옥에 이젠 강태하가 들어갔어요. 이 관계의 권력을 내가 쥐게 된 걸 알았고,

              마음껏 괴롭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름(E) : (술잔 따르는 태하에게 이윽고 시선을 돌려) 잔인한 거 아는데요, 그래서 강태하의 고백이 기뻤어요. 나는.


-태하, 잔을 들자 여름이 자신의 잔을 쨍-하고 부딪힌다. 악의가 가득찬, 장난끼가 어린 웃는 얼굴이다.

태하, 그런 여름을 아프게 보는데..

이번에 와 부딪히는 잔, 하진이다. ‘너무 자주 보네요, 우리’하는 하진.

각자 다른 마음, 다른 순간. 그런 셋에서, 5부 엔딩.
























첨부파일 5부_완고.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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